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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딜레마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적인 소설 | 책리뷰- 소설.문학 2021-06-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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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딜레마

B. A. 패리스 저/김은경 역
arte(아르테)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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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by B.A.패리스』 - 독자를 딜레마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적인 소설

읽기 완독한 날 : 2021.05.31

 

재미있게 읽었던 『브링 미 백』의 저자, B.A.패리스의 신간이 나왔다.

믿고 볼 수 있는 스릴러작가여서 고민없이 선택했고,

선택처럼 스토리의 리듬에 걸려들자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뒤를 읽어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들의 상황이 미치도록 이해되면서도 미치도록 답답한 아이러니한 상황,

나의 상태도 점점 '딜레마'에 빠졌다.

이 '딜레마'에 빠져나가려면 끝까지 봐야만 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안심이 된 스릴러소설이 얼마나 되었던가?

 


 

'딜레마'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딜레마란 일반적으로 사용될 때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의미.

결국 두 개의 판단 사이에 끼어 어느 쪽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는 것,

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을 일컫는다.

이 책의 제목은 그대로 '복선'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중심점이다.

행복해보이는 이 가족에게는 어떠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애덤과 리비아는 학생 때 아이가 생겨 결혼한 커플이다.

제대로 식도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부부는 리비아의 마흔 살 생일을 맞아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기로 한다.

하지만 파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남편과 아내는 저마다 딸 마나와 관련된 중대한 사실을 발견하고 딜레마에 빠진다. 지금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파괴할 이 비밀을 알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파국이 닥치기 전 마지막 몇 시간의 행복을 바리는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일까?

<책의 뒷표지의 내용 인용했습니다>

이 책은 심리스릴러소설이다.

너무나도 행복해보이는 가족, 아무 문제도 없어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홍콩에서 공부중인 마나를 제외하고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의 가슴에는 메워지지 않는 골짜기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죄책감으로 누군가에게는 복수심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원망으로 패인 상처는 아물지 않은채 '행복'이라는 치장을 하고 있다.

라비아의 생일 파티 날, 웃고 있는 얼굴 뒤로 어떤 마음을 먹고 있는 것일까?

p.110) "오늘 밤 파티에서 가장 좋은 점은 결혼식 때와 달리 초대한 손님 중에 내가 원치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거야." 단 한 명만 빼고. 나는 속으로 말했다.

p.157) 나의 세계는 6주하고도 3일 전에 무너졌다.

p.223) "인생은 너무 짧아. 그러니 네가 행복을 느끼는 일을 해야 해."

p.245)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때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라는 걸 알겠어."

p.257) 함께 모여 서서 물 마시고 웃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 없는 것 같다.

'그 행복은 예전의 행복은 아니다. 그럴 순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건 우리 둘만 아는 행복이고 그걸로 충분하다.'라는 문장에서 내가 겪은 일이었다면,이라고 가정해보니 진심으로 공감이 되었다.

전과 같은 행복은 올 수 없는 것이지만, 나의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은 이들은 진실로 용기있는 선택을 한 것이었을테니.

읽으면서 애덤이 되었다가 리비아가 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서로의 속마음을 핑퐁같이 왔다갔다하며 나만 머리가 터지는 듯 했다.

답답함에 가슴이 터져왔고, 그들의 최선이라는 선택에 난 동의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과연 옳은 선택을 한 거였을까?

생일날 이전부터의 선택에서 잘못은 있지 않았을까?

그들의 시작점이 틀어져 생일 파티에 과한 집착을 보인 것 때문이었을까?

나로써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나의 입장일 뿐 리비아가 아니고, 애덤이 아니니.

추리, 스릴러소설은 이야기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복선을 찾아 사건을 해결해가는 재미가 있다.

그러한 재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스릴러소설에도 많은 인덱스를 붙인다.

등장인물의 지문들 속에 들어있는 힌트가 있을지, 배경에 놓여진 것들이 함정인지 스스로 체크를 하며 본다.

뒤로 갈수록 사건은 힌트나 함정, 복선보다는 해결점으로 달려가기 때문에 유독 앞부분에 인덱스가 많이 붙여있는 이유다.

나름 추리를 해가며 딜레마에 빠진 이들 부부의 비밀을 쫓아가는 재미가 푹 빠져들었다.

독자를 딜레마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적인 심리스릴러소설을 읽었다.

스릴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BA패리스의 소설을 접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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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by 서미애』 #K추리소설추천 | 책리뷰- 소설.문학 2021-04-1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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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서미애 저
엘릭시르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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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by 서미애 』

읽기 완독한 날 : 2021.04.03

서미애 작가를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으로 알게 되었다.

읽으면서 많은 것들이 떠올려졌던 그런 책이었고 그렇게 또 한 명의 작가를 애정하게 되었다.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 읽으려 애를 쓰지만 사실 매일같이 쏟아져나오는 책들 사이에서 구간도서를 읽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다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전작을 읽어내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신간소식이 들려왔다.

전작의 후속편이라는 소식, 아직 전작을 읽어낸 것은 아니지만, 어떤 소식이든 반가웠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소식이니까.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열었다.

부담감은 없었다, 이야기는 분명 쉽고도 재미있게 책장을 넘기게 될 테니까.

어리고도 어린 열여섯 하영이의 발에서 떨어지지 않는 검은 그림자가 무엇인지, 그 아이가 가진 비밀 또는 다른 이들의 비밀들은 어떤 이름으로 명하여 있는지 찾아가는 발걸음을 서둘러본다.

 

연쇄살인범 이병도와의 사건이 벌어진 지 5년.

열여섯 살이 된 하영은 지속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으며 그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애써왔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사춘기에 접어든데다 예기치 않은 이사까지 겹치며 예민해진 하영은 전학 간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 자신의 그림자와 직면하게 된 하영은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 것인가?

-책의 뒷표지의 줄거리를 인용했습니다-

p.58) 어른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이 모두 미숙하고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

p.98) 그들의 지금과는 다른 환경에서, 누군가의 지지를 받고 분노와 욕망을 억제하는 자제력을 배웠다면 조금은 다른 인생을 살았을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끔찍한 결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누군가가 그들을 지켜봐 주고 이해한다고 말해줬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p.202) 일기장은 어른들이 자식의 비밀을 힘들이지 않고 알아내려고 만든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씨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어릴 때부터 그림일기를 쓰게 한다.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은 좋은 습관이라는 세뇌를 몇 년이고 지속한다. 학교에 들어가면 아예 일기 검사까지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일기가 누군가에게 읽히는 것을 알면서 일기를 쓴다. 당연히 보여주기 위한 일기가 될 수밖에 없다.

(...) 그걸 가지고 아이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 이 부분은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 생경하게 다가왔다.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예전 '일기'를 숙제로 내주었던 어른들의 행동에 대해 지적을 한다.

그때에는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다 당연하게 생각되었고, 한치의 의심조차 갖지 않았다.

그 누구 하나 지적하는 이가 없었다.

나름 때에 맞춰 쓰지는 않았지만, 일기를 방학숙제로 냈던 일인으로써 억울한 마음이 든다. 매일 뻔한 내용을 날짜만 바꿔서 그렇게 써서 제출하려고 애썼는지 말이다.

그래서였나 보다. 숙제이니 일기검사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은 하고 보여지는 일상의 모습만 쭉 나열하여 제출하고 차마 쓰지 못한 진짜로 하고 싶은 말, 생각은 열쇠가 달린 비밀일기장에 적어놓았던 것이 말이다.

일기를 쓰는 것은 자신에게 좋은 습관이지만 그것을 강제로 쓰게 하여 검사를 하는 것은 그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동이 틀림없고 상식에 맞지 않는 행위이다.

그러나 나도 그렇게 자라왔기에 내 아이에게도 당연하게 요구했었다.

심지어 좋은 습관인데 지금은 일기쓰기를 시키지 않는다고 불퉁거리기도 했다.

이제는 다시 생각을 한다. 좋은 습관이 맞다면 그것을 그들이 습관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해주고,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 맞다.

했니, 안 했니 하며 검사하고 확인받는 것은 엄마 시대에서 끝내자.

p.239) 학년이 바뀌고 새로운 교실에 들어설 때마다 하영은 정글에 막 발을 들이민 탐험가처럼 긴장과 설렘을 느꼈다. 낯선 생태계에 들어가는 순간 살아남기 위해 더듬이를 곤두세워야 한다. 그리고 재빨리 찾아야 한다.

누가 이 구역의 여왕벌인가, 여왕벌이 되려고 하는가.

p.303)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비밀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든, 아무리 깊게 묻어두어도 비밀은 기어코 모습을 드러내고 잔인한 미소를 짓는다.

p.338) 인간은 누구나 똑같다. 발끝에는 검고 긴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있다.

서두에 등장한 이야기에서 하영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동안 학교 폭력과 가정 폭력에 노출된 약자들이 페이지를 메운다.

더불어 이 이야기의 전작을 읽었어야 했다는 후회감이 자꾸 들었다.

나의 후회감처럼 이번 이야기는 작가의 전작인 『잘자요, 엄마』의 다음 이야기이다.

물론 이번 이야기만 봐도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나의 입장으로서는 전작 후에 이 책을 보면 더욱 재미있게 보았을거란 아쉬움인 것이다.

혹 이 글을 읽고 책이 궁금하신 분들은 반드시 전작을 먼저 만나고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등장시킨 인물들을 연결고리를 과감히 끊어내는 단호함에 정에 약한 나는 그렇게 끝나버리는 한 명 한 명의 인물들에 더 집중을 한다.

