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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이광재의 정책 비전 | 사색과 감상의 길목 2021-01-1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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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노무현이 옳았다

이광재 저
포르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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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신, 정치 신념을 계승한 이광재의 구체적인 정책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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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을 아는 만큼 중요한 것은 옳다는 신념대로 사는 게 아닐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옳고 그름을 아는 것에도 무디어지고, 그른 줄 알면서 현실과 타협하게 되고,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며 합리화하거나 이런저런 변명으로 자신을 변호한다. 어느 순간 신념보다 생존이 중요해진다. 사실 그만큼 살아남는 일은 늘 절박하다. 그러나 개인의 올곧은 신념이 인생을 단단하게 만들듯이, 국가 최고권력자의 올바른 정치 신념은 국민들의 삶을 탄탄하게 만들 것이다. 물론 그 옳음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현실의 삶 속에 구석구석 파고들 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펼쳐본 단상이다.

 

그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저자가 "노무현이 옳았다"고 말하는 지점이 궁금했고, 그것을 어떤 비전으로 풀어냈는지 보고 싶었다. 이 책에서 무엇을 기대했던가. 또한 이 책을 통해 어떤 사유와 감상으로 나아가게 되었는가. 먼저,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고 싶었던 것 역시 '진짜' 민주주의다. (중략)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여 가장 나은 미래를 그려보겠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모든 국민이 주인인, 진정한 민주주의다. (중략)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그가 찾으려 했던 것은 모두를 끌어안는 '균형'이었다. 그 균형 속에서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경제도 더 건강하게 성장하게 되리라는 것을 그는 알았다. (중략)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던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에 비추어 오늘 우리의 모습을 짚어보고 내일을 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21쪽)

 

저자는 이 책의 의도를 위와 같이 밝힌다. 저자가 노무현 대통령(이하 노통)이 옳았다고 본 핵심은, '진정한 민주주의'와 '균형'이다. 이것이 정치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제대로 발현됐을 때 '사람 사는 세상'이 온다는 의미였을까. 저자는 이러한 정신, 정치 신념을 계승해 크게 여섯 분야로 나누어 여러 정책들을 선보인다.

 

1장 '세대' 편에서, 저자는 오늘날 청년세대의 절망에 주목한다. 그의 현실적 대안은 혁신 창업이고, 그 전제는 탄탄한 창업 생태계의 구축이다. (구체적 방법은 6장 '글로벌' 편에 나온다.) 디지털 사회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가치, 삶의 방식에 맞추어, 기성세대는 스스로 혁신하거나 청년세대에게 중심 자리를 내주고, 자신이 이전 세대를 통해 받고 누린 것들을 다음 세대에게 기꺼이 나눌 책임이 있다.

 

2장 '정치' 편에서, 저자는 국민 개개인이 부당함과 부조리함에 분노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선거 전에 공약을 법으로 통과시키는 장치, 입법청원, 국민투표 등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역량 있는 정치 리더를 양성하는 싱크탱크와 그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도 필수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치는 진영 논리가 아닌 '생존'이라는 본질에 천착할 때다. 여기서 노통의 '연정'이 언급되고, 균형과 협치가 강조된다.

 

3장 '기술' 편은 노통이 참여정부의 전자업무 시스템을 직접 설계하고 발명했다는 일화로 시작한다. 저자는 기술 중심의 사회 시스템 구축 방안으로, 국가 R&D 예산지원 시스템의 개혁,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에서 공유되고 유통되는 데이터, 정책의 모형 혹은 수치화된 모델을 제안한다. 그런데 "디지털 혁신을 적극적으로 이끌고 지원하되 산업사회에 머무는 사람들을 소외가 아닌 포용으로 함께 이끌고 가는 것이 국가의 역할"(112쪽)이라는 대목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어떻게 함께 갈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이기에 앞으로 모두 고민할 부분이 아닐까.

 

4장 '교육' 편에서, 저자는 공교육의 질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최대한의 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 구축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제도권 교육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내용이다. 저자만의 제안이라면 K-무크의 적극 활용과 디지털 교육 뉴딜이다. (구체적 방법 세 가지가 책에 소개되어 있다.)

