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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김행숙 | 시집 2020-09-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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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김행숙 저
문학과지성사 | 2020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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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추천을 받아서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제목이 근사한 이 시집을 구입해놓고 며칠 흘려보냈다. 할 일이 늘어서 그런지 잠이 늘어서 그런지 요즘 일찍 자게 된 때문이다. 시집은 별점 체크하는 것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니 책에 별점을 채우는 일은 매번 부담스럽다.

 

시집을 읽을 때 '시인의 말'을 따로 메모해 두는 노트를 하나 장만했다. 책 속의 시를 읽기 전 가슴 두근거리며 펼치게 되는 시집의 맨 앞에 나와 있는 이 짧은 말에 시집의 정수가 담겨있는 듯해서다. 김행숙 시인은 훔친 물건을 돌려주기 위해 다음 날 밤을 기다리는 /도둑이 있었다.//저마다/ 더 깊은 밤이 필요했다. 라고 적었다. 따로 할 말을 적기보다 시로 시인의 말을 대신했으니 시를 한 번 읽어보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내 기억이 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그래서 나는 무엇인가

   사람처럼 내 기억이 내 팔을 늘리며 질질 끌고 다녔다, 빠른 걸음으로 나를 잡아당겼다, 촛불이 바람벽에다 키우는 그림자처럼 기시감이 무섭게 너울거렸다

   사람보다 더 큰 사람그림자, 아카시아나무보다 더 큰 아카시아나무그림자

   그러나 처음 보는 노인인데……힘이 세군, 내 기억이 벌써 노인을 만들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생각을 하는 누군가가 나를 돌보고 있었다

 

   기억이 나를 앞지르기 시작했

 

어미를 생략한 동사로 마무리 한 첫 시를 읽으며 어느 날 문득 컨트롤 되지 않는 기억 때문에 깜짝 놀라고 있을 미래의 나를 보았다. 기억으로 구성 된 내가 더 이상 기억을 만들지 못하고 기억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도 모자라 기억만이 앞으로 나간다면 더 이상 나를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시집은 기억을 화두로 삼으며 우리를 만든 기억의 세계를 톺아보았다. 그 동심원에는 카프카와 그레고르 잠자와 벌레와 시인이 있었다.

 

     간지럼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아니고, 카프카는 카프카가 아닌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 ㅋㅋㅋㅋ 계속 웃어야 한다면 우리는 드디어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빠지게 된다. 나는 나를 뒤집어야 한다. 허공을 향해 가늘고 많은 내 다리들이 웃고 있다. 아우성치고 있다. 이봐, 날 좀 도와줘. 카프카, 카프카, 지금 대체 뭘 보고 뭘 듣고 있는 거야. 쫓기는 사람처럼 카프카가 맹렬하게 글을 쓰기 시작한다. (카프카의 침상에서, 부분)

    

카프카는 왜 아직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빼앗아 가는가. 그 매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콕 집어 말할 수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빛나는 드문 작가임은 분명하다. 김행숙 시인을 사로잡은 카프카의 매력을 엿보고 싶다면, 시인이 붙잡은 그레고르 잠자의 세계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시집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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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밖에 있는 사람/ 아빈저연구소 | 자기관리 경제 2020-09-0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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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상자 밖에 있는 사람

아빈저연구소 저/서상태 역
위즈덤아카데미 | 2016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내 탓을 인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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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지 못하고 돌아왔을 때, 나 혼자 동떨어진 세계에 갇힌 것 같다. 그럴 때면 지난 시간을 곰곰이 복기하는데 결론은 남 탓이기 쉽다. 나는 배려했는데 남들 때문에 만남이 어색해졌다고 결론을 내리면 다음에는 같은 사람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다. 이렇게 관계를 끊다보면 나 혼자 좁은 상자에 갇혀있는 기분이다.

