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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도시 이야기-김진애] 성선설과 성악설 | Memento 2020-07-1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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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김진애 저
다산초당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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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본질은 무엇인가. 12개의 콘셉트(성질)로 고민해 본다. 도시가 악인지 선인지. 아니면 우리가 악인지 선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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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설과 성악설은 오랜 철학적 논쟁이다. 본성이 우선하는지, 환경이 우선하는지는 관점에 따라 상황에 따라 상이할 테다. 게다가 철학적 논쟁의 테이블을 벗어나 현실에서 적용해보고자 한다면 더욱 답이 없다. 변수는 통제되지 않고, 개별 사례는 특이하기에 어느 것 하나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인데, 도시에 관한 고민에는 조금은 차이가 있다. 사람이 도시를 만들었지만 도시가 사람을 만든다. 그럼에도 사람이 다시 도시를 새로이 만든다. 이런 미묘한 변화 속에 그 동력이 사람이 먼저인지, 도시가 먼저인지 명확하게 가르기 어렵다. 실재 삶에서는 복잡하다면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변화해 나간다고 정리해버리면 끝이겠지만 그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김진애의 도시이야기>는 여기에 대해서 고민한다. 사람과 도시, 도시와 사람, 그리고 어떻게 도시를 만들어 가야할지 고민한다.

분명 사람이 먼저였을 테다. 인류가 태어나면서부터 동시에 대규모 도시를 형성하지 않았음은 여러 유적을 통해서 명확히 밝혀져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가 먼저다. 확실하다. 도시는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 자본과 권력이 도시의 뒤에 서서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 사람이 먼저는 수사에 불과하다. 사람이 먼저기 위해서는 도시가 변해야 하지만 회색 도시의 벽은 높아 보인다. 무표정하다. 점점 더 몸집을 키운 도시는 매트릭스가 되었다. 파란 알약을 먹으면 그 메트릭스에서 벗어나 살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보건, 문화, 경제 등등. 매력적인 도시적인 삶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빨간 알약을 먹고 살아갈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12개의 도시적인 콘셉트로 방향을 모색한다. “인간 사회의 가장 적나라한 모습이 모여 있는 공간이 도시이고, 이 시대 가장 보편적인 삶의 조건을 규정하는 공간이 도시이므로 이 열두 가지 콘셉트가 도시라는 조건에서 어떻게 나타나도 정의되느냐에 따라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p.20)” 이 도시적 콘셉트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무심결에 지나쳤던 도시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우리는 어떤 도시에 살고 있는가. 어느 도시에서 살고 싶은가. 도시의 미래에 대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정답은 없지만, 이대로는 파란 알약을 먹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분명히 12가지 콘셉트는 위기다. 또한 도시가 지니는 속성이기도 하다. 성선설과 성악설, 도시의 본성이 무엇인지는 단순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도시는 그저 존재할 뿐인지도 모른다.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이 제 멋대로 정의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람이 우선이라 하지만 지구 입장에서는 결국 바이러스인지 모른다. 도시는 커다란 흉터이자 암 덩어리일 수 있다. 중요한 건 숙주가 죽지 않아야 한다. 지속가능 한 도시를 만드는데 각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의 본성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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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 권력과 권위, 기억과 기록, 알므로 예찬, 대비로 통찰, 스토리텔링, 코딩과 디코딩, 욕망과 탐욕, 부패에의 유혹, 이상해하는 능력, 돈과 표, 진화와 돌연변이가 그것이다. ‘콘셉트란 우리의 생각과 해석과 행위와 의지를 촉발하는 주제를 말한다. 이들이 왜 도시적인 콘셉트일까? 이들은 도시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고 인간 사회라면 어디에나 적용될 콘셉트일 텐데 말이다. 바로 그래서 도시적 콘셉트다. 인간 사회의 가장 적나라한 모습이 모여 있는 공간이 도시이고, 이 시대 가장 보편적인 삶의 조건을 규정하는 공간이 도시이므로 이 열두 가지 콘셉트가 도시라는 조건에서 어떻게 나타나도 정의되느냐에 따라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p.20

