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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 저/정문주 역
더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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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에서 무너지다

 

다루마리[Talmary] 빵집이 예상 못한 성공을 거두는 가운데 와타나베 이타루[남편]는 갑자기 맥주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꽂혀 야생의 균만으로 발효시키는 맥주 사업을 신규로 계획했다. 문제는 이 무렵 무리해서 들인 롤 제분기로 인해 다루마리 빵집에 쥐들이 바글바글 들끓고, 이에 따른 진드기들의 습격으로 가게 2층에 거주하던 부부가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수면부족으로 인한 짜증으로 와타나베 마리코[아내]가 직원들을 심하게 꾸짖는 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가게의 직원 4명 모두가 사직의사를 표시했다.

 

2014년, <시골빵집>이 출간된 지 딱 일 년이 지났을 무렵 다루마리는 인기절정의 전성기를 누렸다. 책은 일본에서도 예상외의 판매 부수를 기록했지만 신기하게도 한국어 번역판이 베스트셀러로 급부상하며 빵집에 국내외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그런데다 그 해 10월 5일, 후지TV의 <신보도 2001>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다루마리를 다룬 특집 방송을 내보내자 빵집 앞은 이른 아침부터 빵을 사려는 이들로 연일 장사진을 이루었다. 가게 문을 연 지 두 시간이면 모든 빵이 동나는 희한한 일이 날마다 벌어졌다.

~ 중략~

그때 우리 부부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있었다. 후지TV 의 방송이 나가기 일주일 전 제빵팀 핵심 직원이 그만두겠다고 폭탄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만두겠습니다. 전 그냥 즐겁게 살고 싶어요.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수련’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즐겁게 빵을 만들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해 당시 나는 원리주의적이고 금욕적인 자세로 최고의 빵을 만들려 했고 직원들에게도 그런 생각을 강요했다. 자연 재배(무비료, 무농약)한 재료가 아니면 빵에 넣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온몸이 굳어 있었고, 제조 과정에서도 세세한 데 집착하면서 ‘이런 게 장인 정신이다!’라고 고집을 꺾지 않았다. [pp. 18~19]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나는 이 가게가 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신선한, 그리고 자연 재배한 재료로 빵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위생관리를 한다면 의미가 없지 않을까? 차라리 자본주의의 세례를 듬뿍 받은, 대량생산 체제에서 생산된 위생적인 빵을 먹는 것이 낫지 않을까?

 

 

지즈초, 새로운 시작을 하다

 

폐업을 생각하다가 와타나베 부부는 아내 마리코가 원하던 자연체험형 보육원인 ‘통나무숲 유치원’이 있는 곳으로 2015년 이사를 간다. 전작(前作)인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무대인 동일본의 오카야마[岡山] 현(縣) 마니와[眞庭] 시(市)에서 서일본의 돗토리[鳥取] 현(縣) 지즈[智頭] 초[町]로 옮긴 것이다. 가게 이전에 있어서 적극적이고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해준 지즈초사무소 기획과 공무원들을 비롯한 지즈초 사람들의 열성적인 지원 덕일까? 이곳에서 부부는 계획만 했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천연 효모를 통한 수제 맥주 제조였다.

 

상업적으로 발효식품을 만들 때는 보통 순수 배양한 이스트 균을 사서 쓴다. 하지만 와타나베 부부는 야생의 균(효모, 유산균, 누룩균)만 사용해서 빵을 발효시킨다고 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 차례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하기로 저자들은 ‘균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

 

어느 때처럼 찐 쌀을 죽통에 넣어 빵 공방에 늘어놓고 누룩균이 내려앉기를 기다리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며칠 기다리면 찐 쌀에 녹색 곰팡이가 슬어 ‘옳거니, 됐다!’ 싶다가도 결국 검은 곰팡이나 붉은 곰팡이로 뒤덮이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특정 시기에는 검은 곰팡이가 내려앉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 원인을 찾다 보니 빵 공방의 외부 환경, 그러니까 산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원인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p. 52]

 

회색 곰팡이는 8월 중순쯤에 생긴다. 아무래도 최대 명절인 ‘오본[お盆]’ 연휴 기간이라 방문객의 자동차 배기가스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또 검은 곰팡이는 농약을 공중 살포한 뒤 생긴다. 이 지역 논에는 여름에 두 번 정도 헬리콥터로 농약을 살포한다. 그전까지 녹색 누룩균이 잘 앉다가도 농약을 공중 살포한 뒤 열흘 정도는 여지없이 검은 곰팡이가 피는 것을 확인했다.

~ 중략 ~

문제는 푸른곰팡이다. 미신에 가까운 궤변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푸른곰팡이는 대체로 일하는 사람의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다루마리발 도시 괴담’이라 해도 좋을 일화가 있다. 다름 아니라 다루마리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직원이 있으면 누룩균이 아니라 푸른곰팡이가 폈다는 사실이다.

