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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골때리는 B급 감성의 뮤지컬 톡식 히어로! | 공연 2010-10-0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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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뮤지컬 톡식 히어로

장르 : 뮤지컬       지역 : 서울
기간 : 2010년 08월 14일 ~ 2010년 10월 10일
장소 :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공연     구매하기

 최신작 라이센스 뮤지컬치고는 티켓 가격이 싸서 웬일인가 했더랬다.

 작곡을 맡은 데이빗 브라이언을 좋아해서 달랑 작곡자 이름과 유쾌한 시놉시스만 믿고 사전 지식 별로 없이 보러 갔는데, 규모가 작은 대신 꽉 찬 효율적인 뮤지컬이었다. 아주 독창적이면서 유쾌하고 젊고 톡톡 튀는 느낌! 큰 규모의 점잖은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 있다.

 

 옛날 B급 영화인 '톡식 어벤저'가 이 뮤지컬의 원작. 뉴저지를 오염시키는 악덕 시장의 비리를 알게 되는 바람에, 시장에 의해 폐기물통에 빠뜨려져 냄새나는 녹색괴물 '톡시' 가 되어버린 청년 멜빈이 주인공. 힘센 녹색괴물 톡시의 히어로 놀이 + 맹인 아가씨와의 좌충우돌 연애담이 주축이다. 이 와중에 악당들에게 유혈사태가 좀 벌어지는데, 팔 다리 뽑고 내장을 뽑아 줄넘기하는 장면 등등도 그냥 개그로 승화.

 

 

 

 

뽑혀나간 팔다리가 낭자하다-_-

 

 

 

 100분여의 공연 동안 인터미션도 없고, 멜빈이 톡시로 변하는 장면처럼 어지간해서는 분장에 시간 좀 걸릴 것 같은 장면에서도 도무지 지체가 없다. 무대 디자인도 낭비가 없어서 빠른 장면 전환이 가능하다. 기본 세트를 열고 닫는 식으로 배경이 변하는데 세트 전환을 대놓고 배우들이 수작업으로 하면서 그걸로 농담거리를 삼기도 한다. 정말 연출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 5명 뿐인 출연 배우들은 그야말로 일당백. 실력이 보증된 주연 오만석이야 뭐... 실제로 보니 더 잘생겼다. 아니 얼굴이 중요한 게 아니고 ㅋ 정확한 대사 전달력과 정석적인 연기에 있어서는 등장인물 중 최고였던 것 같다. 물론 곧 '톡시' 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잘 생긴 얼굴을 오래 볼 수는 없지만-_-; 귀엽고 명랑하게 찌질한(;) 톡시/멜빈 역에 잘 어울렸다.

 

 시장 역의 홍지민은 풍부한 성량과 개성적인 연기로, 섹시한 팜므파탈 시장님과 앵앵거리는 잔소리쟁이 멜빈 엄마, 전혀 다른 두 개의 역을 동시에 해낸다. 말 그대로 동시에! 배우들을 이렇게 심하게 부려먹어도 되는 건가 싶다-_-;

 

 여주인공 세라 역의 최우리는 날씬하고 귀여운 외모에 어울리게 카랑카랑한 음색. 주인공이 사랑하는 맹인 아가씨라면 왠지 청순가련형을 떠올리게 되는데 전혀 아니다. (청순가련형 여주인공이란, 남주인공의 은근한 성적 욕망의 대상은 되지만 자기 스스로는 거세된 것 같은 캐릭터들이라 요즘 시대에 주인공으로 나서기엔 심히 오그라들지 않나) 생활력있고 골때리고 자기 욕망에 솔직한 아가씨라 좋았다.

 

 혼자서 십수개 역할을 맡는 '블랙 듀드' 와 '화이트 듀드' 의 두 조연은 조연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역할을 한다. 특히 주인공 세라의 두 친구 역으로 나올 때의 깜찍발랄한 여장은 진짜... 자지러지게 재미있다. 과장된 여자 목소리로 코러스를 하는데 그게 하나도 안 징그럽고 귀엽다. 이 배우들은 조연으로 분류하는 것도 미안할 정도로 각종 역을 맡아 쉬지 않고 분장을 바꾸며 무대에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배우들 가창력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모두들 역할에 잘 맞는 음색으로 거슬리는 부분 없이 훌륭하게 연기했는데, 조연들이 하도 여러 개의 역할을 혼자 해내면서 날고 뛰어서 주연 커플이 오히려 평면적으로 보이는 감이 있다.

