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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

브래드 글로서먼 저/김성훈 역
김영사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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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의 미래다. 그들이 가진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가 된다. 그렇기에 일본을 이해하는 일은 우리를 이해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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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 이웃나라일본은 우리의 미래다. ‘일본에서 일어난 일은 10년 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다는 말이 있다. 배틀로얄에서 그려진 왕따와 따돌림 이야기가 그렇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발생할거라고 충분히 예견 가능한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문제가 심각해진 지금은 강력한 처벌만을 외치고 있다. 강력한 처벌만으로 해결된 문제였다면 먼저 겪은 일본에서 왕따를 어느 정도 해결했을 테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일으켰다. 그 결과 자국 내 문화 작품으로 표출되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일본의 모습에 따라 근대화를 이루었고, 그 뒤를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피크 재팬과 마찬가지로 피크 코리아역시 머지않은 미래가 될지 모른다.

<피크 재팬>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저자는 한국의 가장 큰 실패는 일본의 실패를 마치 거울처럼 그대로 반영(p.15)”한다고.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히 일본의 현재만을 나타내지 않고, 우리의 미래까지 보여줄 수 있다. 일본을 이해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이 된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 정점에서 내려오는 것이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본이 정점에서 내려온다고 해서 향후 한국의 대전략에서 일본은 배제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p.575)” 좋으나 싫으나 일본과는 이웃으로 살아야 한다. 그들이 가진 힘과 규모는 여전히 강하다. 역자 역시 강조한다. 당장 인구만 해도 프랑스와 영국을 합친 규모이며, 아시아식 근대화의 원형인 셈인데, 이를 토대로 수많은 변형된아시아식 근대화가 이뤄져 왔(p.580)”기에 일본의 변화는 살펴 볼 가치가 충분하다. 일본의 위상변화는 우리의 삶에 직결된다. 이를 놓쳤을 때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이미 충분히 겪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화에 성공했고, 아시아 국가에서는 유일하게 식민지 경영을 하는 제국주의 국가로 성장했다. 패전 후 위기 속에서 한국전쟁을 통해 기사회생했고, 1980년대의 경제 부흥을 통해 강대국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잃어버린 10년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강대국이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이 일본의 정점이라고 본다. 현재까지 일본은 메이지유신 영향력 아래 있다. 지금의 일본 극우세력은 과거의 가치관으로부터 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희망을 찾(p.454)”고 있으며, 그 과거의 가치관이 바로 메이지 유신이다. “아베 정부 시기는 일종의 막간에 해당하며, 국위를 선양하고 아시아 지역과 전 세계 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확보하려는 전통적인 강대국주의자가 마지막으로 애를 쓰는 순간(p.538)”이라 평한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근대화 성공비결을 지방 분권으로 인한 다양성의 힘으로 생각한다. 다른 아시아 국가는 왕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적인 체제였다. 왕만 포섭된다면, 붕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일본은 지방의 권력들이 막부 정권에 저항하면서 자신들만의 구상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 결과로 천황중심으로 중앙집권적인 개혁을 이뤄낼 수 있었다. 약점이 강점으로 작용한 셈인데, 지금은 오히려 그 강점, 과거의 성공의 경험이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판단한다.

역자의 요약을 살펴보면 일본의 문제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 ‘편협한 민족주의(복고주의적 관점)’생활보수주의적 성향(공동체 강조 관점)’이 맞물리면서 개혁의 흐름을 막고 있다. 편협한 민족주의는 우리가 매번 경험한다. 이는 일본이 주변국과의 역사인식 문제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적 기반으로 작용한다. 생활보수주의적 성향은 내향적 자기보호 성향으로 사토리 세대의 인식과 유사하다. 큰 변화에서 오는 불확실성보다는 오늘날 누리고 있는 안락함을 선호(p537~538)”한다. 거대한 담론이나 사회보다는 자신의 생활과 안정을 추구하는 내향적인 성향이 강화될수록 “‘편협한 민족주의가 야기할 수 있는 외교적 소란을 반기지 않(p.574)”게 되고, 편협한 민족주의를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동력이 상실한다. 편협한 민족주의가 야기하는 주변국과의 분쟁은 정책결정자와 유권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고, 우선순위(p.194)”를 바꿔버린다. 한국과의 역사 분쟁,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일본이 떠들썩한 것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바다.

