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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함에 대하여 | 기본 카테고리 2020-09-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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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안함에 대하여

홍세화 저
한겨레출판 | 2020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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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오지심(羞惡之心)은 맹자의 사단설(四端說) 중 하나이다.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을 뜻하는 수오지심은 의(義)의 덕을 뜻한다. 올바름에서 벗어난 것을 미워하는 마음과 여전히 충분한 의(義)를 행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에서 써 내려간 홍세화의 사회비평 에세이 『미안함에 대하여』는 우리 세대의 지식인이 지닌 수오지심(羞惡之心)에 대한 이야기이다.

1부 「인간의 몸은 평등한가」에서 언급된 “선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악을 키운다”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이다. 무관심은 좌우로 치우치지 않은 중도의 자세, 혹은 무기력의 태도가 아니라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매우 활동적이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무관심은 무엇보다도 추악한 권력의 남용과 탈선을 허용해주기 때문이다.”

1부 「인간의 몸은 평등한가」는 대기업과 조직에 의해 희생된 개인들의 삶에 대한 부당함과 이를 관조적으로만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부끄러움이 들어있다. 혹은 잠시라도 “민주화”라는 활동에 몸담았다는 이유만으로 “도덕적 완장”을 차고 있는 이들에 대한 경고 역시 신랄하다.

2부 「한 사람이라도 자유롭지 못하다면」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비판이다. 성소수자, 난민, 지역감정, 심지어는 왼손잡이에 이르기까지 소수자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혐오는 사라지지 않는다. “혐오는 감정이기 때문에 합리성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저자의 말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혐오의 정치학을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예견케 한다. “세상에는 스스로 인종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주 드물지만 인종주의적 언행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에 한번더 좌절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주주의란 본래 소란스러운 것”이라는 저자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면 조금은 늘어난 인내심과 너그러워진 마음으로 혐오에 대처하고 이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보기도 한다.

3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어느 세대에서나 가장 관심가질 수 밖에 없는 교육에 대한 화두를 다룬다. 교사에게는 고객이 되어버린 학생과 학부모의 의미를 짚어보고 정답만을 주입한 교육이 지금 우리 사회에 초래한 문제들을 확인한다. 사유하지 않고 회의하지 않으니 “내”가 사라진 교육은 공허할 뿐이다. “내가 없이 인간과 사회에 관한 학문이 가능한 곳은 전체주의 사회 뿐”이라는 저자의 말에서 전체 속에서 개인을 인지해버렸기에 조직으로부터 버려질 수 밖에 없었던 헬름홀츠 왓슨이 살던 『멋진 신세계』를 떠올렸다.

4부 「가슴엔 불가능한 꿈을 안고」는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을 좀더 나은 곳으로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챕터이다. 폭염이 지속되던 2016년, 아파트와 사무실의 내부열기를 에어컨 실외기를 통해 바깥으로 내뿜던 속에서 “사적 공간의 쾌적함이 태양의 열기로 가득한 공적 공간을 더욱찜통 지옥으로 만든다”는 성찰은 개인으로서뿐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과 의무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5장 「갈 길이 멀더라도」에서는 신자유주의가 팽배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작든 크든 우리 모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우리가 계속해서 방관자로서의 역할만을 고집하면 어떤 비극이 닥쳐올지에 대해 경고한다.

이 책의 마지막 글에서 언급된 역사 공부를 하는 이유는 "부끄러움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에서 과연 우리는 부끄러움을 느낄 만큼의 성숙과 성찰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과 반성이 들었다.

모든 변화는 어렵고 모든 의미 있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가는 길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려운 길이므로 우리가 가야 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에 나 역시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이 시대의 한 일원으로서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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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쓸모 | 기본 카테고리 2020-09-2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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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예술의 쓸모

강은진 저
다산초당 | 2020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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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꼭 필요하다고 하는데 쓸모 없어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도대체 이건 왜 배우나?"하는 것들이 참 많기도 했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문학과 더 많은 간접경험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소설이 그렇다. 역사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오죽 많으면 큰별 최태성 선생님이 "역사의 쓸모"를 설파하기 위한 책을 다 썼을까.

 

하지만 반평생 정도 살고 보니 그동안 쓸모 없어 보이던 것들이 오히려 삶의 진실을 깨우치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예술"처럼 말이다.

 

이 책 예술의 쓸모는 그동안 우리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경시하거나 삶의 여유를 가진 사람들만이 누리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예술이라는 분야가 우리의 삶에 어떤 쓸모를 가지는가를 이야기해준다.

