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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를 보여주는 여정 | 사색과 감상의 길목 2021-01-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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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

아만다 리틀 저/고호관 역
세종서적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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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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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책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음식의 모험가들이라면 뭔가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하는 것일 테니, 생소한 내용들이 가득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예상대로 그랬고 읽어가는 데 여러 번 숨고르기를 해야 했지만, 잘 몰랐던 정보를 알게 된 점은 유익했다. 이 책을 통해, 기후 위기와도 연관성 있는 식량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깨워보고, 앞으로 이런 모험가들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게 될 터이다.

 

번역서에 '한국어판 서문'이 있다는 것은 반갑다. 출판사 측에서 저자에게 따로 의뢰한 것일 텐데, 이 서문에는 우리나라 독자들이 왜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쓴 <음식의 모험가들>을 읽어야 하는지 간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저자는 한국의 '먹는 문제'가 수입에 크게 좌우되는 현실을 언급하면서, 팬데믹으로 국제 무역이 어려워질 때 이런 취약점이 나타났다고 본다. 한국은 이를 계기 삼아 공중보건, 인구 문제, 환경 위협에 견딜 수 있는 식량 공급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저자는 음식의 모험가들을 소개하기 전에, 기원전 4000년부터 시작된 농업부터 식량 공급에 대한 두려움이 대두된 1700년대 후반의 상황, 식품에 쓰이는 여러 기술에 대한 불신의 사례 등을 간략하게 서술한다. 이 책의 방향을 알 수 있는 구절은 다음과 같다.

 

"내가 보기에는 두 가지 접근법의 절충안이 반드시 있을 것 같았다. (중략) 우리의 과제는 과거의 경험과 가장 발달한 기술에서 지혜를 빌려 식량을 생산하는 '제3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접근하면 생명의 근원을 무너뜨리는 대신 복구하면서 수확물을 개선할 수 있다."(47쪽)

 

막연하게 이 책이 소규모 농업, 친환경적 작물, 가급적 전통적인 방식 등을 지향할 줄 알았다. 그런데 위의 대목을 보면서, 음식의 미래를 보여주는 저자의 여정이 '제3의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구나 실감해본다.

 

저자는 음식의 모험가를 찾아 미국 위스콘신의 사과 농장, 캘리포니아의 로봇 제초기, 뉴저지의 수직농장, 실리콘밸리의 배양육, 인디애나의 퇴비화 프로그램, 매사추세츠의 3D프린터 음식 등 전통방식과 새로운 기술의 양극단처럼 보이는 사례를 만나게 된다. 다른 나라의 경우, 중국의 컴퓨터 제어 농장,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장, 이스라엘의 해수 담수화 기술, 인도/에티오피아의 인공강우, 멕시코의 고대 작물 복원을 선보인다. 그중 한두 가지를 소개해본다.

 

'실리콘밸리의 배양육' 편은 흥미로웠다. 저자는 살아 있는 동물에서 채취한 소량의 근육, 지방, 연결 조직을 이용해 실험실에서 고기를 배양하는 스타트업인 멤피스미트를 찾아간다. 실제로 그곳에서 직접 배양육을 맛본 저자의 소감은 "바로 익숙함, 진짜 같음, 그리고 지극한 평범함"이었다. '케냐의 크리스퍼 옥수수' 편에서 유전자변형과 편집을 거친 씨앗, 곧 GMO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볼 수 있었다.

 

케냐 정부는 2012년 GMO 작물의 수입과 상업적 경작을 금했다. 아프리카대륙 54개 국가 중 7개국만이 목화에 한해 GMO 작물이 허가됐다. 그런데 유전자변형과 편집을 거친 씨앗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급자족, 더위와 가뭄, 병충해를 이겨낼 대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2019년 케냐 국립환경관리부는 최초의 상업용 GMO 도입을 허가한다. 저자는 일흔두 살의 케냐 여성 오니앙고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음 말이 인상적이다.

 

"이건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본 모든 연구에 따르면, GMO로 얻는 이익이 위험을 훨씬 능가해요. 그리고 그 위험은 통제할 수 있죠. (중략) 우리는 구걸하던 상황에서 식량을 수출하는 상황으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자급자족할 수 없는 사람에게 진보란 없어요. (중략) 우리에게는 항상 뒤처지는 농업보다는 그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농업이 필요해요. 토종이나 현대의 씨앗 모두 필요해요. 다양한 영양과 풍부한 생산량이죠."(119-120쪽)

 

저자 표현대로 "진열대 위 콘칩"의 재료가 GMO인지 아닌지 따지는 수준이 아니라, 아프리카대륙 사람들에게 몬산토산 씨앗은 절박한 동아줄 같은 것일까. 어떤 상황에 처했느냐에 따라, 그 씨앗을 받아들이게 되는 입장이 달라질 것 같다. 어려운 대목이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국지적인 소규모 유기농들의 네트워크뿐 아니라 지금보다 나은 대규모 기업형 농업의 필요성을 말하고, 토종 작물의 보호뿐 아니라 스마트 양식장, 인공지능 로봇, 좋은 GMO, 크리스퍼(유전자 편집 기술)로 만든 작물도 필요하다고 본다. 모든 이들에게 지속가능한 식품을 공급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면 양측이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GMO 앞에 '좋은'을 붙인 의도는 저자가 기존에 가진 부정적 편견이 사라졌다는 의미일까. 적어도 흑백논리식 사고방식을 벗어나 식량 위기 해결을 모색해야 하는 자세가 기본이 되어야 할 듯하다. 건강과 영양을 운운하고 이것저것 고를 처지가 아닌 빈곤와 기아 앞에서, 혹은 기후 변화로 눈에 띄게 식량 선택의 폭이 좁아져버린 상황에 직면할 때, 그런 문제의식을 가진다면 현재 내가 마트 진열장에서 스쳐 지나가는 재료나 식품들이 뭔가 다르게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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