진실을 좀 더 살갑게 밝혀주지, 하는 안타까움같은 감정이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영화화되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 중 하영이의 이야기는 특히 더하다.

내가 그리는 하영이의 모습에 영상으로 만나는 하영이의 모습이 같을지 궁금한 날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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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 수용소』 by 고호 - 내 이웃의 잔인성을 보다 | 책리뷰- 소설.문학 2020-07-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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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악플러 수용소

고호 저
델피노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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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플러 수용소』 by 고호 - 내 이웃의 잔인성을 보다 *

* 평점 : ★★★★

* 실제 읽기 마친 날 : 20.07.15


인터넷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실검을 확인했다. 습관적이었다.

무엇이 지금 핫한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했으니까.

인터넷에 뜬 기사들을 클릭하고, 댓글들을 살피며 어떤 일인지 일일히 내 시간 들여가며 살폈다.

분명 나랑 상관없는 이들의 사적인 이야기인데도 그들의 이야기를 건너건너 아는 지인인냥 자연스럽게 검색창에 새겨넣고 눈을 끌만한 제목의 기사들을 클릭했다.

연예계의 소식만이 아니라 정치계의 소식들도 자주 살펴보았더랬다.


악플러들의 이야기는 최근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의 역사는 인터넷의 발전에 발맞춰 음지에서 꾸준히 세력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세대를 뛰어넘어 초등생부터 70, 80대에 이르기까지 분포되어 있으니 가히 전성시대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듯 하다.

이렇게 세대를 아우르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데, 공인이라고 흠없이 완벽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과연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있는지, 악한 말을 쏟아내는 그대들은 정말 먼지 한 톨도 순백인건지 묻고 싶은 날이다.


p.13) 자존감을 키우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통해 얻는 깨달음따위는 자기계발 서적을 대충 넘겨 읽는 순간에만 얼핏 존재했을 뿐이다. 그들은 저마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으면, 또 스마트폰의 키패트를 터치하는 순간, 세상 모든 사탄의 밥 수저를 빼앗는 대범함을 보였으니까.

p.38) "잊지 마. 바퀴벌레는 완전박멸은 불가능하지만 개체수를 줄일 순 있어."

p.80) 어둠은 인간에게 많은 것을 가능케 한다. 어둠 속에서 생명이 잉태되고, 어둠 속에서 힘을 비축하고, 어둠 속에서 한 뼘 성장하고, 어둠 속에서 피로를 녹이며, 또 어둠 속에서 진격한다. 그렇게 어둠은 또 다른 힘의 원천이자 샘솟는 용기이며, 동시에 악마의 시간이다.

p.94) 아빠보다 몇 살은 더 많아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 그쪽에서 먼저 어색하게 웃어 보였지만 일부러 모른 체했다. 그 웃음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인자한 얼굴을 하고 뒤에선 악플을 달았을 걸 생각하니 왠지 꺼림칙해서.

p.147) "현대인들은 대체 왜 자신의 본명에 책임을 지는 삶을 회피하려는지 몰라."


지금은 의식적으로 인터넷 기사를 멀리 하려고 한다.

인터넷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의 수준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해도 궁금하게 만드는 미디어의 기술에 자꾸만 넘어가 댓글들을 바라보게 된다. 무엇에 홀린 것처럼.

어떤 잘못이나 실수가 오픈되면 굶주린 어마어마한 수의 바퀴벌레들이 삽시간에 달려나온다.

장강명의 소설 제목처럼 '댓글부대'의 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신호에 맞춰 활동하는 것 같은 느낌, 댓글은 수천, 수만건이 넘어가고 온전한 댓글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었다.

기사에 남겨지는 저속한 댓글들을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댓글을 읽다 울컥~ 치밀어 올라오는 화를 누구에게 풀어야 할지 난감해지기 일쑤였다.

내 일이 아니다보니 피하는 게 상책이었고, 무시하는 것이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랬는데, 이 책을 보며 조금 더 깊이 생각을 하게 된다.

기사 몇 줄로 그들의 감정을 공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었구나, 깨닫는다.

이야기를 읽으며 피해자의 마음을 자꾸 바라보게 되었다.

그들의 마음을 100%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화제거리로 올라오는 기사 몇 줄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마음을 마주하게 되었다..



p.149) " (...) 악플러의 힘은 전적으로 그 '익명성'에서 나옵니다! 그 익명성을 아주 그냥 찌개 찌꺼기 걷어내듯 확 걷어내버려야 된단 말입니다!"

p.151) 그들은 언제나 기사제목에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죠. 속보는 기본이고요. '극단적 선택', '특종', '단독취재', '파경논란', '베일에 감춰진', '깜짝 포착'…등등. 가짜언론인들이죠.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조회 수의 노예들이죠."

p.181~185) 크게 악플을 다는 이유 세 가지 ① 자신의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표출하는 케이스 ② 자신의 우월감은 확인하고 싶고,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겨우 ③ 비하를 통한 자존감 회복

p.204) "... 당장 명문고, 명문대 가는 것에만 급급하지. 자식들 인성을 신경 쓰지 않는 위인들이니 자식들이 그 모양 그 꼴이지. 코사인 탄젠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인성이 중요하다고 인성이. 나는 말이야.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가 참 암담해."

p.317) "사회가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관용을 베풀 때는 딱 세 가지가 동시 발현되더군요. 거지 같은 법, 거지 같은 법관, 거지 같은 논리.(...)"


지금의 상황과 너무 흡사하고 구체적인 문제를 짚어대니 르포를 읽는 건지 소설을 읽는 건지 헷갈렸다.

책이라는 감투를 쓴 사건고발같았다.

이야기속의 설정은 다소 과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소설이니까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야기의 잔혹성에서 '이야기였지,이건..'하며 정신을 차린다.

분명 과한 처벌들이었지만, 꼭 저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실에서도 익명성의 뒤에 숨어 악플을 해대는 이들의 처벌이 지금보다 더욱 강화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칼보다 더 힘이 센 것이 펜이다. 말보다 더 무서운 것이 글이다.

익명성을 띤 글이 얼마나 힘이 셀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뻔하다.

스스로 한 일을 아무도 모른다면 우리는 생각보다 더 과감해지고 무서울 것이 없어지니까 말이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글들이 이 사회를 갉아먹지 않게 '악플'에 대해 좀 더 엄중한 경고와 처벌이 주어지도록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아지길,

재미삼아 자판을 두드리는 이들이 사라질 수 있게 되기를,

그런 건강한 인터넷 세상이 될 수 있게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p.132) 한 사람에게 폭격처럼 쏟아진 저주들이라고 생각하니 읽기도 전에 등골이 오싹했다. 대체 그녀는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p.167)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혜나 자신이 내뱉은 말들이 틀린 말은 하나 없다는 것을 중요한 것은 '틀린 말'이 아니라 '재수 없는 말'이어서 문제지.


읽으면서 죽음을 택한 혜나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녀의 모습에 생을 달리한 많은 연예인들이 떠올려졌다.

죽음을 택하지 않고서는 살수가 없었던 그들의 인생은 꿈을 이뤄서 행복했었을까.

많은 부를 누리고, 많은 사랑을 받고, 많은 미움도 받은 그들은 어떠한 인생이었을까.

정말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나는 그들처럼 되지 못하니 결코 그들의 마음을 알 턱이 없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새긴다.

실수도 하고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화도 내고 울기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이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로남불'이란 말은 없어야 한다.

'내가 해도 불륜, 남이 해도 불륜'이다.

그러니 우리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만큼만 남에게도 너그러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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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는 기분 by 박영란 - 마음이 뭉클해지는 편의점 이야기 | 책리뷰- 소설.문학 2020-06-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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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편의점 가는 기분

박영란 저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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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 편의점 가는 기분 by 박영란 *

* 평점 : ★★★★

* 실제 읽기 마친 날 : 20.05.15

편의점이라는 공간은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뜨내기들이 들락날락하는 곳, 어느 지역을 가도 일률적인 시스템에 어색하지 않은 곳, 자주 와도 안부인사는 커녕 눈인사도 삭제되는 곳, 철저하게 개인적인 곳이라는 아우라를 뿜어대는 곳.

그 곳에서 세상을 배워가는 아이는 소외된 이웃들을 지켜본다.

자신이 지켜줄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다양한 사람들이 들고나는 장소인 편의점에서 할아버지를 도와 새벽알바를 하는 나.

보통의 아이와 조금은 다른 걸음걸이의 수지, 오토바이를 잃어버린 훅, 세상 모든 것을 아는 것 같은 알바 누나, 정신 놓은 엄마와 따뜻한 곳을 찾아 밤새 돌아다니는 꼬마 수지, 동네를 돌아다니며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캣맘아줌마.

