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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위드 잡스 | 독서와 음악감상 2012-07-3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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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저/안진환 역
민음사 | 2011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각자 읽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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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쓸만한 책 한권을 읽고 있는데요. 오디오파일의 입장에서 군데군데 재미난 대목이 있어서 몇가지 단상을 적어봅니다....

 

 

 

플레이 위드 잡스 1_히스키트(Heathkit)

 

<어린 잡스의 심미안을 키워주었을 히스키트. 다이나코, H.H.스코트와 같은 완성도 높은 미국의 키트 상품들 중에서도 디자인이 가장 뛰어나다. 과거 미제라면 사족을 못쓰던 시절 미제는 푸짐하고 후덕하고 강건하고 어딘지 모를 세련스러움의 상징이었다. 히스키트처럼>

 

 

히스키트는 Heath Company의 효자 상품이었습니다. 히스키트는 2차대전후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전자기기 키트입니다. 아마추어라디오, 튜너, 앰프, 심지어 컴퓨터까지 키트로 제작해서 판매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어린 시절(아마도 사춘기 접어들면서부터)부터 전자공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히스키트라는 당시 인기가 많던 납땜 조립 세트가 어린 그에게 상상력과 자신감을 고양시켜주었다고 하네요. 

 

  

잡스는 또한 저녁 시간이면 예전 동네에 살던 엔지니어 래리 랭의 차고를 종종 방문했다. 랭은 잡스를 매료시켰던 탄소 마이크로폰을 나중에 그에게 주었으며, 잡스에게 햄 라디오 등의 전자 기기를 만드는 조립 세트인 히스 키트에 관심을 품게 했다.(히스 키트는 당시 납땜 조립 세트 중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히스 키트에는 모든 보드와 부품 들이 알아보기 쉽게 색칠되어 들어 있었는데, 매뉴얼이 따로 있어서 설명을 읽으면 그 기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론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었지요. 그 키트는 내가 무엇이든 만들고 이해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해 주었어요. 라디오 한두 개를 만들고 나서는 카탈로그에서 텔레비전 세트를 보며 '나도 저거 만들 수 있는데'라고 자신했지요. 실제로는 만들 줄 모르면서 말이에요. 어찌 보면 저는 행운아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히스 키트를 접하며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고 믿게 되었으니까요."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씀.

 

 

이 키트들은 솔씨 연배의 70-80세대들이 접했던 라디오 키트에 비해선 훨씬 복잡합니다. 특히나 1950~70년대 아마추어 애호가들이 조립해놓은 히스키트는 디자인이 뛰어나 빈티지 오디오 애호가들도 애써 찾곤 하지요.

 

 

 

 

  

 

<Harmonic Distortion Meter Meter IM-58. 스티브 잡스가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을 법한 히스키트. 종이 박스를 열면 칼라 인쇄된 조립메뉴얼과 케이스, 푸짐한 부품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귀한 올드 진공관도 여럿 보인다.>
 

 

반면 한국의 애플 킬러들은 이보다 훨씬 품질이 조악한 라디오 키트를 만들며 성장했고, 이후엔 컴퓨터를 조립하며 놀았습니다. 아니 이런 키트를 조립할 시간도 아까워, 공부에만 열중했을수 도 있구요. 속도와 효율이 중요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려먼 한가하게 키트 조립놀음(?)에만 몰두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빠름 빠름~~  

 

잡스의 상상력을 히스키트가 자극했다면, 동양의 애플 킬러들은 컴퓨터 조립에 빠져들곤 했지요. 솔직히 솔씨 역시도 컴퓨터 조립을 취미로 즐길 무렵 심미안과는 한 참 거리가 먼 CPU 클럭 경쟁에 매료된 적이 있지요. 메모리를 확장하고 그래픽 카드를 교체하고....

 

하지만 이런 스펙 따라잡기 놀이에 빠진 자신을 되돌아보니 기능 맹신에 빠져 더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듯 싶었지요.(지금은 그러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애플의 제품이 경쟁사의 그것과 다른 이유는 제품에 더 중요한 무언가를 집어넣으려는 노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단순히 최단 경로만 찾는 기능주의와는 달리, 어쩌면 풍윤한 삶과 좀 더 밀접한 그 무엇 말이죠.

