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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정페이, 경쟁의 지혜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8-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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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런정페이, 경쟁의 지혜

장위 저/이호철 역
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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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자본주의 경제 원리의 핵심 중 하나가 "경쟁"이라고 지적합니다. 물건을 파는 측이건, 사려 드는 측이건 간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낮은(높은) 가격을 부르기 때문에, 어느새 가격은 모두의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점에서 형성이 되고 자원 배분도 최대 효율을 달성한다는 뜻에서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들어 보면, 힘은 힘대로 들고 성과는 나지 않고, 그저 죽을 맛일 뿐입니다. 이런 걸 두고 "레드 오션"이라고 이미 많은 경영학자들이 개념 규정도 해 두었습니다. 경쟁이 있어야 자본주의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운용되는데, 막상 경쟁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다 죽을 판이라는 건 지독한 역설입니다.

저자는 "한 번의 경쟁으로 일정한 성과를 차지할 수 있다면 경쟁은 최상의 결과를 낳으나, 과정이 끝도 없는 경쟁 자체로만 이어진다면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으니 누가 노력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피터의 법칙도 소개되는데, "유능하다고 계속 승진시키면 결국 감당 못할 자리에까지 올라가게 되니 최상위 직급은 무능한 자들로만 채워진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 말은 논리 구조에 모순도 있고 농담에 가까운 뉘앙스입니다만, 조직의 최상위 관리직에 오른 이들 중 상당수가 생각 밖으로 무능한 위인됨이라거나, 지식도 없고 그저 눈치만 살피는 졸렬한 스타일이란 사실은, 우리가 그리 드물지 않게 접하기도 합니다. 

요즘 나오는 경영서들은 상당수가 "당신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최대한 존중해 주라"는 주문을 합니다. 조직 내 언어폭력, 성차별을 엄금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다 이런 트렌드의 반영인데, 경쟁을 통해 성과를 조장하는 것보다, 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짜 동기가 발휘되어 양질의 제품, 서비스가 생산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공감대가 이미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일할 맛을 느껴 가며 일하는 직원"들로 회사가 채워져야 그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역설이라면 역설입니다. 저자는 "적절한 경쟁(과당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은 내적 동기보다 못하다"는 말로 이 이치를 요약합니다.

경쟁에서의 승리를 꼭 외적인 보상과 연결시킬 필요가 없고, 플레이어의 내적인 자긍심 충족으로 남는다면 이 역시 내적인 동기 강화 아닐까 하는 반론(p83)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일반적으로는 내적 동기로 연결되지 않고 스트레스로 남을 뿐"이란 결론을 내립니다. 물론 이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도 있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특히 저자는 올림픽 대회 등에서, "은메달"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푹 떨구는 선수들을 지적하며 "이건 아니지 않냐?"고 일침을 놓습니다. 1등 아니면 다 무의미하다는 성적 지상주의의 풍조가 이런 안타까운 모습을 낳았다면서 말입니다. 요즘 아시안게임도 진행되는 시즌인데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무모한 경쟁은 비정상적인 투기 열풍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경쟁이 다른 외적인 목표를 위해 열심히 벌어지는 게 아니라 오로지 경쟁 자체를 위한 경쟁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런 사회에서는 투기 역시 수익을 얻기 위한 투기, 투자가 아니라 그저 남이 하니 나도 한다는 식의 부화뇌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자는 특히 최근의 비트코인 과열양상을 두고, "... 물론 블록체인 기술의 장래성을 무시하는 건 아니나, 5년 동안에 2만 배가 상승하는 움직임이 어디 정상이겠는가?"라고 반문합니다. 냉정하게 봐도 외국 시장에 비해 한국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건 팩트에 가깝습니다. 

유명한 하버드 대 맥스 베이저만 교수의 실험은, 20달러 지폐의 경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여러 번 실행하던 중) 어떤 게임에서는 20달러 지폐(그저 평범한 법정 화폐일 뿐인)가 204달러에 낙찰되었는데, 2등 가격을 부른 입찰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룰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합니다. 사실 이는 게임 참여자들 간의 이성적인 협업(암묵적인 것 포함)을 통해 이론상의 균형(앞을 내다보는 추론)을 도출할 수 있는데, 여튼 결론은 "경쟁하다가 다 죽는다"인 점은 변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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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경영의 디테일 72가지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8-11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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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간 경영의 디테일 72가지

쓰마안 저/김지연 역
일빛 | 200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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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이란 가치지향은 그간 경영일선에서 실천하기에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목표로 여겨져 왔습니다. 기업은 수익을 내는 게 존립의 일차 이유이며, 성과를 못 내는 인적 자원은 여느 물적 자원과 마찬가지로 가차없이 리소스 풀에서 제거되는 게 원칙이었습니다. "정리해고의 수월함"은 심지어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글로벌 경영 척도 중 하나로 크게 오해받을 정도였죠. 조직의 내부를 향한 살벌한 시선 못지 않게, 기업의 수익원이 되어 줄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어느 기업주는 자신의 아들이 자기 회사의 공산품을 소비하려 들자 "그건 파는 거야!"라며 손을 못 대게 했다는 일화도 잘 알려져 있죠. 번화가에서 대형 요식업소를 운영하는 부부의 딸이 자기 남친한테는 꼭 집밥을 먹인다는 말도 사람들은 즐겨 퍼뜨리곤 합니다. 시장은 공략 대상이나 화살, 탄환이 가서 꽂혀야 할 목표일 뿐 거기에 "인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러던 비정한 경향이 크게 바뀌어, 멀리는 드러커의 여러 (인본적) 저작에서부터 가깝게는 피터 코틀러의 최신 담론 등의 영향을 받아, 말로만 "고객이 왕"을 떠드는 타산적이고 생태계 파괴적인 기업이 더 이상은 설 땅이 없음에 거의 컨센서스를 이루는 게 작금의 지배적인 추세입니다. 거대 패러다임을 지어 올리는 경영사상가들뿐 아니라, 현장에서 뛴 체험을 바탕으로 소소한 각론(수기 수준)을 펴는 일선의 사장님들도, 그저 진심으로 직원들에게 잘해주는 게 기업을 멀리 보고 운영하는 지름길이라며 잔뜩 심각해진 표정으로 충고를 들려 줍니다. 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졸(卒)"로 사람을 대하다간, 조직 내부도 못 추스르고 시장에서 인심도 얻기 힘들다는 결론입니다. 몇 년 전 제가 읽은 책에도, going concern의 본질은 "슈퍼팬"들이 자발적으로 지불하는 로열티가 수익원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단정적으로 제시한 적 있습니다. 그게 한편으로는 "가치 창출"이란 본원적 목표와 관련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라"는 포괄적 원칙과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죠.

고객의 마음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전략은 첫째 현대사회에서 그 누구도 타인의 동기에 의해 조종되지 않는다는 엄연한 현실, 둘째 정보가 만인에게 오픈되며 불균형 분포가 장기적으로 뚜렷이 소멸해 간다는 환경적 변화, 셋째 타율보다 자율의 성과가 질적 측면에서 월등하다는 생산성의 측면에서 타당합니다. 서정문 선생이 쓴 이 책은, 특히 저자의 경력이 주로 "명령과 통제"를 바탕으로 하는 군대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반성적 고려의 이점을 지닌 책입니다. "명령과 통제" 메커니즘의 한계(장점이 아닌)를 지적하는 입장 역시, 해당 시스템에 몸을 담아 본 경험을 토대로 삼아야 효과적이고 정확한 비판을 행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폭 넓은 정보를 공유하며 보다 냉정하고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 요즘은, 가령 싫어하거나 기피하는 대상, 이슈에 대해서도 그저 감정적으로 폭주하는 경솔한 선동에 결코 쉽사리 휘둘리지 않습니다. 어느 논쟁의 장에서나 "팩트, 팩트"가 운위되는 것도 이 때문이며, 근거 없는 마타도어에 넘어가는 층은 주로 학력이 부족하거나 멘탈의 건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존중과 배려". 특히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는 덕목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 역시 가식과 얕은 계산으로, 남의 환심을 사고 비틀린 자신의 내면을 감추려 드는 표피적 제스처와는 크게 구별되어야 합니다. 아마도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이런 태도로 타인을 대하는 이라야 안정적인 네트워크(비즈니스이든 친목이든)를 유지할 수 있을 테며, 여기에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채 결국 자신의 장점을 봐 달라며 싸구려 맞장구를 쳐 주고 당치도 않은 충성과 칭찬을 끌어내려는 이중 의식의 소유자가 모든 관계망에서 탈락하고 결국 왕따가 되고 마는 것도 흔히 보는 바입니다.

"존중과 배려"는 이처럼 사회 속에 몸을 담은 모든 성원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덕목이, 바로 리더십의 요체라고까지 그 위상을 격상시킵니다. 많은 이들은 책 제목(혹은 강연의 주제)에 "리더십"이 들어가면, 그거 몇몇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걸 갖고 왜 난리냐며, 리더가 될 사람이나 리더십을 고민해야 하지 않냐며 반문합니다. 사실 이는 세대 차이도 어느 정도 작용해서인데, 당장 대학에서 팀플 과제가 성적 평정 방식의 주류를 이루는 요즘 세대만 해도 "리더십의 문제가 일상의 영역임"에 대부분 동의합니다. 졸업반만 되어도 해당 팀을 이끌며 소집단의 목표를 주체적으로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리더가 될 사람은 소수"라는 선입견 속에 벌써,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잘못된 "리더관"이 들어 있는 겁니다. "리더"란 운명적으로, 신분상으로 정해진 자리가 아니며, 민주사회에서 누구나 한 번 정도는 크고작은 집단, 공동 목표를 위해 맡아 볼 수 있는 "상황"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올바른 리더관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야, 비뚤어진 탐욕으로 남부러운 자리에 올라 타인을 깔보고 하는 일 없이 대접만 받으려는 사이비 리더들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누구나 바람직한 리더십을 갖고 책임 있는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는 모습이 모이고 모여 참다운 민주 사회가 형성된다고도 하겠죠.

