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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전후의 시, 수필과 서간, 번역시가 차려진 백석 시집 | 문학 2018-11-0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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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저
새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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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윤동주, 기형도 등의 시집이 나쁠 수가 있을까? 굳이 좋다 나쁘다를 따지자면 원본을 참고했는지 영인본을 참고했는지 정도이고 이북의 사투리를 살려 번역하는 정도로 따질 수 있을텐데 전자의 경우 이 책이 어떤 본을 참고했는지 나와 있지 않아 판단이 불분명하고, 사투리는 살린 곳도 있고 살리지 못한 곳도 있어(예를 들어, <비>라는 시의 '물쿤'을 '물큰'으로 현대어로 실었다.) 신뢰감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기존에 백석 시집으로 인정받은 문학동네판에 실리지 않았던 해방이후의 시들과 번역시 그리고 수필과 서간까지 실린 것은 아주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백석의 시집은 기존의 문학동네 백석시집 뿐이었는데 새움출판사의 이번 시집에는 해방 이전의 작품만 보자면 그 시집에서 몇몇 시들이 빠진 대신 해방 이후와 그 외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고 비교할 수 있다.  판형이 일반적이라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도 좋았고 종이가 얇아 개인적으로는 촉감도 좋았다. 수록작마다 실린 출처를 싣고 있는 점도 꽤나 신경을 쓴 것 같아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라는 시를 빼놓은 것은 무척 아쉽다. 왜 뺐을까? 그 시가 있었다면 그 시도 옮겨적었을텐데 이번엔 옮겨적지 않고 두 편의 시만 옮겨적었다. 사실 더 많이 옮겨적으려고 했다. 예전에 백석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을 기억하기에 더 많이 옮겨적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요즘 시가 더 좋은 것 같다.  요즘 시인들의 요즘 시가 더 맘에 와 닿는다. 이제서야 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가 시대를 반영하는 가장 예민한 문학이라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그래도 백석, 윤동주, 기형도의 시집은 그냥 갖고 있다 한 번씩 펼쳐보고 읽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고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몽실북스 #몽실서평단 #흰바람벽이있어 #백석선집 #백석 #새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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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저릿한 고통의 기억 | 문학 2018-10-0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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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저
다산책방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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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줄리언 반스의 소설이다. 게다가 유일한 연애소설이라고 한다. 기존의 소설들 중엔 사랑이야기일 것이라 추측된 제목들이 있었는데 그 책들은 무슨 내용인걸까? 새삼 궁금해진다.

19살의 청년과 48살의 유부녀의 사랑이야기는 자칫 막장 드라마의 이야기가 될 소지가 있으나 왠지 처음부터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합리적인 의심이 들만한 도입부부터 시간 순서를 섞은 문학적 장치들에 그야말로 주옥같은 문장들 덕분에 그런 위험을 벗어났다. 개인적으론 줄리언 반스의 문체가 무척 맘에 든다. 정영목 번역가의 번역이 그 문체를 잘 살렸으리라 믿는다.

사랑은 단 하나의 이야기
사랑에 대한 저마다의 기억
사랑에 있어 모든 것은 진실인 동시에 거짓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기억을 위한 노력

이 모든 것들을 소설을 읽는 내내 염두에 두게 된다 .
내 사랑은 어땠을까? 이런 비교와 함께.

줄리언 반스를 '반전에 놀라는 소설'을 쓰는 소설가라고 주변에서 추천했기에 이 소설 역시 어떤 반전을 기대했지만 소설 초반에 수전이 손목의 멍을 통해 추측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아쉬웠고 폴과 수전의 사랑 역시 파국으로 치닫는 것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전개이기에 이 역시 반전으로 보기 어렵다. 내가 보기엔 오히려 수전과 폴이 십여 년간 관계가 지속된 것이 더 놀라울 뿐이다.

사랑, 그 저릿한 고통에 아파했으면서도 우리는 왜 또 다시 사랑을 갈구할까? 참 고된 일이다.

