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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김상욱과 물리학 밀당을 | 교양 2019-03-1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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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느 칠레 선생님의 물리학 산책

안드레스 곰베로프 저/김유경 역/이기진 감수
생각의길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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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오랜만에 물리학 책을 두 권 읽은 참이었다. 그것도 아주 집중하며. 두 권의 책은 경희대 교수이자 알쓸신잡3의 뮤즈 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 [김상욱의 과학 공부]였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물리학에 대해 더 알고싶은 마음이 생기던 참이었다. 이 책을 몽실북스에서 서평단으로 신청해 읽은 데에는 그런 욕구가 반영된 것이었고 이 책 역시 과학의 대중화를 모색한 칠레의 한 물리학자의 염원이 담긴 터였으니 안드레스 곰베로프를 '칠레의 김상욱'이라 칭하며 시작부터 즐겁게 펼쳤다.

 

이런 즐거움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가 너무 오만했기 때문이다. 물리학이 아무리 쉽게 쓰여진들 그것은 '쟤물포'를 양산하는 학문이 아니던가! 곰베로프 선생님의 가르침에 모든 것을 수용할 순 없었지만 어려울만 하면 다 알아들을 것 같고, 다 알아들을 만 하면 뭔 소린지 모르겠는 일련의 과정들- 이것을 밀당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을 거치다보니 어느 새 완독을 했다. 물론 완독이 완전이해독은 아니며 다 읽었을 뿐이라는 뜻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무척 흥미롭게 읽은 부분들이 있다. 일단 올리비아 뉴튼존의 외할아버지가 '양자역학'이라는 용어를 만든 막스보르라는 가십적인 내용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백신에 대한 의견, 어릴 때 막연히 존경하는 인물에 써넣던 '퀴리 부인'에 대한 곰베로프 선생님의 애정어린 존경심은 무척이나 쉽고 흥미로웠다. 현재 내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도구인 '호루라기'의 진동 원리도 시원하게 알게 되어 좋았고, 과학인가 싶었지만 이혼부부의 문제를 과학적 문제과 비견하여 설명하는 내용도 왠지(?) 집중하며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시에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읽고 있었는데 두 책에서 동시에 '콩도르세'라는 인물이 언급되었다. 짜릿한 경험이다. 이번에 그 사람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덕분에 오래 기억할 것 같다. 곰베로프 선생님의 말처럼 '가장 강력한 우주선은 바로 인간의 뇌'라는 말에 세상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해 속상한 견문이 좁은 나같은 사람은 앉아서 세상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보았다. 물론 희망의 결과가 모두 발전적인것은 아니지만 너무 속상해하지 않기로 했다. 인간의 뇌는 열일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칠레의 김상욱, 곰베로프 선생님과 물리학 밀당을 하고 나니 역시 좀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뇌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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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 식 인생롤러코스터 | 문학 2019-03-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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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와 당신들

프레드릭 배크만 저/이은선 역
다산책방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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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스 서평단으로 #우리와 당신들 책을 받고 나서야 부랴 부랴 집에 있던 [베어타운]을 꺼내 읽었다. [우리와 당신들]은 [베어타운]의 뒷이야기이므로 시리즈라 반드시랄 것까진 없어도 읽어두는 것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

?

