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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감각에 의한, 감각에 의하여 『겨울에 대한 감각』 | ing... 2022-04-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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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겨울에 대한 감각

민병훈 저
자음과모음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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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가 극명할, 불친절한 단편집. 하지만 도전해 볼 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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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가을 엄마 생신

2021년 봄 엄마 기일 - 내게는 시리도록 추운 겨울이었다.

 

10년 이상의 시간 동안 매일 상상했다. 마지막이라는 건, 엄마가 떠난다는 건, 더는 내 옆에 없을 엄마의 빈자리를. 현실이 되었을 때 상상보다 무덤덤했다. 오래 아프셨고 건강한 모습보다 아픈 모습을 더 많이 봐왔던 나는 이미 꽤 담담해져있었다. '마지막'을 꽤 오래 준비해왔고 이겨낼 담금질을 끊임없이 해왔고, 그랬다. 그럼에도 빈자리는 컸다. 마지막 엄마의 평온한 얼굴을 보았으니 되었다. 고통 없는 깊은 잠에 빠져있는 당신을 보았다. 되었다. 스스로 위안했고 민병훈의 소설인지 실제인지 한 구절(P.18 1955년 겨울 아버지의 생일, 2005년 여름 아버지의 기일)에 내 기억은 온통 '엄마'와의 마지막 기억을 회귀했다. 소설의 힘이란 이런 데 있다.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온전히 내 경험으로 받아들이지 못해도 어느 한 부분에서 격하게 공감하고 습득하며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 완전한 받아들임이란 없다. 완전한 이해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든다는 욕심도 아니다. 그저 공감할 수 있는 부분, 지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설의 힘은 작동한다. 

 

『겨울에 대한 감각』을 읽으며 글의 힘, 소설의 힘을 처음부터 강하게 느꼈다. 무척이나 작은 책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에도, 의식의 흐름대로 감각으로만 나열된 단어와 문장 사이에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민병훈의 소설은 아주 불친절하다. 앞서 말했듯이 '감각'이라는 오감을 통해 의식의 흐름대로, 때로는 무질서하게 나열되는 단어와 문장의 서술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이해'할 수 없는 '이해'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해'를 독려하고 있다는 표현 자체도 백번 양보해서다. 십중팔구 '이해'할 마음이 없다면 한 페이지라도 책장을 넘기기 쉽지 않은 소설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나오거나 견뎌낸 무수한 반복의 일상-시간, 세월이 응집된 결정체가 오롯이 현재로 존재한다. 현재라는 지금은 앞으로 몇 시간, 며칠, 몇 년이 남아있을지는 모른다. 어쩌면 내일, 당장의 몇 분 후가 끝일 지도. 삶은 그렇다. 당장을 알 수 없고 끝이 보이지 않기에 살아볼만하다는 것, 민병훈의 소설 또한 그렇다. 서사가 없고 결론도 없다. 때문에 읽는 독자는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저자와 같은 맥락의 결말이 아니어도 좋다. 소설의 힘은, 이야기의 힘은 읽는 자가 길어올려야 할 우물이다. 작가의 손에서 떠난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은 읽는 독자의 몫으로 남기에 어떻게 읽어내든, 어떤 결론에 도달하든 정답지는 없다고 본다. 단어와 문장의 나열을 통해 읽는 사람이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이 곧 '정답'이 되고 '결론'이 된다. 순수하게 내 것으로 받아들일지 단지 '글' 자체로 남겨둘지도 읽는 사람의 몫이 되는 것이다. 두루뭉술한 결론이라 할지라도 다양한 감상이 존재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결말이 존재하는 게 소설의 힘이자 민병훈의 소설집 같은 끝맺지 못한(어쩌면 않은) 이야기의 진정한 '끝'이 아닐까. 내 생각은 그렇다. 

 

P.21 따지고 보면 아무런 상관이 없지. 상관. 연관. 한없이 생각하면 모두 연결된 것처럼 보였다. 그런 걸 끊어내기엔 계절이 제격이었지. 한 계절에 오랜 머무르는 상상을 했다. 오래 머무른 것처럼 시간이 지났지. 겨울이 왔네, 말하지 않았지.

 

소설이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경험하게 하는 거란 생각이 있었다. 상상하지 마라. 살지 못한 삶을. 내 시간과 타인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시간의 흐름은 일정하지만 경험의 차이는 다른 시간을 선사한다. 그러므로 민병훈의 소설을 이해하고자 안간힘 쓰지 마라. 소설 속 '나'가 겪은 감각의 흐름은 '그'의 시간이지 '나'의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태 소설과 나의 '일치'를 경험해왔다면 민병훈의 소설집에서는 '불일치'를 전제해두고 읽어내면 된다. 치환되지 않는 삶의 다양성도 분명 존재하므로. 차이와 다양성의 시선, 경험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 어차피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현실과 소설은 다르다. 소설이 현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전제한다 해도 현실은 소설의 '벽'을 넘지 못한다. 소설과 현실의 차이이다. 단지 소설은 현실의 일부분을 반영할 뿐이다. 얼마나 반영할지 아예 배제할지는 순전히 작가의 펜 끝에 달려 있다. 

 

탄생, 삶, 죽음. 이 안에 내재된 가쁨, 고통, 희열, 고뇌, 애환, 시종일관 담담한 글쓰기로 나열하듯,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볼 뿐인 세 편의 단편과 한편의 에세이. 세 편의 단편은 각기 다른 이야기이지만 '감각'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닮아있을 수밖에 없다. 일상의 감각을 죽음이라는 중첩을 통해 일관성 있게 하지만 무심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마지막 에세이는 자신의 성향, 특징 등을 담담하게 술회하는데 에세이를 읽다 보면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대강 그림이 그려진다. 퍽이나 닮아있다고 느꼈다. 성향을 떠나 특징적인 것들이 그랬다. 이를테면 왼손잡이라는 것, 세상을 바라보는 이성적인 시선, 시크한 듯 유머는 잃지 않는 것, 어디까지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자의식 가득한 시선일 뿐이지만 말이다. 

 

탄생이 있으면 삶의 여러 굴곡이 있고 끝에는 죽음이 있다. 탄생과 죽음은 불가항력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삶-살아감 그 자체는 어느 정도 의지와 인력으로 방향이 정해질 때가 있다. 경험하는 것이 그렇다. 표제작 <겨울에 대한 감각>에서는 화자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무수한 경험이 등장한다. 어머니와의 여행이 있고 아버지의 죽음이 있으며 삶을 지나간 사람들과의 에피소드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감정'이 아닌 오로지 '감각'적으로 서술된다. 감정이 아닌 '감각'으로만 서술되는 이야기는 의외로 담담하고 차갑다. 감정을 배제한 일련의 '사실'을 감각으로만 전달하는 소설은 당혹감이 앞서지만 반복해서 읽다 보면 사건을 사건 그 자체로만 받아들이게 돼서 색다른 경험이 되기도 한다. 두 번째 단편 <벌목에 대한 감각>은 과거 벌목작업을 하다 사고로 동료를 죽음에 이르게 한 화자가 벌목이 한창 진행되는 산 인근 고모의 집에 머무르게 되면서 겪는 감각을 다룬다. 자신의 실수가 빚어낸 과거와 벌목이 이루어지는 현재가 맞물려 중첩되는 화자의 심리가 불안을 최대한 배제한 채 서술되는데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만 집중하고 있기에 엔딩이 다소 반전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불안에 대한 감각>은 선원인 화자가 등장하고 여기서도 사고로 인한 죽음이 등장한다. 감각에 의존해 무심히 지난 날을 회상하는 화자에게서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때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얼핏 느낀 것도 같다. 

