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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포매거진(vol.5) - 내면의 아이를 찾아서 | 서평단으로 글쓰기 2021-10-1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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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포포포 매거진 POPOPO Magazine (계간) : Issue No.05 [2021]

편집부 편
포포포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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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포포포 매거진이다. 계간지로 발간되는 매거진으로 매 주제에 걸맞는 작가들의 글들이 다채롭게 실린다. 우리가 잘 아는 작가도 있고(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법_ 정문정 작가의 글이 매번 첫 장을 장식한다), 새로 만났지만 더 알고 싶은 작가들이 다양하게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전과 달리 독자를 위한 지면이 할애되어(Be our guest) 3명의 개성있는 독자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고단한 육아의 길에서 공감을 나누고,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자극을 받기도 했다.

 


 

이번달의 메인 테마는 Inner child, 내면아이다.

성인ADHD에 자전적 에세이, 심리전문가들의 저서나, 공황장애 혹은 경도의 우울증에서 중증까지 심도있게 다룬 책들의 등장으로 정신과의 문턱이 점점 낮아지는 건 기능적 측면에서 긍정적 변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너차일드. 내면의 아이는, 어린시절 기억 속 나일 수도 있고, 혹은 내가 나라고 착각하고 있는 어떤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존재일수도 있고, 심리적으로는 키맨(key man)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이다.

엄마가 되고 내 아이를 돌보며 어느 순간 묘하게 내 아이와, 어릴적 내가 중첩되는 부분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테면, 다들 맞는 MMR백신만 맞았어도 7살때 수두는 그냥 지나갔을텐데, 지금도 얼굴에서 찾을 수 있는 흉터는 없었을텐데. 1만원이면 될 예방접종을 왜 안 했을까. 어쩌면 그 시절 1만원이 넘었을 그 접종을 시킬 여유도 없었을지도 모를일인데.. 그래도 이런식의 푸념은 자주 날 찾아온다.)

내면아이는 어떤 경험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지금까지 내가 하는 선택과 행동들에 매우매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그 아이와 나는 양자대면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마음을 돌보고 챙기는 건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일상에서 하는 것. 조금 더 정확하게 숨쉬는 거랑 비슷한 거예요. 본인의 마음을 돌보려면 우선 내면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이유는 '나'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예요. 쉽게 말해 제일 중요한 건 감정이에요.

요즘 아이들은 교과 과정에 감정을 쓰거나 그리는 부분도 있고 학교에서 감정에 대해 잘 배우더라구요. 지금의 어른들은 감정에 대해 배운 적도 없고 개념도 잘못 가지고 있어요.

감정은 판단할 필요가 전혀 없는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현상일 뿐인데 대부분 여러감정이 떠오를 때 바로 브레이크를 밟아 버려요.

예를 들어 인간관계에서 힘든 감정이 올라오면 마음속으로 '이러면 안돼' 하고 바로 필터를 걸죠. 그런데 감정은 그런게 아니거든요. 사랑하는 우리 아이가 미울 수도 있는 거고 화가 날 수도 있는 게 자연스러운 거죠. 일부러 그런 감정을 가지는 게 아니라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요.

있는 그대로 내가 어떤 감정인지를 받아들이면 되는 건데 많은 사람이 감정을 판단하려고 해요. 이 감정은 좋다. 나쁘다. 바람직하다 이렇게 구분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자기감정조차 몰라요.

p110, '내면아이를 찾아서', 정신과 정우열원장

 

인터뷰로 실린 정우열 원장님의 글을 읽으며, 나 역시 원장님이 말하는 '과'의 사람임을 여실히 느꼈다. 내 감정을 제대로 바라본 적 없는 사람. 든든한 장남이 있는 집안의 막내딸로 자유롭게 살아도 되것만 마치 집안의 밑천이라는 맏딸처럼 행동하는 것. 내선택에 있어 가장 우선시로 고려되는 부모님에 관한 감정. 모든 것들이 층층이 쌓인 풀지 못한 문제들처럼 늘 마음 속에 남아있다. 

 

이 책을 읽어 나가며, 보통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들 사는지. '엄마'라는 역할에서 느끼는 중압감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님을 확인하며 조금은 위안을 받았다. 