 

잡스는 때때로 세상은 심미안 없는 삼류가 지배한다고 한탄했습니다.

 

개인 블로그니까 무책임한 한마디를 하자면 아이폰은 시적이지만, 삼sung의 따라쟁이들은 설명서와 유행가를 왔다갔다합니다. 물론 대중은 설명서와 유행가 편입니다. 마치 슬로우 푸드보다는 패스트 푸드가 대세인것처럼....

 

하지만, 어찌하겠습니까? 포스트 잡스의 시대가 열리자마자 합리주의와 대중적 취향으로 똘똘뭉친 대한민국의 제품이 IT생태계를 지배하게 되지요.

 

 

 

 

<한국의 효자 상품 스마트폰 갤럭시 S3. 자랑스러운가 하면 한심스럽고, 고마운가 하면 조마조마하다. IT생태계는 변화무쌍함을 특징으로 한다. 싸이월드에 신물이 난것처럼 대중이 스마트폰에 지겨워할 때가 조만간 올 것이다. 아마도 PC 전성기보다도 스마트폰 전성시대의 지속 기간은 짧을듯. 음~ 커뮤니케이팅과 컴퓨팅 본능이 21세기 인간의 본성이라면, 그 지속기간은 다소 연장될지도 모른다....근데, 그게 꼭 스마트 폰일까?>

 

 

이런 제품들을 볼 때면, 과거 미제하면 연상됐던 실질 ,강건, 후덕, 세련, 느림, 감촉 그리고 문화적 가치라는 코드가 그립습니다.(솔씨만의 착각?^^;)  솔씨는 아마도 그래서 철지난 오디오를 하나봅니다.

 

 

 

플레이 위드 잡스 2_ YO-YO MA(요요마, 友友馬)

 

 

 

<요요마. 잡스가 사랑했던 첼리스트. 잡스는 그에게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위한 연주를 부탁했다.>

 

 

스티브 잡스는 1960-70년대 포크송과 비틀스를 아주아주 좋아했다고 합니다.

클래식 음악 쪽으로 오면 글렌 굴드와 요요마가 잡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잡스가 연주자로서도 인간적으로도 존경한 클래식 뮤지션으론 유일한 요요마

 

1981년 우연한 기회에 요요마를 직접 만나 그의 매력에 푹 빠져 결혼식 연주를 부탁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요요마의 일정이 너무 바빴기 때문이지요.

 

스티브 잡스 전기에 따르면, 후에 잡스의 집을 방문한 요요마는 잡스 앞에서 173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해주었습니다. (여기서 스티브잡스의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약간의 착오를 일으킨듯 하다. 아이작슨이 쓴 전기원문엔 He came by the Jobs house a few years later, sat in the living room, pulled out his 1733 Stradivarius cello, and played Bach. 라고 되어 있다. 요요마는 2개의 첼로를 소유하고 있는데, 하나는 1733년산 몬타냐나이며 하나는 1712년산 다비도프  스트라디바리우스다. 솔씨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요요마에겐 173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없다. 스티브 잡스가 들었던 첼로는 무엇이었을까?)

 

그 때, 잡스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당신의 연주는 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군요. 인간 혼자서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으니까요.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씀.

 

 

이 대목을 읽으면서 솔씨는 '수백년 묵은 명기의 깊은 소리를 코앞에서 듣다니 잡스도 참 행운아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후에, 암으로 투병중이던 스티브 잡스를 방문한 요요마에게 다시 한번 자신의 장례식 연주를 부탁했습니다. 약속은 했지만, 지켜지진 못했지요.

 

잡스의 추모 연주회에 참석했을 뿐....

 

그러고 보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법정스님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즐겨 들었던 곡이기도 하네요....

 

솔씨 역시 생의 주제가로 삼고 싶었던 음악들이 있었던가? 요요마의 몬타냐나와 스트라드 같은 소중한 동반자가 있었던가? 마음의 문이 활짝 열렸던 순간들....

 

스펜더 BC1으로 요요마가 연주한 피아졸라의 탱고를 들어봅니다. 음악에 침잠해 있으려니, 잡스 앞에서 바흐를 연주하는 요요마의 환영이 떠오릅니다.

