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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조영태 등] 선망국에서 선망국으로, 위기가 기회다. | Memento 2020-04-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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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조영태 등저
김영사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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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망국에서 선망국으로, 위기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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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계출산율이 0으로 수렴하는 지금 영화 <칠드런 오브 맨>(2006)이 떠오른다.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을 2027. 인간은 재생산 기능을 상실하여 2009년 이후로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 전 세계는 무정부 상태로 돌입하고, 인구 증가는 멈추고 말 그대로 자연적인 멸종상태로 치닫는 상황. 기적적으로 임신한 소녀를 두고 영화는 숨 막히게 움직인다. 처음 영화를 보고나서 14년이 지났다. 영화에서 상정한 미래가 7년도 채 남지 않았다. 한국의 출산율은 더 가파르게 추락하여 영화의 설정을 현실에서 이뤄내고 있다. 왜 그럴까.

정부는 수백조의 예산을 투입하여 이 흐름을 막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출산율은 반등은 없다. 정부의 접근 방향의 기본은 저출산은 해결해야만 하는 부정적인 문제. 그렇기에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한 보상적 차원의 지원, 단기적인 현금성 지원이 주를 이뤘다. 그럼에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어린이집 확충 등에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정책의 효과는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 느끼고 있다. 사실상 정책의 실패(p.17)”. 엄청난 돈을 투입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걸까?

우선 사회적으로 많이 달라졌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많은 자식이 축복이었다. 자식은 곧 노동력이었고, 많은 자식은 그만큼 많은 생산물을 담보했다. 산업화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자식은 많은 소득으로 이어졌다. 장남으로 대표되는 1명의 자식에게 모든 가치를 투자했다. 장남이 집안을 책임졌다. 지금은 어떠한가. 산아제한정책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었던 80년대 생들은 많으면 2, 적으면 1명에 그친다. 상속이나 책임, 부모봉양 등 기존에 부모님 세대가 겪어온 세상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모님 세대는 많은 형제가 당연한 일이었지만, 현 세대에게는 1~2명의 형제가 당연하다. 상속과 의무 이행은 장남이 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균등하게 한다. 투자, 교육 등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인식이 단순히 돈 몇 푼으로 달라질리 없다. 이미 핵가족에 적응한 여러 제도들이 어린이집을 늘린다고, 캠페인 몇 번 한다고 달라지면 그게 이상하다.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자면, 삶은 고통의 연속이더라.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삶이 즐겁고 행복한 기억보다, 슬프거나 힘들었던 기억이 많다. 내 자식에게 이런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는 세상에서 내 행복, 혹은 부모님의 행복을 위해서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오만하다. 알고 있다. 그렇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네가 태어나지도 않은 자식의 삶을 규정하고, 예단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사주지 못해 고통스러워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을 내가 다시 반복할 자신이 없다. 비겁하다면 비겁하겠지만. 여기에 배우자 될 사람의 생각까지 더해지면 셈은 더 복잡해진다. 이게 돈 주고, 어린이집 짓고, 임대주택 준다고 해결될 일일까. 당장 내가 세 가지를 다 받는다 해도 자녀를 가질 마음이 생길지 의문이다.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은 기존의 접근과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인구학자, 진화학자, 동물학자, 행복심리학자, 임상심리학자, 빅데이터 전문가, 서양사학자가 각자의 학문에서 저출산을 바라본다. 서론에 본 책의 의도를 명확하게 밝힌다.

 

청년들이 출산을 단념하고 있는 진짜 이유를, 기존의 질서에 반하는 진짜 이유를 파악해야(p.7)하는 이유입니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논의는 지금까지 저출산 논의에서 거론된 적이 없던 내용이지요. 주로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던 출산이라는 행위를 좀 더 다양하고 근본적인 시각에서 검토해야 저출산 현상에 대한 유효하고 적절한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런 취지에서 어찌 보면 저출산 현상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없어 보이는 학자들이 모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사태를 조망하고 새로운 해석을 시도해 책으로 묶어 보았습니다. p.8”

 

