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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히로에겐 하쿠가 있듯이 (나의 특별한 친구) | 사는 이야기 2021-09-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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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세이스트 참여

그녀와 나는 가끔 조조영화를 본다.

영화를 기반으로 한 약속의 좋은 점은 영화 시작 10분전까지 만나면 되고, 영화 상영이 끝난 시점이 공식적으로 만남의 끝으로 연결되기에, 일상으로 편히 돌아갈 수 있다.

사실 우리 사이의 가장 좋은 점은, 둘 다 아이의 '엄마'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모든 점에서 아이를 중심에 둬도 서로 섭섭해 하거나, 어떤 경우에 발생하는 미안함에서 조금은 덜 미안해도 된다는 점이 우리가 공유하는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그녀와 나는 함께 아이를 낳으며 알게 된 사이다. 그래서 쉬이 "친구사이에요" 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사이의 유일한 단점이 될 것 같다.

 

우리는 비정기적으로 연락을 한다. 어느 아침에는 이런 메세지가 도착해 있다.

"영화의 전당에서 <화양연화> 특별상영을 하네요."

"아 그 영화 10년전에 노트북으로 봤었는데 좋았어요.."

"리마스터 기념 재개봉이라네요. 전 아직 한번도 못봤답니다. 괜찮으면 내일 오전 어때요?"

"좋아요."

 

그렇게 시작된 조조영화는 봄날의 장범준 콘서트로 이어지고, 가을의 부산국제영화제로 이어졌다. 우리는 우리가 처음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취향을 공유하고, 감상을 나누는 사이가 되어갔다.

 

우리 대화에서 주어를 이루던 "아이가-"라는 문장은 "저는- "으로 바뀌어 나갔다. 아이를 키우며 겪었던 낯선 상황 중 하나는 누구도 나란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결혼 후 생긴 인간관계중 시어머님의 지분이 가장 클 것 같다. 어머님과 그렇게 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지만 정작 그 속에 나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었다. 늘 "그래, oo이는 어떻니?"라는 말로 시작된 대화는 아무리 길게 이어져도 늘 아이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우리의 대화에서는 자연스레 '내'가 배제되어 있었다. 나는 자주 공허했고, 때로는 무력감을 느꼈다.

 

여름 날, 그녀가 이런 날에는 맥주가 딱인데, 라고 지나가듯이 던진 말에 오늘 저녁에 한잔 할까요? 라고 답했다. 그녀가 사는 조용한 주택가의 호젓한 영국식 펍느낌의 맥주집은 그렇게 우리의 아지트가 되었다. 7월이 생일인 내게 생일주를 사주는 그녀는 같은 날 두 달 뒤 생일을 맞았기에 우리는 여름과 가을자락에서  매 해 두 번은 만났다(술자리로). 우리 사이에는 함께 본 영화가 쌓이고, 같이 마신 맥주들이 방울방울 쌓여갔다.

 

최근 '샹치'가 개봉했다.  (카톡) '샹치'봤어요? 보러 갈래요? 라는 메세지에 그럴까요?라고 답하고 찾은 상영관에는 미리 예매해둔 표가 무색하게 관객이 우리 둘 뿐이었다..

 

"오늘 대관한 거나 다름없네요. 이런날도 다 있네요." 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게요, 이렇게 큰 관에 아무도 없는 건 또 처음이네요."라며 기념샷이나 한장찍자는 그녀의 제안에 마스크를 야무지게 올려쓰고 렌즈를 응시했다.

 

카메라 화면은 거울처럼 우리를 담아냈다. 화면 속에는 집에서 아이 둘 건사하느라 진땀흘려 눅진한 티셔츠를 입은 어떤 엄마가 아니라, 한껏 취향과 감정을 발산하는 생기 넘치는 여인이 앉아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 한 해 두 해가 아닌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엄마라는 역할에 매몰되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바로 일상 속의 이런 시간들 덕분이 아닐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치히로라는 본명을 마녀 유바바에게 빼앗기고 센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센이 '치히로'였음을 잊지 않게 도와주는 강의 신 '하쿠'는 결국 마지막에 치히로를 구하고, 하쿠 자신도 마녀의 주술이 사라진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온다.