 

 

 <BC1. 보기엔 평범한 궤짝 스피커. 깊고 그윽한 소리는 가히 스피커의 몬타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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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실체 혹은 디지털 시대 최고의 녹음 | 독서와 음악감상 2012-05-2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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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데카 사운드 1집 - 전설의 레코딩 50CD 한정반 (The Decca Sound)


Universal | 2016년 01월

음악     디자인/구성     구매하기

데카 사운드 전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뿐 아니라 이시대 최고의 연주자를 만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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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카 사운드, 전설의 실체를 확인하다.

 

 

 

<데카 클래식 사운드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손에 넣기 위해 구입한 더 데카 사운드 박스셋.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아우르는 데카 60년 스테레오 녹음사의 명반들이 빼곡이 담겨있다. 오디오의 퀄리티만 받쳐 준다면, 음질은 가히 명불허전>

 

 

애타게 기다리던 전설의 실체를 확인하였습니다.

 

데카 사운드 박스세트를 받아들고

 

더불어 그토록 읽고 싶었던 <데카 클래식 사운드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받아 보았읍니다.

 

기대한 것 이상의 내용입니다. 솔씨의 오디오관이 한 갑자는 올라 선 듯합니다. 녹음을 이해하면, 오디오 재생음의 퀄리티에 대한 이해폭도 넓어지는군요! 이미, 1950년대 데카의 엔지니어들은 재생음의 퀄리티를 염두에 두고 스테레오 녹음 기술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모자를 벗어들게 만듭니다....영감에 가득찬 당대 예술가적인 엔지니어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데카 사운드를 제대로 재생하기 위한 오디오 시스템을 소개한 대목도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팁을 하나 드리면, 시중에 판매하지는 않지만 출판사에 연락을 하면 <데카 클래식 사운드의 모든 것>이라는 책만 우송 가능하답니다.

 

북클릿에도 영어이긴 하지만, 데카의 녹음 역사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들어있더군요.

 

음반은 오리지널 자켓을 그대로 축소한 페이퍼 케이스들이 볼 만 합니다. 데카의 아날로그 전성기 시절의 FFSS반과 FFRR반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녹음이 연주자와 지휘자 이름순으로 50장이 컬렉션되어 있습니다.

 

전설의 앙세르메와 피터 맥과 같은 과거의 명장들의 지휘도 만날 수 있으며, 초기 디지털 시대를 빛냈던 정경화와 안드레이 쉬프, 아쉬케나지 등도 만날 수 있습니다.(몇몇 음반은 솔씨의 소장반과 겹침)

 

1950~1960년대 아날로그 녹음들도 스테레오 분리도와 음장의 깨끗함은 디지털 녹음에 버금갑니다.

 

데카의 녹음은 아주 깨끗한 뒷배경에 음의 실타래가 너무 굵지도 가늘지도 않지만, 시원시원하고 명징하게 풀어나오는 사운드입니다. 이에 비하면 레퍼토리의 방대함과 스타급 지휘자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이치그라모폰의 1950~60년대 아날로그 녹음 CD 복각음반들은 답답하기 짝이 없는 소리입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녹음임에도 불구하고 음장이 무척 좋습니다. 브라스가 어디서 울어대는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가수는 지휘자에게서 얼마만큼 떨어져있는지 가늠이 될 정도입니다.

 

데카의 녹음을 통틀어 최고의 명반에 속하는 음반인 앙세르메의 Three Cornered Hat도 있구요. 깜짝 놀랄 음향이 담겨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깨끗한 녹음 못지 않게 음질이 좋더군요. 데카 디스코그라피를 정리한 로버트 문의 저서에서 연주등급과 지휘등급 양자 모두 10점 만점을 받은 피터 맥의 멘델스존 교향곡 3번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경우는 다이나믹이 잘 살아나지 못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복각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전반적으로 아날로그 파트는 당대 최고의 음질을 자랑하는 음원으로 꾸며진 알찬 기획이라고 여겨집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 디지털 시대 최고의 녹음을 만나다

 

 

<예닌 얀센(Janine Jansen). 스트라디바리 소사이어티에서 대여한 1727년산 barrere 바이올린을 가지고 기적을 만들어내었다. 베토벤님의 귀가 뻥뚫릴듯한 소리! 솔씨는 예닌 얀센이 녹음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디지털 시대 최고의 녹음이라고 단언한다. 음장과 음색, 연주 삼박자 공히 10점 만점에 10점>

 

 

데카 박스 세트엔 예닌 얀센(Janine Jansen)이라는 신예 바이올리니스트의 음반도 있더군요. 1978년생이라니까 서른은 넘겼으니, 아주 신출내기는 아니구요. 그래도 일반인들에겐 아직은 이름이 덜 알려진 편이지요. 예닌 얀센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이 얼마나 훌륭하면, 다른 기라성 같은 연주자 대신 그녀가 당당히 데카 녹음사를 기념하는 박스세트에 포함되었을까요?