 

세 편의 단편 모두 공통적으로 '죽음'이 있다. 되돌리고 싶지만 되돌릴 수 없는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인생사를 관통하는 건 '순리'라는 것이다. 순리를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감정을 배제한 감각에 의한, 오직 감각에 의하여 서술해가고 있다. 『겨울에 대한 감각』은 누구에게나 신비로웠던 탄생을 소멸이라는 죽음을 통해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모든 단편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죽음은 결국 감정이 아닌 감각으로 실현해낼 수밖에 없다. '나'의 죽음이 아닌 '누군가'의 죽음이고 이는 결국 살아있는 혹은 살아내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삶의 끝맺음이다. 죽은 이들은 말이 없고 남은 자들은 그들의 죽음을 목도한 자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때문에 남아있는 자들에게 살을 에는 추운 겨울은 현실이 된다. 그들이 떠난 모든 계절이 겨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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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의 자세『어쩌다, 혼자 여행』 | ing... 2022-04-1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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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쩌다, 혼자 여행

최지은 저
언제나북스 | 2022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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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무작정 떠나고자 마음먹었다. 언젠가는. 10대 때는 그랬다. 20대가 되면 꼭 혼자서 전국 일주를 하겠노라고. 헛된 꿈이었다. 막상 20대가 된 나는 막연함보다는 지금, 당장의 즐거움이 좋았고 삼삼오오 친구들과 어울리며 노는 게 좋았다. 그래, 20대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거야! 라는 모토 같지 않은 삶의 모토를 세우고 카르페디엠을 절실히 실천했다. 20대 후반이 되고 30대 길목의 초입에서 이번에야말로 혼자 여행을 떠나보겠노라 다짐했지만 '현실'이 나를 가로막았다. 개인적인 게 아니라서 어떻게 해결되지 않는 불가항력적인 문제였기에 눈물을 삼키며 '혼자 여행'에 안녕을 고했다. 이제 혼자만의 여행은 미지의, 정말로 막연한 꿈만 같게 느껴진다. 지금 내게는 혼자서 떠날만한 용기가 부족해서일 것이다. 

 

그렇다 보니 항상 그랬듯이 제목에 끌렸고, 저자의 용기를 엿보고 싶었고 이루지 못한 막연함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무릇 사람이란 경험하지 못한 것에 갖는 동경이란 게 있으니까.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더라면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여행 계획을 차곡차곡 세웠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지금이라도 갈 수 있지 왜 못 가느냐 같은 편한 말을 던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알고 있다. 삶의 굴곡에 굴복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다만 당장은 현실이 더 중요하고 20대의 무모함이 지금은 없다. 그게 현실이다. 이상을 꿈꾸고 감정에 솔직한 사람으로 살아왔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월에 나를 맡기다 보면 '현실'이 절대적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난제가 된다. 

 

때문에 저자의 무모함과 '용기'에 응원하며 책을 읽었다. 평소 한 지역을 오래, 깊게 여행한 여행 에세이 위주로 읽어왔는데 이 책은 조금 다르다. 20년 시간의 단편적인 여행 소회, 회고록 같은 느낌이랄까. 세계 곳곳에서의 짧은 에피소드가 전체적인 골자고 그 안에 사람이 있다. 어디에서 살든,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우리에게 최우선은 '사람'이다. 떠나고 머무르며 만났던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의 기억에 남았던 추억이 책 곳곳에 그득하다. 20년간의 기록이기에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따뜻한 인간성의 사람을 두루 보았고 저자의 무모함과 무지, 천진난만함이 공존해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온 때도 부지기수다. 떠남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자신을 정화하며 수행하는 것인 한편 즐거움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정의가 내 나름대로 있었다.『 어쩌다, 혼자 여행』의 에피소드만 읽는다면 '즐거움' 이전에 '낭패감'이 들 때가 많았다. 마치 여행은 모든 걸 잃어버리기 위해, 가진 것을 세계 곳곳의 사람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떠나는 것처럼. 첫 여행부터 가진 돈, 물건 등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서도 여행을 포기하지 않는 저자의 용기에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나 같았으면 괘씸하고 무서워서라도 여행을 접고 말았을 테니까. 역시 아직 나란 사람은 여행가의 자세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모든 것을 잃어도 여행은 잃지 못하는 사람, 저자 최지은은 그런 사람이다. 현실적인 내 눈에는 무모하리만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구나 싶었다. 하나 여행가의 자세 중 가장 기본은 이것이 아닐까. 더군다나 혼자서 떠날 수 있는 여행자의 자세는, 조금 더 무모하고 조금 더 용기내야 하며 조금 더 욕심내지 않는 자세. 잃어도 두려울 것이 없고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씩씩해야 하며 구름이 방향대로 이동하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듯 이미 일어나버린 일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아갈 수 있는 무데뽀 정신으로 점철된 용기 같은 것 말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가진 생각이다. 결국 여행이란 건 용기 있는 자에게 주어지는 오아시스 같은 것이다.

 

어떤 이들은 시국을 문제 삼으며 여행의 갈급증을 토로할 것이고 어떤 이는 나처럼 용기와 현실을 탓하며 혼자 여행의 실천을 뒤로 미루고 있을 테다. 그런 사람들에게 잠깐이나마 목을 축일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워낙 짧은 에피소드 위주라 내용을 일일이 열거하면 재미가 반감될 책이다. 20대부터 40대까지의 여행자의 시간을 200페이지 가량의 짧은 책에 어떻게 다 담겠는가. 20년 시간의 80%를 혼자만의 여행에 할애한 저자인데. 리뷰로 풀어내지 않은 세계의 길 위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는 읽는 사람들의 궁금증과 선택에 맡기는 게 맞겠다. 딱히 외국 여행을 적극 추천하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추천하지 않는 것도 아니기에 '혼자' 떠남은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긴 외국 여행은 외려 한국으로 돌아오는 순간 새로운 여행지가 펼쳐지는 마법을 선사한다. 저자가 그러했다. 모든 건 나의 시선과 가치관 문제이다. 집 뒷산을 여행지로 정하면 그곳이 곧 혼자만의 여행 시작지인 셈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당연한 듯 지나쳐 온 것들은 결국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달라지기 시작한다. 여행도 그렇다. 거창하게 해외여행부터 시작하는 게 아닌 내가 사는 곳으로부터의 출발, 썩 나쁘지만은 않을 듯하다. 또한 지금 우리는 모두 궁극적으로는 삶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다. 한발짝만 내디디면 또 다른 목적지가 가득하다. 지금, 여기 내 삶의 터전부터 혼자만의 여행은 시작인 것이다. 

 

사실 나는 여행은 더하기 위해 떠나는 거라 생각했다. 잠시 잠깐의 '휴식'같은 여행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행은 하나라도 얻고 돌아오는 게 있고, 있을 거라는 기대심리가 존재했다는 말이다. 책을 읽고 난 후 생각이 달라졌다. 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우기 위해서가 전제된다면 어떤 여행이든 나쁠 건 없겠다고. 가진 모든 걸 잃어버리고도 포기하지 않는 저자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그랬다.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가 계속 머릿속을 부유했지만 결국 현재의 삶은 플러스가 되어 혼자가 아닌 가족과의 충만함 가득한 여행의 결실을 맺었으니까. 절대적인 채움이 아니면 좀 어떠랴. 어차피 얻고 잃는 것도 마음가짐 문제인 것을. 여행을 통해 비워내는 삶을 실천한 저자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내며 다음 에피소드도 기대해 본다.

 

*이 리뷰는 예스 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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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시간.『혼자가 되는 책들』 | 2016. 2016-04-3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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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혼자가 되는 책들

최원호 저
북노마드 | 201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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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책에 관한 책을 거의 빼놓지 않고 구매했다. 출판계가 불황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와도 책은 끊임없이 출판된다. 관심 가는 책은 언젠가는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간혹 관심을 뒀다는 사실마저도 잊게 될 정도로 출판의 물결은 내가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빠르다. 결국 끝까지 기억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린 책은 누군가의 서평으로 대신하거나 책에 관한 책으로 일정 해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소개하는 책은 대부분 좋았기 때문에 소개하는 것이므로 기억에서 까무룩 잊었던 책은 다시 내 기억 속으로 차곡차곡 쌓이고 만다. 책에 관한 책 대부분이 문학을 주로 다루는데 혼자가 되는 책들은 다르다. 알라딘 서점 예술서 MD로 재직 중인 저자답게 이 책에서는 다양한 예술서를 소개하고 있다. 특기할 점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예술서보다 지극힌 개인적인 독서 경험으로 좋았던 책을 소개한다는 데 있다. 전문분야의 책을 읽고는 싶은데 어떠한 시각과 관점으로 선택해야 할지 막막할 때, 그가 책을 선택하고 바라보는 시각, 태도의 도움을 받는 것도 퍽 괜찮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문구는 아는 것에 따라 보이게 된다는 뜻이기도 해서, 구하고 묻는 과정을 생략한 채 쌓은 지식들은 어떤 신비나 놀라움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설계도 없이 재료만 쌓아놓고 집이 지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아는 만큼 보인다'를 더 능동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오로지 매혹만이 이러한 능동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무언가를 탐구하고자 할 때는 언제나 그 대상에 대한 매혹을 마음속에 품어야 한다. 교양에 대한 막연한 욕구 같은 부차적인 욕망은 지식을 얻는 것 자체에 만족해버리므로 결코 대상에 대한 애정을 대신하지 못한다. 매혹은 지식에 만족하지 않는다. 매혹의 답은(만약에 답이 존재한다면 말이지만) 매혹당한 자, 즉 질문을 던진 자의 마음속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94쪽

