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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회 추억 / 신영복 | 문학 2019-03-1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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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청구회 추억

신영복 저/조병은 영역/김세현 그림
돌베개 | 200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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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시절을 아름답게 표현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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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촌스런 표지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다 읽고 다시 보니 더할 수 없이 예쁜 표지다. 여섯 아이와 한 어른의 우정을 그린 동화 같은 이야기. 첫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그 우연을 흘려보내지 않고 소중한 추억으로 만든 내용이 아름답다. 그러나 뒷 이야기는 너무 슬프지 않은가. 마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노랫말을 눈으로 보는 듯 하다.

 

 

'청구회'라는 모임 이름을 들으면 무척 그럴 듯 해보이지만 알고보면 여섯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이름을 따온 것이다. 66년 봄, 화자인 신영복 선생은 서울대 문학회원들과 함께 서오릉으로 소풍을 갔다. 목적지로 향하는 도중에 초라한 행색의 초등학생들을 만나고, 호기심에 선생이 먼저 말을 걸어본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 대목을 주의깊게 볼 수 밖에 없다. 어린 아이를 대하는 태도 하나에서 선생의 전부를 본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이 아이들과 선생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6시에 장충체육관 앞에서 만난다. 2년 정도를 꾸준히 만나다가 선생이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되자 연락이 끊겼다.

 

 

이 책은 그 2년 동안의 기록을 담았다. 대학교수와 중학교 진학도 어려운 가난한 아이들의 만남인데도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느껴지는 것은 옛일을 회상하는 선생의 감상에 이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것은  내용에 어떤 각색도 보이지 않아서다. 선생과 아이들은 만날 때마다 얼마 되지 않은 돈을 모으고, 아이들은 '청구회' 멤버라는 자부심으로 동네 골목 청소를 하고 달리기를 하며 체력을 키운다. 이런 것들이 '청구회' 이름으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선생은 소풍길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또 다른 소풍의 추억을 만들어 주기로 결심하고 이 아이들이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멋진 하루를 선물하기도 한다. 이렇게 곁에서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며 이끌어 주는 어른이 좀 더 오래 머룰렀다면 이 아이들의 미래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러나 동화는 여기까지고 선생은 감옥에 갇혀 언제 집행될지 모르는 사형수 입장에서  '청구회'를 떠올렸다.

 

 

선생이 감옥에서 휴지 위에 쓴 이 추억담은  20년이 지난 후 우여곡절 끝에 다시 선생의 눈에 띄어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 할 것이다.  여섯 소년들의 후일담이 나 역시도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소식을 선생도 잘 알지 못했다. 20년 이란 세월은 아이들이 제 각각의 밥벌이에 바쁜 생활인으로 만들었을 것이고 가난이 그들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었을지 모른다. 내가 기대한 그 어떤 다감한 모습으로 이들의 재회가 그려졌다면 나는 이 이야기를 한 편의 동화로 생각하고 말았겠지만 그 후의 일들이 뭉텅, 잘렸기 때문에 '청구회'에 대한 기억이 마음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선생은 아이들과 재회가 이어지지 않았던 이유로 자신과 아이들의 추억이 다를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아이들은 선생과의 추억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 시절보다 우리는 좀 더 나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맞는가. 이런 저런 생각이 떠나지 않는 걸 보니  역시 좋은 책이란 많은 질문을 남기는구나 싶었다. 지인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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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진심 /노회찬 | 인문사회 2019-03-1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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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노회찬의 진심

노회찬 저
사회평론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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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2018년까지의 기록, 이라는 부제가 있는 고 노회찬 의원 유고산문집이다. 고인을 생각하면 품격있는 정치인, 촌철살인의 명수,  동그란 얼굴, 노르가즘 등이 떠오른다. 그를 신사다운 신사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에서 본 것처럼 늘 글을 쓰고 책을 가까이 했기 때문이 아닐까.

