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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추천]제목에 충실하며 겉치레라고는 1g도 없는 책. | 도서리뷰 2020-03-1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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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매일 한끼 비건 집밥

이윤서 저
테이스트북스 | 2020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보여주기식 요리가 아닌 소박하면서도 정갈하고 건강한 매일 한 끼 집밥 요리책. 품격있는 비건 요리가 궁금하다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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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을 지향하게 된 계기는 아마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였는데 그 기간 또한 제법 오래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육식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해서 현재까지도 비건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읽은 비건 관련 도서들에서 비거니즘에 대해 관심을 갖는 자체에 의미를 두며 완벽을 강요하지 않는 저자들의 포용적인 모습에서 예전처럼 '난 비건은 못할 위인이야.'라고 스스로를 단정지어 버리고는 고기로 소비되기 위해 태어나고 도살되는 동물들이 겪는 고통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잘못을  더는 저지르지 말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만나게 된 비건 요리책의 서평단 모집 소식은 반갑기 이를 데 없었다.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두 개나 소유하고 있지만 집에서 요리를 하는 일은 많지 않은데 왜냐하면 네 식구 각자의 식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음식은 물론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즐기는 나와는 반대로 남편과 아이들은 늘 먹던 음식만 고집하는 편인데다 그나마도 서로 교집합이 없다.

공통점이라면 삼겹살을 좋아한다는 것과 채소 반찬을 싫어한다는 것.

맙소사.

써놓고 보니 정말 최악이다.

결혼하기 전까지 할 줄 아는 음식이라곤 계란 후라이와 라면 뿐이었던 나에게 조리기능사 수업은 아주 최적이었다.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그저 강사님이 하라는대로, 무 길이를 5cm로 자르라고 하면 5cm로 자르고 채썰라고 하면 채썰고 고춧가루부터 뿌리라고 하면 그렇게 했지만 요리 고수들은 으레 집에서 많이 해 본 솜씨로 시험 조건을 지키는 일보다 맛을 내는데 열중하기 일쑤였고 그런 습관은 시험장에서도 이어져 결국 불합격의 길로 인도되었다는 슬픈 얘기다.

그렇다고 나역시 쉽게 합격한 건 아니었다.

그 날 배운 과제 요리는 집에 와서 꼭 다시 연습해 보았다.

그리고 주말에는 잘 안됐던 과제 요리를 선정해 다시 연습하는 열의를 보였기에 쟁취할 수 있었던 결과다.

그 시험을 준비하며 배운 것들로 지금껏 겨우 밥을 해먹고 살아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할 줄 아는 메뉴가 너무도 한정적인데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포장음식을 먹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고 외식과 포장음식의 편리함에 의존하다보니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일이  점점 드물게 되어 가족들의 영양 불균형에 대해 내심 고민이 쌓여가던 터였다.

 

 때문에 '비건 집밥'이라는 주제는 새로운 채소요리를 배워서 건강도 챙기고 불필요하게 동물을 소비하는 일도 피할 수 있는 아주 획기적인 묘안이었다.

 

 

 

표지에 나온 나무 식기와 아기자기하게 플레이팅 된 채소요리들이 너무나 정갈하고 예쁘다.

실은 책을 펼쳐보기 전 약간 의심스러운 마음이 있었더랬다.

뭐냐하면 '보여주기'식 요리책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어떤 책들은 가정식이라고 하면서 동네 마트에선 결코 구할 수 없는 재료들을 나열해놓고 전문용어를 써가며 소위 잘난척만 하다 끝나는 것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가격에 비해 실속없는 레시피 몇 개와 그럴싸한 사진 몇 장으로 요리책인지 음식 화보집인지 분간이 안가는 그런 것들 말이다.

책을 받아들자마자 페이지를 휘리릭 넘기며 피쿠알 올리브유라든가 통밀 파스타, 땅콩호박, 퀴노아, 오분도쌀 등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재료들의 이름이 보일 때 마다 의심은 깊어갔지만 우선 서평단 신청을 하며 호기롭게 제안했던 "두 가지 메뉴 이상 실습해 보고 사진 올리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해볼만한 메뉴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황색 점착지로 표시한 페이지 속 음식들이 그 후보군으로 선정되었는데,

 

 

 

 

재료를 이렇게 사고 보니 책에서 소개하는 메뉴 중 겹치는 재료가 많아서 이왕 산 김에 그 메뉴도 해볼까? 하다 보니 두 가지로 끝나지가 않았다.

 

  

 

첫 번 째 재현요리는 "릭 구이"다

서양식 대파인 릭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간단명료하게 쓰여진 레시피와 조리순서를 따라 만들어 보았다. 소금간에 레몬소스를 끼얹으니 그야말로 새콤달콤+단짠단짠의 조화다.

릭은 대파보다 약간 두꺼워서 씹는 맛이 더 있었다.

 

 

두 번째 메뉴는 "그린 올리브 통밀 스파게티" .