여기에 정치인의 리더십 부재(관료들이 배를 물에 띄워놓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은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공백이야말로 지정학적 불안정이 요동치는 순간에 일본의 안보와 번영에 갈수록 위협이 되었다(p.92)”), 공고한 시스템의 역설(일본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누가 되었건 간에 ... 시스템을 통해 성장해야 하고, 이 시스템은 그런 사람을 솎아내도록 되어 있다. ...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하면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억제하거나 사고를 바꾸는 방법을 배운다. 이것이 조직의 힘이다.(p.215)”-다마모토 마사루)은 일본의 변화를 더욱 더디게 한다. 그 결과 대재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사회 내부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메이지시대의 영광을 바라지만, 그때의 정신은 현 세계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 일본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경험에서 독립해야 한다. 일본은 탈아하기로 결정했던 메이지 시대의 결정적 요소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 선택은 당시에는 타당했지만, 그 이후에는 일본의 선택을 가로막았다(p.543)” 게다가 “2020년 도쿄올림픽은 ... 일본의 재부활을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오히려 정점을 찍은 일본에 대한 작별을 고하는 계기(p.558)”가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축소된 올림픽은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여로 모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지정학적 특성상 한국과 일본은 대륙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다. 미국과의 동맹최선의 전략적 선택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할 때가 많다. 그렇기에 “‘끼여 있다는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점(p.14)”을 숙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넌지시 강요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살아남는 일에 일본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변화는 우리의 삶과 직결된다. 그 옛날의 아픔이 역사가 아닌 현실로 되살아 날 수 있다.

앞서 말한대로, 일본의 일은 우리 사회에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본은 모든 선진 민주주의국가가 궁극적으로 직면할 문제들과 이미 당면해 씨름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책을 강구하는 중요하고도 잠재적인 실험실(p.34)”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것으로만 생각했던 왕따 문제,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이미 우리에게 심각한 현안으로 다가왔다. <피크재팬>은 우리에게 말한다. 일본의 정점과 하강은 우리의 미래라고, 우리가 일본을 넘어섰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우리의 하강이 시작되는 지점일 수 있다고. 그말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이 책을 읽고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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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유사성과 한일 양국 정부가 내린 결정에 따른 잠재적인 전략적 후과도 마찬가지로 우려스럽다. 한국은 스스로 믿는 것보다 훨씬 더 능동적인 힘이 있다. 한국은 더 이상 고래 싸움에 끼여 있는 새우가 아니다. 그러나 일본처럼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다. 나는 미국과의 동맹이 한일 양국으로서 최선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믿지만,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하며 이 선택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다. 끼여 있다는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p.14

한국의 가장 큰 실패는 일본의 실패를 마치 거울처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웃 국가와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불안한 한일 관계는 양국을 둘(p.14)다 전략적 차원에서 취약하게 만든다. 동북아시아는 군사 역량을 현대화하고 강화하는 적들이 있는 불안한 지역이다. p.15

한일 양국은 새로운 가능성을 움켜쥐어야 하며 또한 동시에 새로운 제약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많은 중요한 부분에서 두 나라는 이런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에 상당히 적합하지만, 성공 여부는 두 나라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를 냉철히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p.16

일본은 모든 선진 민주주의국가가 궁극적으로 직면할 문제들과 이미 당면해 씨름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책을 강구하는 중요하고도 잠재적인 실험실이 될 수도 있다. p.34

역사학이란 많은 경우에 상승했다가 궁극적으로 주저앉아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국가의 궤적을 그려가는 작업이다. p.37

관료들이 배를 물에 띄워놓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은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공백이야말로 지정학적 불안정이 요동치는 순간에 일본의 안보와 번영에 갈수록 위협이 되었다. p.92

일본의 우울한 성과는 일본 지도자들이 인지하고 있었지만 다루지 못했던 구조적 문제의 산물이다. <워싱턴포스트> 특파원인 치코 할런은 201210월에 일본을 짓누르고 있던 우울한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한때 번영과 권(p.123)력을 어떻게 거머쥐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던 세계적인 모델이 이제는 장기적 슬럼프에 빠졌을 뿐 아니라 달아날 수 없는 쇠퇴에 접어들었다.” p.124

희망과 자부심을 다시 불어넣으려면 극단적 조치가 필요(p.138)하다고 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강한 위기의식절대적으로 필요하며국민은 우선 사안과 관련하여 극단적 조치를 각오해야 한다. 이러한 표현은 상당히 충격적이면서 국가 전략실과 전략가들이 오늘날 일본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거와 단절해야 하는 용기와 통찰력, 결의가 요구되는 메이지 시대와 같다는 상황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p.139

이런 정책적 수렴은 양대 정당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켰다. 일본 정치는 유혈 스포츠가 되었고, 상대방을 당혹스럽게 하거나 좌절시키려는 두 정당의 의지도 확고해졌다. ... 전술이 정치적 계산을 지배해왔으며, 더 큰 국가 이익에는 관심이 없거나 아주 작은 관심만 두었다. p.189