 

때론 내게 그녀가 '하쿠'처럼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뭐였지, 나는 어떤걸 할 때 즐거웠지, 가을이면 영화제에서 영화를 봤었지, 봄이면 버스커버스커를 들었지, 여름이면 우리는 온천천에 앉아 맥주를 마시곤 했지 하는 소소한 일상과 감각들을 일깨워준다. 그녀는 내가 본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게 지켜주는 강의 신 '하쿠'같다. <두 분은 어떤 사이세요?> 라고 누군가 우리에게 묻는다면, 나는 그녀는 내 특별한 친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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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선물의 집에서 책선물이 도착했어요! | 사는 이야기 2021-06-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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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문 앞에 놓여져 있는 낯익은 주황색 택배 봉투가 아닌, 화사한(♡) 디자인의 봉투가 도착했습니다.

 

바로 오늘 택배는,

Yes24 어린이 으로 도착한 책입니다!

 

받는 이는 최OO 어린이.

매월 24일 발표하는 Yes24의 책보내주기 이벤트에 참여했는데요, 선정되었네요~(감사합니다:-)

 


 

포장을 뜯어서 내용물을 꺼내어 봅니다. 정말 아기자기 한 구성이네요(ㅋ)


 

엽서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돌려보니 제가 이벤트를 신청하며 아이에게 쓴 편지가 (이 책을 선정한 이유를 담은) 함께 프린팅 되어 있네요 ^^ (!)

 

그리고 어린이 책 선물 캠페인에 대한 설명 팸플릿이구요.

 


 

제가 신청한 책은 <욕 좀 하는 이유나> 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이 비속어와 욕에 관련된 단어들을 주고 받고 배워오게 되지요.

 

그럴때 왜 욕을 하면 안될까? 하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원북원 어린이부문에 선정된 책이기도 합니다. (후보작 중에서 저도 이 책을 투표했었습니다.)

 

책 표지를 한 번 유심히 살펴보고, 책을 한 장 넘겨보니

 


 

이렇게 예쁘게 yes24 도장이 찍혀 있네요 :-) 

 

다음 주 아이와 한 번 즐독을 해보겠습니다.

 

Yes24 감사합니다♡

 

#예스24선물의집

#어린이책선물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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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루엘라 (2021,엠마스톤 주연, 디즈니 원작) | 사는 이야기 2021-06-0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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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텔라로 남을 텐가, 크루엘라가 될텐가?

 

 

101마리의 달마시안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크루엘라>

 

 

101마리의 달마시안에서는 퐁고와 페디타라는 달마시안 가족과, 이 달마시안을 노리는 크루엘라가 악당으로 등장한다. 모피코트를 사랑하는 크루엘라의 목적은 달마시안 무늬의 코트를 만들어 자신의 패션을 완성하는 것.

 

크루엘라는 왜? 달마시안에 집착하는가. 크루엘라에게는 왜? 패션이 중요한가?

 


 

 

이러한 질문들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그녀는 왜? 그러한 크루엘라가 되었는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도달한다.

 

 

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아서 플렉이라는 인간이 어떻게 조커로 분하게 되었나에 대한 이야기로, 배트맨시리즈의 프리퀄 영화다. 사실 조커는 꽤나 불편한 영화지만, 영화 말미에 도달하면 아서 플렉이 선택한 삶에 대해 일말의 공감을 하게 된다. (그가 자라온 양육환경,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자기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 등)

 

 

악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에 대한 물음이며 답이기도 한 영화들의 등장으로 우리는 단순히 악당이라고 칭했던 이들을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디즈니 원작인 101마리의 달마시안의 크루엘라의 프리퀄 영화가 등장했다.

엠마스톤이 크루엘라(=에스텔라)로 분했고,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 엠마톰슨이 크루엘라와 대적하는 남작부인역을 맡았다.

 

 

여기에 1970-80년대의 영국이 주 무대가 되고, 이때 유행했던 패션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블랙엔 화이트로 정확히 반반 가른 헤어스타일을 가지고 태어난 에스텔라.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두 개로 존재하는 자아에 대한 상징과 같다. 흑백의 헤어스타일처럼 그녀 내적에 존재하는 착한 에스텔라와 트러블메이커 크루엘라 cruel + estella = 잔인한+에스텔라)


 

남다른 용모 타고난 성정에 어릴적부터 기질의 반은 눌러야 했던 에스텔라. 에스텔라가 첫 사립학교에 입학할 때 엄마는 말한다. 크루엘라는 넣어두고, 에스텔라로 행동하라고.