 

노회찬 의원은 '적자(write)생존의 법칙'을 일찍 깨달은 듯 하다. 자신의 일과를 세세하게 적어놓은 내용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1부는 2004년 하반기의 내용을, 2부는 2005년~2007년, 3부는 2008년~2012년, 4부는 2013~2018년의 기록을, 그리고 마지막 5부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보여준 그의 대표적 어록을 모아놓았다.

 

짧은 내용들 모음이지만 노회찬 의원의 평소 생각을 알 수있어서 반갑게 읽었다. 집안의 장남이면서 노동운동가로 살아온 이야기, 오랜 수배 끝에 체포 되어 감옥에 간 이야기, 조촐한 결혼식과 처남이 왔을 때 알타리 무김치를 담그고 있어서 처가댁에 점수를 땄다는 개인사부터 여러 진보 정당을 거쳐 현재의 정의당 창당에 관한 이야기, 선거에 당선되기도 하고 낙선되기도 하면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보고 느낀 이야기 등 그의 삶의 편린들이다.

 

평소에도 느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보게 된 것은 그의 겸허한 마음이다. 저서 『힘내라 진달래』로 전태일 문학상을 받게 됐을 때  그 수상을 진심으로 기뻐하면서도 '상은 명예지만 또한 멍에다.' 라는 생각을 하는 태도.  자신을 찾아온 지지자들과의 만남 뒤에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며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야하는데 업(業)이 너무 크다.'고 느끼는 모습에서 속이 단단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감사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느낀 소회의 글을 읽을 때도 그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감사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하다. 감사원 구내식당은 관공서 구내식당 중에서 맛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란다. 점심식사인데 전복이 등장하고 생선회와 산해진미가 차려졌다. 법사위원장은 국회의원 1인당 1만원 미만으로 책정된 식대를 감사원장에게 전달한다. 형식적으로 보면 구내식당에서 법사위 돈을 내고 점심을 먹은 셈이다. 그러나 그 음식은 일반 서민들이 평생 한 번쯤 먹어볼까 말까 한 고급요리이다.

 

 

  식당 창문 밖 북악이 회색빛이다. *

 

*이 문장처럼 시적인 비유가 책 속에는 무척 많았다. 혼자 있을 때면 그는 시인의 얼굴을 하지 않았을까?

 

국정감사에 대한 비판과 국회의원의 행태에 대해 느낀 점, 정부 여당과 야당에 대해 진보정당 입장에서 본  아쉬움. 쉽게 진행되지 않는 사회변화의 모습을 보는 안타까움 등 소신있는 정치인의 생각을 들여다보았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에 대한 생각과 금연하는 것을 두고 '그와 헤어진지 두달 되었다'라고 쓸 수있는 사람이었기에 그는 이런 문장도 썼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무엇 때문인가?

자연(自然), 본디 그대로이기 때문 아닌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속 앓는 소리가 많이 들렸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어둡고 슬픈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들여다보려고 애쓰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 본 셈이다. 여당, 야당 가리지 않고 힘 있는 자를 비판하고 약한 사람들 편에 서려고 애쓰는 모습. 일당백이란 말처럼 국토를 동서남북으로 강행군하면서 '서민과 약자를 위해서라면 기꺼이'를 행동으로 말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촌철살인의 고수라는 말을 듣는 사람답게 그의 글 속에는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따뜻함과 유머가 들어있어 읽을 때 잔잔한 웃음을 선물 받는 느낌도 좋았다. 또  '토지를 많이 가진 사람보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많이 읽은 사람이 더 부자'라는 말은 정말 마음에 든다. 사람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기에 나올수 밖에 없는 타인에 대한 따뜻함과 자신에 대한 엄격함을 읽으며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느낀다. 그가 생전에 했다는 아래의 말도 하나의 답이 돼 줄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의 선택인지 당장 알 수 없을 때에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라.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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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모두 하느님이 만들었다 / 제임스 헤리엇 | 인문사회 2019-03-0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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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들도 모두 하느님이 만들었다

