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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 스완 퀸 만세 | 영화 2011-03-0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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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블랙 스완

대런 아로노프스키
미국 | 2019년 12월

영화     구매하기

 세상에! 이렇게 잘 만들었다니! 이렇게 재미있다니! 애초부터 기대를 하고 가기는 했지만 기대를 뛰어넘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천재적이지만 섬약한 예술가가 결국 불멸의 작품을 완성하는 동시에 파국을 맞는 이야기는 너무나 흔하잖아요.

 

 그러나 이 영화는 흔치 않은 이야기를 해서 위대한 게 아니라, 흔한 이야기를 더할 나위 없이 수려하게 뽑아내는 방법으로 일가를 이루었습니다. 게다가 예술과 광기를 다룬 것이라는 데서 나오는 선입견과 달리 대단히 재미있기도 합니다.

 

 가장 칭찬할 만한 것은 역시 연출입니다. 영상의 톤, 카메라의 움직임, 음악, 모든 효과가 점점 더 가파르게 상승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지요. 단 한 번도 주춤하는 일 없이 리듬은 점점 강해져서 마지막 순간에 쾅! 하고 터집니다. 그다지 놀라울 것 없는 결말인데도, 마지막 순간 니나의 표정과 대사, 딱 어울리는 음악, 니나에게 관객들이 보내는 희열에 찬 환호성이 어우러져서 극장 팔걸이를 꽉 움켜잡게 만들더군요. 제아무리 훌륭한 영화라 할지라도 엔드 크레딧 보는 것을 싫어하는 관객들은 언제나 있게 마련입니다. 끝! 하는 순간 조건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며 두런거리는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블랙 스완은, 영화가 끝난 후 여운 때문에 심호흡을 몇 번 하는 사이 아무도 일어서지 않았고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압도적인 엔딩.

 

 의상과 세트, 음악도 훌륭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공간이 그 숨막히는 분위기 연출에 한 몫 합니다. 미로처럼 좁은 공간이 빼곡히 겹쳐진 니나의 집은 갑갑하기 이를 데 없고, 반대로 텅 빈 무대나 연습실은 너무 넓어서 숨이 막힙니다. 내내 깔리는 백조의 호수 음악들은 장엄하고 우아한 동시에 비극적이고 어쩐지 괴이하게 들립니다.

 

 그리고 과연 여우주연상감이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역 시절부터 뛰어난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영리한 배우 나탈리 포트만은, 테크닉은 완벽하지만 '자기 자신을 놓지 못해서' 흑조 역을 어려워하는 니나 역에 딱 들어맞습니다. 입을 꾹 다문 도전적이고 맹랑한 여왕 같은 표정도 어울리고, 눈썹을 축 늘어뜨리고 애처롭게 궁지에 몰린 표정도 잘 어울려요. 작고 가녀린 몸은 진짜 발레리나의 몸 같습니다. 니나 역에 나탈리 포트만이 아니라면 그 누가 어울릴까요? 정말, 단 한 명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니나의 광기가 더해 갈수록 그녀는 끔찍한 환각을 자꾸 보는데, 이런 환각은 진짜처럼 두렵고 기괴하게 관객들을 사로잡습니다. 이런 환각은 소위 '미친 사람'답게 뜬금없고 몰상식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섬세한 감정에 맞추어 매우 자연스럽게 치고 빠지는 종류의 설득력 있는 환각입니다. 결말이 가까워질수록 환각은 점점 심해지는데, 니나가 거의 완전히 미치고, 동시에 공연이 진행되는 마지막 10여분이 최고입니다. 절정의 절정인 흑조의 푸에테 (32회전) 을 펼치면서 니나의 팔이 날개로 변하는 장면은 참으로 끔찍하게 아름답습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그 장면을 다시 보고 싶어지더군요.

 

 글쎄요, 이 영화가 비극일까요? 니나를 최후까지 몰아가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니나 자신입니다. 물론 음흉한 단장이나 강박적인 어머니, 얄미운 라이벌도 한 몫을 하기는 했겠지요. 그러나 그들은 악당이 아닙니다. 단장은 발레리나들을 유혹하기는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진짜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 줄 수 있는 눈과 의지가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자신에게 뻣뻣하게 굴어도 재능이 있는 니나를 주역으로 발탁했지요. 니나의 어머니도 자신의 못 이룬 꿈을 자식에게 강요하며 집착하는 강박은 있지만(극중 인물 중에 가장 무섭긴 합니다), 공연 당일에 니나에게 공연을 하지 말고 쉬라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보면 발레보다 딸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라이벌 릴리는 니나에게 큰 위협이긴 하지만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정말 치졸하게 니나를 괴롭힐 생각은 없었고 오히려 니나의 춤에 진심으로 탄복합니다. 무슨 희생을 치러서라도 백조와 흑조를 모두 완벽하게 추고 싶어했던 것은 니나 자신이고 결국 니나는 그렇게 해냈죠. 제가 마지막에 느꼈던 것은 니나에 대한 슬픔이나 동정보다는 그녀가 느꼈을 성취감과 만족감에 대한 공감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또 다른 섬뜩함을 낳아요. 완벽한 예술과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희생은 괜찮다는 말일까? 지금까지 전혀 자각한 적이 없는데 사실은 제 가치관이 그랬던 걸까요? 아니면 니나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니나에게 공감해서 그렇게 느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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