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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정유정, 지승호]정유정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 | Memento 2019-09-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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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정유정,지승호 공저
은행나무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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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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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세 가지 부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타고난 천재인 경우, 삶의 경로, 혹은 운명적으로(보기에 따라 타고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펜을 쥐게 된 경우,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 이야기를 업으로 살아가는 경우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뢰하는 이야기꾼은 마지막 유형이다. 글을 쓰는 행위가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인지는 누구나 경험한다. 마지막 유형은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고 어쩌면 우리보다 더한 고통 받는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김훈 작가는 <칼의 노래>를 쓰면서 이가 8개나 빠졌다는 하니 아무나 작가가 되는게 아닌가보다.

이가 빠지지는 않았지만, 절박하게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정유정 작가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지만, 그의 이력은 글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간호사로 5,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9년 넘게 일하며 한 집안의 가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6년간의 습작, 11번의 공모전 낙선 끝에 공모전에 당선되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분명히 천재의 유형은 아닌 듯하다. 작가조차 소설 쓰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책은 정유정의 소설 쓰는 법에 대한 엑기스라 할만하다. 그의 삶과 철학, 실재 소설을 쓰면서 준비했던 세세한 방법들까지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작품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좋아하는 만큼, 그의 생각들이 궁금했기 때문에 방법론적 이야기보다는 삶이나 철학 쪽에 관심을 가졌다. 가끔씩 타고난 이야기꾼들이 저절로 이런 소설을 썼다라고 재수 없게 말하곤 하는데, 그의 진지한 말을 듣다보면 가당키나 한 일일까 싶다.

전문 인터뷰어에 의해 만들어진 책으로 인터뷰의 기술에 대해서도 고민해본다. 인터뷰어는 콘텐츠의 주인공이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주인공보다 더 중요하다.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고, 필요한 내용을 적절하게 이끌어 주는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요리를 잘못하면 그저 그런 음식일 뿐이다.(정말 심하면 음식물 쓰레기...) 본인의 가치를 절하하는 세간의 평가에 분노(?)하는 그의 이야기를 보며 안타깝기도 하다.

편한 대로 지껄이고 써버릴 수 있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축복 일려나. 짧은 개소리를 남겨본다.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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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마크 롤랜즈 도덕과 무관한 특성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게 평등이다.” p.23

신에게 의지하는 건, 천국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명에 내재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다. 숙명을 거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필멸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싶어서다. p.27

죽음이 우리 삶을 관통하며 달려오는 기차라면, 삶은 기차가 도착하기 전에 무언가를 하는 자유의지의 시간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언지 알고, 원하는 것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시간. 내 시간 속에서 온전히 나로 사는 시간. p.32

이야기는 흥미로운 소재와 의미 있는 주제를 추상화(삶의 모습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걸러내는 작업)와 구체화(흔히 핍진성(p.50)이라고 부른다)를 통해 은유적으로 결합시킨 작품이다. 나는 이야기를 은유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p.51

이야기의 대부분은 (가상적인) 누군가의 문제에 관한 것이다. 가 아닌 타인의 문제다. 그런데도 현실 속 나의 문제처럼 강렬하게 집중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가진 공감능력 때문이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사전에 따르면 타인의 감정이나 입장에 자신이 서보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타인의 상황을 자신의 일처럼 이해하고, 자신을 그 자리에 위치시켜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p.51) ...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감성적 공감을 생성한다. ...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허구의 타자에게 공감하며 자기 자신을 그에게 이입시킨다. ‘거기에서 그들에게 일어나느 일을 지금 여기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로 인식하고 실제처럼 반응하는 거다. p.52

극작가 케네스 버크가 말한 대로 이야기는 우리 삶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삶의 도구란, 생존에 필요한 무엇이라는 뜻일 것이다. p.57

세상이 어떻게 변했든, 인간은 여전히 (예나 지금이나) 타인을 거울삼아 살아간다. p.65

소설은 그저 현실도피용 도구가 아니다. 낯선 삶, 우리가 경험한 적이 없는 삶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살아보게 하는 모험적 도구다. p.88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개인의 삶 혹은 삶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는 있다고 믿는다. p.88

공감과 이해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타인에게서 나를 보는 것, 내게서 타인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 우리는 이것을 감정이입이라고 부른다. 진정한 이입이 이뤄지면 나와 타인 사이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진다. 애정을 느끼는 건 시간문제겠다. 고귀한 감정이고, 인간이 가진 훌륭한 재능 중 하나다. p.189

문장은 이야기에 복무해야 한다고 믿는다. p.321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최고로 좋을 것이다. 그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건, 의지와 능력이 대립하는 경우다. p.351

소설은 인생의 카탈로그를 제공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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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30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