독재자보다 민주적 사회의 리더가 훨씬 힘든 법입니다. 독재자는 자신만의 편견에 갇혀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면서도, 일단 약자로 떨어져 무시당한다고 여기는 순간 온갖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현실 왜곡을 일삼는, 가장 초라하고 무능한 구성원이기도 합니다. 현대적 리더십에서 요구되는 지도자의 품성이란, 앞서 말한 대로 구성원 하나하나를 존중하고 배려함이 매사에 진심으로 우러나는 경지라야 합니다. 이 이슈 관련, 복잡다기한 조직 중에서도 가장 단선적인 규율에 의존하는 군대에서 주요 경력을 쌓으신 저자의 실천적 고민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우리 선입견과는 달리 오히려 공무원, 경찰, 군인 등 특수조직에 속한 분들이, 남들이 다른 눈으로 볼까봐 더 눈치를 보고 처세에 신경쓰곤 합니다. 다른 나라보다도 한국은 특히 그렇더군요.

현대 사회는 구조적으로 권력이 분산되어 가는 추세 속에 있습니다. 권력을 지닌 주체들이 보다 큰 표준편차로 롱테일 분포를 이루는 요즘, 이 다양한 섹터로부터 발원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하여 결과를 예상한다는 게 처음부터 불가능해졌고, 이 때문에 간교한 계산으로 왜곡, 조작을 이루기보다 아예 합법, 모럴의 원칙으로 일과 관계에 임하는 게 차라리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배려와 존중은 그래서 1차집단뿐 아니라, 개인이 참여하는 모든 조직과 과업에서 첫째로 꼽힐 태도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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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8-1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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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이종호 저
북카라반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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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지식기반 산업이다, 나아가 4차산업혁명이다를 운위해도, 아직 인류가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롭게 이상과 꿈을 일일이 물리계에 실현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너무 멉니다. 당장 1980년대에만 해도, 21세기가 되면 당연히 "달나라 여행"이 가능들 할 줄 알았죠. 

과학 기술이 한계를 모르고 발전하던 시절에, 대중들은 터무니없는 기대와 공상으로 스스로의 입맛을 너무 나쁘게 버릇들였는지도 모릅니다. 레이 커즈와일을 비롯해서 많은 학자, 논객, 전문가들이 점친 바는, 먼 미래에는 기어코 실현되고 말 것들입니다. 씨쓰리피오, 알투디투 등도 언젠가는 곁에 두고 말벗처럼 청소부처럼 비서처럼 부리고 소통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거기까지 가야 할 길은 아직 너무도 멀고, 우리 인류는 당연하다는 듯 거창한 근미래상을 마케팅 구호로 마구 지어내도 될 만큼 충분한 인식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야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겁니다. 숙제를 덜 했으면, 딱 그만큼 대접받을 각오를 해야 하죠. 눈높이만 터무니없이 높은 사람은 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 반대로 참 초라합니다. 

인간이 물리계의 한계를 아직 못 벗어났기에, 소재가 중요하고 소재의 가공과 개량이 중요하며, 그 소재의 바탕이 되는 자원과 원자재가 더욱 소중해지는 겁니다. 소재 공학이 발달하니, 리튬 같은, 전에는 이용할 생각도 못했던 저(低) 원자량(原子量) 물질에도 눈을 돌리게 되었죠. 이게 예전이나 지금이나 토양 속에 그리 풍성하지 않게 분포되었던 건 다를 바 없지만, 거의 없던 쓸모가 갑자기 늘어난 나머지 근래에 들어 값이 폭등하고 보유국들이 큰소리를 치게 된 것입니다.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다는 중국의 압력 앞에 당시 일본 총리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책은 먼저 첫 장에서 원유에 대해 다룹니다. 예전 어르신들이 배우던 교과서에는 앞으로 매장량이 몇십 년치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이 자원이 다 고갈되는 날이 곧 다가오면 세계가 큰 혼란에 빠질 것처럼 설명하곤 했습니다. 환경 보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문제는 학생들에게 정확한 진실을 전달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거죠. 현재 원유 채굴 기술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여, 전에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포기했던 유정까지도 일일이 주목하여 개발하는 게 현실입니다. 예전 교과서대로라면 지금쯤 석유가 바닥 나, 세계는 무장 투쟁과 약육강식의 아비규환 디스토피아가 벌써 펼쳐졌어야 했죠. 뭐 방심하고 무작정 탄소 원료에만 의존하다간 환경이 다 파괴되고 악몽이 현실로 더 빨리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요.

원유는 매장량과 보유량, 산출량 같은 물적 지표로만 세계 경제, 나아가 정치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닙니다. 이미 대세는 금융 섹터가 깊숙이 개입하여, 미래 수요와 가격 동향을 예측, 감안한 헷징과 스페큘레이팅 전략의 싸움으로 변한 지 오래입니다. 산유국들도 무식하게 그저 기름통을 감싸 안고 파니 안 파니로만 신경전을 벌이는 게 아니라, 세계의 플레이어들이 지금 원유에 대한 전망을 긍정/부정 어느 편에 놓고 의사결정을 하는지 꼼꼼히 주시한 후,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습관을 들인 지 오래되었습니다. 

게임이 이처럼 치열하고 두뇌 싸움으로 변했기 때문에, 유가의 중단기 예측은 거의 올림피아드 난제 풀이 수준으로 변했습니다(그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으면 어려워졌을 뿐). 이제 돈 벌려면 정말 수학 공부 열심히 해서 금융 섹터로 빠져야 합니다. 귀하신 몸은 서로 모셔가려 들며, 인공지능이다 뭐다 해도 적실한 예측 프로그램을 짜서 다른 사람 이용 못하게 자기만 알짜 수익을 챙기는 두뇌는 따로 있습니다. 아무나 다 한 대씩 사서 집에서 굴릴 것 같으면 누가 거액을 들여 투자하겠습니까? PC 보급 보편화된지 30년이 지났습니다만, 다들 집에서 코딩하고 부업으로 일러스트 납품하고 CAD건축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돌대가리한테 칩만 심어 주면 다 아인슈타인 되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습니다. 성형 수술 보편화되어도 누구나 다 미인이 되어 거리를 활보하는 게 아니듯 말입니다.

"금은 원자재인가, 아니면 금융상품인가?" 사실 이건 대답할 필요가 없는 우문입니다. 당신이 오늘 지출한 생활비는, 그게 대체소득 증가분을 소비한 건가, 아니면 소득효과 증가분이 그 원천인가를 따지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합니다. 혹은, 오늘 조깅 하면서 흘린 땀방울이, 밥 한 공기 섭취분의 연소인지, 아니면 닭가슴살 스테이크 한 조각이 제공한 건지를 따지는 것만큼이나 실익이 없습니다. 모든 (경제적 가치 있는) 원자재는 (이제) 금융상품이고, 금융상품 중 핵심 종목들이 원자재입니다. 어떤 이는 금 보유 전략을 짜며 과연 어느 편이 유리한지를 놓고 질문도 하는데, 역시 그 사람의 보유 총자산, 재력 규모가 얼마이며, 어느 정도까지나 돈을 묻어 놓고 버틸 수 있는지에 따라 답은 천차만별로 갈립니다. 

비철금속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전보다 기업하기가 훨씬 어려워진 환경이라면, 이처럼 원자재 하나하나가 모두 금융상품화하여, 그 자원에 보다 눈독을 들이고 더 관심을 쏟아 온 투자자(당연하지만, 꼭 기업가일 필요가 없습니다)가 그 가격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기업하는 분들은 일정 기간 안정된 가격에 원자재를 공급받겠거니 기대하는데, 이처럼 뭐가 날이면 날마다 이슈도 없이 가격이 들쑥날쑥(투기꾼들의 장난질에 의해)이니 이전 마인드에 젖은 분들은 죽을 지경이죠. 어쩔 수 없구요, 세상의 룰이 바뀌었으니 기업가들이 적응을 해야 합니다. 참고로, "이슈가 없는 듯 보여도" 배후를 캐고 보면 그렇게 널뛰기가 벌어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걸 안 놓치는 사람이 돈 벌고 미래를 내다 보는 거고요.