정부의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시적 입장, 통계와 숫자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충분히 이해한다. 당연하다. 그게 정부의 임무다. 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새로운 질문이 없는 이상 기존의 정책은 답습될 뿐이다. 문제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다. 이를테면 저출산이 진화적 결과 (p.17)”라고 한다면 정책적으로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결될 문제일까? 동물의 세계에 비춰볼 때 기후변화도 동물의 저출산 원인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p.57)”하는데 난임이나 불임 역시 저출산의 문제가 되지 않을까? “느슨한 가족이라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p.145)” 가 필요한 건 아닐까? 가족에 대한 인식과 제도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개개인의 행복감은 영향이 없을까?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은 저출산 자체를 해결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새로운 방식의 행복을 찾을 때까지 사회와 국가(p.235)가 안전망을 갖춰주면서 새 제도와 관행이 연착륙하도록(p.236)” 지원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저출산이 정말 문제인가.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은 말한다. 대한민국은 먼저 망해가는 나라(‘선망국(先亡國)’)라고.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있다고 말한다. “‘먼저 망한 나라가 아니라 먼저 위기를 극복한 선망하는 나라되도록 말이다. 어쩌면 심각한 저출산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지 모른다. 우리는 늘 사람을 갈아서 경제를 이끌어 왔다. 사람이 귀한 줄 모르고 살았다. 그 귀함을 이제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최후의 기회일지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이 소중하다. 우리의 위기를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는 정부만이 할 수 없는 문제다. 당연히 개인의 힘으로도 할 수 없다. 다 같이 해야 한다. 정책 담당 공무원, 정치인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읽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여러 의미로 2019년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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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회구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출산율이 매년 올라야 자연스럽습니다.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윤택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출산을 단념하고 있는 진짜 이유를, 기존의 질서에 반하는 진짜 이유를 파악해야(p.7)하는 이유입니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논의는 지금까지 저출산 논의에서 거론된 적이 없던 내용이지요. 주로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던 출산이라는 행위를 좀 더 다양하고 근본적인 시각에서 검토해야 저출산 현상에 대한 유효하고 적절한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런 취지에서 어찌 보면 저출산 현상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없어 보이는 학자들이 모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사태를 조망하고 새로운 해석을 시도해 책으로 묶어 보았습니다. p.8

이 책의 저자들이 지금까지의 관점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출산 현상을 기존과는 다른 각도에서도 접근할 수 있으며, 그렇게 관점을 다양화함으로써 저출산 위기론’, ‘인구 쇼크를 타개하고 해결책을 강구할 새로운 기회를 찾아볼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p.10

장대익 ? 저출산, 정책의 실패인가 진화의 결과인가.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정책의 실패이기 이전에 진화의 결과입니다. 물론 정부가 지난 10여 년 동안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재정을 투입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정책의(p.16) 실패라고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정책의 실패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진화적 결과라고 말해야 한다는 정도로 해두죠. p.17

우리는 종 차원에서 느린 생애사 전략을 진화시킨(K선택) 종입니다. 하지만 개인마다 좀 더 느(p.24)린 전략을 취하기도 하고 빠른 전략을 취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전략들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현됩니다. p.25

저출산은 병리적 현상이(p.26) 아니라 하나의 적응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경쟁적이고 불안정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고 판단하는 순간 우리는 자원을 여러 곳에 나눠 투자하는 양적인 분산투자를 합니다. 그리고 성과를 빨리 확인할 수 있는 단기적인 전략을 발달시킵니다. 반대로 경쟁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원을 확실한 곳에 집중 투자하는 질적인 투자를 하고, 오랜 노력을 기울여 목적을 달성하는 장기적인 전략을 발달시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환경에 민감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p.27

실제 경쟁이 아닌 경쟁 지각만으로도 출산의 동기를 변호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p.29

진화심리학자 올리버 승에 따르면, 인구 밀도가 높을 경우 사람들은 느린 생애사 전략가가 됩니다.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의 국민일수록 성적인 엄격성이 높은데, 다시 말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짝짓기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죠. 또한 그런 사람일수록 기대 수명이 높습니다. , 출산에 투자해 자녀를 빨리 낳고, 많이 낳고 일찍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에 자원을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오래 사는 것입니다. p.29

결국 문제는 환경을 어떻게 지각하는가입니다. 객관적인 환경이 어떠한가도 중요하지만 그걸 어떻게 지각하는가가 핵심입니다. 왜냐하면 결국 지각을 통해 적응적 메커니즘이 작동하니까요. p.30