그들과 세상을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책임을 배우고, 상생을 배우고, 연민과 애정이 한끗차이라는 것도 배운다.


p.25) 미성년자한테 주류를 파는 건 불법이다. 하지만 미나는 혼자 산다. 사람이 혼자 산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어른인 셈이다.

p.63) 나를 제일 쩔쩔매게 하는 게 바로 자기 흉한 꼴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 놓는 사람들이다.

p.66) 수지가 아무리 이 세상에 대해 많이 알고 걱정하고 생각한다 해도 이 세상은 수지 따위는 눈곱만큼도 상관하지 않을 거다. 만일 이 세상의 음악이나 영화나 책에 대해 알고 있는 만큼 돈이 주어진다면 수지네는 신지구에 아파트를 살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수지네는 구지구 같은 쓰레기 동네에서조차 햇빛이 드는 깨끗한 방 한 칸 가질 수 없었다. 그러니 수지가 아는 것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게 맞다.

p.111) 세상이 나 같은 사람도 적응할 수 있도록 미지근하게 굴러간다면,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트를 하면서, 깔창이 필요한 수지와 사랑하고 결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p.125) "사람이간 게 그렇거든. 나쁜 맘들은 더러 먹어도 진짜로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사람들은 나쁜 것보다는 좋은 일에 더 쉽게 마음을 내주니까."

p.165) 우리 외할아버지처럼 나이도 만고 뭘 조금 가진 사람들은 조심할 수 밖에 없다. 그 '조금'을 잃어버리면 다시 찾을 기회도 없다.

p.200~204) 프랜차이즈 장사의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것은 들어오는 돈을 그가 온전히 가져 볼 틈이 없다는 것이었다. 손써 볼 새도 없이 돈은 여러 명목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에 빨려 들어갔다. 편리함과 안전으로 포장된 프랜차이즈 장사란 그런 거였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는 돈이 수혈되지 않으면 금세 깨져 버린다. 그 관계에는 어떤 의견도, 어떤 사정도, 어떤 감정도 고려되지 않는다.

"처음엔 한순간에 추락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갑자기 그렇게 된 게 아니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추락하고 있었는데 모르고 있었어요. 잘되어 가고 있다고 착각했던 거예요. 나만은, 우리 가족만은 아니라고 우기고 있었던 거죠."

"사람들이 망하는 걸 겁내는 이유는 그다음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두려워서겠죠. 그런데 바닥으로 꺼졌다 해도, 망했다 해도 삶이 다 끝난 건 아니더라고요. (...) 삶의 모습은 하나가 아닌데, 꼭 한 가지 방식으로만 살아야 할 것처럼 매달려 왔던 것 같아요."

"이 방식의 삶이 망한다는 건, 다른 방식의 삶이 시작된다는 뜻일지도 몰라요. 다른 세상의 문이 열리는 거예요."

- 이 책의 말미에서는 정신을 놓은 엄마를 데리고 다니는 아홉살 꼬마 수지네의 이야기가 나온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대한 위험성이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어제 시골집에 다녀오는 길에 신호대기중에 사거리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던 편의점 두 개가 떠올랐다.

시의 외곽의 작은 단지 아파트를 뒤에 두고 서로 다른 본사를 가진 편의점이 한 집 건너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며 두 편의점의 매일이 그려졌다.

많지 않은 손님을 둘이 나눠 가져야해서 힘들겠구나..

본사가 달라도 파는 것이 다를 다 없는 같은 업종인데 체인점을 열게 해주었는지, 대기업들의 상도덕의 부재와 체인점주는 배려하지 않는 상업행태가 눈꼴시었다.

정년이 짧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체인점으로 쉽게 눈을 돌린다.

쉽게 눈에 가는 것만큼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알려주는 사회 르포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p.46) "세상엔 그보다 훨씬 두려운 일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내 말은…… 모든 일에 감정을 상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 뭔가를 정말 책임지려면 감정부터 격해져서는 안 된다는 거고."

"화내는 건 쉬워. 책임지는 게 어렵지."

p.150)"어떤 일에 노련해진다는 건 그 일에 책임을 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 일에 생활이 달렸다는 거고, 그만큼 무게를 짊어졌다는 뜻일 거야. 그런데…….

편의점 알바 일에 노련해진다는 거, 그거 슬픈 일이다.

잠깐만 하려고 시작한 일이 오 년, 십 년 계속되면 슬픈 거지.

(...) 아무리 노련해져도 경력을 인정받는 게 아니니까. 노련해지지 않는 편이 더 좋은 일 중 하나가 바로 편의점 알바야."

p.79) "같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해도 사람들이 각자 느끼고 반응하는 감각은 여전히 다를 수밖에 없어. 아니, 어쩌면 역으로 말해, 같아진 시간을 통해 절대 같지 않은 불평등의 시차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지."

"너랑 나는 똑같은 상표의 커피를 마시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고, 너는 어째서 그렇게 살 수 있는 거지? 이걸 자각하게 되는 거야."

"자각하면 의견을 갖게 되고, 의견이 생기면 화가 나겠지. 이 세상에 대해서 말이야. 그러면 움직일 수도 있지 않을까?"

"바꾸려 들겠지.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 아, 정말 이 알바 언니, 완전 짱이다.

어쩜 이렇게 세상의 이치를 다 깨우쳤을까?

이런 저런 알바를 하다보면 세상이 눈에 보이는 걸까?

40넘도록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툭툭 뱉어낸다.

그 뱉어낸 말들을 곱씹으면서 나역시 툭툭 말을 던진다.

에이, 이게 무슨 청소년문학이야, 성인라고 불리우는 나도 깨닫지 못한 것들을 말하는데....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자각하고 있는건가.

사실 커피 한 잔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커피값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올라간다.

비싸다 생각하면서도 그 곳에서 커피를 홀짝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 정도는 먹을 수 있는 경제력이 있다는 안도감? 너만 마시냐 나도 마신다, 라는 허세?

알바 언니가 말한 것처럼 나는 자각하고 화를 내며 나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움직여야 할텐데, 오히려 나는 그 부류에 들어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공간을 이용하는 비용, 브랜드를 사는 비용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비싼 것을 알면서도 나의 분수와 나의 입장을 합리화하는 데 바쁘다, 이런 것을 유지하려면 저 정도 되어야겠지..라며.

사실 비싼 커피를 마실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을 안다.

때에 따라 마실 수도 있고, 마시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나를 남에게 합리화시키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누리는 것에 그럴 가치가 있는지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 곳에서 나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p.216) "일생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워. 그런데 정해진 것 외에 다른 것들은 배울 수가 없지. 배울 생각도 안 해. 아니지, 다른 걸 배우기를 겁내. 그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니까.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어쩌면 말이야, 알면 안 되는 것들을 배워야 하는 지도 몰라. 다른 방식으로 사는 법."

- 읽은 지 한 달이 넘은 책,

그냥 지나가려니 마음에 자꾸 걸려 인덱스를 붙여놓은 문장이나 적고 지나가자 했다.

왜 이리 인덱스를 많이 붙여놓은 거야, 청소년 도서에..

적으면서 마음에 까만 점이 하나씩 콕콕 찍힌다.

내가 사는 삶이 표본으로 남는다면.. 과연 미래의 사람들은 나의 삶을 행복했다 여길까.

나의 삶을 부러워할 인생이라 생각해줄까.

내가 사는 삶을 떳떳하게 행복하다고, 충분히 멋지게 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하나하나 옮겨 적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불현듯 나의 삶이 녹록한 삶이 아님을 온 몸으로 다가왔다.

바람따라 흘러가는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훅'의 말처럼 나도 저항하고 인생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것들을 배우는데 열을 올려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지인에게 말하면서 간단히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 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분야라 망설인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분명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될 것은 분명하다.

도움이 되려면 재능 플러스 미친 열정 플러스 시간이 합세되어야 하기에 경쟁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훅'의 이야기를 읽으며 해보기로 했다.

해보다 보면 나의 삶은 지금보다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바람따라 흘러가는 것보다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을 끄적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떠한 세상일까, 하고.

많은 청소년도서를 읽으면서 질풍노도의 시기의 아이들이어서 불안하고 부정적 감정이 많을 거라는 것을 알지만, 조금 더 밝은 세상이 그려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를 대변하는 문학인지라, 아이들의 감정을 글로 이해하고 또 이해받으려 하는 거라 알면서도 먹구름 잔뜩 낀 날의 이야기보다 화창한 날같은 이야기가 많았으면 하는 욕심이 든다.

편의점에 들락거리는 소외된 이웃들의 모습이 내 모습일까봐 무서워진다.

어느 날 나도 모르게 정신을 놓아버린 아줌마가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인간과 동물이 상생하지 못한 채 어느 한 쪽이 멸해야 하는 적대적인 감정이 나를 덮칠까봐 무서워진다.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

다수의 불행한 이들이 모여 조금씩 소리를 내어 불행하다 여겼던 삶이, 바닥이라 여겼던 삶이,

조금씩 긍정적인 삶으로, 바닥에서 위로 올라와 밝은 빛을 볼 수 있게 되리란 희망을 바란다.

마음 힘든 아이들이 지금보다 적어지는 세상이 되기를,

마음 힘든 어른들이 지금보다 적어지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이 아이가 지키고 있는 편의점이 많아진다면 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것 같다.

이런 편의점이라면 가는 내내 기분이 살랑거릴 것 같다.

띵똥~ 울리는 문소리가 반가울 것이고, 그 안에 가득할 훈기에 시린 가슴들도 녹아내려질 것 같다.

공간이 사람을 만들고 가리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이 공간을 채우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 공간이 좋아지게,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공간이 따뜻해지게,

점점 무서운 일들이 많아지고 이웃간의 정이 없어지는 세상이 되어가지만 우리 하루에 한 번이라도 자주 봐 온 이웃에게 가벼운 인사 한마디 건네보자.

"좋은 아침입니다.!"

"수고하시네요, 감사합니다!"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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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빛나는 순간 by 파울로 코엘료 - 내가 나를 바로 보게 되는 순간 | 책리뷰- 소설.문학 2020-06-21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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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저/윤예지 그림/박태옥 역
자음과모음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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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빛나는 순간 by 파울로 코엘료 *

* 내가 나를 바로 보게 되는 순간 *


* 읽기 마친 날 : 20.06.20


2013년쯤이었나,

엄마를 돌 볼 간병인을 구하지 못하여 매일처럼 병원에 출근도장을 찍을 때였다.

