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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의 수수께끼-주강현]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에 놓쳐버린 자신 | Memento 2020-09-1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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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주강현 저
서해문집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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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이라는 이름하에 놓쳐버린 우리 자신, 그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책이다. 우리가 소흘히 여겼던 것들에서 우리의 뿌리, 우리 문화의 힘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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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학교 정문에는 Y자 모양의 교차로가 있어서 Y로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중간에 I자 모양의 탑이 있었다. 인근 잔디밭에서 술자리가 이어지다보면 슬슬 말거리라 떨어질 때쯤, Y로와 탑의 진실(?)에 대해 알려주곤 한다. 남녀의 성기와 관련된 음양의 이야기. 특별나거나 유별날 얘기는 아니었다. 어느 동네, 어느 지역에나 한 가지 이상씩 있을 법한 그런 얘기였다. 학교는 발전이 필요했다. 건물이 바뀌었고, 와중에 Y로는 사라졌다. 그 자리엔 다른 광장이, 누구도(학생 만은 절대 못들어간다.) 들어갈 수 없는 잔디밭이 생겼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이런 식으로 발전(?) 해 왔다. 미신타파, 개화, 근대화. 다양한 이름의 발전. 당장 먹고 살기 바빴기에, 명분은 충분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발전했고, 그만큼 급격하게 과거로부터 단절을 추구했다. 그렇게 누구보다 열심히, 너무도 정신없이 달려왔다. 살만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아무리 앞으로 빨리 달려나가도 채워지지 않는다. 무언가를 깨닫고 뒤돌아보는 순간, 때는 이미 지났다.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음을 깨닫는다. 민속학자 주강현의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는 이런 깨달음의 반성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알려준다.

도깨비 없이 태어난 세대를 위하여라는 책의 부제는 우리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급하게 채워 넣은 발전은 우리의 문화를 급속도로 대체했다. 외국의 문화가 우리의 것이라 생각하고 산다. 저자가 지적했듯 우리가 아는 도깨비의 모습은 사실 일본의 오니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엄숙주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본다. 국뽕도 잘못되었지만, 지나치게 무시하는 것도 잘못이다. 우리네 성문화가, 장승과 마을()나무가 계도되어야 하고, 베어넘겨야 할 미신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외국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우리의 옛 것은 그렇게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 문화의 정본이자 교과서’”라는 출판사의 평가는 지당하다. 지나친 국뽕도, 과도한 자기비하도 아닌 적당한 선에서의 우리 문화를 평가한다. 그리고 우리가 지나쳐 버린 많은 것들을, 사소하게 여겨져 무시하던 것들을 돌아본다. 문화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 세계화를 지나 세방화를 넘어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힘은 우리 내부에서 나오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문화의 뿌리가 어디인지 책과 함께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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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성풍속의 이중성에 주목한다. 매우 엄숙하기만 했을 것 같지만, 정자 민중의 생활 속에서 유전하던 성풍속은 참으로 인간적이기만 했다. 비록 유교의 덕목 탓에 남근신앙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더라도 그들 남근조차도 마을공동체의 공유물로 만드는 민중의 슬기를 보여주었다. p.124

민중의 삶 속에서 성과 반란의 욕구는 분명 역사책의 상식을 앞서 가고 있었다. ... 전통시대의 성관념은 성의 과감한 노출조차도 공동체의 산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마을 입구에 버젓이 남근이 서 있어도 음탕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수백년 동안 마을 사람이 오고가는 길목에 남근을 세워두고, 그것도 1년에 한 번씩 줄다리기가 끝나면 옷을 입힌다고 짚을 감아주었다. 오히려 공개된 사회적 성 상징물을 묵인하는 건강한 분위기다. / 오늘날은 어떤가. 만약 선남선녀가 오고가는 신촌 네거리에 남근을 세워둔다면 외설 시비로 논란이 거듭될 것이다. p.125

