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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기술 | YES24 파블미션(舊) 2017-01-12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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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각의 기술

사이토 다카시 저/전경아 역
인서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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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안출에는 IQ도 학벌도 능력도 돈도 외모도 직급도 필요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반짝하고 찾아오는 아이디어는 모든 창의와 혁신으로의 신나는 통로이지만, 아이디어가 한번 고갈되거나 뭔가 조직 안에서 한방 터뜨려 줘야 할 고비에 몰린 이들한테는 죽어라하고 본모습을 안 보여주며 도망다니는 야속한 카이로스(오포르투누스)이기도 합니다. 인생의 모든 면이, 간절히 원할 때는 만나지지 않고 마음을 비울 때에는 귀치 않게 찾아오는 역설성을 지닙니다만, 아이디어 역시 기이하게도 일단 조직 내 자리가 잡힌 성실한 중역들(틀에 맞춰 일할 기반이 생긴)에게는 더 이상 반가운 영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게 세상사의 모순이라면 분명한 모순입니다. 생산과 기획의 현장에서, "새롭지 않다"는 건 그 자체로 죄악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사물과 판을 보는 시각, 시장과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는 프레임을 통째로 뒤엎을 그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해야 나의 머리에 필요할 때마다 램프의 지니처럼 불러낼 수 있을까요.

19세기 중후반 경제학이 사회"과학"으로서 기반을 갖춰나갈 무렵, 이론과 실제의 절대적 전제를 형성한 게 바로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이었습니다. 생산함수의 구조가 어떻게 짜여져 있건, 무엇을 생산하고 누구를 위한 goods이건 간에, 특정 자원을 투입하여 폭발적인 생산을 일궈가는 초기에는 기업주 입장에서 신바람이 납니다. 이러던 게 생산량을 늘려 갈수록, 처음에 한 명(혹은 자본 기준이라면 백만원이라고 하죠)을 추가 투입할 때 100개씩의 아웃풋을 건지던 게, 이후에는 열 명(혹은 천만원)을 추가로 쏟아부어도 80개가 채 나올까말까입니다. 제아무리 혁신을 가하고 머리를 쥐어짜도, 마치 콩 심은 밭에 바나나가 열리지 않는 것처럼 이는 중력의 법칙마냥 인간의 힘으로 좌우할 수 없는 철칙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런 생산의 철칙에 대응하는 소비의 법칙이 있다면, 이른바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란 우리 속담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듯,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는 게 있어 특정 재화의 소비를 아무리 늘려도 이것만으로는 사람의 만족을 극대화할 수 없다는 공리가 모든 경제학자(따라서 생산과 소비의 경제주체까지)를 지배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여튼 전체 인류의 복지가 종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풍요를 누리기에 이르렀지만, 당시의 "혁신"으로는 기저를 지배하는 경제의 철칙에까지는 감히 변경과 개선을 바라보기 힘들었던 것입니다.

헌데 이런 잔인한 법칙들로부터 유일한 예외가 되는 대상이 있으니, 놀랍게도 현대 경제 성장의 근원적 추동력이 되어 줄 창의력의 영역, 그 중에서도 핵심의 지위를 차지하는 "아이디어"는 이런 완강한 규칙의 지배로부터 자유롭다는 사실입니다. 칼 맑스 역시 "기계를 착취할 수 없으며, 착취가 가능한 인간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잉여가치를 뽑아낼 수 있는 유일한 근원"으로 내다보았는데, 사실 육체 능력은 (노동자를 철저히 대상화, 객체화하지 않는 이상) 뽑아낼대로 뽑아낸 후에야 당연히 고갈되게 마련이죠. 파도 파도 마르지 않는 샘은 오로지 정신적 능력입니다. 어어르신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가 그 타당성이 다시 입증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비생산적 남탓, 자기 합리화가 뼛속까지 밴 불건강한 정신에서는 쓰면 쓸수록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입니다만.

"생각"은 그래서 유한한 생명과 갖가지 현실의 질곡에 얽매인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인간이란 종은 완력이 약하고, 지구력과 파괴력, 거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만한 신체적 조건이 여러 맹수나 심지어 초식동물들에 비해서도 대단히 미비한, "생존에의 적자"가 못 되는 약한 동물이죠. 이런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이 정도만큼이나 자기 의지와 운명을 지배하고 환경을 컨트롤(도가 지나쳐서 자연 파괴에까지 달한)하게 된 건, 전적으로 "생각"의 공로입니다. 생각이 발달하면 신체의 놀림도 유연해지고 기능이 다양화합니다. 물론 개체에 따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가능성을 최대화할 수도 있고 물려받은 값도 못 한 채 사장시킬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생각은 그저 생각과 안(案)의 단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나와 나의 주변 이웃들의 삶의 조건, 그리고 객관적, 주관적 만족, 성취 수준까지 바꿔 놓습니다.