 

이 책은 상자 안에 있는 경우를 부정적으로 보고 밖에 있는 경우를 긍정적으로 본다. 그리고 상자 안에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이 책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평소 원하던 직장에 책임자로 고용된 샘은 직속상사인 버드와 하루 동안 미팅을 하게 된다. 자의식이 강한 샘은 새로운 직장에 잘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데 그 원일을 짚어주고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

 

새 직장의 경영진들이 차례로 나타나 샘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봐야한다고 이야기 한다. 샘은 멘토들의 이야기에 감탄과 반발을 섞은 반응을 보여주지만 결국 이들의 이야기에 생각이 바뀌고 그 바뀐 생각을 실제로 적용해 본 뒤 깊이 공감한다.

 

우리에게 생기는 문제의 대부분은 소통부족, 책임감 결여, 신뢰감 상실, 창조적인 협력부족이 원인이 되는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이 돼야한다. 상자 안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남 탓하기 마련이지만 상자 밖에서는 문제 그 자체를 보고 해결하기 때문에 사람들과도 더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자신의 잣대로 왜곡해서 보는 것은 상자 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것은 상자 밖의 눈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상자 안에 있게 될까? 그 원인은 실행력 부족이다. 내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오랜 만에 냉장고 청소를 하려고 마음먹는다. 그런데 일하기 전에 힘을 내기 위해 커피 한 잔을 마신다. 그냥 마시기 심심하니까 텔레비전을 틀었더니 못보고 지나친 드라마가 막 시작한다. 그 드라마를 보는 김에 다른 프로그램도 몇 개 더 봤더니 저녁이 되었다. 이때부터 나는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하고 이 경우 상자에 들어간 상태라고 한다. 하려던 일을 못했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냉장고청소를 하지 못한 것은 분명 내 탓인데 막 들어온 가족에게 트집을 잡게 된다. 집안 분위기는 냉랭해지고 나는 내 탓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화목하지 못한 가족관계에 불안을 느낀다.

 

반대로 상자 밖에 있는 경우를 만들어보자. 나는 냉장고청소를 하려고 마음먹은 대로 열심히 한다. 다 했더니 기분이 개운하고, 생각지도 못한 식재료가 발견 돼 푸짐한 저녁상이 차려졌다. 이때 예고 없이 이웃마을 부부가 지나다들렀다며 찾아온다. 먹을 것이 많기 때문에 예고 없이 찾아 온 손님도 반갑기만 하다. 밋밋한 저녁을 생각한 가족들은 뜻밖의 즐거운 시간을 갖게 돼 내게 고마움을 느낀다.

 

위의 경우는 나의 한 사례지만 대부분의 관계에 다 적용 할 수 있다. 샘도 멘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족과 직장에 적용해보고 만족해한다. 물론 책처럼 결과가 긍정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나를 안다면 그다음부터는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아주 쉽다고 했는데 그 쉬운 것은 자신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실행력에 있다.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 자신이 상자에 들어가 있는 이유가 자신의 실행력 부족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어떤 소통도 어렵지 않다고 한다.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관계가 있다면 자신이 상자에 갇혀 세계를 보고 있지 않은지 새겨볼 내용이었다.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문제를 문제로 정확하게 볼 줄 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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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 문학 2020-08-2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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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저
이성과 힘 | 2000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지금도 공감가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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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의 단편이 실린 이 소설집은 <뫼비우스의 띠>로 시작해 <에필로그>로 끝난다. <뫼비우스의 띠>에 등장해 고3 학생들에게 교과 밖의 이야기를 해주는 수학 교사는 <에필로그>에 다시 등장해 자신이 그리 유능한 수학교사가 아니었음을 고백한 뒤 교실을 떠나는 것으로 맺는다. 그 사이에 있는 이야기들은 수학교사가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현실의 냉혹함이라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은 교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성장하지만 70년대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들이 받는 혜택은 아니었다.