무척이나 지쳐 있었고, 모든 것이 짜증이 났고, 하루 24시간이 정신없이 돌아가던 그때,

우연하게 '파울로 코엘료'의 『마법의 순간』을 만났었다.

그 책도 이 책처럼 간단한 글들로 이루어졌고, 금방 읽을 수 있었다.

휘릭 읽고 덮으면 날아가 버릴 것만 같던 그 글귀들을 엄마 옆 빈 침대에 앉아서 케어를 하며 짬짬이 필사를 했다, 알록달록한 볼펜으로.

그렇게 그 책을 손으로 읽으며 그 시간을 견뎠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은 그때로 나를 소환하고, 잊혀질 것 같은 엄마를 소환해준다.

이번에 '파울로 코엘료'의 신간이 나왔을 때, 나는 어김없이 나의 엄마를 떠올렸고 이 책은 필독해야 할 의무감이었고 엄마와의 시간을 떠올릴 그리움이었다.


지금의 나는 편안하다.

엄마에게 미안하게도 그때보다 몸이 편안하고 마음이 편안하다.

편안하지만 우울하지는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말로 설명하지 못할, 나조차도 딱히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마음으로 일상을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한다.

나의 소중한 시간이 날아가고 있는데, 알면서도 나는 손을 자꾸 놓는다.

순간의 손짓으로도 터질 수 있는 풍선처럼 나의 멘탈은 휘청거리고 터지려 한다.

자꾸 왜 그러는지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겉으로는 편안해보이지만 나의 내면은 중심을 잡질 못하는 요즘이었다.

책을 보며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들을 적었다.

다 적고 나서 주르륵 읽어보니 인생에 대한 방향성과 타인들과의 관계에 대한 글들이었다.

나의 마음이 보였다.


사십대 중반으로 접어들은 내가 경제적인 일을 할 수 있을지, 만약 할 수 없다면 나의 남은 인생들은 순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

즉, 나의 진로에 대해 매일같이 고민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소심해져 타인의 눈치를 본다는 이야기를 바로 전 날 남편과 술을 먹으며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는데.

그것을 잊고 있었다.

나의 고민과 불안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시미치를 떼고 그냥 우울한 척 하고 있었던 거다.

그랬는데, 이 책의 문장들과 조우하면서 확실히 알게 된 순간이었다.

'내가 나를 바로 보게 된 순간',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었다.

나를 바로 볼 수 있는 순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나는 알면서도 모른 척 고민과 불안을 떠안고 감정의 기복을 당연함으로 포장하며 하루하루를 낭비했을 것이다.


7여년 전, 모든 마음을 다해 필사하며 가슴에 간직했던 문구들이 나를 견디게 했다면, 이 책의 문구들은 오늘을 살고 있는 나를 오롯하게 바라보게 해준다.





<해보지도 않고>

'과연 할 수 있을까?'

'괜히 했다가 실패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조바심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소중한 꿈을 좇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빛의 속도>

미루지 마세요.

인생은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가능성>

안 될 이유만 따지다 보면

될 일도 안 됩니다.

<마이 웨이>

설명하느라고 애쓰지 마세요.

사람들은 듣고 싶어 하는 것만 듣습니다.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바보들의 행진>

남 욕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유언비어를 실어 나릅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이를 믿고

한심한 사람이 이를 널리널리 퍼뜨립니다.



짧은 글귀와 그림이 어우러져 부담없이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나를 반겨주는,

속이 답답함을 잊고 싶어 소리를 내어 읽어도 부담되지 않는,

문장의 하나하나를 눈으로 따라가며 손으로 읽어내어도 손이 아프지 않는,

이 책은 그러하다.


가끔은 아무 생각없이 책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속이 복잡해서, 머리도 덩달아 복잡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책을 읽고 싶은 그런 때가 있다.

활자가 가득 찬 답답한 페이지가 싫증나고 보기 싫은데 책은 보고 싶은 그런 때가 있다.

그럴 때, 이 책을 조용히 내밀어 주는 이가 있다면 좋겠다.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을 잠깐 멈춰 숨 고르기를 할 때, 이 책은 빛을 발할 것이다.

지금 당신의 심신이 노곤하다면 파울로 코엘료의 말은 많은 힘을 줄 것이다.

당신에게 행복이 오늘도 어김없이 오고 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오늘, 행복이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라는 문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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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는 제시카' | 책리뷰- 소설.문학 2020-06-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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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 형은 제시카

존 보인 저/정회성 역
비룡소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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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형은 제시카 by 존 보인- 내 누나는 제시카 *

* 실제 완독한 날 : 20.06.18

매일 네이버 책문화분야를 빠지지 않고 살핀다.

올라오는 다양한 책 정보를 전부 읽어내지는 못하지만 관심가는 책이나 페이지는 놓치지 않고 읽어두는 편이다.

책덕후라면 그 중 신간을 소개해주는 '신간 연재' 코너는 꽤 괜찮은 읽을거리를 선사해준다.

그 코너에서 바로 이 책을 발견했다.

사람에게도 첫 인상이 있듯 책도 그렇다.

소개되는 내용과 문장이 책이 주는 첫 느낌을 만들어준다.

'읽고 싶어'와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아'의 느낌의 줄다리기 속에서 어느 쪽으로 나의 감정이 쏠리느냐에 따라 책의 첫 인상은 달라지는 것이다.

"난 네 형이 아닌 것 같아. 아니, 형이 아닌 게 분명해."

(...) "형이 아니라 누나 같아……."

이 책의 줄다리기는 위의 문장으로 '읽고 싶어'를 넘어 '꼭 읽을래..'의 승리였다.

샘에게는 히어로보다 멋지고, 유명인보다 더 존경하는 형 '제이슨'이 있다.

난독증인 샘의 책읽기를 도와주는 형, 학교에서 축구도 제일 잘하는 형, 무엇보다 샘을 너무너무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형.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투명 인간인 샘과 다른 형이 가족들에게 폭탄같은 이야기를 한다,

샘의 형이 아닌 것 같다고.

제이슨의 고백에 엄마와 아빠는 인정할 수도 인정하지도 않으려 한다.

제이슨의 고백은 그들의 정치력에 큰 타격을 줄 문제가 되었고, 고쳐야 할 병으로 치부되었다.

엄마와 아빠만이 아니라 샘에게도 형의 고백은 자신의 학교 생활을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

형의 고백을 인정할 수 없는 샘과 가족,

성 정체성을 숨기며 힘겨워하는 제이슨과 그가 느끼는 내면과 외면을 인정할 수 없는 가족의 이야기, 쉽게 읽히는 이야기와 달리 들어있는 문제의 무게는 묵직했다.

p.20) "샘, 내가 무언가를 잘한다고 해서 꼭 그 일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 해야 하는 건 아니야. 그 일 말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을 수도 있다고."

p.23) 형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스냅챗 같은 어떠한 SNS 활동도 하지 않는 이유. 형은 정작 제대로 체험하지는 않은 채 사진에 그럴싸하게 담는 일에 몰두하고 밤낮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요즘 사람들을 도저히 못 봐주겠다고 했다.

p.41)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자'는 게 오래된 내 좌우명이지. 하지만 지역사회가 발전하려면 모두가 그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야 해. 서로 도우며 정답게 지내면서도 서로 이웃해 사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야 하지."

p.177) "언젠가 너희가 어른이 되면 저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게 될 거야. 주변에 힘든 시기를 겪는 친구들도 있을 테고. 어쩌면 그 사람이 너희 자녀일 수도 있어. 아마 그때는 너희 모두가 오늘 보여 준 행동을 떠올리며 그 아이에게 좀 더 잘해 주지 못한 걸 후회하겠지."

p.247) "자기가 아닌 존재로 불리는 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p.272) 형과 전화 통화를 하다 보면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형의 감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형의 겉모습은 조금씩 바뀔지라도 내면은 여전히 똑같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p.283) "어느 날 큰일이 벌어진 것 같아도 결국 그 일은 지나가게 마련이고, 훗날 그 일을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 후회하게 된다는 거야. "

샘은 기자들에게 큰 소리로 말한다.

"제이슨은 없어요."

"우리 형 이름은 제시카예요."라고.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눈물이 흘렀다.

이 문장을 적으며 나는 또 눈물이 난다.

형의 내면을 이해해준 샘이 기특해서인지, 자신으로 인해 가족 전체가 구덩이로 빠진 것이 죄스러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제이슨이 안타까워서인지, 샘과 제이슨의 마음은 상관없이 성공만 보고 뛴 엄마와 아빠의 변화때문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가슴 한 켠이 뭉클해졌고 가슴이 뛰었다.

다른 분야보다 청소년 문학에 더 관심이 많고, 더 많이 읽는 편이다.

청소년기 아이 둘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다.

청소년기를 넘어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가고 싶어 읽기 시작한 청소년문학이었는데, 이제는 마음을 넘어 아이들이 읽을 책들을 나도 읽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읽다 보니 '청소년문학' 책을 보면 가슴이 설레인다.

이 책을 찾아냈을 때도 가슴이 그렇게 설레였고, 읽으면서 뿌듯했으며,

저자 '존 보인'의 전작인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도 너무 궁금해졌다.

연작은 아니니 이 책을 먼저 읽든 전작을 먼저 읽든 상관은 없다.