 

클래식 음악, 미술, 사진, 영화 등을 소개하는 예술서를 선택할 때 초보들의 실수는 뻔하다. 작품(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이해하기 쉬워야한다는 것. 때문에 자기만의 관점으로 확장되기보다 원론적 지식 습득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대개의 미술이나 음악 예술서가 답습하는 이 부분을 저자는 과감히 제외했다. 대신 그 책을 쓴 저자의 경험과 맞닿은 새로운 해석에 주목했고 그러한 책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 중에서 제목을 알고 있던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또 예상외의 분야에 관한 책을 소개하기도 해서 저자의 안목에 감탄하기도 했다. 주류 바깥에 섬처럼 떨어져 있는 비주류를 바라보며 주류로 끌어올리는 능력은 그가 서문에서 밝힌 보물섬을 찾아가는 기분이랄까. 결국 그가 소개하는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일뿐이다. 그 선택을 읽는 독자는 타자의 시선으로 읽힌 책의 새로운 관점을 감상하면서 호기심을 갖거나 아예 무관심해지거나 할 뿐이고 말이다.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다양한 시선과 감상이 나올 수 있는 건 개인적인 읽음 안에서 해석되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뭐 살아온 환경이 어떻고 관점이 다르고 삶의 지향점이 다르다는 둥 하는 건 너무 뻔한 말이니까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테다. 그저 내 시간 안, 순전히 나만의 사고체계 안에서 사유하고 성찰하며 대입해보는 순간을 경험하기 때문에 같은 책 한 권에서도 수많은 지점에서 다른 감상으로 가지치기하듯 뻗어 나가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혹은 생각해볼 수 없었던 생각을 잠깐이라도 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다른 이의 감상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이왕이면 색다르면 좋다. 그래서 『혼자가 되는 책들』 같은 책이 더 가치가 있다. 비슷한 유형으로 소개하는 범주 안에서 벗어나 있으니까. 책에 관한 책을 즐겨 읽는 사람에게는 시선을 새롭게 확장할 수 있는 간접경험을 제공해준다.

 

마음에 들어오는 책이 꽤 있었다. 음악 서적이 1순위였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관한 책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히사이시 조의 음악 때문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도 좋아하게 된 경우다. 영화와 음악의 시너지를 이들 콤비보다 잘 보여주는 경우도 드물다. 마녀배달부 키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천공의 성 라퓨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등. 다양한 그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얼핏 비슷해보이는 스토리 안에서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의 맥을 놓치지 않는 그의 능력에 놀랐던 적이 여러 번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정리하는 책을 통해 최원석 MD가 바라본 아이와 어른의 경계 그리고 아이는 아이답게의 모토로 확립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관을 훑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큰 관심이 간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은 쓸쓸한 말이다. 왜 쓸쓸하냐면 질문을 던지(고 싶)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더 해주고 싶은 말도 더 알고 싶은 점도 없다. 오직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는 걸로 만족할 뿐이다. -57쪽

 

무조건적으로 남들에 휩쓸리는 건 좋지 않다. 때때로 맞추어가야 하는 것이지 그저 휩쓸리는 것을 맞춰가는 거라고 합리화하는 건 별로다. 혹자는 이것을 이기적이라고 일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에 한해서만은 이기적이라도 괜찮다. 책을 그저 밥 먹는 것처럼, 일상의 그저 그런 한 부분으로 인식하더라도 자기 고유의 선택적 시선과 가치관은 필요하다. 십 점 만점에 남들은 0점을 줘도 십 점을 줄 수 있거나 반대의 경우가 존재하는 건 분명 다른 시선과 관점으로 책을 들여다봤다는 것 아닐까. 그래서 책의 평점이나 평가에 휩쓸리지 않으려 한다. 호기심이 동하면 내 눈으로 확인하면 된다. 그 안에서 또 잊거나 잊히는 책은 부지기수겠지만 읽게 될 책은 언젠가는 읽게 될 테니까. 그게 직접체험이든 간접체험이든. 이런 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비슷한 유형의 책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잊혔지만 누군가에게는 고이고이 기억되는 순간의 책을 소개하는 개성 있는 책 말이다. 아주 좋았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건 결국 개인의 몫이니까. 소신 있게 책을 선택하고 뒷받침할 근거가 충분하다면 아주 좋았다로 기울 수밖에 없다.

 

그가 선택한 책이 예술인들의 흔적을 단지 작품성과 업적만으로 수치화한 책이 아니라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 그들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또 하나의 삶을 창조하거나 기이할 정도로 볼품없고 단조로운(예술서라고 하기에는 뭣한), 감상적이지도 않은 책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서 찾아낸 그들의 삶과 작품 면면을 세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을 때는 항상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므로 저자 또한 의문을 품고 질문에 응답해가는(답이 있든 없든) 과정의 책을 그는 좋은 책으로 꼽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나는 나만의 시간 속으로 걸어갔다. 어떤 책을 소개할 때는 열렬한 호기심을 보이다가 어떤 책은 시큰둥하게 의무적인 책장 넘김을 반복하다가 그의 가치관이 마음에 드는군, 같은 혼잣말도 하면서. 『혼자가 되는 책들』을 읽으며 나를 찾는 시간에 한참을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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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지극히 내성적인』 | 2016. 2016-04-22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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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극히 내성적인

최정화 저
창비 | 201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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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세계에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기란,

 

불안하고 위태로운 이 세계에서 타인의 고통에 우리는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타인의 고통에 눈물 흘리기보다 냉소로 일관하는 세상이다. 냉소로 끝나면 차라리 다행이다. 조롱하고 비난하며 남의 불행과 고통을 기꺼이 자신의 즐거움으로 삼아버린다. 내 삶도, 네 삶도 변변치 않은 일색인데 저울 위에 올려두고 마치 무게를 측정하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칼을 들이미는 것보다 얼굴을 마주한 채 '당신이 싫어'라고 말하는 게 오히려 낫다. 앞에서는 열렬히 환영하는 인사를 보내고 뒤돌아서서 그 사람의 삶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것에 익숙해진 채 아무렇지 않은 듯, 순진무구를 가장한 얼굴을 목도할 때면 목구멍까지 토악질이 차오른다. 타인의 고통은 내 고통의 절반 언저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남의 불행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보다 내 고통에 민감하고 민낯을 들여다보기를 주저한다. 대신 고통받는 타인의 모습을 숙주로 포만감을 채우며 내 삶의 안녕에 안도하며 평화로운 숨쉬기를 반복한다.