"풍요 속의 빈곤"이란 말은 이제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곡물 역시 고도로 종목화된 금융 상품 속에 낱낱이 편입되는 주요 소재이기에, 곡물이 그저 곡물이고 작황의 풍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줄 아는 분들은 이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고 여기면 됩니다. 다음 제5장을 보면, "현재 가격으로 미래에 살 것인가, 반대로 미래 가격으로 현재에 살 것인가?"라는 소절이 나오는데, 이 테마는 원자재 뿐 아니라 모든, 말 그대로 세상에 거래되는 모든 물건에 적용되는 이치입니다. 이건 앞으로 망하겠다 싶은 사람은, 지금은 당장 괜찮으니 갖고 있다가 나중에 비싼 가격에 팔 것을 약정하면 되고(계약이므로,  시세 폭락 여부에 무관하게, 사기로 한 사람은 그 가격에 사야만 합니다), 앞으로 귀해지겠거니 전망이 선 사람은 자신이 적당히 여기게 제시된 품목을 골라 미리 살 것을 약속하면 되죠. 파는 사람은 "이런 걸 놓고 왜 그런 비싼 가격에 살것을 약속하는지" 몰라하는 사람이라야 거래가 성립될 겁니다. 사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 전망이 반대 방향으로 일치하기에 성립하는 거래이므로 누가 억울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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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 My Reviews & etc 2020-08-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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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언더커버 (UNDERCOVER)

아마릴리스 폭스 저/최지원 역
세종서적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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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원이 왠지 내 적성에 딱 맞을 듯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습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 자체가 드물겠으므로, 만약 본인이 그렇다면 용기를 내어 해당 기관에 지원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만약 그런 본인이 여성이라면(그래서 더욱 망설여지겠지만), 한국과 미국의 사정이 물론 크게 다르긴 하겠으나, 이 책을 읽고 첩보원이 과연 무슨 일을 하는지 미리 알아볼 수도 있겠습니다. 첩보원이라 하면 007 제임스 본드(책 p109에 "그런 첩보 영화 같은 건 믿지 않아요"라는 말이 나옵니다)나, 혹은 약간 자영업자 버전(?)으로 인디아나 존스(p151, p157. 또 p243에는 "핵 테러의 성배"라는 표현이 있습니다)가 생각날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책의 진짜 가치는, 저자 겸 주인공이 나중에 어떤 선택을 했느냐 하는 그 과정에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외할머니는 소아마비로 30대 중반에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으나 정신은 누구 못지 않게 영민한 분이었다고 합니다. 비서들이 (그녀가 버젓이 곁에 있는데도) 3인칭으로 가리키는 걸 못 견뎌했다는 기술이 있는데, 노약자 돌볼 때 이런 점 특히 유의해야 할 듯합니다. 정상인(어폐가 있습니다만 일단)들은 보통 이런 분들을 "객체화"하는 게 몸에 배어 있죠. p36에 재미있는 서술이 있는데 "담요라도 덮어 드려야 할까요? - 아니, 진토닉이라면 모를까"가 그것입니다. 저 부인은 진토닉으로 "덮어 드려도 될 만큼"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아직은 좋다는 농담입니다. 


이분은 1980년생입니다. 그러니 1991년 소련이 갑작스럽게 붕괴했을 때 나이가... 그녀는 시사에 매우 관심이 많고 중요한 업무를 수행한 조부, 부친(이분은 아마, 책에서 명시적으로는 얘기하지 않습니다만 HAM을 다루었나 봅니다[좀 뒤에 PC 통신 이야기도 나옵니다만]. 요즘이야 인터넷, 그리고 소셜 미디어의 시대입니다만 당시에는 이런 게 참 신기한 영역이었겠죠)의 영향을 받고 자라났습니다. 아직 어렸던 그녀의 세계에서 "겐나디 야나예프는 악당, 고르바초프는 (그 사건 당시) 집에 갇힌 지도자" 정도로 인식되었나 봅니다. 잠시만 인용해 보면... 


"...고르바초프는 국민들에게 권리를 나눠 줄 생각이었으며 아버지는 그런 그를 돕고 있었고, 야나예프는 그런 권리를 전부 되찾아오려 했다."(p41)


어린이답게 참 단순화한 구도입니다. 아, 뭐, 지금 생각해도, 또 어른의 관점으로 봐도 과히 틀리지 않습니다만. 여튼 어린이였던 아마랄리스는 "모스크바 시민들은 상점의 소유권을 갖고 싶어했고, 고르바초프를 감금했던 이들은 그걸 원치 않았다."라는 한 문장 속에 당시 긴박했던 모스크바의 정세를 요약합니다. 전 참 이해가 안 되는 게, 한때 저렇게 용감했던 시민들이 왜 지금은 비겁하게 독재자의 철권에 눈을 내리까는 건지. 여튼 어렸을 때 받는 교육은 참 중요합니다.  학교(뷰캐넌 선생이라는 분이 책에서 언급되죠)에서건 집에서건 말입니다. p32에 "쿨 큐컴버스"라는 동아리 이름은 영어의 관용어구인 as cool as a cucumber를 생각해 보면 뜻을 알 수 있겠네요. 저자는 그 어린 나이에 아빠를 따라 소련을 방문도 했는데, 아마 방부처리된 레닌의 시신을 보고 "왜소하고 연약해 보였다(p43)"고 느낌을 털어 놓습니다. 물론 뒤에 "아름답다"는 느낌도 적혀 있는데, 아름다운 것까지는 모르겠으나 레닌이 왜소한 편이었던 건 사실입니다.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10일>에도 비슷한 인상 묘사가 있죠. 뭐 사진도 많이 남아 있으니.


"지금의 러시아가 이렇게 변한 걸 보면, 레닌은 많이 놀랄까?"(p43) 근데 독자인 저는 이렇게도 묻고 싶습니다. "지금의 러시아가 (또) 이렇게 변한 걸 보면, 옐친은 많이 놀랄까?" 물론 알코올 중독자(의 혼령)에게 뭔 신통한 반응을 기대하진 않습니다만. 


겐나디 야나예프라는 이름을 정말 오랜만에 들어 보는데, 저는 그동안 "아나예프"로 알고 있었으며 당시 한국 언론이 그렇게 보도를 해서입니다. 지금 찾아 보니 과연 철자가 Янаев이군요. Я에 강세가 안 올 때는 [이]처럼 발음되기도 합니다만 여튼. 


버마(현재는 미얀마라 불리는)는 군부 정권이 오랜 동안 다스려 온 폐쇄 국가였습니다만 이 군부의 성격이 딱히 좌파라 보기 힘들면서도 반서방 노선을 유지했다는 게 독특합니다. 이는 아마 영국의 식민 지배를 오래 받았기에, 해방 후 한참 뒤에 등장한 군부 정권이 (이후 많이 리버럴화한) 영국 정계 주류의 눈에 거슬렸을 수 있습니다(구 남아공 백인 정권도 비슷합니다). 세상은 비록 냉전시기라 해도 이처럼 미-소, 자본주의- 공산주의의 양대진영으로 쉽사리 가를 수 없을 만큼 복잡했던 면이 있습니다.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말이죠.


이분이 아직 여덟 살이었던 1988년 8월 8일에 버마 정권의 시위대 학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녀가 여덟 살일 때는 팬암 기[機]가 로커비에서 리비아의 테러로 폭파되는 사건도 벌어졌는데, 지인이 거기 타고 있었다고 하네요(p33). 그 주범이었던 카다피는 몇 년 전에 심판...을 받았지요. 저 뒤 p130에 이것 관련 언급이 또 나옵니다.


 저자가 11살 때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고등학생 때에도 여전히 연금되어 있던(p58) 다우 수(아웅산 수지)는, 뷰캐넌 선생이 강조했던 "독재자와 싸울 수 있는, 컴퓨터 잘 다루는 여전사(p48)"의 이미지와 일치했습니다. 그녀는 태국으로 날아갔고(왜냐면 당시만 해도 버마행 노선이 없었을 테니), 이후 버마의 민주화 투사이자 작가인 민 진과 알게 됩니다. 민진이 관여한 신문 <이라와디>는 우리가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도 배운, 버마의 큰 강 이름이죠. 


여성 행동가의 로망이라 하면, 현지에서 만나는 뜻있는 (또래) 남성들과의 로맨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에서 자세히는 안 다뤄집니다만... 저자가 아직 어렸을 때 "대여금고를 비우러 미국에 다녀온 아버지" 때문에 집안에 큰 분란이 일어났던 듯 암시하는 대목(p49)이 있는데 명시적인 설명은 없으나 제 짐작으로 아마 그 부친의 불륜사가 있었던 듯합니다. p53에 통역사 언급이 있습니다. 또, p353 이하에 "우리와 엄마에게 상처를 주고 떠난 아빠를 다시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언급 있습니다. 


p57 역주에 보면 "저자는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뜻에서 랭군, 버마 같은 옛 명칭을 사용함"이란 설명이 있는데, 시사주간 타임을 비롯해서 서구 언론 대부분은 성향에 크게 관계 없이 아직도 구 명칭만을 씁니다. 


p70에 어느 버마 사람, 상반신과 하반신에 각각 다른 동서양의 복식을 걸친 사람더러 "반인반수" 같았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p56에 나오는 "이름이 어렵거나 낯선 옷을 입었다고 해서... 그런 건 사진의 필터 같은 것일 뿐..."이란 말과 정면으로 모순됩니다. 이런 태도는 PC에 정면으로 위배되죠? 아닌가요? ㅎㅎ 물론 뭐 아직은 어린 영혼이 그때그때 느낀 솔직한 느낌을 책에 적은 것이라 봅니다만. p75에 나오는 <컨트리 로드...>는 잔 덴버가 부른 유명한 넘버죠. 가수는 그 가수가 아닙니다만. p52에는 <스테어웨이 투 헤븐>을 연주하는 친구가 나오는데 여기 대해서는 역주가 없습니다. 너무 잘 알려진 곡이라서? 


"만달레이는 러디야드 키플링의 작품에서 금방 튀어나온 곳 같았다.(p81)" pp.90~91에는 네윈 장군의 악정에 대한 서술이 있는데, 이 네 윈을 만나기 위해 전두환도 1983년에 버마를 방문했다가 그 일을 당했죠. p99에 "저들에게 강간당하지 않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란 부분이 있는데 사실 이런 회고록, 혹은 다른 픽션을 읽을 때 항상 조마조마한 게 이런 문제입니다. 저는 예전에 TV에서 라이언 오닐, 앤 아처(아주 멋진 여배우죠) 주연의 <그린 아이스>란 영화를 보고 좀 충격을 받았던 적 있습니다. 저자는 아마 성공회 신자인 것 같으므로 "하느님"이 여기선 맞지 않겠나 싶습니다. 


