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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저
자이언트북스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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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목, 피부 여기저기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면, 그걸 본 할머니는 부엌칼을 들고 뒤뜰로 가신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안 먹어하고, 우는 소리를 내며, 집안 숨을 곳을 찾아 이리저리 종종걸음 친다. 그런 나를 아랑곳 않고, 할머니는 한 움큼 베어온 미나리를 물에 씻고 절구에 찧어 즙을 내리면서 “이리와, 어서 마셔” 하신다. 나는 입을 막고 도리질을 치지만, 결국엔 코앞에까지 들이 밀어진 사발을 받아 마신다. 이내 두드러기는 가라앉고 식중독 증상은 사라지곤 했다. 식물의 해독작용을 체험한 유년시절의 기억이다.

 

인류가 멸종위기를 맞았던 더스트 시대가 있었다. 나노 입자 연구실에서 자가 증식하는 먼지들이 유출되고 더스트라 이름이 붙여졌다. 오염된 사람들은 죽었고, 나오미와 같은 내성종은 끌려가서 혹독한 실험을 당했다. 도시들은 돔을 만들고, 그렇지 못한 도시들은 폐허가 되었다. 실험실을 탈출한 나오미와 아마라 자매가 도착한 프림 빌리지’, 해독제를 만들고 식물 연구에 몰두하는 사이보그 레이첼의 온실이 있는 곳이다. 온실에서 개량된 모스바나는 더스트 폭풍으로부터 프림 빌리지 사람들을 지켜주었다. 그러나 강한 번식력은 농작물을 마르게 했다. 침입자들의 공격을 받고, 그들은 씨앗과 해독제 제조법을 지니고 모두 흩어졌다. 문명재건 60, 강원도 숲에서 빠른 속도로 숲을 잠식해나가는 독성을 지닌 덩굴식물의 정체를 쫓던 아영은 더스트 시대가 종식된 것은 지구곳곳에서 자라난 이 모스바나 때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온실이 자신들을 지켜 주리라는 프림 빌리지 사람들의 믿음과는 달리, 레이첼의 연구는 식물을 위한 것이었다. 해독제와 식물들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이들의 의견에 지수는 반대한다. ‘돔 시티안의 사람들은 인류를 위해 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도 과학의 성과는 강자의 것이고, 그 분배에 있어 자본주의 논리가 인도주의를 앞선다. 최근 강대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는 현상을 보아도 그 사실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나는 얽혀있는 화초들을 솎아내고, 가지를 잘라내고, 그것들을 버리면서, 문득 식물을 대해온 인간의 역사를 생각했다. 인간은 정돈된 수형, 크고 맛있는 열매, 다양한 색상의 꽃을 얻기 위해 가지치기, 화학처리, 종자개량 등의 시도를 해왔다.

 

레이첼이 지적했듯이, “피라미드형 생물관에 종속되어 있는”(365p) 우리의 시선은 식물들의 집단적 고유성을 폄하하고, 식물들의 경쟁과 분투를 놓치고있다. 피오나 스태퍼드의 길고 긴 나무의 삶은 인간의 먹을거리가 되고, 약이 되고, 신화와 상징이 되고, 문학과 예술이 되었던 나무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인간의 역사보다 오래된 식물은 피라미드 맨 아래에 위치한 하위생물이 아니라, 없으면 인류가 생존할 수 없는 지구상의 생명체들이다.

 

아영이 다시 찾은 프림 빌리지 터에는 모스바나 덩굴만 남아있다. 이미 천이를 한 숲에 모스바나 군락지를 조성하겠다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계획은 내 머릿속에 경고등을 켰다.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인공 복원 숲, 피톤치드를 생산하는 나무로 조성된 휴양림 등 그들의 제국을 침범하고 있는 우리시대의 그림자를 보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 여러 매체를 통해 전문가들은 팬데믹의 시작을 경고하며 그 원인은 에코데믹에 있다고 진단했다. ()간을 넘어 인간과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온 재앙이라는 것이다. 종식에 대한 기대는 또 다른 변종바이러스라는 악재를 만났다. 바이러스가 변종을 거듭하며 약화될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인류는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오만이었다는 교훈을 받았다. 바이러스 역시 모스바나처럼 번성하다가 소멸한 듯 보이고, 변이를 거듭하다가 일정 환경을 만나면 다시 독성을 띄며 증식하기 때문이다. 이미 생태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는 상황에서, 다른 생물과 공존하는 방법을 질문하게 되는 작품이다.

 

식물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걸 주기도 하고, 우리를 모두 망쳐버릴 무언가를 만들기도”(224p)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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