 

난장이 가족은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기에 노동을 착취당하던 노동자를 대표한다. 가족 모두가 일을 해도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사회는 잘못되었다고 고발하는 것이다. 그들이 노동으로 소모되는 동안 한쪽에서는 단단하게 부를 축척하고 있었다. 난장이 김불이 씨의 자식들은 은강의 노동자로 일을 하고 있다. 세 아이가 모두 일을 하지만 이들의 임금 전부를 합해도 당시 최저 생계비에 미치지 못한다. 피라미드의 가장 아랫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위해 투쟁에 나섰다면, 노동자의 반발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자본가들이 그 대척점에 있다. 그들과 노동자들의 삶은 지나치게 거리가 멀었다. 현재의 삶마저 지탱하기 어려운 노동자들과 이들을 자신에게 부를 안겨주는 소모적 수단으로 밖에 보려하지않는 자본가 사이를 잊기 위해 그 중간층(신애, 윤호, 경애, 지섭 등)이 나온다. 이들이 전혀 동일성을 찾을 수 없는 두 집단의 다리가 되어 아주 천천히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0년 현재 빈부의 격차는 70년대보다 더 벌어졌을 것이다. 한 끼가 아쉬운 이들이 있는 반면 우주여행의 꿈에 젖어 있는 이들도 있다. 작가는 '뫼비우스의 띠'와 '클라인씨의 병'을 통해 우리 사회가 모두 같은 운명을 가진 공동체라는 것을 말한다. ‘입주권 매매로 인한 분란은 70년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잘 살기 위해선 동산 취득이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고, 노동자가 자신의 집 한 채를 갖는 것은 여전히 힘겹다.

 

난장이 김불이 씨는 겨우 마련한 무허가주택이 자신의 눈앞에서 부서지자 절망에 빠졌다. 자신의 것을 빼앗은 업자에게 복수했다고 생각한 곱추와 앉은뱅이도 결국 일어서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산업화라는 늪 속에 빠져 나오지 못했다. 이들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가볍지는 않다. 우리 사회가 서로 사랑하며 누구나 사람답게 사는 것사람을 도구화하고 소통을 단절시키는 물질만능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작가는 고정관념에 갇히는 대신 우리 모두가 같은 운명 공동체라는 걸 인식한다면 그렇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거두지 못할 열매를 위해 마른 땅을 파고 나무를 심었던 결과가 지금 우리 사회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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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갈래/ 김은재 | 어린이 청소년 2020-08-2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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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갈래

김은재 저
사계절 | 2018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재미있게 읽다보면 자신이 성향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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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생에게 미래의 꿈이 뭐냐고 물으니 "돈 많은 백수"라고 한다. 이거야 말로 '소리 없는 아우성'이고 '너무 시끄러운 침묵'이다. 백수가 되어서 어떻게 지낼 거냐고 하니 좋아하는 영화를 실컷 보면서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다고 한다. 계속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현재를 충실히 살아야한다는 걸로 스스로 말을 맺었다.

 

만약 내가 중3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조금 더 빨리, 명확하게 찾아서 매진하지 않을까? 이 책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자신에게 맞는지 아직 잘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그 길을 먼저 간 멘토를 소개시켜준다. 작가는 현직 교사로 교실에 있는 고등학생들이 시험의 압박에 시달리는 것을 보는 것이 몹시 안쓰럽다고 한다.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시대에 사는 학생들이 예전의 방법 그대로 공부하는 것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불편해하는 것과 비슷하다. 청소년들에게 대학입시 때까지만 참고 공부하면 밝은 미래가 펼쳐진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시대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사회각계의 이단아(?)를 만나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정리,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소설형식을 빌었다.

 

이 책에는 다섯 명의 멘토와 네 명의 멘티가 나온다. 스파르타 식 수업을 강요하는 학교생활에 지친 고교1학년생 4명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함께 가출했다. 무작정 서울행 기차를 탄 이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다섯 명의 멘토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앞길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 이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먹는 곤충 식당을 운영하는 이더블 버그 레스토랑 사장, 대체불가의 경호원이 되고 싶어 영어과에 진학했던 영어 잘하는 경호원, 노루궁뎅이버섯농장을 가족과 함께 운영하는 스물다섯 살의 청년 농부, 대기업 퇴사 후 재활용품을 이용한 패션사업을 하고 있는 랄 패션 디자이너, 그리고 웹툰 작가다.