 

 

그렇지만, 그녀의 타고난 기질은 숨길래야 숨겨지지 않는다. 결국 학교에서 발현되는 크루엘라로 몇 번이고 학장에게 불려간 뒤 퇴학을 당하게 된다. (그전에 자퇴한다고 그녀의 엄마가 학장의 말을 가로채긴했다. “자퇴 먼저 했으니, 퇴학은 시킬수 없죠.” 학장은 외친다 o-ut!)

 

 

이 작은 마을에서는 딸의 천재적이고 창의적인 기질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거라고 생각해, 딸과 함께 런던으로 떠나게 된다. 런던에 도착하기 전, 엄마가 알던 지인에게서 도움을 받고자 들른 곳에서 운명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곳은 바로네스 하우스의 패션쇼. 첫 번째, 영화의 세 가지 키워드는

 

 

 

1. 목걸이

2. 달마시안

3. 패션쇼

 

 

 

1. 목걸이

엄마가 런던으로 떠나는 길에 에스텔라에게 건네준 목걸이. 집안의 가보로 내려오는 붉은 루비가 박힌 목걸이를 에스텔라에게 걸어준다. 그녀는 파티 연회장에서 도망치다가 이 목걸이를 잃어버리게 된다.

 

 

2. 달마시안

파티에 몰래 잠입한 그녀를 쫓던 개들은 결국 그녀가 아닌 엄마를 향해 달려간다. 이후 그녀의 인생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결정적으로 남작부인을 폭발하게 만든 그녀의 드레스의 영감 또한 여기서 시작되었다.

 

 

3. 패션쇼

1960년대 열린 거대한 패션쇼. 그녀의 운명을 가른 패션쇼이며, 이후 그녀를 각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곳이라 할 수 있다.

 

 

디즈니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니,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초반에 남작부인과 에스텔라의 만남과 관계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와 앤드리아를 떠올릴 수도 있으나, 에스텔라가 흑화되며 등장하는 크루엘라 시점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완벽한 라이벌구도가 된다. 앤드리아와 미란다는 수직상하관계, 즉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로 끝이난다. 앤드리아가 이직을 하며 레퍼런스를 보내준 이도, 편집장 미란다 이다.)

 

 

스토리는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 어린 에스텔라

2. 에스텔라

3. 흑화된 크루엘라

 

 

어린 에스텔라를 연기한 배우도 매우 인상깊게 기억된다. 5대5 흑백컬러의 헤어를 찰떡으로 소화하고 영화의 전반부를 이끌고 가는 연기도 좋았다. 딱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거침없고 순수한 느낌이 잘 표현된 연기였다.

 


 

 

정확하게 예견된 부분에서 화면전환이 일어나면서 어린 에스텔라가 성인 에스텔라로 바뀐다. 쫓기는 에스텔라는 자신의 외모를 숨겨야 했기에 흑백의 컬러를 감출 수 있는 헤어스타일로 변신한다.


 

 

성인이 된 에스텔라 역시 만만찮은 일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도둑질, 이후 꿈에 그리던 백화점에 입사하지만 그마저도 허드렛일의 연속), 그 속에서 운명적으로 패션계의 거물인 남작부인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간다.

 

 

꿈만 같던 패션 디자인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고, 자신의 작품을 알아봐주는 남작부인에 의해서 점점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는다. (다음 패션쇼의 메인 작품이 되는 등)

 

 

그런데, 남작부인이 갖고 있는 목걸이. 저건 엄마의 목걸이. 그때 바로네스 하우스 패션쇼에서 엄마가 만났던 인물이 바로 이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의 목걸이, 다시 찾아야해.

 

 

그리고 그녀와 함께 자란 동료들과 함께 목걸이를 찾아오기 위한 angle을 짜기 시작한다. 동료들이 남작부인의 금고를 터는 동안, 그녀의 시선을 잡아끌 이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녀는 크루엘라를 불러낸다.