 

자신의 힘든 일만 주야장천 토로하던 친구가 있었다. 내가 힘들 때는 안부 연락은커녕 흔한 위로의 말도 건네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 친구는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안중에도 없이 힘들어 죽겠다고 하소연을 해댔다. 레퍼토리는 항상 비슷했다. 처음에는 다 받아주었다. 들어주었다. 진심으로 위로해주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고통밖에 보지 못하는 이기심에 지쳐갔다. 건성으로 듣고 최선으로 위로해주기 어려웠다. 점점 지쳐가는 내가 있었다. 우리의 관계는 딱 그 정도, 그 친구가 힘들 때만 전화해서 하소연하는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어정쩡하고 인간미라고는 없는 관계로 전락했다. 내가 아프고 힘들 때 그 친구는 하하호호거리기 바쁘고 자신이 이전과 같은 레퍼토리에 전복돼있을 때 또다시 나를 찾아왔다. 자신은 몹시 인간적이며 드라마의 가련한 주인공인척하는 모습에 신물이 났고 그(혹은 그녀)의 연락을 다시는 받지 않았다. 더는 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할 수도 위로의 말을 건넬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계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무지 때문이야. 세상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곳인지에 대해서 무감각해져 있을 뿐이라고."-60쪽(<오가닉 코튼 베이브>)

 

『지극히 내성적인』 안에는 자신만의 강박 속에 갇혀서 타인의 고통을 유린하는 인물들이 종종 등장한다. 인물, 능력, 대인관계, 모든 면을 비교해서 월등했고 완벽한 존재라고 믿었던 여자의 남편은 교통사고로 앞니 여러 개를 잃고 틀니를 끼우게 됐다.(<틀니>) 남편에게 주눅이 들어있던 여자는 남편이 틀니를 빼고 윗입술이 말려들어 간 채 웃는 모습을 보고 혐오감을 느끼면서 '틀니'라는 약점을 교묘히 이용해 수치심을 주기 시작한다. 전세는 뒤바뀌어 이제 남편은 예전만큼 자신감도 없고 남들과 어울리기를 꺼리게 된다. 남편을 그렇게 만든 것은 여자이면서 그 모습을 보고 때로 희열을 느끼는 여자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작가 오난영이 집필활동을 하기 위해 임시거처로 삼은 홈스테이 주인 미옥과의 관계를 다룬 표제와 같은 <지극히 내성적인 살인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파지로 나와 있던 오난영의 완성되지 못한 소설을 보고 대화를 하게 되면서 둘은 가까워진다. 하지만 자신의 평가 한 마디에 흔들리고 안절부절못하는 오난영을 보며 여자는 묘한 희열을 느끼기 시작한다. 자신과는 다른 고매한 영혼으로 떠받들던 처음과 달리 오난영을 손 안에 쥐고 흔들 수 있다는 오만은 결국 관계의 파멸을 불러오는데, 소설의 엔딩이 백미다. 오난영의 출간 기념 행사에 찾아가게 된 미옥은 오난영이 남겨둔 종이칼과 새로 출간된 소설을 들고 모든 것은 오난영의 행동에 달려있다는 암시를 주면서 끝낸다. 스스로 관계의 파멸을 불러왔으면서 죽고 사는 것은 결국 그녀(오난영)에게 달려있다는 아이러니로 말이다.

 

도처에 불안이 넘쳐흐르고 고통 속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정화의 단편은 그 불안을 공공연히 떠들어대지 않는다. 대신 지극히 내성적으로, 심리의 불균형, 불안함으로 직시한다. 때문에 모든 단편은 진행형에 머무르고 이렇다 할 결과를 제시하지 않는다. 온전히 각 단편을 읽는 우리의 몫으로 남겨둔다. 어쩌면 우리가 바로 소설 속의 강박증이라는 안개에 갇힌 저마다의 사람들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딸의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은 아빠는 사고보다 더 큰 데미지를 안기는 딸 지나의 임식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타투>) 15살인 딸의 임신 소식은 충격이다. 대체 천진난만한 얼굴(실제로는 담배도 피우는 딸이지만)로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을지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척하는 것일지 아빠는 딸의 표정과 행동을 관찰하며 홀로 마음의 사투를 벌인다. 어쩌면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딸은 순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순진무구한 얼굴 뒤로 아빠의 일그러진 표정을 일일이 캐치하고 있었을 지도. 잠든 딸의 말려 올라간 환자복 상의 골반 언저리에 새겨진 타투를 피사체에 담는 아빠의 가련한 본심까지도 말이다. 그런가 하면 비교 대상도 되지 않는(안 된다고 생각하는) 가사도우미 면접을 보러 온 여인에게 모종의 질투심을 느끼며 동정과 조소를 허위로 덮은 연민을 보내는 화자의 태도는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의 전형적인 표본이다.(<구두>) 낡은 구두를 남겨두고 자신의 구두를 신고 가버린 여자의 행동은 모두 알고 있었다는 듯이 반전을 꿰한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

 

짤막한 10편의 단편은 거의 이런 식으로 반전과 아이러니를 남기고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같은 궁금증만 무럭무럭 증폭시킬 뿐이다. 불안한 세계에서 모든 결과가 불안으로 귀결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적 암시도 없다. 어떤 암시나 내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 소설집의 매력이고 불안한 세계의 역설적인 진실이다. 추천사에서 정이현 작가가 말한 것처럼 나도 예전에 새로 산 구두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그녀와 똑같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식당이었고 밥을 다 먹고 나와 보니 내 구두와 비슷한 디자인, 색깔의 낡은 구두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 신발의 주인이 내 구두를 신고 갔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지만 나는 그때 차마 그 낡은 남의 신발을 신고 나오지는 못했다. 누군가가 그랬으니까 나도 똑같이 그 신발을 신어도 돼가 아닌, 실은 어쩌면 낡았기 때문에 신고 오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낡고 허름한 것보다 새것에 더 눈길이 가게 돼있으니까.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내 것이 아님에도 탐내는 것이냐 아니냐의 차이일 것이다. 그때 낡은 구두를 남겨두고 새 구두를 신고 간 그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내 욕심으로 누군가는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 내 선택으로 누군가는 불편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깊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 역시. 우리는 타인의 불행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다. 다만 결과론적으로 약간의 위로의 제스처를 취할 뿐이고 공감하려 애쓸 뿐이다. 문득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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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보는 즐거움.『당신의 집을 편집해드립니다』 | 2016. 2016-04-22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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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의 집을 편집해드립니다

빔스 저/김영희 역
위즈덤스타일 | 201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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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정돈이나 인테리어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인테리어 감각이야 타고난 센스를 무시하지 못하겠지만 정리정돈은 무조건 부지런하면 절반은 성공인 셈이다. 나의 문제점은 정리를 해도 금방 어질러진다는 데 있다. 물론 이것은 내 방에 한해서이다. 내 방 외에 다른 곳에서는 썼던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만 이상하게 방에서만은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라 워낙 편해서 그런 건지, 청소한 직후는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두려고 노력하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당신의 집을 편집해드립니다』는 일본 편집매장 빔스 직원 130명의 집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의 인테리어를 사진으로 보여주고 정리법, 좋아하는 브랜드, 물건, 신조, 애장품 등 라이프 스타일이 간략히 정리돼있다. 사진을 통해 인테리어 센스를 엿보는 재미도 있지만 이 사람들은 과연 물건 수납, 정리를 어떻게 했을까 하는 게 궁금해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정리에 대한 노하우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것 외에는 특별할 방법은 없다. 맞다. 정리를 잘하는 건 앞서도 말했지만 무조건 부지런하게 청소하면 되는 거니까.

 

 

 

색감만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순전히 인테리어나 정리 비결을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하는 건 비추다. 정리법이나 인테리어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제시하는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집은 정리나 인테리어는 차치하고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빔스라는 회사가 생활소품, 패션 사업을 기반으로 다방면의 분야로 확장된 편집매장이기 때문에 그들의 관심사도 비슷했다.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신발, 옷, 수집품으로 그득 찬 집들. 인테리어 보는 재미보다 그들의 수집품 감상하는 재미가 배가됐던 책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다소 이질감도 느껴지던 게 사실이다. 아름다운 집 이전에 특정 마니아를 소개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130명이라는 많은 수의 사람(집)을 소개하니까 다양한 취향을 보는 재미도 있다. 특히 수집품에 눈길이 자주 갔는데, 운동화부터 시작해서 프린트가 있는 티셔츠, 데님, 그릇, 종이, 붓, 럭비공, 양말, 민예품까지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 외에 특정 수집하는 물건은 없는 나라서 더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애착을 갖는 물건은 매일같이 보는 책, 옷, 화장품 등. 항상 필요로 하는 것들 정도라서 말이다. 관상용이 아닌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최소물건.