 

예술은 우리의 정신과 영혼을 영역을 확장시켜준다. 예를 들면 마음을 울리는 그림 한편을 통해 위안을 받거나 타인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또는 창조성과 통찰력과 같은 힘을 길러 주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1'우리가 예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듯 예술과 현실이 실용성이 맞닿아 있는 지점을 지루한 설명이 아닌 작품 하나하나를 통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위로해주는 미술 작품으로는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새우는 사람들>을 소개하거나

 

창조성이란 선대의 관념을 뛰어넘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에 얽힌 이야기의 소개로 풀어나간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챕터는 정신의 고양을 이야기해주는 1'우리가 예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5'예술이 가르쳐준 삶의 자세'보다는 2'시대를 매혹한 스마트한 전략가들'3'예술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이다. 2부와 3부는 마치 자기계발서나 경영관련 서적에서나 다룰 법한 이야기를 예술작품에 대한 설명과 거기에 얽힌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특히 2부에서 소개되는 시대정신을 제대로 파악하여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분석하여 작품을 만들어낸 호가스의 풍속화가 흥미롭다. 어느 시대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늘 큰 힘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미술가인 카라바조의 이야기가 소개된 '독보적 가치로 승부하라' 역시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방탕한 삶을 살았지만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 회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해 낸 카라바조의 매력을 후세 뿐 아니라 당대에서까지 왜 거부할 수 없는지를 그의 독특한 가치에서 찾아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다는 고흐의 그림에서 시작하는 예술의 브랜드화의 구체적 예시를 보여주는 3부는 우리의 현실과 가장 닿아있다. 캐릭터를 팔아 사후에서 나마 마케팅의 기적을 만들어낸 고흐와

 

예술학교 낙제생이었지만 파리에서만큼은 최고의 성공을 거둔 알폰소 무하,


그리고 인적 네트워트로 인상주의라는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모네의 드림팀 이야기까지

 

어쩌면 가장 효율성과 쓸모 만을 따지는 경제·경영의 분야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예술은 이제 더이상 특별한 사람들만이 즐기는 제한적인 취향의 분야가 아니다. 오히려 삶의 통찰력을 부여하고 시대를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전략을 알려주는 삶의 든든한 힘을 전달해주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해내는 것으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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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노래 | 기본 카테고리 2020-09-06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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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상의 노래

이승우 저
민음사 | 2020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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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지상의 노래』 속 각 등장인물의 이야기는 천산 벽서로 매개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산사람들에 의해 수도원 지하에 쓰여진 벽서는 처음 발견한 강영호로부터 후와 안종효의 인생에 이르기까지 등나무처럼 얽혀있다.

연희와 박중위, 그리고 후로 연결된 사랑과 죄의 이야기는 성경의 압살롬과 다말, 그리고 암논의 이야기를 통해 후에게 깨달음은 준다. 성경은 곧 거울이라는 형제의 말에서 후는 자신의 행동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왜?'에 대한 답을 찾는다.

하지만 인생의 또 다른 만남 후에 자신을 압살롬이라 여겼던 후가 자신은 오히려 암논에 더 가까운 욕망을 지닌 자였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은 왠지 비극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적어도 거울처럼 닮아 있는 박중위와 암논의 열정을 사랑이라 표현한 작가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논리에 맞게 생각하고 논리에 따라 말하는 사랑은 아직 사랑하지 않거나 이제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작가의 말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이를 용납하는 순간 세상의 폭력을 품은 열정마저 사랑이라 명명해버리는 폭력이 되어버릴 것만 같아 쉽사리 동의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의 마지막을 읽고 나면 가장 책의 가장 첫 장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어떤 우연한 경로도 다른 경로보다 더 우연하거나 덜 우연하다고 말할 수 없'기에 '어떤 우연도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은 후가 살아온 인생은 그가 욕망했던 것으로부터 비롯된 운명이라는 예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결과는 동기에 의존하지만 동기는 결과는 제어하지 못한다'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한 관조적인 표현은 복잡하고 어려운 삶의 인과 관계를 풀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단언한다. 어쩌면 신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바라보는 작가의 연민 어린 시선인 것 같아 마음이 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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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게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 기본 카테고리 2020-08-24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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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김인숙 저
지식과감성# | 2020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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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치유의 글쓰기'라는 수업을 수강 중이다. 첫 시간에 강사님은 이 수업의 목표는 글쓰기가 아닌 치유에 있다고 말씀하셨다. 예고한것처럼 수업은 유년시절의 기억부터 지금 내 주변의 소소한 일상까지 간단하게 발표하고 글로 작성하여 정리해 봄으로써 현재의 나를 뒤돌아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치유의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한동안 잊고 있던 어릴적 기억들을 많이 떠올렸다. 늘 주변 가까이에 있어서 한번도 유심히 바라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좀더 길게 생각했다. 나에 대해 생소했던 부분들을 깨우쳐 가는 느낌이 뭔가 서걱거렸다. 어색했지만 나쁘지 않았고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때 만난 책이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이다.