 

나의 내면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 때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바라보고,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런 감정을 느꼈구나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다보면 어떤 생각의 패턴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이 사라진 자리에서 혹은 그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평화가 주는 산뜻함을 느껴보라고. 의사이며 예술가인 저자가 권하는 방법인데, 시도해보기 어렵지 않아 좋았다.

명상마저도 큰 마음이 필요한 일이라고 느껴진다면, 차를 마시거나, 수영을 하거나, 다른 생각없이 그 순간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적어보라는 말 역시 금같은 조언으로 다가왔다.

 

이런 말이라면 요즘같은 시기에 누구에게라도 가 닿아 힘이 될 만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를 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메세지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사람이다. 그럴수 있다. 생각보다 훌륭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훌륭한 무언가가 돼야 한다는 필터를 스스로 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_정우열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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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일본음식 알고 먹으면 더 맜있다는 소식) | 자유로운리뷰 2021-10-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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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네모 저
휴머니스트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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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식도락 여행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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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 계절을 살았다.

 

매일의 시작이었던 세이신-야마테선을 타러 가는 길에 늘 지나치는 인도 카레 전문점. 그리고 길 건너 2층에도 커리 전문점. 그리고 이케아에 기본 메뉴도 역시 카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김치볶음밥이 기본 메뉴인 것 같이) 대체 카레는 일본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음식일까?

 

일본에 살기 전에는 당연 일식하면 스시(초밥), 사시미(), 라멘(라면) 등 한국인에게 떠오르는 음식3선 정도가 있기 마련인데, 웬걸 다녀보니 그렇지만은 않네? 일본사람들에게 일상적 메뉴들이란 이런 건가. 할 정도로 의외의, 그렇지만 입맛에는 잘 맞는 메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낫또고항(낫또덮밥), 규동(소고기덮밥), 카레(이렇게 카레에 진심인 나라), 아이들 메뉴에는 무조건 함바그(함박스테이크). 이 나라에서 가졌던 외식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사라져갔다.

 

이렇게 일본에 숨은 식문화를 하나하나 자세하고 재밌게 알려주는 작가의 책을 최근에 만났는데, 마침 추석연휴를 끼고 있던 때라 맘편히 즐겁게 한챕터 한챕터 섭렵해 나갔다.

 

일본인 네모작가<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작가 네모는 일본인이다. 한국의 대학 내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를 배웠고, 그를 바탕으로 일본 식문화를 소개하는 책을 한국어로 썼다. (respect!)

 

그렇기에 어떤 음식에 대한 한국인의 스타일과, 일본인의 스타일을 비교해 적어나가는 부분들이 매우 흥미롭다.

 

활생선을 바로 잡아서 바로 먹는 한국, 지역에 따라 초장을 곁들이기도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면,

 

일본은 회를 숙성시켜서 먹기 때문에 훨씬 부드러운 생선살의 식감을 즐긴다는 것. 와사비와 간장을 주로 곁들여 먹지만 이 역시 사시미 고유의 맛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살~.

 

에도 3미로 소개되는 스시, 소바, 텐푸라 이야기는 먹거리의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전해주었기에, 이 책을 읽고 난 일과는 보통 다음과 같았다. 구글맵을 켜고 인근의 일식전문점(스시집, 소바집, 라멘집)을 검색한다. (다행히 이 동네에는 부부스시부산모밀이 이름 나있다)

 

텐푸라라는 단어는 한국에서도 자주 쓰는데, 한국어로 순화해서 쓰기를 늘 요청받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텐푸라는 사실 포르투갈에서 온 단어다! 포르투갈의 temporas 라 불리는 튀김요리가 현지화 된 음식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일본은 포르투갈과 무역 교류가 빈번했다)

 

한국처럼 밥이 중요한 일본에 800여 가지가 넘는 쌀 브랜드가 있다는 것과, 일본에서 가정식으로 즐겨먹었던 낫또덮밥 이야기는, 짧지만 강렬했던 그 여름날의 일본으로 나를 잠시 데려가는 듯 했다. 일반적으로 모르고 골라도 고시히카리가 기본인 일본의 쌀들 (밥이 너무 맛있구요). 2kg씩 기본 포장되어 있었던 쌀을 보며 (한국에서 20kg씩 배달해 먹던 사람) 세상 야박한 심정으로 가슴팍에 안고 왔던 그 쌀들. 마트의 쌀 코너에 가면 다 다른 지역의 이름을 달고 빼곡하게 상단까지 채워져 있던 그 많던 쌀은 사실 일본 밥상에서 무엇을 가장 중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 아니었을까.