현재의 저출산 현상은 제가 보기에는 주위 환경에 오래 적응해온 인간 마음이 본능적으로 반응한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p.32

그렇다면 정책은 왜 실패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고령사회기본법을 만들고 지난 10여 년 동안 매년 평균 10조 이상의 예산을 들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저출산 관련 예산 가운데 70퍼센트를 보육 환경 개선에 집행했습니다. 최근에는 청년들의 복지제도 확충 방향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앞선 논의의 관점에서 이렇게 자문해 봐야 합니다. ‘경쟁에 대한 지각을 줄여주는 데 예산을 사용했는가?’ 예를(p.33)들어 청년복지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그들에게 지출가능항목을 정해주고 그 항목들에 대해서만 복지비를 사용하게 하면(가령, 각종 시험 대비 학원비 지원), 복지비는 투입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한 목표를 두고 더 경쟁하도록 만들었기에 경쟁 지각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습니다. 만일 청년들이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복지 비용을 유연하게 지출했다면 이렇게까지 저출산이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p.34

언제 얼마나 낳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메커니즘도 적응적 형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출산 문제에 대한 다원주의적 접근입니다. p.36

장구 ? 동물의 세계에도 저출산 현상이 있다.

저출산을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불임과 난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불임은 유전적으로, 혹은 특정 질병에 의해 영구적으로 출산을 못하는 현상을 뜻하고, 난임은 생식세포는 정상이지만 주변 환경 때문에 임신이 잘되지 않는 현상을 말합니다. 환경 변화 또는 대사성 질병으로 난소나 정소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손상되면 난임이 생깁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오늘날 저출산 현상에는 난임이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p.48

동물의 저출산은 대개 생물학적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생물학적 원인 이외의 원인으로 동물의 출산율(임신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환경오염입니다. (p.54) ... 대사성 변화 또한 번식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p.55) 기후변화도 동물의 저출산 원인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p.57

저는 동물의 출산 문제를 과학에 한정에서 접근하면, 상상 이상의 기술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첨단과학의 발달은 윤리적 문제를 몰고 오지요. p.63

서은국 ? 출산으로 건너가는 파란 신호등, 행복

인간도 진화의 산물인 생명체이므로 인간에게도 모든 동물에 공통된 생물학적 원리들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재생산 결정 과정에서 인간에게만 영향을 주는 독특한 요인도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감정이라는 경험이고, 특히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담은 행복감이 재생산과도 관련 있습니다. p.68

큰 그림에서 본다면, 현재의 저출산 문제도 인간의 막강한 뇌가 자연에 반해 행사하는 일종의 반역에서 기인하는 현상입니다. 좋고 나쁨을 떠나, 진화 과정에서 설계된 행동의 흐름을 자기 의지로 끊을 수 있는 능력을 인간이 행사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자연이 작성한 포유류의 인생 드라마 원본은 대강 이렇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이성에 관심을 갖기 위해 호르몬이 증가하고, 이성을 만나면 육체적 욕망이 생기고, 이 욕구를 충족시키다보면 아이가 탄생한다. 대부분의 동물이 이 순서대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높은 지능 덕분에 인간은 피임하는 방법을 발견했고, 이를 이용해 (p.76)연산출산 드라마의 결말을 스스로 수정할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p.77

이유와 논리는 감정이 내린 선택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의 위력을 우리는 잘 의식하지 못해요. 그래서 논리와 합리적 생각이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고 착각합니다. 그렇지만 어쩌면 정작 선택의 밥상을 차려놓은 것은 감정적 느낌이고, 여기에 슬며시 수저를 올려놓는 것이 이성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의식하든 못하든 감정적 경험은 우리 일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감정은 긴 진화의 여정에서 습득한 생존 지혜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p.81

자연에서 인간이 겪어온 대부분의 상황에서 행동 판단은 정확성보다 신속성이 더 중요했습니다. 논리적 사고는 정확성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속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소 역설적이지만,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생명체일수록 보다 간단한, 다른 형태의 처리법이 필요합니다. 디테일은 부족하지만, 신속하고도 강력하게 현재 상황을 (p.87) 처리할 수 있는 핵심 정보를 담은 시그널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감정입니다. p.88

