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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협상, 이렇게 하라 | YES24 파블미션(舊) 2017-01-2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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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부 협상, 이렇게 하라

제스왈드 샐러커즈 저/박성호 역
지앤선(志&嬋)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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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이 다른 민간기업을 상대할 때 어떤 원칙 같은 건 없습니다. 그건 마치 생전 처음 가 보는 어느 외국(사람마다 다 다를 텐데)의 도시들에서 길 잘 찾는 법을 설명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라고 해도, 정부 기관의 담당자들과 협상 잘 하는 방법은 저자의 지적처럼 어느 정도는 틀이 정해진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도 지적하다시피, 공무원이라 해도 맡은 업무에 따라, 개인 성향에 따라, 그 나라의 관료제가 어느 정도 성숙했느냐 등에 따라 편차가 제법 크긴 하죠. 하지만 이 책을 읽을 독자라면 아무 나라의 누구한테나 대고 무슨 거래를 틀 작정(인 회사에 다니는 상황)은 아닐 것이며, 어느 정도 번듯한 시스템이 마련된 국가에서의 프로젝트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물론 기초적인 인문지리 지식도 없으면서 소설책 한 권 읽고 특정 국가를 무작정 폄하하며 고려대상에서 제외한다면 그 역시 밑바닥스러운 짓이긴 합니다만.

관료들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자신의 마음에 품은 이상형에 따라 근무하는 경향이 있죠. 일을 융통성 있게 처리 못 한다며 국민들이 불만을 품는 것까지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하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red tape은 영미인들이 자신의 국가가 마련한 공무원제를 비꼬면서 등장한 표현이고, 관료제의 아득한 원형이라 할 중국의 시스템은 지배층의 주류 종족 이름을 따 'madarin'이라는 별칭이 외국인들로부터 붙곤 했습니다(어원은 한인들이 이들을 두고 지칭한 '만[주 출신]대인'이죠). 장점도 단점도 모두, '특정 개인(회사 오너)'이 아닌 시스템, 혹은 국가 제도를 위해 일한다는 소명을 가진 공무원들이 일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닮은 면이 있다는 게 저자의 착상이고, 실제로 그런 원칙에 따라 협상한 후 일정 성과를 본 저자의 제안이라 더 실감나게 와 닿는 점이 있었습니다.

노하우나 개인적 경험담도 많지만, 어떤 이슈를 적절히 추상화한 후 이 비슷한 다른 문제에 응용할 수 있게 "원칙화"하는 기법이 돋보였습니다. 예컨대 "정부(섹터)"와 협상한다는 게 대체 뭘 의미하는지부터 저자는 독자들에게 컨셉을 잡아주고 시작합니다. 사업가들이 가장 먼저 연상하거나 실전에서 맞부딪히는 환경은 1) 실무 부서의 대표자들일 것입니다. 흔히 이들이 행정(집행)부의 공무원이라고 생각하겠지만(실제로도 물론 95%가 넘는 수가 집행부 소속이죠), 삼권 분립이 보장된 국가라면 입법부(국회)일 수도 있고(실제로 제가 아는 어느 사장님이 딱 작년 이맘때 이뤄진 국회 사무집기를 모두 교체하는 프로젝트에서 일부를 수주 따 왔는데[그보다 몇 년 전], 당연히 국회사무처 쪽과 교섭했습니다), 수가 그리 많지는 않으나 법원공무원(이들은 소송 당사자인 민간인과 자주 만날 뿐 사업가와 일로 만나기란 힘들죠) 등도 있습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다 보니 중앙부처뿐 아니라 지방자체단체 공무원과도 자주 만나야 하는데, 이미 서울시 공무원들이 사업가들이 잘 공략(나쁜 의미가 아니라)해야 할 대상이 된 지는 오래지요. 1987년 개헌, 1995년 지방선거(단체장) 본격 실시 이전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다만 이전에는 지방직이 아닌 중앙직들으로서 이들을 상대했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입니다.