"알 카에다"나 "빈 라덴"이나 한국에서는 911 이후에 널리 알려졌습니다만 이미 그로부터 3년 전 주(駐) 케냐 미 대사관 테러가 있었기에 세계적으로는 큰 유명세를 탄 바 있습니다. p108에는 다미얀 석불 폭파와 탈레반이 언급되네요. 유난히 자주 테러리즘, 또 유명한 테러 사건에 희생된 지인을 자주 두게 된(책 후반 p263의 서술을 꼭 읽어 보십시오) 저자는, WSJ 카라치(파키스탄) 지국장이었던 대니 펄이란 분이 끔찍한 죽음을 당하게 되는 사건을 또 겪습니다(카라치는 이 책 후반부의 흥미진진한 첩보극 주요 무대이기도 합니다). 이때 그녀는 다시 어떤 근원적 두려움을 느끼고, 어렸을 때 아버지가 보여 준 "박쥐 인형 분해" 체험을 떠올리며 이를 이겨냅니다(p117). 


"조국을 위해 잃을 목숨이 하나밖에 없다는 게 애석할 뿐이다.(네이선 헤일)"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성경)"


이 두 구절을 왜 저자는 특별히 인용했을까요? 물론 신입으로서 조직에 처음 발을 들이는 그 순간의 기억이 각별했겠습니다만, 독자인 저는 왠지 이 두 명언이 서로 충돌하는 것 아닌가, 적어도 저자가 그런 인상을 받았던 것 아닌가, 뭐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전자는 애국주의, 후자는 리버럴리즘. 그렇다면, 애초에 저자는 (특히 자신의 출신 배경 등을 생각해 볼 때) 커리어의 첫걸음을 잘못 디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맨 뒤, p369에 이 의미에 대해 저자가 다시 언급합니다. 


p129의 "랭글리"는 물론 각주에 나온 그대로지만, 영화 많이 본 분들에겐 꽤 익숙한 지명이겠으며, 그런 영화들을 더 세심히 주의 깊게 본 분들은 실제 발음이 "랭리"라는 점도 아마 알 것입니다. 


"'공작팀에서 자넬 데려가겠대. 학교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던 거야. 나쁜 놈들.' 여태까지 받아본 중 가장 무서운, 그러나 가장 기다려 온 초대장이었다." (p135)


저자는 오로지 어려서부터 그녀를 괴롭혀 온 두려움, 즉 왜 이 이 세상에는 테러를 통해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려는 세력이 있으며, 어떻게 해야 그들을 막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이 지점까지 온 것입니다. 아직도 그녀의 나이 이십대 중반 정도(p175, p258:3)밖에 안 되었지만 말입니다. 여튼 그녀는 세계 최고의 첩보 조직에서, 그 하부 섹터 간에 서로 모셔가려는 경쟁이 벌어질 만큼 귀한 자원이 되었습니다. 


"무고한 사람 한 명을 고통받게 하느니 죄인 백 명을 놓아 주는 게 낫다. 벤자민 프렝클린의 말을 인용하신 거잖아요? - 그건 미국 시민에 한해서지.(p148)"


벌써 여기서부터 그녀의 생래적 성향과, 조직의 이념이 갈등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앤서니라는 남자친구와 오래 사귀었으나, 여친이 CIA 소속이라는 걸 알고 그가 얼마나 놀랐을지는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또 이 p156에, 아마 저자 이름 "아마랄리스 폭스"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듯합니다. 둘은 드디어 결혼하고, 이때 즐겨 토론 주제로 삼은 책들 중 하나에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있던데, 우리 나라에서는 청소년 필독서로 꼽히지만 저쪽에서는 그리 잘 알려진 책이 아닌 줄 알기 때문에 저로서는 좀 의외였습니다. 


p167에는 "고르바초프를 똑 닮은, 카자흐스탄의 공무원"이 등장하는데 어떻게 생겼기에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스파이처럼 보이는 스파이보다 이런 내가 더 안전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스파이를 뽑을 때의 첫째 원칙이 이겁니다. 제임스 본드 같은 유형은 그저 영화에서나 나올 뿐이죠. 생긴 건 평범할지 모르지만 훈련생으로 받던 훈련(시뮬레이션)의 강도는 장난 아니어서 p188 에는 "민간인 인형을 혹 맞히기라도 하면 바로 퇴학"이란 말도 나옵니다. 남자들이 여자 앞에서 입을 싹 다물게 되는 순간이, 말하자면 이런, 총 좀 만져 본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부터이죠. 


이것과는 무관하게, 저자는 자신이 여태 익숙하던 현실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앤서니와의 혼인 서류는 무효화되는 등 알게모르게 갈등을 겪는 중입니다. 또 이때부터 딘과의 관계가 점점 깊어집니다(결혼은 잔지바르에서 하고 p264에 좀 자세히 나오죠). 남녀 사이의 애정이란 참 무상할 뿐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이 대목에선 씁쓸해지더군요. CIA 동기생들 가운데 추잡한 관계를 시도하는 익명의 어떤 요원 이야기도 있어서 기분이 더욱 그랬습니다. 한편, "그래, 이게 바로 버마에서 저항운동을 하던 우리 언니지.(p200)" 간만에 여동생이 등장하는데 책 맨앞에서 다소의 지적 장애로 고생하던 오빠 이야기는 독자들도 이미 알고 있죠. 이후 그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오빠 벤에 대한 사연은 p352 이하에 나옵니다. 


"우리는 각자가, 자신을 붙잡고 있는 악령과 싸울 수 있게 서로 방해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p203)"


p210에는 파키스탄 핵의 아버지, 그 유명한 압둘 카디르 칸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사람은 단순한 학자 정도가 아니어서, 책에서는 비밀 핵무기 거래 네트워크를 만천하에 폭로하려는 조직(과 그녀)의 분투가 언급되죠. p234에는 본격적으로 그녀의 활약이 묘사되고, 끔찍한 무기 밀매가 일종의 "틈새 시장"으로 언급되는 등 독자에게 충격을 안깁니다. p237에 1995년 옴진리교 테러 사건이 언급되고, 이 단체의 예금이 10억 달러나 되는 데다, 호주에서 우라늄 밀수까지 시도했다는 사실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한층 부각됩니다. 저 위 헤세의 작품 <싯다르타>에도 사실 "옴"이란 주문이 나오긴 합니다 ㅋ


"게다가, 그들이 보기엔 당신들이 테러범이죠.(p212)" 스웨덴은 본디 중립국 비슷한 위상이긴 합니다만 이 말은 저자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다소 충격으로 다가올 겁니다. 


"네, 어르신. 세상을 구하는 일이 끝나면 바로 그렇게 합죠.(p218)" 이것은 닐의 말입니다. "세상을 구하는 일"! 한편으로 냉소적이고, 참 거창하면서도 아직은 젊은 나이인 그들이 짊어지기엔 무겁기 짝이 없는....


현재 미중간의 갈등이 점점 격화되는 시국이기도 하지만, 책 p283 이하에서부터 중국에서의 첩보 활동이 본격적으로 다뤄집니다. "첩보 작전을 매우 정교히 구사하는" 사실상 적국인 중국의 이미지는 이 책이 쓰일 무렵에는 일반 대중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을 텝니다. 북한도 두어차례 언급되는데 남아시아 핵무기 네트워크를 설명하는 부분, 또 저자가 신입으로서 훈련받는 대목 등에서죠. <프로젝트 런웨이>나 <앙투라지> 같은 프로그램을 본다는 대목(p304)에서 우리는 저자가 우리와 동시대 사람임을 새삼 깨닫게도 됩니다. 


p310에 그녀의 첫 출산 이야기(딸 "조이"), 또 방사능 차로 암살당한 정치인 리트비넨코 이야기가 나옵니다. 딘과는 직업관, 나중에는 (슬프게도) 세계관의 차이까지 분명히 확인되어 이혼하며, 이 무렵 그녀는 애정을 깊이 담아 활약했던 자신의 조직과도 "이혼"하게 됩니다. 아직도 젊은 나이지만, 남들 사는 몇 배의 길이와 밀도로 살아온 어떤 여성의 이야기, 여느 첩보 영화보다도 더 흥미롭고 묵직한 감명을 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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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세계경영이 있습니다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8-0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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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에겐 세계경영이 있습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편
행복에너지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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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서야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무역 대국이며, 코로나 진단키트를 전 지구에 수출하는 나라이지만 30년 전만 해도 존재감이 미미했습니다. 이런 이른 시기부터 그 보는 시야를 세계로 넓힐 것을 강조하며, 대담하고 창의적인 발상과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경영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대우그룹의 창업자 김우중씨입니다(창업 자체는 1960년대로서 훨씬 이른 시기). 1980년대 후반이면 아마 청소년들 사이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읽힐 무렵입니다. 그 즈음 대우그룹은 (이 책에서 보듯이) 세계 곳곳에 지사를 설립하고, 공장을 세워 현지인을 고용하며 "대우"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릴 시절입니다. 

"대우맨"들은 그 당시 특히 소속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다고 합니다. 다른 대기업들도 창업자의 신화적인 행적이 널리 알려졌지만, 제 생각에 대우는 창업자뿐 아니라 그가 거두어 아끼고 키웠던 휘하 사장급 인물들도 그에 준하는 유명세를 탔던 기업인데, 다른 대기업에서는 이런 예가 비교적 드물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삼성에서도 진 모 씨, 현대에서는 이 모 씨(이분이 훨씬 선배지만) 등이 있긴 했지만 말입니다. 제 생각에 그 비결은, 대우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에서 비롯한 것 같습니다. 대담하고 어떤 격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 사고를 회장부터가 독려(p29)한다든가 하는 게, 특히 삼성 같은 곳이라면 좀 찾아보기 힘들겠죠. 현대도 오너의 그 숨막힐 듯한 카리스마 때문에 자유로운 행동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카길이나 더나번트 같은 원면 메이저가 된다는 꿈을 꾸었다..." 이동근 대화아이앤씨 상무의 회고인데, 역시 저는 이 역시 그 당시(저자가 회고하는 1990년대 초중반) 다른 대기업에서는 쉽사리 갖기 힘든 포부나 다짐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필자는 원면 수출입의 경우 더 이상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이는 물론 대우가 갑자기 그룹 해체가 된 까닭도 있겠으나, 그간 산업 구조가 크게 바뀐 까닭도 있겠죠. 또 당시에는 대학생들 사이에 MBA 코스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미시간大에서 수료 중이던 저자를 비롯한 여러 대우맨들에게 김 회장이 끝까지 지원을 약속한 점(p28)도 인상 깊었습니다. 이 역시 다른 회사였다면 좀처럼 지켜지기 어려운 약속이었을 겁니다. 