제임스 헤리엇 저/김석희 역
아시아 | 2019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마음이라더니 읽고 있는데 자꾸 더 읽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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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헤리엇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보고 싶은 책이 나왔다. 이 시리즈의 장점을 들라고하면 재미와 감동, 그리고 유익함이라고 하겠다. 이런 책은 계속 읽고 싶다.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바깥 활동하기 괴로운데 이 책을 읽으며 낄낄거리다보면 미세먼지의 고통을 잊을 수 있다. 수의사 헤리엇이 작은 시골마을 농장을 돌아다니며 동물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서 묵직한 감동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 글을 쓸 때의 헤리엇은 이미 경력이 수십 년 된 노련한 수의사이면서 통찰력이 빼어난 지성인이어서 그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유익함을  얻을 수 있었다.

 

앞서 출간 된 책들이 동물을 주인공 삼아 그 애환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번 책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2차대전이 막 끝난 영국의 작은 시골에서 수의사로 살아가는 모습과 그 주변 농부들의 이야기, 그리고 당시의 동물 치료 방법들이 소개되었다.

 

소와 말 같은 대형동물을 치료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었다. 자신이 좋아하던 음식을 먹기 직전에 걸려 온 전화에 식사를 포기한 채 농장으로 달려가고, 폭설에도 아랑곳없이 농장을 방문하다가 죽을 뻔 한 이야기, 전염병에 대한 책임감 등 수의사의 일은 거칠고도 힘겨웠다. 헤리엇의 수의사 일이 보고 싶다고 농장으로 따라간 도시 친구가 쇠뿔 자르는 모습을 보고 난 뒤 권태를 느끼던 자신의 은행일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 이야기처럼 이 책에는 수의사 일의 어려움도 여럿 소개하고 있다.

 

그를 견디게 한 것은 일에서 느끼는 보람이었다. 그가 치료한 동물들이 언제 아팠냐는 듯이 밝은 표정으로 무리와 섞일 때, 그것을 지켜보는 농부들이 근심 가득한 표정 대신 환한 웃음을 지을 때 그는 가슴 벅찬 뿌듯함 을 느낀다고 했다. 농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에서부터 옷이 찢기고 몸을 두들겨 맞는 아픔이 다반사다. 또 자신을 이용하는 약싹빠른 농부의 모습에 속이 상하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농부들도 있어 그들의 무뚝뚝한 한 마디에 마음을 풀 줄 아는 헤리엇의 모습을 보는 일은 아름다운 꽃을 보는 것보다 더 좋았다.

 

이번 책에는 헤리엇의 가족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헤리엇은 아들과 딸을 두었는데 책에는 아들이 수의사가 되었고, 딸은 의사가 된 내용이 나온다. 취학 연령이 되기 전부터 아이들은 헤리엇을 따라 농장을 다녔다. 아버지가 하는 일을 보고  도와주며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수의사 일을 하려고 했다. 헤리엇은 아들이 자신의 일을 잇는 것은 자랑스러워하면서 딸 아이가 수의사가 되려고 할 때는 반대했다. 그 이유는 커다란 동물을 다뤄야하는 수의사 일이 딸에게는 벅찰 거라는 따뜻한 부정에서였다. 세월이 흐른 후 자신의 병원으로 실습 나온 여학생들을 보면서 그때 자신의 결정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짚어보는 헤리엇의 모습 역시 자식에 대한 애정으로 보였다.