도시에 대한 최고의 정의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사는 공간이다. 우리의 심리 측면에서 그렇고 사회를 운영하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바로 익명성이라는 토대 위에 도시가 구성된다. p.36

있어 보일 것또는 없어 보일 것등 도시라는 정글 속에서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하는 짓은 동물들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p.38

길은 언제나 중요했지만 도시에서 길의 존재감이 새삼 커진 것은 르네상스 시대 이후다. 다시 말하면 의 존재감이 줄어든 후에야 길의 존재감이 커졌다.(p.42) ... 똑바른 길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점은 도시의 익명성 레벨이 높아진 때다. 성곽이라는 장벽을 걷어내고 길을 열고 수없이 많은 이방인이 드나들게 되니, 도시 컨트롤이 중요한 공공 과제가 된 때다. p.44

격자도시는 계획 도시였다는 뜻이다. 계획의 주체가 확고해야 한다. 강력한 권력 집중화가 필요하며, 단기간에 도시 성장을 이루는 경제력도 필요하고 토지 소유권과 사용권을 규제해야 하며 인구수를 엄격히 관리해야 했다. p.45

길의 기하학은 수없는 변용을 거치면서 각 도시의 고유한 패턴을 만들어간다. p.48

광장을 도시의 살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렇듯하다. ... 도시가 하나의 큰 사교장이라면 광장이야 말로 대표 사교장이다. p.51

광장은 전형적으로 이식된 공간으로 인식되고, ‘우리의 것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강력히 통제 된 공간이었다. 공권력이 항상 어슬렁거렸고, 언제 어디에 감시의 눈이 있을지 몰랐고, 모이는 행위 자체에 신경을 쓰는 그런 분위기였다. p.57

광장 정신은 시민 정신이 된다. 진정한 시민의 탄생은 익명성으로부터 시작한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같이 존재하기 위한 약속을 만드는 관계가 시민의 관계다. 일상에서는 그저 지나치며 서로 적절한 거리를 지키지만, ‘이 생겼을 때 서로의 같음을 확인하고 서로의 약함을 도와주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관계다. 평소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할 때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 훨씬 강해진다. p.59

익명성이라는 조건 위에서는 길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도시의 약속이다. 길을 다니는 즐거움을 만드는 것은 가장 고도화한 도시 예술이다. 광장에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익명의 시민들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시의 약속이다. 광장에서의 환희를 독려하는 것은 순간이나마 도시(p.61)의 익명성을 넘어서게 하는 가장 고도화한 도시 예술이다. p.62

시민들이 스스럼없이 다니는 길들이 줄어들면 사람들의 마음도 줄어들고 익명성에 대한 두려움도 더 커질 수 있다. 스스럼없이 다니는 길들이 없어지면 광장이 생길 기회조차 생기지 않을 것이다. p.68

도시와 건축은 권력의 존재를 증명하고 과시하는 데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다. p.83

도시에서 권력이 펼치는 풍경은 압도적으로 인간의 심리를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p.88

거리가 멀면 관계도 멀어진다.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마음도 비어간다. 권력자가 따로 있을수록 가까이 다가서는 접근성이 줄어든다. 그러다 보면 접근 가능한 측근의 문제가 생기고, 측근의 문제가 생기면 권력의 쏠림과 왜곡 현상이 뒤따른다. p.95

백악관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큰 화재 후 리모델링 비용을 아끼려고 건물 전체를 흰색으로 칠했는데 그 모습이 대중에게 호응을 얻어 화이트 하우스란 이름을 얻은 백악관은 외양만 지켰을 뿐 전체 구성은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여러 대통령을 거치면서 지켜야 할 전통과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을 잘 구분해왔다. 그것이 미국이라는 신생 국가가 200여 년 동안 권력에 대한 개념을 성장시키고 지켜오는 과정이기도 했다. p.96

권력자들이 남긴 대표 공간으로 공공 공간을 꼽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딱히 대통령 프로젝트또한 시장 프로젝트라 하지 않더라도 권력의 자리에 있을 때 후대를 위해 남기는 근사한 공간(p.104)이란 또 하나의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음에. p.105

