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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수업-오종우]빵과 장미, 그리고 한 권의 책, 한장의 그림 | Memento 2018-10-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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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예술 수업

오종우 저
어크로스 | 2015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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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 그리고 한 권의 책, 한장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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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 옛날 노동자들은 '빵과 장미'라고 답했다. 우리는 동물이다. 또한 인간이다. 매 끼니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만 한다. 생존을 위해서 필수다. 하지만 밥이 전부는 아니다. 장미도 필요하다. 빵은 기본이고, 장미는 필수다. 이 두 가지, 생존권과 평등권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기본이다. 여기에 나는 감히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한 권의 책, 한 장의 그림이다. 장미에 포함되는 하위 개념일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추가해야 한다고 믿는다. '인간다운' 삶에 있어서 예술은 필수다. 복에 겨워 배부른 소리라 할 지 모르겠다. 하긴 기초수급자가 돈가스 먹는다고 신고하는 세상이니, 예술을 기본적으로 향유해야 한다고 하면 세금 아깝다고 질겁할지 모르겠다. 확실한 점은 예술은 "인류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소멸한 적이 없"었다. "쓸모가 컸기 때문(p.404)"이다.

 

사실 예술 하면 겁난다. 무지에 따른 두려움이 크다. 어려운 이야기 몇 개 주워 섬겨 알더라도 작품을 감상할 단계 이른 다는게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빨리빨리 마인드도 영향이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오렌지 하나, 사과 하나. 도무지 알아보기 힘든 색과 점과 선들. 머리속은 하얗게 타오른다. 서서 보는 내내 다리도 머리도 저리다. 뭔가 아는 척은 해야겠고, 사람들은 길 막지 말라고 보채는 것만 같다. 저자는 나에게 다독인다. "예술의 실천은 체험되는 데 있(p.287)"다고. 예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게 많고, 감히 내가 알려고 해서는 안되는 위대하고 신비한 존재로 느꼈다.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오종우 교수는 <예술 수업>에서 말한다. 겁내지 말고 천재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고. 주눅 들지 말고 거기에 담긴 새로운 "시선"을 보라고 말한다.

 

'왜 시선인가?'라는 의문을 가진 채 오종우 교수의 차분한 설명을 따라 가 보면 이 질문은 '왜 예술이 필요한가?'에 도달한다. 바로 창조성과 독창성이다.

 

"전에 없던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더라도 그것은 완전히 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이해해서 구성하여 나오는 것입니다. 대상이 새로운 시선으로 파악되어 이전과는 다른 대상으로 거듭나는 것이 창조입니다. 과학의 발견 역시 없던 것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있었지만 몰랐던 것을 알게 된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창조성은 독창성을 뜻합니다. 대상이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이 창조되는 것이지요. p.230"

 

창조성, 독창성 하니 학문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 게 그렇듯 익숙해지면 게을러진다. 그래서 "일상이 되면 삶의 가치마저 잃기 쉽상(p.371)"이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익숙해지는 것, 그것은 첫 시선의 생생함을 잃는 일(p.369)"을 피할 수 있다. 새로운 시선으로 나의 일상을 돌아봄으로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그렇게 "예술은 사람들의 고뇌와 고통을 이해하고 인간의 가치를 해석해 삶의 전망을 밝(p.16)"힌다. "가상과 실재가 혼재한 삶(p.343)" 속에서 우리의 꿈을 체험케 한다. 망상이나 몽상으로 그치지 않고,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선채 하늘을 우러러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오래된 꿈""절망(p.215)"이다. 예술은 오래되고 허무한 꿈이 아닌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시선을 준다.

 

빵과 장미, 그리고 이를 풍요롭게 한 권의 책, 한 장의 그림이 필요하다 믿는다.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 작은 도서관을 짓는다. 독서 프로그램도 늘리고 있고, 바우처 시스템도 있다. 그럼에도 작은 극장, 작은 미술관이 더 많아져서 우리가 당연히 함께 누려할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삶의 힘, 예술의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나 역시 부지런히 '시선'을 따라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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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사람들의 고뇌와 고통을 이해하고 인간의 가치를 해석해 삶의 전망을 밝히는 인문학의 전위에 있습니다. 예술은 인문학적 사유의 출발점을 놓지요. p.16