 

박스 세트에는 포함되지 않은 데카의 정경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비교도 할 겸 들어보았습니다.

 

템포는 베토벤의 남성적이며 웅혼한 기상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빠르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베토벤의 관현악곡들이 그렇듯이 너무 빠르면 쇼스타코비치나 사회주의 풍의 거친 연주가 될 터이고 너무 느리면 타락한 하이든(그럴일은 결코 없는 성실한 하이든 선생님^^)과 같은 사운드가 나오겠지요.

 

물론, 처음부터 휘몰아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정경화의 연주(45'06)보다 4분 25초나 빠릅니다.

 

솔씨는 솔직히 4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고 평가되는 베토벤의 바이올린협주곡,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과 브람스와 멘델스존의 작품 중에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제일 뒤쳐지는 곡(?)이란 견해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얀센의 연주를 듣고 생각이 뒤바뀌었습니다. 베토벤이 원하는 음향과 선율이 이것이었구나!라는 통렬한 한방!

 

음장은 극도로 정밀하게 위치하며, 얀센은 지휘자의 왼편에 얼마간 거리를 두고 지휘자를 바라보며 현을 긋습니다.

 

송진을 너무 바르지 않은 현에선 촉촉함과 매끈함이 살아있으며 적당한 탄력감이 느껴집니다.

 

독주자를 향한 스폿 마이크의 존재감도 너무 튀지 않은 편이어서, 전체적인 조망과 나무가 유기적으로 잘 엮어져 있습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음향이라 데카에서 말하는 객석 열번째 줄(보다는 한 다섯줄 앞)의 느낌이 살아있습니다.

 

뒷받침 하는 오케스트라의 일사분란한 합주는 가히 시원한 폭포수처럼 쏟아집니다. 음의 물방울 하나하나 극도의 세밀한 슬로우모션으로 바라보는 듯한 리얼리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음색은 약간의 온기감, 나긋함과 달콤함이 배어있으면서도 선예감이 살아있습니다.

 

몸을 흔드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움직임에 따라 누군가가 따라서 어깨를 흔드네요^^

 

1727년산 barrere 바이올린은 이러한 최고의 기량을 뒷받침하는 베스트 컨디션의 명기이군요.

 

마치 관록의 고음가수가 음정 하나하나 집어나가며 노래해도 음색의 변화가 없듯이 말이죠. 오히려, 안네소피 무터나 펄만의 바이올린 소리가 더 요철이 있는게 아닌가 할 정도입니다.

 

일체의 잡티란 찾아볼 수 없는 깨끗한 음입니다.

 

어설픈 디지털 녹음에서 발견되는 신경쓰이는 고주파 잡음은 일체 없습니다.(물론 오디오 장치가 좋아야 함^^;)

 

하이엔드 기기를 가지고 최고의 소리를 재생한다고 자부하는 오디오파일이라면 이 연주를 꼭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데카식 표현을 빌리자면, '악단을 리스닝룸으로 초청한 느낌이 아니라 리스너가 공연장에 직접 찾아가 연주를 듣는 듯한' 착각이 일어납니다.

 

전 멘델스존이나 부르흐에 한해선 정경화의 연주를 수긍했지만,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엔 고개를 가우뚱 했었는데요. 그 이유를 조금은 알 듯 싶었습니다. 최고의 녹음이었다면, 먼지 쌓인 현의 광채를 살릴 수 있었을텐데요.

 

이런 아쉬움을 한방에 날려줄 연주가 나온 데 통쾌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연주와 음질 모두에서 10점 만점을 주어야 마땅한 퀄리티입니다. 이미 발매된지 2년이 지난 연주인데 왜 몰랐을까 반성이 됩니다.