 

카레, 함바그, 규동의 지분으로 거의 매일의 외식 트라이앵글이 완성되었던, “우리는 일본에 와서도 이런 것만 먹고 가네.” (=한국에도 많은 것) 했는데, 아니었어, 일본사람들의 일상 메뉴에는 이들이 매우 가까이 있다는 것을 (이제사) 알게 되었다.

 

카레 알고 먹으면 더 맛있어요!

 

사실 일본인들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그건 카레일지 몰라요.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고, 서민적이고 친근한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종류와 맛집이 쏟아져 나오고... 카레는 바로 국민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평을 듣기도 하는, 그야말로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죠. p276

 

네모작가님은 책을 내고도 계속해서 도쿄 현지의 맛집을 업로드 하고 있다. 랜선여행이 트렌드가 된 요즘, 이마저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오늘 올라온 피드의 맛집을 보고 인근에 비슷한 메뉴를 하는 집 없나? 하고 구글맵을 띄우며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비슷한 음식을 찾아서 먹고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법이니까, 이 책을 추천하고 갑니다.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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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를 준비하는자세, 스마트브레인 스티커북으로 아이 초집중시간 만들기 | 서평단으로 글쓰기 2021-09-14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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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마트 브레인 스티커북 6~10 세트

도희 외 글/이현주 외 그림
꿈꾸는달팽이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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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달팽이에서 나온 스마트 브레인 스티커북 세트입니다. 

1-5권에 이어 6-10권까지 새롭게 출간되었네요!

 

 

스티커북 활동은 꽤 해봤는데, 이번 책은 확실히 교육적(?)인 측면을 잘 반영한 듯 했어요. (아이들 학습지를 만드는 대교 출판사입니다) 주제가 다양해요! 동물, 공룡, 안전, 국기, 요즘 핫한 코딩까지.  이번에 출간된 스티커북의 주제는 바로-> 음식, 코딩, 안전, 건강, 아이가 후다닥 가져간 한권은 무엇일까요?

 

 

바로 탈것! (=vehicle) 이었습니다. 물어보니 스티커 211개가 제일 적어서 이걸 1번활동북으로 골랐다고 하네요 :-)



 

자 그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책의 목차가 중요한 것처럼 활동북도 첫 장을 넘기면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팁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혼자서 스티커를 붙이는걸 봐주면서 이건 어디야? 이건 이름이 뭐야? 하면서 물어봐주며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함께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즐거운 언팩시간을 가지고...

오랜만에 등장한 스티커북. 사실 아이가 연령에 비해서 소근육이 한~ 참 느리다는 의견을 전달받고... ㅠㅠ 가위질, 색종이 접기, 젓가락질, 심지어 간식시간 간식봉지를 뜯거나 병뚜껑을 여는것, 요플레 포장 벗겨서 떠먹기 등 모든 활동이 소근육과 연관된 활동이라

소근육 발달에 좋은 가장 기초적인 활동! 스티커북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스티커를 하나하나 떼어내 제자리에 붙이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정교한 손동작이 필요한 활동이라 사실은 소근육활동의 최적화된 그러면서도 비기너(소근육발달을 목표로한 아이)에게도 적합한 활동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장 뒷장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맨 뒷장에 스티커장이 있어요. (다만 스티커 절취선이 없어서, 칼이나 가위를 활용해 뜯어야 했답니다. 스티커 절취선이 들어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았어요!)

 


 

버스를 탈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물어보니, 줄을 서야한답니다. 한명씩 한명씩 줄을 세워주고 있어요.


 

둘이서 의논도 하고



 

혼자서도 하고

 


 

땅에서 달리는 탈것들- 바다 - 하늘 - 우주 까지 나아가서 마지막 우주에 도착한 우주인들을 붙이는 활동으로 피날레를 했어요.

 

 

탈것을 마치고, 다음 날 아침에는 '안전' 편을 시작!

손씻기, 마스크쓰기 등등 시의성있는 내용들이 찰떡같이 들어가 있네요. 유치원에서 생활에서 늘 실천하고 있는 것들을 다시 한 번 그림을 통해서 떠올려 봅니다.


