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 -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미국의 단발 복좌 뇌격기,
주인공인 현상금 사냥꾼 덱스터의 암호명
간만에 정말 근사한 소설을 읽었다.
작가가 저널리스트였다고 하던데 방대한 양의 자료와 현실적인 묘사들로 사실성을 더한 소설은
역시, 역시 하며 감탄사를 금치 못하게 한다.
초반부의 캐릭터 소개는 조금 헷갈릴 수 있다. 그것 역시도 중반부 이후, 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작가의 계산적 장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반부와 맞아 떨어진다.
주인공 덱스터는 베트남에서 비밀 작전이었던 땅굴 수색대 출신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죽음과 극한의
체험을 한 뒤 제대를 한다. 팀 내 최고였던 오소리와 두더지라고 불리우며 우정을 쌓은 동료와
생쥐 문신을 팔목에 새긴 후 제대를 하고, 학구열을 불태워 변호사가 된다.
딸과 아내를 두고 평범하게 살았지만 철없는 딸내미가 남자친구에게 속아 마약에 중독되고
사창가에 팔려가 죽음을 당하는 끔찍한 일을 겪게 된다.
타고난 예민함과 꼼꼼함, 땅굴 작전을 통해 그는 죽음을 두려워않은 대범한 사나이가 되었고
딸의 죽음을 복수하면서 암호명 어벤저라는 현상금 사냥꾼으로 거듭난다.
소설은 캐릭터 소개를 마친 후, 본론으로 들어간다.
덱스터는 보스니아 내전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를 하러 갔지만 조란 질리치라는 희대의 악마에게 희생당한
젊은 청년의 외할아버지 스티븐 에드먼스의 의뢰를 받게 된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어벤져의 지략과 적의 내부까지 침투하기까지의 과정들이 후반부를 차지하는데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거장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장면들로 이어진다.
여러개의 여권을 위조하여 침투하는 것은 물론, 철인3종 경기로 다져진 몸과, 그가 살면서 친구로 만들어놓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조란질리치에게 접근해 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게다가 조란질리치를 이용해 빈라덴을 잡으려고 하는 CIA의 더러운 뒷거래들이 그를 방해하는데
작가는 감정에 개의치 않는 담담한 문체로 긴장의 곡선을 그려낸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에 보이게 묘사한 어마어마한 자료와 장면들이 완전한 제 3자가 아닌
현장에서 보는 것같은, 마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리얼리티가 생생하다.
철저하게 준비된 계획과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조란 질리치의 거대한 왕국에 들어간 덱스터는
결국 경비경과 경비견을 따돌리고 조란 질리치를 공중 납치하는데 성공한다.
명품스릴러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프레데릭 포사이스의 어벤저는
풍부한 현장경험과 국제정치에 관한 해박한 지식까지 독자들에게 덤으로 선사해주는,
그러면서도 소설 본래의 의무를 잃지 않은 근사한 소설이다....정말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