 

요즘은 수의학의 발달로 헤리엇의 시대만큼 시골 수의사 일이 힘들지 않다고 하지만 덩치 큰 가축을 치료하고 돌보는 일이 쉬울 것 같지도 않다. 마지막에 헤리엇이 영국의 품종 소를 이스탄불까지 운송하는 일을 맡은 내용이 있는데 이 일도 고난의 연속이어서 재미있었다. 내가 보기에 헤리엇은 일복이 많은 사람 같았다. 아니면 일을 만드는 사람이거나. 소가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가기 위해서 어떤 과정이 일어지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웠지만 낡은 비행기로 죽음을 무릅쓰고 운행하는 당시의 상황을 보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었다.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긴 헤리엇을 보면서 그가 보여 준 삶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죽음을 비켜 간 것은 아닌가 싶었다.

 

"제임스, 미래에도 멋진 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라는 시그프리드의 말로 끝맺는 이 책에는 멋진 수의사 헤리엇과 시그프리드, 재치있는 트리스탄,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농부들의 생기 넘치는 생활을 엿보는 재미로 가득하다. 책장이 너무 빨리 넘어간다는 아쉬움이 있을 만큼 읽고 있는데도 자꾸 더 읽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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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윤봉길 평전』 | 스크랩 2019-03-0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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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평전

이태복 저
동녘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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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모집 인원 : 5

발표 :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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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일제시대 상하이에서 ‘도시락 폭탄’으로 의거를 한 윤봉길을 잘 알고 있다. 1932년 4월 29일, 홍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왕 생일 축하행사에서 스물다섯 청년 윤봉길이 던졌다고 알려진 ‘도시락 폭탄’ 이야기는 누구나 들어봤고, 윤봉길이 체포되어 압송되는 현장 사진도 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윤봉길이 던진 것이 진짜 ‘도시락 폭탄’이었을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사실은 물통 폭탄을 던졌다. 물통 폭탄을 먼저 던졌고 후에 도시락에 숨긴 폭탄을 더 던지려 했지만 체포되고 말았다. 사소한 문제로 보이지만 우리는 이렇게 윤봉길이 의사에 대해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다. 알려진 것처럼 김구의 지시로 단순히 행동대원으로서의 역할만 했던 걸까? 아니면 스스로 어떤 계기에 의해 그런 결심을 한 걸까. 거사를 진행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고 또 어떤 결심으로 윤 의사가 그런 거대한 투쟁을 했는지, 물통 폭탄과 도시락 폭탄의 간극만큼이나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몰랐던 윤봉길 의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그동안 밝혀진 새로운 자료들을 토대로 상하이 임시정부와 각 분야의 독립운동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작업도 함께했다. 윤 의사의 4·29 상하이 의거가 갖는 의미와 성과, 영향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책이다.

4·29 상하이 폭탄 의거는 김구 지시에 따른 거사인가?
윤봉길 의사의 의지, 젊은 동지들의 거사 계획, 안창호의 중국 측과 협의, 
김구의 폭탄 조달이 만든 독립운동사 최대 의열투쟁의 성과를 밝히다

홍커우 공원 폭탄 투척은 윤봉길의 주체적인 독립전쟁 선포!
김구 지시로 윤봉길이 거사를 했다는 ‘행동대원 프레임’의 허구를 낱낱이 해부하다


윤봉길은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이지만 사실 윤봉길에 대한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고, 또 연구조차 많이 되지 않았다. 윤봉길 사전·사후의 기록과 자료 확보가 충분히 진행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는 김구 측근들의 ‘1932년 4월29일 의거 행동대원 프레임’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윤봉길 의사가 구속되어 일제로부터 고문, 폭행 등의 가혹한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나온 이 ‘행동대원 프레임’의 근거가 되는 1932년 5월10일 김구 성명은,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거사는 김구의 지시에 따른 것이며 윤봉길은 이를 수행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 프레임은 상하이 거사의 주모자는 김구이고, 윤봉길은 행동대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내포되어 있다. 또한 『백범일지』에서 김구 선생이 자신의 지시에 따라 윤 의사가 거사를 했다고 기록했기 때문에 윤 의사의 의거를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별로 없었다. 독립운동사 연구자들조차 가장 빛나는 의열투쟁인 윤봉길 상하이 거사가 윤 의사의 주체적인 의거였다는 사실과 관련한 여러 자료가 나왔지만,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이런 김구 측근으로부터 나온 ‘프레임’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 바로잡고 싶었기에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힌다.