#베어타운 말은은 '하생하사'이다. 하키에 살고 하키에 죽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남자들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과 결이 다른 사람들은 좀 버티기가 버겁다. 그곳을 빛낸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곳과 결이 조금 다른 페테르 안데르손과 그의 가족은 그곳에서 살아날 수 있을까? 그점이 [베어타운]의 읽는 포인트였다면 [우리와 당신들]은 그들이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베어타운]이 케빈 에르달이라는 권력이 있는 이방인과 마야 안데르손이라는 권력이 덜한 이방인의 대립 구도 속에서 베어타운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을 통해 인간의 속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면, [우리와 당신들]은 추락한 베어타운에 남아 그곳을 지키려하지만 여전히 이방인의 자리에 있는 벤이와 새로운 이방인 엘리자베트 사켈, 그리고 언제나 이방인이었던 안데르손 가족과 아나, 베어타운 토박이인 펠센을 근거지로 모이는 '일당들'이 어떻게 서로 섞이며 서로를 존중해가게 되는지를 인물들의 인생을 끝없이 추락시켜가며 보여준다. 그래서인가 중간중간 내가 걱정하는 인물이 행여 잘못될까 두려워 책장을 덮곤 했다. 그것에는 #프레드릭배크만 식 수사법으로 보이는 대구법과 반복법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사람을 자꾸 조이는 거다 심정적으로. 그것에 대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로선 호다. 사냥몰이 당하는 토끼의 간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러한 프레드릭배크만식 표현이 나는 맘에 들었다. 북유럽식 유머 코드도 잘 맞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척 다양했다. 그런 면에서 참 욕심이 많은 작가라는 생각을 한다. 오베 이야기에서 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다뤘다고 하던데 그것에 성이 차지 않은지 베어타운 이야기에서는 참말로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주제를 말하고자 애쓴다. 첫번째는 모성애이다. 능력있는 변호사인 미라 안데르손은 남편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전형적인 슈퍼우먼이다. 그러한 미라를 통해 육아로 인해 죄책감을 느꼈던 이들은 많은 것을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 미라가 아서를 잃고 마야의 사건을 겪으며 보여준 생명력을 보며 과연 나는 저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케빈의 엄마도 마찬가지이다. 케빈의 아빠와 달리 케빈의 잘못을 빨리 알아채고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그녀의 모습은 성숙하다. 케빈이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용서할 수 없다, 다만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답을 한 것도 용감하고 존경스럽다. 그녀가 벤이에게 찾아가 한 말은 아직도 세상의 온 가정에서 남자의 역할보다 여자의 역할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게 한다. 끝이 없는 가족의 문제, 그 문제를 끈질기게 붙들고 해결하는 것은 대체로 여자들이다. 엄마들. 그것에 공감하기도 하지만 이젠 그 짐을 나눴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작가도 그런 생각으로 썼으리라 믿는다.


두번째는 집단주의이다. 어릴 때 사회 시간에 '님비현상'이라는 용어를 배웠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 말의 생소함 때문이었는지 그 현상의 이해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은 여전히 우리의 삶 곳곳에 있다. 내 아이를 뛰어난 하키 선수로 만들기 위해 정의를 외면해야 하는 사람들, 내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사람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모두를 적으로 만드는 사람들은 비단 이 소설 속에만 있지 않다. [우리와 당신들]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그런 집단 간의 다툼을 다룬 이야기이고, [우리 대 당신들]이었던 원제를 [우리와 당신들]이라고 바꾼 것을 통해 이 이야기가 결국은 화합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뭔가 건조한 문장 같지만 적지 않은 분량의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가 무척이나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세번째는 우정이다. 그것도 어릴 때 다져진 우정. 케빈과 벤이의 갈라진 우정. 아나와 마야의 떼어낼 수 없는 우정. 빌리암의 엄마와 보보 엄마의 우정, 보보 엄마와 아맛 엄마의 우정, 미라와 동료 변호사의 우정, 보보와 아맛의 우정, 아맛과 사카리아스, 리파의 우정, 수네와 라모나의 우정 등등 수많은 우정들이 나온다. 그중 일부는 나이 들어 만들어진 관계이지만 대부분은 어린 시절, 그러니까 대체로 열다섯살 즈음에 만들어진 우정이다. 나 역시 그때의 우정을 지금도 여실히 느끼며 산다. 그건 너무 행복한 일이다.

?

더 많은 이야기를 찾아내라고 해도 찾아낼 수 있을 소설이다. 나처럼 베어타운 이야기로 작가를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작가의 소설을 더 찾아 읽고 싶어질 것이다. 두 권의 소설을 읽는 동안 다른 책은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몰입하며 읽었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을 잘 이야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는 분명 사람을, 특히 자기 주변의 사람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다. 롤러코스터는 아래로 가든 위로 가든 언젠간 제자리로 돌아온다. 프레드릭 배크만이 말하는 인생은 그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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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우산을 펼쳐주는 사람이고 싶다. | 문학 2019-02-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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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디디의 우산

황정은 저
창비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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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연작소설이라는 용어가 내겐 낯설다. 그간 연작소설은 읽어본 적이 전혀 없었던가, 그렇다면 연작소설이란 무엇인가, 황정은 작가의 경우 사랑스럽다말한 디디가 나오는 소설이 이전이 세번째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시리즈 비슷한 건가, 가령 '셜록 시즌2'처럼 이 책은 '디디 시즌3'이 된다는 말인가? 이렇게 궁금했으면서도 일단은 그냥 읽었다. 다 읽고서야 네이버지식백과를 검색하니 대충은 맞은 거 같다. 

