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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 기본 카테고리 2021-11-28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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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치동

조장훈 저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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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 않은 "대치동"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 읽고 덮으면서 한참 아랫입술만 씹고 있었다. 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도 저자는 마지막 "나오며"마저도 가볍게 두지 못했다.
수많은 문제 제기와 사람들의 오판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저자의 식견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겠다. 물론 그가 긴 시간을 날 선 대학 입시의 최전선인 학원 판에 발을 담그고 있었기에 가능했겠지만 대치동 한복판에서 강사로 20년을 지냈다고 누구나 이런 통찰을 할 수 있지도 않을 것이다. 처음 제목을 딱 듣고는 부동산 관련 책이거나 대학 입시 정보가 담긴 책일 거라고 막연히 짐작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전혀 다른 책을 써냈다. 추천사에서 장정아 교수가 왜 이 책을 제도와 공간과 사람들에 대한 충실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라고 했는지 이해하고도 남겠다.
나 역시 한국 사회에서 지극히 표준적인 생애사를 지나오고 있으니 두 번은 이 끔찍하고 적나라한 아수라의 시간과 대면할 것이다. 이미 수험생으로의 시간을 지나왔으니 이제 학부모로서의 시간이 남았다. 이런 마음으로 이 책을 넘기는 일이 부담스럽고 유쾌하지만은 않았지만 도망갈 수만은 없는 일, 게다가 조장훈 작가는 이런 소재로도 스펙터클하며 흡입력 있는 글을 써냈다. 중2 아이를 두고 있고 교육제도에 관심이 많은 엄마라고 스스로를 자부했는데 아이고... 책을 읽다 보니 내가 아는 건 정말 얇은 습자지 한 장 정도의 겉핥기뿐이었구나 하는 부끄러움이 자주 일었다. 학력고사의 시대가 저물고 수능이 어떤 이유와 취지로 시작되었는지 논술과 대학별고사가 어떻게 실시되고 변화해 왔는지 이런 입시제도의 변화에 어떤 사안들이 고려되었는지가 정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서로 다른 지갑을 차고 있는 입장에 따른 속 사정까지 알게 되면서 그동안 오해했던 "수능"이라는 입시제도에 관해 점점 더 궁금해졌다.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처음 서문을 읽으며 생각했던 내 짐작이 맞았다는 걸 확인했다. 뒤가 궁금해 빨리 읽고 싶었는데 한 장도 쉽게 넘어가지질 않았다.
이 책 "대치동"은 입시 역사서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처음 실시되었을 때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며 희망을 가졌지만 새로운 입시제도의 도입과 변화는 불안을 초래하지 않던가.
2025년에 입시를 치룰 아이를 두었으니 운이 좋게도 적기에 이 책을 읽었다. 어차피 닥치면 또 바뀔 거란 생각에 일부러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던 입시판이었다. 이런 거시적인 안목으로 입시의 역사와 각각의 평가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책을 읽게 되어 다행스럽다. 이제 조금 감이 온다.
대한민국에서 대학 입시와 병역 문제는 아주 민감하며 공정해야 할 마지막 보루다.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는가.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이에 따른 속시원한 해결책은 없는가.
글쓰기와 읽기가 배제된 교육과정, 입맛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입시.
난 그저 불평하고 불안해했을 뿐 그 내면이 가지는 의미는 잘 몰랐다. 사실 알면 알수록 머리가 아프니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이 책이 이 모든 입시의 문제점에 답을 주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는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여론몰이에 걸려들어 편협한 판단을 해서는 왜 안되는지에 관한 다른 시각을 얻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다 알고 있고 이리 모두에게 공표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내 아이가 치룰 입시에 관해 자꾸 따져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 다시 급변하는 입시요강, 고교 학점제. 모두 문제를 깨닫고 변화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정말 기회가 왔을 때 밝은 쪽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걸까? 대한민국 전체가 얼기설기 모두 얽혀 있는 이 "입시"라는 마지막 보루를 세계 자살률 1위의 청소년들도 가질 수 있는 희망으로 바꾸어 갈 수 있을까.
제도의 취지야 나쁜 것이 있었나?
학생부 교과 전형, 학생부 종합 전형, 논술 전형, 특기자 전형 이 전형들이 가진 문제 때문에 지금의 입시 문제들이 야기된 건 아니지 않은가.
계급 이동의 기회, 한 번의 시험이 가져오는 앞으로 뒤집기 어려울 출발 위치, 입학만 하면 졸업은 거의 모두 가능한 대학 학사 시스템, 능력보다 대학 이름 한 줄에 큰 의미를 두는 사회 분위기.
어느 것이 먼저 바뀌어야 이 판이 제대로 돌아가게 되는가.
과잉 경쟁 속에서 계급 간의 힘겨루기, 여론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일관성 없이 변화하는 대입 제도.
이 끔찍한 입시 제도하에서 덜 불행한 아이를 키워내는 방법은 무엇일지 답답하고 슬픈 마음이 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한 번의 시험에 너무 큰 힘이 실려있다. 학벌이 주는 취업과 승진, 명예와 명성은 과연 정당한가. 반수에 재수, 삼수까지 도전해서 명문대라는 타이틀에 도전하는 이유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들만의 세계에 발을 넣어 연고주의라는 카르텔에 편입하기 위한 몸살이다. 한 번의 시험 결과를 낙인처럼 모두의 이마에 새겨 보존하는 것이 학벌주의라는 저자의 통찰이 뼈에 사무친다.
강북의 명문고들을 강남으로 옮겨서 인구의 재배치를 이루려던 정치 계산이 대치동에 입성한 대원족, 연어족, 대전족, 원정족에 까지 영향을 미친 이야기는 정말 드라마틱 해!
돼지 엄마가 왜 돼지 엄마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왜 그동안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지?
대치동... 참 많은 사연과 피와 땀이 버물려 있는 곳이구나.
저자는 사교육을 사회악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그 자양분을 흡수하여 공교육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입시제도가 앞으로 어떻게 바뀌든 그 입시제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끌어줄 수 있는 인프라가 공교육에 확고하다면 불안한 부모와 헤매는 아이들의 짐이 가벼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8학년도 수능 체제가 전면 개편될 계획이라고 발표되었다. 다시 글쓰기가 중시되는 기회가 될 거라는 사실은 기쁜 일이지만 이를 위해 공식처럼 짜인 사교육에 내몰려 웃음을 잃고 압박감에 시달리는 이이들이 늘지 않길 바란다.
아이들이 웃으며 미래를 얘기할 수 있는 교육은 정말 우리 사회에서는 요원하기만 한 것일까.

마음을 울린 조언이 많았는데 이 두 가지는 잊지 않고 가슴에 새겨두려고 한다.
이런 경험과 생각을 책 한 권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맙다.
--좋은 부모는 자식을 자랑스러워하는 부모가 아니라, 만족스러운 성취를 얻지 못한 자녀를 다독이면서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믿어주는 부모다.
--아직 꿈이 없다는 것은 더 많은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뜻이다. 더 많은 배움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선택하고 노력할 기회가 아직 자신의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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