 

단언컨데 2012년 현재 시점에선, 데카의 디지털 녹음 사상 최고의 음반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교를 하자면 정경화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이 디지털 초창기 녹음의 어설픈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면, 예닌 얀센의 녹음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구분하는 이분법이 무색할 최고의 음향이 담겨있습니다.

 

힐러리 한의 말광량이 같은 사운드에 깜짝 놀란 적도 꽤 오래전 일인듯 싶은데,

 

오랫만에 신보를 애타게 기다리게 만들 신성이 나타난 듯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역사는 계속 쓰여지고 있습니다. 예닌 얀센 이 시대 음악사의 빛나는 한 장을 쓰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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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코 ST-70와의 첫만남 | 오디오와 일상 2011-10-19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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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의 열기와 습한 기운으로 휴가는 짜증의 연속이었다.

 

동해안의 화려찬란한 여름휴가 풍경을 기대했지만, 한살박이 딸내미 발만 살짝 담가주는 걸로 만족해야 하는 흐리고 우중충한 날씨.

 

그나마, 잠깐 비 그친 틈에 맑은 해변의 공기라도 마셨으니, 만족해야지.....

 

아열대나 열대기후에선 여름의 다른 이름이 우기였던가?

 

수마가 핡퀴고 간 처참하기 그지없는 광경이 티브이에 나온다. 가슴 아프다. 음악이 듣고 싶다.

 

오디오파일이란, 어떤 우수랄까 마음의 슬픔 역시도 오디오로 달래고,

 

혹은 기쁨의 물결 역시 오디로로 가라앉히는 존재~

 

음악을 들으니 좀 진정돼고 짜증도 가라앉는다. 아~ 역시 오디오가 참 좋구나~.

 

헌데, 로열120의 풍성한 소리를 듣다가, 쿼드405-2에 물린 스펜더 BC1으로 음악을 들으면, 소리가 답답하기도 하고 가볍기도 하다.

 

묵직한 소리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BC1 아닌가? 역시 쿼드405-2는 그저 무난한 소리 이상은 아닌 건가?

 

스펜도 BC1과의 연애도 다소 식어갈 무렵,  솔솔 바꿈질 바람이 불어온다. 날도 더웁고 맘은 자꾸 딴데로 향해서 흠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스펜더 BC1에 매칭시킨다고 쿼드44 프리와 405 파워를 들인지 얼마나 됐다고....바람을 피울려고 하는지 원~~~

 

딴에는 핑곗거리는 있었다.

 

도대체가 BC1의 고고한 우퍼는 누가 확 잡고 달래줄 수 있는지 혹은 잔잔히 살짝 날리는 트위터의 음은 잔잔히 어루만져줄 수 있는지 나름 절박한 필요 때문이라고 자답한다.

 

솔씨가 물망에 올린 BC1의 짝궁으론 845, 211계열의 대출력 진공관 싱글 파워앰프와 함께 KTS공방의 EL34 모노블럭 파워앰프, 그리고 다이나코 ST70 앰프였다.

 

211계열의 싱글 앰프들은 출력은 굉장히 높으나, 평범한 회사원 솔씨에겐 가격 역시 꼴까닥 소리 나는 고가였다.

 

한편, KTS 공방의 EL34 모노블럭 앰프는 내부 배선이 아트의 수준으로 완벽한 작품이어서, 소장가치가 가득할 거 같았다. 기존의 앰프들을 처분하고 EL34 모노블럭을 얼렁 들일까 고민된다.

 

다이나코 스테레오70은 애호가 사이에서 빈티지 스피커들과 좋은 매칭으로 입소문이 자자하였지만,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숍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염없이 하*이파이 플라자를 뒤지길 몇주가 갔다.

 

새벽잠이 덜깬 졸린 눈을 비비며 컴퓨터를 켠 솔씨는 평소대로 자주 들르는 샵들을 검색하였다.

 

'엉? 내눈이 잘못된 건가?' 그 구하기 힘들다는 다이나코 스테레오 70이 떡하니 올라와 있지 않은가?!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가만 있자, 오디오샵은 10시쯤 열지?'

 

출근한 솔씨는 10시가 되기만 기다리다 바로 전화통을 붙잡았다.

 

"00전자 맞지요?"

