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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회였던 자신의 가정을 직접 꾸려나간 양반들 | 책과 생각 2022-01-1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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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의 살림하는 남자들

정창권 저
돌베개 | 2021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조선에서는 살림도 남자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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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남자는 매우 바빴다. 입신양명을 위해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됐고, 과거에 합격하고 나서는 왕을 잘 모시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하고 집안의 가장이 되어서는 농사, 요리, 제사, 자식 교육, 정원 가꾸기 등 작은 사회인 집안에서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뚜렷하게 구분한 가부장적 사고방식은 결코 조선에서 온 관습이 아니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평민의 삶은 기록이 없는 관계로 알기 어렵지만, 양반 계층이 남긴 일기를 통해 그들이 살림의 구석구석까지 관심을 쏟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히 알겠으나, 오히려 내가 받은 느낌은 집안의 그 어느 부분 하나도 남성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고, 대부분을 그들이 주관하고 주도했다는 것이다. 부부가 함께 살림을 꾸려나갔다고 하기에는 부인이 그 일에 대해 어떤 식으로 참여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그래서 조선 시대의 '살림'이라는 주제보다는 조선 시대 양반들의 '생활사'로서 받아들였을 때 더 흥미로웠다. 궁중에서 일하는 양반이 어떻게 녹봉을 받는지, 노예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손님 대접에 얼마나 힘썼는지 알 수 있어서 양반의 삶을 상상해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자식, 손자 교육' 부분이 인상 깊었다. 무려 우리나라 지폐에 얼굴을 올린 대표적인 선비 퇴계 이황이나, 사랑꾼의 면모를 보이는 미암 유희춘같이 주변에서 존경받았을 양반들이 자식과 그 손자의 공부에서는 가차 없는 모습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퇴계는 극성맞은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였다. 스스로 많은 공부를 통해 성공한 학자가 되었던 만큼 자신과는 다르게 공부에 온 힘을 쏟지 않는 아들과 손자에게 끊임없이 잔소리한다. 그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만 봐도 대신 숨 막힘을 느낀다.

 미암은 더 심하다. 아들에게 원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자 손자에게 더 큰 꿈을 꾸게 된다. 하지만 손자가 공부에 뜻을 보이지 않고 놀러 다니자 화가나 머리를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기까지 한다. 그 뒤로 손자는 점잖아졌다고 하는데, 미암의 할아버지로서의 욕망이 너무나도 무섭다.

 물론 그 당시는 시대 상황이나 사고방식이 전혀 다르고, 지금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되겠지만, 현시대의 고통 받은 많은 아이를 떠올리면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가부장제는 일제 강점기의 산물로 우리의 전통이 아닐지 모르겠으나, 아이의 미래에 관여하고 간섭하고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부모의 행태는 역사가 뿌리 깊어 보인다.

 그런데 반대로 똑똑하고 공부하고 싶었던 여자아이들은 오로지 결혼을 하고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전혀 없었다. 시를 쓰던 여자아이는 결혼 후 당연하다는 듯이 붓을 놓는다. 이 책에서는 자식의 성별에 상관하지 않고 교육했던 집안들의 예가 나오지만, 끝까지 자신의 소양을 쌓고 공부할 수 있었던 인물이 없었기에 우리의 기억 속 조선 시대 여성은 신사임당, 허난설헌 정도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은 우리가 실망하는 조선 시대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나의 편견을 깨주던 일상도 분명히 있었다. 특히 연암 박지원의 모습은 지금의 이상적인 아버지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직접 고추장을 담그고, 반찬을 만들어 아들에게 보내준다. 그리고 벼슬길에 나아갈 필요는 없다며 학문에 대해서도 압박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공부를 시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던 퇴계나 미암의 손자와 달리 연암의 아들들은 출세한다.

 또한, 부부관계에 있어서 여자의 지위가 낮을 거라고만 생각한 것과는 달리, 자신의 부인에게 존댓말을 쓰면서 존중하고 애정을 보였던 양반들도 많았다. 아들에게는 무섭기 그지없지만 부인과는 편지와 시를 주고받고, 기나긴 당직 끝에 오랜만에 돌아간 집에서 부인을 보고 반가웠던 마음을 기록한 미암에게서, 한 인물이 얼마나 입체적이고 다양한 면을 가졌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보다 어린 부인에게 언제나 극존칭을 써서 마음을 전한 추사 김정희의 편지는 보는 것만으로도 조심스럽고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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