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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 품고 지낸 나름의 책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 기본 카테고리 2022-11-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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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강양구 외 저
바틀비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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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기대 만큼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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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의 일이다. 연말이 다가오니 슬슬 무슨무슨 어워드, 하는 것들이 보였다. 멋들어진 상패와 인증받은 마크를 보고 있자니 쓸쓸함이 밀려왔다. 나도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왔는데 내 손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니,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조금 허황되지만 작은 트로피를 만들기로 했다가 자금 사정으로 인해 중단되었다. 그냥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하나 사고 말지.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다.

 

또 지난 번에는 교보문고를 갔는데, 입구 가까운 매대에 눈에 띄게 진열된 책들은 죄다 유명한 책이었다. 언니와 함께 서점을 돌아다니며 이 책은 어떻고, 저 책은 어떻고 얘기를 나눴다. '요즘 이 책은 다들 엄청 읽더라?', '저 책은 드라마 제작 확정이래.', '이 작가님은 또 책을 냈네.' 신간이었지만 이미 여러번 이야기가 들려오던 책들이었다. 그러나 이미 그런 종류의 베스트셀러에는 여러번 데여봤기 때문에 구매하지 않았다. 대신 내 관심사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구석에 숨어있던 디자인/예술 분야를 찾아가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했다. 분기별로 나오는 신간이 엄청날텐데, 매번 보여지는 책들만 노출되다보면 유명하지 않은 작가는, 수상하지 못한 작품은 영원히 빛 보지 못하는 걸까.

 

11월 북클러버 도서로 해당 책을 고른 이유는 위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 우연히 SNS에서 관련 글을 보았고, 책 내용의 일부를 인용한 글귀가 마음에 들었을 테다. 관성적으로 책 이름을 확인한 뒤 별 생각없이 북카트에 담아두었다가, 내 분야 말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눈에 띄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내용 한 줄 모른 채 고른 책이다.

 

'각자의 넘버 원'이라는 말로 시작을 열어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넘버 원'이라는 표현은 잘못 되었다. 내 인생에서 한 권을 고르는 게 아니라 올해의 책을 고르는 것이니까. 게다가 한 권만 고르는 것도 아니다. 과학 분야에서 한 권, 비과학 분야에서 한 권, 그러니까 총 두 권을 고른다. 아는 책도 있고, 모르는 책도 있다.

 

소개되는 책들은 매력적이다. 주목을 크게 받았-다-던 책이 소개되면 그럼 그렇지, 싶다가도 전혀 모르는 책의 소개글을 읽으며 흥미를 느끼고 있자니 내가 모르는, 내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 있을 모르는 책들이 그리워진다. 읽었다면- 내가 좋아-했을 책들. 나는 종종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마주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나를 상상하곤 하는데, 어쩌면 그렇게 상상하는 내 모습 중 하나가 이 자리에 있는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세계선의 나는 이곳의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사랑하며, 그것이 없는 삶을 살아갈 나를 상상하고 있겠지.

 

그리고 정말로 어쩌면, 그렇게 살아가는 나는 우연으로, 또는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추천으로 또 어딘가의 내가 사랑하고 있을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으로 생각을 마친다.

 

당연하지만 소개되는 모든 책이 그렇게까지 매력적인건 아니다. 아무래도 취향... 이 있다보니까 그리고 과학과 디자인은 어쨌든 별개의 분야이기도 하고(이런 말을 하면 꼭 그렇게까지 별개는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나던데 나는 모든 것은 이어져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게 아니다) 나의 경우는 읽는 책의 장르가 무척 한정적이기 때문에, 설명을 들어도 눈길이 가는 책은 따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 그 사람이 왜 그 책을 골랐는지 그 선택의 기준을 알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묘미가 아닐까. 특히나 '과학자'라는 직업에 한정된 사람들이라는 것도 상당한 흥미 포인트이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았던 타인의 선택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데, 여기에 설명까지 곁들여진다면 두 배로 흥미로워진다. 우리는 전부 각자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왔고, 다른 프로세스로 사고하며 살아간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단순히 배움의 깊이 뿐만 아니라 머릿속에 어떤 지식이 담겨있느냐에 따라서도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것을 보면서도 다른 정보를 캐치해내고, 다른 부분에서 감동한다. 각자가 꼽는 올해의 책, 이라는 주제는 단순한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그들이 책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시선, 이 시대에 어떠한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와 같은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사진을 찍을 때 어느 부분을 클로즈업 하는지, 그림을 그릴 때 어떻게 묘사하는지, 글을 쓸 때는, 묘사를 할 때는, 그리고 아이디어를 전개하는 것에서도. 한 분야의 숙련자는 아마추어의 작업물을 보고 그들이 어떤 콘텐츠에 익숙한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확실히 SNS에서 유행하는 분위기의 작업물에 익숙한 사람들이 디자인한 결과물에는 그 느낌이 보인다. 이것을 일종의 나이테 같은 거라고 봐도 좋을까.

