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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비상을 꿈꾸어라 | YES24 파블미션(舊) 2017-01-1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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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화려한 비상을 꿈꾸어라

조희전 저
좋은책만들기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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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클레오파트라"와 "지지 않는 나폴레옹"의 콜라보. 얼핏 들어서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저자께서 두 위인으로부터 그런 점을 개성과 교훈으로 추출하셨다니 독자로선 귀를 기울여 보고 책을 시작할 일이다 싶었습니다. 저 태그라인 문면에 동의하건 않건 간에, 두 위인 사이에 어린 시절, 출생 상황, 부모, 출세의 과정(전자는 왕족이니 이런 표현이 맞지 않겠으나) 등을 낱낱이 비교 대조하는 저자의 관점이 매우 흥미롭더군요. 아닌게아니라 서로 출발점이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라, 이렇게 병치 서술 소재를 택했다는 사실부터가 눈길을 끕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래 두 인생의 병치 분석은 사실 변칙이라기보다는 정석에 가까운 서술 양식인데, 다만 이를 서술하는 저자가 어떤 국면과 개성을 잘 짝짓느냐가 성패의 요체 같습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본토에서나 소수자였을 뿐, 그의 고향에서야 토호 가문 출신이므로 어떤 취약한 출발점을 가진 출세는 아니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파악할 문제이며, 아무 기반도 연줄도 없는 본토에서야 시골뜨기 이상의 처지가 아니었겠죠. 더군다나 이 책처럼 무려 세습 왕족 출신, 그 중에서도 공주 신분이었던 클레오파트라와는 마주 댈 것이 아니죠. 영화 <클레오파트라>에서도 그런 장면 묘사가 있는데, 시저가 여왕을 위협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도서관에 불을 지르는 선택"이었습니다. 이는 그녀가 코를 파묻다시피하고 자란 요람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아,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시키는 국면까지 몰아넣기에 충분한 전술이었습니다. 나폴레옹 역시 장교 시절에나 생도 시절에나 대단한 학구파였고, 이런 성장기의 체험이 큰 인물을 만드는 건 이 두 극적인 예뿐 아니라 어디에서도 증명이 되는 부분입니다.

결핍은 당대에 그치는 게 아니라 몇 대를 두고 대물림하며 악순환의 고리를 질기게도 이어갑니다. 내일 모레면 환갑을 앞둔 인생의 손에 주어진 게 고작 반지하 월셋방을 면했다는 초라한 한숨뿐이면 도대체 세상에 배설물과 악취를 풍기며 그 세월을 살아온 의미가 무엇이며, 그나마 사이가 좋지도 못했던 원수 같은 가족들과도 끝내 화합하지 못해, 늙은 나이에 새 배우자, 혹은 간단한 욕구를 풀 대상도 찾지 못한 채 철저히 고립된 존재로 떠돌아야 하며, 혹시 추첨과 당첨 속에서 이 비운이 풀릴까 실낱 같은 기대를 걸어야 하는 신세가 얼마나 처량하겠습니까. 결국 선대의 결핍이 후손에까지 대를 이어 유전되고, 한때 눈이 맞아 죽고 못 살듯 난리를 피운 그 상대와마저 갈등과 알력 끝에 남남이 되고, 가족은 뿔뿔히 흩어지는 처참한 예가 어디 비단 프랑스 자연주의 소설에만 등장하는 끔찍한 단면은 아닐 것입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을 구태여 하나 더 지적하자면, 최소한 배우자(나 그에 준하는 파트너)와의 살가운, 내밀한 관계 구축에 있어선 결코 이들이 허술한 면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겠습니다. 가정사에서 실패하는 자가 직장이건 어떤 네트워크건 면을 살리고 성취를 이룰 여지가 어디 남아나겠습니까.

두 사람의 공통점을 하나 더 들자면, 전술을 구사하되 같은 술수를 두 번 쓰지 않는, 참신성과 샘솟는 활력이 그 주된 특징이었다는 점입니다. 분은 풀어야하겠고 허를 찔린 아픔으로부터 회복은 안 되고, 오래 전 아이템을 재탕삼탕하는 것 외에 다른 방책을 못 떠올리는, 시냅스와 신경점이 오래 전에 다 죽어버린 썩은 대뇌, 부재의 해마에선 죽을 꾀만 죽어라 하고 뽑아내기 마련입니다. 밑바닥은 그래서 밑바닥을 헤어나지 못하고, 상승에의 의지가 있는 이들은 어느 순간 어느 계기를 발판으로 삼고서도 지금의 위치보다 더 높은 지향점을 응시하기 마련입니다. 저주받은 dna의 악순환이 사람을 그리 쉽게 놓아주지는 않는 법이고, 반면 선택받은 운명을 점지받은 이들 두 위인은 향상과 발전의 모멘텀을 어디서도 찾아내고 이를 궁극의 승리를 위해 가동한다는 게 공통점입니다.

결핍을 결핍으로 정직하게 인식하지 않고, 거지떼들 사이에서 간신히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았던 걸 대단한 상층부에나 속한 양 허위 사실을 떠들어대는 태도 역시 가소롭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이들 위인, 클레오파트라와 나폴레옹은 그런 점에서도 당당하고 정직한 성품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부하나 신하들을 앞에 놓고도 유려한 변설로 좌중의 분위기를 사로잡았는데, 마음의 기저에 거짓이 완강히 자리잡은 허풍선이의 조건에선 나올 수 없는 기풍이자 행동거지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두 위인의 공통점은, 그런 정직함을 바탕으로 삼은 내면의 매력이 외모에까지 영향을 끼친 튼실한 건강성이었습니다. 희대의 미인이라고 평가받는(물론 전문가들의 시각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만) 클레오파트라는 말할 것도 없고, 나폴레옹도 젊은 시절에는 꽤 미남이라며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거짓과 허위로 자신의 정신을 비틀리게 한 인간에 대해서는 별개의 설명이 반복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두 사람 다 알아주는 문필 실력을 갖췄다는 점에서도 닮은 점이 있습니다. 이 역시 성장기에서부터의 바른 교양 함양과 교육의 덕분이며, 범죄자나 색정광의 DNA나 고이 핏줄 속에 간직한 저주받은 정신에 이런 비슷한 자질이 자리를 잡을 리가 없는 것도 그저 명백할 뿐입니다. 업적이다 재능이다 이런 외적인 면에 관심을 너무 두기보다, 바른 마음과 도덕성이 자리한 곳에 위대한 가능성도 꽃을 피울 수 있음을 다시 새기는 독서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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