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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 일본 근대의 4가지 키워드 | 歷史 2021-03-03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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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본 근대는 무엇인가

미타니 타이치로 저/송병권,오미정 역
평사리 | 2020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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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대는 무엇인가>는

 

이 책은 금융시스템과 중앙은행 이론에 대한 최초의 이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월터 바지호트(Walter Bagehot, 1826~1877)의 관점에서 일본의 근대를 바라보는 일본 근대정치 입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본 근대에 대한 교양서를 기대하는 독자보다 좀더 다양한 관점에서 일본 근대 정치에 대해 심화 학습을 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정당정치

 

19세기 말 월터 바지호트는 <자연학과 정치학>에서 “ ‘관습의 지배’에서 ‘토의에 의한 통치’로 정치의 형태가 이행하는 것, 이것이 근대” [p. 73]라고 주장했다. 우선 ‘토의에 의한 통치’라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모호하다.

자, 따져보자.

의회제와 정당정치가 이식된 것 만으로 ‘토의에 의한 통치’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애기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일본의 근대는 언제 시작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까? 메이지 유신이 아닌 정당정치가 시작된 ‘타이쇼(大正) 데모크라시’ 시기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볼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2차 대전 이전의 정당정치는 “1924년 중의원 총선거가 실시된 결과, 중의원에서 다수파를 형성한 3파 연립내각인 카토 타카아키[加藤高明, 1860~1926] 내각이 성립한 이후부터 1932년 5.15 사건으로 이누카이 츠요시[犬養毅, 1855~1932]의 정우회(政友會) 내각이 붕괴하기까지, 타이쇼 후반에서 쇼와 초엽에 걸쳐 약 8년간 전개” [p. 43]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일본의 근대도 그 기간만 존재했다고 말해야 할까?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일은 저자가, 전근대에 속하는 조선 후기에서 ‘경영형 부농’을 찾아 자생적 ‘자본주의 맹아(萌芽)’를 주장한 김용섭(金容燮, 1931~2020)처럼, 일본의 전근대에서 근대의 맹아를 찾았다는 점이다. 저자가 발견한 근대의 맹아는 에도[江戶] 막부의 ‘권력 억제 균형 시스템’이다. 동시에 저자는 막부 체제를 무너뜨린 번벌정치(藩閥政治)가 실질적인 정당정치의 출현을 가져왔고, 나아가 본격적인 입헌정치로의 이행을 끌어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이 모순되어 보이기에 더 납득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오히려 번벌정치가 ‘토의에 의한 통치[근대]’를 정지시킨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저자의 주장을 근대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조선시대의 ‘당쟁’ 혹은 ‘붕당 정치’도 ‘토의에 의한 통치’의 싹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자본주의

 

두산백과사전에 의하면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제에 바탕을 두고 이윤 획득을 위해 상품의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경제체제”라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체제를 먼저 도입한 국가와 나중에 수용한 국가간에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후발 주자들이 선진 자본주의 열강의 경제적 지배에 빠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일본의 경우는 내무성(內務省)을 추진기관으로 하는 국가 주도의 자본주의 체제를 수립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자립적 자본주의’ 체제로 이러한 자본주의 체제 수용은 유럽적 국민국가 형성을 위한 수단이었다.

그렇다면 일본이 택한 소위 ‘자립적 자본주의’는 어떤 것일까?

이 자립적 자본주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정부 주도 ‘식산흥업’ 정책의 시행, ② 외자 도입에 대한 소극적 자세와 지조(地租) 개정을 통한 안정도 높은 세입[국가자본의 원천] 확보, ③ 양질의 노동력을 산출하는 의무교육제도의 확립, ④ 자본 축적을 방해하는 대외전쟁의 회피가 필요하다.

 

이렇게 성립된 일본의 ‘자립적 자본주의’는 청일전쟁 이후 외채에 의존하는 ‘국제적 자본주의’로 점차 이행하기 시작했지만 금본위제의 붕괴와 국제적 자본주의를 이끌었던 이노우에 준노스케[井上準之助, 1869~1932]의 암살로 막을 내렸다. 이는 월터 바지호트가 ‘토의에 의한 통치’의 추진력 중 하나로 거론한 자유 ‘무역’이 일본에서 내뱉은 단말마(斷末魔)이기도 하다.

 

 

식민지

 

영국 등 선진 식민제국은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비공식 제국’을 지향했다. 즉, 최혜국 조항으로 대표되는 불평등 조약을 무기로 하는 ‘자유무역 제국주의’ 정책을 펼쳤다는 것이다. 반면 후발 주자에 속하는 일본은 러일전쟁 승리 이전까지 선진 식민제국의 이너 서클에 합류할 자격이 없었고, 또 “일본의 식민지제국 구상이 경제적 이익에 관심을 두기보다 군사적 안전 보장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유럽의 식민지가 본국과 인접하지 않는 원격지에 조성되었던 것에 비해, 식민지제국 일본의 팽창은 본국의 국경선이 곧바로 연결된 남방 및 북방 지역의 공간적 확대” [pp. 174~175]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본은 ‘공식 제국’을 지향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탈(脫)제국주의 시대가 전개되면서 일본은 “제국주의의 유산을 탈제국주의 시대에 적합한 형태로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p. 216]라는 문제에 부딪혀야 했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일본은 ‘군축조약’과 ‘금본위제’로 대표되는 보편주의적 국제주의에서 벗어나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이라는 ‘국제적 지역주의’를 선택했다.

 

 

천황제

 

후쿠다 츠네아리[福田恒存, 1912~1994]이 “유럽의 근대는 종교개혁을 매개로 유럽 중세로부터 ‘신(神)’을 계승했지만, 일본 근대는 메이지 유신 전후의 ‘폐불훼석(廢佛毁釋)’ 정책과 운동으로 상징되듯이, 전근대로부터 ‘신’을 계승하지 않았습니다.” [p. 246]라고 했듯이 일본에는 유럽 문명의 기독교처럼 국가체제의 기초로서 역할을 하는 종교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메이지 정부를 탄생시킨 정치지도자들은 그 역할을 기독교의 기능주의적 등가물로 판단된 천황제에 맡기게 되어 정교(政敎)가 결합한 근대 천황제가 성립되었다. 즉, 교육칙어를 통해 천황이 신격화되었고, 동시에 천황은 일반 국민의 공공적 가치체계를 표현하는 ‘시민종교(civil religion)’의 원천이 된 셈이다.

 

이처럼 일본의 근대는 서양의 근대를 내용적 측면이 아니라 형식적 측면에서 수용, 변형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한국의 동도서기(東道西器), 중국의 중체서용(中體西用)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일본 근대에 대해 파악하려면, 월터 바지호트의 ‘근대’에 대한 기준을 적용하는 <일본 근대는 무엇인가>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어 아쉽다. 좀더 다양하고 명확한 ‘근대’에 대한 기준에 대한 갈증이 차오른다.

 

 

* 이 리뷰는 도서출판 평사리로부터 받은 책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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