긍정, 부정 감정의 기능은 아주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교통신호등의 파란불, 빨간불과 비슷합니다. 부정적 감정들은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소모적인 노력을 멈추게 합니다.(p.89) ... 부정 정서는 뇌에서 켜는 빨간 신호등입니다. ... 위험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확보를 위해 생존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합니다. ... 생존과 재생산에 꼭 필요한 이 같은 자원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좇도록 만드는 것이 긍정 정서의 근본적인 역할입니다.(p.90) ... 긍정 정서는 목표물을 향해 돌진하도록 하는 에너지를 주는 파란 신호등입니다. p.91

긍정, 부정 정서가 가진 상반된 특성이 있습니다. 두려움이나 불안감 같은 부정적 정서는 우리로 하여금 시공간에 대한 주의를 좁히고 목전의 작은 디테일에 주목 하도록 만듭니다. ... 반면, 긍정적인 정서는 우리의 생각과 시각을 확장시킵니다. 심리학자 바버라 프레드릭슨의 긍정 정서의 확장/축적이론에 의하면, 먼 미래를 염두에 두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익숙하(p.91)지 않은 환경에 가서 새로운 자원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긍정 정서 경험이 필요합니다. 불안하고 염려로 가득 찬 마음은 큰 그림을 볼 여유가 없습니다. 당장은 없어도 되지만, 먼 훗날 반드시 필요할 자원을 탐색하고 준비하는 노력은 여유와 즐거움이 있는 마음 상태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p.92

무엇에 주목하며 일상을 사느냐에 따라 숱한 결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늘 작은 것을 염두에 두며 설계하는 인생에는 굵직한 원이 들어설 자리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큰 기둥부터 세우고 나머지 빈 공간에 작은 소품을 채우겠다는 생각을 할 때, 그리고 내일이 아닌 30년 뒤의 삶을 생각할 때, 자녀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겠지요. 이러한 이유로 행복감과 출산은 관련이 있습니다. p.93

돈이나 건강은 모두 행복이라는 경험의 본질에서는 벗어나 있습니다. 행복감이라는 경험 자체를 묘사하는 것이 아(p.94)니라 행복이라는 경험을 유발하는 자극 혹은 조건에 대한 논쟁인 것이죠. 행복은 돈도 아니고 건강도 아닌 마음의 경험 상태입니다. ... 어떤 구체적인 모양이나 무게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각자가 내면에서 경험하는 어떤 좋은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행복감이라는 느낌을 유발하는 자극은 다양하지만, 이 느낌을 구성하는 내용물은 긍정적 정서들입니다. 그래서 행복은, 간단히 말한다면 긍정 정서를 경험하게 만드는 모든 자극, 상황, 기억, 혹은 미래 기대의 총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긍정(p.95)적인 느낌이 무엇 때문에, 왜 유발되었든, 좋은 느낌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일수록 행복감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행복의 핵심 내용물은 긍정적 정서 경험이기 때문에, 행복감은 현재 자신의 삶이 처한 전반적 상태를 압축적으로 나타내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신혼부부가 책을 200권 읽은 뒤 아이를 낳을지 말지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현재와 미래의 상황에 대한 보다 크고 근본적인 진단이 필요합니다. 아리를 낳고 키울 만한 시간과 장소에서 살고 있다는 확신을 높이는 단서가 필요한데, 여기서 도움이 되는 것이 감정입니다. 지금 행복하다는 것은 즐거(p.96)운 일들이 비교적 많다는 뜻이고, 이런 즐거움이 빈번하다는 것은 현재 자신의 삶에 큰 문제나 위협이 없다는 뜻입니다. , 아이를 인생에 착륙시킬 활주로가 확보되었다는 뜻이지요. p.97

좋은 엄마가 되려면 단지 좋은 사람이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에릭 에릭슨 p.101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정은 보람과 의미가 있지만, 고되고 힘든 순간들도 분명 찾아옵니다. 행복은 이 긴 여정을 시작할 용기뿐 아니라, 어려움을 이기며 순항하는 지혜와 힘도 준다고 생각합니다. p.101

허지원 ? 좌절에 대처하는 방법 : 비출산의 심리학적 기제와 기능

비출산이나 비혼은 현재 청년 세대가 다양한 좌절에 대해 여러 대처 방법을 고려하고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의사결정의 결과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p.105

