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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인의 '불시착' | 詩 읽는 시간 2022-01-2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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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착 / 신이인

 

운석이 떨어지고

 

거실 바닥이 패였다

원한 적 없는 모양으로

 

별이네

선물이야

집 바깥에 선 외계인들이 웅성거렸다

 

옮길 수 없는 돌이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두려워진다

손바닥을 댔다가도 몇 발짝 떨어져서 의심해보았다.

별이라고

 

소원을 빌었던 적을 셀 수 없었다

누구에게로 어디로 갔는지도 알 수 없는

 

길 잃은 기도들은 별을 희망했는데

이젠 뭐

우주의 미아로

 

잘 살아갈 테지

여기면서 내심 묘지를 만들었다

바라는 것을 묻고 십자가를 세우고 그 위에 밥을 눌러 삼켰다

노력했다

빛이 없더라도 괜찮지

크리스마스가 되면 가짜 별 같은 것을 사서 달 수도 있고

신께서 보시기에 좋을 수도 있지

밥알을 씹고 또 씹었다

 

설거지를 하면 큰 소리가 난다

때로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더 컸다

택배입니다

아무도 안 계세요

무시하고 더 세차게 그릇을 씻었다

 

등기요

방송국에서 왔는데요

물 한잔 마실 수 있을까요

관리실인데요

 

모두 이 집구석을 구경하러 온 게 맞다

 

성탄절이다

가장 낮은 곳에 도착한 선물이 깜짝 놀란다

세상에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내 몸이 부서져 있어요

 

구멍난 지붕으로 보는 야경이 원래 이렇게 예쁜 거였나요

악의라고는 한 톨도 없이

 

나도 멀리서 보면 별 비슷할까요

그럼 뭐해요

평생 난 나를 멀리서 볼 수 없을 거 아닌가요

 

멀리서 온 소원 하나가 초인종을 누르고 눈치를 봤다

너무 춥습니다 배고픕니다 밥을 주세요

 

회색 먼지 뭉치를 굳힌 것 같은 운석이 거실에 드러누었다

울었다

원한 적 없었다고 했다 - <시소> 첫번째 127-129p

 

  **

  이 시는 <시소>의 여름의 시로 뽑힌 작품이다. 신이인 시인은 2021년 1월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는데 <릿터> 4/5월호에 발표한 이 시가 <시소> 편집진에 의해 2021년 여름에 발표한 시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데뷔 첫 해의 신인이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건 굉장히 드문 경우인 것 같다.

 

  이 시의 뒤에도 시인과 조대한 문학평론가와의 인터뷰가 있는데, 거기에 따르면 시인은 시의 제목과 관련하여, 자신은 케이팝을 좋아해서 아이돌 노래를 자주 듣는데 이 시를 쓸 때 아이돌 그룹 AB6IX의 <불시착(STAY YOUNG)> 노래를 굉장히 열심히 들었다고 한다.

 

  시인과의 솔직토크라고 할 수 있는 인터뷰 내용은 역시나 시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줬다. 인터뷰에서 조대한 문학평론가가 이 작품 선정 과정에서 나눴던 이야기라는 다음의 내용들은 이 작품 이해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 같아 옮겨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아무래도 주어진 시적 상황인 것 같아요. 제목처럼 운석이 갑작스레 거실 바닥에 거실 바닥에 불시착해 있고, 나는 이게 무얼까 감정을 더듬고 있는데 밖에서 찾아온 사람들은 자꾸만 벨을 누르고, 이런 상황 자체가 굉장히 흥미롭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이 설정이 너무 재미있으니까 각자 어떤 스토리를 덧붙여서 다채롭게 해석해주시더라고요. 누군가는 꿈에 대한 이야기로, 누군가는 나에 대한 이야기로, 누군가는 소유물이나 타인에 관한 이야기로 읽어주셨어요. 의견이 분분했답니다. (133p) 

  별, 운석과 관련하여 (중략) 어떤 분은 이 세계에 잘못 태어나 불시착한 것만 같은 이질감을 느끼는 '나'의 이야기로 읽어주셨고요. 또 어떤 분께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정작 나는 원한 적 없었던 '소유물'의 일종으로 읽어주셨어요. 인상 깊었던 해석 중 하나는 신연선 작가님께서 언급해주신 '꿈'의 이야기인데요. 꿈이라고 하는 것은 늘 빛나고 환영받는 무언가일 텐데, 그 시기가 조금 어긋나게 찾아오면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는 거예요 (136~7p)

  

  위에 말을 (전해)들은 시인은 다음과 같이 반응을 보인다. "그렇게 다양하게 읽어주셨다는 게 기뻐요. 저는 이렇게 써야지, 라고 의도했던 대로 읽히는 시를 쓰는 것보다, 각자 자신의 관점으로 읽힐 가능성이 많은 시를 더 좋아해요. 제가 그런 시를 쓰려고 더 노력하는 것도 있고요."라고.

 

   이 시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시다. 시인의 의도도 그렇고 실제로 평론가들의 해석도 다양하게 엇갈렸다. "당연히 시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라는 조대한 평론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 시에서 정답(의 해석)을 찾으려고 하는 건 무의미한 것 같다. 시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은, 당연히 이 시에만 해당하는 말도 아니다.

  이 시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리고 '운석', '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등에 대한 답을 어떻게 찾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듯 싶다. 인터뷰에서 선자들의 의견이 일부 언급되었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독자만의 해석을 해보는 것도 의미있지 않을가 싶다.

 

  나는 이 시에서 어떤 어긋남으로 인한 슬픔을 느꼈다. 이 시의 상황은 뭔가 어긋나는 상황이다. 성탄절에 지붕을 뚫고 거실 바닥에 떨어진 운석. '운석'을 집 바깥의 사람들('사람'을 시인은 '외계인'으로 표현했다)은 '선물'로 보지만, 화자는 '옮길 수 없는 돌'로 보고 '두려움'을 느낀다. 그 '운석'을 '별'이라고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운석은 '떨어지고 부서진 존재'로 더이상은 '별'이 아니다. 운석은 원한 적 없는 모양으로 불시착했다. 이런 것은 운석이 원한 바가 아니다. 그러면 화자는 이런 상황을 원했을까?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연의 "원한 적 없었다"는 운석의 말은 화자의 말이기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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