 

 

 

 빔스 직원들의 집, 거실과 주방 인테리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새삼 느낀다. 책에 소개되는 빔스 직원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서 살아가면 정리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정리 좀 못하면 어떤가, 삶이 즐거운데, 그들이 말하는 삶의 절대적 노하우는 바로 이것이다. 정리된 삶보다 삶의 즐거움을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잡아주는 책이랄까. 정리를 정말 못하면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방법밖에 없다는 어떤 직원의 답변을 보고 이미 깨달았다. 아, 이 책은 정리 노하우를 기대하고 보면 안 되는구나 하고. 그럼에도 눈길이 갔던 답변은 일정 시간을 정해서 정리해보라는 것 정도다. 먹고 잠자고 일하고 책을 읽는 게 습관으로부터 출발한다는 맥락으로 생각해보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을 것 같다. 정리에 대한 이렇다 할 노하우를 기대만큼 얻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하는 동안 눈은 참으로 즐거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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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동아시아사 1』 | 2016. 2016-04-1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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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처음 읽는 동아시아사 1

신주백,김형열,박삼헌,오민영,윤대영,한기모 공저
휴머니스트 | 201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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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은 나라가 있을 때는 문화 전반과 관습, 특성에 두루 관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더 깊게 알아가려고 할 때는 지난 역사의 자취에 대한 궁금증이 동하게 되는데 어떤 책을 선택해서 봐야 할 지 항상 고민하게 된다. 아무리 개론서에 지나지 않더라도 이왕이면 연대순으로 적확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책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반도 역사도 줄줄이 꿰고 있지 못한데 무려 동아시아사라니. 무리라고 하더라도 호기심은 어쩔 수 없다. 더군다나 이 책은 동남, 동북 17개국을 집대성한 책이다. 호기롭게 펼쳐 들었던 처음과 달리 읽어갈수록 뇌의 한계를 시험하는 기분이었다. 기본적인 연대에 의해 순차적인 역사 기록이 아니라 종교, 지역 특성, 문화 과도기, 전쟁 등의 화두를 두고 일정 세기를 넘나들고 있어서이다. 또 17개국의 역사 속 흥망성쇠에 의한 국명, 지명 변화가 잦아서 무척 헷갈리기도 했던 탓이다.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정도까지는 기억하려 애썼지만 인도네시아를 기점으로 한 동남아시아 도서부(제국)가 등장할 때는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었다. 처음 알아가는 타국의 역사라서 낯섦 일색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동아시아 17개국

 

 

17개국의 역사를 아우르는 건, 말하지 않아도 워낙 방대한 내용이라 그것을 정리한 그 자체로도 대단한 일이다. 『처음 읽는 동아시아사』는 풍부한 문헌 참고와 자료 조사를 기본 토대로 단순 서술식에서 벗어나 이야기하듯 설명하고 있다. 설명 중간중간 질문을 유도하고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이런 책은 공부하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제목처럼 처음 읽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에 친절한 길라잡이가 되기 위해서였을 거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종교의 변천사와 맞물린 각국의 처세나 외교 관계, 과거제도의 영향, 해상 무역의 발전과 서양과의 외교 방식이었다. 나라마다 고유의 관습과 통치 방식, 국교나 종교에 의지하는 정도가 다른 것을 비교해서 동맹 혹은 대립국가로 나뉘어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역사에서 굵직한 획을 그었던 정벌 내용을 다룰 때는 단연 몽골제국을 빼놓을 수 없다. 아시아에서 가장 방대한 영토를 확보했던 몽골제국의 위상과 중국의 급변했던 흥망성쇠사는 대략적으로 알던 것을 조금 더 깊이 있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각 나라의 흥망성쇠를 차치하고 종교와 과거제도였다. 유교에서 불교로 이행되는 변천 과정과 각 나라가 과거제도를 수용하고 고유문화로 발전시켜 나간 방향성 말이다. 과거제도는 중국 수나라에서 처음 시행(587년)됐다. 과거제도의 중요성은 관리를 가문 출신으로 선발했던 기존 관행을 탈피하고 귀족 출신 세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황제의 권력문제와 직결돼있다. 가문보다 재능을 중시하는 관직 선발의 뜻도 있지만 숨은 이유는 귀족 세력을 약화하기 위한 교두보로 작용하기도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한다. 물론 초기에는 고위층 자제와 귀족의 전유물이었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인재 등용문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과거제도를 수용한 나라도 있는 반면 수용하지 않은 나라도 있다. 중국, 한반도, 베트남은 수용했지만 중앙아시아의 유목국가, 일본 등에는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백성에게 열려있는 관문(천민 제외)이라지만 결코 그 문을 두드리기 쉽지 않았다는 데 있다. 엄청난 시간과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 때문이다. 문관을 뽑는 시험은 경전 해석 능력, 시 창작 능력, 논술 능력을 확인했는데 이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57만자에 달하는 12종의 유교 경전을 완벽하게 암송해야 했다(231쪽)고 한다. 12세기 과거시험의 합격자는 3,000명 중에 1명꼴이라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철옹성이었다. 또한 그 시절(16세기) 쌀 한 가마니가 은자 한 냥이었는데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시험비용 외에 부차적인 비용(사례비, 교재비, 교통비등등-지방 응시자에 한해)까지 합해 은자 육백 냥에 버금가는 금전이 들었다고 하니, 일반 백성은 감히 꿈도 꾸기 어려운 도전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거나 예나 지금이나 왜들 그렇게 관문을 통과하려고 애쓰는지 대충 짐작 가능하다. 일단 시험만 통과하면 앞으로의 인생은 탄탄대로를 보장받는 거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육백 냥은 너무 심했다 싶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각 단락이 끝날 때마다 역사 속에 숨은 인물, 잘 알지 못했던 각 나라의 역사에 미친 특징적 영향을 요약한 내용은 역사를 알아가는 또 다른 키워드로 재미를 더한다. 내게는 무척 낯선 인물들이라서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1편은 선사 시대부터 18세기까지의 각 나라의 성장과 교류 관계를 다루고 있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알아가는 과정에 만족감이 있었지만 2편은 본격적인 근현대사를 다룰 예정이라 1편보다 이해하기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세계사는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으면서 정작 동아시아 역사는 무지했다는 생각을 했던 시간이다. 한 번 읽어서 남는 게 얼마나 되겠나. 읽으면서도 제대로 숙지 되지 않아서 참 더디게 읽어 나갔다. 그런데 사진 자료가 내용을 부연하기에는 조금 빈약했던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든다. 사진 자료도 꽤 많기는 한데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그런 것이지 적다는 의미는 아니다. 학창 시절에 국사나 세계사 공부할 때, 시험 기간에 단순 벼락치기로 암기하기만 했던 시절이 떠올라서 피식거려보기도 한다. 역사 공부는 단순 암기가 아니라 체계적인 변천사에 매개가 됐던 고리를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각 국의 변천사를 앞서 언급했던 특정 매개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게 책의 장점이다. 중,한,일,베트남을 넘어서 동아시아사 전반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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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 "시간 밖으로" | 제가 읽어드릴께욧! 2016-04-1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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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

시간 밖으로


이스라엘의 국민작가

다비드 그로스만


전쟁터에서 아들을 잃은 그가

문학으로 모색한

슬픔, 그리고 위로와 희망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김승욱 옮김


15,000원






“슬픔의 비밀을 이해하려는 책.
그리고 슬픔마저 상상력이 존재해야 이해할 수 있는
우리 시대의 고독에 답하는 꼭 필요한 책.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김경주(시인, 극작가)


“반드시 나와야 했던 책.”

가디언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온 작가인 그로스만은 이스라엘 정부의 극단적인 대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쉼없이 내온 평화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로스만이 모국인 이스라엘의 과오를 인정하고 그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부조리한 현실에 직면해 성찰하고 발언하고 행동하길 멈추지 않았다.


2010년에 그로스만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건설되기로 예정되었던 서안 지역을 이스라엘 정부가 무력으로 점령하고 강제로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에 반대하며 그 지역과 관련된 문화 행사에 보이콧을 선언했고, 2006년 레바논-이스라엘 전쟁 당시에는 아모스 오즈와 A. B. 여호수아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총리였던 에후드 올메르트에게 군사행동이 아닌 외교적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하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자회견이 있고 이틀 뒤, 병역에 복무 중이던 아들 유리가 전쟁터에서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난다. 마침 그날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유엔 안보리의 휴전결의안을 수용한 날이었다. 그러나 휴전 전에 최대한 성과를 올리려 한 이스라엘군의 전략적 명령 때문에 헤즈볼라의 대전차미사일에 희생되었던 것이다.


새벽 두 시에 인터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들의 죽음을 예감한 그로스만은 그 순간 “삶이 끝나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을 땅에 묻고도 삶은 계속되고 있었다.