 

"허~ 네" 차분한 음성의 주인장이 대답한다.

 

"인터넷 보고 전화드렸는데요. 다이나코 스테레오 70 팔렸나요?"

 

"아직 팔리지 않았습니다."

 

"아 그래요? 예약하고 싶은데요."

 

솔씨는 앞뒤가리지 않고 선금을 주고 예약해버렸다.

 

원래 주인장이 직접 앰프를 가지고 오기로 했으나, 도대체 소리가 궁금해서 견딜수 없어진 솔씨

 

멋쟁이들의 총본산(까지는 아니고) 명동으로 진출하였다.

 

가련한 쿼드405-2 파워앰프를 낑낑대며 샵을 찾아갔던 것.

 

엔틱 스타일의 빈티지 오디오들이 그득한 샵이 나란히 사이좋게 자리잡은 명동역 10번 출구 뒷길~

 

솔씨는 설레는 맘으로 샵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모 처음 문지방을 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오디오에 눈이 멀고 귀가 간질간질해지면, 샵을 들락날락하는 것도 염치도 코치도 없어져 별스럽지도 않게 여겨진다.

 

다짜고짜 다이나코 스테레오 70 예약한 사람인데, 빨랑 내놓으라는(속으로) 눈빛으로 주인장을 쳐다보니.

 

좀 진정하라는 듯.

 

"이왕 온 거 소리는 듣고 가세요." 한다.

 


<일본의 어느 애호가의 THRESHOLD FET ONE. 스레숄드 프리 앰프중 고가의 제품군이지만, 내장된 포노단은 복고풍의 고급스러운 소리를 뽑아낸다는 평이다. 게인이 높지도 낮지도 않아 파워앰프 매칭이 용이하다. 소리는 다소 무색무취의 성향이며 맺고 끊음이 분명하면서도 과장없이
자연스럽다.>

 

 

그러고선, 스레숄들 FET ONE 프리와 거대한 알텍 A-4 스피커에 연결된 다이나코 ST-70전원을 켠다.

 

 


<알텍 A-4A>

 

 

1분이 지났을까?

 

시디플레이어를 플레이시킨다.

 

"잉? 아직 예열도 다 된거 아닐텐데요?" "진공관 앰프는 예열을 좀 시켜놔야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나요?" 물으니(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다이나코 ST70은 전원을 넣으면 금방 뜨거워진다. 그만큼 예열시간이 짧다.)

 

그냥 "네~~~에" 그러고 만다. 음악은 팝송인데, 절도있으면서도 우렁차게 퍼져나오고.

 

소리의 입자는 약간 굵으편이며, 약간 거친 맛이 있다.

 

"잘 들었습니다." 맘이 급한 솔씨는 듣는 둥 마는둥

 

가져간 쿼드405-2 앰프를 테스트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시 쿼드405-2 앰프에 물린 알텍 스피커에선 굉장히 부드러운 소리가 울려펴진다. 입자를 곱게 빻은 소린데, 뭔가 맥아리가 없는 소리다. 알텍에 물린 다이나코의 거친 질감이 그냥 거친게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소리의 입자가 꽉차있었고 절도가 넘쳤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ST70가 연결된 알텍 혼에선 시원시원하고 엣지 있는 보컬이 탄성처럼 터져나왔고 꽤나 넓은 샵을 음으로 가득채우고 있었다. 말하자면, 5~60년대 강당을 채우기 위한 PA 시스템이 이런 소리가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실제로도 알텍 A-4 스피커는 영화관용으로 제작된 스피커였다.

 

"우와 다이나코는 또랑또랑한 소리네요?"

 

주인장은 잘 못알아듣겠다는 표정이다. 아니면,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는 얘긴가?

 

그러곤 쿼드405-2 파워앰프를 개봉하는 주인장. 캔TR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한말씀 하신다.

 

"출력석이 다 갈렸네요." 말인즉, 출력단의 캔 트랜지스터 4구가 모두 교체되었단다.

  

"아 그래요?" 쿼드 405-2는 원래상태가 아니었다. 다만, 쿼드에서는 소리 차이는 별로 없으며, 대개는 출력석이 갈려있단다. 그래도 오리지널 상태가 아니라니 파는 입장이지만, 좀 아쉽다.

