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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작은 선이 큰 악을 이긴다 | 2013-01-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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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빗

J.R.R. 톨킨 저/이미애 역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7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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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도서관에서 읽었던 "호빗" 인데, 이번에 개봉한 영화를 보고서 새삼 원작 생각이 나 예쁘게 새로 나온 씨앗판을 구입했다.

 

예전에 처음 '호빗' 을 읽었을 때는, 빌보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참 보잘것없이 작은 존재일 따름이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오히려 요정왕이나 바르드가 훨씬 더 좋은 혈통을 지닌 강인하고 훌륭한 존재들이니까. 모험 처음부터 독자들과 함께했던 빌보나 난쟁이들이 정작 용을 죽이는 데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어리둥절했다. 그렇다고 이야기의 재미가 덜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다시 읽으면서 빌보, 이 작은 호빗이야말로 톨킨의 주제의식을 확고히 드러내는 상징이며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환상적인 존재들, 용이나 요정이나 난쟁이를 다 제쳐두고 "호빗" 이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며 또한 제목인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황금보다 소중한 것이 집이고, 거대한 용을 무찌를 수 있는 동력은 작은 재치이며, 욕심 때문에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우정이다. 빌보의 소박한 미덕은 그보다 강하고 훌륭한 존재들이 황금에 눈이 멀어 피를 보는 동안 조용히 빛을 발한다.

 

 귀엽고 동화적인 이야기지만 가만히 보면 허망하기도 하고 슬픈 구석도 많다. 호수 마을의 재난이나 다섯 군대 전투의 엄청난 살상은 가벼운 말투로 순식간에 지나치치만, 곱씹을수록 이런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비극이다. 번창하던 에레보르나 너른골의 멸망은 또 얼마나 섬뜩한 역사인가. 황금을 지나치게 탐하던 인물(과 괴물)들은 모두 종말을 맞지만 무작정 그 종말이 당해도 싸다 싶을 정도의 정당한 귀결로 보이지도 않는다. 특히나 소린에게 있어 황금이란 조상들의 영광과 고향 전체에 대한 향수를 대표하는 것이다. 그저 욕심꾸러기 난쟁이라고 보기에 소린의 운명은 어딘지 셰익스피어 비극적인 구석이 있다.(은근히 장엄한 소린의 이 운명은 톨킨의 원작보다 이번에 개봉된 피터 잭슨의 영화 버전에서 훨씬 두드러진다. 톨킨의 원작과 피터 잭슨의 영화는 정말이지 훌륭하게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다.)

 

 예전에 반지의 제왕 영화 시리즈 개봉을 기다리며 원작을 뒤적이던 것처럼, 앞으로 매번 호빗이 개봉할 때마다 이 원작을 연례 행사로 들춰 보게 될 모양이다. 언제나, 희망은 있는 것이고 그 희망은 작은 미덕으로부터 온다. 언제 읽든 적잖은 위안을 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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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 해커 나오는 액션 영화 아님 | 영화 2011-05-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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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소스 코드

던칸 존스
미국, 프랑스 | 2011년 05월

영화     구매하기

 제목도, 포스터 분위기도, 시놉시스도 마치 SF 스릴러 액션처럼 보이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들 하기에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중반 정도까지는 수수께끼와 잡아야 할 범인이 있는 평범한 스릴러로 보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 후 종반으로 가면서 특유의 개성과 매력이 더 두드러지는 독특한 영화였습니다. 처음에는 수백만의 목숨이 걸린 반테러 영화인 듯 큰 스케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좀 더 작고,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시카고가 멸망해도 좋으니 콜터 대위와 크리스티나만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테러범을 못 잡아도 좋으니 콜터 대위가 아버지와 통화 한 번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또 한 명의 중요 캐릭터인 굿윈 역시 콜터 대위를 수단으로 사용해서 앞으로 벌어질지도 모르는 대형 테러를 막는 것보다, 콜터 대위 한 명의 인권이랄지, 평화랄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됩니다. 소위 대의를 위해 개인이 희생되어야 하는 건가, 그런 의문도 아주 약간 주제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그런 진지하고 정치적인 고민은 둘째치고 영화 속에서 몸부림치는 개인들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이 더 앞서게 됩니다.


