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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 인문사회 2020-07-1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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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저/김희정 역
은행나무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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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주목받고 있는 소설가인 저자는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19 세계를 결코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 책은 이 질병의 시기에 달라진 일상과 거기에 따른 저자의 생각을 적은 짧은 글이다.

 

2월말, 전 세계에 코로나19의 감염자는 8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3천명으로 늘어났다. 310일 이탈리아는 중국 다음으로 많은 감염자가 생기면서 유럽의 슈퍼전파국이 되자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전국을 봉쇄했다. 이 공백기동안 저자는 글을 쓰며 보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전염병을 막기 위한 방법은 감염 가능자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고 이를 위해 세계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를 실천해야했다

 

요컨대 전염병은 우리가 집단의 일원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정상적인 사회체제에서 우리가 발휘하지 못했던 상상력을 거침없이 펼치게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고, 개인적 선택을 할 때도 타인의 존재를 고려해야 한다. 전염의 시대에 우리는 단일 유기체의 일부다. 전염의 시대에서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이다. 37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서도 치사율이 높지 않은 이 질병에 젊고 건강한 사람까지 평범한 일상을 포기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여기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모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첫 번째는 입원율 10% 질병에 감염자 수가 단기간에 늘어나면 의료체계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고령자와 취약자들에게 전염 전파자가 되기 때문이다.

 

전염의 시대에 연대감 부재는 무엇보다도 상상력의 결여에서 온다.39

 

이탈리아에서도 중국인에 대한 혐오 내용이 퍼지고 동양인들이 그 분노의 표적이 되었다. 저자는 전염병이 어느 누구의 탓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75억의 인류가  서로에게 가해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미생물의 입장에서 보면 이 지구상에서 인간보다 더 나은 숙주가 없다는데 모두 동의할 것이다. 저자는 전염병의 시대에 타인의 탓을 하며 분노를 터트리는 것도 인지상정이지만 그보다는 비정상적인 이 시기를 '생각의 시간'으로 돌려 현재의 고통이 미래로 이어지는 것을 막자고 제안한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전망도 밝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처음의 공포를 딛고 점차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학교는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적절히 병행하려고 노력한다. 거리의 모습도 마스크 착용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빼면 그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택해 걸어온 것이 현 인류의 모습일 것이다. 이탈리아는 저자가 이글을 쓸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냈지만 연기된 3월의 국민투표 일정을 9월에 치르기로 결정될 만큼 충격에서 벗어나 보인다. 마침 우리나라와 이탈리아가 서로 손 잡고 백신개발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제 인류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나눌 수 밖에 없다. 이런 시기에 읽은 이 책은 짧은 내용이지만  전 지구인이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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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의 글쓰기/ 오민석 | 인문사회 2020-07-1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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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경계에서의 글쓰기

오민석 저
행성B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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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 저자는 자신을 '시인이고 평론가이고 인문학자'로 소개한다. 표현할 글의 종류가 세 가지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에 대해 애정이 깊어서라고 생각한다. 그런 저자가 쓴 이 책은 중앙일보 칼럼란에 5년 동안 기고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일간지의 독자들도 지적 자극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소신에 맞게 지면을 아름답고 매혹적인 글로 채우려 애쓴 노고가 느껴졌다.

 

최선을 지향하되 최고가 되기보다는 그 반대편을 보듬어 주는 내용이 좋았다. 앞에 놓인 경쟁을 뛰어넘어 최고가 되었다고 생각한 나무가 번개를 맞고 죽으면서 어리고 푸른 이파리 몇 개야 말로 생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어느 나무의 이야기>는 시인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삶의 비밀 한 조각처럼 아름다운 글이었다.

 

일어난 사건을 보는 시선에는 평론가로서의 단호함이 있었다. 그러나 그가 비판하는 것은 행동이지 인간 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글에서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따듯함이었다.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의 진실한 반성으로 모든 것을 다시 회복하는 길이 있는 것이다.”와 같은 문장을 읽을 땐 막무가내로 비난을 일삼는 이가 감추지 못하는 미움 같은 것을 저자는 이미 달관했다는 느낌도 받았다.