수단은 현재 남부의 남수단이 독립한 상태지만 한때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자랑하던 나라였죠. 차백성 필자는 이미 2000년에 퇴직한, 앞의 이동근 필자와는 세대가 다른 분입니다. 책의 특징 중 하나는 필자들이, 자신들이 한창 젊은 열정을 불태우던 시절의 사진을 골라 책에 실었다는 건데, 역시 상사맨들이라 스타일이 깔끔하고 댄디하다는 사실입니다(그 당시 기준으로 ㅎ). 현지인과 격의 없이 친하게 지내라는 주문은 대우뿐은 아니고, 당시 중동에 진출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리 방침을 정해 사원들에게 지시했습니다. 현대 같은 경우 어느 책에 "가서, OOO고 OOO라"란 말도 있었는데 표현이 다소 과격해서 전에 읽던 중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아마 1980년대를 산 어른들 같으면 여행가 "김찬삼씨"를 잘 알텐데 이 책에도 그분 이름이 나옵니다. 당시에는 한국인 여행가가 드물었기 때문이죠(헤외 여행 자체가 금지된 시절). 차 필자는 현재 그 김찬삼 씨처럼 여행작가로서의 삶을 사시는 듯합니다. 필자는 또한 "나는 학창 시절 그리 성적이 좋지 못했으나, 호기심은 남들에 결코 못지 않았다"고 하시는데, 이런 분들도 기꺼이 품고 그 장점을 살려 주는 게 바로 대우만의 독특한 문화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대우가 1980년대 말에 동유럽에 진출했던 건 널리 알려졌으나, 프랑스에도 현지 공장을 두었던 건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유재활 필자는 당시 로렌 지방에서 근무했는데, 책에도 나오지만 도데의 <마지막 수업>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죠. 프랑스이다 보니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그곳만의 독특한 노조 문화도 하나의 장벽이었을 텐데, 글에서는 그런 부분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언급이 어렵다는 건 대우가 현지인 노조와 아주 잘 융화했다는 뜻도 됩니다. 몇 년 전에도 미국 월풀이 LG와 삼성에 반덤핑 제소를 했습니다만 결국 이들 기업이 현명하게 위기를 넘겼듯이, 1990년대 초에 대우도 프랑스에서 비슷한 곤경을 겪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2003년에 프랑스 대우 공장이 문을 닫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면 그동안 애써 쌓아온 현장의 암묵지가 묻혀 버리는 게 안타깝죠(p63. 또 저 앞 p29). 


대우하면 또 1980년대에는 VTR이 유명한데, 기기뿐 아니라 컨텐츠를 담은 테이프도 유명했죠. 현재 OCN이란 채널이 있지만, 이게 1990년대 중반에는 DCN이었고 이때 D가 대우의 약자입니다(p77). 그 이야기가 p66 이하에 나오는 우형동 대표의 사연입니다. 재미있는 건  HBO가 이들 대우맨들에게 친절히 사업 분야의 특징이라든가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대목이었습니다. 또 제가 눈여겨 본 건 이 케이블 채널 설립 과정이 민간 주도가 아니라 1990년대 초 정부가 정책 가이드라인을 먼저 내어놓고 우 저자 같은 분이 나중에 그에서 구체적인 착상을 얻어 추진했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그때와는 크게 달라져 민간에서 무엇이든 먼저 시도가 이뤄지죠.


중국은 지금도 우리에게 큰 시장이지만 대우를 비롯하여 한국의 대기업들은 당시 덩샤오핑이 갓 개방을 시작했을 때 이미 중국에 열심히들 진출했습니다. 책에는 이미 1987년에 푸저우에 진출했던 대우 이야기(p96)가 나오네요. "진짜 영업맨은 SKY출신도 아니고 MBA출신도 아니다. 오로지 '들이대' 출신이다.(p99)" 바로 이게 바로 대우 정신입니다. 


대우는 영업이나 무역, 제조 분야만 있는 게 아니라 금융 섹터도 강했습니다. 한국에서 몇 개 안 되는 대형 IB 중에 "미래에셋대우"가 있는데 박현주씨의 미래에셋도 물론 굴지의 업체였지만 그와는 별개로 뒤의 "대우(증권)"을 잊으면 안 되죠. "경제와 산업이 몸이라면 금융은 피가 되는 것이다(p105)." 사실 대우는 차입경영으로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역으로 그만큼 자금 조달 능력이 탁월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증권사관학교"라는 말도 나옵니다(p106).가치투자의 철학으로 지금도 전설로 꼽히는 템플턴 경을 직접 만나기도 하셨는데, 책에도 잘 나오지만 영국은 특히 금융가라는 게 일류 학교를 나와 인맥으로 엮이지 않으면 발도 못 붙이는 풍조로 유명하죠. 이런 곳에서 업적을 이룬 구자삼 필자 같은 분의 역량이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단, 책에도 나오지만 대우증권은 본래 대우 계열사는 아니었고 삼보증권을 대우가 나중에 인수한 거죠. 대우는 본래 이처럼 인수해서 경영하는 계열사가 좀 많았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 현대중공업이 인수한다는 보도가 나와 주식시장이 크게 들썩였다가 진정되었습니다. 두산인프아코어가 (현재 모기업인 두산이 크게 힘듦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알짜기업임이 다시 확인된 해프닝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이 두산인픙라코어, 또 공작기계 등이 원래 대우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이 역시 1970년대에 정부의 권유(p122)로 대우가 인수한 기업이지만 말입니다. 


김우중 창업주가 말년을 베트남에서 보낼 만큼, 베트남과 대우는 매우 밀접한 관계였습니다. p145에 보면 "베트남의 자원, 토지는 결국 베트남인에게 돌려 줘야 한다"는 김 회장의 말이 나오는데, 이런 정직한 철학이 있었기에 베트남에서 대우가 그리 큰 신망을 얻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GYBM은 이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되듯 대우경영 철학의 정수인데(영어학원이 아닙니다) p151에도 다시 이 말이 나오네요. p13 머리말 중에 보면 신장섭 국립싱가포르대학(한국의 서울대를 능가하는 명문대죠) 교수의 이름이 언급되는데, 책좋사 카페에도 이 신 교수와 김 창업자의 대담을 다룬 책이 2014년에 이벤트로 나온 적 있습니다. p400 이후에, 대우의 세계 경영 정신을 현재의 청년들에게도 가르치는 GYBM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다뤄집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책 맨 앞 이동근 필자의 글에서도 주무대였는데 p152 이하의 김상태 필자는 그분보다 몇 년 연상이지만 여기서 다루는 이야기는 몇 년 후의 사연이고, 분야도 1차 산업이 아니라 IT로 매우 다릅니다. 막심, 비올라, 이고르 등 여러 이름이 나오는데 우즈벡은 구 소련의 영향력이 강해서 이름들이 이렇습니다. 며칠 전 부산에서 패싸움으로 뉴스가 난 "고려인"들도 대부분 여기서 온 사람들이죠. "미스터 킴은 나의 스승입니다." 이처럼 대우맨들은 현지인과 참 잘 융화하고, 모두가 윈윈하는 사업 패턴과 성과 달성에 능합니다. 


"처음 듣는 말과 글을 익히며 잘 적응해 준 아이들이 무척 고맙고 대견했다. ... 그때는 그것이 김우중 회장을 비롯한 대우가족 모두의 워라밸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지금도 가슴에 이슬이 맺힌다(p167)." 이처럼 대우맨들의 회고에는 어떤 비정함, 각박함이 없고 한결같이 인간적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책 말고) 생산직 근로자들의 추억에도 대우맨이라는 회고에 반드시 모종의 따뜻한 자긍심이 담겨 있습니다. 


"자율권을 존중하고 도전의식을 북돋는 기업 문화는 때때로 기적 같은 일을 많이 만들어내었다(p211)." 조봉호 두인코 부회장의 회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벨기에에 거점을 구축한 그는, 점-선-면의 전략 구상에 따라 차근히 현지를 공략합니다. 그는 또한 "오너나 경영자처럼 장기 변화는 모르지만, 중단기 전략에 관해서는 탁월한 감각이 있었다"며 자긍심을 표현합니다. (당시) 젊었던 사원이 이 정도로나 자신감을 갖게 된 것 역시 대우만의 기업 문화 강점입니다. 


유태현 필자도 저 앞의 차백성씨와 비슷하게 해외 건설 파트에서 근무하신 분인데 "당시 너무나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월급을 많이 받으려면 헤외 현장 근무를 자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중동 건설은 익히 잘 알아도, 저 먼 중남미 에콰도르 키토에까지 한국인들이 진출했었나 싶은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때 공사는 여러 문제가 발생하여 결국 중단되었는데, 그 와중에도 실무에 대해 크게 배운 바가 많아 보람이 있었다는 회고가 인상적입니다. 이후 이분은 (우리가 잘 아는) 사우디, 리비아 등으로 다시 현장 근무를 합니다. 