 만약 이 영화를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들었다면 에필로그가 콜터 대위의 뇌 속에 맺힌 전기적 신호에 불과한지, 아니면 평행 우주인지 논란이 폭발하도록 내버려 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던칸 존스는 폼을 덜 잡는 대신 훨씬 더 인정 넘치는 영화를 만들었어요. 영화 속에서 문제의 '8분'이 반복되는 동안에도 여러 차례, '비슷한 것 같지만 어딘지 다르다' 라는 언급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대위가 겪는 8분이 단지 션의 기억이라면 대위가 션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접촉을 시도하고,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새로운 일을 할 수는 없었겠지요. 즉 재수없는 과학자가 콜터 대위에게 단언한 바와 달리, 대위가 겪는 것은 단지 망자의 마지막 8분에 대한 기억일 뿐 아니라 비슷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하나의 세계라는 것입니다
. 마지막에 자막 제작자가 넣은 지나치게 친절한 역주(평행 우주에 대한 언급)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콜터 대위와 크리스티나가 그들의 새로운 우주에서는 시카고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 에필로그는 아주 따스합니다.
 
(다만, 이 마지막 우주는 진짜 몸의 주인인 션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또 아주 무서운 일이기도 합니다. 션의 몸은 죽지 않았는데, 션의 의식은 대체 어디로 가 버린 건가요? 콜터 대위는 이 선량한 역사 교사의 몸을 강탈해 버렸습니다! 오 무서워!)

 SF 블록버스터인 듯한 외양과 달리, 이 영화는 아주 소박합니다. 결국 이 모든 사건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웃음과, 부자간/남녀간의 사랑과, 그리고 인간에 대한 연민인 것입니다. 시카고를 날려 버렸을지도 모를 테러범을 체포하는 순간보다도, 콜터 대위가 마지막임을 예감하며 크리스티나와 키스를 하고, 동시에 열차에 타고 있던 코미디언은 자기 역할을 다 해서 모두를 웃게 만들고, 열차 안의 승객들은 배꼽이 빠질 듯이 웃는 그 순간이 훨씬 더 감동적이고 아름답습니다. 그 순간 그 열차는 어느 평행 우주의 열차보다도 행복했지요.



 배우들도 좋습니다. 제이크 질렌할은 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려서도 항상 옳은 선택을 하려고 애쓰는 평범하고 인간미 넘치는 남자(? 정말 평범한지는 별론으로 하고;)에 딱이지요. 미셸 모나한은 어느 때보다도 청초하고 아름답습니다. 그야말로 만사를 제치고 구할 가치가 있는,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고 싶은 그런 여인으로 보여요.



 베라 파미가가 나오는 영화는 처음 보았는데, 이 배우도 매우 훌륭합니다. 베라 파미가의 굿윈은 제이크 질렌할이나 미셸 모나한보다도 더 매력적이고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아닌가 합니다. 처음에는 마치 기계처럼 보일 만큼 냉정하고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한 군인으로 보이는데, 갈수록 이 철저한 군인의 모습 뒤에 숨겨진 양심이 드러나고, 결국 자기 커리어 전체를 망칠 것을 각오하고라도 신념이 가리키는대로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그녀는 콜터 대위만큼이나 용감한 사람이고, 콜터 대위 스스로가 말했듯이 그와 '함께' 사람들을 구했다고 할 만한 자격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배우의 얼굴도 대단히 흥미로워요. 분명히 아름다운 사람이지만 전형적인 미녀라고 하기에는 코가 너무 길고 어쩐지 베일에 가려인 듯한 느낌을 주는 얼굴인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배우다운 얼굴인 것 같습니다. 보면 볼수록 아주 예쁜 얼굴인 미셸 모나한에게도 뒤지지 않는 매력이 있습니다. 배우 보는 재미로 따지자면 저는 베라 파미가가 나올 때 가장 즐거웠던 것 같아요.

 캐스팅 된 배우들은 빠지지 않는 유명인들이지만, 그 외에 이 영화는 보기보다 예산도 적게 들었고, 작은 아이디어와 작은 주제를 가지고 큰 욕심을 부리지 않은 썩 적절한 영화입니다. 괜히 멋을 부리고 돈을 퍼부은 거대한 블록버스터들과 차별화되는 작은 영화의 매력이 넘쳤습니다. 적당히 묵직하면서도 마음이 무겁지 않은, 깔끔한 뒷맛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원래 몸주인인 션이 어떻게 되었는지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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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3D :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경이 | 영화 2011-05-0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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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허블 3D

토니 마이어스
캐나다 | 2011년 05월

영화     구매하기

 



 어린 시절 우주에 한 번쯤 매혹되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닐곱살 무렵의 저는 공룡을 접하면서 까마득한 옛날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실감했고,
 우주를 통해서 멀고 먼 공간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상상해 보았지요.
 그 때는 그런 것들을 생각할 때의 이상한 감정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몇 년 후에 그에 꼭 맞는 단어를 배웠어요. 그것은 '경이' 입니다.

 자라면서 그 때의 매혹을 점차 잊기는 했지만,
 이 영화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순간 어릴 때의 흥분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아이맥스 3D로 된 우주 다큐멘터리! 그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렸답니다.