좌절은 개인이 타고난 성격에 따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행동하는 것을 가로막는 경험이나 사건을 말합니다. 심리치료 내담자분들은 크게 세 가지 문제를 들고 옵니다. 또래관계에서 장기적인 갈등이 지속되는 것, 학업이나 직업적(p.106) 측면에서 기대보다 성취가 낮은 것, 혹은 의미 있는 대상과 관계 맺기에 실패하는 것. 그러나 그 궤적인 면면을 들여다보면, 개인마다 좌절하는 지점은 제각각이며 좌절이 주는 심적 고통의 강도도, 기간도 개인차가 매우 큽니다. p.107

좌절이 지금 당장 맞서 싸워 이겨야 하는 우리의 목표 그 자체일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적절한 수준으로 심신이 가라앉았다가 꽤 괜찮은 속도로 행동의 기저선을 회복하면 됩니다. (p.108) ... 이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입니다. 역경이나 외상적 경험, 삶의 위협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의미는 간단히 얻고(굳이 의미를 부여하며 정신승리의 영역으로 넘어갈 필요는 없고), 다시 제자리를 찾아 올라오는 적응적인 대체의 과정이지요. ... 아이러니하게도, 좌절을 유연히 극복하게 하는 회복탄력성은 축적된 좌절 경험에서 나옵니다. 더욱 정확히는, ‘최적의 좌절경험에서 나오지요.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 마음대로 되는 일도 있고, 되지 않는 일도 있구나를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p.109

발달 단계마다 놓여 있는 과업들을 성취하기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인 장애물의 크기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몫 이상으로 커져버린 것입니다. 여러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이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실제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p.115

심리학에서는 스트레스를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누어 살피는데, 한 축은 예측 가능성, 다른 한 축은 통제 가능성입니다. p.115

회복탄력성과 문제 해결력은 자잘한 스트레스 상황에 한동안 덩그러니 놓인 개인들이 이를 타개할 여러 대처 방안을 능동적으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발달합니다. 그런데 1차적으로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최적의 경험들을 계속해서 박탈당해오며 좌절에 따르는 정서적 고통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동기화되기 시작했습니다. (p.116) ... 사소한 최적의 좌절을 경험할 기회가 거세되어왔지요. 2차적으로, 우리 앞에 남아 있는 스트레스 요인들은 예측도 통제도 불가능할 만큼 거대해져버렸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는 젊은 세대들이 원했던 바는 아닙니다. p.117

그간 강화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가 너무 길었고, 그 강화물도 우리의 삶과 자존감을 획기적으로 바꿀만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거나 감정적인 피로감이 예측되는 일에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시간은 점차 길어졌습(p.121)니다. ... 소진 burn out ... 통제하기 어려운 환경, 공평함이나 공정함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위의지지 없이 오랫동안 홀로 버텨야 하는 경우, 사람들은 감정적으로도 지치고 신체적 에너지도 고갈되는 것입니다. 너무 지쳐 소진된 상태에서는 우울, 무력감, 절망스러운 혼란을 경험하며, 이 시기가 길어지면 비관적이거나 냉소적이 되어 새로운 행동을 개시하(p.122)거나 꾸준한 노력을 투입하기가 어려워집니다. p.123

이미 오랫동안 스트레스 상황을 겪고 좌절 경험을 지속해 감정표현 불능증, 무쾌감증, 편도체 납치 등의 영향을 받는다면, 결혼생활과 같이 다소 낯설고 성공 여부가 예측되지 않느 새로운 과제에 들이는 감정적 에너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혼이나 출산의 보류(p.129)는 잠시 쉬어가는 방식으로 주어진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것입니다. p.130

아무 죄도 없는데 죄지은 것처럼 행동하(p.137)는 사람들이 있고, 죄지은 것처럼 행동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님에도 내가 이 가족의 구성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행동들이 있었습니다. 부모가 내게, 엄마가 아빠에게, 내가 부모에게 가져야 했을 죄책감이 사실 애착의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이런 경우들을 자주 만나니 한국의 가족문화는 죄책감으로 지탱되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새로운 가족의 구성이란 또 다른 죄책감의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것만 같습니다. (p.139) ... 진짜 문제는 불안정 애착 그 자체라기보다는 불안정 애착의 시기를 보내온 나 자신에 대한 불확실감, 그리고 가상의 혹은 실제의 아이에 대한 지나친 죄책감일지도 모릅니다. p.139