부디 이 책을 읽는 일이 하나의 '사건'이 되기를 바랍니다. p.18

우리가 창의력, 창의성이라고 할 때는 보통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기존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렇게 단순히 새로운 시각만을 강조하는 것은 몹시 위험합니다. 그것은 자기 확대에서 비롯되는 자기 함몰, 즉 자신만의 세계에 유폐될 위험을 안고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자기 욕망의 발현에만 치중하는 탐욕을 부릴 가능성이 농후(p.24)하기 때문이죠. 창의성은 단순히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독특한 생각을 뜻하지 않습니다. 망상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p.25

진짜 창의성을 갖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꼭 필요합니다. 먼저, 전문성입니다. ... 다음으로는, 그 대상을 향한 애착입니다. p.25

사람들은 너도나도 독창적인 인간이 되겠다는 열망(p.28)에 사로잡혀, 다른 생각을 바른 생각보다 더 높게 평가하고 특이한 행동을 정직한 자세보다 더 바람직하다며 칭찬하고 있지요. 이 시대에 창의성이라는 가치는 그 말이 오염되어 되레 창의성을 죽이고 있습니다. p.29

지적인 개념이 예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 수업 전체에 걸쳐 차츰차츰 밝혀나가겠지만, 예술을 통해서 지식이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p.40

요점은 기성과 타성에 젖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이라는 자신의 작품을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만들어나간다면 그 역시 예술가의 속성을 지닌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의 근본성질 가운데 하나가 세상과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며 창조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p.42

예술의 반대말은 추함이 아니라 '무감각'인 것이죠. 뛰어난 예술작품은 무엇보다 우리의 감각을 되살립니다. 그래서 그런 예술작품을 접하면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p.43

우리가 사는 세상은 두 개의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질세계와 여분세계. 실질세계는 쉽게 말해서 먹고사는 일들로 형성됩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세계인 셈이죠. 그래서 이 영역에서는 사람들이 무척 바쁩니다. (p.44) ... 휴식을 찾습니다. 오락이나 여행 등을 통해 여가를 즐기며 다시 실질세계를 살아갈 힘을 충전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여분세계가 형성됩니다. p.45

실질세계는 사실 픽션, 곧 꾸며 만든 세계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질서는 절대자 신이 우리에게 강제로 부여한 절대규율이 아닙니다.(p.51) ... 사람들이 언제나 더 좋은 삶의 양식을 만들고자 능동적으로 구축한 고안품인 것입니다. p.52

예술은 여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을 이루며,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는 실질세계와 긴밀하고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p.55

문화가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예술입니다. ... 인간이 자신이 처한 삶과 환경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가 곧 예술이라는 점이죠. 이것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예술의 성질입니다. p.92

예술은 그렇게 여분세계에서 실질세계를 창출합니다. 문화의 실질세계에 안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죠.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예술이 늘 문화의 패턴을 확장합니다. 요컨대 예술은 문화를 형성하는 핵심이면서도 그 패턴에 결코 종속되지 않고 새로운 사고를 탄생케 하는 가장 능동적인 원동력인 것입니다. p.94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 생기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모른다는 점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즉 겸허하기 때문입니다. p.119

인류의 역사는 사람들이 대면하는 자연과 우주, 그리고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한 자취를 말합니다. (p.122) ... 자연을 자신들이 살아가기 위한 환경으로 바꾸기 위해 인간적인 해석으로 수용하려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질문했습니다. 예술이 탄생하는 근본동력도 바로 그 질문입니다. ... 묻는다는 것은 살아 있음을 뜻합니다. ... 질문한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능동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 질문은 사유의 한 행위로, 이미 결정되어 있는 개념이나 미리 규정되어 내려오는 가치 들을 선험적으로 무조건 수용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질문은 삶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한계 짓는 체제를 거스르면서 생명의 자연스러(p.123)움을 회복하는 행위 입니다. ... 또한 질문하는 일은 반성한다는 의미입니다. 반성한다는 것은 판단의 조건들을 성찰하고 사유한다는 것으로, 곧 돌이켜보는 일이죠. 반성은 모두가 확고하다고 여기는 현재의 질서에서 잠시 벗어나는 질문입니다. ... 만일 관심이 없다면 질문이 생기지 않습니다. p.124

