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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이영채 외]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현실이다. | Memento 2021-10-1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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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

이영채,한홍구 저
창비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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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정리는 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지금을 정리하면 친일파는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입니다. 중요한 건 현실입니다.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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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나라의 과거와 미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국가다. 오랫동안 지속적인 교류를 해왔고, 앞으로도 중요한 파트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본이 좋은 파트너인가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식민지의 기억은 너무나도 강력하다. 아픈 경험은 여전히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수많은 피와 땀에도 불구하고 독립은 급작스럽게 주어졌다. 해방 후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었다. 국가를 재건하기 위한 모든 자원이 부족했다. 친일파의 재등용은 어쩌면 불가피했는지도 모르겠다. 친일파 청산의 당위성과 별개로 막 독립한 혼란스러운 국가를 재건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는 분명히 존재했다.

 

실재로 일본 제국대학 출신의 엘리트들은 남북한을 재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들은 자연스레 기득권이 되었다. 문제는 한 번 주어진 기득권은 되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정현종의 <제국대학의 조센징>에서 김연수-김상협 부자의 사례를 들어구한말의 지주는 식민지 산업자본가를 낳았고, 그 산업자본가는 군사정권의 국무총리를 낳았다.(p.54)”고 말했다. 친일파 청산에 철저했다고 하는 북한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제국대학은 일본만이 아니라 식민지 및 남북한에서도 국가 엘리트 육성 장치(p.22)’로 기능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역사를 보다보면 그 시대마다 주어진 임무가 있다. 친일파 청산과 국가 재건은 당시의 소명이었고, 하나는 그럭저럭 해냈다. 다음으로는 산업화와 민주화였다. 한국은 그것을 (수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해내었다. 그리고 맞이한 새 시대에 주어진 사명은 무엇일까. 양극화 해소, 통일, 사람 사는 세상, 아직은 합치된 의견이나 해결책은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눈길은 자연스레 과거로 돌아갈 법 하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소명, 남은 것은 친일파 청산이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식민지 경험과 제도, 친일파를 도덕적인 이분법으로 모두 이라 규정하고 그것을 적출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환상(p.296)‘이다.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는 일조차 수많은 논란과 얘기를 낳지 않았던가. 그저 폭파만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은 그 해답을 바로 지금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친일파 정리는 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하는 게 아니라” “친일파를 누가 이어받았는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가?(p.173)”를 밝힘으로써 그들의 힘을 깨야한다고 주장한다. 과거가 아닌 현재에서 싸워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아야 하고, 현재를 이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툼은 불가피하다. 과거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서 들춰내야 하며, 현재를 기준으로 관계를 다시 세워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 한국대로 분노하고, 일본은 일본대로 피로하다. 결국 역사분쟁은 경제보복으로 번졌다.

 

이 분쟁은 일본 극우 세력의 정치적 기반이 된다. 북한을 포함하여 한반도와의 갈등은 일본이 전쟁이 가능한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자양분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화에 성공했고, 드넓은 식민지를 경영하며 아시아를 호령했다. 다시 한 번 전성기를 찾고자 극우 세력은 과거로 눈을 돌린 셈이다. 팽창을 위해서는 전쟁 능력이 필요하고, 정상국가로의 복귀는 이를 위한 사전작업이다. 특히 야스쿠니 신사는 완벽한 군국주의의 시설로 근대 일본의 정신적인 구심점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야스쿠니 신사가 공식적인 국가시설로 전환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팽창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정신적인 기반을 되살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야스쿠니를 둘러싼 논쟁은 일본의 보수 세력들이 어떤 형태로 재편될 것인가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요소(p.87)”.

 

일본의 극우화는 동아시아 국가들에게서 중요한 문제다. 일본의 성공은 주변국 모두에게 불행했다. 풍선은 무한대로 부풀어 오를 수 없다. 한계에 다다르면 큰 소리와 함께 터지기 마련이다. 실패한 과거로 회귀하려는 일본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돌아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야스쿠니 신사를 통해 일본 우익세력의 동향을 살펴보며, 한국 내 동조세력을 견제하는 일은 한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세력이 득세하고, 포퓰리즘, 폐쇄적인 민족주의가 대두하는 상황에서 세계 평화를 보전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위기는 곧 한국의 위기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 거울 같은 존재(p.326)”. 무조건적인 화평은 불가하지만, 일본을 배제한 채 살아갈 수 없다. 긴밀히 연결된 만큼 서로 간에 좋은 파트너가 되어야 함은 양쪽 모두에게 당연하다. 그렇기에 과거사 청산은 현실을 개혁함으로써 해야(p.175)”한다는 주장은 중요하다. 과거에 얽매여 서로를 악으로 규정하고 배제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결국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 평화세력의 연대를 통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한 실마리를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 자세히 보여준다. 과거에 남아 있는 흔적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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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어떤 한 국가나 사회가 고립되어 있을 때 이를 풀어갈 수 있는 것이 소프트파워, 즉 문화교류입니다. 그러한 것들이 경제와도 연결되고, 그러면서 정치 영역의 교류도 활성화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국제정치 이론으로 봤을 때 한일관계는 경제교류가 지금까지 지속되었고 문화적으로 더 밀접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영역은 오히려 악화되어가는, 이상한 비대칭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p.42

한국은 19438월에 독립했다기보다 미국의 동아시아 점령 정책 속에 편입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p.48

일본에는 아시아 주변국의 역사반성 요구를 받아들일 기본 토양조차 부족하다는 현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p.55

야스쿠니를 폐지하라는 말은 천황제를 폐지하라는 말이고, 나아가 근대국가 일본을 해체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야스쿠니 폐지라는 주장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p.68