 

유치원 다녀와서도 잊지 않고, 활동북 하는 둘째를 보니

이전에는 별로 흥미가 없는 것 같아 지나쳤던 스티커북이 제때 찾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마트 브레인 스티커북의 장점은 

아이가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생활하면서 만날 수 있는 상황들이 많이 실려 있다는 점이에요.

자연스레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줄 수 있고, 아이도 활동을 하면서 눈으로 익히고 스티커를 붙이며 기억하는 과정들이 생각보다 유익하게 느껴졌어요.

또래와의 화용언어가 약한 둘째에게는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대화들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즐거운 서평단 활동으로 즐거운 주말과 월요일 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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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편지 (북유럽 여행길에서 띄운 25통의 편지) | 서평단으로 글쓰기 2021-09-0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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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길 위의 편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저/곽영미 역
궁리출판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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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편지>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쓴 여행에세이.

 

그러나 이 여행에세이가 특별한 것은, 이 글은 단순히 여행과 기록을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청탁을 받은 작가가 그동안 영국인들이 관심의 주요 대상지가 아니었던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여행하며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때로는 비판적으로 서술했다는 지점 때문이다.

 

여자가 글을 쓰려면 매년 500파운드의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버지니아 울프가 등장하기 전에, 쓰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이 글에서는 여자 홀로 (심지어 갓난아기와 보모를 동행한, 그러나 여행목적지에 따라서 베이스캠프 격인 마을에 아이와 보모는 남겨두고 홀로 탐방을 떠나곤 했다)

여행하며 겪을 수 있는 고단함과(마음 속에 늘 내재해있는 안전에 대한 두려움)

현지인들과의 가격흥정,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물들과의 교류, 그리고 각 나라에 존재하는 사회제도들에 대한 신랄할 비판과 시도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기존의 감상위주의 여행에세이와는 차이가 난다.

 

실제로 이 책은 울스턴크래프트가 쓴 작품들 중 최고의 호평을 받았으며 가장 잘 팔렸음으로 그 진가를 증명했다.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몇 개국에 번역되고, 미국판도 출간되었다.

 

17세기에 배와 마차를 이용해 여행을 다닌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나는 자주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떠올렸다. 여성화가 마리안느가 귀족의 딸 엘로이즈의 결혼 초상화를 그리기위해 나룻배를 타고 그녀가 사는 성으로 찾아가는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거친 파고가 닿는 거대한 절벽과 성, 그녀들이 산책한 해안선의 모습은 책 속에서 메리가 묘사하는 풍경과 겹쳐졌다.

 

생각지 못한 일정이었던 만큼 두 국가를 가르는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스웨덴 최고의 산지 절벽을 올라야 한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습니다. 절별들 한가운데로 들어서니 바람이 들이치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일렁이고, 개울이 흐르고, 소나무 숲들이 암벽의 단조로움을 깨주었습니다. 이따금 절벽들은 불쑥불쑥 장엄함을 드러냈습니다. 한번은 아주 근사한 절벽을 오른 후 거대한 골짜기를 통과해야 했지요. 그곳에서 마지막 협곡이 우리를 잡아먹을 듯이 위협하는가 싶더니 방향을 틀자마자 푸른 초원과 아름다운 호수가 눈의 피로를 씻겨주고 우리의 눈을 매혹했습니다. p56

 

25통의 편지가 담긴 이 책은 그 나라에 대한 환경적 묘사와 (우리 눈 앞에는 그녀의 눈높이로 바라본 풍경들이 함께 그려진다)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 사회를 지배하는 법에 대한 관찰이 이어진다. 그래서 한 통의 편지는 다채롭다.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의 어머니이며, 그 시절 남성 지식인들이 보여준 모순들에 대항해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페미니즘의 선구자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이 얼마나 자주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가를 여행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유려하고 우아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사유가 돋보이는 몇 문장을 갈무리 하며 마친다.

