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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코칭 심리학 | YES24 파블미션(舊) 2017-07-0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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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경영자 코칭 심리학

Bruce Peltier 저/김정근,김귀원,박응호,배진실,이상욱 공역
학지사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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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근 한 달 정도 조너선 켈러먼의 스릴러(이제는 고전?)를 애독하고 있습니다만, 주인공이 박사 학위를 가진 (아동)심리학자입니다. 우리는 학위 소지자가 어떤 일반 상대로 개업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자주 보지 못하고, 연구기관이나 대학에 정교수 혹은 초빙 인사 자격으로 출강하는 패턴이 익숙할 뿐이죠. 이는 아직 한국의 산업 구조가 전문인 중심으로 고도화하지 못한 탓도 있고, 대학원에서 양성하는 석박사급 인력이 (이공계를 제외하곤) 그닥 현장의 실무에서 잘 통할 만큼 고급 레벨이 못 되는 이유도 솔직히 없다고는 못 합니다. 박사라면 그 나라 안 어디서도 앞다퉈 모셔 갈 고급 인력인데 왜 실업자로 놀아야 하겠습니까.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간다"는 말이 있듯, 설령 누가 앞장서 모셔 가지 않는다 해도 자신이 그간 받은 수련의 내공을 발휘하여 뭔들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책 저자 브루스 펠티에 박사는 마치 저 켈러먼의 스릴러에 등장하는 주인공 델라웨어처럼, 현장에서 직접 뛰며 기업의 실무에 도움을 주기도 하는 이른바 "자격증 소지 심리학자"입니다(물론 델라웨어는 아동 상담 쪽이 전공이며, 경찰 쪽 컨설턴트로 범죄 해결이라든가 법정 증언 조력에 특화된 인력이지만 여튼 학위와 생업이 직결된다는 점은 공통이죠). 한국도 물론 국가자격증, 민간 자격증 등 해서 다양한 공인 시스템이 운영되지만, 이 시험이라는 게 상당수는 "청년 실업 구제책"으로 운용되는지라 그 수준이 그리 높지 않고, 따라서 자격증 자체의 사회적 평가 저하를 부르는 게 안타깝지만 또한 사실입니다. 미국은 자격증 발급 제도도 엄격하지만, 직업인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경력"의 내실에 주안이 놓입니다. 한국에서 이런 풍토가 정착하려면 먼저 사회적 신뢰가 쌓여야 하는데, 최근 취업 관련 각종 비리가 터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아직은 너무도 갈 길이 먼 현실이라 하겠습니다.

한국과는 풍토가 꽤나 달라서, 저자께서 당연하다는 듯 전제하는 산업계의 여러 상황이, 우리 독자들에게는 "대체 무슨 말씀이지?" 하고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건 비단 이 책만의 문제는 아니고, 모든 번역서가 어느 정도는 공통적으로 안는 문제입니다. 역자진에 여러 학자들, 혹은 현업 CEO라든가 연구원, 전문가들이 참여한 모습도 독특합니다. 보통 한 분이 통째로 번역을 맡곤 하는데, 책이 "코칭 심리학 대중서"치고는 좀 분량이 많은 편이긴 해도 여튼 좀 이례적이긴 합니다. 여튼 이런 많은 전문가들이 번역에 참여하신 덕분에, 한 분이 놓친 포인트를 다른 분이 보완한다고 할까, 책이 입체적으로 더 잘 조명되는 것 같아 저는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독자에게 낯선 미국만의 선진 풍토가 사실 한둘이 아니지만, 무엇보다 "심리학자가 대체 어떻게 경영자를 코칭한다는 말인가? 대학에서 연구만 하거나, 일반 개인을 상대로 조언하는 직종이 경영에 대해 어떤 유익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당연히 들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전혀 무관해 보이는 두 직역이 콜라보(심리학이 경영학에 종속되는 게 아니라, 대등한 자격의 결합입니다)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기존 구조의 심각한 결함을 수정, 개선하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강조받곤 하는 "혁신"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잡스도 "혁신은 연결과 결합에 그 본질이 있다"고 했죠.

사실 저는 잡스 같은 이가, 생전에 저지른 실패와 과오가 꽤 많기 때문에, 어찌보면 "개인 휴대 모바일 디바이스" 하나만 붙들고 기다리다 결국 대박을 친 케이스라고 봅니다. 전체 생애를 놓고 보면 결코 효율적인 인생이 아니었으며, 진짜 혁신은 비록 요란한 티는 안 날망정, 들인 비용과 거두는 성과가 이처럼 가성비를 이루는 잔잔한 혁신이, 개인 차원에선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세계를 제패하고서 정작 그 과실을 누려 보지도 못한 채 조기에 운명하면 다 무슨 소용입니까. 여태 거친 실패가 많았기에 중병도 그렇게 드는 거죠. 빌 게이츠가 어디 건강 안 좋단 소문 있는지 찾아 보십시오. 그렇다고 잡스가 무슨 위대한 이타주의, 박애주의자도 아니고 철저한 사업가일 뿐인데 말입니다.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는 빌 게이츠의 혁신이 아니었다면 그리 빨리 등장하지는 못했겠으나, 스마트폰 같은 건 잡스가 그 길목에서 정녕 일생을 두고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공이 되었을 뿐 조만간 언제 나왔어도 나왔을 작품입니다.