사회가 복잡해진 탓인지, 먹고 살기 팍팍해진 탓인지 유독 요새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신에 대해 특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 말이다. 물론 타인으로부터 상처 받는 일도 허다하겠지만 자신에게 받은 상처는 원망이나 이해 없이 그저 상처를 떠 안고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의 저자는 상처를 인지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상처를 감싸 안는 최선의 방법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글쓰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을 굳이 글로 써야 하는가 의문을 가진 이들이 많다. 저자에 따르면 글쓰기의 가장 큰 힘은 쓰기의 행위가 생각으로 이어지고 생각이 다시 쓰기로 이어져 글과 생각의 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글도 생각도 정리가 된다. 그러므로 글쓰기는 결국 나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러한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도 몇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일단 써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써야 한다. 완벽한 모습의 내가 아니라 융통성 있는 내 모습을 인정해야 글 속에 나를 더 많이 담을 수 있다. 사소한 것부터 나 자신을 위로하며 쓰면 더 좋다. 내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글을 쓰라는 말과 상처를 치유하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분이다. 결국 솔직하게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쓰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기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양서를 꾸준히 읽는 것만 해도 막상 시도해보면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놀라운 일은 이러한 수고로운 책읽기조차도 글쓰기와 비교하면 상당히 수동적인 활동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글쓰기란 읽기보다도 더욱 자주적이며 능동적인 활동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수고로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댓가와 가치를 동반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변하고 싶다면 능동적인 글쓰기에 참여하는 것이 맞다. 더욱이 치유와 성장의 변화를 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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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배우는 시간 | 기본 카테고리 2020-08-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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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죽음을 배우는 시간

김현아 저
창비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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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은 많다. 죽음이라는 것은 유한한 삶을 영위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든 겪어야 하는 것이기에 삶의 기간 동안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된다. 권력과 부의 소유와 관계없이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것이기에 오히려 권력자와 가진자는 더욱 죽음을 두려워했다. 파라오 혹은 진시황처럼 말이다.

최첨단 과학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지금의 인류는 역사상 그 어느 때 보다도 가장 긴 평균 수명을 자랑한다. 하지만 인류는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사유할 시간을 제대로 가지지 못한 채, 준비없이 수명 연장이라는 감당할 수 없는 혜택을 받았다. 인류의 수명은 의료의 발달로 인해 기적적으로 연장되었을지언정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책의 부록처럼 주어진 삶의 시간은 이제 우리에게 양이 아닌 질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삶의 연장으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되는 딜레마는 삶의 질이 아니라 죽음의 질을 고민하게 한다.

이 책 '죽음을 배우는 시간'의 저자는 무병장수란 헛된 꿈이라고 이야기한다. 한없이 연장된 수명과는 별개로 인류는 더 오랜 시간동안 고통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장수를 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의사라는 직업인으로서 30년 넘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던 저자는 죽음의 객관적인 모습을 책에서 보여준다. 특히 3장 죽음 비즈니스에서는 연명의료결정법으로 인해 죽음을 직면한 순간 당사자와 주변인에게 벌어지는 일, 중환자실에서의 현실과 실태, 법과 의료시스템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벌어지는 아이러니를 낱낱이 소개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저자가 이 책' 죽음을 배우는 시간'을 통해서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수명연장이라는 딜레마를 가져온 연명의료 속에서 보여지는 죽음의 민낯이다. 연명의료가 실제 죽음의 질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명의료결정법을 어떻게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우리가 자기 결정을 하기 힘든 순간이 오기 전에 어떻게 죽음을 준비를 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연명의료시스템의 명암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바람직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죽음이 있기에 삶도 있는 것이고 죽음과 삶은 결국 같은 것'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죽음 역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면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가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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