저자는 여러 사실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결과 김구의 ‘행동대원 윤봉길’ 프레임이 허구였다는 것을 밝혀낸다. 4·29 상하이 의거에 대한 『백범일지』의 기록은 백범의 측근 그룹이 김구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고, 안창호 등에 집중되는 중국 측의 후원을 자신들에게 돌리려는 책동책의 일부였다는 것을 실제로 밝혀낸 것이다. 중요한 근거로 김구 측근들이 도산 안창호 선생을 모략하는 투서를 중국 언론에 흘렸다는 사실을 든다. 김구 측근들의 의도대로 안창호는 구속되어 본국에서 대전 감옥으로 가고, 지도자를 잃은 상하이 임시정부는 유랑 속에서 김구 체제가 유지됐고, 김구 측은 윤봉길 거사를 명분으로 장제스 정부의 든든한 재정 지원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김구는 동의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김구 측근들의 모종의 음모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윤봉길 의사의 4·29 상하이 폭탄 투척 의거는 윤봉길 의사의 주체적인 독립전쟁 선포였다고 확신한다. 윤봉길 의사의 살신성인의 투쟁 의지, 안창호 등 상하이 독립지사들의 노력, 김구 선생의 적극적인 안내가 어우러진 안중근 의거 이후 최대의 성과를 낸 의열투쟁이라고 매듭짓는다. 저자는 그렇다고 김구 선생의 불굴의 항일투쟁 정신이 훼손된다고 보지는 않으며 그런 면에서 균형 잡힌 역사 시각을 보여준다. 저자는 “안중근에 이은 최대의 의열투쟁을 한 윤봉길 의사를 계속 김구의 행동 대원 정도로 묶어두는 것은 윤 의사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또한 역사적 진실도 아니기 때문에 이 점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윤봉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윤봉길은 과연 무슨 폭탄을 던졌을까?

우리는 모두 일제시대 상하이에서 ‘도시락 폭탄’으로 의거를 한 윤봉길을 잘 알고 있다. 1932년 4월 29일, 홍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왕 생일 축하행사에서 스물다섯 청년 윤봉길이 던졌다고 알려진 ‘도시락 폭탄’ 이야기는 누구나 들어봤고, 윤봉길이 체포되어 압송되는 현장 사진도 본 적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의사 윤봉길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윤봉길이 던진 것이 진짜 ‘도시락 폭탄’이었을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사실은 물통 폭탄을 던졌다. 물통 폭탄을 먼저 던졌고 후에 도시락에 숨긴 폭탄을 더 던지려 했지만 체포되고 말았다. 사소한 문제로 보이지만 우리는 이렇게 윤봉길이 의사에 대해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다. 알려진 것처럼 김구의 지시로 단순히 행동대원으로서의 역할만 했던 걸까? 아니면 스스로 어떤 계기에 의해 그런 결심을 한 걸까. 거사를 진행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고 또 어떤 결심으로 윤 의사가 그런 거대한 투쟁을 했는지, 물통 폭탄과 도시락 폭탄의 간극만큼이나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몰랐던 윤봉길 의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그동안 밝혀진 새로운 자료들을 토대로 상하이 임시정부와 각 분야의 독립운동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작업도 함께했다. 윤 의사의 4·29 상하이 의거가 갖는 의미와 성과, 영향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책이다. 저자인 이태복 월진회 회장은 오래 전부터 백범 김구 선생 측의 자료로 윤봉길 의사의 4·29 상하이 의거를 해석해온 관행의 부당성을 주장해왔다. 오랫동안 윤 의사의 주체적 결정 과정에 관한 자료 수집을 해왔고, 이런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이번에 이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평소에도 윤 의사의 상하이 생활에 관한 새로운 자료들을 참조해야 하고, 무엇보다 중국 측의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윤 의사의 상하이 의거 시기에 대한 우리 독립운동의 객관적 정세 분석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 책은 윤 의사의 죽음부터 시작한다.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다루는 시간적 흐름의 기술을 뒤집었다. 시간적 배열의 역순이 독자들에게 낯선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이런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집을 떠나기 전에 남긴 “대장부가 집을 떠나 뜻을 이루기 전에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의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이란 윤봉길의 다짐과 결의를 온전히 대면하고 집중하기 위해서다. 또한 저자는 “처음에 윤 의사의 죽음을 보여줌으로써 윤 의사의 유해를 쓰레기장 주변에 암장해 일본인들이 13년간 그 유해를 짓밟고 다니게 한 일본군부의 만행을 먼저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야학 선생님, 농촌운동가, 시인, 모자 공장 노동자……
우리가 몰랐던 청년 윤봉길의 진면목