 

비닐 쇼핑백에 담긴 다이나코 역시나 묵직한 트랜스로 이고지고 오는데,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팔다리와 허리가 약하신 분들은 따라하지 마세요^^)

 

"소리만 안좋아 봐라 다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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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다이나코 스테레오 70 앰프란>

 

채널당 정격 35W 출력의 EL34 푸쉬풀 진공관 파워앰프.

 

Ed Laurent와 Bob Tucker가 설계하였다.

 

EL34의 예쁜 고음과 도톰한 음색을 겸비하고 있으며, 타 EL34앰프에 비해 저역이 충실하다. 혹자는 진공관 시대의 마크레빈슨이라고 극찬하기도 한다. 프리앰프와 결선된 인터케이블 선재에 따라, 마크레빈슨과 비슷한 음색에서부터, 빈티지 음색, 혹은 인켈^^의 음색까지도 낸다고도 한다. 원래 짝을 이루는 프리앰프는 동사의 PAS-3이나, 애호가들 사이에선 타사의 프리 앰프 매칭이 선호된다.

 

 



<PAS-3 프리앰프. 12AX7 4알과 12X4 1알의 진공관을 사용한다. 1967년 일본내 판매가는 42,000엔으로 마란츠7과 맥킨토시 C22의 1/4 가격이었다. 당시 쿼드22 프리앰프의 일본내 판매가는 전원부 별도로 44,000엔 이었다. 다이나코 ST70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되어 숍에서나 장터에선 아주 싼 가격에 구입 가능하다.>

 

 

프리앰프 매칭과 인터선에 따라 팔색조와 같은 음색의 튜닝이 가능하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라는 데, 경험해보지 않아서 확언하긴 어렵다.

 

DYNACO는 키트 위주의 앰프를 판매하던 회사로. 진공관 시대에 전성기를 누리다가 조립이 어려워지고 부품이 복잡해진 TR시대로 넘어오면서 급격히 사세가 기울어 70년대 망하고, 다시 90년대 부활하였지만, 다시는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한다.

 

다아나코 Stereo 70은 장기간 생산된 진공관 앰프로 1958년부터 생산 판매되었다. Mark-3 모노블럭 파워앰프의 회로를 기본으로 스테레오화시킨 모델이다. 다이나코의 설립자 데이비드 하플러가 개발한 출력트랜스를 탑재하였다. 전 회로에 걸쳐서 여유있는 부품을 사용하였다. 키트버전은 1976년부터 판매되었다. 전류를 공급하는 정류관은 진공관 혹은 셀렌을 사용하는데, 애호가들은 진공관 버전을 선호한다.

 

미국에서도 오디오 명기를 선정하는 순위에 빠지지 않고 등재되는 파워앰프다. 국내에서는 빈티지 AR 스피커 애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인기가 상승하였으며, 황준으로 대표되는 오디오 관련 파워블로거들의 극찬에 힘입어 맥킨토시 MC275를 제치고 빈티지 파워앰프 지존의 자리에 올라섰다. 대체로 AR계열의 스피커와 혼형 미국빈티지 스피커와 매칭이 추천되며, 브리티시 스피커로는 스펜더 S100, SP100과의 매칭도 호평이다.

  

빈자의 맥킨토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어쩐지 구소련의 AK47과 미국의 M16의 경쟁 관계와도 비슷한 구도다. 역사상 가장 많이 제작된 소총인 AK47은 1억정 가량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이나코 ST70은 키트 버전을 포함 30만대가 생산되었다. 인류는 음악 듣기보다는 총쏘는 걸 즐거하는 걸까?

 

 

 

     

<다이나코 ST70과 맥킨토시 275. 빈티지 오디오의 영원한 상징 맥킨토시 275의 수려한 모습에 비하면 다이나코 ST70은 정말 싼티 그 자체다. 소리로만 평가하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진다. 가격대비 성능을 고려하면 다이나코 ST70의 완승. 시각적 만족도는 맥킨토시 275가 앞선다.>

 

 

 

 

<AK47과 M16 자동소총. AK47은 최소 부품을 사용하여 최고의 내구성과 조작의 용이성으로 인류가 만든 최고의 무기로 꼽힌다. 하사관 출신의 칼리시코프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제작된 AK47과 달리 M16은 엘리트 공학도에 의해 개발되었다. AK47은 현재도 만들어지고 있으며, M16은 40년간 제작되었다. AK47은 혁명에서 승리한 자들의 손에 쥐여진 총이라면, M16은 냉전에서 승리하였다.>

 

 

다이나코 Stereo 70 Spec.