대우세계경영 하면 바로 폴란드가 생각나죠. 현지인들에게는 "대우"라는 발음도 어렵고 DAEWOO라는 철자는 더 어려운데 오히려 이걸 역이용해서 TV 광고를 만들어 동네 꼬마들까지 "대-우-대-우"를 중얼거리게 한 일화가 아주 유명합니다. 대우는 비교적 사원들을 따뜻하게 대해 주는 문화가 잘 알려져 있는데, 권오정 과장(필자)에게 당시 현지 CEO였던 S사장님은 굉장히 무섭게 대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도 상무께서 찾아와 달래 주었다는 사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기업에선 좀처럼보기 어려운 모습 아니겠습니까. 


"대우는 기술력 측면에선 삼성에 버금가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메이텍이 가져갈 수익성도 좋을 것이다.(p276)" 인천 제물포고를 졸업한 전영석 필자는 특히 대우전자가 어려울 시절 맹활약한 분입니다. ODM이 OEM과 어떻게 다른지도 나오는데, 생산자가 설계까지 책임지는 게 ODM이며, 금형 기술 수준이 큰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이후 동부를 거쳐 위니아에 매각되었는데, 필자의 말씀은 "큰 책임감을 느낀다"이지만 저는 독자로서 이 대목을 읽으며, 모기업이 공중분해되는 와중에도 이처럼 생명력을 (현재에까지) 이어가는 그 놀라운 흐름에 경의를 바치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얼마 전부터, 모르는 분야에 대담하게 도전하는 정신을 강조하는 "후츠파" 이념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구태여 낯선 히브리어를 쓸 게 아니라, 이미 1970년대부터 적극적 도전 정신을 내세우고 이런 창업자의 DNA를 임직원에게 보급한 대우의 멋진 사례를 먼저 들어도 좋겠습니다. p186에는 명품 고가 자동차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마티즈를 판 최안수씨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패기와 도전 정신이 아니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청년들에게 "공무원 시험 준비"가 아니라 벤처 창업을 독려하는 나라가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 이미 1960년대부터 샐러리맨 신화를 일군 김우중의 대우 정신이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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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반드시 오른다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8-07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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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주가는 반드시 오른다

마이클셰이모 저 / 임수현, 최권섭 공역
퍼시픽네트워크 | 200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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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주가는 반드시 오를"까요? 투자를 실제로 해 본 사람들이라면 아마 혀를 찰 것입니다. 오늘도 어떤 주식 때문에 주택 구입 자금을 날렸다느니, 한강에 가야겠다느니 온갖 푸념과 탄식이 난무하는 하루였습니다. "주가가 반드시 오르"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그 시점과 대상이 개미 투자자가 원하는 그것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 싶습니다. 


원제목은 "Stock market rules"인데, rule을 동사로 새겨서 "(주식) 시장이 지배할 뿐(이니, 감히 대항하지 말라)"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시장에 거스르지 말라"는 금언도 따로 있고, 정치와 달리 시장에서는 오직 돈의 논리, 시장의 법칙이 지배할 뿐이라는 점 소액으로라도 투자를 해 본 분이면 절감할 수 있습니다. 대세와 돈의 흐름만 영리하게  잘 (갈아)탈 수 있는 사람만이 이길 수 있고, 난 나의 의지를 관철해 보겠다고 이를 가는 사람은 아마 영혼까지 탈탈 털린 채 전장에서 퇴장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떨어지는 종목은 팔고, 오르는 종목을 계속 보유하라" 처음 투자를 시작하는 이들은 이것이 너무도 당연한 격언처럼 받아들이겠지만, 이를 투자에서 "실천"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우선 많은 이들은 그저 "마음에 든다"거나 "기분이 왠지 그리 끌린다"는 이유로 특정 종목을 선택합니다. "이제는 오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무리 떨어져도 팔지를 않습니다. 반대로, "이렇게까지 오래 보유했는데 안 오르니, 이제는 팔 때가 되었다"고 여겨 내놓는 순간 그 종목은 귀신 같이 오릅니다. 그러니 세상에서 저 말처럼 실천에 옮기기가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오르는 종목을 계속 보유하라"고 했으니 아 그럼 이래봐야겠다며 지금 막 오르는 종목을 삽니다. 그럼 그 시점은 꼭 최고점이라서, 내가 사는 순간 귀신 같이 떨어집니다. 


많은 이들은 "역발상의 투자를 하라"고 합니다. 남들이 열광하는 주식은 그때 팔고, 남들이 외면하는 주식은 일찍 발굴하라는 거죠. 그럼 정면으로 저 원칙, 즉 "떨어지는 종목은 팔고, 오르는 종목을 계속 보유하라"에 어긋나게 됩니다 ㅎㅎ. 이러니, 세상에 주식만큼 어려운 게 어디 있겠습니까?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 이 역시 멋진 말입니다. 그런데, 소문이라는 것의 대부분은 루머입니다. 루머만 믿고 샀다가 크게 물려 팔지도 못하고 끙끙거리는 일이 어디 한두번일까요. 정작 믿을 만한 뉴스는 대부분이 처음 들려 오는 거라, 뉴스에 때맞춰 사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뉴스에 사기라도 하면 그 시점은 꼭 최고점이 됩니다. 


이런 난관을 피하는 방법은 첫째 시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므로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안 되는 건 어차피 내 능력밖이므로 미련과 집착을 애초에 버려야 합니다. 둘째 아무리 흐름을 잘 타는 고수라 해도 한계가 있으므로 기업 가치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합니다. 이 경우 설령 고점에 물려도, 어차피 기업의 가치를 내 나름 판단하고 들어왔기에 후회가 적고(멘탈을 보존하고), 언젠가는 다시 반등할 확률이 높습니다. 셋째 차트는 예외가 많으므로 이런저런 법칙이라는 걸 맹신하면 안 되며, 차트의 해석 자체가 사람마다 다르기 쉬우므로 차트 외적 요소를 반드시 고려하고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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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불 전략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8-0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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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3불 전략

이병주 저
가디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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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다." 이 명언의 유래는 독일의 축구 영웅 베켄바워부터 해서 여러 사람이 그 출처로 거론되고 있습니다만 누가 처음 꺼냈든 간에 곱씹어 볼수록 맞는 말입니다. 책에는 "20세기 최약체국"이 유럽 최강대국 중 하나를 상대로 이긴 싸움으로 성격을 규정하는데 누구라도 동의할 만한 의의일 듯합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이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빌xx을 딘빈푸!"라 외쳤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디엔비엔푸는 한자로 "尊邊府(존변부)"라고 쓰는데 20기 48주차 리뷰에서 말한 것처럼 베트남도 엄연히 한자 문화권이므로 그 알쏭달쏭한 로마법 표기보다는 이처럼 한자가 병기되어 있으면 더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공산혁명 이후로는 한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죠.


제갈량이 아꼈던 부하 마속은 무리하게 고지에 진을 쳤다가 물이 끊기고 포위되어 군사가 전멸당하고 말았습니다. 마속의 의도가 정확히 뭐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위군이 아무 생각 없이 마속의 구상대로 따라와주기만 했다면 아마 거꾸로 교과서적인 대첩 하나가 만들어졌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싸움, 전쟁이란 지저분한 것이어서 형식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승리"라는 유일한 대안을 손에 쥐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18세기 중반에 이란 호라산에서 일어난 아프샤르 왕조의 나디르 샤는 인디아 무굴 제국을 거의 약탈에 가깝게 공격하여 엄청난 부를 걸머쥐고 귀환했습니다. 이 사실 자체보다는 그 전 단계까지의 군사적 업적, 즉 이란 동부를 통일하고 그 성질 사나운 유목 부족을 손 안에 넣은 일이 더 중요합니다. 그를 가리켜 유럽에서는 "페르시아의 나폴레옹"이라 불렀는데 나폴레옹과는 시대 차이가 한참 나는 선배이므로 이런 호칭은 부당하죠. 오히려 나폴레옹이 그를 흠모하여 자신을 두고 "유럽의 나디르 샤"라 불러 달라고 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여튼 유럽인들은 뭐만 나타나면 나폴레옹이란 별명을 붙이길 좋아하는데, 디엔비엔푸 전투의 영웅 보응웬지압 장군도 마찬가지입니다. 나폴레옹의 나라를 열악한 전력으로 격멸했으니 더 의미심장하죠. 


제 생각에 프랑스군이 구태여 그런 전략을 쓴 건, "경적필패", 즉 베트남군을 너무 가볍게 본 탓에 괴멸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적이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싸우지 말고, 적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싸워라". 뭐 이 정도가 책의 핵심인데 이 모든 전략의 위에 "이기겠다는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네요. 책에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강한 열망과 자기 확신이 없는 조직은 무덤이나 다름없다." 당시 베트남이 얼마나 열악한 상태에 놓였는지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며, 이 전투가 그간 식민지 피지배종족으로 깊은 열등감과 패배의식에 휩싸인 베트남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를 고려하면, 이때로부터 20년 뒤에 이뤄진 베트남 공산혁명 역시 진정한 계기를 이 전투로부터 마련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면 김일성은 말이 항일 투쟁이지, 이런 결정적인 업적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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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기술, 일본 소부장의 비밀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8-0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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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작지만 큰 기술, 일본 소부장의 비밀

정혁 저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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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은 소재, 부품, 장비를 가리키는 약어(略語)입니다. 한국 역시 이제는 오랜 동안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지켜 왔으므로 소부장 강국 중의 하나입니다만, 그래도 아직은 일본의 저력과 깊이를 감당하기에 부족하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던 것이, 작년 여름 일본이 불화수소 금수를 단행함에 따라 급속히 소부장의 국산화를 도모했으며, 지금은 놀랍게도 상당 부분에서 성과를 크게 내는 상황입니다. 일부 몰지각한 층에서나 비관적인 시각을 노출했을 뿐이며, 불필요하게 자국 비하에 나섰던 이들은 현 시점에서 달성된 가시적 성과를 보고 크게 반성할 일이겠습니다. 천성이 무지한 데다 체계적 사고를 할 능력이 없으면, 감정에 기반한 폭주를 하다가 망신이나 당하기 마련이죠. 불화수소가 뭔지나 어디 알겠습니까?