현대의 청사들이 충분히 위엄을 보이지 않는 것 또는 위엄을 보이려 들지 않는 것은 문제다. 알게 모르게 사회 심리에 영향을 준다. 물론 공사비 등의 현실적인 문제도 있으나, 권력의 긍정적 측면을 내보일 자신이 없으니 아예 무표정한 유니폼 아래 권력 자체를 숨기려는 동기도 작용할 것이다. 권력 스스로 자신의 정통성과 역할에 자신이 없을 때 드러나는 불안감의 발로일 것이다. p.106

권력 공간이란 다른 어떤 공간보다도 유독 끈질긴 관성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변화하기 그만큼 어렵다. ‘(p.109)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다시 사람을 만든다는 관점으로 본다면, 권력 공간은 이미지의 잔상이 크게 작용한다. 권력 자체가 근본적으로 보수적이듯 권력 공간 역시 보수적이다. p.110

권력이 마치 그들만의 게임으로 여겨지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 꼭 필요한 3대 조건이 바로 논쟁, 숙의 그리고 시민참여다. p.111

도시 공간 중에서도 권력 공간은 특히 우리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지향하는지, 우리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또는 중심을 잡아가고 있는지 우리 사회의 수준과 모순과 지향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권력 공간의 모습은 우리 자신(p.115)의 모습을 빼어 닮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p.116

기록이란 권력의 문제이자 정체성의 문제이고 또한 자존감의 문제이자 명예의 문제다. 아무리 세속적인 허영심이라 할지라도 명예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극복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p.119

계속 쓰는 것이 공간 최고의 기록이 된다. p.139

인간이 사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이 기억과 기록은 씨앗이 된다. 기록은 기억의 단초가 되고, 기억은 이야기의 원천이 된다. 기록이 풍부할수록 혼자만의 기억이 아니라 여럿이 또는 동시대인이 같이 공유하는 집합 기어이 되고, 그 기억은 시간을 뛰어넘는 집합 기억으로 이어진다. 도시는 온전히 그러한 집합 기억의 풍요로운 저장소다. p.142

우리 도시들은 잡종성이 강하다. 혼성이라고 해도 좋다. ... 우리는 순종을 품고 신종을 지향하되 그 무엇이든 품에 안는 잡종의 문하다. 왜 잡종성이 강해졌을까? 급격한 사회적 충격과 낯선 문물의 습격을 받아들이고 적응시키고 숙성시키는 과정을 스스로 힘으로 감당하기 힘들었던 근대기의 험난한 역사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역사의 단절, 전통의 부정, 폐허로 변한 환경, 부족한 인프(p.148), 급격히 등장한 각종 도시 문제, 상업화 물결의 습격 등 다사다난한 과제들을 짊어지고 나름의 방식으로 생존하기 위한 현대의 시간 속에서 저도 모르게 학습한 힘의 결과다. p.149

도시란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콘셉트 크기의 문제인 것이다. p.157

항상 당대다. 항상 변화다. 당대에 주어진 제야 속에서 변화하는 사회 수요에 대응해 어떤 기술을 써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느냐가 도시 혁신의 핵심이다. p.163

예찬하는 태도에는 어떤 바름이 필요하다. p.164

도시 역(p.168)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얼마나 멋진가보다는 나와 맺는 관계가 훨씬 더 중요하고, 특별한 만남 이상으로 일상의 접촉이 더욱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p.169

맥락 속에 존재하면서 맥락의 잇는 힘, 이것이 공간의 힘이다. 특히 시간이 맥락을 이어가는 힘이란 아주 근사하다. 도시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긴 시간 동안 맥락을 이어가면(p.173)서 새로운 도시적 맥락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다. p.174

완전한 익명을 찾아서! 사실 나는 이것을 해외여행의 핵심 동기라고 본다. p.184

거리감은 통찰의 기본이다. 그 변화한 자신으로 가까이 있는 환경을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볼 수 있게 된다. p.185

여행이라는 단속적 체험을 이어주는 것이 스토리의 힘이다. 점을 이으면 스토리가 되고 스토리 속에서 점 하나하나는 더욱 빛나게 된다. 스토리는 확장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확장은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부터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스토리를 공유하게 만드는 것이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p.190