다만 읽고 싶은, 많이 소개하고 싶은 청소년문학을 이제라도 만났으니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선입견이 가득차 있고, 편견도 심한 사람임을 안다.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마음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심심찮게 커밍아웃을 하는 작가들을 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그러려고 하는 게 아닌데 편견이 가득한 시선으로 따지듯 쳐다본다.

나는 퀴어축제를 가볼 용기가 없고, 응원할 용기도 아직은 내질 못했다.

사람들 모두가 다름을 인정하려고 노력한다 말하지만, 과연 내 아이가 성 정체성이 흔들릴 때 나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읽으면서 경멸의 시선을 보냈던 제이슨의 부모와 달리 이성적이고 현명한 조언과 선택을 할 수 있을거라 장담할 수 있을까?

나라면? 내 아이라면?

우리가 말하는 '정상'과 '비정상', 그리고 '같음'과 '다름'은 정답이 아니다.

나는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나는 '다수'인가 '소수'인가.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의 줄을 타며 삻을 살아가고, 다수에 속했다가 소수에 속했다가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 어떤 사람도 절대성을 부여받지 못한다, 우리는 불완전한 사람들이니까.

완전하지 못해 타인과 부대끼며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사는 것이다.

정답만을 외치는 사회에 길들여진 나는 아직은 성 정체성에 대한 부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그들의 행동에 대해 외면하지는 않으려 한다.

이렇게 책으로 그들을 만나며 나의 선입견과 편견을 한 움큼씩 바닥에 내려놓아 '다수와 다름'이 손가락질 당하는 일이 아님을 알아가는 행위를 해보려 한다.

소수의 그들이 나의 소중한 이들일지도 모르기에 앞장서서 날선 비난을 하지 않는 어른이 되어 보려 한다.

기발한 생각과 재미있는 상상이 샘솟는 세상이 되려면 다양함은 필수다.

다양함을 인정하는 세상은 소수자의 의견도 존중하는 세상이다.

그렇게 멋진 세상을 꿈꿔본다,

제이슨으로 살아도 제시카로 살아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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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머니에게 - 그때도 지금도 눈이 부실 그녀들의 이야기 | 책리뷰- 소설.문학 2020-05-1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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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백수린,강화길,손보미,최은미,손원평 공저
다산책방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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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외, 다산, 800 *

* 그때도 지금도 눈이 부실 그녀들의 이야기 *

* 실제 완독한 날 : 20.05.07

 

 

내 아이들의 할머니인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할머니'와 '엄마'의 연결선이 흐릿했던 오래 전의 기억들을 소환시켜 나왔다.

'할머니'란 단어는 나에게 '엄마'와도 같은 단어였다.

40대의 엄마에게 '할머니'란 호칭이 따라다녔다.

30대후반 낙상사고로 인해 뇌를 다친 엄마는 왼쪽 전체의 마비로 장애판정을 받았다.

마비된 한 쪽 다리를 끌다시피 걷는 엄마의 모양새와 갈라지는 목소리는 아이들에게 '할머니' 같았는지 그렇게 불렸다.

"할머니, 어디 가세요?"

"너희 할머니니?" 라는 물음들이 따라왔다.

할머니라는 명칭은 나에게 엄마란 명칭과 비슷했고, 할머니란 단어는 애틋하거나 푸근한 단어가 아니라 창피하고 듣기 싫은 단어였다.

우리 엄마에게도 어린 나에게도.


이 책의 제목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부터 할머니란 단어에 그리움과 살가움이 느껴지지 않는 나같은 이들도 있을까,하는 생각까지.

두려웠다.

나는 '할머니'란 단어에 꿈쩍하지 않는 인간인데,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을까,하는.

하지만 그런 생각은 책을 펼치기 전이었고, 책을 읽으며 나는 나의 엄마를 떠올린다.

남에게 할머니라 불렸던 그 시절의 엄마가 소환되어 작년의 엄마까지 이어진다.

그러다 그 모습이 나의 모습에 오버랩되어 펼쳐진다.

엄마의 얼굴이 내 얼굴이 되고, 엄마의 모습이 내 모습이 되어가는 과정.

엄마도 할머니가 되었고, 나도 할머니가 되겠구나..

할머니가 된 엄마의 모습을 되새김질하는 시간이다.

할머니가 된 나의 모습을 그려보게 되는 시간이다.

 

 

 

p.67) 오래전, 스스로 너무 늙었다고 느꼈지만 사실은 아직 새파랗게 젊던 시절에 할머니는 늙는다는 게 몸과 마음이 같은 속도로 퇴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몸이 굳는 속도에 따라 욕망이나 갈망도 퇴화하는. 하지만 할머니는 이제 알았다. 퇴화하는 것은 육체뿐이라는 사실을.

- 이 문장을 읽으면서 코끝이 찡해진다.

아, 얼마나 어리석고 아둔한 생각으로 살아온 나를 질책했다. 반성했다.

늙어가면 세상에 대한 욕망이나 이성에 대한 갈망 역시 없어질 거라는 선입견이, 사랑은 젊은 사람만의 특권인냥 당연시했던 철없음으로 상처받았을 그들에게 뭐라 사죄를 해야 할까.

이제는 더이상 젊다고 할 수 없는 나이를 꿰어 차니 이제야 알겠다.

몸이 늙어갈 뿐이지 마음은 변함이 없다는 걸..

몸은 따라갈 수 없지만 마음만으로는 그 어디라도 갈 수 있다는 걸..

몸은 흙으로 돌아가겠지만 마음은 둥실둥실 떠다니겠구나..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젊은 이들이 이런 나이든 이들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기 전에 나는 최선을 다해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야지, 생각한다.

주책없어 보이고 철없어 보이고 노망났나, 싶겠지만 남을 위해 나를 숨기고 나를 낮추는 일이 있지 않게 해야지, 생각한다.

세상은 젊어도 힘들고, 나이들어도 힘들다.

 

 

p.182) 그건 규옥이 지난 60년을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이었다. 근래 규옥의 몸에는 규옥이 생애 처음 겪는 일들이 어느 때보다도 극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허리에, 어깨에, 손목에, 혈관에, 어떤 기미처럼, 결과처럼, 시작처럼. 그것은 피부 표면으로 기어코 드러날 수밖에 없는 무슨 일인 것 같았다.

- 사실 겁이 난다.

젊었을 때, 나는 체력전에서 지지 않을 만큼 강했다.

날 꼬박 새도 출근에 지장이 없었고, 밤이 되면 아침햇살에 꽃봉우리를 여는 나팔꽃마냥 활기가 넘쳤다.

열정을 불살랐고, 건강하다고 자부했는데..

30대 어느 시점부터 나는 툭, 꺽어졌다.

모든 신체 기능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거기에 따라오는 것은 달고 사는 약들과 잦은 병원행이며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00 아파..'라는 말까지.

신체가 무너지니 마음도 무너졌다. 그렇게 나는 40대를 맞이했고, 그 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어도 나는 여전히 골골댄다.

무릎이 쑤시고, 어깨가 결리고, 담이 오고, 눈이 퍽퍽해지고.....

두려워졌다. 아직 반평생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아파대면 그때는 어떨지.

아직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 자꾸만 찾아오는 것이 적용이 되지 않는 날들이지만, 두려워 죽을 것 같지만, 오늘은 내 인생의 제일 좋은 날이니까 힘을 낸다, 처지는 몸과 마음을 달래가며..

 

 

'흑설탕 캔디' 할머니의 놓쳐버린 꿈, 잊고 있던 꿈에 대한 아련함.

내 것을 공유했어야만 했던 긴 세월이 회한으로 밀려와도 혼자 지키고만 싶었던 사랑 혹은 우정.

손녀의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을 항상 걱정하며 선을 지키라고 당부를 해주던 애틋함이 가득한 '선베드' 할머니.

엄마와 딸과 템플스테이를 떠난 여자, 그녀와 같은 사람일 수 없는 엄마와의 여행기.

그들의 이야기는 삶에서 놓쳤던 것들을 회상하고 얽혔던 것들을 풀어가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아련함이 묻어나고, 쓸쓸함이 묻어난다.

지나간 것들은 후회를 남기는 것들이 많다.

죽음으로 향해 걸어가는 노년의 이야기가 즐거울 수는 없을 테지.

그럼에도 조금 더 밝은 이야기를 기다렸다. 무의식적으로.

 

 

'할머니'란 단어 속에서 나는 과거를 뒤적이지 않는다.

지나간 과거에서 들었을 '할머니'가 아니라 앞으로 내가 들을 단어,' 할머니'를 그린다.

그래서 6명의 작가가 이야기하는 6편의 다양한 이야깃속에서 나는 '할머니'란 단어가 주는 과거적 모습보다 내가 살아낼 현재의 모습과 다가올 미래적 모습에 더 끌렸다.

그래서, 나는 앞의 이야기들의 그 어떤 이야기들보다 '손원평'의 「아리아드네 정원」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미래를 향해 갈 것인지, 어떤 후회가 남을 것인지, 어떤 바램이 남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조슴스럽게 하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p.204) 민아는 반평생 자신이 가보지 않은 삶이 혹시 정답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과 회한에 시달렸었다. 지윤을 만나 다행한 점은 인생에 정답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p.215) "늙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몰라. 변한다는 걸 빼곤 확실한 게 없으니까. 너희가 본 할머니도 마찬가지야. 이름은 지윤이지만 누구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지. 지윤인 가진 게 참 많았었어. 그런데 이제는 그것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단다. 자기도 모르게 사라져버린 이름처럼 말이야."

p.216) 잠이 많아진다는 건, 죽음과 가까워졌다는 뜻이 아닐까. 죽음. 완전한 끝. 사실 죽음이야말로 민아의 비밀스러운 꿈이다.

p.227) 젊었을 때 짊어졌던 고민들, 절망이 낳은 수많은 포기들, 그때의 사회가, 그때의 선배 세대가 남긴 자국과 굴레에 대해 얘기하며 해명하고 싶었다.