아무튼 일본에는 여전히 강한 기업이 많고, 그 중 상당수는 소부장 섹터에서 특유의 저력을 발휘하는 중입니다. 이제는 일본을 총제적 롤 모델로 삼고 맹종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럴수록 겸허히 남의 장점을 배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강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길입니다. 지금 증권시장에서는 제약바이오뿐 아니라 5G, 2차 전지 등에서 큰 랠리가 일어나는데, 이 섹터 모두에서 소부장은 매우 중요하며 눈 밝은 투자자들에 의해 주가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의 장점까지 겸한다면 이런 기업들(의 주식)은 앞으로 더욱 성장주로서 각광 받을 것입니다. 


나가시노 전투는 오다 노부나가가 천하를 통일하기 전 막강했던 다케다 가문의 전력을 격멸했던 역사적 전투인데, 여기서 저자는 신상목의 책을 재인용하여 그 혁신의 정신을 지적합니다. 또 이후 덕천막부가 천하를 재통일한 후, 다소 이상하게 들리는 "쇄국 정책과 서양 문물 수입의 병용"을 정책으로 채택하는데, 여기에도 일본 특유의 실용주의가 드러납니다. 인공섬 같은 건 1990년대 부산에서도 추진하려다 만 적이 있는데, 에도 막부는 17세기에 이미 데지마라는 인공 섬 건설을 나가사키 상인들에게 발주한 바 있습니다. 


본래 일본이 명치유신을 통해 근대화를 도모할 때는 프랑스를 모델로 삼았으며 근대 민법전 제정 작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1871년 보불전쟁에서 프로이센에게 프랑스가 크게 패하고 바야흐로 독일 제국이 창립되자 일본도 시선을 돌려 독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빛나는 과학 발전상이라든가, 다른 나라가 좀처럼 따라올 수 없는 공학 부문의 선진상은 일본에 강한 인상을 주었을 터이며, 이후 유카와 히데키 교수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 에사키 레오나, 이후 다나카 고이치 등의 수상은 일본 과학과 기술의 놀라운 성취를 증명합니다. 특히 마지막 분은 학벌도 경력도 두드러질 게 없는 회사원 출신이라서 더욱 놀라웠죠. 저자는 이에 대해 "신기술 연구를 지원하는 기업 문화"의 소산이라고 지적합니다.


요시노 아키라 씨는 리튬이온 전지의 개발로 노벨상을 받은 엔지니어입니다. 지금은 리튬이온 전지가 안 쓰이는 데가 없다시피하지만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최신형 PCS폰에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만든지 3년 동안 전혀 매출이 발생하지 않다가 1995년이 되어서야 팔리기 시작했다(p86)." 과연 우리 같으면, 근 10년을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할 이런 무모한 도전이 싹을 피울 수 있었을까요?


한국에서도 1960 ,70년대에 심각한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서 혼식 장려라든가 술 제조 제한 등의 조치를 정부가 취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알아서 잡곡류가 웰빙 식문화를 이끄는 등 환경이 크게 변했지만 말입니다. 일본도 1차 대전 후 쌀 가격이 폭등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합성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마치 요즘 유행하기 시작한 배양육하고도 비슷할 듯합니다. 일본은 이후 식민지 조선에서 대량으로 미곡을 수입(약탈)하여 오히려 가격 폭락 사태를 부릅니다. 


일본의 이화학 연구소는 과학자의 낙원으로 불리며(p94), 이는 "연구 성과를 바로 산업화"하는 데에 탁월한 그들 특유의 기업 문화에 기인합니다. "출신 대학, 소속기관, 전공 등 영역의식은 조금도 찾아보기 힘들었다(p95)." 우리 기업 문화하고는 너무도 차별화되는 풍토이며, 한국이 사실 가장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병폐를 극복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책은 앞에서 일본과 독일의 역사 발전상의 공통점을 짚었습니다만 과연 그래서인지 일본과 독일은 "가족 기업 성격, 장기근속 일반화, 종업원 중심 경영(p103)" 등에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우리도 코스닥이나 코스피를 보면 강한 중소기업이, 그것도 소부장 섹터에서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만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굴지의 대기업도 대기업이지만, 경제, 특히 제조업 섹터가 중소기업 위주로 돌아갑니다. 


"히든 챔피언의 절반은 독일이다." 히든 챔피언을 다른 말로 바꾸면 이 책에서 자주 나오는 용어인 GNT, 즉 글로벌 니치 탑이겠습니다. p105에서 독일 자동차 기업은 다양한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 책 처음에서도 다루었듯 일본 역시 한우물만 파는 기업이 많죠. 물론 이런 장인 정신은 기술 우대 풍조, 기술의 심화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겠으나, 급변하는 트렌드에 제때 적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한 예로 최근 현대차, LG, 삼성, SK 총수 들이 연쇄회동을 가지며 테슬라 주가의 미친 상승이 상징하는 자동차 산업의 완전 재편에 대응하는 제스처를 보였는데, 이런 건 우리 기업들이 재빠르게 현실에 대처하는 기민성의 징표입니다. 한우물만 판다고 능사는 아니죠. 어떤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 전기차를 만든다 해도 기존 내연기관차의 시장을 그대로 가져올 뿐이 아닌가?"라고 하던데, 독일이나 일본 메이커가 머뭇대는 사이 전기차, 수소차 시장 셰어를 재빨리 점유한다면 당연 시장 선점 아니겠습니까? 최근 상승하는 주가가 이를 증명하고 남습니다. 


인쇄는 전통적인 산업 섹터로서, 선명하고 오래 색이 바래지 않는 인쇄는 그 완성도와 고급성을 상징할 만큼 중요한 척도입니다. 일본에서는 돗판과 다이니치 양대 기업이 있어 가히 "백년전쟁"을 이끌어 왔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런 경쟁이 기술의 완성도와 장인 정신의 건설적 경쟁이란 점에서 타 산업 분야에까지 귀감을 이루는 것입니다. 


모터는 자동차 등 수많은 장치와 기계에 핵심으로 쓰이는 심장과도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니혼덴산과 마부치모터가 오랜 세월 동안 겨뤄 왔으나 비교적 최근 니혼측이 새로 진입한 파워윈도 영역에서 특히 심한 격돌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이 싸움에서 마부치 측이 의론의 여지가 없는 압승을 거뒀는데 그 비결을 여럿으로 책은 분석합니다. 우리도 매년 "표준품셈"이란 게 계산되어 서점에도 두꺼운책으로 출간됩니다만 마부치 측의 원가 절감 혁신이라는 게 실로 대단했나 봅니다. 마부치는 주문(개별) 생산에서 표준품 생산으로 전략을 바꾸었고, 이것이 연쇄적으로 원가 절감 효과를 낳았던 거죠.


우리 같으면 40년 적자 산업에 과연 투자를 할 수 있겠습니까? "새로운 가치 창출"은 어느 기업이나 쉽게 입에 올리는 구호입니다만 도레이는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40년 적자 산업이란 바로 "탄소 섬유 개발"을 뜻하는데, 지금은 누구나 알듯 이 탄소섬유 분야가 산업의 전체 판도를 바꿀 만큼 중요해졌지만 198년대에 이런 혜안을 가졌다는 게 그저 놀랍습니다. 


반도체는 굴지의 삼전이나 하이닉스뿐 아니라 한국에도 중소기업 중에 세계적 기술력을 자랑하는 곳이 제법 많습니다만 원조는 아무래도 일본이라 봐야겠죠. 반도체용 웨이퍼, 염화비닐 섹터에서 신에츠는 세계 1위이며(p196), 싷리콘, 포토레지스터는 3위라고 합니다. 물론 이제는 한국에서, 특히 포토레지스터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다투는 기업들이 있는데 작년 이후 촉발된 소부장 국산화의 효과입니다. 책에는 특히 PVC 분야에서 LG화학(얘도 이제는 한국에서 손꼽는 가치주가 되었죠. 불과 며칠 전 주가를 보십시오)과 비교하는데, 매출액은 60%이면서도 영업이익이 2배라고 합니다. 이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입니다. 저 앞에서도 원가 절감을 통해 경쟁사를 꺾어버린 강소기업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JIT와 칸반 시스템 이야기는 이미 1990년대부터 경영학 교과서에 나올 만큼 도요타의 혁신은 유명하고 모범적입니다. "재고는 절대악" 어떻습니까? 토요타의 혁신은 이미 남부럽지 않게 성과를 달성하던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자기 혁신을 도모한 결과이기에 더욱 대단합니다. 삼성에서 이건희 회장이 1990년대 중반 "불량품 화형식"을 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글로벌 대기업이 과연 있었겠습니까? 소부장에서는 특히나 혁신과 기술연구가 중요하며, 한국도 마냥 기업 적대적인 풍조를 키우거나 엘리트 교육 지양을 외칠 게 아니라, 오늘날 눈부신 발전을 이끈 인재와 기업이 과연 어디서 비롯했는지, 현실에 기반한 각성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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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부하간 최상의 관계관리 전략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8-04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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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상사 부하간 최상의 관계관리 전략

크리스토퍼 헤거티 등저/박수규 편역
SGA글로벌연구센터 | 201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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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왜 출발선상이 같았는데 어떤 사람은 저 앞에 가 있고 어떤 사람은 뒤처지는지에 대해 실용적이고 냉철한 분석을 내놓습니다. 제가 누누이 얘기하지만 이런 책에 실린 내용은 조직에 몸을 담아 봐야 공감을 하지, 국외자 입장에서 읽으면 맨날 그소리가 그소리같이밖에 안 들립니다. 혹 조직인인데 이 책의 주문이 "맞네, 맞긴"하며 건성으로 다가온다면 그거 위기상황에 몰린 분일 가능성이 큽니다. 황인태 선생의 이 책은, 기대만큼 인정을 못 받는다 싶은 직원들이 한번쯤 읽고 경각심을 가지거나 초심을 다지는(어느 누구라도 초심은 기특합니다) 계기로 삼을 만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읽으면서 머리가 쭈뼛쭈뼛 서야 그게 건강한 반응입니다. "어디 나를 한번 승진시켜 보시지" 같은 삐딱한 마음으로 읽지 마시고, 책을 읽으면서 깨지는 편이 현실에서 상사한테 깨지는 것보다 낫다는 비장한 각오로 새겨 나가는 편이 좋습니다.