문자는 반복을 통해 소통을 위한 도구로서의 특성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과정을 거쳐서 차이를 없애고 동질의 부분을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어법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여분세계를 줄여 실질세계로 진입한 것입니다. (p.134) ... 이제 문자는 대상을 성찰하고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밋밋하게 가리킵니다. 문자가 탄생할 때 지녔던(p.135) 생동감과 생명력은 흔적만 남고 상실된 거죠. 여분세계가 사라진 현상입니다. 그러나 언어를 조금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세상을 더 깊이 성찰한다면, 언어의 근본속성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예술적인 성격으로 말이죠. 문자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시적인 성질, 예술적인 상상력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럴 때에야 일상생활에서 여분세계를 누릴 수 있습니다. p.136

농인은 원래 청각장애인을 낮춰 부르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 용의 귀를 가졌기에 사람의 소리는 못 듣지만 용이 듣는 다른 소리를 듣는다는 겁니다. p.136

예술은 자기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예술언어는 작품 내부에서 생겨나 작동하는데, 그것이 작동하는 토대가 바로 비례와 척도입니다. (p.144) ... 비례와 척도는 단순히 수치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가치평가와 관련됩니다. p.145

예술은 어쨌든 인간의 행위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양식은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이자 주제입니다. p.146

드라마가 극적이기 위해서 기본법칙이 작동합니다. 그것을 이른바 3일치라고 합니다. 즉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시간과 공간과 행위의 일치를 요구합니다. p.151

대화는 동일한 주제를 놓고 상이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p.157)을 가리킵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기에 어떤 문제에 대해서 각기 다른 견해를 내놓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듯이 말이죠. 그럼에도, 즉 견해가 서로 다름에도 대화가 지속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며, 바로 여기에서 대화의 정신이 나옵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면서도 대화를 나누는 행동은 무엇보다 상대를 존중해야 가능합니다. 자기 견해와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거부한다면 대화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때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가 무조건 옳거나 완전할 수 없기 때문에 시야가 넓어집니다. 이런 게 대화이고, 거기에 대화의 정신이 담기는 것입니다. 자기 주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타자르르 통해 자기 시야를 넓히는 행위, 그것이 대화입니다. p.157

드라마는 파국을 통해서 작품 전체의 의미가 드러나 완결되는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를 우리말로 풀어 번역할 수 있다고 봅니다. '끝을 향한 힘'이라고 말이죠. p.159

사람의 정신력은 난관에 부딪혔을 때 발현됩니다. ... 슬픔을 알지 못하면 경박해지기 쉬운게 인간이니까요. p.165

비극의 행동이 '완전하다'는 뜻은 비례와 척도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비극의 행동은 열정, 능력, 그리고 추구하는 가치가 조화를 이루어 인간의 고귀함을 보여줍니다. 영웅은 초능력을 지닌 슈퍼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웅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의 가치를 보존하는 인물을 뜻합니다. 반면, 희극은 비례와 척도의 차원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합니다. (p.168) ... 희극은 완전한 조화를 이루어 행복한 결말을 보여주는 거룩한 작품도 있지만, 주위에서 흔하게 보듯이 대체로 비례와 척도의 차원에서 불일치를 이루어 우스꽝스러(p.169) 광경을 연출합니다. p.170

사전을 보면 유니버설이나 제너럴 모두 '보편적' 또는 '일반적'으로 번역하면서 '세상에 두루 통하고 널리 퍼져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합니다. ... 어원을 살펴보면 유니버설은 단 하나의 것unus으로 귀결된다vertere는 뜻을 지녀서 하나가 곧 전체라는 의미입니(p.177). 제너럴은 같은 종류genus가 널리 퍼지다rate, 동일한 종이 여기저기 많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유니버설은 하나가 세상에 두루 통하여 전반적이라는 단어이고, 제너럴은 같은 것들이 아주 많아 전반적이라는 낱말입니다. ... 제너럴한 듯 보이지만 유니버설한 것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생명체 ... 사랑 ... (p.178) ... 예술이 그렇습니다. ... 따라서 개개의 것을 일반으로 환원해서 보는 흔해 빠진 통념은 죽은 사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것 자체에 자신의 척도가 있습니다. ... 이에 반해 제너럴의 성격을 띠는 대표적인 예로 이데올로기를 들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고 같은 부류만을 허용하는 ... 또한 제너럴은 경쟁이라는 문제를 낳습니다. p.179