과거의 자신이 앞선 세대의 얘기에 전혀 동의하지 못했던 것처럼 이 아이들도 마찬가지라는 걸 민아는 알고 있었다.

 

책은 이야기에 담긴 현실적 조언과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노년- 콕 짚어 '할머니'라는 명칭으로 불리우는 노년의 여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흔하게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그들의 이야기들이 세월이 흘러 아무 것도 아니지 않게 잡아채 준 이 책은 존재만으로도 멋진 책이다.

 

 

우리 모두의 인생은 찬란하다.

그들의 인생도 찬란했고 지금 현재도 그렇다, 남에게는 보이지 않는 빛일뿐

보이지 않는 빛이라고 눈이 부시지 않으란 법은 없다.

눈이 부시게 아름답고 고달펐던 인생을 살아낸 분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남겨드린다.

수고하셨습니다, 진심으로....!

그리고 점점 빛이 사라지는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리라 마음먹는다. 살아가는내내 나는 눈이 부실 테니까.

 

 

* 이 책을 들고 엄마한테 갔다

책을 읽으니 엄마가 보고 싶어져서, 엄마와 함께 초록빛 뽐내는 책을 한 컷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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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동주 by 안소영 - 아름다운 시처럼 빛났던 청년, 동주 | 책리뷰- 소설.문학 2020-05-0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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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인 동주

안소영 저
창비 | 2015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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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동주 by 안소영 *

* 아름다운 시처럼 빛났던 청년 동주 *

* 실제 완독한 날 : 20.05.04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별처럼 반짝이며 빛나는 아름다운 시, 윤동주를 만나러 가는 길은 항상 울적하다.

그의 짧디 짧은 생을 알고, 그의 시를 알기에 그를 만나는 것이 쉬워야 하건만, 그와의 만남은 슬픔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나라의 식민지였던 조국에서 제대로 웃을 수도, 제대로 설레일수도, 온전히 시를 읽을 수도, 써낼 수도 없었던 그의 삼십년도 안 되는 인생 마디마디에 걸린 절절한 슬픔과 사무침이 떠난지 75년이 지난 지금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안소영 작가의 책은 『책만 보는 바보』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다.

독서모임 지정도서로 정하고 놓고 보니 그렇더라는.

사실 '책만 보는 바보'의 책을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숙제여서 읽어낸 정도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같은 작가라고 아는 순간 당황했고, 잘 읽어낼지 불안감이 달려들었다.

아니나다를까, 책장 넘기는 속도가 지지부진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가봐야했다.

'시인 동주'를 만나기 위해서, 버겁게 내려오는 눈꺼풀과 눈 속으로 스며들지 않는 활자들을 잡아채는데 사력을 다해야했다.

그렇게 노력하며 시인 동주의 연전 시절을 함께 보내고 있다.

그때가 1940년 12월이었다.

책의 절반까지 달려오니 점점 그과 헤어져야 할 날이 가까워온다.

저자를 따라 그를 만나러 다니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어쩌나, 어쩌나, 이 시간을 어찌 붙잡을 수 있을까.

 

뜬 눈으로 지샜다.

전 날 마음껏 자고났더니 졸리던 틈을 놓치고 나서는 잠도 들지 못하고 그렇다고 책에 집중을 할 수도 있는 것도 아닌 시간이었다.

새벽내내  이 책을 붙잡고 있었으나, 그 시간동안 읽어낸 것은 100여페이지정도.

내려놓지도 그렇다고 계속 읽어내지도 못한 긴 시간들.

긴 시간동안 나는 그를 손에 쥐고 어쩔 줄 몰라했다.

읽어갈수록 속도는 붙어지나 의도적으로 속도를 줄이는 나를 발견했다.

이유를 굳이 대라하면 그와 쉽게 헤어지지 못할 것 같아서, 그를 쉽게 보내기 싫어서라고 말해야겠다.

 

책은 천천히 윤동주의 발자국을 잔잔히 따라간다.

그 시절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그 상황을 설명하며 간다.

 

p.73)  이러한 때 일개 젊은이가, 더구나 식민의 땅에서 태어나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처지로 앞날을 그려 보고 계획해 보는 것이 무슨 소용 있을까. 무사히 공부를 마치고 세상에 나아가, 가족을 거느리고 살아갈 꿈을 꾸어도 되는 걸까. 어느 순간 자신들의 삶이 거대한 삽으로 송두리째 떠져, 다른 곳으로 휙 던져지거나 파묻히는 것은 아닐까.

p.117) 주머니에 있는 물건들을 그저 만지작거리고만 있는 것처럼, 동주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헐벗고 초로한 거지 아이의 얼굴을 한 조선은 그런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볼 따름이었다.

p.124) 동주는 결심했다. 잘못된 전쟁을 지지하고 동포들의 고달픔 삶을 외면하는 것이 문학의 길이라면, 가지 않으리라. 감투와 명성을 탐하고 궤변으로 자신의 행동을 미화하는 자들이 문인이라면, 되지 않으리라. 하나의 시어를 찾기 위해 수없이 버리고 취하는 연마의 과정이 저렇게 쓰이는 것이라면, 더 이상 쓰지 않으리라.

 

 

p.167) 집 앞 어두운 골목길에서, 사람들로 부대끼는 전차 안에서, 저물녘 산책길에서나, 역 앞에서 구걸하는 아이가 내민 손길에서도 문득 마주할 수 있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신은, 식민지가 되어 버린 조선 땅 어디에든 모습을 드러내었고 동주는 그분을 알아보았다.

p.237)  앞날을 그려 볼 수 없다면 현재의 불안한 삶에라도 충실할 수밖에……

- 식민지가 된 조국에서 살아가는 그에게 현재, 미래에 대한 불안이 글마다 넘쳐 흘렀다. 그의 앞에 던져진 현실은 어디든 피할 수가 없었고, 모른 채 할 수도 없는 끔찍한 주홍 글씨였다.

감히 그 시대를 상상할 수 조차 없지만 그럼에도 그 상황을 떠올려본다면 나의 경우는 어땠을지.. 감히 그 불안과 고민과 슬픔을 감내할 수 있었을지, 가당키나 했을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내 조국의 글을 우직하게 써 내고 담담한 문체로 아름답게 써 낸 그가 진정 조선의 국민이었음을, 진정한 애국자였음을..

그래서 '새로운 이면과 구호가 자리 잡기 위해 지식인 사회부터 길들여 나가야'하는 그들에게 반한 윤동주의 행실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보다 더 괴씸하고 용서할 수 없었을 테지..

조선어로 쓴 아름다운 시를 보며 위험하다 생각했을 테지, 자기들도 그의 시에 빠져들까봐.. 무서웠을테지.. 겁이 났을 테지..

 

읽어내 버리면 그의 삶이 저대로 끝나버릴까봐, 일부러 천천히 읽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글 속에서나마 그를 살리고 싶었다.

그의 삶이 짧디 짧은 생으로 끝났어도 여기서는 끝나지 않기를, 죽을 힘을 다해 어떻게든 버텨내기를 바라는 건 나의 욕심일테지만, 그럼에도 상황이 엎어지길 바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지막을 향해 가는 그와 그의 사촌을 보며 마음이 아팠고, 눈물이 났다.

조금 더 늦게 형무소로 갔으면 그들의 삶이 달라졌을까.

혹시라도 그럴까 싶어, 재판장에서 혐의를 부인했으면 했다.

간절히 바랐다.

 

이름 모를 주사를 맞은 날, 그는 기분 좋은 날이었다.

자신에게 생체 실험을 한 것을 모른 채 그렇게 그는 기분 좋은 날이었다.

안타까움에 목이 메인다.

뭐라 할 말이 없어 자판을 누르지 못한채 코끝만 찡해온다.

예전 이정명의 '별을 스치는 바람'을 읽었을 때도 이러했다.

눈물밖에 나지 않았고, 슬펐고, 아팠는데 또 그의 인생을 다시 밟으며 같은 행동을 한다.

그의 시간속으로 들어올 때마다 반복되는 이런 행동이 언제쯤이면 사그라 질 수 있을까.

 

p.277) 조선어는 쓸 수도, 쓸 곳도 없었다. 어떤 생각을 이어 가려 할 때마다 조선어와 일본어가 머릿속과 가슴속에서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뒤엉켜 애를 먹었다. 꿈속에도 조선어와 일본어, 어느 것을 말해야 할지 입을 떼지 못하다 가위눌릴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차츰 꿈도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말이라는 그릇이 없어지니 담아놓을 생각도 뜸해졌다. 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인생을 저리 짓밟고 어찌 너희들이 사람이라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죄책감 하나 없이 그렇게 사람을 상대로 그러했는지, 그러고도 얼굴 빳빳하게 들고 살았을 너희는 천벌을 받았을지.....

원통하고 분했다.

끓어오르는 그 무언가를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에 나는 가슴이 메여왔다.

알고 있는 단어들의 조합들의 시원찮음에 부족한 내 국어 솜씨가 원망스러웠다.

 

그의 인생을 따라 걷는 이 글 속은 적막한 숲길이다.

그의 산책길처럼 잔잔하게 길이 나 있고, 잔잔함 속에 흐느낌도 들어있다.

자꾸만 멈춰서서 그의 그림자를 찾게 된다.