 

 

 

 


 

출처. 네이버영화

 

흔히 블랙히어로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영화도 블랙히어로라고 부를 수 있을까?

글쎄 크루엘라와 라이벌구도를 형성하게 되는 남작부인을 처단해야할 ‘악’으로 상정한다면 그녀도 새 시대의 블랙히어로중 하나가 되리라.

 

 

남작부인은 어쩌면, 회사에서 실무자가 밤낮으로 개고생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을 가로채가는 직장 상사, 혹은 같은 팀의 팀장님과도 같다. 모든 공은 자기의 몫으로 돌리는.

바로네스 하우스에는 10명 남짓의 패션 디자이너들과 수많은 직공들이 작업을 이어간다. Executive 디자이너 격인 남작부인은 그들의 디자인을 평가하고, 조롱하며 그 속에서 탄생한 걸작은 자신의 공으로 낚아 채간다.

어쨌거나, 에스텔라가 그녀를 위해 그린 작품이 아닌, 개인적으로 만든 작품까지 갈취해가는 남작부인은 이 시대의 직장 상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남작부인과의 관계가 이어지며, 에스텔라 역시 각성하기 시작한다.

남작부인에게 대적하는 강력한 신예 디자이너, 크루엘라로 등장하면서 남작부인의 자리를 위협한다.

 

 

이 영화의 엔딩크래딧이 올라갈 때 생각했다. 아, 이 작품은 한 번 더 보러와야겠구나.

 

 

1. 화려한 영상을 더욱더 끌어올리는 음악들 -음악을 쓰는데 아낌없는 감독이구나-MBC음악캠프 오프닝 곡으로 나올만큼 잘 알려진 유명한 곡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영화 속 크루엘라의 흑화와 함께 고조되는 관객석의 분위기.


 

 

2. 크루엘라의 의상만 47벌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모두 걸작이다. 실제 영화에 참여한 의상감독 제니 비번의 말을 빌리자면 1970년대 패션계에서 활동안 비비안 웨스트우드, 보디맵, 갈리아노, 알렉산더 맥퀸, 디올의 룩을 레퍼런스로 참고했다고 한다. 패션지의 모델들이 화면으로 튀어나오는걸 보는 기분.

 

 

3. 1970년대 휩쓴 펑크 문화과 음악과 패션으로 화려하게 재탄생한다. 2021년에 가져다 놓아도 이질감이 없을 힙한 패션과 (크루엘라 런웨이)무대 연출. 펑크룩을 입고 다시 태어난 디즈니 속 악녀는 오히려 이 시대에 부합하는 인물처럼 보였다. ‘이구역의 미친X은 나야’ 라는 애티튜드 그자체 크루엘라.


 

 

남작부인과 크루엘라의 대결은 끝이 예상되며 예상대로 흘러간다. 처음 나레이션에서 복선으로 암시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관객들이 원하는 바를 잘 충족시킨, 그렇지만 너무 잔인하지 않게 (디즈니답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부분도 좋았다. (오래도록 기억될 엔딩은 아니지만,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은 뿌듯한 마음을 안고 떠난다.)

 

 

쿠키영상이 존재한다!

초반 엔딩크래딧이 올라갈 때 객석의 관객들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이 런웨이 같은 크래딧후, 로저와 아니타에게 보내지는 크루엘라의 선물.

이 영상의 의미는 집에 와서 원작을 찾아보며 알게 되었다. 이러한 쿠키영상은 이 영화가 101마리의 달마시안의 프리퀄임을 한 번 더 확인시키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101마리의 달마시안에 등장하는 장면이 영화속에 동일하게 구현되는 장면이 있다.

깡마른 체격의 크루엘라가 어깨를 한껏 웅크린채 운전대를 잡고 있는 장면은, 분명 디즈니 만화에도 등장하는 장면이다. (너무 똑같네. 엠마스톤 고증을 기반으로 한 연기에 박수를!)