음악을 이루는 근본은 리듬입니다. 물론 화음과 선율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아프리카의 토속음악까지 모든 음악을 음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근본원리는 리듬인 것입니다. p.195

어느 예술작품이나 꿈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p.209) ... 꿈의 실현, 풀어 말해서 꿈이 현실이 되는 것, 그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을 기반으로 해야만 가능합니다. p.210

살아가면서 꿈은 언제나 필요하지만, 막연한 꿈은 희망을 안겨주기보다는 절망을 낳습니다. 절망은 꿈의 반대말이 아니니까요. 오래된 꿈이 절망입니다. p.215

우리는 그림에서 화가의 시선을 봅니다. 거기에 그려진 사물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 대상을 바라본 화가의 시선을 보게 되는 것이죠. ... 예술가의 새로운 시선을 느끼고 나서 다시 그 대 상을 보면 없는 줄 알았던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됩니다. p.222

전에 없던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더라도 그것은 완전히 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이해해서 구성하여 나오는 것입니다. 대상이 새로운 시선으로 파악되어 이전과는 다른 대상으로 거듭나는 것이 창조입니다. 과학의 발견 역시 없던 것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있었지만 몰랐던 것을 알게 된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창조성은 독창성을 뜻합니다. 대상이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이 창조되는 것이지요. p.230

미술사는 바로 시선의 변화사입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하는 것을 미술의 흐름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p.230)래서 미술사는 곧 문화사이기도 합니다. 시선에는 세계관이 담기니까요. 새로운 세계는 새로운 시선을 말합니다. p.231

형상은 단순히 거울처럼 대상을 비추어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정신이 각인된 것입니다. 새겨서 기억하는 것이죠. p.234

피카소의 형상을 보면 그동안 우리는 우리가 자각하는 시선이 아니라 관습적으로 그래야 하는 시선으로 사물을 봐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이처럼 여러 개의 시점으로 대상을 지각하는 것은 대상의 본모습을 더욱 성숙한 관점에서 이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p.243

물화한 세계의 문제는 현실성을 상실한다는 데 있습니다. 물화한 인식은 대상을 계량화해서 보며 그것을 객관적인 현실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대상의 본질을 덮는 수치로 사물을 파악하여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게 물화하면 각각의 개성은 없어지고 영혼도 소멸합니다. p.254

예술은 의미와 해석의 문제로, 현실과 일대일로 정확하게 대응한다고 인지되는 영화는 예술이 되기 어려웠습니다. ... 의미가 생기려면 선택이 가능해야 합니다. 자동적으로 그것이 그것이라면 의미는 없습니다. 그것이 이것이 아닌 까닭에서 의미가 생깁니다. ... 당연하다고 여기는 곳에는 의미가 없죠. ... 우리는 과학기술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렇지만 과학기술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까요.(p.267) ... 감히 넘볼 수 없는 과학기술에 찬사를 보내며 그것에 적응하려고 급급합니다. 그럴 때 과학기술은 이미 종교가 되어버립니다. (p.268) ... 종교의 기본속성은 믿음입니다. 어떠한 의심도 없어야 종교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 이는 대단히 비과학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성을 가지고 따지는 태도에서 과학이 발전했다는 사실을 잊은 것입니다. (p.269) ... 영화가 탄생했을 때 과학기술의 신빙성은 영화를 예술로 보기 어렵게 했지만, 시네마토그래프가 현실을 아무리 정밀하게 기록한다 해도 그것은 진짜 현실일 수 없습니다. 의미를 찾을 필요가 생긴 것이지요. p.271

기억은 옛날이 아니라 현재에 살아 있는 과거로, 미래를 여는 힘입니다. p.280

타르콥스키는 영화를 찍는 까닭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2차 언어의 굴레를 벗어나 원초 언어를 회복하겠다는 겁니다. "우리 인간 존재의 잃어버린 원천을 다시 찾으려 했다. 말은 무술적 차원과 마법에 홀리게 하는 차원을 상시랗고, 말이 한때 가졌던 신비한 역할이 사라진 오늘날, 이미지는(p.281) 말보다 그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 말은 점차 내용 없는 잡담으로 변질되었다. 말은 더 이상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질식할 정도로 많은 정보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소식들은 우리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p.282