그러고보니 황정은 작가의 목소리는 알아도 소설은 처음이다. 집에 사둔 책은 있을 것이다. 그러니 디디를 몰랐던게 당연하다. 알고 있었다면 더 풍성하게 있었을텐데 무척 아쉽다. 그래서 사실 좀 어안이 벙벙하다고 할까하는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냥 나도 디디를 알고 있는 양 읽었지만 그런 느낌,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d가 느끼는 dd를 느끼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요즘 내가 양자역학을 공부(?)해서 그런가 dd의 부재를 표현하는 부분이 양자역학적으로 무척 잘 이해가 되더란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d>는 앞선 연작을 읽고 읽는 것이 좋았겠다는 데에선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사랑은 그리고 삶은 아름다움관 거리가가 있는 적나라함이라는 생각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오늘도 나는 안간힘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니.

연작소설이 아니라서였을까? 아니 이 소설도 연작이었는데 여적 나만 몰랐던 건가??? <아무 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가 더 이해하기 편했다. 디가 디디의 우산을 펼쳐주어 그 안에서 읽어서 그런가는 혼자만의 상상이다만 회고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 소설은 황정은 작가가 펼친 우산 그 안에서 함께 어떤 사건, 현상을 보고 겪는 느낌이 들어 더 편했다. 몇 년 전 읽은 강병융 작가의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에서 복붙기법을 원없이 봐서 그런가 소설 속에 등장하는 기사들에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관습을 벗어나기 위해 저항하는 황정은 작가의 삶의 태도가 직접적으로 느껴진달까? 나는 아직 김소리에 더 가깝지만 말도 안되는 상식이 통하는 이 사회에 불만을 넘어 저항이 필요하단 걸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그런 예는 너무 많아서 말할 수 없을 정도(오늘 아침에  3~40대 독거남자 지원 어쩌구저쩌구를 보곤 어처구니거 없었는데 그 기획의 기저에 있을 우리 사회의 상식이 뭘지 알아 더 어처구니 없었다)라는 걸 아니까 이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된다.



작가가 펼친 우산을 받아 나도 누군가에게 펼쳐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이번 소설은 조금은 어색한 만남이었지만 뜻은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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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 없는 자들도 즐길 수 있는 명화의 세계! | 재미 2019-01-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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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폴리곤 스티커 아트북

스키아 그림
보랏빛소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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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있다는 그곳에 갔을 때마다 눈여겨 보던 물건이 있다.  컬러링이 유행하면 곧장 착한 가격으로 그곳엔 다양한 컬러링북이 있었고, 캘리그라피가 유행할 때도 그랬으니 그곳에서 본 폴리곤 스티커북은 지금 그것이 유행한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나이에 스티커북이라니?하며 지나치곤 했다.

 

이번에 몽실북스 카페에서 이 책으로 서평단을 모집한다기에 '그럼 해볼까?'하는 마음이 들어 신청하여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받고 나서 내가 다있다는 그곳에서 본 것보다 큰 판형에 좀 놀랐다. 고급스럽달까? 역시 좀 다르긴 하군! 그런데 정가 16500원이었다. 세상에 스티커북 치곤 좀 비싼거 아닐까?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폴리곤 스티커 아트북! 정해진 번호에 집중력을 가지고 하나씩 붙이다보면 멋들어진 명화 한 작품이 완성되는데 기존에 명화를 색칠하거나, 퍼즐로 만들거나, 스크래치북을 만드는 활동들이 이루어지긴 했는데 그것에 비해 어떤 점이 폴리곤 아트북만의 매력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어떤 사람은 번호에 따라 정해진대로 붙이는 것이 창의적이지 못한 게 아니냐는 반문을 했다. 수긍이 갔다. 그렇다면 200개 가까운 번호를 지운다면? 그건 힐링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기 위한 활동 같은데? 스크래치북도 창의성 없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더하면 더했지! 둘다 집중력의 싸움이다. 그리고 실력차를 따지지 않고 완성되는 기쁨이 있다. 그런 면에서 폴리곤 스티커북의 매력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이 책을 받고 가장 먼저 든 의문이었던 가격 문제는 스티커를 하나씩 붙일 수록 이 작은 조각들을 정확하게 제작하는 원리가 뭘까 궁금해지고 대단해보여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었다. 도리어 어떻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래도 조각 수의 차이가 있지 않을까?추측해 본다.