정부와 교섭하려는 민간측은 개인일 수도 있고 단체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주로 "세무 문제(분쟁)"가 발생할 때를 들어 "개인"이 정부와 협상 때문에 접촉해야 할 계기로 거론합니다. 뭐 이건 한국에서도 아주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이긴 합니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세무 당국에서 사업자를 찾아오는 편이고, 미국에서도 IRS에서 나왔습니다, 뭐 어쩌구 하면서 사무실에 들이닥치면(개인한테도 옵니다) 바짝 긴장하는 건 다르지 않습니다. 지방세 부과 관련해서는 담당자들이 민원을 들어달라며 시청 등에서 진을 치는 우스운 풍경도 가끔 보죠. 반면, 대형 병원 등 보건 기관에서 당국의 허가를 받아내야 할 때, 업계 관련자 상당수가 대표를 뽑거나 집단으로 몰려와 (세 과시 겸) 효과적인 협상을 위해 부서를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당사자 본인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전문가를 고용해서 정부와 대신 협상을 벌이게 합니다. 한국에서는 다소 보기 힘든 장면이고 까딱 잘못하면 큰 사달이 나기도 하지만 미국에서는 로비가 적정 수준까지 합법화되어 있으므로, 실력 좋고 인맥 좋은 로비스트가 중재 겸 대리인으로 나서 고위급을 상대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큰일날 소리지만 미국 한정으로 이때 이 제3자(로비스트)가 상대하는 이들이, 무슨 국회사무처 직원 정도가 아니라 국회의원 본인(들)을 바로 상대합니다. 의회 허가사항인 카지노 영업권이라든가, 첨예한 이해 관계가 달린 총기 허가 유통 여부 관련 법안이라든가 하는 게 그 예죠.

아주 재미있는 지적이, 결국 정부 당국과 협상할 때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중요 변수(이자 당사자)는, 바로 "지역 주민"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어떤 기업이 한국 기업과 협의를 벌여 자동차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요즘은 상상이 어렵지만, 인천 부평에 있는 거대 GM 공장이 사실 몇 십 년 전부터 GM이 돌리던 걸 한국 경제가 도약을 이루면서 형편이 나아진 당시 신생 대우가 다 인수했다가, 1998년 이후 대우가 부도나면서 다시 원 주인에게 돌아간 거죠), 결국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거나 하면 대통령이 설령 도장을 찍어도 다 도루묵인 법입니다. 지역 여론을 잘 설득하여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건 능력 있는 사업가의 필수 수완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일곱 가지 비밀"입니다. 그럼 저자가 말하는 그 일곱 가지 비결이란 각각 무엇일까요? 이 점은 상품 소개란에 전혀 언급이나 요약이 없어서, 이 서평에 좀 적어 두도록 하겠습니다(한글만 읽을 줄 알면 누구나 가능한, 별 필요도 없는, 다른 데 보면 다 나오는 내용, 줄거리 요약은 서평에 잘 안 한다는 원칙을 지금 좀 깨겠습니다).

첫째는 당신이 협상하고자 하는 정부 당국자(나 그룹)의 개성,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라는 겁니다. 어느 나라 정부나 공통점이 있긴 하죠(그래서 이런 책도 쓰여질 수 있는 것). 특히 저자는 정부만이 가지는 특별한 힘의 원천으로서, 1) 관련 업무를 독점적으로 다룰 자격 2) 면책을 포함한 각종 특권 3) 융통성 없다고 비난 대상이 되기도 하는 가장 근본적 원인인 "기존 관행에 따른 절차"(관행에 그런 건 없습니다 한 마디면 다 끝이죠) 4) 공익의 대변자라는 도덕적 명분 등입니다. (참 멋진 요약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또한 그 정부에서만 지키곤 하는 고유의 분위기 같은 게 따로 있습니다. 잭 웰치는 EU 집행부와 모종의 협상을 하다 크게 망친 치욕을 겪기도 했는데, 까다로운 유럽인들의 습성을 잘 모르고 막 미국에서 하듯 무람없이 대하다가 현지 당국자들이 "뭐냐 이거"하면서 바로 등을 돌렸다는 사례를 이 책에서 듭니다.

두번째는 적을 알기 전 먼저 나를 알라는 병법의 금언처럼, 도대체 이번 협상에서 내가 상대(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뭘 얻어낼 작정인지 명확히 자기 위상을 파악하라는 겁니다(앞 첫번째 사항은 따라서 "적을 알라"에 해당하겠죠). 이때 "나"는 이해 당사자일 수도 있지만, 이해당사자를 대변하는 로비스트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어느 선까지는 확실히 챙겨줘야 하는지, 또 어느 선을 넘거나 괜히 오버하다 전체 딜을 망쳐서는 안 되는지 본인의 대리권 범위를 명확히 파악하라는 게 저자의 당부입니다. 꼭 이런 상황뿐 아니라 남의 일 대신 처리해 주겠다며 나서는 사람(사회 생활 하다보면 흔히 겪습니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자세입니다.