민주당 집권 시절에 우울한 경험을 하고 나서 일본 국민은 일본 정치 시스템(과 일본)을 괴롭히던 문제가 일당 지내나 자민당 지배 또는 뒤베르제의 법칙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일본은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는 정치인과 졸렬하게 고안하고 실행한 정책, 놀라울 정도로 변화를 거부하고 쉽게 원상회복하는 정치, 경제구조, 개혁시도를 효과적으로 침묵시키는 보수적 문화와 국민 정서 그리고 불행 등이 결합하여 절뚝거리고 있었다. 또한 국내외에서 발생한 사건이 계속 끼어들면서 정책결정자와 유권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고, 우선순위(p.194)도 바꿔버렸으며 정책 결정을 만들고 집행하는 환경을 변화시켰다. p.195

료마는 단순한 역사적 인물이 아니다. 그는 당시 일본이 직면했던 가장 시급한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면서 대응 방안을 강구했다. 동양과 서양 사이에서 일본의 위치는 어디인지, 편안한 질서를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되었는지 여부 등 그 당시와 똑같은 질문이 오늘날 일본 사회를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실, 즉 그에 대한 답을 주었다는 점에서 료마는 글자 그대로 진정한 영웅이 되었다. 료마가 표상했던 가치관이 오늘날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중이 믿을수록 그만큼 일본에서 료마를 영웅시하는 현상도 심해진다. 오늘날 그러한 인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료마가 현대 일본에서 중요해지는 것이다. 2008년 정계에서 은퇴한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당선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p.202)리의 아들은 료마와 그의 동료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합하다고 본다. ... 그 또한 영감을 받기 위해 마찬가지로 메이지 시대를 되돌아보았다. p.203

이런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투쟁이다. 다마모토 마사루가 설명한 바와 같이 일본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누가 되었건 간에 ... 시스템을 통해 성장해야 하고, 이 시스템은 그런 사람을 솎아내도록 되어 있다. ...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하면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억제하거나 사고를 바꾸는 방법을 배운다. 이것이 조직의 힘이다.” p.215

현상 유지를 고수하는 경직성은 문화적으로 편견이 아주 강하면서도 극도로 위험을 기피하려는 일본인 대다수의 성(p.215)향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마모토는 만일 위험을 감수한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 셈이다. ... 하지만 일본에서는 모든 사람이 위험을 감수할 때만 당신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모든 살마이 다 같이 실패하거나 성공한다. <7인의 사무라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사무라이가 아니라 소작농에 관한 영화다. 일본에는 귀족이 없다. 일본은 자기 자신을 관료라고 부르는 소작농이 관리하는 소작농 사회다.” p.216

정치인의 자식은 값진 통찰력이나 정치의 속사정에 노출될 기회를 얻을 뿐 아니라 습관이나 가정, 절차 등도 물려받는다. 특히 정치적 출세에 매우 중요하면서 제약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인간관계또 물려받는다. 이는 정치가 원활히 진행하도록 해주고 인간관계를 결속시키기 때문에 일본 정치의 기본이 되는 후원회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가장 쉬운 일은 기다리는 법이라고 인정했던 하야시 의원의 경우 4대째 세습 정치인이라는 점에 주목하라. p.217

일본 국민은 현재의 도전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인의 모습에 갈수록 실망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일본인은 어떤 면에서 시스템의 실패라면서 유권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p.218

투표율 하락은 국민이 체념했다는 신호로 보일 수도 있다. 한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을 점령했던 미(p.219) 군정 당국이 일본인에게 민주주의를 부여했기때문에 이런 현상은 이미 예견되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일본인은 민주주의사회에서 요구되는 시민의 의무 사항을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p.220

일본으로서는 메이지 시대 세계관에 있는 아시아와 서구라는 두 가지 선택지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는 시급성이 더욱 커졌다. p.298

결국 311일의 사건으로 말미암아 많은 일본인은 근대화의 도전을 직시해야만 했다. 후쿠시마원전의 실패는 21세기 일본 사회의 더 큰 실패를 상징했으며, 강대국이 되겠다는 야망 때문에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었던 소비와 지칠 줄 모르는 성장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 경제모델에 휘말려 일본의 근본적 성격과 본질에서부터 소원해진 게 아닌지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p.303