 

 인상 깊었던 시장 역의 홍지민의 경우 군데군데 가사 전달이 안 되는 문제는 있었다. 노래 솜씨도 연기도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데. 락 뮤지컬이라 워낙에 조용한 노래들이 아닌 탓도 있고, 미국식 속어와 욕설이 난무하는 가사를 우리말로 옮기는 게 좀 어려웠다는 티도 난다. 온라인 음반점에서 브로드웨이 버전 ost를 30초 정도씩 샘플로 들어 봤는데 역시 가사 면에서 원래 영어에 최적화되어 있다. 듣는 느낌이 훨 낫다. 일전에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보았을 때는 우리말 가사도 꽤 매끄럽고 전달이 잘 된다고 생각했는데, 톡식 히어로의 경우에는 워낙 미국식 정서가 강해서 그런지 번역이 조금 덜컹거리는 느낌.

 

 노래들은 밝고 신나고 가벼운 업비트 락송이라 원래 내가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작곡자 데이빗 브라이언이 본 조비의 키보디스트인 만큼 본 조비 냄새가 살짝 나는데 (나로 말하자면 아주 좋아하는 냄새다-_-; 내가 이 블로그에선 이 밴드 이름을 입에 안 담으려 했는데 이 뮤지컬과 관련이 깊어서 어쩔 수가 없다) 자세히 말하자면 요즘 본 조비가 아니라 조금 더 옛날의 조금 더 장난스럽고 젊었던 본조비 냄새가 난다. 본 조비의 작곡은 요즘 완전히 존 본 조비와 리치 샘보라 둘만 맡고 있는데, 매너리즘도 벗어날 겸 데이빗 브라이언도 좀 참여시켰으면 좋겠다.

 

 ost를 구하고 싶은데 아직 미국에서조차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 ost가 흔하지는 않다. 해외 음반점에서 온라인 구매하지 않는 한 구할 방도가 아직 없는 것 같다. 이번에 이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입성을 한다는데 그러면 나중엔 ost 구하기도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공연장에 관련 상품들을 소규모로 팔던데 왜 ost는 안 파는지 모르겠다. 수입해서 팔았으면 사왔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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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 본 가야금 연주회 | 공연 2010-09-1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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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수은의 가야금 연주를 음반으로 들은 것은 아니지만,.

 오늘 '곽수은과 라온G' 의 연주회에 갔습니다.

 

 제가 국악 감상에 취미가 있는 우아한 사람인 건 아니고, 시청각 교육 시간에 마련된 연주회인지라 엉겁결에 처음으로 가야금 연주를 보게 됐습니다만. 연주자들도 청중의 무지몽매함을 이미 충분히 알고 오셨더군요. ㅋㅋㅋ

 

 연주회 초반에 질문이 하나 던져졌지요.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가야금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 분이 얼마나 되시나요?

 ... 가뭄에 콩 나듯 있네요."

 

 

 가야금 '연주를 들어 본 적'이 있기는 커녕, 가야금을 "본 적"이 있는 사람도 가뭄에 콩 나듯 합니다. 가야금이 국악계에서는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는 딱 그 정도에 머무르는 것이지요. 저는 가야금이 무려 25현짜리로 개량되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어요.

 

 곽수은의 연주는 '퓨전' 은 아닙니다. 그냥 현대화된 가야금이에요. '퓨전'은 대중화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자칫하면 양쪽의 장점만 모으는 게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얄팍한 잡탕이 되기도 쉽습니다. 오늘 들은 연주는 그렇지는 않았어요.

 

 '하늘그림' 이라든가 '가야금이 있는 풍경' 같은 곡 제목들도 예쁘고... 곡 해설도 읽어보면... 뭐랄까 소녀의 감성으로 가야금을 다루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네요. 예쁘게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연주하면서, 곡에 모티브를 제공한 것들에 관해 영상물도 함께 상영하고요. 여러 모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보였습니다.

 

 한 가지 의외인 것은 대부분 (마지막 앵콜 한 곡 빼고) 직접 작곡한 곡들이었다는 것입니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클래식한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은 보통 작곡을 하지 않잖아요. 작곡을 하는 연주자가 그렇지 않은 연주자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악기를 다루는 데서 나아가 창조까지 한다는 것은 분명 더 많은 수련이 필요한 일이었겠죠.

 

 국악에 조예가 없는 정도를 떠나서 가야금 연주를 들은 게 생전 처음이다시피 한지라 음악에 대해 무슨 평가를 할 능력은 없습니다. 다만 '둥기당 둥기당' 하는 전통적인 음률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명한 대중음악을 가야금으로 바꿔 연주하는 식의 퓨전도 아닌, '컨템퍼러리한' 가야금 연주를 생음악으로 듣게 된 건 신선한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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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 브로드웨이 뮤지컬 | 공연 2010-07-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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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Wicked (Original Cast) OST (5th Anniversary Special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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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al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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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았습니다.

 

엄밀히 말해 첫번째는 메리 포핀스였는데 여행 일정이 너무 빡빡한 데다가 시차 적응이 덜 되어서 졸면서 봐서 리뷰를 도저히 할 수 없는 수준-_-; 그 비싼 뮤지컬을 보면서 절반이나 졸다니!

 

두번째로 본 것이 "위키드"였는데, 이게 정말 멋졌어요. 추천하고 싶은 뮤지컬.

