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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모험 | 서평단으로 글쓰기 2022-12-0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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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집이라는 모험

신순화 저
북하우스 | 2022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전원주택의 로망과 현실이 잘 어우러진 진솔한 에세이,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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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의 로망이 있다.

 

내가 아닌 남편의 이야기다.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전원주택의 삶을 자주 소환한다. 단정하게 지어진 이층 양옥집에서 계단을 내려오면 시아버님이 직접 만든 화단에 꽃나무가 가득했고, 강아지와 병아리를 키우던 마당을 기억한다. 어머님은 겨울에 난()꽃을 피워내는 프로 식물러(-er)이시고, 아버님은 손재주가 좋으셨기에 단정하고 꽃나무가 가득한 집이었으리라.

 

그러나,

 

나는 전원주택의 고단함을 안다. 날이 추우면 물이 얼고 보일러가 터지기 일쑤였으며, 여름이면 달궈진 (외관을 장식하던) 빨간 벽돌은 밤이 되도록 후끈한 열기를 뱉어냈다. 어디 그뿐이랴, 계절이면 찾아오는 다양한 벌레().

 

나는 남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게 그렇게 만만한 일인 줄 알아

  

남편의 로망 가득한 전원주택의 순애보에 현실적인 문제들을 읊어줄 요량으로 읽은 책이다. 

 

 

이번 주 내도록 읽었던 신순화작가의 <집이라는 모험>이다.

 

그렇다. 대개 집이란 편안한 휴식의 공간이다. 완전한 휴식, 완전하게 해방된 내가 존재하는 곳, 그런 집이 모험이 될 수 있다.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벗어나, 대지 면적 오백여평의 이층집에서 살게 된다면 말이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것과 마당 있는 집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내 소망이 얼마나 많은 능력과 책임을 요구하는 일인지 미처 몰랐다. p100

 

로 시작하는 작가의 이야기에는 뽑아도 뽑아도 그칠줄 모르는 풀과, 집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벌레들의 조우, 겨울이면 틈이란 틈을 파고들어 집안에 부는 우풍들, 겨울이 힘들었다고? 여름은 더하다. 집이 위치한 언덕 아래로는 저수지가, 집 뒤편으로는 산이 이어지는 천혜의 환경인만큼 습기와의 전쟁은 본격적으로 여름부터 시작한다.

 

나 역시 6년 전 아이를 위해 산 중턱에 위치한 아파트에(게다가 저층) 이사왔기에 여름이면 바닥부터 물이 차는 듯한 습기를 안다. 몇개월 간 일본살이로 집을 비운 사이 집안 곳곳에 번진 곰팡이에 정말 울고 싶은 지경이었다. 주택은 겨울이면 건조함, 여름이면 습기 그 모든 것의 집합이다.

 

여러 가지 난관중에서도 에 대한 일화를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몸이 옴싹 움츠러 들었다. 닭장 바닥에 놓여진 갈색 끈이 사실 뱀이었다는 것. 화분을 들었는데, 그 밑에서 잠자코 있었던 머리가 세모난 살모사. 현관에서 발견한 뱀이 순식간에 신발장 입구로 쏙 들어와 119를 불렀던 일.(집 거실까지 들어왔으면 정말 큰일이었다. 재빠른 뱀이 집 안 어디론가 숨어들면 결코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모든 가구를 들어내기 전까지)

겨울은 혹한에, 여름에는 습기에, 집 안팎으로는 각종 벌레들, 심지어 뱀의 출현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고생스러운 것들을 뛰어넘는 전원 주택살이의 묘미는,

 

거실 가장자리의 난로를 피우며 겨울을 나는 낭만과, 잔디와 초록이 가득한 마당 한켠에 터를 만들고 피우는 모닥불, 여름이면 이층까지 모든 방을 열고 맞이하는 지인들, 아이들 친구. 그들과 밤새도록 집에 갈 걱정없이 먹을 것을 나누며 모닥불이 다 타들어갈때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들. 눈이 내려서 집 아래 언덕으로 차가 내려갈 수 없게 되면 비닐포대를 깔고 타는 눈썰매. 겨울이 지나고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와서 초록잎을 키워내는 봄의 첫 작물들. 그 맛을 어떻게 잊겠는가. 초여름 전에 집 앞 앵두나무에서는 앵두가 주렁주렁 열리고, 살구나무에서는 주황의 살구가. 사계절을 여실히 온몸으로 느낄 수 밖에 없는 주택은 사계절의 모습까지도 가득 담아내기에, 매번 찾아오는 그 경이로움에 이같은 삶이 첫 아이가 8살 때 이사를 와서 그 아이가 20살이 될 때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작가가 글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하염없이 그려져 나도 모르게 으읏 하며 몸을 움츠리기도 했고, 밤이면 창으로 드는 달빛에 비춘 아이들의 모습을 이야기할 땐 그 달빛에 젖어들 듯 마음이 푸근해졌다. 250여 페이지의 책을 읽고선 마치 소설 구운몽에서 주인공 성진이 잠깐의 꿈으로 팔선녀와 함께 한 생을 살다가 온 듯, 나 역시 삼락재’ (작가가 사는 전원주택의 이름이다)에서 한 동안 머물다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보 그거 알아? 하면서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 남편을 불러 전원주택이 사실은~”하면서 몇 번이고 책을 낭독해 주었다. 그렇지만 말미에 작가의 말이 가슴에 콕 하고 박혔다.

 

무엇보다 언덕에 있는 집은 사양하겠다. (중략)

그런데 돌아보면 이 집에서 누린 특별한 행복은 모두 내가 나열한 불편함 때문에 가능했다. 경사진 언덕길이 있어 겨울마다 아이들과 눈썰매를 탔고 넓은 마당이 있어 매년 모닥불을 피워 사람들을 불렀다. 우리 식구가 쓰지 않는 이층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많은 아이들을 불러 재울 수 있었ㅇ을까. 넓은 밭 덕분에 농사지은 감자며 고구마를 친정 부모님과 넉넉히 나눠 먹었고 그 밭에서 꿩과 고라니와 두꺼비와 온갖 동물을 만날 수 있었다. 일거리가 넘치는 집이라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청소년이 되도록 집안일을 같이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부모인 우리와 친밀하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갔다. 이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불평할 수 없다. 이런 집이어서 이렇게 살 수 있었다.

 

나도 안다. 쉽고 편한 것은 금방 잊힌다. 손이 많이 가고 고생스러웠던 일들은 결코 잊히지 않는다. 한 때 5세, 7세 아이들을 데리고 무턱대고 남편을 따라 일본살이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게 서툴렀던 그 시절, 그 계절, 그 여름을 기억한다. 34도를 기억하던 간사이 지방의 여름을 기억한다. 어떤 경험은 오래 기억된다. 신순화 작가의 '삼락재'의 삶이 그래서 값지다는 것을 안다. 켜켜이 쌓인 10년의 시간이 존경스럽다. 작가님은 때로는 독자들도 초대를 했다는데, 혹시 그런 이벤트가 없나 괜히 한 번 작가의 블로그를 수시로 들러본다.

 

전원주택을 꿈꾸는 모든 이들이 한 번 쯤은 읽어봤으면 좋겠다. 생생한 묘사와 전경들이 내 안에 무언가를 톡톡 건드린다.

 

*Yes24 서평단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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