지금은 느슨한 가족이라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로 진입하는 과도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느슨한 가족은 어쩌면 한국에서는 이미 익숙한 형태의 가족일 것입니다. (p.145) ...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혼인관계로 맺어진 부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측면의 보살핌을 서로에게 제공하는 것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기도 하고 널리 권장되기도 했던 덕목이었습니다. 또한 이제는 SNS를 토대로 한 사회적 네트워크의 기민한 반응성과 확장성이 담도되기 때문에 1인 가구 및 비혼 커플과 공동거주 가구, 그리고 이혼이나 사별 후 다른 사람을 만나 굳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노인 커플의 숫자는 점차 늘어갈 것이 분명합니다. (p.145) 그러므로 사회적 관점에서 비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개인의 행복권을 위해서 원치 않게 비혼 상태에 있는 커들을을 고려한 최소하느이 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합니다. p.146

그 누구도 완벽한 엄마일 필요는 없고, 실제로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없겠지만, 많은 사람이 아이에게 완벽한 환경을 제공해줄 자신이 없어 출산을 주저합니다. , 정말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해서’ ‘아직 내 인생도 잘 살지 못해서’ ‘아직 부모로서 소양을 덜 갖췄기 때문에와 같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며 출산 결심을 지연하거나 비출산을 결정합니다. (p.152) 그러나 이는 심리학적으로 아주 틀린 이야기입니다. 부모는 그저 최적의 좌절을 제공할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면 됩니다. 예상되는 장애물들을 미리 제거해두고 아이의 욕구가 언제나 즉각 충족될 수 있는 무균실과 같은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은 아이가 결국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아이가 깊은 수준의 자기 통찰을 할 수 있으며 회복탄력성과 유연성을 갖춘 꽤 괜찮은 성인으로 자라는 과정에서, 부모의 불완전함은 아이에게 좋은 시험대를 제공해줄 것입니다. 즉 좋은 주 양육자는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면 됩니다. 정작 필요할 때에는 없어서 화가 나기도 하지만 문득 돌아보면 계속 그 자리에 있어주는 사람 말이죠. 그래서 소아정신건강 분야의 권이자인 아주대 병원 조선미 교수는 살아만 있으면 좋은 엄마라고 종종 말합니다. p.153

개인의 심리적 요인들을 고려할 때, 복지 시스템의 보완만으로 비혼, 비추산 결정을 내린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란 쉽(p.155)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그럭저럭 좋은 개인 혹은 그럭저럭 좋은 부부와 같은 모습을 젊은 세대에게 보여주고 기다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태도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저렇게 살아도 괜찮겠구나’ ‘내 삶에 아이가 한 명쯤 있어도 괜찮겠구나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도록 말이죠. p.156

송길영 ? 소셜 빅데이터에서 찾은 삶의 다른 방식, 엄마처럼 안 살아

통계 자료를 보면 기혼자들이 낳는 아이 수는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는 아이 수가 줄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혼외 출생에 대한 인정이 각박한 문화이므로, 더더욱 비혼 출산이 드뭅니다. 따라서 만약 저출산 기조(p.185)를 단기적으로나마 반전시키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결혼이 가능한지 절실히 고민해봐야 합니다. p.186

지금은 집단이 개인으로 분화된 사회입니다.“제가 국가의 인구 유지를 위해서 아이를 낳을 수는 없으니까요.”라는 TV쇼 출연자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이러한 의식을 지닌 젊은 세대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에 사명감을 요구하는 저출산 문제라는 메시지가 미디어를 통해 전해질 때마다 더욱 반감을 품게 됩니다. p.193

출산은 사회가 아니라 개인이 각자 준비를 거쳐 결정해야 할 일임을 이제 개개인이 자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낳을 것인가의 선택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를 집합적인 숫자와 통계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각자가 아이를 키울 때 느끼는 무게를 줄여주어야 합니다. 이 시대의 엄마들은 예전의 엄마와 같이 자신을 지우고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이름만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재정적 지원만이 아닙니다. 나중에 아이를 낳고 키운 뒤 자신이 돌아갈 자리가(p.195)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보육 수당과 같은 비용 보전만 언급한다면, 엄마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제 엄마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를 원합니다. 아이도 소중하지만 단순히 아이를 위해 자신의 이름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p.197