결국 그는 글쓰기로 돌아갔다. 첫날에는 힘겹게 한 시간을 버텼다고 한다. 다음 날 그는 십 분을 더 버텼고 그다음 날에는 또 십 분을 더 버텼다. 그렇게 그는 2003년부터 아들 유리에게 조언을 구하며 써오던 소설 《땅끝까지To the End of the Land》(2008)를 완성했다.


2011년에는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슬픔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시간 밖으로》를 발표했는데, 이 시적이고 아름다운 애가(哀歌)를 통해 그로스만은 잊혀지길 강요당하는 죽음들을 불러내 다 함께, 원없이 슬퍼하고 원없이 분노하고 원없이 미안해하는 데서 위로와 희망의 길을 모색한다.


| 책 속에서

— 어쩌면 아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 그렇지 않아. 오 년이 지났으니 아직까지 있지 않을 거야. 없을 거야.
— 우리가 왜 자기를 그렇게 금방 포기해버렸는지 궁금해하고 있을지도 몰라. 우리가 통보를 받자마자…….
— 날 봐. 내 눈을 봐. 당신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아? 내가 안 보여? 여기에는 당신이랑 나, 둘이 있어. 여긴 우리 집이야. 우리 부엌이고. 이리 와서 앉아. 내가 수프를 좀 가져다줄게.    (7~8쪽)


어쩌면 우리도 그 아이처럼 죽을지 모르지, 그 자리에서.
아니면 그 아이를 마주 본 채로 매달려서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
흔들리게 될지도—
하지만 그건 우리도 알지. 슬픔의
교수대에서 오 년을 보냈으니.    (40~41쪽)



 

📖 <시간 밖으로> 서평단 모집


인원 |  총 5명

기간 |  ~4월 17일(일) 까지

발표 |  4월 18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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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서평단 모집이 도중에 중단되었던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_ _) 더 책임있는 책세상이 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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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로 보내는 구조 신호. 『부상당한 천사에게』 | 2016. 2016-04-08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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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와 함께하는 독자 서평 참여

[도서]부상당한 천사에게

김선우 저
한겨레출판 | 2016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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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이 이런 말을 한다. 공약을 지키지 않으니 투표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사실 공약은 약속이고 약속은 지켜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시행착오도 있기 마련이다. 다만 자기가 뱉은 약속을 나 몰라라하고 지킬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지탄 받을 일인 건 맞다. 투표권은 국민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공약을 지키지 않아서 투표하지 않는다, 같은 정의는 성립해서는 안 되는 게 맞지 않나. 어디 가서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영 개운하지 않다. 투표권은 성인 남녀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강요가 아닌 자율 선택 의지이다. 선택이 필연이 되면 좋을 텐데 마지못해, 떠밀려서 하는 기분을 감출 수 없고 씁쓸함이 남는다면 돌아보아야 하지 않겠나. 왜 우리는 매번, 유쾌하게 투표할 수 없는지를 말이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선거(투표) 이야기로 포문을 여는 건 이 빨간책의 70% 정도는 정치, 정부에 대한 쓴소리 일색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대한 비판일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정치 주제가 이렇게 상당 폐이지에 할애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물론 비중이 그렇다는 것이지 정치 이야기뿐 아니라 다양한 현 시대의 이야기가 책 속에는 있다. 김선우 시인의 글은 장편 소설 『물의 연인들』 한 권을 읽은 게 전부다. 소설을 읽었음에도 나는 그녀를 시인이라고 부르련다. 시인이자 소설가, 산문가, 여러 형식의 글에 맞는 이름으로 부를 수도 있지만 그냥 그녀는 시인이다. 시로 등단해서가 아니라, 소설가와 시인의 경계를 나누던 그녀의 말에 백번 공감하기 때문이다. 시는 가난하고 남루한 밑바닥에서 자기 아픔을 노래하며 비로소 시인 자신으로 승화한다. 그래서 김선우는 시인이라는 타이틀이 가장 걸맞은 여인이다. 아직 그녀의 시를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 빨간책을 읽으면서 꼭 그녀의 시를 찾아 읽어야겠다는 약속을 한다.

 

시인,

비루한 사회에서 명랑을 외치다.

 

요즈음 우리 사회의 신조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그중에서도 갑과 을(갑질 논란, 갑질 횡포), 금수저, 흙수저(수저 계급론), 열정페이, 노오력, 루저 같은 자본이라는 지렛대 위에 계급 혹은 외모, 삶의 지수 같은 경계를 두고 무리를 지칭하는 단어들이 범람하는 시대다. 단어들의 실체는 지극히 현실을 대변한다. 불편한 마음은 계급을 넘어 개인에게로 맞춤하며 차마 입에 담기 싫은 신조어(녀녀녀로 대변되는)들을 끊임없이 배출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평등을 부르짖는 이데올로기의 민낯은 처참하다. 더럽고 추악하고 파괴적이다. 신조어들을 통해 보여지듯이 개인의 존엄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개인의 존엄은 땅에 곤두박질친 채 거대 권력 집단의 횡포로 있는 자, 가진 자들만의 리그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부상당한 천사이다. 날개가 꺾여 잠시 날아오르지 못할 뿐 곧 도약하게 될, 도약해야 할 부상당한 천사.

 

경제제일주의는 이제 이 나라의 종교다. 기득권자들의 도깨비방망이는 언제나 '경제 살리기'이고, 실제로 '살려놓은' 경제 수준에 상관없이 다수의 국민은 '경제 살리기'에 목을 맨다. 이상하지 않은가. 절대빈곤을 겪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는 이토록 '경제'에 목매게 된 것일까. 행복의 가치를 향한 공동체 문화는 점점 사라지고 돈을 향한 탐욕은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 '부자 되세요!'가 그 어떤 가치보다 앞서는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후진'이라기보다 '저질'이라 말해야 할 이 모든 사회 분위기에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딱 맞아떨어진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그 사회 수준에 맞는 대통령이 나온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 우리를 '먹고살게' 해주었다고 믿는 과거의 대통령 딸이 지금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놈의 경제'에 대한 국민의 강박관념이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 아닐까.-24쪽(그놈의 경제 타령)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것 뒤에는 그것을 만드는 노동하는 손이 있고, 다시 그 뒤에는 그것에 원료를 내어주는 자연이 있다. 이 모든 연결의 인연들이 알방적 착취 관계가 아니라 '서로 잘 기대어 있을 때' 세상은 유지되어간다. 세상에 정의가 필요해지는 것도 이 대목이다. 정의는 일방적으로 누가 누구를 판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잘 존재하기' 위한 관계성을 돌보는 일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노동에 기대어 살아가고, 고통받는 노동이 있는 한 행복하기만 한 소비는 없다. 노동이 즐거워지고 생기발랄해져야 우리 모두 행복하다. 세상의 건설은 아름다움과 선함에 무지한 권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즐거운 노동과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유쾌해지라, 노동이여! 노래하라, 기타 줄이여!-249쪽(유쾌해지라, 노동이여! 노래하라, 기타 줄이여!)

 

희망이라도 없으면 사는 것은 지옥 그 자체다. 그래서 그녀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미약한 희망이나마 잡고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며 우리를 독려한다. 명랑, 또 명랑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글 도처에 날 선 시선이 가득하다. 곳곳에 아픔과 상실, 결핍으로 숨죽이고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글이 날카로운 건 필연적이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정치색을 드러내길 서슴지 않는 시인, 잘못된 것들에는 일침을 가해야 하는 성정이 글 곳곳에 보인다. 읽는 내가 간혹 걱정한다. 이래도 될까, 자유민주주의 시대는 이미 허울뿐이지 않나. 과거로 역행한 듯이 검열과 압제의 시대를 살고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현시대에, 출판물이라는 매개로 그들을 직접 지칭해 '말'해도 될까 하는 걱정 말이다. 물론 누구나 해야 할 말이지만 제대로 하며 살지 못하는 실정에 그녀의 쓴소리가 무지막지하게 반가운 것도 사실이다.