열아홉에 농촌에서 야학 문을 열고 농민 계몽에 힘쓴 윤봉길, 농촌 공생 사업 추친하며 월진회를 조직한 윤봉길, 어렸을 적부터 서숙에 다니면서 한문을 익혀 한시에 능했던 윤봉길 등 이 책에는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윤봉길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조선 인민들의 억압과 고통스런 현실을 「슬프다 고향아」와 같이 한시로 쓰기도 하고, 칭다오에서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나 네 살 아들 모순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나 독립전사가 되기로 한 윤봉길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어머니에게 보낸 다음의 편지는 또 윤봉길의 나라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람은 왜 사느냐.
이상을 이루기 위해 산다.
이상이란 무엇이냐.
목적의 성공자이다.
보라! 풀은 꽃이 되고,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
나도 이상의 꽃이 되고,
목적의 열매를 맺기를 다짐했다,
우리 청년시대에는 부모의 사랑보다
더 한층 강의한 사랑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나라와 겨레에 바치는 뜨거운 사랑이다.
나의 우로와 나의 강산과 나의 부모를 버리고라도
그 강의한 사랑을 따르기로 결심하여
이 길을 택했다.

-윤봉길, 「칭다오에서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윤봉길 의사는 우리시대는 부모의 사랑보다, 형제 사랑보다, 처자의 사랑보다도 일층 더 강의한 사랑이 있다고 인식하고 오로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강의한 사랑이 넘치는 태도로, 일군지휘부를 척살하고 겨레의 불꽃이 되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오래 전 한 청년이 보여준 불굴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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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 박서영 | 문학 2019-03-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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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박서영 저
문학동네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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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입하게 만든 진녹색 표지는 손가락의 기름기를 흡수하지 않아서 번들거린다. 이 짙푸른 빛깔을 오래 들여다 보는 것으로 시집의 글자를 다 읽은 듯한 기분은 휴일이 주는 여유일 것이다. 모처럼 종일 혼자 지내고 있는 하루. 밀린 잠을 잘까 하다가 저 진한 색감이 주는 사연이 궁금해서 느긋하게 펴본다.

 

 

 

'시인의 말'을 읽기 전, 왼쪽 페이지 아래 '일러두기'에는 이 시집의 원고가 시인이 작고하기 몇달 전인 2017년 10월에 출판사에 들어왔다는 내용을 밝히고 있다. 그러니까 이 시집은 시인이 작고한 뒤에 나온 유고 시집이라는 거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썼을 시의 무게는 도대체 얼마나 무거울까 싶었다. 3부로 구성된 이 시집의 시들은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다. 슬프거나, 슬픔을 감추거나. 외롭거나 외로움을 감추거나.

 

 비슷한 빛깔의 옷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비슷함 안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거울을 볼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단 한 편의 시를 소개하면서 시집 전체를 이야기하고 싶다. 가능할까 모르겠지만.