야스쿠니는 완벽한 군국주의의 시설이었습니다.(전후 군국주의 시설에 대한 비판으로 현재는 예제 날짜를 422, 1018일로 변경해서 진행하고 있음.) 그래서 신도가 일본의 전통 종교이긴 하지만, 야스쿠니는 신도의 이름을 빌린 군국주의 시설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p.78

헌법 개정이나 안보법 개정보다도 야스쿠니가 공식적인 국가시설이 되었을 때야말로 일본이 진정한 군국주의로 돌아섰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전후 일본은 평화국가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국민들이 전전과는 다르게 전쟁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수상들이 야스쿠니 참배를 계속하고 야스쿠니를 공식화해서 일본인들이 전전처럼 전쟁에 대한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보수세력의 노림수인 것입니다. p.83

야스쿠니를 둘러싼 논쟁은 일본의 보수 세력들이 어떤 형태로 재편될 것인가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요소입니다. 어떻게 주장하든 일본의 보수세력은 공통적으로 야스쿠니를 인정해야만 자신들이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야스쿠니를 국립추도시설로 삼으려는 운동이 훨씬 더 대중화되리라 예상됩니다. p.87

우리가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바라볼 때 민족적 관점이 중요하긴 하지만, 오로지 민족적 관점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보편적 관점이 중요합니다. 인권의 문제, 평화의 문제로 여겨야 합니다. 우리를 반일 종족주의자라고 몰고 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사실 종족주의자입니다. 보편적인 기준을 갖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가 누구냐만 갖고 따지는 것이 편협한 종족주의이지요. 전강수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혐한 종족주의자라고 불러야 마땅합니다. p.97

네덜란드 학자 카렌 판 볼레펜은 The Enigma of Japanese Power(일본이 지닌 힘의 수수께끼)라는 유명한 책에서 일본을 머리 없는 괴물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군국주의 일본은 독일 나치즘의 히틀러나 이탈리아 파시즘의 무솔리니 같은 수괴가 없다는 뜻입니다. 고노에 후미마로나 악명 높은 도조 히데키도 그런 수괴는 아니었습니다. p.128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은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반도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우리에게 처참한 비극이었던 한국전쟁을 계기로 일본이 회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p.130

박정희가 1945년 이전에 물리적으로 한 친일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박정희가 친일파가 되기 위해 긴 기간 준비운동만 한 셈입니다. 대구사범학교부터 일본 육사까지 문무를 겸비해 제국에서 출세하기 위한 발을 내디디자마자 일본제국이 패망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박정희를 원조 친일파라고 하는 이유는 집권한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대한민국을 일본 극우파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끌고 갔기 때문입니다. 바로 일본이 만주국을 경영했던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 과정에서 박정희의 사상적 지도자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세지마 류조고, 그 배경에 황도파 사상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p.136

친일파 정리는 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지금을 정리하면 친일파는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입니다. 중요한 건 현실입니다. 오늘 친일 문제의 싸움터는 1920년대, 30년대, 40년대의 역사연구가 아닙니다. 친일파를 누가 이어받았는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가? 그 힘을 깨버리는 게 친일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연구는 그 다음에 숨 돌리면서 하면 되지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주전장은 여기, 지금 이 순간입니다. p.173

과거(p.174)사 청산은 현실을 개혁함으로써 해야 합니다. 지금을 바로잡으면 과거가 바로잡힌다는 생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과거를 바로잡아서 지금을 바로잡으려는 생각은 잘못되었습니다. 우리의 과거 청산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중요한 이유가 그런 방식이었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p.175

물론 우리에게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맹아론은 말하자면 죽은 자식 나이 세는 격이지 싶습니다.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요? 제국주의 침략을 당하고 그 싹이 짓밟혀버려서 결국 발전하지 못했다면 그 싹이 실제로 있었던 건지도 불분명하고, 있었다 해도 어떻게 발전해갔을지 증명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싹보다는 씨앗에 가깝지 않았나 싶습니다. p.91

재일조선인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 속에는 한일관계뿐 아니라 남북관계, 북일관계까지 숨어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재일 조선인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p.218

해방 이래 조선학교가 겪은 고난사는 재일조선인이 겪은 차별과 인권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권리는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주어야 하는 것임에도 한일관계나 북일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고 심지어 인질처럼 다뤄졌지요. p.250

재일조선인들은 해방 이래 지금까지 줄곧 똑같은 질문을 받아왔습니다. “당신의 정체성은 일본입니까, 남한입니까, 북한입니까?” 예전 한 재일조선인은 이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정체성이 그렇게나 중요합니까? 왜 정체성에 그 정도로 연연합니까? 밤하늘에 반짝이는(p.264) 별이 수없이 있는데, 어떤 별은 한국 것이고, 어떤 별은 일본 것입니까?” p.265

한국과 일본은 서로 거울 같은 존재입니다. 공통적으로 지니는 특성이 너무 많아서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나라이지요. 어느 한 나라가 반면교사인 것이 아니라 서로 그렇습니다. p.326

일본이 조선 식민지 정책에 근대화 및 개발의 측면이 있다는 것은 전면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착취와 종속을 주장할수록 그들의 근대화 및 개발 논리 역시 계속해서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할 뿐입니다. 역사수정주의에 대해서는 통계나 논리만이 아닌 역사 현장에서 당시의 개발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로 누구를 위해서 이루어졌는지 한일 시민사회가 함께 현장을 검증하는 새로운 연구모델이 필요합니다. p.330

일본은 한국의 통일을 이루어주지 못하지만, 우리의 통일을 방해할 힘이 있는 나라입니다.’ ... ‘일본은 한국이 20년 뒤에 겪게 될 모순된 사회상을 보여주면서도, 우리 사회가 현재 안고 있는 모순을 배우지는 않는 나라입니다.’(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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