 

듣기로는 이 지역이 스웨덴 최악의 불모지 중 한 곳이라던데, 경작지가 노르웨이보다 더 많았습니다. 다양한 작물이 자라는 평야가 멀리까지 뻗어나가다 해안에 이르러 경사가 지면서 풍광은 끊어졌어요. 마차를 타고 가면서 대충 훑어본 바로 판단하자면, 농업은 노르웨이보다 한층 발달했지만 거주지는 스웨덴이 가난의 면모가 더 짙었어요. p170, 열일곱째 편지 중

 

국민은 본래 어리석은 법이라고들 합니다. 얼마나 모순적 인가요! 부지런할 이유가 없는 노예들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동력, 즉 사욕을 가질 수 없어 능력도 키울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으니까요. 예술과 과학에 소질이 없는 사람들은 짐승 취급을 당해왔습니다. 단지 그들의 실력이 예술과 과학을 생산해내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p57, 58, 다섯 번째 편지 중

 

그러나 함부르크 사람들을 보면 볼수록 광범위한 투기는 도덕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제 생각이 더욱 확고해지더군요. 인간은 이상한 기계 같습니다. 인간의 도덕 체계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대원칙으로 통합됩니다. 그 원칙도 인간이 제 자존심을 지키는 한계를 태연히 깨부수도록 내버려두면 힘을 잃고 말지요. 인간은 부를 좇으면 좇을수록 인류애를, 다음에는 개개인에 대한 사랑을 저버리게 됩니다. 어떤 건 이해와 충돌하고, 어떤 건 쾌락과 충돌합니다. p222, 스물 세 번째 편지 중

 

오늘은 토요일이고, 저녁 시간이 평소와 다르게 평온했습니다. 마을은 어디서나 일요일 준비로 분주했지요. 호밀을 가득 실은 작은 짐마차가 우리 옆을 지나갔는데, 추수 풍경을 많이도 보았지만 연필과 가슴으로 담고 싶을 만큼 다정한 풍경이었답니다. 어린 소녀가 머리털이 텁수룩한 말의 등에 다리를 벌리고 올라타 말머리 위로 나뭇가지를 휘둘렀어요. 아버지는 아장아장 걸어와 아빠를 맞았을 아이를 들쳐 안고 짐수레와 나란히 걸었고, 어린 생명은 아빠 목에 매달리려고 두 팔을 뻗었습니다. 페티코트를 입은 여자들 위쪽에서는 한 소년이 옥수수 다발이 떨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갈퀴질을 하고 있었어요. p162, 열여섯 번째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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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님이 보고 계셔 - 홍칼리 무당일기 | 자유로운리뷰 2021-09-0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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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칼리 저
위즈덤하우스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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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 무당, 유튜브하는 무당, 타투하는 무당, 편견을 깨는 무당. 당신이 알고 있는 무당에 대한 생각을 싹 바꿔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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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계셔>

- 홍칼리 무당 일기

 

 

전에 살던 동네에는 유난히 골목골목 oo장군, oo보살이라 쓰인 옛집이 많았다. 보통 입구에는 기다란 대나무에 오색의 비치볼과 수박모양의 비치볼과 오방색의 천들을 엮어서 세워두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이쪽 세상과의 경계를 짓는 냥 느껴지기도 했다. 이후에 마을 어르신께 들은바 로는, 바다에 접해있는 이 마을에는 전쟁과 생계로 바다에 나가서 목숨을 잃은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예로부터 그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열렸고, 그 형태가 남아있는 것이 바로 그러한 점집들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샤머니즘은 무당이라는 존재로 통해 발현되었다. 어쩐지 무당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조금 무섭고, 두렵다. 신과 영접하는 존재. 이세상과 저세상의 경계에 서있는 이. 샤먼은 신비로운데, 무당은 토속적이고 예스럽다.

 

예를 들어 이런 무당은 어떤가? 90년대에 태어나 21세기에 신내림을 받고, 2021년을 살아가는 MZ세대 무당. 코로나19시대에는 영상통화로 (혹은 줌으로) 점사를 봐주는 무당이라면 어떤가? 마음속에 존재하던 무당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는가?

 

오방색의 현란한 한복이 아니라, 무지 티셔츠에 슬랙스를 입는 무당, 조도가 낮은 붉은 조명이 가득한 신당이 아닌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점사를 보는 무당.

 

우리는 미디어가 보여준 전형적 무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요즘 무당은 그런 거 아니니까.

 

이 책의 저자이며 무당인 홍칼리님은 독특하다. 글도 쓰고(글샤라고도 한다. 글쓰는 샤먼), 공부도 하고, 기도도 올리고, 반려견도 돌보며, 예술작업도 하는 무당이다. 이렇게 보면 무당이 그녀의 코어 정체성이 아니라, 그가 수행하는 여러 역할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본캐, 부캐일수도 있고. 역할극일수도 있고.

