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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위드 잡스 | 독서와 음악감상 2012-07-3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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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저/안진환 역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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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읽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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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쓸만한 책 한권을 읽고 있는데요. 오디오파일의 입장에서 군데군데 재미난 대목이 있어서 몇가지 단상을 적어봅니다....

 

 

 

플레이 위드 잡스 1_히스키트(Heathkit)

 

<어린 잡스의 심미안을 키워주었을 히스키트. 다이나코, H.H.스코트와 같은 완성도 높은 미국의 키트 상품들 중에서도 디자인이 가장 뛰어나다. 과거 미제라면 사족을 못쓰던 시절 미제는 푸짐하고 후덕하고 강건하고 어딘지 모를 세련스러움의 상징이었다. 히스키트처럼>

 

 

히스키트는 Heath Company의 효자 상품이었습니다. 히스키트는 2차대전후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전자기기 키트입니다. 아마추어라디오, 튜너, 앰프, 심지어 컴퓨터까지 키트로 제작해서 판매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어린 시절(아마도 사춘기 접어들면서부터)부터 전자공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히스키트라는 당시 인기가 많던 납땜 조립 세트가 어린 그에게 상상력과 자신감을 고양시켜주었다고 하네요. 

 

  

잡스는 또한 저녁 시간이면 예전 동네에 살던 엔지니어 래리 랭의 차고를 종종 방문했다. 랭은 잡스를 매료시켰던 탄소 마이크로폰을 나중에 그에게 주었으며, 잡스에게 햄 라디오 등의 전자 기기를 만드는 조립 세트인 히스 키트에 관심을 품게 했다.(히스 키트는 당시 납땜 조립 세트 중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히스 키트에는 모든 보드와 부품 들이 알아보기 쉽게 색칠되어 들어 있었는데, 매뉴얼이 따로 있어서 설명을 읽으면 그 기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론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었지요. 그 키트는 내가 무엇이든 만들고 이해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해 주었어요. 라디오 한두 개를 만들고 나서는 카탈로그에서 텔레비전 세트를 보며 '나도 저거 만들 수 있는데'라고 자신했지요. 실제로는 만들 줄 모르면서 말이에요. 어찌 보면 저는 행운아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히스 키트를 접하며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고 믿게 되었으니까요."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씀.

 

 

이 키트들은 솔씨 연배의 70-80세대들이 접했던 라디오 키트에 비해선 훨씬 복잡합니다. 특히나 1950~70년대 아마추어 애호가들이 조립해놓은 히스키트는 디자인이 뛰어나 빈티지 오디오 애호가들도 애써 찾곤 하지요.

 

 

 

 

  

 

<Harmonic Distortion Meter Meter IM-58. 스티브 잡스가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을 법한 히스키트. 종이 박스를 열면 칼라 인쇄된 조립메뉴얼과 케이스, 푸짐한 부품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귀한 올드 진공관도 여럿 보인다.>
 

 

반면 한국의 애플 킬러들은 이보다 훨씬 품질이 조악한 라디오 키트를 만들며 성장했고, 이후엔 컴퓨터를 조립하며 놀았습니다. 아니 이런 키트를 조립할 시간도 아까워, 공부에만 열중했을수 도 있구요. 속도와 효율이 중요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려먼 한가하게 키트 조립놀음(?)에만 몰두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빠름 빠름~~  

 

잡스의 상상력을 히스키트가 자극했다면, 동양의 애플 킬러들은 컴퓨터 조립에 빠져들곤 했지요. 솔직히 솔씨 역시도 컴퓨터 조립을 취미로 즐길 무렵 심미안과는 한 참 거리가 먼 CPU 클럭 경쟁에 매료된 적이 있지요. 메모리를 확장하고 그래픽 카드를 교체하고....

 

하지만 이런 스펙 따라잡기 놀이에 빠진 자신을 되돌아보니 기능 맹신에 빠져 더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듯 싶었지요.(지금은 그러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애플의 제품이 경쟁사의 그것과 다른 이유는 제품에 더 중요한 무언가를 집어넣으려는 노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단순히 최단 경로만 찾는 기능주의와는 달리, 어쩌면 풍윤한 삶과 좀 더 밀접한 그 무엇 말이죠.

 

잡스는 때때로 세상은 심미안 없는 삼류가 지배한다고 한탄했습니다.