 

* 영화에서 아쉬운 점,

 

 

1. 크루엘라가 맘먹기만 하면 동료이자 가족이나 다름없는 제스퍼와 호러스가 모든 것을 준비해준다는 것, 모든 것은 일사천리~ (히어로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히어로 무비 절대공식)

 

2. 어? 낯익은 플롯의 등장... 영화 2/3지점에서 밝혀지는 가족관계. (한국 드라마 주요 공식이 디즈니에 등장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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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를 10년만에 다시 리뷰하며 | 사는 이야기 2021-01-2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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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홍콩 | 드라마, 로맨스 | 15세이상관람가
2000년 제작 | 2000년 10월 개봉
출연 : 장만옥,양조위

 

 

화양연화가 4K로 리마스터링 되어 재개봉했다.

아날로그 필름으로 촬영했던 영화를 디지털 포맷으로 바꾸는 것을 리마스터링이라고 한다.

 

 

이 영화를 본 적이 있다. 2011년이었다.

재밌게도 블로그를 찾아보니 그때 포스팅에도 <10년 전 영화를 보았다. 이질감이 없다. 감정도 연출도 완벽하다>고 짤막히 남겨져 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다시 지나 2021년이 되었으니, 영화 개봉 20년이 지나며 거기서 나는 두 번의 발자국을 남긴 셈이다.

 

왕가위 감독의 연출에는 늘 스타일리시하다 감각적이다는 표현이 따라붙는다. 색감이 강하고, 대사가 절제되어 있으며, 편집 또한 과감하다.

 

처음에는 그 모든 것에 반해서 영화를 보았다.

계단을 내려가 저녁을 사 들고 올라오는 첸 부인과 내려가는 차오의 모습이 화양연화 메인 Bgm과 함께, 모델이 무대에서 캣워크를 하는 것 마냥 근사하게 보였다.

첸 부인의 허리는 가늘고, 그녀의 목까지 감싼 치파오는 어쩐지 금기된 것을 욕망하게 하는 듯 유혹적이었다.

차오가 무협소설을 쓰던 신문사 편집실의 담배연기 마저 미장센을 완성시켰달까.

 

리마스터링 된 필름은 스크린과 음향이 개선되었을 뿐인데,

처음과 달리 영화의 모든 대사들이 가슴에 와 박혔다.

 

퇴근 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저녁을 먹는다는 것.

그 쓸쓸함을 매 번 다른 치파오를 입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고 올라오던 첸 부인의 모습에서 그게 어떤 의미인지를 헤아릴 수 있었다. (나의 남편은 때로 불 꺼진 집으로 들어오고 싶지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첸 부인의 남편과 차오의 아내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들은 각자의 남편과 배우자가 되어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차오가 첸 부인 남편이 되고, 첸 부인이 차오의 부인이 되어 대화를 나눈다)

"오늘 밤은 들어가지 마요."라고 말하는 차오에게, "우리 남편은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라고 첸 부인은 대답한다. 첸 부인 역시 차오 아내가 되어 남편 아닌 사람을 유혹하려고 흉내 내어 보지만 단념하고 만다. "못하겠어요."

 

이후에 차오가 소설을 쓰던 호텔에서 두 사람이 밥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도 비슷하다.

"당신, 여자 생겼지?" "무슨 소리야." "여자 생겼잖아." "누가 그래?" "몰라도 돼, 여자 있는 거 맞잖아." 하면서 첸 부인이 차오의 뺨을 친다. "여자 생긴 남편한테 이렇게 살살 때려요?"라며 차오가 다시 해보라 한다.

 

10년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을 장면이다. 그리고 차마 뺨을 더 세게 때리지 못하고 그저 차오에게 기대어 우는 장면은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사랑하는 관계에서 남겨진 이의 역할이라는 게, 비참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결혼 초 남편이 다른 여자(옛 연인)를 만나서 나를 두고 돌아서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꿈속에서조차 마음이 시렸다. 비참했고, 막막했다.) 그런 두 사람이 이런 가상의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상처를 조금씩 덜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tvN, 2017)'는 드라마를 보면, 소설 <19호실로 가다(도리스 레싱, 문예출판사, 2018)>의 이야기가 나온다.