나의 오른편에 있는지, 혹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지..

그의 아름다움 시구처럼 그는 글 속에서 다가오는 외롭고 조용한 청년이었다.

아름답고 슬픈 청년의 그림자가 내 곁에 올 때 나는 숨이 멈췄고 그때마다 나는 가만히 책을 엎었다,

그의 슬픔이 진하게 묻어져 그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게 될까봐.

그의 발자국이 슬픔에 잠기지 않고 계속 길을 나아가도록 이 책의 저자는 정성스레 길을 다듬어준다.

 

p.300) 먼저 떠난 두 벗이 꿈에도 그려 보았을 해방이건만, 지금 자신들이 하루하루 보내는 삶은 왜 이리 고단하고 바깥 세상은 왜 저리 질척거리고 어수선한지...'

- 현재의 모습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현재의 모습은 항상 시끄럽고 달콤한 사탕발림의 말들이 날아다닌다.

과거를 청산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진실된 과거를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알아아 하는 것, 그 잘못된 과거를 만든 장본인들의 진실된 사과와 그에 맞는 대우가 있어야 하는 것, 같은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게 잊지 않아야 하는 것..

그런 마땅한 것들이 이루어진 후에 과거 청산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아름답고 보드라운 그의 시를 보며 눈물이 지어지지 않는 날이 올 수 있기를...

웃으며 별을 헤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그의 넋이 조국의 땅에서 웃으며 쉬어갈 수 있게 역사에 당당한 나라가 될 수 있기를...

 

아름답고 아름다웠던 청년, 윤동주의 삶을 우리 아이들의 가슴에도 깊이 넣어주고 싶다.

그를 닮아 더 아름다워질 우리 아이들에게,

그를 닮아 더 자신의 인생을 사랑할 우리 아이들에게, 가만히 읊어준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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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by 코너 프란타 - 혼자라고 생각될 때 열어보는 포토에세이' | 책리뷰- 소설.문학 2020-04-2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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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Note to Self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저/황소연 역
오브제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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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by  코너 프란타 *

* 혼자라고 생각될 때 열어보는 포토에세이 *

* 실제 완독한 날 : 20.04.27

 

힘든 4월이었다.

하루 24시간동안 감정은 시시각각 변했고, 무엇때문인지는 알고 있으나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4월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싶은 포기와도 같은 마음이 다였다.

말하고 싶었다,

나의 이 우울함과 슬픔을, 무엇때문에 이런 좌절감을 느끼는지, 외로운지.

말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는 계속 빗금이 가고 있었고, 4월 18일이 다가올수록 더 깊은 수렁속으로 들어갔고, 그 이후로도 나는 헤어나오지 못했다.

 남이 안 봐주는 나를, 나 스스로 지켜내야 했다.

우울함과 슬픔이 나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기 전에 스스로 방어벽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간절히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공감을 해줄 책을 찾아 헤매며 에세이집을 읽어댔고, 4월의 하순을 달려갈 즈음 지금 이 책,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을 만났다.

 

 

저자의 note to self에는 정체성을 찾지 못한 청소년기와 커밍아웃 후의 사랑과 변화, 마음의 아픔등이 엮어져 있다.

정체성의 혼란스러움으로 인해 자신을 속이는 삶에 마음이 힘들었을 저자의 내면은 외로움과 고통, 불안함이다.

그 불안함과 우울, 외로움, 고통을 혼자 감내했던 것을 반성하는 그의 이야기에 나를 힘들게 하는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의 고통을 위로삼아 나는 일어서는 중이다.

 

300여페이지중 글 사이에 사진이 가득한 포토에세이집이다.

양장으로 편집된 예쁜 표지와 제목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는 책이다.

정성이 가득한 사진과 책은 조금은 시크한 글과 만나 중성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각각의 에피소드 사이마다 수록되어 있는 사진들은 일상적이나 전혀 일상적이 아니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인데도, 너무 멋진 시선으로 본 건물과 사물들인데도 사진 속에서 외로움이 보인다.

사진 속에서 나의 우울과 슬픔과 고독함이 보여 눈을 뗄 수가 없다.

보고 또 보느라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어 사진이 절반이상인 이 책을 6일동안 잡고 놓지 못했다.

그렇게 눈을 못 뗄 사진들을 두고서도 50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작가의 이력과 젊은 나이에 대한 이질감 때문일까,

책의 초반부를 읽고 있는 지금 젊은 외국 남성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글보다 사진이 더 눈에 들어오는 또 다른 이유이다.

나의 감성과 평행선을 걷고 있는 이야기가 교차점이 생기기를 바라본다.

저자의 말처럼 '인생은 감정의 경험이니까', 그의 경험과 나의 경험이 통할 수 있기를 말이다.

 

p.34) 요즘 나는 삶이 버겁고 어떤 감정에 압도될 때면,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되새긴다.

(...) 아무리 큰 두려움이 덮친다 해도 누구도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은 서로의 곁을 지킨다.

p.46) 다른 사람이 불편해할까 봐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마. 네가 네 자신에게 '아니'라고 말할수록 포기는 일상이 되고 넌 진정한 너에게서 점점 더 떨어져 나가게 돼. 원하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다간 오랫동안 네 자신을 잃게 돼.

p.211) 몸매 가꾸는 데는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면서 마음 가꾸는 데는 시간을 투자하면 안 되는 걸까? 머리를 자르거나 마사지를 받거나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는 사람은 비난하지 않는데, 마음이 아파 병원에 가면 왜 이상한 사람 취급 받아야 할까?

 

흐르는 감정을 적어낸 글들부터 불안하고 우울했던 10대와 20대초반 이야기들까지.

생각보다 읽어내기가 버거웠다.

청소년기 소년의 일기장을 열어본 것 같은 느낌, 청년기 남성의 예민한 손길이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을 읽는 내내 따라왔다.

읽으면서 내가 꼰대처럼 느껴져 짜증스러웠고, 내 속의 편견과 선입견이 민낯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불편했다.

 

편견없이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이성에게든 동성에게든 '사랑'이라는 감정은 공통적일 테니까.

글 속에 사랑이 애탄다.

사랑에 목말라하고, 사랑에 온 마음을 바치고, 사랑때문에 울어대는.

사랑이 온 우주의 전부인 젊은 이의 마음.

사랑은 젊음의 특권이다

세상을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는 세대가 되어있는 나는 젊었을 때의 '사랑'과 지금 아는 '사랑'을 같다고 표현하지 않기에.

이제는 '사랑'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많은 가치들도 중요함을 알기에.

사랑을 미치도록 외쳐대고, 울어대는 그가 부러우면서도 온 마음을 다해 다시 품고 싶은 마음은 아니라며 자조적 웃음을 내비친다.

 

p.68) 전자기기는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 휴대용 장벽이다.

(...) 원래 이 기기들은 우리를 연결하려고 존재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장벽이 되어버린다.

p.123) 누구도 친절하게 말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곳은 방구석에 틀어박힌 폐인들이 자신의 비틀린 만족감을 위해 남들을 끌어내려 물고 뜯는 놀이터다. 이러한 온라인 활동은 실제 삶으로 스며든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그런 혐오는 숨길 수 없다.

- 온라인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크리에이터가 말하는 테크놀로지는 비판적이다. 아이러니하다.

그의 글를 통해 세상으로 향한 목소리는 가까이 하면 좋을 것 없는 세상이다.

그러한 곳에 발을 넣고 내향적이라고 소개하는 저자,

분명 믿는 구석,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긍정적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 긍정적 이유에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 들어있을수도 있고 말이다.

'우리에게 선의를 베풀 능력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사랑, 친절, 공감을 퍼뜨려야 한다'라는 사명감 넘치는 행동처럼 말이다.

 

p.135) 좋은 날들은 절대 잊지 말자. 그런 날들은 목걸이처럼 줄줄이 꿰어 보물처럼 간직하다가 좋지 않은 날에 떠올리면 좋다. 가끔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이렇게 단순하고 평범하면서도 행복한 날들이다. 줄에 꿰이지 않고 찾아오는 뜻밖의 날들. 조화롭게 섞인 가운데 톡톡 튀어오르는 날들. 모두 그 자체로 감사하다.

(...) 한동안 나는 멀리 달아나면 문제를 뒤로하고 그 무게를 잊을 수 있다는 그릇된 환상에 빠져 애를 썼다. 틀렸다. 완전히 틀렸다.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문제를 마주하는 것이다.

p.160) 상황이 갑작스레 나아지는 마법은 없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내가 나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도 스스로 반창고를 붙이지 않는 이상 가슴은 아물지 않는다. 스스로 짐을 내려놓지 않으면 홀가분해지지 않는다.

(...) 인생이란,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여전히 몰라도 새로운 길과 교통편을 찾아내고 도중에 울퉁불퉁한 굽잇길,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겪어가면서 곳곳에 놓인 온갖 장애물을 만나는 일이다.

-에피소드중 <탈출>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페이지였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피하고 싶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어디로든 지금 이 자리를 피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럴때마다 여행은 젊은 시절 여행을 자주 가보지 못한 나에게 환상을 품어주었다.

하지만 여행은 잠시 멈춤이었다.

다른 곳에 있는 사이 일상은 멈춰있다가 복귀하면 시간은 돌아갔다.

해결되는 문제는 없었다. 여행지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수시로 고개를 들어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그저 문제를 잠시 뒤로 미뤄 놓을 뿐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지금은 여행이라는 과정에 대해 환상을 갖지 않는다.

잠시의 위안과 안도감을 위한 도망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나의 자리에서 문제는 기다리고 있음을...