 

힐링이나 인문학과 같은 유행어에 대해 소리를 높이는 모습에선 인문학자의 모습이 보였다. “ 인문학은 값싼 치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 부재의 안온한 삶을 뒤흔드는 것이다.”와 같은 말이나 소크라테스가 죽은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것. 만약 자신의 앞에 그런 질문이 온다면 어떤 질문으로 답할 수 있을 것인지 질문과 질문으로 이어지는 인문학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말하는 글에서 그랬다.

 

매일 뜻하지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 불길은 가까울 수도 있고, 먼 곳의 모습일 때도 있다. 거리에 상관없이 그 모든 일들을 나와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더 살만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갈수 있다고 말하는 책 속 내용이 내게는 퍽 좋게 읽혔다. 아래의 이야기는 함께 읽고 싶다.

 

며칠 전 인천의 한 마트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34세 아버지와 12세 아들이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 적발되었다. 그들이 훔친 것은 우유 2팩과 사과 6, 그리고 몇 개의 마실 것. 현금으로 환산하면 1만원 내외의 먹을 것들이었다. 경찰이 충동했고 아버지는 벌벌 떨고 땀을 흘리며 배가 고파서이런 일을 저질렀다며 잘못을 빌었다. 경찰이 사정을 물으니 이들은 벌써 두 끼를 굶었고, 아빠는 기초생활수급자였으며 당뇨와 갑상선 질환이 심해져 6개월째 일을 그만둔 상태였다고 했다. 이들은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집에는 홀어머니와 7세의 어린 아들이 있었다.

진짜 사건은 이제부터 일어난다. 먼저, 마트 주인은 처벌을 원하기는커녕 앞으로 이들에게 쌀과 생필품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이들을 훈방 조치하기로 했고, 아버지에게는 행정복지센터에 연락해 일자리를 찾아주기로 하였으며, 아들에게는 무료급식카드를 발급하기로 했다. 경찰은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울먹이며 이들에게 따뜻한 국밥을 사주었다. 바로 이때 회색 옷차림의 어떤 사람이 들어와 아무 말 없이 부자에게 흰 봉투를 내놓고 나갔다. 아들이 황급히 쫓아나갔으나 이 사람은 손사래를 치며 사라졌다. 그 봉투에는 현금 20만 원이 들어있었다. 그 사람은 마트에서 우연히 이 장면을 목격하고 현금을 인출한 후 경찰과 이들이 있던 식당을 다시 찾아와 그것을 건네고 간 것이었다. 경찰은 이 사람에게 감사장을 수여하기 위해 수소문을 했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163~164)

 

아마도 이런 이야기는 매우 많을 것이고, 실제와 다를 수도 있다. 어쨌든 저자의 글을 통해 나는 내가 서 있는 자리를 한 번 생각해본다. 저 중에 내 자리는 어디일까. 어떤 자리도 가능하겠지만 저 이야기에 나오는 마트 주인과 경찰관, 회색옷차림의 사람은 가난한 아버지와 아들 자리에 자신을 놓을 수 있었기에 재빨리 행동에 옮겼을 것이다.

 

저자는 삭막한 세상을 살만한 세상으로 바꿔주는 것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우리 사회가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개인의 선의에 기대기보다는 사회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한 복지만이 사회적 약자들을 막다른 구석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군가는 이런 주장에 대해 오른쪽 왼쪽을 말할 수도 있겠다. 나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 그들이 하지 못하는 말을 대변하는 저자의 글에서 시원함을 느꼈다. 글속에 존재하는 대상이 나 일수도 있기에 다독임을 받기도 했다. 저자처럼 수준 높은 글을 구사하고 싶기도 해서 재독, 삼독하겠다고 마음먹는 것으로도 이 책의 좋은 점을 충분히 다 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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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 인문사회 2020-06-2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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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저/김태환 역/알랭 바디우 서문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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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발명

 

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이영광 시인의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한다는 마지막 행이 신선해서 좋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가 재독 철학자인 저자 또한 사랑을 발명해야한다는 대목이 있어서 얼른(번개같이) 이 시를 다시 읽어보았다. 역시 마지막 행이 압권이다.