 

저주받은 정치계, 정부, 대통령, 노조, 대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살, 세월호 참사, 소외된 사람들 등 모두를 아우르며 진행되는 글은 2008~2015년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행되는 시점에 쓰인 글들이다. 그녀가 심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에 쓰인 글들이라서 더 애착이 가고 남다르다고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음악, 문학, 종교를 넘나들며 마음을 정화하는 글도 가득하다. 몇 년 사이, 우리에게는 아픈 일이 너무 많지 않았나. 앞으로도 지난 몇 년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는, 정부는 여전히 꼬리잡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꼬리 감추기에 급급할 뿐,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답답함을 김선우 시인의 글로 일정 부분 해소한다. 반성도 한다. 그녀처럼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 많은 사람이 있어 주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소외된 사람들을 챙길 줄 알고 먼저 발 벗고 나서려는 올곧은 뚝심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 테니까. 그녀는 냉소를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무관심에서 비롯한 냉소가 폭주하는 사회야말로 인간미가 말살된 죽은 사회일 테니 말이다. 돌아본다. 나도 때로는 냉소주의로 일관하는 사회와 격리된 인간이 아니었는지. 올해 초에 읽은 문강형준의 『감각의 제국』도 그렇고 김선우 시인의 『부상당한 천사에게』도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책이다. 많은 사람이 읽어주면 참 좋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음악처럼 문학 역시 삶을 위해 있다. 문학 자체에 무슨 절체절명의 가치가 있다는 듯한 문학주의적, 탐미적 경향에 나는 동의하지 못한다. 저마다의 개인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한 번뿐인 삶을 사랑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 위해 문학은 존재한다.(…)

예술을 저 높은 천장 금고에 보관하며 '교양'으로 떠받들지 말고 기쁘거나 슬프거나 고통스러운 삶의 모든 순간에 친구처럼 불러내 수다 떨 듯 누리자. 예술은 숭배할 것이 아니라 삶에 힘이 되도록 사용하는 것이다. 고단한 일상일수록 더더욱!-116쪽(예술 사용법)

 

시인은 차마 못 한 말을 '문학'이라는 탈출구를 통해 뱉어낸다. 언어(말, 글)로 먹고사는 사람이 언어에서 자유로운 모습을 보는 건 신기한 일이다. 단어, 체제, 관습에 구속받지 않은 채 자유롭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글은 불편함과 시원함을 수반한다. 보여지는,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자기 검열에 구속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시원하게 갈겨주는 사람도 있어서 참말로 다행이다.

 

우리는 빨간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에게 이런 책이 많이 주어져야 한다.

때문에 시인, 소설가, 산문가, 작가들은 써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현실을, 아픔을, 고통을,

우리가 보지 못하면 그들이 써 주어야 하고,

우리는 그들의 글을 읽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사회로부터 유리된,

부상당한 천사.

 

아무리 고통받고 처참함 속에 스러져 있을지언정 우리 안의 마지막 보루, 천사의 날갯짓은 숨죽인 고요 속에서 날갯짓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비루한 세상일지언정 우리, 희망만은 버리지 말자.

 

*(그러고 보니 문강형준의 책도 김선우 시인의 책도 모두 빨간색 옷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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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지 못한 소녀.『룰루의 사랑』 | 2016. 2016-04-08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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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룰루의 사랑

알무데나 그란데스 저/조구호 역
자음과모음 | 201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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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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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은 남녀노소를 불문한 본능적인 욕구이다. 호기심이라는 게 어떤 방향, 경로로 나아가는 지가 중요할 뿐 호기심 자체는 문제 될 게 없다. 무릇 인간이란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항상 갈팡질팡 고민하며 살아가게끔 되어있으니까 말이다. 이왕이면 호기심이라는 게 건설적인 주제와 방향으로 나아가면 참 좋겠지만 때로는 더 자극적이고 더 위험한 것들에 반응하는 건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사는 건 언제나 유혹과 욕망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지 않던가. 성인이라면 자제력이라는 게 담보돼있지만 한참 자라는 10대 아이에게 과한 자제력과 인내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지극히 본능에 충실해서 자기 기분대로 일단 저지르고 마는 게 10대의 전형적인 모습이지 않나. 특히 이 본능이 성이라는 주제와 맞물리면서 과한 호기심을 촉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는지도 모른다. 열 다섯 살의 룰루 또한 과한 성적 호기심에 사로잡혀 일반적으로는 부정하다고 일컫는 비정상적인 성애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내 나날은 모두 똑같았다. 똑같이 회색빛이었다. 무엇인가로 가득 찬 집에서 내가 살 수 있는 공간을 점유하기 위한 영원한 투쟁이었다. 수많은 식구들과 함께 살면서도 나는 심각한 고독을 느겼다. -195쪽

 

그가 내 삶에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난 행복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 삶에 끼어들어, 필라델피아로 떠나기 전 23일 동안 내 삶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그날부터 흐른 모든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시간은 막간이었으며, 무의미한 우연이었고, 진짜 시간의 대용품, 그가 돌아오면 시작될 삶의 대용품이었다. 그리고 그는 돌아왔다.-196쪽

 

룰루는 9남매의 일곱째로 태어났다. 짐작하다시피 어려서부터 새 물건을 가져본 적이 없다. 헌 것을 물려받는 게 생활화되어있고 부모의 애정을 갈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자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룰루는 항상 애정에 목말라 있다는 게 느껴진다. 유일하게 룰루를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사람은 친오빠 마르셀로와 오빠의 친구 파블로이다. 사랑에 목말라 있던 소녀의 애정결핍이라는 본능은 사춘기 시절 찾아오는 성적 호기심으로 치환되면서 전환점을 맞이하는데 그 대상은 12살 차이 나는 파블로를 통해서다. 15살 소녀와 27살 청년의 관계는 정상적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거라는 우려와 달리 결혼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룰루의 성적 호기심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결혼 후 파블로와 합심해 동성애자와 관계를 맺거나 그룹 섹스를 요구한다거나 섹스 관전, 포르노영화를 습관처럼 보며 에로티시즘에 과한 집착 증세를 보이게 된다. 쾌락의 관계에 집착하는 룰루의 병적인 모습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생각은 없다. 이 소설이 성애문학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때문에 호기심이 동했던 거라서 수위는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룰루의 사랑』은 알무데나 그란데스가 27살에 쓴 소설이다. 나이를 차치하고 주제 자체가 사람들의 본능적 욕구인 성을 다루고 있고 남자작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성의 민낯, 어두운 면을 묘사하기에 파격적일 수밖에 없었고 사람들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을 거로 본다. 그런데 이 소설을 찬찬히 읽어가다 보면 한 소설이 오버랩된다. 『룰루의 사랑』보다 30년 전인 1954년에 출간된 폴린 레아주의 에로티시즘 소설 『O 이야기』가 그것이다. 호기심에 읽어보려 했지만 그 소설은 중도에 읽기를 포기했었다. 표면적인 줄거리를 간략하게 정의하면 여성을 향한 가학적인 성애가 주를 이루는 작품인데 『룰루의 사랑』에서 룰루의 모습이, 남편 파블로에 의해 가학적인 성교를 맺는 장면 묘사나, 그것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룰루를 보면서 계속 머릿속에 이 작품이 떠오르는 거다. 아무래도 여성성을 주종관계, 가학적인 성교 같은 사회에서 경시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게 비슷하게 와 닿아서일 것이다. 하나 단지 가학적인 성행위를 두고 이 작품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건 지양하는 게 맞겠다. 대신에 룰루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왜 자신을 성적 행위를 통한 육체적 고통 속으로 내모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다.

 

특이한 일이었다. 누군가 우리 앞에 있을 때면 나는 파블로와 나의 진정한 관계를 인식할 수 있었다. 그는 항상 나를 제대로 인식했고, 나는 그가 나를 사랑한다고 이해했고 그가 공정하고 논리적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그런 점은 그가 똑같이 행동해도 둘만 있을 때는 한 번도 발견할 수 없었는데, 내가 항상 그에 대해 의구심을 지녔고, 그가 너무 잘생기고, 너무 위대하고, 학식이 너무 많고, 내게는 과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너무 사랑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그를 너무 사랑했던 것 같다.-146쪽

 

부부 두 사람을 위시해 제삼자, 타인, 이방인과의 혼성 관계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려 했던 룰루의 순수하지만 불편한(우리에게는)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룰루는 나이만 성인일 뿐 자리지 못한, 결핍으로 점철된 소녀이다. 결핍이라는 게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충격적으로 바꾸어놓는지 『룰루의 사랑』은 피학적인 모습으로 보여주는 거다. 결핍은 정신적 학대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특히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는 단절된 채, 모든 것을 내어주기만 해야 하는 룰루와 같은 성장기를 거쳤다면 말이다. 한 인간으로서 룰루의 행동에 연민을 느끼지만 문학적 가치로서의 이 작품을 정의하기는 모호하다. 특히 갈등을 해소하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의문은 나만 품은 것일까. 그 사건을 통해서 룰루가 얻는 게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룰루에게 필요한 건 남편 파블로 이전에 자기 고유의 상처 치료가 아닌가 말이다. 부부 사이를 파멸에 이르게 했던 파블로의 미친 행동에 대한 당위도 부족할뿐더러 상처받은 여인을 더 극단으로 내모는 파렴치한이 순식간에, 납치된 가녀린 여인을 구하는 형사처럼 탈바꿈한 설정이라니, 사랑으로 모든 걸 감싸 안았다, 같은 보여주기식 해피엔딩보다 룰루의 상처에 더 집중해서 그녀 스스로 홀로서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한 소녀와 그 소녀가 소녀로만 남기를 바라는 롤리타 콤플렉스의 전형 같은 남편 파블로의 모습이나, 여러 가지로 찜찜함이 산재했다. 아쉬움이 남는 소설이다.