우리의 인생길이 굽이길이 나와 한참을 돌아가더라도, 낭떠러지같은 내리막길이어서 앞이 캄캄해지더라도, 생각지 못한 장애물에 걸려 넘어져 심하게 다치더라도 나의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달라질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만 한다면 방향은 몰라도 괜찮다. 중간에 나타나는 퍼즐 조각을 줍고 지식을 쌓고 배워가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p.222)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무한 끄덕임으로 공감을 표시한다.

- 나의 5년 후, 10년 후는 어떨지 알 수 없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내일이 어떨지도 모르는데 1년, 5년, 10년이 가늠이나 될까.

숫자의 변화로 지금보다 더 우울감이 가득할지도 모르겠고, 그동안 생각해온 것들을 이루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꾸준히 내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나아간다고 믿으면 되지 않을까.

나도 note to self를 작성해볼까.

나 자신을 신뢰하자.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믿자.

나를 조금 더 사랑하자.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마음을 표현하자.

내가 나를 믿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저자의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이 보고 싶어진다.

그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을지, 미래의 그에게 보낸 편지의 모습처럼 지냈을까,하는.

누군가의 미래 모습이 보고 싶어지는 것은 애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다시 나올 그의 note to self 두번째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조금은 덜 흔들리고 덜 외로워하며 더 성숙해진 모습을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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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by 이도우 - 연둣빛 돋는 봄날 펼치고 싶은 책' | 책리뷰- 소설.문학 2020-04-2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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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저
시공사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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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by 이도우 *

* 연둣빛 돋는 봄날 펼치고 싶은 책 *

* 실제 완독한 날 : 20.04.04

 

파릇한 연두빛 싹들이 돋아나는 계절이다.

온 몸과 마음까지 움츠러드는 계절이 지나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입가에 걸리는 계절이다.

날이 좋아 행복하고 좋은 날이 계속되니 또 행복해지는, 그런..

마음 속에 간직한 소중한 이에게 "날씨가 좋아서 보고싶어져. 보러갈께."라고 멘트 한 번 날려주고 싶은, 날이 좋아 기분까지 환해지는 날들이다.

그렇게 좋은 날들 속에 날이 좋아 소중한 이가 생각나서 기분이 우울해지는 날 또한 찾아온다.

그럴때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책 속에 숨는 방법을 찾는다.

무겁지 않고 최대한 머리가 가벼워질 수 있는 책을 찾아 숨는다.

딱 지금 만날 책이다.

숨기 위해 만난 책에서 나는 행복하고, 위안을 받는다.

따뜻한 말과 문장에 나는 힘든 마음을 잊었다.

그 마음을 마음 드는 문장이 있는 페이지에 쏙 넣어둔다.

예쁜 글 속에서 깨끗하게 정화되어 다시 내 마음으로 들어올 수 있게.

 

책의 문장을 뽑으러 다시 책을 펴든 순간 나는 다시 설레인다.

어느 문장을 내 리뷰에 담을 수 있을까, 하고서 말이다.

책을 펼칠 때 몸으로 전달되는 미미한 떨림과 두근거림,

기분좋은 흥분감이 온 몸을 찌릿하게 만든다.

책에 대한 나의 마음이 다독보다는 정독, 재독으로 조금씩 옮겨간다.

좋았던 책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이러하고, 좋은 책을 발견했을 때의 감정이 분명 이러할테니.

 

26- 별거 아니라고, 이런 데 연연하면 일 못하나고 다들 말했지만 더는 잘 되지 않았다. 없었던 일인 셈 치라고 해도 언제나 있었던 일은 있었던 일이니까. 생각해보면 꼭 그 아이 탓만도 아니었다. 그간 차곡차곡 누적돼온 것들이 넘쳐버렸기 때문이고, 타이밍이 마침 그때였을 뿐.

119-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말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렵다. 그렇게 섞여 있는 진짜와 거짓은 알아차리기 쉽지 않으니까.

134- "보지 말라고 하면 안 보면 좋잖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면, 안 해야 하는 거잖아. 왜 어기는 걸까?"

"금기는 지키기가 어려우니까."

190- 인간은 지도를 바라보는 판타지가 있다. 꼭 보물섬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더라도, 어딘가 내가 꿈꾸던 완벽한 장소와 대상이 존재할 것만 같은 절실하고 아름다운 오해가 있다.

257- 그때만 해도 건강했는데.

아니, 그때도 몸에는 병이 있었지만 저는 몰랐으니까 건강하다고 믿을 때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 병을 알 때까지는 건강한 사람이니까요.

268- 타인의 배려를 받고 신세를 진다는 건 고마운 일이면서도, 결국은 인생에서 크고 작은 빚을 만들어가는 일일 테니까.

271- 하지만 아픔의 크기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많이 아프다고 누구나 세상을 버리는 건 아니었고, 남은 사람은 덜 아파서가 아니라 살아가려고 끝까지 애썼기 때문이었다.

330- 아이가 여러 번 읽은 책을 또 골라 온 걸 보면, 어른이나 아이나 마음이 힘들 때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이 진짜 '인생 책'이 아닐까 싶었다.

375- 멈추지 않는 적의는 언젠가는 뒤틀리기 마련인 걸까. 좀처럼 행복할 수 없는 인간들이 가장 손쉽게 자기 인생을 합리화하는 방법. 가까이 있는 누군가를 집요히 미워하고 질투하고 원망하는 것….

 

책방? 알 게 뭐야. 사랑하는데 책 따위가 필요할 리 없잖아.(p.278)

- 은섭의 이런 표현, 아.. 너무 좋다...

사랑하는데 책이 대수인가 뭐....

이렇게 심플하면서 세련되면서 츤데레같은 멘트,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잖아.

물질에 빠져 허우적대느라 '사랑'이란 감정에 도끼눈을 치켜뜨는 나를 질책하는 말을 서슴없이 뱉어내는 은섭이를 어쩔까.

정말 얼마만에 탐나는 이성인지, 해원이가 부러워지니 어쩐다.....

 

253- 책들을 기획하고 쓰고, 그리고, 사진 찍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정성 들여 제작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다 소중해 보인다. 진심이나 진정성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세상에 좌절할 일이 없겠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으니 결국은 추릴 수밖에 없다. 모두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기뻐하거나 실망하거나,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 작가를 꿈꾸고, 1인출판사를 꿈꾸는 나에게 책의 소중함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책 한 권마다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노력과 시간이 들어있음을 자꾸 잊어버리는 나에게 위의 문장은 다시 한 번 무겁게 다가왔다.

 

요즘은 가끔 책을 읽다가 그런 생각을 한다. 분야를 나누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을까,하는.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자기계발서에서 본 것 같은 문장들이 툭, 툭 튀어나온다.

또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니 굳이 애써 찾아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단, 이야기속에서 그 어떤 문장들을 찾아내는 것은 '마치 한밤에 푸는 두근거리는 수수께끼'(p.208)와 같아서 쉽지 않은 과정이긴 하다.

그 험한 과정을 조금 쉽게 가기 위해 분야를 나눠놓을 수도 있겠구나.

 (궁금해 하는 것들에 스스로 답을 다는 자급자족의 글쓰기를 하는 나는 내 행동에 어처구니없어 나도모르게 콧방귀를 뀐다,허허...)

 

인연이라는, 운명이라는 단어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살려고 노력한다.

하고자 하는 일들이나 해 온 일들에 당위성을 부여하여 스스로 한 선택을 합리화시키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관계나 물건과의 관계, 그 외 살아있는 생명과의 관계에서 최선을 다해 인연론에 빠지지 않으려 애쓰지만, 유독 '책'이란 사물에게는 너그러운 내가 된다.

이 책 역시 그랬다.

첫 만남때 이 책을 완독해내지 못했다.

남녀의 살짝 오글거리는 이야기, 전혀 읽어내지 못할 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무척이나 기대했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조금은 실망하며 읽었던 기억과 함께 그때의 나는 현실에 치여 가슴을 간질이며 다가오는 그런 류의 이야기에 날을 세웠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는 세상은 저렇게 순수하고 따뜻하고 사랑스럽지가 않았다.

때가 덜 묻은 듯한 사랑, 세상과 담 쌓은 듯한 사랑 이야기가 어색했다.

노련함과 세련미가 가득한 어른들의 사랑에 익숙해져버린 것 같은 나를 손가락질하고 질책하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못난 생각들과 마음들이 들춰지는 것 같았다.

반절도 읽지 못하고 덮어버렸다.

그렇게 패스했던 책을 드라마로 방영하는 것을 보며 원작에 다시 도전해보고 볼까, 싶었다.

그러고서는 '인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나의 마음과 그 인연될 것과의 마음이 연결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구나.

그때 못 읽어낸 이 책에 나는 무수히도 많은 포스트잇을 붙여대며 끝나는 것이 아쉬워 최대한 천천히 마지막으로 달려갔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별반 다름이 없고, 나는 좀 더 세속에 빠져 있지만 이 책의 순수함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겼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시간 사이 '바쁘게 살다 보니 잘 안 되는'(p.296)것도 있지만, 기분에 취해서 던지는 말들에 어느 용량이든지 진실은 항상 섞이는 법이니 관계에 연연하지 말자며 의연해진다.

 

책방지기가 밤마다 날려주는 굿나잇 인사처럼 인생에 날려주는 굿데이 인사를 마지막에 넣어본다.

우리 사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과 부디 행복하자.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미리 애쓰지 않아도 어차피 우리는 떠나.

 그러니 그때까지는 부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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