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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알기 | 기본 카테고리 2021-06-18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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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식물의 책

이소영 저
책읽는수요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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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식물세밀화가인 저자가 세밀화로 그린 식물들 이야기다. 낯설거나 잘 모르는 식물들이 아니라 익히 잘 알고 있는 식물들을 설명해서 오히려 신기하다. 세밀화로 그린 식물은 사진이 아니라서 답답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는데 식물의 특징을 자세히 알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나는 그저 식물 세밀화 그림이구나 했었는데 세밀화가 식물을 기록하는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블루베리가 그렇게 다양한 종이 있는지 몰랐고, 바닐라 꽃도 처음 구경했고, '녹색식물'이란 책에서도 나왔던 스스로 잎에 구멍을 뚫어 햇빛을 받게 하는 '몬스테라'는 반가웠고, '미선나무'를 비롯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토종 식물들 소개, 튜울립의 역사 등 익숙한 식물들의 이야기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저자는 식물을 '학명'으로 부르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왜? 어려운 학명을 뭐하러?
''전 세계에서 통용하는 식물의 이름으로 식물의 분류학적, 역사적, 행태적 특징 등의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에, 학명으로 식물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식물을 공부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고 한다.

학명 중에 '종소명'은 원산지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독도의 식물을 일본이 먼저 발견하면 '다케시마앤시스'라고 명명한단다. 한번 명명되면 다시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 자생 식물의 학명에 일제강점기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한다. '미스김라일락'처럼 우리가 우리 식물의 중요성을 잘 모를 때 미국의 식물학자가 우리의 여러 식물들을 명명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생물 주권'의 중요성과 '자원화'의 가능성도 알게 됐다.

이런 중요한 이야기들도 좋았지만, 식물들을 하나씩 소개하는 글을 읽으면서 식물 자체가 넘 좋았다. 개나리, 미선나무, 산세베리아, 참나무, 제비꽃, 딸기, 라벤더, 비비추, 포도, 다알리아, 알로에, 귤, 포인세티아 등 눈에 선히 그려지는 이쁜 나무들과 꽃과 열매들이 마음을 즐겁고 편하게 해줬다.
고서(古書)의 느낌을 주려한 제본이 조금 과한 것 같기도 했지만 식물을 읽는 즐거움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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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최은영 | 기본 카테고리 2021-06-1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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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최은영 저/손은경 그림
미메시스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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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가 워낙 좋아서 단박에 팬이 되버린 최은영 작가의 이 짧은 소설은 인상적인 일러스트가 함께 있어 읽기에도 보기에도 좋았다.

1990년대 대학교 교지를 만들던 편집부의 세 여자 해진, 희영, 정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문제와 그들이 선택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학생운동이 쇠퇴와 분열을 겪던 90년대에, 여성문제를 개인윤리로만 바라보고, 희생당한 여성들 얘기를 하면 니가 고생을 해봤냐 라는 논리로 무시하고, 잔인하게 훼손된 시체를 반미운동에 다시 이용하는 모습을 통해 당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의 한계를 보여준다.

분량은 짧지만 완성도나 생각할 거리는 만만치 않다. 역시 최은영이다. 회색과 초록의 대비로 그린 매력적인 일러스트도 이야기에 힘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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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신화 | 기본 카테고리 2021-06-1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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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저/박언주 역
열린책들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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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굳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 그것은 철학의 근본적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이 유명한 명제로 시작하는 이 책은 까뮈의 부조리에 대한 에세이다. 소설 '이방인', 희곡 '칼리굴라'와 함께 '부조리 3부작'이라 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에 등장하는 '끼릴로프'의 사상에 대해 이 책에서 자세히 언급한다 하여 봤다. 끼릴로프 뿐아니라 스타브로긴도 다루고, 신화 속 시지프스, 돈 후안, 야스퍼스, 셰스토프, 쇼펜하우어, 니체, 키에르케고르 등 많은 철학자들의 담론들을 이야기한다. 까뮈는 시지프스가 돌을 굴려 올리는 행위보다 굴러 떨어진 돌을 향해 내려가는 짧은 휴식 시간에 주목한다.

부조리에 대해 랩을 써도 될 만큼 많이 언급하는데 자살, 자유, 인간, 예술, 창조를 들어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의 오래된 화두이자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
'내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삶이라는 것에 던져진 나는 죽음을 기다리며 살 것인가'
이 책을 보면서 위의 명제를 생각하기보다는 몹시도 힘들었던 시절 키에르케고르의 절망에 꽂히기도 했고, 사르트르의 본질과 실존에 위로 받기도 했고, 보부와르를 선망하기도 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모르고 세상에 내팽겨져 삶이라는 것에 두드려 맞던 그 시절에 철학이 나를 구원할 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구나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절이 있기 마련이겠지만 나역시 그런 시기를 보내고는 철학을 더이상 보려 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읽어 본 까뮈의 글은 지금의 나에게도 너무도 설득력 있어서 책 전체를 북마크 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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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진 오닐 | 기본 카테고리 2021-06-1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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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얼음 장수의 왕림

유진 오닐 저/손동철 역
맵씨터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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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하탄 웨스트사이드에 위치한 싸구려 술집 겸 호텔 '레인즈 로'엔 삶에 끝자락에 놓인 술꾼들이 저급한 위스키를 마시며 널브러져 있다. 이들은 죽은 듯 잠만 자면서 거친 농담을 주고 받고 현실에선 이룰 수 없는 각자의 백일몽을 얘기한다.