파스타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라 평소에도 자주 해먹지만 통밀 파스타는 처음 사보았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노란색 세몰리나 면보다 거친 식감이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고 간도 잘 베고 맛있었다.

알리오 올리오보다는 봉골레를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 이 파스타의 매력을 잘 알게 된 것 같다. 평소에 식사로 스파게티를 내면 마지못해 젓가락으로 몇 가닥 집어 넘기다가 눈치껏 뒤로 빠지던 남편이 이건 입맛에 맞는지 한 접시 더를 외치면서 각자 두 그릇씩 먹었다.

케이퍼는 연어랑만 먹는 건줄 알았는데 소금 외 다른 간을 하지 않는 오일파스타에 케이퍼 한 꼬집은 저자의 말대로 느끼함을 잡아줄 뿐 아니라 끝도 없이 먹을 수 있게 하는 마법 열매였달까.

 

 

세 번 째 메뉴는 샐러리 장아찌다.

샐러리는 특유의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강하지만 마요네즈가 들어간 렌치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나마 먹을만 했던 식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장아찌도 담을 수 있다니 정말 신기했다.

간장을 끓이자마자 바로 붓지 않아서인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샐러리 향이 많이 남아 있었고 간장물이 덜 벤 것 같아 다시 병입해 두었다.

간장이 여유가 되어 콜라비와 오이로도 두 병 더 담고. 

샐러리 장아찌가 신기해서 사람들한테 보여주니 고기랑 먹으면 찰떡궁합이라는 도움안되는 반응들이... (비건 레시피라고 이 사람들아)

 

 

 

네 번 째 메뉴는 송화고버섯탕수.

송화버섯이라고도 부르는데 탕수요리도 처음 해봤지만 송화버섯도 처음 알았다.

쫄깃 쫄깃 맛있는 송화버섯. 몇 개 남겨서 라면에도 넣었는데 정말 너무 좋아하는 버섯이 되었다.

탕수소스 역시 야채는 내 맘대로 넣었지만 책에 나온 레시피대로 소스를 만들어 냈더니 남편이 무척 좋아해서 만족스러운 한 끼가 되었다.

루꼴라 잎은 거들뿐. ㅋㅋㅋ

 

 

다섯 번 째 메뉴는 팽이버섯튀김.

진짜 생각지도 못했던 음식인데 팽이 버섯은 활용도가 다양한 재료인 것 같다.

튀김옷에 소금 후추 간만 했을 뿐인데 오징어 과자 맛이 났다.

큰 아이가 입짧기로 대한민국 2008년생들 중 상위 1%에는 드는 아이인데 맛있다며 두 개나 먹었다.

과자대신, 맥주안주용으로 아주 훌륭한 메뉴라서 친구들에게도 해보라고 마구 권했다

 

이 밖에도 무조림과 연두붓국 등의 요리를 더 했지만 무조림은  권장 채수량을 맞추지 않아 국이 되었고 연두붓국은 애호박이 없어서 배추를 넣었기에 사진을 첨부하지 않았다. 연두붓국은 5살인 둘째 아이가 좋아했는데 단단한 찌개용 두부보다 연두부가 훨씬 부드러워서 좋았나 보다.

 

 

이번 주 내내 퇴근해 오자마자 주방에 들어와 요리를 하며 정말 오랜만에 음식하는 재미를 느꼈다.

이 책이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제목에 매우 충실하다는 점이다.

매일 한 끼를 책임질 수 있는 훌륭한 요리들을 최소한의 레시피로 최소화된 조리과정을 통해 조리하는 이의 편의는 물론 재료 자체가 갖는 영양가를 잃지 않으면서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 팁들을 아낌없이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채수 내기와 비건 버터, 비건 치즈, 비건 케찹, 허브 페스토 등 비건식의 기본이 되는 바탕재료를 만드는 것부터 우아한 브런치 요리와 격식을 갖춘 정식,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매일 먹는' 일상요리까지 모두 섭렵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마지막으로 자연이 주는 선물에 대한 저자의 고운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을 인용하며 리뷰를 마쳐야겠다.

 

"늦가을에서 겨울 사이에만 맛 볼 수 있는 아주 예쁜 무가 있습니다. 겉모습은 그냥 무인데, 단면이 마치 수박 같아서 수박무라고 불립니다. 저는 그 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합니다. '모든 자연의 색이 여기에 다 있구나' 하며 그 순간만큼은 근심 걱정을 잊게 돼요. 채소가 주는 기쁨과 치유의 힘은 생각보다 큽니다. 다채로운 채소를 보고 만지고 요리하면서 자연의 좋은 에너지를 오롯이 흡수할 수 있지요. 그런 교감이 있기에 요리와 식사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이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움이 많은 이들의 일상이 될 수 있도록 <<매일 한 끼 비건 집밥>>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단지 유행을 좇거나 타의에 의한 즐겁지 않은 선택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각자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윤서 저자의 말-

 

 

 

내일은 두유가 없어서 못만든 비건 버터와 허브 페스토 레시피로 깻잎페스토를 만들어 볼까 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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