 

개인 블로그니까 무책임한 한마디를 하자면 아이폰은 시적이지만, 삼sung의 따라쟁이들은 설명서와 유행가를 왔다갔다합니다. 물론 대중은 설명서와 유행가 편입니다. 마치 슬로우 푸드보다는 패스트 푸드가 대세인것처럼....

 

하지만, 어찌하겠습니까? 포스트 잡스의 시대가 열리자마자 합리주의와 대중적 취향으로 똘똘뭉친 대한민국의 제품이 IT생태계를 지배하게 되지요.

 

 

 

 

<한국의 효자 상품 스마트폰 갤럭시 S3. 자랑스러운가 하면 한심스럽고, 고마운가 하면 조마조마하다. IT생태계는 변화무쌍함을 특징으로 한다. 싸이월드에 신물이 난것처럼 대중이 스마트폰에 지겨워할 때가 조만간 올 것이다. 아마도 PC 전성기보다도 스마트폰 전성시대의 지속 기간은 짧을듯. 음~ 커뮤니케이팅과 컴퓨팅 본능이 21세기 인간의 본성이라면, 그 지속기간은 다소 연장될지도 모른다....근데, 그게 꼭 스마트 폰일까?>

 

 

이런 제품들을 볼 때면, 과거 미제하면 연상됐던 실질 ,강건, 후덕, 세련, 느림, 감촉 그리고 문화적 가치라는 코드가 그립습니다.(솔씨만의 착각?^^;)  솔씨는 아마도 그래서 철지난 오디오를 하나봅니다.

 

 

 

플레이 위드 잡스 2_ YO-YO MA(요요마, 友友馬)

 

 

 

<요요마. 잡스가 사랑했던 첼리스트. 잡스는 그에게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위한 연주를 부탁했다.>

 

 

스티브 잡스는 1960-70년대 포크송과 비틀스를 아주아주 좋아했다고 합니다.

클래식 음악 쪽으로 오면 글렌 굴드와 요요마가 잡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잡스가 연주자로서도 인간적으로도 존경한 클래식 뮤지션으론 유일한 요요마

 

1981년 우연한 기회에 요요마를 직접 만나 그의 매력에 푹 빠져 결혼식 연주를 부탁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요요마의 일정이 너무 바빴기 때문이지요.

 

스티브 잡스 전기에 따르면, 후에 잡스의 집을 방문한 요요마는 잡스 앞에서 173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해주었습니다. (여기서 스티브잡스의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약간의 착오를 일으킨듯 하다. 아이작슨이 쓴 전기원문엔 He came by the Jobs house a few years later, sat in the living room, pulled out his 1733 Stradivarius cello, and played Bach. 라고 되어 있다. 요요마는 2개의 첼로를 소유하고 있는데, 하나는 1733년산 몬타냐나이며 하나는 1712년산 다비도프  스트라디바리우스다. 솔씨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요요마에겐 173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없다. 스티브 잡스가 들었던 첼로는 무엇이었을까?)

 

그 때, 잡스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당신의 연주는 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군요. 인간 혼자서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으니까요.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씀.

 

 

이 대목을 읽으면서 솔씨는 '수백년 묵은 명기의 깊은 소리를 코앞에서 듣다니 잡스도 참 행운아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후에, 암으로 투병중이던 스티브 잡스를 방문한 요요마에게 다시 한번 자신의 장례식 연주를 부탁했습니다. 약속은 했지만, 지켜지진 못했지요.

 

잡스의 추모 연주회에 참석했을 뿐....

 

그러고 보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법정스님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즐겨 들었던 곡이기도 하네요....

 

솔씨 역시 생의 주제가로 삼고 싶었던 음악들이 있었던가? 요요마의 몬타냐나와 스트라드 같은 소중한 동반자가 있었던가? 마음의 문이 활짝 열렸던 순간들....

 

스펜더 BC1으로 요요마가 연주한 피아졸라의 탱고를 들어봅니다. 음악에 침잠해 있으려니, 잡스 앞에서 바흐를 연주하는 요요마의 환영이 떠오릅니다.

 

 

 <BC1. 보기엔 평범한 궤짝 스피커. 깊고 그윽한 소리는 가히 스피커의 몬타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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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실체 혹은 디지털 시대 최고의 녹음 | 독서와 음악감상 2012-05-2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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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데카 사운드 1집 - 전설의 레코딩 50CD 한정반 (The Decca Sound)


Universal | 2016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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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 사운드 전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뿐 아니라 이시대 최고의 연주자를 만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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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카 사운드, 전설의 실체를 확인하다.