*진공관식 파워앰프
*출력관:EL34 X 4.
*드라이브관:7199 X 2.
*정류관:5AR4 X 1.
*정격출력 35W+35W(20Hz~20kHz)
*IHF출력 45W+45W
*최대출력 80W+80W
*주파수특성 10Hz~40kHz ±0.5dB
*전고조파외율 1%이하(정격출력시

  0.05%以下(1W출력시
*혼변조외율 1%이하(80W시
  0.05%이하(1W시
*SN비 90dB이상(70W시
*출력임피던스:4,8,16옴
*소비전력 190W
*크기330×높이165×깊이240mm
*중량 12.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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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코 스테레오70 득템했습니다. | 오디오와 일상 2011-10-1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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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케이스를 벗긴 상태의 다이나코 스테레오70. 외모상으론 황학동 벼룩시장표 구닥다리 티가 화악 나는 원오브뎀 진공관 앰프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앰프라는데, 궁금해서 견딜 수 있어야지요. 솔씨의 솔직한 귀로 판단하고 알려드리겠습니다.>

 

 

 

BC1 스피커와 쿼드 405-2파워 매칭의 소리에 다소 불만이어서, 다시 진공관 푸쉬풀앰프에 물릴까하고 이런 저런 앰프를 물색중에

 

다이나코 스테레오70이 모 샵에 출현했더군요.

 

독수리처럼 낚아챘습니다.

 

과연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최고의 파워앰프라는 명성이 명불허전인지, 뻥인지 조만간 낱낱히 밝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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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만족해하는 오디오 취미생활 | 오디오와 일상 2011-08-1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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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씨의 골방. 집에 가면 음악을 들을 수 있어 하루종일 행복하답니다.>


제작년인가 그 맘때였을 겁니다.

본격적으로 오디오 취미 생활에 빠져들 무렵이라서 호기심이 왕성할 때였지요.

뮤지컬피델리티에서 V-DAC이라는 신제품을 출시했다길래

조금이라도 싸게 사 보려고 발품을 팔고 있었습니다.

어느 샵에 진열된 V-DAC을 유심히 살표보는 제 곁엔

어떤 나이드신 아저씨가 서 있었지요.

그러곤, 마란츠 인티앰프를 가리키더니

"이거 얼마에요?" 하고 주인장에게 물으시는 겁니다.

나이드신 아저씨의 행색을 살피던 주인장은 "00입니다"하고 대답을 했습니다.

"아 그래요?" "내가 20만원을 가져왔는데, 더 싼건 없나요?"하고 아저씨는 다시 묻더군요.

주인장은 "그런건 없어요"라고 다소 퉁명스럽게 대답합니다.

머쓱해진 노년의 아저씨는 "내가 돈을 좀더 모아와야겠네요."하고 뒤돌아 가더군요.

구겨진 옷차림은 노동일을 하시는 분 같았습니다.

솔씨의 아버님 연배의 환갑을 넘기신 아저씨의 뒷모습이 그리도 가슴을 후볐는지요.

적은 벌이로 삶을 지탱하고 자식들 공부시키느라 세월을 보내셨을...아버님 생각도 나구요.

솔씨도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땐, 음악이 듣고파서 개구리라디오에 몇개 안돼는 음악테이프를 듣고 또 듣곤했습니다.

바흐이펙트라는 두 개 짜리 테이프는 하도 들어서 음이 축축 늘어졌지요.

아는 친구가 냉동실에 넣어두면 원상복귀된다고 해서 따라해봤더니 몇번은 그럭저럭 음이 복원되더니만,

나중엔 그도 신통치 않게 되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나은 소리를 찾는답시고 오디오 바꿈질에 열을 올리면서 그 때의 행복했던 음악생활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삶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좋아하는 음악들 듣지도 못했던 그 나이드신 아저씨를 생각하면, 지금 나의 오디오에도 감사해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적어도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모든 분들이 조촐한 오디오 하나 쯤은 부담없이 장만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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