 

아이들은 이들을 만난 뒤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만 예전과 다른 선택을 한다. 하고 싶은 일에 한 발 더 다가가는 법을 배운 아이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당찬 모습을 보인다. 책은 학생들이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흥미 있는 요소를 많이 넣었다. 등장인물들의 별칭-피바다, 잠수함, 방정이, 전긍이, , 옥토끼-이 재미있어 집중이 잘 됐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무엇을 포기해야하는지 배울 수 있는 경험은 귀하다. 거기다 자신만의 성향을 찾아가는 방법까지 맛보게 한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돈 많은 백수'가 되는지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직업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멘토와 멘티의 이야기를 읽은 뒤 워크 넷이나  커리어 넷에서 자신의 직업흥미검사, 직업적성검사를 해보는 것은 좋은 독후활동이 될 것이다. 나도 책을 읽은 뒤 이것저것 검색해보니 미래엔 단순하고 위험한 일, 컴퓨터나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 사라지고 인간관계를 원활히 하는 직군이 전망이 좋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까지 함께 나누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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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와의 대화/ 구스타프 야누흐 | 인문사회 2020-08-2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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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카프카와의 대화

구스타프 야누흐 저/편영수 역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우리 주변에도 이런 만남이 있을 겁니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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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 토담방에 종일 에어컨을 켜놓고 있다. 26도로 맞춰놓은 방안은 독서하기 적당하다. 독서에 지치면 한쪽에 놓인 야전침대에 누워 잠깐 낮잠을 자기도 한다. 오늘은 <변신>으로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에 관한 책을 읽었다.

 

지은이 구스타프 야누흐는 아버지의 소개로 카프카를 만나게 된다. 이때 야누흐는 17, 카프카는 37세였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 이유를 찾던 야누흐의 아버지는 아들이 밤에 몰래 시를 쓴다는 것을 알고 직장동료인 카프카에게 아들이 쓴 시를 보여주었다. 카프카는 법학박사를 취득한 뒤 노동자재해보험공사에 취업해 법률고문으로 일하는 중이었다카프카는 노트를 읽은 뒤 야누흐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19203월의 일이다.

 

이 책은 야누흐가 카프카를 첫 방문한 뒤부터 그가 요양원으로 떠나기 전까지 있었던 둘의 만남을 기록한 내용이다. 처음엔 야누흐가 질문하면 카프카가 대답했다. 그러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둘은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야누흐의 기록과 기억에 의지한 카프카는 따듯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스승과 제자처럼, 때론 벗처럼 프라하 골목을 헤매던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다우리도 어쩌면 이런 만남을 지금 진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생각을 갖고 누군가를 만난다면 상대의 말에 얼마나 귀 기울일 것인지 생각해 본 독서였다. 이 책에 대해 많은 말을 하기보다 1-194로 나눈 두 사람의 이야기 중 한 토막을 소개하는 것이 더 적합하겠다. 격조 높은 대화에는 삶의 진실을 향한 열망만큼이나 유머도 가득했다.

 

117

 

  우리는 전후에 개최된 수많은 국제회의들 가운데 하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란츠 카프카는 이렇게 말했다.

  "이 거대한 정치 집회는 아주 흔한 카페 수준이에요.사람들은 될 수 있는 대로 적게 말하려고 아주 큰 소리로 말하죠. 시끄러운 침묵이에요. 여기서 정말 진실하고 흥미로운 것은,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은,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장사뿐이에요."

  "그러니까 당신의 견해에 따르면 언론이 진실에 봉사하지 않고 있군요."

  카프카의 입가에 고통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진실은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위대하고 가치 있는 것들 중의 하나로, 돈으로 살 수 없어요. 인간은 진실을 사랑하나 아름다움처럼 선물로 받았어요. 하지만 신문은 거래되는 상품이에요."

  "그러니까 언론이 인류의 우민화에 기여하고 있군요."

  나는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프란츠 카프카는 소리를 내어 웃으면서 득의만만하게 턱을 앞으로 내밀었다. 

  "아니, 아니에요~ 허위조차 진실에 봉사하죠. 그림자가 태양을 지우지 못하는 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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