 

젊고, 아름다운 그녀가 무당이 된 것이 궁금했다. 시원하게 알려준다. 무당되는법 A to Z. 그런데 무당의 보통날들도 궁금하지 않은가? 무당이라고 매번 신과 영접해서 점사만 본다면 그것도 무당의 노동착취아닌가? (무당 노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무당에게도 워라밸이 필요하다. 연애이야기도 있고, 무당 이전의 삶의 이야기도 있다. 첫 책에 비기를 다 털어놓듯 여과 없이 적어냈다. 그 이야기들은 종교 구분없이, 미신론-유신론 관계없이 통한다.

 

우리는 고민이 있을 때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심리상담가를 찾아가기도 하고. 실제로 점집(무당이 있는 신당을 의미)은 전통적인=traditional 심리상담소의 역할을 했다. 무당의 어원은 묻는자.

 

한국의 무당은 왜 묻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을까? ‘무당하면 느껴지는 이미지는 물어보기보다는 술술 답을 말해주는 모습일 거다. 하지만 무당은 손님이 왔을 때 손님에게 묻고, 신령에게도 묻고, 스스로에게도 물어보는 자다. 그렇게 수행을 해나가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 p89

 

평소 의지하며 믿는 신이 있다면 그분께 기도를 드리겠지만, 우리는 너무나 알고 싶은 거다. 미래를. 다가오는 미래에 내가 이 시험에 합격할 것인지, 이직을 앞두고 과연 이 회사에서는 승승장구할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 이 사람과의 인연에서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등등을 너무 묻고 싶은데, 그러한 속내를 여실없이 드러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이 아닐까. (완벽한 프라이버시의 공간)

 

무당일기라는 다소 으스스한 부제를 달고 있지만, 무당 홍칼리의 글은 따뜻하고, 편안하다. 읽다보면 이미 산전수전 공중전으로 겪고 저 앞에 걸어가고 있는 언니가 인생 상담을 해주는 기분이다. 그렇지, 그럴땐 이런식으로 하면 좋아. 그런 방법이 고민이면 이렇게 생각해봐.

그리고 충분히 자신에 대해 고민했기에 나오는 의견들. 이분법적 성적인식에 대해, 환경에 대해,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에 대해, 여성에 대해, 운명에 대해, 팔자에 대해. 그녀의 깊은 사유가 거슬리지 않고(꼰대력없음) 편안히 닿는다.

 

많은 사람이 운명이 바뀔 수 있냐고 질문한다. 운명, 흔히 팔자라고 하는 게 정말 정해진 걸까. 사주 명리는 기호라서 무한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운명의 여덟 글자(팔자)는 바뀌진 않지만 무한한 변주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운명이란 명을 운전한다는 뜻이다. 같은 사주팔자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떻게 변주할 것인가는 그 자신의 의지, 그를 둘러싼 편견과 고정관념을 생산하는 교육, 그와 주변 환경의 일상적 상호작용에 따라 달라진다. 당연하게도 나를 둘러싼 환경과 세상이 나아져야 운명도 나아지는 거다.

 

운명학은 개개인의 삶을 신화로 만드는 미신이 아니라 고정된 언어를 해체하고 삶을 다르게 해석해보자는 실천에 가깝다. 고정된 관념을 자꾸 버려야 하는 이유는 삶의 무한성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서다. 운명은 하나의 좁은 직선 도로가 아니다. 뻔한 관념은 있어도 뻔한 인생은 없다. p170, 171

 

나는 진즉에 하지 못한 고민을 하고 있다. 나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질문들이 급격하게 밀려온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결혼이 우측을 차지하고, 고민은 좌측을 차지하고 나란히 나아가고 있는 격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홍칼리 작가가 존경스러웠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 (예를 들어) 내가 설령 그녀와 같은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을지라도 과연 세간의(부모님의) 눈과 목소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무당이라니, 말도 안돼. 다들 실망할거야.’

 

그녀는 어떤가?

 

친구) 칼리는 왜 스스로가 무당이라고 생각해요?

칼리) ..... 내림굿을 받고 점사를 보고 있으니까요? 사실 무당이라는 직업도 제가 입는 역할 옷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왜 무당이 되었나 생각해보면..... 저는 편견을 부수는 것이 재미있어요. 무당이라는 옷에 묻은 편견을 벗겨내고 싶어서 무당이 된 것 같아요. p89

 

내가 바라는 지점에 그녀는 이미 도착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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