 

사랑을 새롭게 발명하는 것은 초현실주의의 핵심 관심사였다. 초현실주의의 새로운 사랑의 정의는 예술적, 실존적, 정치적 행동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87)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얇아서(98) 좋다. 더 좋은 것은 저자가 쓴 이 책의 내용이 도통 무슨 말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알랭 바디우(프랑스 철학자)가 쓴 서문이 좋은 참고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 사회인 현대는 이타적 사랑인 에로스가 죽었다고 주장한다. (에로스는 이타적 사랑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자신의 자아를 깨트려야만 타인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는데 성과 위주의 현대사회에서 그런 이타성을 더 이상 찾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의 지식을 풍부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철학에 관심이 적었던 독자가 읽기에는 어렵고, 평소 철학에 관심이 있던 독자라면 좀 더 쉽게 저자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서문에 정리해놓은 내용을 길잡이 삼아 읽었다.

 

1장은 <멜랑콜리아>로 동명의 영화를 사례로 들면서 파괴된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날 사랑이 위기인 것은 삶의 영역에 타자가 사라지면서 자아의 나르시시스트화 경향이 강화되는 것이라고 한다. 에로스(사랑)는 타자를 향해 가야하는데 현대의 성과주체들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익사하고 만다. 이런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영화처럼 파국적 재난이 올 때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박한 죽음 앞에서 그녀는 타자를 향해 열린다는 것처럼 재앙이야말로 자기애에서 빠져나와 타인을 볼 수 있는 구원의 길이 된다는 내용이다.

 

책 전체에 인용된 좋은 문장이 많아서 그것을 곱씹어보는 것도 좋았다. 책을 읽다가 밑줄 그은 문장이 새 저자를 만나 긍정되거나 반박을 거쳐 재해석 되면서 또 다른 저서로 탄생하는 법이다. 저자는 강력하게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대상을 사랑하기 위해선 자기 안에 그 대상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야하는데 동일성의 지옥에 빠진 현대인에게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안에서 사랑이 죽음과 같지 않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라든가 사랑의 종말은 자본화에 의한 동일성때문이라고 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내용이 다소 강하다. 현대인의 사랑에 대해 고찰하고 싶은 독자라면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가며 사유할 수 있는 독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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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만화)/ 알베르 까뮈 | 문학 2020-06-2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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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페스트

권기희 글/이철희 그림
채우리 | 201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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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에게 원작과 함께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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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인간이 지향할 바를 제시한다. 팬데믹이라는 재난과 맞닥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카뮈는 제사(題詞)'한 가지의 감옥살이를 다른 감옥살이에 빗대어 대신 표현해 보는 것은, 어느 것이건 실제로 존재하는 그 무엇을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에 빗대어 표현해본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합당한 일이다.'라는 다니엘 디포의 말을 옮겨 적으면서 비록 이 책에는 팬데믹으로 표현되었지만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닥친 모든 부조리한 일들에 대한 저항임을 명시한다.

 

서술자인 리유는 어린 시절의 가난과 의사가 된 뒤 목격한 많은 죽음을 보며 세계가 이치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자각했다. 그는 페스트가 오랑시를 덮은 10달 동안 한 사람의 몫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많은 일을 해내지만 결코 자신과 같은 사람이 영웅시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매일 성실하게 자신의 몫을 해내며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 봉사를 통해 인간에 대한 애정을 넓혀가는 그랑 같은 사람이야말로 재난이 닥친 시기에 영웅 대접을 받기에 마땅한 사람이라고 리유는 말한다. 리유가 주목하는 사람은 또 있다. 취재차 오랑 시에 왔다가 갇힌 신문기자 랑베르. 그가 오랑 시를 탈출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며 리유는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자신은 타인을 위해 헌신하면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랑베르를 인정하는 리유의 모습은 성인 같다. 랑베르는 이런 리유의 헌신성에 감화 받아 혼자만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보건대에 합류해 인간에 대한 애정을 넓혀갔다.

 

그랑과 랑베르는 재난을 겪으며 전보다 더 인간에 대한 애정을 넓힌 사람들이다. 그들은 살아남았고, 이들의 행보 덕분에 세계는 여전히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잃지 않아도 되었다.