책 읽으면서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문장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사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아주 크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설령 작은 기업에 들어가도 사원들이 최선을 다해 일했고, 설렁설렁 시간이나 때우고 정치(저차원 정치. 지금은 특히 큰 조직일수록 저차원 정치가 사라져갑니다. 당연한 이치죠)에나 몰두하는 걸 아주 경멸스럽게 바라봤습니다. 왜냐, 일단 회사란 게 다 거기서 거기였으므로 소속감이나 자부심도 비슷비슷했고, 고도성장기였으므로 웬만해선 쉽게 부도도 안 났으니, 기왕 평생 몸담을 것 내 가진 모두를 쏟아 붓자는 생각이 다들 자연스러웠으니까요. 이게 보편적인 우리 부모님 세대의 마인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위에서 하도 갈궈대니 바로 티는 안 내어도, 통화 중에 "중소기업..." 어쩌구 하는 한 마디(그런 맥락이 아니었는데도)만 들어도 벌써 담당자의 목소리가 팍 어두워집니다. 이게 "나도 자존심이 있다"는 표현이 아니라, 거꾸로 이 사람과 이 사람이 속한 회사 자체에 대한 평가가 확 쪼그라드는 계기를 아예 제공하는 겁니다. "내가 이런 데 다닐 사람으로만 보여?"만큼 그 사람을 (역으로) 없어 보이게 하는 자백이 또 없습니다. 

대기업 역시 한때 반짝 쓰이고 정년도 못 채운(정년? 간 큰 소리죠)결국 대부분이 버려질 구조일 수밖에 없어, 평생 직장의 사명감은 이제 딴 나라 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 "칼퇴 법제화" 논의도 (아무리 현실성이 없을망정) 이게 좀 다른 의미로 다가온 게 다 이런 저성장기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함입니다. 이러니 젊은 사원들이 소속감, 사명감을 가지기가 매우 힘듭니다. 그래도 사람은 한번 조직의 분위기에 휩쓸렸다 하면 (그게 뭔지도 모르고) 일단 승산이 있건 없건 남 창피해서라도 경쟁에 열심히 몰입하고 시키는 일 빠릿빠릿하게 잘 해 냅니다. 이게 다 익스펜더블이지 다 남 좋은 일 시키는 거지, 의외로 조직에 보면 이런 사람 별로 없습니다. 그게 한국인들 공통특성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중국만 해도 분위기가 확 다르거든요. 일본은 열심히, 성실히는 하는데 마인드의 펀더멘털이 좀 다릅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뭔가 인정 못 받는다든가, 내가 하는 기여에 비해선 너무 대접이 모자라다는 느낌을 갖는 이들이 읽어야 하는 게 이 책입니다. "당신, 열심히 한다고, 잘 해. 그런데 이건 혹시 잊었거나 생각 못 해 본 거 아냐?" 이걸 짚어 주는 게 이 책입니다. 못한다거나 정신 차리라는 게 아니라(그런 말도 있긴 합니다만), 요걸 보강하면, 진짜 딱 2% 부족한 이걸 채워 넣으면, 조직에서 당신 완전 해피해질 수 있어, 뭐 이런 내용과 가르침과 팁들입니다. "이봐, 결국 정해진 패배자, 누락자로 떨어질 걸 대비해서 마음이나 다져 놓을려구? 그럼 결국 그렇게 돼. 대신 별 한번 달아봐야지 여기까지 온 것? 이 정도로 마음을 바꿔 먹으면 확 나아지는 것도 사실이라니까!"

불평해 봐야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일 잘하는데 정치만 못한다는 것도 다 핑계입니다. 들어올 때부터 적성이 척척 맞으면 그 사람은 행운아고, 혹 아니라고 해도 내가 지금부터 맞춰 나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캐서린 헵번의 명언 "변해야 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를 다시 떠올려 보십시오. 룰이 본래 그런 법이니 자기가 적응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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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의 습관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8-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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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등의 습관

찰스 두히그 저/강주헌 역
알프레드 |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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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실현적 예언"이란 개념화도 있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생각 없이 툭툭 내뱉곤 하는 말 하나하나가 의외로, 정말 의외로 우리 자신의 먼 앞길을 형성하는 데에 결정적 구실을 하곤 합니다. 어떤 사람은 상사 앞에서 동료 곁에서 제깐엔 날카로운 척 결정적 한 마디를 내놓는 척하며 그 나름 "분석의 한 마디"를 꺼내는데, 이게 윗사람 보기에, 그리고 이 상사와 선이 바로 닿아 있는 동료들 보기에 여간 신경 거슬리는 게 아닙니다. 말 자체도 부정확하고 진부하기 짝이 없거니와 아무나 다 알 수 있는 뻔한 이치를 혼자 특별한 안목으로 꿰뚫어 본 양 거드름을 피우는 그 "태도"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거죠. 자기한테 할당된 기본 업무를 탁월하게 수행하고서 이런 밉상을 떨어도 떨어야 할 텐데, 일도 못하는 자가 이런 작태를 보이니 승진은커녕 제 자리 하나를 지켜낼 재간이 없습니다. 

요즘 같이 정보가 흔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경쟁상대조차 뭘 하고 있는지 바로 지득이 가능한 세상에서, 자기만의 노력을 열심히 경주하나 성과가 나지 않는 비운의 직장인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노력의 방향성보다는, 애초부터 노력의 질과 양이 남보다 처져서 도태되는 겁니다. 혹 방향성을 처음에 잘못 잡았다고 하죠. 남들이(협업이든 경쟁이든) 어떤 쪽으로 지표를 파악하는지 주변만 둘러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사교성이 전무하고 네트워킹 능력이 없거나 뭔가 지적 장애가 있지 않은 이상, 방향성을 잘못 잡아 애써 기울인 노력이 헛되이 썩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CEO라면 혹 모르겠습니다. 예컨대 지금 해양플랜트 투자의 대패착 때문에 한꺼번에 부도를 맞게 생긴(어찌어찌 헤쳐나가겠죠) 한국 조선 3사처럼 말입니다. 그 정도 요직에 있는 이가 아니고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그런 종류의 실패는 일부러 할래야 할 수가 없죠. CEO급 과오를 평사원 레벨에서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대단한 희귀성을 지닌 경우겠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운이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실패자, 무능자는 어떤 환경에도 감사하지 않고, 어떤 사소한 우연에 의한 성과도 모조리 자신의 덕으로 돌립니다. 오너의 3세, 4세가 부서에서 이런 행태를 보여도 곱게 봐 주지 않는데 하물며 아무 배경도 능력도 없는 사원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운이 좋은 사람은 자신의 미래를 예언한다." 마찬가지로 능력이 없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과거를 윤색, 왜곡한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모든 게 남 탓인데 이런 사람한테 무슨 발전이 있겠으며 어느 조직에서 쓰임을 받겠습니까. 

일본이나 우리나 아직 합리적인 의사 결정 문화가 자리잡지 않고(그래서 최악의 무능자가 요리조리 핑계를 댈 여지가 생기겠고요), 좁은 국토에 사람은 많고 경쟁은 덩달아 살인적이다 보니 "왜 이렇게 운에 의해 모든 게 결정되는가?"라며 한탄하는 이가 많아서겠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동시에, "운 역시 머나먼 시간 전에 당신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반대로 남탓 타령에 허송했는지의 냉엄한 응보"라며 일찌감치 결론을 내고 있더군요. 이 책 저자분은 아예 모든 토픽을 "운"이란 키워드 하나로 다 설명하고 있습니다. "운"이란 대상에 대해 이처럼 틀리든 맞든 절절히 사례 분석을 해 보면, 그 역시 다른 모든 난제처럼 통제의 손아귀에 들어 올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저자의 진정성이 과연 얼마나 문장에 배어 났느냐가 이런 책의 가치를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성이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정말 고민을 하고 책을 썼는지, 내가 독자라고 생각하고 정말 이 주제에 대해 절실하게 머리를 짜낸 결과 답 같은 답을 줄 수 있을 자신이 있는지는 문장을 읽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답이 어디 매번 나오겠습니까. 그러나 이렇게 성실히 쓰여진 책을 읽고서는, 독자가 혼자 나중에 정리하는 시간에 자기 생각이 전보다 발전됩니다. 아주 조금이라도요. 회삿일도 마찬가집니다. 정답이나 무슨 구원의 아이디어를 내라는 게 아니라 자기 일처럼 최선을 다해서 머리를 짜내라는 건데 어차피 망한다며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직원을 누가 데리고 있으려 하겠습니까. 행운이건 불운이건 자신이 다 자초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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