예술의 실천은 체험되는 데 있습니다. p.287

가상과 실재가 혼재한 삶, 그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형편인 현실인 것입니다. p.343

기교가 곧 예술이지 않습니다. 예술에는 언제나 성찰이 함께해야 하지요. p.344

현대예술이 난해하고 기이해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가상과 실재가 구분되지 않는 우리네 현실을 진실하게 대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p.349

우리는 흔히 사실과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이 곧바로 진실이 될까요. (p.350) ... 사실이 진실이 되지 못하는 진실, 그리고 사실은 삶에서 실재가 되기도 하고 가상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 의미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되는 것입니다. p.359

현대에 올수록 사실과 진실은 더욱 괴리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의 예술은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사실들을 더욱 비틀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현대예술이 난해하고 기이해진 것이지요. p.360

예술작품이 아닌 모든 것은 이것으로 끝납니다. 그래서 그것을 알고 나면 다 된 것입니다. 그러나 예술작품에서는 내용이 차차 분명해져도 의미가 확실해지지 않습니다. p.363

익숙해지는 것, 그것은 첫 시선의 생생함을 잃는 일입니다. 모든 사물은 첫 시선에 포착될 때 가장 생기 있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익숙해지면 그 생기는 시들다가 끝내 소멸하고 맙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대상이 아니라 시선인 셈입니다. p.369

타력이 붙어 관습화하면 그것의 의미를 삭제한다는 점입니다. p.370

여행은 원래 살던 곳의 진부한 삶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합니다. ... 여행은 당연한 삶을 낯설게 만들어서 생동감을 되살립니다. 일상이 되면 삶의 가치마저 잃기 쉽상입니다. p.371

퍼포먼스는 예술이 사물화 하는 것에 저항합니다. 예술작품은 원래 완성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의미를 발산하는 것입니다. 예술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의 성질을 띠죠. ... 탈 물질화를 통해 정신의 영역에 남고자 하는 것이죠. p.376

현대예술에는 동일한 성질이 있습니다. 새로움. 새로움은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예술에 현대예술을 연결함으로써 그 괴팍함을 예술로 이해하게 해주는 성질인 동시에, 현대예술의 주요한 특성인 충격을 확보하는 개념입니다. 새로우니까 충격을 주는 것이죠. 아무리 이상해도 익숙하면 충격을 주지 않습니다. p.377

사람들이 자기 사회의 질서를 아무런 성찰 업싱 받아들여 무조건 확대할 때 괴물이 되기도 합니다. 그 체제는 처음(p.384)에는 자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괴물을 환영합니다. 그렇지만 나중에는 사회를 보존하기 위해서 괴물을 제거해야 합니다. ... 과잉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p.385

우리 모두가 괴물이나 좀비인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 젖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면 자칫 그러기 쉬운 세상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가끔 주위에서 너무나도 당당한 괴물이나 좀비를 보기도 합니다. 물론 그들은 그런 줄 모르지만요. p.386

현대예술의 여러 실험은 이미 세상을 움직이는 시스템에 도입되어 그 정신을 잃고 방식만 차용되기도 합니다. p.390

게다가 현대예술의 위악적인 추함은 아무리 생각을 하도(p.390)록 다그친다 해도 결국 추함이어서 사람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단지 지적인 부분에서만 작동하는, 한곳만 기형적으로 발달한 괴물 같기도 합니다. 싫어하게 만들어서라도 생각하게 하는 일, 그것이 예술의 현대적인 가치로 지나치게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p.391

사적인 욕구에 의한 과도한 자기현시를 예술성과 구분하기 힘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p.391

칸딘스키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모든 예술작품은 그 시대의 아들이며, 때로는 우리 감정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각 시대는 자신의 예술을 만들어내며, 그것은 결코 반복될 수 없는 일이다. 지나간 시대의 예술원리를 재생시키려는 노력은 고작해야 사산된 아이를 닮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꼴이 될 뿐이다." p.402

예술은 인류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소멸한 적이 없습니다. 실질적인 쓸모가 컸기 때문이지요. p.404

작품에 대한 인식능력이 커져가는 것은 대답 찾기와는 다른 일입니다. 거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p.404

결국 우리가 읽어야 할 절실한 대상은, 모든 예술작품이 그러하듯, 현실일 테니까요.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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