 극장에 걸리는 영상물 치고 45분 가량 되는 러닝타임은 짧지요. 그러나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로서는 적절한 시간입니다. 이 다큐에는 갈등 구조도 없고 스토리라인이랄 것도 없어요. 허블 망원경이라는 인류 최고의 기술 집약체와, 그것을 통해 무한을 엿보려는 인간의 열정,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목숨도 내걸고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우주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말"로 표현하자면, 정말로 단지 그것뿐이에요.
 
 이 영화에서 우주인들이 띠고 있는 임무란, 우주복 너머로 무한한 공간과 진공과 영하 200도의 냉기가 버티고 있는 우주에서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거대한 망원경을 고치는 것입니다. 나사못 빼기라든가, 부착되어 있는 난간 분리라든가, 요상한 영어 약자의 기계를 제자리에 꽂는 것 같은 게 아주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런 임무가 보기보다 매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해요. 그러나 편안한 극장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아무 위험도 없는 상태에서 그들의 임무를 보고 있으면, 나사못을 빼냈을 때 우주인이 느꼈을 희열 같은 걸 공감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보통 극영화와 같은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폴로 13' 처럼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긴박한 상황이 펼쳐지지도 않고(우주복 입고 우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일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아무 사고도 나지 않아요) 로맨스가 꽃피거나 승무원들끼리 싸움을 벌이지도 않지요. 그들은 그저 묵묵히 임무를 다합니다. 성공적으로요. 못된 소리지만, 시시하다면 시시하지요.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 놀라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아이맥스 3D로 보는 우주의 풍경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아름답다거나, 거대하다거나 하는 소리를 할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인간의 말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입니다. 어디까지가 허블 망원경이 진짜로 촬영한 사진이고 어디부터가 CG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초당 수조 킬로미터의 속도로 항성과 성운과 은하들을 누빌 때의 느낌은 마치 신이 된 것 같습니다. 단지 시각적 효과만으로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니, 시각적 효과만은 아니겠네요. 저는 그 풍경 너머에 도사린 무한한 시공간을 아주 피상적으로나마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감동적이었던 것이겠지요. 3D 영화를 너덧 편 보았지만 이 다큐멘터리야말로 3D 아이맥스의 필요성을 가장 잘 증명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심장이 두근거렸던 순간은 아틀란티스 호가 카운트다운을 마치고 대지를 박찰 때입니다. 거대한 화면과 막강한 사운드, 그리고 우주를 향하는 인간.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심장 박동이 뛰어오르고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볼만한 광경이네요. 언젠가 스페이스 셔틀이 이륙하는 모습을 진짜 현장에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주 이야기를 보고 들을 때마다 모순된 느낌을 받습니다. 이 무한한 우주에서 지구가 얼마나 작디 작은지, 인간이 얼마나 미미한 생명인지 느끼는 동시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구와 인간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되지요. 이렇게 우주가 넓어도 지구 같은 행성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행성에 발이 묶여 있으면서도 언제나 무지개 너머를 바라보기 때문에 인간이 위대해 질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덧. 한국어 더빙을 했다는 것 자체는 불만이 아닙니다. 아이맥스 3D를 보면서 자막을 읽는 것은 무척 귀찮은 일이죠. 그러나 더빙을 하려면 제발 훈련이 된 사람을 쓰십시오. 유명한 사람 말고! 정 마케팅 때문에 필요하거든 유명하면서 훈련도 된 사람을 찾든가! 안철수 교수님은 훌륭한 분이고 정확히 나레이션을 하려고 노력한 티는 나지만 어디까지나 나레이터로서는 아마추어입니다. 목소리는 좋지만 혀는 약간 짧고 낭독은 어색합니다. 생각보다 나레이터 비중이 적어서 그렇게까지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절대 칭찬할 수는 없는 캐스팅입니다. 그리고 이왕 더빙을 할 거면 TV 다큐처럼 아예 등장인물 대사도 다 더빙을 하든가... 여전히 등장인물 대사는 자막으로 처리되어 화면을 조금씩 가립니다.

덧 2. 이스라엘 카마카위올레Israel Kamakawiwo’ole(이름이 너무 어렵습니다;) 버전의 Somewhere over the rainbow/What a wonderful world가 배경 음악으로 쓰였는데 이토록 적절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일찍 죽고 만 가수가 지상의 아름다움과 저 너머의 신비, 그리고 꿈의 아련함을 동시에 노래하니까요. 한편으론 너무 뻔한 선곡이기도 합니다만, 그러나 썩 훌륭한 '뻔한 것'에는 언제나 마음을 움직이는 구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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