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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옥, 사운드북 | 詩 읽는 시간 2022-01-2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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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드북 / 안미옥

 

노래는 후렴부터 시작합니다

 

후렴에는 가사가 없어요

사랑 노래입니다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모르겠어요 잘하고 있는 건지

마지막에 했던 말을 자꾸 번복합니다

 

주소도 없이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엽서도 있습니다

 

모든 일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나는 궁금합니다

 

꽃병에 담긴 물은

언제부터 썩을까

 

믿음을 강조하던 사람이

귀퉁이에 써놓은 작은 메모를 볼 때마다 알게 됩니다

그가 무엇을 염려하는지

 

꽃은 식탁 위에 뒀습니다

활짝 핀 꽃은 마르면서 작은 꽃으로 자랍니다

 

말린 꽃의 온도로

깨진 조각을 공들여 붙인 그릇의 모양으로

오늘도 웃게 됩니다

 

어느 날엔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긴 울음은 이해가 되는데 긴 웃음은

무서워서

 

이 꿈이 빨리 깨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왜 슬픔이 아니고 공포일까

 

이해는 젖은 신발을 신고

신발이 다시 마를 때까지 달리는 것이어서

 

웃음은 슬프고 따듯한 물 한 모금을

끝까지 머금고 있는 것이어서

 

깨어난 나는

웃는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페이지를 열고

버튼을 누르면 노래가 나와요

 

사랑 노래입니다

 

그냥 배울 수는 없고요

보고 배워야 가능합니다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 <현대문학> 2021년 1월호 / <시소> 첫번째 9-11p

 

  **

  서평단에 당첨된 책 '<시소> 첫번째'의 맨앞에 나오는 시이다. <시소>는 '시와 소설'의 줄임말이고,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펴냈는데, 이 책이 그 첫번째다. <시소>에는 작년 한해 동안 문학지에 발표된 시와 소설 중,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계절별로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시 1편, 소설 1편을 선정하여 책을 엮었다고 한다. 이 시는 봄의 시로 뽑혀 수록된 것이다.

 

  제목인 '사운드북'은 '누르면 사운드가 나오는 책'이다. 이 시를 쓴 안미옥 시인은 11개월된 첫아이가 있는 육아러라고 한다(이 시 바로 뒤에는 시인과 김나영 문학평론가의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이 시는 육아러인 시인이 아이에게 들려주기 위해 마련한 사운드북을 소재로 해서 쓴 시다. 인터뷰 내용을 더 인용하면, 이 시를 쓰게 된 계기는 음악 하는 (시인의) 친구로부터 가사를 써달라는 의뢰를 받고 고민하다가 쓰게 된 시라고 한다.

 

  시인과의 솔직토크라고 할 수 있는 인터뷰 내용은 시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줬다. 인터뷰에서 김나영 문학평론가가 특별히 주목한 싯구는 "이해는 젖은 신발을 신고 / 신발이 다시 마를 때까지 달리는 것이어서"이다. 이 구절, 나도 좋았다. 사랑의 다른 이름은 이해이고, 이해는 젖은 신발을 신어도 툴툴대는 게 아니라 신발이 마를 때까지 달리는 것, 곧 스스로 말리는 것이라니! 내용도 비유도 신선했다.

 

  개인적으로는 첫 부분도 좋았다. "노래는 후렴부터 시작합니다 // 후렴에는 가사가 없어요 / 사랑 노래입니다" 내가 알기로 '후렴'은 노래의 뒷부분에 나온다. 후렴부터 시작하는 노래도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사운드북에서는 후렴부터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는 사실을 적는 게 아니므로 "노래는 후렴부터 시작합니다"에는 다른 뭔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후렴으로 끝납니다'가 아니라 후렴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건 사랑의 영속성을 말한 게 아닐까? 후렴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작한다고 했으니까, 곧 후렴으로 시작해서 노래는 끝없이 되풀이될 거니까 말이다. 또, 이런 생각도 해봤다. 이 시는 사랑(혹은 삶)의 희망을 노래하려고 한 게 아닐까. 후렴은 사실 끝에 나오는 건데, 끝에 나오는 후렴을 끝으로 보지 않으면서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삶의 태도 말이다. "후렴에는 가사가 없어요 / 사랑 노래입니다"도 좋았다. 여기에서 '가사'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구절은, 사랑(노래)은 굳이 의미를 담지 않아도 좋은 것이라는 뜻을 담지 않았을까?

 

  마지막 부분의 "그냥 배울 수는 없고요 / 보고 배워야 가능합니다 //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도 좋았다.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리라. 그렇다. 저절로 완성되는 사랑은 없다. "많이 보고 있어요"는 사운드북을 많이 본다(듣는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사랑하는 대상을 많이 본다는 뜻이기도 하리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문에서 저자가 인용했던 옛 선인의 싯구가 생각났다. 사랑은 보는 것이다. 보지 않는 사랑은 없다고 시인은 말하는 듯하다.

 

  시는 음악과 가까울까? 그림과 가까울까? 현대시에서는 그림과 가깝다가 대세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시는 음악과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서 그동안 2권의 시집을 펴냈다고 한다. 그동안 발표한 시는 어땠을까, 약간의 궁금증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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