 

5장 '부' 편에서, 그는 부의 재분배보다 경제성장을 통한 부의 절대적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혁신 창업을 통한 경제성장과 안정적 일자리 창출,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는 부의 공정한 분배, '저비용 사회'를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핵심이다. 노통의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언급하면서, 혁신 도시 건설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강조한다. 복지비용의 효율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시스템도 필수다. 저자 나름의 개선 및 보완책도 덧붙인다.

 

6장 '글로벌' 편은 "이놈 발길에 차이고 저놈 발길에 밟히고, 이것이 과거 우리의 운명이었습니다. 이 변방의 역사, 변방의 운명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가 바로 동북아시아의 경제협력 구조, 동북아 통합의 구조입니다. 여기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변방의 역사를 끝내는 것입니다"(208쪽)라는 노통의 말로 시작한다. 그런 비전을 이어받아 저자는 싱크탱크의 중요성을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26개의 국책연구기관에서는 국가 비전과 미래를 설계하지 않는다.) 정치 리더들의 안목을 키우기 위해 세계적 싱크탱크를 한국에 유치하고, 민관 협력으로 창업 아이디어를 알리는 플랫폼 개념의 '벤처컨벤션'를 개최하자고 제안한다.

 

저자의 정책 중에는 기술 혁신에 대한 제안이 많았다. 저자 소개를 참고해볼 때, 현재 민주당 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이라는 직함에 어울리는 내용이구나 싶다. 아직 코로나는 물러가지 않았지만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자는 현실적 목소리들 가운데, 한 정치인의 청사진을 보았다는 의미도 있겠다. 다만 이 책이 전반적으로 그런 측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부연 설명이 필요한 대목도 눈에 띄었다. "특히 원전처럼 당장 그 피해가 드러나지 않는 발전시설을 없애는 것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124쪽)는 맥락에서, 저자는 탈원전 정책을 시기상조로 본다는 의미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탈원전에 찬성하는 입장이라서 주의 깊게 본 대목이다.)

 

"나는 정치를 잘 모릅니다. 나를 역사 발전의 도구로 써주세요."(6쪽)

 

1988년 4월, 당시 노무현 국회위원 당선자는 스무살가량 아래인 저자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그 후 30년이 훌쩍 지난 현재, '역사 발전의 도구'라는 문구를 잊은 적 없다는 저자는, 이 책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10년 만에 정치에 복귀한 나는 역사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 답을 찾았다. 나는 통합의 정치, 정책 중심의 정치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중략) 어떤 자리이든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로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244-245쪽)

 

책 밖으로 나왔을 때,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 뭔가 결이 달랐다는 느낌이 남았다. 어쩌면 이 책의 성격이 '이광재의 정책 비전'을 담은 것이기에, 노통의 말이나 정책은 적절한 선에서 제시됐다고 볼 수도 있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 코로나를 계기로 새로운 시대의 변화가 가속화되는 현실 속에서, 이 책은 그런 현상을 잘 반영한 미래 지향적 정책 제안서라 할 만하다. 그런데 도래할 시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결국 지나간 시대를 제대로 청산하는 일이 전제되는 게 아닌가.

 

나는 저자가 "노무현이 옳았다"는 지점을 좀 더 깊이, 다각도로 서술해주기를 바랐다. 단순히 노통의 정치 신념을 언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 정치에 적용되지 못했던 그 복잡한 실타래를, 이 책이 아주 조금이나마 보여주기를 바랐다. 검찰과 언론의 문제, 권력욕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정치인들의 기본성향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어 보이기에... 우리는 왜, 노통이 말한 '사람 사는 세상'을 아직도 저 멀리 꿈처럼 말해야 하는가. '정책 중심의 정치 시스템'이라는 저자의 말을 실마리 삼아야 할까. 믿을 만한 정치인을 기대하기보다 탄탄한 정치 시스템을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속뜻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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