처출산의 책임과 해결책을 해당 세대에게만 미룰 것이 아닙니다. 대신 이제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엄마와 아빠를 위해서 시스템을 갖춘 배려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그 배려 속에서 각자는 소(p.197)중한 아이를 낳는 일이 현명한 선택이 되도록 다시 적응할 것입니다. p.198

주경철 ? 인간도 멸종위기종? 다른 시대 다른 사회 비교 연구

지난 반세기 동안 인구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는 사실에는 그리 주목하지 않습니다. 제가 봤을 때, 이 정도로 빠른 인구 증가가 일어나면 어떤 식으로든 자체적인 인구 조정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 모호한 말이겟습니다만, 현재 우리가 염려하는 인구 감소 가능성은 인구 증가 자체에 귀결된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p.206

전근대 시대에는 흔히 인구 성장과 경제 성장이 대립적인 균형을 이루는 경우가 많았고, 현대에 들어오면 인구와 경제가 함께 성장할 수는 있지만 대게 가파르게 증가한 인구는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곤 합니다. 대한민국은 엄청난 인구 성장과 동시에 엄청난 경제성장을 함께 이룬 예외적 사례입니다. 우리가(p.209)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 일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 흐름도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게 줄기차게 뛰어왔으니 부작용이 없을 수 없겠지요. p.210

비혼과 결혼에는 각기 장단점이 있겠죠. 아마 우리 사회는 이 모두를 경험해나갈 것 같아요. 마치 시계추가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이쪽으로 갔다가 문제점에 직면해 다시 반대쪽으로 가고, 그러면서 극단적인 경험을 한 다음, 결국 새로운 균형을 찾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중장기적으로 볼 때 새로운 방식의 행복을 찾을 때까지 사회와 국가(p.235)가 안전망을 갖춰주면서 새 제도와 관행이 연착륙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p.236

조영태 ? 맬서서의 인구 조절 메커니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저출산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출산 자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출산과 관련된 근본적인 사항들에 대한 이해 없이 저출산 현상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능력에 대한 과신입니다. p.245

위 세가지 접근(자원, 물리적 밀도, 본능)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원이 맣으면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 재생산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개체수가 늘어나 물리적인 밀도가 높아집니다. 이제는 자원의 양이 늘지 않는 한 개체끼리 경쟁해야 합니다. 그래도 내가 자원 경쟁에서 이기면 재생산도 해볼 만합니다. 하지만 활발한 재생산 활동은 다시 밀도를 높여 내가 가진 자원이 줄어들게 되고,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그러면 개체는 재생산을 생각하기보다 어떻게든 에너지(p.259)를 아까셔 스스로의 생존에 에너지를 사용하고자 합니다. 재생산이 줄어드니 개체수도 조절됩니다. 물리적인 밀도가 줄어든 넋이죠. 그렇게 되면 경쟁이 줄고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이 늘어납니다. 자원이 나의 생존과 재생산 두 가지 모두를 가능케 할 정도로 유지되면 재생산을 통해 개체수는 다시 증가합니다. 그렇게 되면 무한 반복하는 생태학적인 고리가 생깁니다. 이 고리의 사이클은 어떤 종인가, 어느 정도의 자원이 존재하는가, 밀도가 형성되는 지역이 얼마나 큰가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p.260

생명체로서 인간에게도 이 생태하적 고리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런데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과 비교해서 월등한 능력 한 가지를 더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생각하는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혹은 수준이 높은지 낮은지는 물리적인 밀도에 대한 반응을 크게 바꾸어놓을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밀도는 겉으로 보이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그 밀도를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가로 연결됩니다. ... 물리적 밀도는 심리적 밀도로 변환됩니다. 심리적인 밀도는 물리적인 밀도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제도와 문화의 영향을 받습니다. 만일 사회의(p.261) 문화가 매우 동질적이고, 제도나 규범이 그 문화를 뒷받침하고 있는 경우, 약간의 물리적인 밀도 상승은 구성원들에게 매우 큰 심리적 밀도 상승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청년들이 성공에 대해 유사하거나 동일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사회에서는 청년들의 수가 물리적인 밀도를 그리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정도로 늘어나더라도 심리적인 밀도가 상승하게 됩니다. 반대로 성공에 대한 가치관이 매우 다양한 사회에서는 청년들의 수가 증가해 물리적인 밀도가 상승한다고 해도 심리적인 밀도에까지 영향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p.262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초저출산 현상은 밀도 높은 사회에 청년들이 적응하는 과정이고, 그게 결국 종의 진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 설명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이 종의 진화는 생물학적 진화가 아니라 사회적인 진화지요. p.272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밀도가 높아진 것인데, 밀도를 좀 낮추려는 정책이 가장 근본적인 해소 방법이 될 거에요. 물리적인 밀도는 청년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집중될 필요가 없도록 지방 거점도시들을 서울 못지않게 발전시키면 낮출 수 있지 않을까요? p.273