 

 

*이 책은 예스 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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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 당신의 집을 편집해드립니다 | 제가 읽어드릴께욧! 2016-04-0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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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즈덤하우스

당신의 집을 편집해드립니다

 

BEAMS AT HOME

 

 


LOVE THE LIFE YOU LIVE

LIVE THE LIFE YOU LOVE

 

"물건 편집, 집 편집, 인생 편집의 능력자들"

일본 최고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 편집매장 빔스(BEAMS)의 멋쟁이 직원들이 왔다!

핫한 트렌드세터들의 속마음이 궁금하다, 지극히 사적인 집과 가방 속 애장품 대공개!

 

물건에는 그 사람만의 에너지가 담겨 있다. 저런 물건은 도대체 어디서 구할까, 저 옷은 어디서 샀을까, 뻔해 보이는 스타일도 왜 저 사람이 하면 멋있어 보일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궁금증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궁극에는 이 질문에 도달한다. 저 사람은 과연 어떤 집에 살까?


『당신의 집을 편집해드립니다 : BEAMS AT HOME』(위즈덤스타일 刊)은 일본 최고의 편집매장 빔스 직원 130인의 집과 옷장, 책장, 가방 속 애장품까지, 그들의 취향과 아이디어의 원천을 낱낱이 공개한다. 일본에서는 출간 즉시 5만 부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고 연이어 2권이 출간되었다.


‘빔스가 있는 곳이 곧 번화가’라고 할 정도로 일본에서 빔스의 위상은 대단하다. 빔스는 1976년 도쿄 하라주쿠에 6.5평 남짓한 미국 대학생의 방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매장을 시작으로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현재 일본 전역에 매장이 퍼져 있으며, 20개 이상의 자체 브랜드로 해외에도 진출하고 있다. 의류 및 잡화, 인테리어, 미술, 음악에 이르기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다루는 만큼 빔스 직원들 또한 트렌드세터이자 멋쟁이들로 유명하다. 40년 넘게 최고의 편집매장 기획자로 자리매김한 이들의 물건을 다루는 감각과 남다른 취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자신의 스타일과 인테리어에 담아낸 아이디어가 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

 

취향의 발견과 물건의 조합이 인테리어의 전부다!

좋아하는 물건으로만 채우면 정리는 따라온다는 심플한 인테리어 법칙,

빔스 직원들의 라이프스타일 편집 노하우로 "당신의 집을 편집해드립니다.“

 

 “쿡방은 가고 집방이 온다!” 방송가를 장악한 인테리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책

 지금은 취향을 편집하는 시대, 각종 편집매장 열풍! 집도 큐레이팅하라!

 인테리어 센스를 연마하는 가장 좋은 방법, 믿을 만한 전문가의 집 따라 하기

 

최근 한국에도 인테리어 열풍이다. 늘 관심사였으나 새삼 주목받는 까닭은 자신만의 취향으로 집을 가꾸고 싶은 열망이 뜨겁기 때문이다. 특정 스타일을 따라 하던 셀프 인테리어 바람이 한바탕 지나가면서 시장은 더욱 고급화되었다. 하지만 취향이란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취향을 발견하고 만드는 노하우가 따로 있을까?


빔스는 단순히 유행을 쫓는 집단이 아니다. 오래가는 가치를 창출하고 시대를 한 발 앞서간다는 자부심이 대단한 만큼 사람들에게 라이프스타일 철학을 제안한다. 그들이 제안하는 철학은 단순하다. “자신의 주변을 좋아하는 것으로 채워라.” 가령 어릴 때 선물받은 미니카, 좋아하는 옷, 좋아하는 물건에는 만든 이와 사용하는 이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옷, 물건, 집은 그 사람의 취향을 반영하는 연결고리처럼 이어져 있기에 특정한 스타일을 알려주기보다 각자에게 맞는 물건을 조합하고 선택하는 기술과, 이를 집에 구현해낸 멋진 방법을 보여준다.


깔끔한 북유럽 가구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프리카의 예술작품을 더한다거나, 미국 회사가 제조한 전등갓을 일본 스타일 집에 멋지게 조합하고, 때로는 일부러 특정 아이템을 빼버리는 등 적당한 노이즈로 재미있는 공간을 연출하는 방식은 이 책에 등장하는 집들이 지닌 공통점으로 각각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어딘지 유쾌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 바탕에는 집이 곧 취미생활이자 휴식 공간, 그리고 일상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빔스의 가치관’이 잘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물건을 다루는 세련된 방법과 독특한 리듬은 누구나 따라 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덕분에 이 책은 단순한 인테리어 가이드에 그치지 않고 풍부한 읽을거리와 멋진 삶을 제안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유쾌한 반전을 선사하는 솔직함과 인생철학이 담긴 인터뷰

“정리를 왜 해? 좋아하는 물건에 둘러싸여 사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심플한 행복인데!”

무엇보다 그 자체로 멋진 인테리어 아이템이 될 이 책, 갖고 싶다!

 

미니멀라이프, 정리가 대세이지만 빔스 직원들은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정리를 왜 해? 좋아하는 물건에 둘러싸여 사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심플한 행복인데!” 약속이나 한 듯이 정리하는 법이 있다면 오히려 배우고 싶다는 빔스 직원들의 집, 언뜻 어수선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불필요하거나 어중간한 물건은 없기 때문이다. 수도 종류도 다양한 수집품들은 하나의 취향으로 묶여 스타일을 만들고, 그 자체로 일관성을 갖기에 오히려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역사를 알려주는 잘 정돈된 박물관처럼 깔끔하다.


여기에서 오는 편안함이 있다. 조심스러운 깔끔함과 숨 막힘은 없고, 오히려 숨통 트이는 인간미가 넘친다. 아무 때고 스며들어가 느슨하게 술도 마시고 음악도 듣고 수다도 떠는, 가장 즐거운 공간이 집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휴식을 위해 일부러 집 밖을 찾아다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나오는 집들이 곧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휴식처이자 놀이터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내가 사는 집에 기꺼이 투자하자. 이는 곧 나에 대한 투자이며 내 삶에 대한 애정이다. 집에서부터 좋은 기운을 충전하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는 이 심플한 행복이야말로 이 책에서 환기해주는 가장 큰 미덕이다.

 

 

••• 저자 소개

 

빔스

1976년 ‘아메리칸 라이프 숍 빔스(AMERICAN LIFE SHOP BEAMS)’로 하라주쿠에서 시작된 편집매장. 일본 각지와 해외에서 공들여 골라 들여온 상품, 자체 제작 의류 및 잡화를 취급하는 한편 카페, 인테리어, 음악, 예술 등의 사업에도 관여한다. 현재 스무 개 이상의 라벨과 브랜드(BEAMS, BEAMS PLUS, BEAMS T, International Gallery BEAMS, BEAMS F, Ray BEAMS, BEAMS BOY, Demi-Luxe BEAMS, BEAMS LIGHTS, fennica, bpr BEAMS, BEAMS GOLF, kodomo BEAMS, B:MING LIFE STORE……)를 운영한다. 일본 전국에 매장을 열었으며 홍콩, 대만, 중국에도 진출한다.

www.beams.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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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벤트 기간: 2016.4.6 ~ 4.13 / 당첨자 발표 : 4.14
2. 모집인원: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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