#몽실서평단 #줄리언반스 #연애의기억 #다산책방 #정영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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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든 소명 의식이 필요하다. | 교양 2018-09-2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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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뉴스로 세상을 움직이다

김현정 저
창비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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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꾸준히 시청하는 편이 아니다. 우리 집 리모컨 주도권이 내게 없는 탓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만 따지기에는 혼자 살 적에도 뉴스를 잘 보지 않았다는 데에 양심이 찔린다. 굳이 변명을 해 보자면 매일 보는 뉴스가 사건 사고의 전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그 내용이라야 또 매일 매일이 비슷비슷한 내용이라 그렇지 않았을까? 또한 어떤 드라마보다 자극적이기도 하고, 보고 있으면 우울하기만 할 뿐 뭔가를 알게 되었다거나 깊이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손석희라는 이름 역시 내게는 허영일지도 모른다. 그의 뉴스가 좋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그가 다른 뉴스와 차별화되고 그의 뉴스를 볼 때 다른 마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뉴스를 즐겨 보게 되었다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창 정치가 어지러웠던 때에, 그러니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과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질 무렵에 시사 프로그램이라고 여러 패널들이 전문가라며 나오는 것을 챙겨 본 적이 있지만 그것을 뉴스라고 보기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니까 내게 뉴스는 오며 가며 보는 간판 정도의 의미 밖에 없다. 너무 냉정한가? 너무 지나친가? 그럼 뉴스는 그동안 뭐한거지?

이 책을 읽으며 뉴스쇼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안다, 한심하다고 보는 눈빛. 그런데 말이다, 그런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뉴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은 뉴스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런 뉴스를 바꾸고자 노력한 흔적이 이 책에 드러나 있다. 그리고 그 노력에 공감하고 고마워하게 되었다. 이 책의 가치는 그것에 있고, 김현정 PD의 뉴스쇼의 가치는 그 소명 의식에 비례한다. 그러니 그 노력을 멈추지 마시길, 이 아둔한 사람도 뉴스쇼의 존재를 알기 시작했으니 부디 오래토록 세상을 움직이는 뉴스를 만들어주시길 바랄 뿐이다

 


* 본 서평은 가제본 서평단으로 읽고 쓴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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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종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소통과 교감을. | 문학 2018-06-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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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열린책들 | 201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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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으론 두번째로 완독했다. 그 전에도 아마 시도는 있었을텐데 그때의 나는 이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왜 그랬을까 싶게 너무나 명료하고 반복적으로 베르나르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였다. 그 때문에 좋아하는 독자도 있고 역시 그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작가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 때문에는 좋아하지 않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에 공감하는 편이며 그가 펼쳐놓은 상상력들의 탄탄함 때문에 그의 작품에 놀란다. [고양이] 역시 그러한 점이 여전하다.

 

평소에 고양이든 강아지든 별로 동물을 가까이 하는 편이 아닌데, 이는 사실 두려움에 가깝다. 어린 시절 병아리를 손에 쥐던 그 느낌이 너무 무서웠던 그 기억 때문일까 개인적으로는 포유류나 조류 보다는 갑각류나 곤충류가 더 좋다. 뼈를 좀 무서워하나? 이 책은 고양이 집사인 베르나르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과 경외감이 빚어낸 작품이기도 하여 이미 그와 고양이의 관계를 알고 있는 독자는 기다리기도 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론 고양이의 생리를 잘 몰라서 그런지 애정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베르나르가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표현을 해서 그런지 맞장구를 치기 보단 살짝 놀라거나 거북스런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인간과의 소통을 소원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바스테트의 열정과 의지에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늘 그렇듯,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책을 통해서도 누누히 <인간에게 경고>한다. 인간만이 최선이 아니라고, 지구에는 쥐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사자도 있다고 말이다. 서로 다른 종이 서로를 존중하고 가능하다면 소통해야한다고. 소통까지는 자신이 없고 존중은 해야한다는 데 에 공감한다.

 

한니발의 힘, 피타고라스의 지식, 그리고 바스테트의 소통으로 축약할 수 있는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인간은 그 어떤 존재도 소유할 수 없고 다만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야만 인간이라는 종이 안전할 수 있다는 실현 가능한 협박처럼 말이다.

 

 

 

마지막에 책의 가치에 대하여 강조하는 부분이 나올 때는 처음엔  '옳지!'했다가 나중엔 책까지 안고 가는 건 좀 무리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명료함의 완성도에 살짝 금이 갔다고나 할까? 이해를 잘못한 탓일 수도 있다. 난 그의 오랜 독자는 아니니까.