 

다시 책 얘기로 돌아오면,

이 리뷰를 쓰면서 확인해 보았는데, 18년 4월 출간작이라고 한다. 올해의 책이라고 말했으니 집계는 그 전년도에 진행됐을 것이다. 그러면 17년도 한 해동안 읽은 책이라는 것인데, 5년 전에나 유효했던 내용이라는 점은 유의하고 보아야 할 것 같다.

 

5년전이면, 내가 막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로, 일년에 한 권의 책은 커녕 웹소설만 주구장창 읽고 있었을 때다. 그것을 감안하더래도 20개의 소개된 책 중에서 이름을 들어본 것이라고는 드라마로 제작되었던 단 하나뿐이다. 이렇게까지 내가 책에 관심이 없었나. 소개된 내용을 들어보면 제법 이름있는 책들 같은데, 겨우 한 권, 그마저도 책이 아니라 드라마 이름으로 기억하는 그 한 권 뿐이라는게 적잖게 충격이었다. 이것이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의 차이란 말인가.

 

한 편으로, YES24에서 투표했던 올해의 책 목록이 생각났다. 그래도 하반기에 뺀질나게 온라인 서점을 들락날락한 덕분일까 제법 익숙한 이름들이 곳곳에 보였다. 그래도, 여전히 모르는 이름들이 한가득이다. 이건 내가 예술 분야 한정으로 책을 골라 담았기 때문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 대충 이번 년도에 90 조금 넘는 돈을 책에 썼는데 이렇게 쓰는 사람도 '올해의 책' 후보조차 모르는 것들이 태반이다. 그렇다면 그 후보에조차 오르지 않은 책들은 누가 알아주는 걸까.

 

책은 실물로 보고 사야한다고, 전에는 도서관에서 책 표지 한 번 보고, 책 소개글을 읽고, 목차를 보고 책을 고르던 나는 커서 편리함을 위해 인터넷 서점을 애용하는 사람이 되었다. 서점이나 도서관이 멀어 시간을 내서 멀리까지 나가야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잘 시간도 없는 사람이 시간을 내긴 무슨.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려면, 원하는 책의 이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 키워드로 검색해서 책을 찾는 사람이 있을까? 웹 소설쪽에서는 종종 보였는데 일반 서적은 잘 모르겠다. 이벤트 페이지에서 책을 만날 수도 있다. 아니면 메인에 뜬 베스트 셀러 책을 구경할 수도 있다. 결국 보여지는 것은 소수의 프로모션 책들 뿐이다.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타인의 추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단순히 누군가의 '추천'으로 이미 검증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은 아니다. 나와는 다른 기준을 가진 사람이 고른 책을 읽으며, 내가 알 길이 없었던 어떤 작품을 만나는 것은 늘 보여지는 것들만 보여지는 세상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추천받은 책을 모두 읽는 것은 아니지만, 이름이라도 들어본 책이 새롭게 늘어나는 것은 확실한 즐거움이다.

 

이 책을 이번 달 초에 읽었다가 서평 쓰는 것을 미루고 미뤄 결국 마감일이 다 되어서 쓰게 되었기 때문에, 솔직히 내용의 대부분은 이미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목차를 보려고 YES24 판매 페이지에 들어갔다가, 평점이 6.6인 것을 보게 되었다. 포인트나 받으려고 대충 매긴 평점들은 대개 5점대를 멤돌기 마련인데, 흥미가 생겨 리뷰란을 들어가 보았다. 예상대로 지적받는 부분이 먼저 보였고(깊이감이 없음),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은 보여지는 평점에 비해 호평이었다는 점인데, 다른 부분 보다 '어쨌든 호기심을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책' 이라는 말이 인상깊다. 별점은 3점인데, 리뷰어는 성공적인 책이었다고 한다. 17권의 모르는 책 중에 12권을 장바구니에 담게 되었다고. 별점의 근거는 개인적인 성공의 여부와 별개로 한계가 있는 책이라는 점에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 나는 이미 마음속에 5점을 줄 생각이었는데, 이것 또한 개인적인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그냥 무난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위의 평점을 보고 나니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평점을 매기는 것 같다는 기분도 드는데, 어쨌든 각자의 평점 기준이 있을테니까(나의 경우는 기본 평점을 5점으로 시작해서 거슬리는 게 있을 때마다 0.5씩 깎는다). 추가로 말하자면 나는 19권의 모르는 책 중에 5권 정도 흥미를 느꼈고 0권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런 나는 5점이란 말이지... 이 또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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