비슷한 것만 나오면 중국의 영향 운운하는 주장은 하나의 모화주의에 다름이 아니다. p.138

도깨비는 실제로 괴상한 짓을 많이 한다. 그러나 단순하게 인간에게 해코지만 하는 미물은 아니다. 허깨비가 몹쓸 환상이라면 도깨비는 쓸 만한 환상이다. 쓸 만한 환상은 꿈을 불러일으키고, 그 꿈은 문화를 다채롭게 한다. 꿈을 불러일으키는 도깨비가 곳곳에서 출몰하던 (p.154) 조선시대에 구전문학도 르네상스를 맞았음을 상기해보라. p.155

일본의 오니가 우리 도깨비로 둔갑하여 동화채과 텔레비전을 장식한다. 아이들은 오니를 우리 도깨비로 착각한다. p.165

문화란 어떤 영향 관계에 놓였다고 하더라도 일방적인 경우는 없다. 늘 상대적 독자성을 지니고 발전하기 마련이다. p.180

오늘날 생태 환경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면서 자연으로 되돌려주는 리사이클링의 중요성이 부쩍 주목받고 있다. 쓰레기를 재생하는 문제가 늘 제기되지만, 리사이클링은 되돌려주기 위해 또 다른 열량을 요구한다는 문(p.200)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 점에서 비추어보면, 똥돼지문화는 어쩌면 가장 완벽한 리사이클링이란 생각이 든다. ... 수세식 화장실이 보급됐고, 똥은 그야말로 물에 씻겨 강물로 흘러들어갔다. (p.201) ... 폐기물이 아니라 영원한 재생품이던 똥을 버림으로써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인가. ... 깨끗한 수세식 처리가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 도리어 새로운 환경 훼손의 시작임을 안다면, 우리의 서구식 청결관은 쳥결도덕주의에 불과하다. p.202

돼지 사육과 사료 문제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돼지고기를 금기 식품으로까지 만들게 된 원인도 거기서 찾을 수 있다. 이슬람교도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그 원인을 자연 환경이 변하면서 사료가 불충분해진 데서 찾았다. p.206

역사는 늘 그랬다. ’바련이라는 이름으로 대량학살을 자행했고, ’발견이라는 이름으로 무참히 파괴했다. p.319

<황금가지>는 우리 자신의 당나무를 깊이 성찰할 것을 요구하는 듯하다. 왜 우리는 자신의 것을 포기하거나 침묵하는 것일까? 내가 그의 황금가지를 끌고 온 이유는 바로 우리의 황금가지가 자라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에서다. p.384

도대체 미신이란 무엇인가? ’문명인의 관점에서 야만인을 덜 개화된 인종으로 비하해서 보는 것과 같이 미신이란 다분히 제국주의적, 인종주의적 편견에서 나온 것이다. 어떤 사회에서 믿음으로 인정되는 것은 그 사회의 구성원에게 당당한 정신이 된다. 이에 반해 바깥 사회의 국외자에게는 미신이 된다. 더욱이 마을나무는 우리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거론되는 것인데, 이를 미신나무로만 몰아댄 우리의 편협한 이해방식이 안타깝다. p.402

욕설은 결코 단순한 욕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한다. 따라서 욕설은 인간 심층심리와 행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민속문화의 하나다. p.521

신화를 단순한 허구나 전설 같은 이야기로 여기는 풍조는 근대 이래의 지나친 계몽주의적 지식관에서 비롯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신화학자 쿠르트 휘브너가 갈파한 신화의 명예 회복을 꿈꾸며, 우리 신화 속에서 여신과 남신의 자리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신화의 원형이야 말로 어쩌면 오늘날 우리 삶의 비밀을 보여주는 청동거울이기에. p.526

하늘과 땅의 통치자, 올림포스 신들의 왕인 제우스의 가부장제 신화를 우리 여시 답습하는 중이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여신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이 땅은 아직까지 간 큰 남성이 살고 있는 가부장적 사회다. 물론 조금식 균열을 보이고 있는 중이기는 하다. p.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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