 

베르나르의 책을 읽는 것은 인간의 오만함을 각성하기에 참 좋은 경험이다. 그 효과가 사라질 때쯤 또다시 새 작품을 읽고 그렇게 나 자신을 각성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다. 그나저나 이 책을 고양이 집사들은 어떻게 읽었으려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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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잠의 이야기에 나를 버무리는 시간들. | 교양 2018-06-0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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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잃어버린 잠을 찾아서

마이클 맥거 저/임현경 역
현암사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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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 아이었다. 하루에 꿈을 두세 개는 기본적으로 꾸고 그 꿈들이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스토리가 쫀쫀해서 한때는 내 꿈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어릴 적엔 예지몽도 자주 꿨다. 물론 내 꿈은 올 칼라이다. 그런 내게 잠은 풀리지 않는 숙제이며, 언제나 다다르고 싶은 희망이다. 단순히 불면증이라고 붙이기엔 물리적 시간은 적지 않으니 또한 내게 잠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리 있는 그런 존재이다. 잠에 관한 에피소드로 치자면 이 책의 한 꼭지는 너끈히 채울 수 있다. 

 

이 책의 저자가 다둥이 아빠라는 사실이 가장 먼저 책을 이해하는 길이 되었다. 난 둘을 낳아 기르지만 둘의 터울이 커 세상에 이제 혼자 잘만하니 다시 시작이다. 한 번 잠이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우리 집 두 남자는 절대로 해내지 못할 아기와의 잠전쟁을 지금껏 내가 별 무리없이 치러온 것은 어쩌면 내가 잠을 깊게 자지 못하는 때문이기도 하니 무척 아이러니 하다. 

 

책에는 위인전 전집 만큼이나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별 이상할 것도 없이 그들은 잠에 무척 예민했다. 그 사이 사이 자신의 경험을 버무려넣는 저자의 솜씨는 무척 세련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 사이에 내 경험을 떠올리며 책과 함께 버무려지고. 

 

우리는 잠을 잘 때 얼마나 자느냐를 많이 따지지만 내 경우로 보자면 절대적 시간은 꽤 많다. 하루 7시간 이상은 자고 있다. 책에서 역시 '언제'는 덜 중요하고 '어디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그 말에 공감한다. 나 혼자 편안한 분위기라면 난 훨씬 달콤하게 잘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에 난 늘 왠지 전쟁터나 야간근무에서 간이 침대 위에 놓여 자는 기분이다. 그러니 자연 눈의 피로가 장난 아니다. 게다가 요즘엔 스마트폰을 만지는 시간이 너무 많다. 특히 잠자기 전에. 물론 나도 안좋은 줄은 안다만 아, 버릇이란 참 고약한 놈이다.  빛이 아닌 어둠 속에서 잠들 수 있기를 오늘도 다짐해 본다만 장담은 못하겠다. 최소한 내 아이만이라도 그렇게 하도록 해야겠다.

 

이 책을 읽기 바로 전 즈음에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그림책 [잠자는 아이]를 읽었던 터였는데 운명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을 읽기 위해서였나 싶은 생각이 든다. 책들끼리 연합하고 나를 책과 버무리려고 작정을 한 게 아니라면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이렇게 이 책에서 다 만난단 말인가? 두 책에서 나온 잠자기 전의 사색과 기면증 외에도 다양한 잠의 양상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두 문장은

 

 삶에 상처가 많은 사람들은 잠에도 상처가 많다. (116쪽)

제대로 자지 않는 문화는 어휘를 잃어가는 빈약한 소통만 남기고 기억력도 떨어지게 만든다.(280쪽)

 

잘 먹고 잘 사는 법만 중요한 게 아니다. 어쩌면 잘 자고 잘 사는 법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잘 자려면 또 잘 먹어야 하니까 말이다. 양평에 살 땐 저녁 8시면 동네가 다 어두워지고 인터넷도 안되고 티비도 없어 라디오를 벗삼아 잠이 들고 해뜨면 깨고 그랬는데 젊은 땐 그게 답답해서 24시간 밝은 곳으로 터전을 옮기고 나선 그게 너무 좋았더랬다. 원래도 밝게 자던 나는 그때부턴 대놓고 잠을 제대로 못 즐긴 것 같다. 잘 자는 것의 가치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책이 진지해서는 절대로 아니다. 잠에 관한 에세이라고 보면 너무 가벼운가? 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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