결론적으로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사건은 단순히 재난으로 발생한 혼란의 결과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절망적인 수준으로 훼손된 것처럼 보였던 정치와 규제 차원을 넘어, 기획조차도 불가능하게 하는 문화적 속성의 산물로서 총체적 실패였다.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는 311일 사건이 왜 중요한지 더욱 강조해준다. 사후 조사 결과 일본을 위대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똑같은 믿음과 똑같은 제도가 그날 있었던(p.317)던 사고의 근원이었다고 판명되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면 311일 발생했던 사고의 원인을 들여다볼수록 일본인에게 자신들을 성공하게 해주었던 요인이 이날의 실패를 초래했던 것이 아닌가라고 되묻게 한다. p.318

일본 정치에 대한 미국 내 손꼽히는 전문가인 제럴드 커티스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문제의 책임이 문화라고 딱 집어서 말하는 것은 극단적인 변명이다. 만약 문화가 행동을 설명한다면, 누구도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p.322

자연과 정치는 진공을 싫어하며, 민주당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자 아베와 자민당은 궁극적으로 다시 권좌로 빨려들어 갔다. 민주당은 통치 역량이 없다고 판명되었으며, 실질적인 위협(311일의 재난)과 잠재적인 위협(험악한 이웃(p.424) 국가들)으로 말미암아 역량 부족의 대가가 크다는 사실도 부각되었다. 2012년 선거 후 한 평론가는 만약 일본이 목적의식이 있는 지도자를 발견한다면 중국에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p.425

적극적인 일본의 방위 태세는 일본의 무임승차 또는 저임승차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고, 미국이 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 p.430

자신감을 고취하려면 일본 국민에게 자부심을 불어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창 잘나가던 1970년대와 1980년대 일본의 성공과 겉으로 보기에 멈출 수 없었던 일본의 부상이 일본인의 사고를 옥죄었다. 잃어버린 10년이 반복되면서 일본인은 행복감과 목표의식을 상실하고 제2장에서 제5장까지 설명했던 충격, 특히 311일의 사건으로 삶의(p.453) 균형이 깨지고 불안해했다. 몇몇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공허함을 메우려면 극단적 조치와 미지의 미래에 대한 담대한 접근이 필요했다. 이 같은 시도에는 일본재생전략이나 일본판 뉴딜 추진 촉구등의 이름이 있다. / 하지만 몇몇 다른 사람은 과거에서 해답을 찾으려 한다. ... 이들은 과거의 가치관으로부터 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희망을 찾는다. p.454

냉전이 끝나자 거품이 붕괴했고, 이후 일본 정부는 경제적 역동성과 정치적 안정을 회복하려고 분투했다. 어떻게 보더라도 이 둘은 상호 연계되어 있고 어느 한쪽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른 한쪽의 목표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이 과거에 성공을 거두었고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기울였던 관심이 크며 문제가 시급하다는 점을 감안(p.475)할 때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p.476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믿음직하고 갈수록 매서워지는 목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진전이 없다는 사실이 현대 일본의 가장 큰 수수께끼다. 국가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대중을 엄청나게 동원했고 크게 성공을 거둔 전력이 있는 나라가 도대체 왜 외부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국내적 침체를 해소하지 못하는가? 이런 무기력은 정책결정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을 동원할 수 있었던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대내외적 충격을 감안하면 납득이 가지 않는다. p.481

일본 문화와 전통에 대한 거의 모든 언급에서 다양성과 관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본인(p.498)이 개혁에 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과거 그 자체와 과거라는 틀이 형성하는 관념이 그들의 사고관에 미치는 영향력이 아주 강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또한 일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전통도 추가적으로 일본을 바꾸는 데 강력한 걸림돌이 된다.(p.499) ... 단체를 강조하는 사고방식은 개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둔감하게 하고 더 큰 사회적 맥락에서 바라보도록 해서 불행이나 좋지 않느 결과를 수용하는 성향을 강화한다. 개인의 경험이 폄하된다면 변(p.500)화를 촉구하거나 개혁을 추진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국가의 통제 완화와 개인의 자율권 부여에 기반을 둔 자유화는 이런 시각에서 볼 때 극도로 이질적이다. ... ‘를 요구하는 문화는 전체적으로 사회에 집중하는 풍조를 한층 심화시킨다. p.501

일본인의 관념과 전통, 문화 그리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정체성은 변화에 강하게 저항하는 태도를 점진적으로 만들어냈다. p.515

일본인의 시야가 좁아졌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더 많은 일본인이 성장과 발전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을 다시 생각해볼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새롭고 발전적인 사고방식은 일본의 정체성에 대한 실용적이면서 철학적인 고려, 일본의 미래와 잠재 능려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편가, 새롭고 큰 것이 반드시 항상 더 좋은 건 아니라는 이롭ㄴ의 근대화에 대한 생각의 변화 등을 내포하고 있다. p.530