 

등장인물 중에는 살신성인을 실천한 사람도 있다. 랑베르처럼 우연히 오랑 시에 들어왔지만 재난이 닥치자 누구보다 앞장서 대항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 판사 아버지가 사형을 언도하는 모습과 성인이 된 후 사형 장면을 본 타루는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사형 제도를 없애야한다고 믿는다. 그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보건대를 조직한다. 자발적인 봉사조직은 월급으로 움직이는 공무원들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해 오랑 시를 안정시키는데 일조를 한다. 하지만 페스트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타루는 페스트로 사망한다. 마음의 평화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사람 사이를 떠돌던 타루는 리유라는 최고의 친구와 함께 오랑 시민들을 위해 헌신한 뒤 평화롭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정직하지 않다. 슬픔이 한 사람에게 몰아서 오기도 하고, 단지 자신의 존엄성을 인정받고 싶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닥치기도 한다. 까뮈는 이런 부조리한 세상에 노예처럼 억압당할 것이 아니라 반항함으로써 우리의 존재 의미를 찾자고 말하고 있다.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며 누구도 인간을 해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까뮈의 이야기는읽을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페스트는 사실 좀 지루한 부분이 있다. 빅토르 위고가 쓴 장 발장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배울 것이 많은 학생들이 읽기엔 지루한 내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만화 페스트는 궁금하긴 하지만 책을 펴기에 부담스러운 학생들이 읽기에 좋다. 원본에 충실한 것은 물론 아직 배경지식을 담아야 하는 학생들이 따로 검색해보지 않아도 지은이나 페스트, 책을 쓴 배경 등을 정리해 놓은 자료가 삽입되어 원작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만화를 읽고 난 뒤 원작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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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듀어런스/ 스콧 캘리 | 인문사회 2020-06-2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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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듀어런스

스콧 켈리 저/홍한결 역
클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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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있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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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읽고 자신의 길을 찾은 어떤 우주인의 이야기다. 어릴 때부터 공부보다 몸 쓰는 일을 좋아했던 저자는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자신을 받아주겠다는 유일한 대학에 입학했다. 의사가 되고 싶어 의예과 수업을 신청했지만 첫 학기에 낙제 한 후 의기소침해 있던 중 교내 서점에서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톰 울프의 영웅의 자질이었다. 그 책은 해군 조종사에 관한 내용이었고, 그때부터 저자는 그쪽만 보고 걷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에게는 비행사 자질이 있었다.

 

그가 해군 함대 비행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웃어넘겼다. 하지만 그는 유능한 파일럿이 되어 제트비행기를 몰았고 나사(NASA)가 원하는 우주왕복선을 탔으며 국제우주정거장에서 500일 이상 체류한 드문 우주인이 되었다매순간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는 어쨌든 계속 걸었고, 그렇게 앞만 보고 걷다보니 어느 새 지구를 떠나 우주까지 가게 된 것이다.

 

내가 어쩌자고 이 일을 하기로 했을까?(195)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그가 되물은 질문이었고, 그는 온 몸으로 답을 했다. 그는 지구인들에게 우주로 나가는 길을 다져주었고, 그의 경험은 소중한 데이터가 되어 여러 가지로 분석 중이라고 한다. 그가 가진 담대함과 침착성, 남들이 모두 무모하다고 말할 때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갈 줄 아는 용기 등이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저자와 동료들이 우주에서 상추를 키우고 백일홍 꽃을 피우는 것은 우주로 향하고 싶은 지구인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다. 저자가 우주에 머문 시간은 지구에서 화성까지 왕복한 시간보다 더 길다고 한다. 이 경험은 지구인을 더 먼 우주로 보낼 발판이 될 것이다.

 

90분마다 해가 뜨고 지는 곳시속28000KM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는 진공관 안에서 생활하는 우주인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저자가 인생의 책을 만난 뒤 우주인이 되었듯, 우주인이 된 과정을 쓴 이 책을 읽고 누군가는 또 자신의 인생 책이라며 뛰는 가슴을 누를 것이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지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주로 나가는 일이 어떻게 현실로 이루어지는 지를 공유하고 있는 저자를 직접 만날 수 있다면 더 큰 자극을 받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이 일정 부분 그 궁금증을 풀어준다. 자신에게 자신이 없는 사람,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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