서론과 1장에서는 저자께서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뭔지 그 내역을 밝힙니다. 우리 독자들은 여전히 "아니, 심리학과 경영학이 대체 뭔 상관..." 정도의 인식에 머무는데, 미국에서도 사실 기업 코칭은 회계사들의 전유 영역이지 심리학자가 나설 섹터라는 인식이 그리 광범위하진 않습니다. 이 점 관련해서 저는 하나 아쉬운 게, 1990년대에만 해도 특히 명문대, 상위권 대학의 경우 심리학과 커트라인이 아주 높았습니다. 졸업 후 그만큼 응용 분야가 넓어 유망했다거나, 최소한 유망하리라는 기대가 있어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겠지요(미국에서 그 당시 진행되던 양상을 보고 국내 학부모들이 그런 전망을 가졌을 겁니다, 아마도요).



그런데 20여년이 흐른 지금은 어떻습니까? 심리학자가 기업에서 유용한 인적 자원으로 지목될 만큼 성숙한 산업 구조는 아직 요원합니다. 이는 비단 심리학 전공자에 한정된 이슈가 아니라, 하나의 지표 식물처럼 타 분야 전공자의 진로까지도 어느 정도 시사하는 겁니다. 사람이 한 가지 음식에 의존해서 영양을 섭취하는 것과,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게 서로 건강에 큰 차이가 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기업은 이공계 졸업자들을 그나마 단기간에만 소모품처럼 쓰다 버리는 전근대적 패턴을 아직 못 벗어난 거죠. 물론 "공밀레"라는 유행어가 말해 주듯 이공계 출신들 역시 후진적 사회 구조의 희생양입니다. 준 전문직으로서 기술과 지식의 유효기간이 끝난 후에도(유독 그들은 유효기간이 짧습니다) 지속적으로 지식 기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야 하는데(선진국은 이렇습니다), 마치 인도의 일부 단기 속성 공대처럼 마구 지식을 머리에 쑤셔 넣고 졸속으로 졸업해선 십 몇 년 쓰이다가 결국 버려지는 거죠. 물론 자기 하기 나름인 면도 있어서, 애초에 학부에서 부실하게 공부하고 졸업장만 간신히 딴 인력은 남탓 사회탓 기업탓 할 자격도 없습니다. 일류 엔지니어(머리도 좋고 학창시절 공부도 열심히 한)는 기업에서 우대 받을 뿐 아니라, 졸업 후에도 여러 곳에서 모셔 가려 듭니다.

심리학은 제가 교양으로도 이수하지 않았지만, 대신 경영학에서 워낙 원천적 기여를 많이 받아 챙긴 학문이기 때문에(조직론과 인사관리, 마케팅이론에서 심리학 팩터를 빼면 과연 뭐가 남겠습니까?), 알고보면 심리학은 경영학의 오늘을 만든 먼 조부모와도 같습니다(경영학은 여러 다른 순수학문 분야로부터 기여를 받고 큰 영역이지만, 제 생각으로는 경제학보다 심리학에 빚진 바가 더 크다고 봅니다). 특히 책은 제3장에서 CEO의 심리를 분석합니다. 성공하는 경영자이건 그렇지 못한 이건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게 심리학의 대 전제이겠습니다. 이 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SWOT 패러다임으로 경영자 앞에 제시하여 자신의 행동 패턴 기제를 해부하는 게 바로 심리학자의 코칭 수단입니다. 물론 기업인은 심리학자뿐 아니라, 회계사에게서도 전통적 방식의 조언을 받아 실물적 내실을 기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회계사가 외과라면 심리학자는 내과 담당이며, 보다 바람직한 패턴이라면 "만능이어야 하는 CEO"의 숙명상 이들에 마냥 기댈 게 아니라 기본적인 원리는 자신이 체질적으로 흡수를 해 버려야 합니다. 그럼 이들은 뭘 먹고 사느냐? 역시 전공을 심화해서 CEO(비전공자)가 도저히 못 내다볼 부분을 또 연구해서 팔아먹어야죠. 지식 하나로 일생을 먹고살 생각이라면 봉이 김선달 심뽀입니다. 요즘 세상에 가능하질 않습니다.

분량이 꽤 방대합니다. 편제는 정말 학부 수준 심리학 교과서처럼 갖춘 모습이고, 원론의 간단한(재미있기도 한) 소개 뒤에, 경영 현장에의 응용 방식을 풀어 놓는 식입니다. 학자 출신의 저서답게 뒤에 참고도서 목록이 있는 점도 좋으나, 현장에서의 수요라면 저는 이 책 한 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첫째 정말 심리학 전공 출신으로서 기업 코칭(자리만 잡으면 정말 돈이 되지 않겠습니까?)에 관심 있는 분들, 반대로, 그런 이들 도움 없이 나 혼자 힘으로 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싶은 CEO들이 읽으면 또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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