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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 교양 벗어던지고 좌충우돌! | 기본 카테고리 2012-08-2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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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기로 얻어맞아 이가 부러진 소년 이턴의 부모인 마이클(존 C. 라일리 분)과 페넬로피(조디 포스터 분) 부부는 자신의 집으로 가해자 재커리의 부모 앨런(크리스토프 왈츠 분)와 낸시(케이트 윈슬렛 분) 부부를 초대해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된 네 사람의 언쟁은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야스미나 레자의 희곡을 로만 폴란스키가 영화화한 ‘대학살의 신’은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는 속설처럼 10대 초반의 사내아이들 간의 다툼을 원만히 해결하려던 부모들이 도리어 더 큰 싸움에 휘말리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애당초 희곡이 원작이기에 오프닝 크레딧과 엔딩 크레딧을 겸한 서두와 결말의 장면을 제외하면 네 명의 주연 배우가 등장하는 하나의 시퀀스가 사실상 실시간으로 80여분에 걸쳐 제시되는 매우 연극적인 영화입니다. 잠시 등장하는 옆집 할머니와 개 짖는 소리, 그리고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는 전화 등의 외부적 요인을 제외하면 네 명의 주인공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만 사소한 대사와 헤어드라이어, 양동이 등의 소품은 실내에 국한된 공간적 배경 속에서 중요한 암시를 지니고 있습니다.   


보증수표와 같은 연기력을 갖춘 네 명의 배우가 분한 중년 남녀는 뉴욕에 거주하는 교양을 갖춘 중산층입니다. 앨런은 변호사이며 마이클은 사업가, 그리고 페넬로피는 약자의 편에 서는 작가입니다. 그러나 네 사람은 논쟁을 시작하며 교양을 벗어던지고 가식 뒤에 숨은 더러운 본성을 드러냅니다. 앨런은 강박적으로 집착하던 휴대 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크게 좌절하며 마이클은 마초를 꿈꾸지만 햄스터를 유기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며 세계 평화를 바라는 페넬로피 또한 소위 ‘뒷담화’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전업주부인 낸시는 남편의 휴대 전화에 대한 집착을 비웃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자신의 가방과 화장품을 비롯한 내용물에 집착합니다. 알렌과 낸시 부부의 집착은 자본주의 사회의 물신주의를 풍자합니다.


흥미롭게도 두 부부가 서로를 신뢰하며 상대 부부와 다투는 데만 골몰하기보다 ‘합종연횡’한다는 것이야말로 ‘대학살의 신’의 묘미입니다. 자신의 배우자를 상대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규탄하기도 하며 남편은 남편끼리, 아내는 아내끼리 각각 한 편이 되어 성 대결을 벌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분노하면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변해 앞뒤 가리지 않고 좌충우돌하는지 제시합니다. 앨런이 페넬로피에 묘한 매력을 느끼는 것은 장차 불륜으로 전개될 소지가 있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극중에서 크리스토프 왈츠와 조디 포스터가 다른 두 배우보다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데 크리스토프 왈츠는 코블러를 맛깔스럽게 먹는 장면을 비롯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이미지와 유사하지만 조디 포스터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평소의 이미지를 비튼다는 점에서 많은 웃음을 유발합니다.


네 명의 주인공의 벗겨진 위선을 통해 ‘대학살의 신’은 인간성을 마냥 부정적인 것만으로 치부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네 사람은 격렬한 논쟁을 통해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위스키를 나눠 마시며 동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압도적인 양의 대사에 의존하는 격렬한 논쟁이 폭력이나 유혈과 같이 불미스럽게 번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애당초 코미디를 추구했듯이 인간의 유치한 본성을 노출시켜 혐오감보다는 웃음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이 냉정하기보다 따뜻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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