여행의 체엄이란 을 찍는 일이고, 하나의 점은 또 다른 점을 찍게 만든다. 구슬을 꿰면 목걸이가 되듯이 점을 이으면 스토리가 된다. ... 나의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생기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겹치게 되면 그것은 우리의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p.206

도시란 일상의 현장이고 배경이다. 도시는 컨트롤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로 작동되며 서로 영향을 준다. 관광은 일상이 될 수 없으며 여행 역시 일상이 되지는 못한다. 일상의 도시란 여행이나 관광에서는 결코 다루지 못하거나 다루지 않는 수많은 업무들, 자질구레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들, 지루하고 반복적인 행위들, 게다가 그 도시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까지 껴안고 있는 존재다. 한마디로 도시의 디즈니랜드화는 가능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p.209

비무장지대만큼은 한반도에서 찾아보기 힘든 숨 쉬는 공간, 인간보다는 다른 생명들이 우선하는 공간, 느린 공간, 기억하는 공간, 생각하는 공간, 성찰하는 공간, 상상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얼마나 더 크고 새로운 성장을 약속하는 공간이 될 것인가? p.218

바라보는 조형물이 아니라 같은 공간 안에서 옆에 설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성공적인 인물 동상 만들기의 첫 단추를 꿸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지나치게 높이 올리지 말고 눈높이 조각이 되면 좋겠다. 오브제로만 보지 말(p.233)고 공간을 만들라. 사람들이 공간 안으로 들어서고 오가며 자신이 조각의 일부가 된 듯 느껴지게 하는 게 좋다. 사람들이 쉽게 다가서는 조형물이 될 때, 우리 도시의 동상들이 비로소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터이다. p.234

고민은 하고 다른 입장은 들어볼 일이다. 적어도 여러(p.242) 고민이 만나는 지점이 생긴다면 그것은 또 다른 변화를 위한 한 걸음일 수도 있다. ‘차이는 존재한다. 세상이란 수많은 차이로 풍성해진다. 차별은 바보짓이다. 세상은 수많은 차별로 불행해진다.’ 이런 명제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면서 서로의 입장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p.243

주택의 형태는 도시의 성격을 좌우한다. 워낙 그 비율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 우리 도시의 약 60%를 구성하는 아파트에 대해서 흔쾌한 마음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너무 불행하지 않은가? p.277

우리의 아파트와 우리의 도시는 어떻게든 화해해야 한다. p.280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p.311

다른 문화를 접하는 일은 자기 문화의 특이한 점, 이상한 점, 신기한 점을 새삼 발견하는 눈을 기르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p.312

이상하게 여기는 시각은 아주 특별한 능력이다. 인지하고 식별하는 능력이고, 더 나아가 바꾸고 개선하는 역량이다. 일상을 너무도 당연해하는 것,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 것, 그저 그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애쓰거나 갖은 꾀를 부리는 것으로는 절대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질문하면서 변화의 단서를 찾는다. 이상하게 볼 줄 아는 이방인의 시각을 잃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시민의 태도를 잃지 말자. 좋은 도시적 삶으로 가는 길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에 지레 패배감을 갖지 않게 만드는 길이다. p.329

작금의 시대는 주인이 모호한 시대라 규정할 수 있다. 이 시대를 작동하는 근본적 동력이 에서 나온다면, 돈과 표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고 다수의 작은 욕망과 소수의 큰 탐욕이 얽혀 있다. 표에는 꼬리표가 달려 있는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흔들리는 게 표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과 표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모두가 일정 정도는 돈을 좇고 표를 좇는다. 또 돈과 표는 얽혀 있다. 때로는 결탁하기도 하고 서로 영향을 주려 하면서 서로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p.342) ... 그러나 분명 인식해야 하는 것은 돈과 표로 움직이는 힘이란 결코 강력하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사회, 자본주의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제약이다. 그래서 문제를 알더라도 이익집단들이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중대한 선택은 미루는 경향이 있다. 말하자면 정치권력은 보이는 것과는 달리 무척 취약하고, 다른 의견들을 아우르는 정치력이란 생각만큼 잘 작동하지 않으며, 단기적으로 눈앞의 이익을 좇는 돈과 표가 떨치는 힘은 그에 비해 너무도 막강하다.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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