하다보면 조각이 많은 작품과 적은 작품이 있는데 어차피 하루에 다 할 작정(?)을 할 것이 아니라면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부터 시도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하다보면 조금은 정확하지 않은 조각들이 있는데 그것에 예민해하면 안될 것 같다. 아주 소소하다. 난 평소 좋아하던 [아를의 반 고흐의 방]을 먼저하고 아들은 엄마가 출근한 사이 제가 좋아하던 [별이 빛나는 밤]을 완성했다며 뿌듯해하며 문자로 사진을 찍어 보냈다. 솜씨있는 사람들만이 하는 미술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미술 활동이 될 것 같아 내 생각엔 학교 현장에서 활용되어도 좋을 것 같다. 미술은 즐기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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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 히피 해피! | 문학 2019-01-1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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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히피

파울로 코엘료 저/장소미 역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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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피라는 말이 익숙치 않다. 어릴 때 집시들을 막연히 동경한 적은 있는데 집시 여인이 노랫말로 등장한 가요도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 시대에 나만 그런 건 아니었나보다. 그리스철학을 공부할 때에는 디오게네스를 가장 좋아했고, 중국 철학자 중엔 장자를 가장 좋아한다. 히피, 집시, 디오게네스, 장자의 차이점을 들라면 수도 없이 들 수 있겠지만 공통점을 들라고 해도 적지 않게 들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모두 나의 직접적인 경험이 전혀 없을 뿐이다. 나는 그들의 삶을 따라 실천한 적이 없다. 나는 지극히 규범적인 삶을 살아왔다.

 

   자유를 추구하며, 생각한대로 움직이고, 타인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본질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가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히피의 삶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내가 꿈꾸는 삶이 아닌가? 난 참말로 저렇게 살고 싶다. 결국은 늘 현재를 버리지 못하는 책임감인지 비겁함인지 모를 것이 발목을 붙잡지만 간절함과 두려움이 더 큰 장벽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카를라의 적극적이고 일방향적인 태도는 큰 자극이 되었다. 현재와 거리를 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태도 말이다. 어디 카를라 뿐일까? 낯선 세상에서 온갖 험난한 일을 겪으며 결국 이스탄불에서 수행을 선택한 파올로, 서로의 영혼과 함께 네팔로 떠나는 라이언과 미르트, 현실을 떠남으로서 서로를 공유하게 된 마리와 자크 그리고 그들을 히피의 삶으로 안내하는 운전기사 마이클과 라훌까지 자극이 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나에게 '떠난다'는 것은 이 순간의 모든 문제 상황들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고 내가 읽은 바로는 매직 버스에 탑승할 때 다른 승객들 역시 회피를 위해 히피가 된 것으로 보였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을 벗어나 오롯이 내가 되는 시간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순례의 길에 오르고 그 순례의 길에서 겪는 직접적인 체험들이 그들의 영혼을 충족시켜주거나 어떤 답을 얻게 해 주는 것이 이 책의 인물들이 선택한 매직버스의 목적이기도 하다. 그들은 모두 매직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대한민국의 한 가정을 벗어나 매직 버스를 타야할까? 상상해 본다. 내 삶을 벗어나 순례길에 합류하는 나를. 이스탄불에 머물며 다시 네팔로 떠나기를 기다리는 나를. 카를라처럼 진정한 사랑에 빠지는 나를, 수행을 위해 이스탄불에 남는 나를, 마약보다 굳건한 마음을 발견하는 나를.... 현재를 벗어나기 위해 히피가 된 우리들은 결국 무엇을 얻을까?

 

   지금은 세계적인 작가가 된 파올로에게 그때의 체험은 평생을 살찌운 정신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비롯한 많은 소설이 나올 수 있었으리라. 다른 사람들 역시 히피의 시간은 큰 역할로 남아 있을 것이다. 결국 회피를 위한 히피의 삶이 만족의 시간을 만들 힘을 주었을 것이다. 파올로 코엘료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직접적인 순례의 길이 주는 힘에 대해 깊이 감화하곤 한다. 하지만 여지껏 나는 벗어나지 못했다며 자책하곤 했는데 이번에 [히피]를 읽으며 나를 대신해 떠난 카를라를 통해 히피의 삶을 조금은 누려보았다는 위안을 해 보았다. 카를라가 고독을 원해서 떠난 네팔행처럼 난 늘 고독을 원했다. 진정한 사랑을 통해 고독을 피하고 싶어진 그 변덕스러운 마음에는 아직 공감을 못하겠지만, 그것은 훗날 나의 순례에 미뤄보자. 일단은 내게 사랑이든 감동이든 깨우침이든 뭔가가 있으리라 믿으며 삶을 열어 젖히며 회피가 해피가 될 시간을 적극적으로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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