 

타인의 일기

 

당신을 만난 후부터 길은 휘어져

오른쪽으로 가도 왼쪽으로 가도 당신을 만나요

 

길 안에는 소용돌이가 있고 소실점도 있지만

뒤섞여버린 인생과 죽음과

사랑과 체념이 있지만

 

서로에게 닿을 듯이 멀어지는 타인들의 거리에서

 

당신이 사라져 버린 후에 나는 전율하는 모든 순간들에게

묵념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어요

 

내가 고요히 슬픔을 알아갈 때

머리 위엔 뭉클한 것들이 내려앉고

내 신발 속엔 수수께끼를 푸는

착한 천사들이 다녀가기도 했어요

 

내가 길 끝의 낭떠러지로 가면

천사들은 나를 업고 달려가 방에 눕혀놓고 했지요

 

책상에는 농담 같은 일기와

진담 같은 詩 몇 편

 

언젠가 당신은 눈 먼 거미의 호주머니에서

내 유서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이해하려 해봤자 이해할 수없는 내용들로 가득한

 

그것은 우리가 물어뜯고 해체한 시간이에요

나에게 온 적이 없는 당신의 시간이에요

다 알고 있으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문장을 쓰고 있어요

 

*****************************************************

 

타인의 일기를 보는 일은 재미있을까?  처음 몇장을 들출 때까진 호기심이 일겠지만 그렇고 그런 삶 안에서 일어나는 남의 일기가 그렇게 재미있을 것 같진 않아서 나라면 '농담 같은 일기'를 읽기보다는 '진담 같은 시 몇 편'을 읽는 편을 택할 것 같다. 그런 의미로 나는 이 시에서 '당신'을 '시'로 받아 읽었다. 한 번 시의 길로 접어든 사람은 돌아나올수 없다고 한다. 독자도 그런데 시를 쓰는 시인의 입장에서야 말해 무엇할까. 그래서 옛 사람은 시를 '시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내 마음을 조종하는 마력을 가진 것이 시다.

 

시 안에는 삶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문지방 삼천리'라는 말이 있듯이 시를 쓰는 사람은 문지방을 넘지 않아도 삶의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다. 물론 시에 바치는 노고의 양에 비례하겠지만. 시를 만난 이후의 길은 시를 알기 전의 길과는 많이 다르다. 시는 밀당의 고수이기도 해서 다가가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한 걸음  다가오는 나쁜 연인이기도 하다.

 

만약 지쳐서 내 안에 있는 시심을 밀어낸다면 나는 나를 찾아오는 '전율하는 모든 순간들에게' 그 어떤 찬사나 비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계속 시를 모른 척 살다 보면 겉으론 웃어도 마음 깊은 곳에는 타인과 나누지 못한 슬픔이 고이고 만다. 내가 드디어 시에 대해 겸손한 마음을 갖고 자리를 내 주면 시는 그때부터 나를 선함으로 이끌어주는 천사가 되어서 내 마음을 평온하게 해 준다.

 

시를 쓸 수 있다면 누가 일기를 쓰겠는가. 시는 내 몸과 정신을 그대로 투영하는 엑스레이인 것을.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것을 해석할수는 없다. 그래서 시는 시인의 유서가 될 수 있다. 시를 쓰는 일은 나를 비추는 일도 되지만 타인을 나와 같은 시선으로 보게 한다. 타인 역시 나와 같은 존재이므로 시는 남을 비난하지 않도록, 나를 부풀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쓰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독자 나름의 해석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는 것도 시를 읽는 묘미라고 여긴다. 위의 해설은 온전히 내가 느끼는 감상이지만 이 시집에는 이렇게 수수께끼를 푸는 것처럼,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시인이 '다 알고 있으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문장을' 음미해 볼수 있는 시들이 있었다. 죽음을 앞에 두고 세상과 악수하는 방법으로 시를 쓴 시인의 모습이 눈에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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