일본에서 최고의 엘리트들을 배출하는 정규 코스인 동경대 법학부를 졸업하신 저자 사이토 다카시 교수님은, 이러한 아이디어나 반짝하는 창의적 생각도, 일종의 매뉴얼처럼 필요할 때 불러 쓸 수 있는 생각의 방법론이 없을까 하는, 당연해 보이지만 해법의 모색과 만족스런 결과 도출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제와 맞부딪혔습니다. 법학과 교육학, 비(非)언어 소통의 달인으로 손꼽히는 석학인 그는, 현장에서의 조언과 강연장에서의 명강의를 통해 그 주장하는 바와 실물의 개성, 스타일이 혼연일체가 된 이 시대의 중요한 멘토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서 폭 넓은 공감과 호응을 얻는 몇 안 되는 중요 인물 중 하나입니다. 이분이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그의 강연(전국에 걸쳐 잦은 빈도로 개최되는)을 접한 청중들에게는 어느 정도 친숙하지만, 우리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꽤나 낯선 내용입니다. 하지만 일찌감치 참신하고 적용도 높은 영감의 원천을 찾아오던 소수 전문가나 강연기획자들 사이에선 꽤 알려졌으며, 몸(신체 부위)의 자유로운 활동과 두뇌 개발 간의 밀접한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이를 잠시마나(혹은 간접적으로) 강조하는 책들도 적잖게 보이는 편입니다.

저자 주장의 핵심은 다분히 자신의 실제 체험에서 기인한 내용인데, 1) 일단 뭐라도 의욕이 생겨야 아이디어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2) 의욕이 생기려면 그런 의욕이 생기는 환경을 본인이 조성해야 한다 3) 유리하게 갖춘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몸에 붙을 습관을 통해, 한번 생긴 의욕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게 배려한다. 4) 생각의 경로와 신체 말단의 동작 활성화는 의외로 밀접히 닿아 있으므로, 생각이 맑아지는 운동과 신체 동작을 평소에도 열심히 익히고 반복한다. 요약하면 이 정도입니다. 많은 자계서에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라, 목표의식이나 성취 동기를 분명히 다져라 등 좋은 말씀(틀린 건 하나도 없습니다)을 하지만, 독자들에게 아쉽게 느껴지는 건 이런 좋은 지침을 일상에서 어떻게 "몸에 배게 할" 지침을 마련하느냐 하는 문제, 즉 실천론이 미비하다는 겁니다. 이 책은 (이런 분야의 책치곤 편집과 내용이 튄다 할 만큼), 다소 별스러운 동작, 운동, 습관 등에 대해 큰 비중을 두고 다룹니다. 몸을 잘 움직여야 마음도 따라 움직인다는 게 그의 지론인데, 제가 며칠 전 다른 리뷰에서 언급했던 "어학은 국영수가 아니라 체육이다" 같은 다른 저자의 말과도 그 지적하는 이치가 서로 통한다 하겠습니다.

머리만 열심히 가동해서는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머리의 원활한 가동 자체가 어떤 한계에 일찍 부딪히기 일쑤입니다. 쿠베르탱 남작은 "건전한 육신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는데, 두뇌의 신경망과 인체의 모든 기관이 서로 신비스러울 만큼 의존하는 구조상 이는 당연한 이치입니다. 저자는 또한 결코 같은 환경 안에 갇혀 몸과 머리가 특정 조건에서만 반응하게 방치하지 말라고 합니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변화를 좋아하고 지루함을 혐오하는 존재인데, 이런 당연한 욕구가 부인되고 왜곡된다면 그 사람의 잠재능력이 계발될 리 만무하다는 거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인식하라는 주문 역시, 외부 조건 왜곡에 한번 동원된 자원이 다시 빠져나오기 힘들고, 순리에 반하는 왜곡을 유지하는 데에는 (정직한 연산보다) 훨씬 많은 자원이 요구되기에, 그저 마음 편하려고 거짓을 일삼는 정신은 타고난 기량조차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넉넉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애들이 훨씬 공부를 잘하는 것도, 어려운 집안에서 이런저런 것 참아가며 억지로 밀어붙이는 아이들은 벌써 뇌가 쪼그라들기 쉬워서라는 암시도 나옵니다. 이런 게 애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라서, 뻔한 현실을 억지로 부정하는 정신에게서 생산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란 거의 가망이 없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또한, 부정적 루트에 길든 정신은 강력한 타성이라는 뒷받침까지 받기에, 비슷비슷하고 익숙한 종래의 부정적 생각만 쳇바퀴돌듯 되풀이하게 마련이라는 지적도 공감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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