규범이 강하고 획일적이면 심리적인 밀도가 낮아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물리적인 밀도와 별개로 청년들의 심리적인 밀도를 줄이려는 정책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p.274) 예컨대 한국 사회에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는 연령 규범을 좀 느슨하게 만드는 것이죠. 대학은 가는 게 당연히 좋지만, 반드시 모든 사람이 19세에 갈 필요는 없게 만들면 심리적인 밀도가 크게 줄거에요. p.275

이미 청년들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진화를 되돌리려는 노력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생물학적으로 진화된 형질은 자연 환경이 바뀌어야 다시 바뀌게 됩니(p.275). 그럼 사회적으로 진화된 형질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요? 사회 환경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 사회의 제도와 규범을 점검해보세요. 청년들은 이미 바뀌었는데 아직까지 기성세대 중심의 제도와 규범으로 사회 질서를 유지하려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죠. p.276

 

새로운 질서가 온다 ? 좌담

장대익 : 핵심은 경쟁이에요. ... 결혼을 할까, 애를 낳을까 하는 결정은 생태학적인 입력뿐 아니라 문화적인 입력에 좌우됩니다. 가치관이 다른 여러 문화권에서는 의사결정이 각기 다르겠죠. 그러면, 해결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현실의 경쟁을 완화하기. 둘째, 경쟁이 과도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요인을 제거(p.282)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지각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p.283

송길영 : 경쟁은 추구하는 바가 같을 때 발생해요. 목표가 다르면 경쟁할 이유가 없겠죠. 이미 정해져 있는 세상의 정답을 놓고 싸우다 보니 각박해지는 거예요. p.287

장구 : 사실 근본적으로 보면 저출산은 생물학적인 현상이잖아요. 그런데 제도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원인과 해법을 찾고 있는 게 현실이고, 순수하게 생물학적 원인에 의한 저출산은 아직 부각되지 않고 있어요. p.303

송길영 : 행복 추구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가난이라든지 사회적인 안전망이 없는 명백히 불행한 상황에서 개인이 벗어나도록 해주는 것은 국가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불행하지 않기 위해서로 방향 설정이 수정되어야 합니다. p.311

허지원 : 하지만 그렇게 결정한 비혼이 좋은 선택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능동적인 선택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상황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수동적 측면의 방어로 보여서요. 요즘 가성비라는 말이 안 쓰이는 곳이 없어요. ... 사회경제적인 활력이 떨어지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일 텐데, 이런 가성비 논리에 따르면 사실 아이를 낳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잖아요. p.321

조영태 : 기성세대의 궂 개선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현재의 지속가능하지 않은 환경을 바꾸려면 그 환경을 만들어온 기성세대가 기득권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인구 변화에 따른 새로운 질서를 맞아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내자는 취지라면, 우리 기성세대가 시스템 개선에 대한 동의를 해야 합니다. p.327

주경철 : 인구 변화가 사회 변화의 핵심이에요. 인구는 사회구조 전반을 결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틀이거든요. 인구가 확 줄거나 늘면 그에 따라 제도나 국가 정책이 바뀌고, 개인 간의 모럴도 바뀝니다. ... 다시 말하면, 크고 작은 문제에서 개인이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요소도(p.331) 따져보면 사회 환경 변화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p.332

장대익 : 저출산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삶의 양식 자체가 엄청나게 바뀌고 있잖아요. 기존 시스템을 고정해놓고서 출산을 안 해서 문제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저출산 현상은 사실 원인이 아니라 결과거든요.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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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30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