9월 초에 푸른곰팡이가 대량 발생해 누룩균 채취에 실패한 적이 있는데 한 직원이 가을에 사표를 냈다. 그제야 짚어보니 ‘아, 바로 그때 그만두려고 마음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즈초로 이전한 뒤 누룩 채취에 실패한 해에 있었던 일이다. [pp. 58~59]

 

 

획일적인 맛 대신 다양한 맛

 

1901년 맥주세가 신설된 후 중소업자들이 차례로 문을 닫고 맥주업계는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再編)되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재정 수입을 위해 신설된 세금 때문에 맥주업계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실현하는 장(場)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맥주 맛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생겼다. 저자는 여기에 도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절대적으로 ‘맛있다’고 오해하는 근거는 그것이 많이 팔린다는 정량적 지표다. 다시 말해 대기업이 대량 생산하고 시장에서 대량 소비되는 맛에 ‘맛있다’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이는 결국 폐쇄적인 시장 시스템을 유지하고 가치관을 획일화하는 행위에 가담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최종적으로 세상이 하나의 답만 추구하게 되고, 소규모로 독자적인 무언가를 생산하는 사람이 살아남기 어려워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양성을 보장하려면 가장 약한 자가 살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면 된다. 나는 맥주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사회에 다양성을 낳고 나아가 맥주 시장의 가치관을 넓히고 싶다. 그래서 내 목적은 ‘맛있는’ 것, ‘멋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과장하면 ‘맛없는’ 걸 만들면 어떤가 하는 게 내 생각이다.

~ 중략 ~

내 행위의 목적은 시장의 가치관을 넓히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폭넓게 인정하는 성공 사례에 따르지 않고,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이런 상품도 있구나!’하고 소비자가 놀랄 수 있는 제품, 시장에 다양성을 더하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pp. 115~116]

 

 

흑백논리를 배격하다

 

균은 합리성을 내세워 ‘좋은 균[유익균(有益菌)]’, ‘나쁜 균[유해균(有害菌)]’을 구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품는다. 저자들은 이런 균의 세계를 보고, 균의 소리를 들으면서 양자택일의 흑백논리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어떻게 보면 도교(道敎)-황로술(黃老術) 계열의 사상이라고 볼 수 있는 이러한 저항하고 도전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우리는 최대한 많은 사람, 많은 생명체가 행복해져야 나도 행복해진다는 자연계의 논리를 이해해야 한다. 이를 분명히 인식하려면 자연계가 늘 역동적이라는 사실을 매일 실감해야 한다. 그렇다고 꼭 나 같은 장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도 역동적인 자연의 움직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생산, 제조 행위가 정적일 때는 각각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혀 분명한 논리 속에서 도움이 되는 것과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구분하게 된다. 그리고 불안정한 요소는 합리적 판단을 내세워 배제한다. 그런데 도움이 안 되는 건 필요 없다는 생각은 우리를 과학적으로 ‘좋은 균’만 이용하고 ‘나쁜 균’은 살균, 멸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 같은 합리적 사고에서 탄생한 논리가 사회에 물질적 풍요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논리 밖으로 버려진 불안정한 요소와 전통 기술이 모조리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처럼 역동적인 제조 행위로 역동적인 사고를 해야 인과관계 밖에 있는 기술이나 자연법칙을 재구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pp. 105~106]

 

 

나’다움으로 승부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가면을 하나씩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가면을 쓰고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이 바라는 삶 혹은 연기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물론 오랜 시간 그렇게 가면을 쓴 삶을 살다 보면 그것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삶은 허무할 수 밖에 없다. ‘나의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면을 쓰고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연기하면서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틀’에 가두게 된다. 그러면 주위 사람의 도움과 운, 자신의 상황 판단이 더해지면서 교묘하게 위기를 극복할 확률이 잠깐은 높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흉내나 요령으로 위기를 극복하면 당장은 행복할지 몰라도 언젠가는 괴로워진다. 가짜 틀과 진짜 자기 사이의 괴리감을 직시하기는 참으로 어렵지만, 그 순간을 극복하면 가면은 벗겨진다. 틀을 부수고 벗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 개성을 인식하고 성장할 수 있다. [p. 152]

 

잘난 사람만 ‘올바르게’ 대접받는다면 숨 막히는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만약 그런 세상이 있다면 잘난 사람에 대한 평가도 정량화되어 얼마나 잘났는지가 점수로 매겨지지 않을까? 그리 되면 나 같은 사람은 남 앞에 나서지도 못할 것이다.

나는 제빵을 배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과 재료를 만났고, 야생의 균이라는 엄청난 자연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노력했기에 비로소 ‘나다움’을 깨달았다.

작아도 좋으니 틀을 깨고 ‘자기답게’ 표현할 때 사람은 만족할 수 있다. 자기답게 표현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사회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열린 형태를 띨 것이다. 그런 사회에는 분명 틀을 깰 기회가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애초에 자신을 틀에 끼워 맞출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p. 159]

 

어느새 빵 장인에서 맥주 장인으로 바뀐 와타나베 이타루[남편]을 중심으로 빵과 맥주를 만들면 만들수록 지역 사회와 환경이 좋아지는 환경 보전형 지역 내 순환’을 꿈꾸던 부부는 카페 겸 숙박시설을 꾸미고, 목욕탕과 숙박시설 추진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들의 도전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 지 기대가 된다.

 

 

옥의 티

 

p. 19

사장님 생각하는 ⇒ 사장님께서 생각하는 혹은 사장님생각하는

 

 

*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도서출판 더숲’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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