- 부부가 있었다. 아이를 키우며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는 평범한 부부다. 어느 날, 아내는 자신의 방을 가지고 싶어 했고, 남편은 2층에 아내의 공간을 만들어 준다. 그러나 그 방도 아이들이 드나들면서 다시 거실 비슷한 공간이 되었다. 아내는 집에서 떨어진 어느 호텔에 방을 하나 구해(19호실) 그곳에서 잠깐 머물다가 돌아온다. 시간이 지나 아내는 그 방을 남편에게 들키게 된다. 남편은 그곳에서 무얼 하냐고, 아내는 자신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외도를 했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 방의 의미를 들키는 것보다 오해받기를 택한 것이다.

 

19호실이 떠올랐다.

차오는 아내가 없는 집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었다. 그래서 호텔에 방을 하나 잡고, 거기서 소설을 쓴다. 그러나 그 소설은 혼자 쓸 수 없고 읽어 주는 이, 첸 부인이 필요했다. 첸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메모를 남긴다.

호텔 방문이 열리고 첸 부인이 서있다. (이 호텔 방에 들어가기 전 심란한 그녀의 심경이 거칠게 표현된다. 호텔 계단을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갔다가, 난간에 기대어 자신의 마음을 다잡은 후에야 방에 문을 두드린다)

"당신이 올 줄 몰랐어요."

"우리는 그들과 다르니까요."

 

나는 이 대사에서 19호실을 떠올렸다.

그들은 배우자를 향해 복수 어린 외도로 답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 입은 그들이 선택한 치유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농밀한 관계를 맺는 것도 아니었고, 그들의 배우자를 욕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거기서 밥을 나눠 먹고, 글을 쓰고, 나눠 읽었다. 그 시간이 그들이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방법처럼 보였다.

 

첸 부인은 그녀의 남편 곁을 지키고자 했다. 그랬기에 차오는 그를 조금 도와달라고 이야기한다. "당신은 남편 곁을 떠날 수 없으니, 남편을 잘 지켜요."라며 돌아서 걸어간다. 그리고 페이드 백.

그다음 장면에서는 차오에게 기대어 펑펑 우는 첸 부인의 모습이 나온다. 헤어짐 연습을 해보는 것이었다. "울지 말아요, 연습이니까." 두 사람을 태운 택시는 떠난다. 택시 안에서 첸 부인은 "오늘 밤은 들어가지 않을래요."라고 말한다. 차오의 어깨에 조용히 머리를 기대는 첸 부인의 뒷모습이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마지막 모습이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 흐른다.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나왔다.

두 사람이 하룻밤을 보냈냐 보내지 않았냐가 중요하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나니, 그런 것보다 배우자가 겪었던 과정을 경험하며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해보는 것, 그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나의 배우자는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졌는가.'

"그들도 이렇게 된 거겠죠."라는 대사에서 배우자를 향한 미움과 원망의 감정에서 벗어나는 그녀를 보았다.

 

영화를 같이 본 지인은 영화 시작 전 이렇게 말했다.

"조금 찾아보니 불륜에 관한 이야기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그 말을 들은 나는 놀랐다. 불륜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불륜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부정적 어감과 영화 속 첸 부인과 차오를 연결시킬 수 없었다. 내가 화양연화를 떠올릴 때면 서로에게 물드는 감정과 이별. 그게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화양연화, 인생의 꽃같이 아름다운 때. 그들은 배우자를 잃고(감정적으로)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서로를 만났다. 라디오에서 dj가 일본에 있는 첸 부인의 남편이 신청한 화양연화를 사연과 함께 소개하고 노래를 틀어줄 때, 벽 하나를 두고 첸 부인과 차오는 그 노래를 함께 듣는다. 그들이 맺은 관계가 인생의 꽃같이 아름다운 시간이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결혼이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어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첸 부인의 대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많은 사람이 인생의 당연한 선택으로 여기며 결혼을 한다.

우리가 했던 수많은 선택에 책임이 따르듯, 결혼 역시 서로의 인생을 책임짐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결혼이 더욱 혹독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를 다 이해하지 못했는데, 상대방을 끌어안고 가야 하는 평생의 여정이 때로는 힘에 부친다.

 

어쩌면 그들 역시 삐걱이는 결혼 생활에서 혼자만의 19호실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그 방의 이름은 2046이었다.

왕가위 감독은 2004년에 <2046>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거기서 두 사람은 단 한번 재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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