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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 기억의 오류, 왜 일어나는가 | 哲學/心理學/宗敎 2023-01-30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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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둑맞은 뇌

대니얼 샥터 저/홍보람 역
인물과사상사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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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는 상상만 해본 일을 했다고 기억하거나, 실제 경험과 다르게 특정 시간이나 장소에서 누군가를 만났다고 기억한다. [p. 30]

 

이 책의 서문에 언급된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 康成, 1899~1972]의 단편 <유미우라시(弓浦市)>는 ‘기억 장애’나 ‘오(誤)기억’이라고 불리는, 오귀인(誤歸因)의 사례를 보여준다. 이 단편에서는 한 여성이 소설가를 찾아와 30년 전 유미우라시에서 청혼을 받았다고 얘기한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일이었기에 그녀가 떠난 후 소설가는 지도에서 유미우라시를 찾아본다.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기에 혹시 기억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바램이었다. 하지만 그 바램은 짓밟혀졌다. 어떤 지도나 책에도 유미우라시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서 얻은 정보와 글, 사진, 미디어에서 본 정보를 자신의 기억의 일부라고 여기기도 한다. 이처럼 기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외부의 영향 등에 의해 변질되거나 시간의 경과에 따라 희미해지곤 한다. 이러한 기억의 오류는 어떤 것이 있고, 왜 일어나는 것일까?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대니얼 삭터(Daniel L. Schacter, 1952~ )는 기억에 대한 인상적인 실험연구들을 통해 일상적인 삶에서 발생하는 기억의 오류, 즉 소멸, 정신 없음, 막힘, 오귀인(誤歸因), 피암시성, 편향, 지속성을 이 책, <도둑맞은 뇌>의 1장부터 7장까지 각각 설명한다.

소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사라져버리는 것을 말한다. 물론 예외적으로, 높은 수준의 강박행동을 보여주는, ‘과잉 기억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개인적인 경험을 회상하는 경우에 기억의 소멸에 취약하지 않다.

정신 없음은 주의력과 기억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는 것을 말한다. 특히 ‘자동 수행’에 따른 망각은 평소와 달리 7개월 된 딸이 자동차 뒷좌석에 있다는 사실을 잊은 카리 엥흘름(Kari Engholm)의 사례1)처럼 비극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

막힘은 정보를 불러오려고 애쓰지만 정보 찾기에 실패한 것을 말한다. 특히 인명이나 지명처럼 고유명사를 떠올릴 때 이런 현상이 잘 일어난다.

오귀인(誤歸因)’은 일어나지도 않는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거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정확하기 기억하지만, 그 일이 일어난 시간이나 장소를 잘못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의 감각과 경험이 과거의 그것으로 오귀인(誤歸因)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읽거나 들었던 것을 기억해낸 ‘잠복기억’을 자신의 창작물로 여기는 ‘비의도적인 표절’도 여기에 포함된다.

피암시성은 과거의 경험을 끄집어내려고 할 때 유도 질문이나 암시에 의해 기억이 주입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경찰의 강압적인 혹은 암시적인 질문에 의해 자신의 주장을 번복하고 거짓 자백을 하는 경우나 심리치료사의 암시적인 행위가 존재하지 않았던 트라우마 사건을 기억하게 만드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기억을 왜곡하는 ‘편향’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과거의 감정이나 신념을 재구성해 현재의 감정이나 신념과 비슷하게 만드는 ‘일관성 편향’, 어떤 사건의 결과를 알고 난 후 마치 처음부터 그 일의 결과가 그렇게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처럼 생각하는 ‘사후 과잉 확신 편향’, 과거의 경험에서 축적된 정형화된 일반화에 의존하는 ‘고정관념 편향’, 거짓 정보라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진실이라고 믿는 ‘오류적 진실 효과’,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외부의 고정관념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암묵적 편견’현재의 지식과 믿음이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긍정적인 사건보다 부정적인 사건을 훨씬 더 자세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기억의 ‘지속성’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우고 싶은 걱정스러운 생각이나 사건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특히 트라우마를 겪은 후 의식적으로 그 사건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면, 이를 심화시키고 과거에 갇히게 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도리어 이를 직면하는 행위가 기억의 지속성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 이와 같은 기억의 7가지 오류는 왜 생겨난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것들이 진화과정에서 인간이 적응한 결과물이라고 본다. 단지, 평소에 잘 작동하던 기제들이 우리를 이따금 곤경에 빠뜨리는 것처럼,  ‘기억의 7가지 오류’도 그럴 뿐이라는 것이다.

 

기억의 7가지 오류는 근본적인 잘못이 아니라 우리가 치러야 하는 대가이자 기억의 또 다른 적응적 특징의 부산물이디. [p. 352]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멸’, ‘정신 없음’, ‘막힘의 경우에는 모든 것을 기억할 경우의 과부하를 방지하고 ‘기억하는 것이 적을수록 더 좋다’는 원칙이 적용된 것이라고 한다. 오귀인(誤歸因)’은 우리의 기억 체계가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세세하게 저장하는 대신에 범주화와 일반화를 통해 선택적이고 효율적으로 부호화하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라고 한다. ‘편향은 높은 수준의 인지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복합한 사회적 상호 작용과 관련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지속성’은 생존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 대한 반응의 결과라고 한다.

 

따라서 ‘기억의 7가지 오류’는 인간의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신경체제로 인한 부작용이 아니라 인간이 적응하고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결과 혹은 부산물인 셈이다.

 

 

*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인물과사상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1) 35세의 병원 이사였던 카리 엥홀름은 무더운 6월 말 어느 아침에 차를 몰고 출근하고 있었다. 그날도 회의로 가득 찬 바쁜 하루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날 아침은 여느 날과 달랐다. 카리는 보통 출근하기 전에 세 살배기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데, 그날은 7개월 된 딸을 베이비시터에게 데려다 주어야 했다. 남편이 평소에 딸을 베이비시터에게 데려다 주었는데, 그날은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들을 어린이 집에 내려준 다음 평소처럼 곧바로 회사로 향했다. 딸을 베이비시터에게 맡기지도 않고 말이다. 베이비시터는 카리의 집으로 전화해서 왜 아이가 오지 않았는지 메시지를 남겼지만, 누구도 이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 무더운 오후가 끝나갈 때쯤, 카리는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어린이집으로 갔다. 그런데 아들을 차에 태우기 위해 차문을 열었을 때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딸이 뜨겁게 달궈진 뒷좌석에서 죽어 있었던 것이다. [pp. 11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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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