한계를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은 거의 체념하는 듯한 위험한 정서이며 21세기 일본의 기반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정서는 일본에 널리 만연한 것처럼 보이는 불만과 그럼에도 현상 유지를 지속하겠다는 정서를 조화시킨다. 일본의 미래가 과거만큼 밝진 않지만 그래도 현재의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일본인은 잃을 것이 너무 많으며, 자신들이 서서히 침식되고 있다는 생각에 점차 물들어가면서도 큰 변화에서 오는 불확실성보다는 오(p.537)늘날 누리고 있는 안락함을 선호한다. / 이러한 해석이 옳다면 일본이 정점을 찍은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아베 정부 시기는 일종의 막간에 해당하며, 국위를 선양하고 아시아 지역과 전 세계 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확보하려는 전통적인 강대국주의자가 마지막으로 애를 쓰는 순간이다. p.538

현재 일본 지도자들이 보이는 보수주의는 불신 받고 있는 과거사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되살리려는 시도로 비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본이 위험해 질 수도 있다 아베 총리가 안보정책 개혁을 추진하면서 보여주었던 실용주의와 신중한 태도는 그도 이런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며, 일본 국민과 아시아 지역에 있는 불안감을 해소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는 현재까지 대체로 성공을 거두었다 아베가 과거사를 잘 활용한다면 일본을 아시아에 다시 통합시키려는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 문화와 전통이 아시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좀(p.542) 더 예리하게 이해하고 평가한다면 아시아로의 복귀를 촉진할 것이다. / 그래서 일본은 탈아하기로 결정했던 메이지 시대의 결정적 요소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 선택은 당시에는 타당했지만, 그 이후에는 일본의 선택을 가로막았다. 일본은 아시아의 일부가 되지 않으면 더는 아시아에 남아 있을 형편이 못 된다. 어떤 새로운 관계라도 궁극적으로는 일본의 새로운 사고방식에 달려 있다. 아시아 지역은 이제 단순히 일본의 관심 대상으로만 남거나 일본이 이끌어가야 하는 국가들의 집합체로만 여길 수 없다. 일본은 덜 계층적이고 더욱 평등한 질서를 추구하며, 진정한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한국 및 중국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세 나라 모두가 이런 비전을 실현하려 협력해야 한다. p.543

만약 모든 것이 잘된다면 그리고 만약 올림픽경기 이전에 놀랄 만한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2020년 도쿄올림픽은 일본을 축하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재부활을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오히려 정점을 찍은 일본에 대한 작별을 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p.558

이 책의 핵심적인 분석 대상은 그 해법이 정책 변화에 속도감 있게 반영되지 않는 지체 현상이다. p.564

저자는 일본에서 발견되는 과제 해결 지체의 원인으로 일본 사회가 선호하는 국가 비전이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논의되는 개혁론과 상이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개혁론에 대한 비판적인 일본적국가 비전을 두 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일본적 가치를 강조하는 측면에서 동일하지만 일본회의로 대표되는 복고주의적 관점과 미국식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공동체 강조 관점을 구별하는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복고주의적 관점은 저자도(p.573) 우려하고 있는 일본 내 편협한 민족주의를 말한다. 이는 일본이 주변국과의 역사인식 문제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적 기반이다. 공동체 강조 관점은 편협한 민족주의와 유기적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공동체 강조 관점은 현재의 삶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변화에 대한 거부의 내향적 생활보수주의 성향이다. 생활보수주의적 성향은 기본적으로 안정 추구적이라는 측면에서 편협한 민족주의가 야기할 수 있는 외교적 소란을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생활보수주의의 내향적 자기보호 성향은 거시적 정치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생활 안전성을 확보해주겠다고 목소리를 내는 리더십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가지기 쉽다. 생활보수주의의 내향성이 강화될수록, 정치권이 편협한 민족주의로 향할 때 이를 제어하는 사회적 힘은 왜소화된다. p.574

저자가 누누이 강조하듯이 정점에서 내려오는 것이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본이 정점에서 내려온다고 해서 향후 한국의 대전략에서 일본은 배제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p.575

일본은 1980년대까지의 성공에 너무 도취되어서 변화를 거부하며 서서히 동력을 잃고 사그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덩치가 있다. 당장 인구만 해도 프랑스와 영국을 합친 규모다. 그리고 일본은 가장 먼저 아시아식 근대화를 주도한 국가라는 상징성이 있다. , 아시아식 근대화의 원형인 셈인데, 이를 토대로 수많은 변형된아시아식 근대화가 이뤄져 왔다. 앞으로도 일본의 중요성이 유효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p.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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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30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