세번째는 복잡한 정부 조직의 특성과 구조를 이해하라는 건데 이는 법제적, 시스템적 측면으로서 주로 고정적이고 물적인 면입니다(첫째 원칙은 주로 인적인 면, 문화적 면을 강조했기에 이것과 좀 다릅니다). 제가 몇 주전 트럼프 책 읽으면서 좀 놀랐던 게, 그 사람은 그리 정교한 고등 교육을 받았다고 볼 수 없는 타입이면서도 정부(연방이든 지방정부든) 법규나 구조에 대해 훤한 사업가였단 점입니다. 하긴 정주영 창업주도 "생각 많이 하는 사람이 대접받아야 하며, 절실하게 마음 먹으면 다 생각이 많아지게 마련"이란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네번째는 숨겨진 진짜 동기를 정확히 파악하라는 겁니다. 상대방은 나의 제안에 반대할 때 자신이 그 제안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를 보통 숨기고 다른 핑계를 대는 게 보통입니다. 이때 그 표면적인 말에 구애받지 말고, 상대가 가장 마음에 걸려할 상황 혹은 원인이 뭔지 잘 궁리한 후 그 측면을 파고들어야 협상이 빨리 진척된다는 뜻입니다.

다섯번째는 이른바 협상의 일반적 기술인데, 그 중 하나만 들자면 이 협상을 어떻게 해야 원활히 밀고나갈 수 있을지 그 촉매제랄까 윤활유 같은 요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뭐 좀 아픈 측면이긴 하나 우리나라에선 소위 "접대"가 바로 이 협상의 추동력에 해당합니다. 물 좋은 곳에서 멋진 스탭(...)들 데리고 흥겹게 자리를 이끌면 다음날 당국자가 도장을 안 찍을 수 없는 게 안타깝지만 한국에선 협상의 알파요 오메가이며, 이 네번째 요소라면 한국에서는 다른 걸 생각하기가 좀 힘들죠. 물론 책에선 그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협상 당사자의 개인적 측면을 연구하여 뭘 자극하거나(아 진짜 상황이 이런데 딴 사람도 아닌 당신이 손 놓고 계십니까?) 반대로 핀잔을 주기도 하는 건데, 물론 이 경우에도 어느 선을 넘으면 도리어 역효과죠.

여섯번째는 특히 당국자와의 협상에서 뭐가 잘 마무리될 듯 안 될 듯 할때 어떻게 하면 정치적 상황을 잘 이용하든지 해서 빠른 매듭을 촉진할 지하는 문제입니다. 이 경우 저자는 나와 이해관계를 간접 혹은 일부나마 함께하는 다른 당사자를 끌어들이는 등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예컨대 도로 개축 허가가 안 나면 이로써 편의를 볼 주민 대표더러 (나하고 연결되었다는 티 안 나게) 시위를 하게 부추긴다거나 하는 예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저자는 Three's a chram 이란 어구를 써서 요약하는군요.

일곱번째로 협상이란 유감스럽게도 "최종 싸인"으로 끝나기 힘듭니다. 협상력이 우월한 상대는 뭐가 결과에 마땅찮으면 다시 핑계를 들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게 보통인데, 이때 좌절할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그에 대비하는 게 상책이라고도 합니다. "포스트딜"은 기존에 허가를 내 준 품목에 대해 "재허가나 기간 연장" 같은 이슈를 다루는 걸 말합니다. 이때는 협상의 본체가 변경되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그에 준하는 중요한 과정이죠. "인트라 딜"은 사정 변경의 원칙과 유사한데, 중대한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계약의 내용을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걸 가리킵니다. (만약 발생한다면)역시 계약 본체만큼 중요한 사항입니다. "익스트라 딜"은 사실상 부분 재협상을 뜻하는데, 실제 큰 변화가 꼭 일어나지 않아도 일부 조건을 변경한다든가 하는 형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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