최근 몇 년 내로 최고 인기인 신작 뮤지컬이라더니 그럴 만 했습니다.

적어도 2주 전에 예매하지 않으면 표를 구하기 힘들 정도라더군요.

 

 


 

 '오즈의 마법사'를 살짝 비튼 내용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보러 가서 걱정을 좀 했었어요. 영어도 잘 못하니까 대사도 못 알아들을 텐데 내용 파악이 잘 안 되면 어쩌나 해서요. 하지만 괜찮았습니다. 리스닝 실력이야 허접하지만, 오즈의 마법사 원작이 잘 알려져 있는 데다가, 뮤지컬은 조금만 알아들어도 어렵지 않아요.

 

 우선 무대 장치가 압도적이었어요. 무대 위 장식물인 줄 알았던 거대한 용은 막이 열림과 동시에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눈에서 빛을 내뿜습니다. 제가 원래 어린아이처럼 구경거리를 좋아해서 이런 게 너무나 즐거웠어요. 비눗방울과 함께 하늘에서 날아 내려오는 인기마녀 글린다의 등장도 어찌나 웃긴지. (생각보다 많이 웃겨 주는 뮤지컬입니다) 주인공 두 마녀는 자주 날아오르고, 오즈의 마법사에서 따온 만큼 의상도 분장도 아주 화려해요. 볼거리가 많습니다.

 

 스토리도 다른 뮤지컬들에 비해 밀도가 있습니다. 기승전결이 확실해서, 단지 음악과 볼거리를 근근이 이어가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충분히 매력있었어요.

 

 '오즈의 마법사' 에서 악역이었던 나쁜 마녀-엘파바가 주인공인데, 그녀는 처음부터 초록색으로 태어나 모두에게 따돌림을 당합니다. 그래서 성격이 무뚝뚝하고 고집불통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사실은 등장 인물 중에서 가장 사려깊고 용감하고 마음이 따뜻하지요. 그녀가 어떤 음모에 의해 '나쁜 마녀' 로 몰리게 되는지가 뮤지컬의 큰 줄기인데, 군데군데 오즈의 마법사와 절묘한 연결점들이 있어서 정말 재미있어요. 다른 사전 지식은 필요 없이, 오히려 오즈의 마법사 원작을 한 번 더 숙지하고 보러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주인공 착한 마녀 글린다는 금발에, 예쁘고, 모두에게 인기 있고, 꾸미는 것을 좋아합니다. 전형적인 하이스쿨 메이퀸-_-; 극과 극인 두 마녀는 처음에 서로를 싫어하고 끔찍해합니다만... 이들이 가까워지고 누구보다 친한 친구가 되고, 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그러다가 음모에 휘말려 길이 갈라지는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해요.

 

 마침 같은 남자에게 둘 다 반했겠다, 본의는 아니지만 서로 맞서는 위치로 밀려갔겠다, 자칫하면 여자들끼리의 캣파이트(;) 뭐 이런 소름돋는 스토리로 진행되는 것이 아닐까 약간 긴장했습니다만 그렇게 되지 않아서 좋았어요.

 

 저는 사실 엘파바보다 글린다가 더 좋았어요. 더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기도 했고. 예쁜척을 하는 동시에 예쁜척 하는 애들을 웃기게 풍자해야 하는 역이고, 보기보다 입체적이에요. 골이 비고 쉽게 모든 것을 얻는 데 익숙해진 고등학교 여왕님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서로 전혀 다르면서도 서로를 잘 채워 주는 한 쌍이에요. 그들의 노래처럼 그들은 서로를 알았기 때문에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고 더 성장할 수 있었죠. 엘파바와 글린다와 피예로의 삼각 관계에 비중을 두기보다, 오히려 엘파바와 글린다의 시스터후드에 집중했기 때문에 더 호감가는 스토리가 완성되었습니다. 두 마녀의 우정이 어떻게 될 지,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합니다. 그 조마조마한 기분이 꽤 괜찮아서 미리 스토리와 결말을 모른 게 오히려 더 좋았어요.

 

 음악도 멋집니다. 글린다의 예쁜 척 듬뿍 하는 곱고 높은 목소리와 엘파바의 고집있고 강단있는 목소리는 좋은 대조를 이루지요.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What is this feeling?과 Popular가 인상적이었어요.

 

 조연들도 등장 분량에 비해 나름의 역할을 잘 하고 캐릭터가 생생했어요. 솔직히 그 다음날 본 오페라의 유령은 스코어들이 대단히 유명하고 의상과 무대가 화려하긴 했지만, 스토리가 너무 앙상하고 캐릭터들도 지나치게 연극적이라 공감이 잘 안 돼요. 그냥 제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위키드는 확실히 요즘 뮤지컬이라 요즘 관객들에게 더 잘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제 취향상 고전을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뮤지컬 부문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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