술집 주인 '해리 호퍼'의 생일날이면 언제나 유쾌한 '히키'는 모두에게 술을 사며 농지거리로 마누라가 얼음장수와 바람피우는 얘기를 해주며 사람들을 웃긴다.

올해도 생일파티가 열렸지만 예전과 다른 모습의 히키는 술꾼들을 하나씩 붙잡고 그들의 백일몽을 이루라고 설득한다. 히키는 술도 끊고 꿈꾸던 일을 하라며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데 술꾼들의 투정에 그만 아내인 '이블린'이 죽었다고 말한다. 모두들 술렁이고 얼음장수가 죽인게 아닌가 하지만 히키는 결국 본인이 이블린을 죽였다고 고백한다. 이블린은 바람 피기는커녕 언제나 히키에게 헌신적이며 끊임없이 용서하는 착한 여자였고, 히키는 매일 술을 먹으며 매일 용서를 구하기만 할 뿐이었다.
''아내는 사랑해도 난 그 백일몽은 증오하게 됐어! 난 두려웠어. 정신병원에 갈까봐. 왜냐면 날 용서하는 이블린을 때론 용서 못했어. 내가 깨달은 건, 날 증오하게 만든 이블린을 증오한다는 거였어. 죄의식? 연민? 용서? 다 한계가 있는 법이야. 다른 사람을 탓하게 되는 거지.''
히키는 아내를 죽인 변론을 하고 경찰에 자수한다. 한편 엄마를 밀고해서 감옥에 넣고 엄마의 옛애인 '래리'를 찾아온 '패릿'은 히키가 연설할 때 래리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고 매달리다 그만 포기하고 비상계단에서 떨어져 죽는다.

칙칙한 유진 오닐... 유진 오닐의 희곡은 진지하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 보게 한다. 상업적으로 흘러가던 연극을 진지한 인간 탐구의 장으로 탈바꿈 시킨 기여로 노벨상도 받고 퓰리쳐상은 네 번이나 받은 미국 현대 연극의 아버지 유진 오닐. 본인이 쓴 희곡 못지않게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유진 오닐.

유진 오닐 작품을 더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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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한 도스토예프스키 | 기본 카테고리 2021-06-1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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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지하로부터의 수기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계동준 역
열린책들 | 2014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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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작가들의 책들 중 하나씩 아껴두는 책들이 있다. 대표작 중 하나 정도 남겨 놓는데 이유는 여러 책을 읽다보면 점점 덜 한 느낌이 아쉬워서 후반에 대표작을 읽으면 그 작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해져서 좋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대표작이 워낙 많지만 이 책도 손에 꼽는 책이다. 나름 아껴 두었는데 '악령'을 보고선 이젠 읽어야겠다 싶었다.

책은 놀라웠다. 분류상은 분명 소설이라고 되어 있는데... 아니 이 책을 1864년에 썼다고? 읽으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내가 알던 도스토예프스키가 맞나? 당시의 시대상과 철학적 고민과 인물들의 심도 깊은 묘사의 소설이 아니었다. 너무도 모던한, 요즘에 발표한 것 같은 현대적인 글에 정말 놀라며 읽었다.
소설을 통해 현실을 보여주는 느낌이 아니라 도스토예프스키의 머릿속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지하에 오랫동안 숨어 사는 한 남자의 수기, 즉 고백 같은 이 글은 열등감 가득한 인간 내면의 찌질함을 보여주는데 은근히 공감하게 한다. 길에서 만난 어떤 장교에게 느끼는 열등감과 분노는 이해가 안 가는듯 이해가 간다. 항상 먼저 길을 양보하는 남자가 장교와 어깨를 동등하게 부딪히려는 노력은 눈물나게 가상하면서도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왜 이렇게 공감이 가는지...
창녀를 대할 때의 남자는 이중성의 비열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설교를 늘어 놓으며 그녀를 구원할 것처럼 난리를 치지만 막상 그녀가 그를 찾아오자 못난 두려움으로 그녀를 떠나게 한다.

겉으론 그럴듯하게 뭐 있는 척 굴지만 속은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며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치사한 인간 본성이 들어있음을 이렇게 잘 드러낼 수 없다. 이 책을 쓴 지 10년 후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책이 너무 우울했고, 이젠 이런 견해를 극복했다고 얘기했다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의 이런 내면은 항상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먼저 읽고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책을 읽었다면 느낌이 달랐을 것 같다. 만약 이 책을 안 읽었다면 도스토예프스키를 제대로 읽었다고도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세계에 전환점이 된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인 이 책을 읽어서 기쁘다. 역시 대표작은 아껴둘 필요가 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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