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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8] 사람과 삶을 담는 공간으로서 건축 | 社會/環境 2022-09-2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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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람과 삶을 담는 공간 : 건축

권혜주 저
이다북스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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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삶을 담는 공간

 

흔히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기본적 요소로 의(衣), 식(食), 주(住) 세 가지를 거론한다. 그 중에서도 주(住)는 단순히 사람이 사는 공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김경환과 심우경은 2005년 추계학술논문 발표회에서

 

주거는 단순한 공간(space)이 아니라 문화 시스템으로서 물리적 환경을 토대로 형성되고 주거 집단이 머무르는 장소(place)의 역할을 수행하여 그 집단의 삶의 방식을 대변하며, 또 물리적 환경을 인위적으로 구성하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주거라는 그릇에 담겨 있는 우리의 삶은 결국 주거의 형식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1)

 

라고 말했다. 즉, 주거공간은 건축물이 아니라 그 공간에 거주하는 이들의 삶을 담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성공적인 도시의 근대화, 파리개조사업

 

유럽에서도 걷고 싶은 거리는 근대화가 낳은 산물이며, 우리가 자주 이야기하는 멋있는 거리는 파리의 고급스러운 입면을 가진 오스만 스타일 건물이 들어서 있는 대로변을 말한다. 이 대로변 건물의 저층부는 주로 상점과 카페 등이 들어가 있고, 사람들은 거리를 따라 다양한 상점을 구경하고, 카페 테라스의 의자에 앉아 행인들을 도시 환경의 일부로 인식한다. 하지만 파리에서도 대로의 뒤편으로 갈수록 저층부의 상점은 사라지고 주거만 집중된 매우 단조로운 분위기를 띤다. [pp. 18~19]

 

즉, 우리가 생각하는 걷고 싶은 거리는 나폴레옹 3세에 의해 파리 시장으로 임명된 조르주 외젠 오스만 남작(Baron Georges-Eugene Haussmann, 1809~1891)의 ‘파리 근대화’ 혹은 ‘파리 개조 사업’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름다운 파리, 넓은 파리, 청결한 파리”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70개의 대로(大路)를 뚫었고, 9개의 다리를 확장 혹은 신축했다. 뿐만 아니라 지상도로의 바로 밑에 지하도로를 설치, 상하수도 망을 재정비하고 가스와 전기 공급도 용이하게 만들었다. 나아가 20여 곳에 녹지를 조성해서 위생상태와 도심 생활환경도 크게 개선했다. 또한 급수대나 가로등 등 공공시설물에 실용적이면서도 심미적인 디자인을 적용하고, 입면 비례와 관련된 규칙을 대로와 접한 모든 건물에 적용하는 등 파리라는 도시에 일관된 미적 질서를 부여했다.

 

이렇게 파리 근대화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첫째, 산업화의 풍요를 바탕으로 중산층 부르주아들이 수익 창출 등을 위해 과거 귀족의 저택에서 사용되던 재료와 디자인을 자신들이 투자한 민간 임대주택에 적용했다.

둘째, 숙련된 장인들이 시공하던 마지막 시대였다.

셋째, 강력한 권력의 비호 아래 무지막지한 수용과 엄청난 속도의 대규모 개발이 묵인됐다.

 

어떻게 보면 서울의 도시 근대화와 유사하다. 하지만 두 도시의 근대화가 다른 점은 서울은 경제적 측면[경제개발]만 염두에 두었다면 파리는 미적인 요소도 고려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도시 근대화 당시 두 도시에 살던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서로 달랐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서울이 지금과 같은 서울이 된 것은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따른 결과다. 유럽의 도시와 같은 명칭을 사용한다고 해도 결국 우리나라의 도시 공간은 다른 색깔과 모습으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도시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가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점은 도시와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밀접한지 알려주는 중요한 지점이다. [p. 24]

 

 

공공임대주택의 등장, 소셜하우징

 

주거 문제는 오랫동안 개인의 문제, 즉 사적 영역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프랑스와 프로이센 간의 전쟁[보불(普佛)전쟁, 1870~1871]을 겪으면서 일자리 부족과 징집 등으로 인한 집세 미지불과 이로 인한 퇴거 조치를 둘러싸고 세입자와 임대인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이로 인해

 

19세기 후반부터 주거 문제가 국가의 개입이 필요한 공적 영역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프랑스 정부는 가장 취약한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한 소셜 하우징, 즉 공공임대주택을 제안하기 시작한다. [p. 69]

 

한때 성공적인 대안으로 보였던 소셜 하우징은 1960~70년대 국내 노동력의 부족으로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이면서 저소득층 이민자 가정의 주거지라는 이미지가 고착됐다. 이로 인해 공공임대주택은 유대인을 강제 격리한 주거지인 게토(ghetto)로 변하기 시작했다.

 

사실 모두가 집주인이 될 수 없다면 임대주택, 보다 정확하게는 영구임대주택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대안이 성립하려면, 임대주택에 산다고 해서 사회적 편견과 차별 대상이 되지 않는, 성숙한 사회적 인식이 전제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임대주택을 지어도 모두 ‘또 하나의 게토’가 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사람과 삶을 담는 공간, 건축>에서

 

소셜 하우징은 사회적 영역에서 그 사회에 속한 개인에게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해주려는 시도다. 이 거대화된 사회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주거를 완벽하게 책임지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 열거한 시도들을 따라가면 과거로부터 수많은 시도가 비록 불완전해 보일지라도 한 단계씩 진화한 형태의 소셜 하우징으로 계속 발전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이상이 미래의 어떤 순간에는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때문에 그 이상이 지금은 실패한 것처럼 보여도 그 시도가 영원한 실패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p. 84]

 

라고 소셜 하우징에 대해 긍정적으로 얘기한다. 여기에 더해 한 도시의 모습을 결정하는데 있어 중산층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한다.

 

중산층이 다시 저층 주거지로 돌아와서 조성하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저층 주거지는 사실 매력적인 공간이 많다. 주차 문제만 정책적으로 해결해준다면 단층의 주택이거나 ‘집장사의 집’이라 해서 건축적 가치를 따지지도 않는 다가구·다세대 주택이라도, 휴먼 스케일의 골목과 어우러져 조금만 다듬으면 요새 말로 “힙”하게 변신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아파트단지가 조금 덜 성공했다면 저층 주거지에는 일정 수준을 갖춘 중층의 공동 주거 유형이 자리를 잡았겠지만, 지금의 순서가 우리나라에서는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그 덕분에 현재 저층 주거지의 지리적 환경은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이 환경에 따라 거주자들이 일군 삶의 모습도 다양하다. 이것이 우리 도시의 재산이자 매력일 수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자리를 잡은 저층 주거지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건축은 우리 도시에 늦었지만 또 다른 현대화의 시작이지 않을까. [pp. 128~129]

 

저자의 희망대로 다양성을 존중하며 사회적 약자에게도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주거 공간, 주거 문화가 펼쳐지는, 그런 도시의 현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이다북스’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1) 김경환, 심우경, “한국 전통주거문화의 환경 생태적 가치를 도입한 친환경적 미래 공동주택 모형”, <한국조경학회 2005 추계학술논문 발표회 논문집>, p.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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