 

 

 

<데카 클래식 사운드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손에 넣기 위해 구입한 더 데카 사운드 박스셋.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아우르는 데카 60년 스테레오 녹음사의 명반들이 빼곡이 담겨있다. 오디오의 퀄리티만 받쳐 준다면, 음질은 가히 명불허전>

 

 

애타게 기다리던 전설의 실체를 확인하였습니다.

 

데카 사운드 박스세트를 받아들고

 

더불어 그토록 읽고 싶었던 <데카 클래식 사운드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받아 보았읍니다.

 

기대한 것 이상의 내용입니다. 솔씨의 오디오관이 한 갑자는 올라 선 듯합니다. 녹음을 이해하면, 오디오 재생음의 퀄리티에 대한 이해폭도 넓어지는군요! 이미, 1950년대 데카의 엔지니어들은 재생음의 퀄리티를 염두에 두고 스테레오 녹음 기술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모자를 벗어들게 만듭니다....영감에 가득찬 당대 예술가적인 엔지니어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데카 사운드를 제대로 재생하기 위한 오디오 시스템을 소개한 대목도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팁을 하나 드리면, 시중에 판매하지는 않지만 출판사에 연락을 하면 <데카 클래식 사운드의 모든 것>이라는 책만 우송 가능하답니다.

 

북클릿에도 영어이긴 하지만, 데카의 녹음 역사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들어있더군요.

 

음반은 오리지널 자켓을 그대로 축소한 페이퍼 케이스들이 볼 만 합니다. 데카의 아날로그 전성기 시절의 FFSS반과 FFRR반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녹음이 연주자와 지휘자 이름순으로 50장이 컬렉션되어 있습니다.

 

전설의 앙세르메와 피터 맥과 같은 과거의 명장들의 지휘도 만날 수 있으며, 초기 디지털 시대를 빛냈던 정경화와 안드레이 쉬프, 아쉬케나지 등도 만날 수 있습니다.(몇몇 음반은 솔씨의 소장반과 겹침)

 

1950~1960년대 아날로그 녹음들도 스테레오 분리도와 음장의 깨끗함은 디지털 녹음에 버금갑니다.

 

데카의 녹음은 아주 깨끗한 뒷배경에 음의 실타래가 너무 굵지도 가늘지도 않지만, 시원시원하고 명징하게 풀어나오는 사운드입니다. 이에 비하면 레퍼토리의 방대함과 스타급 지휘자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이치그라모폰의 1950~60년대 아날로그 녹음 CD 복각음반들은 답답하기 짝이 없는 소리입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녹음임에도 불구하고 음장이 무척 좋습니다. 브라스가 어디서 울어대는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가수는 지휘자에게서 얼마만큼 떨어져있는지 가늠이 될 정도입니다.

 

데카의 녹음을 통틀어 최고의 명반에 속하는 음반인 앙세르메의 Three Cornered Hat도 있구요. 깜짝 놀랄 음향이 담겨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깨끗한 녹음 못지 않게 음질이 좋더군요. 데카 디스코그라피를 정리한 로버트 문의 저서에서 연주등급과 지휘등급 양자 모두 10점 만점을 받은 피터 맥의 멘델스존 교향곡 3번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경우는 다이나믹이 잘 살아나지 못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복각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전반적으로 아날로그 파트는 당대 최고의 음질을 자랑하는 음원으로 꾸며진 알찬 기획이라고 여겨집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 디지털 시대 최고의 녹음을 만나다

 

 

<예닌 얀센(Janine Jansen). 스트라디바리 소사이어티에서 대여한 1727년산 barrere 바이올린을 가지고 기적을 만들어내었다. 베토벤님의 귀가 뻥뚫릴듯한 소리! 솔씨는 예닌 얀센이 녹음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디지털 시대 최고의 녹음이라고 단언한다. 음장과 음색, 연주 삼박자 공히 10점 만점에 10점>

 

 

데카 박스 세트엔 예닌 얀센(Janine Jansen)이라는 신예 바이올리니스트의 음반도 있더군요. 1978년생이라니까 서른은 넘겼으니, 아주 신출내기는 아니구요. 그래도 일반인들에겐 아직은 이름이 덜 알려진 편이지요. 예닌 얀센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이 얼마나 훌륭하면, 다른 기라성 같은 연주자 대신 그녀가 당당히 데카 녹음사를 기념하는 박스세트에 포함되었을까요?

 

박스 세트에는 포함되지 않은 데카의 정경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비교도 할 겸 들어보았습니다.

 

템포는 베토벤의 남성적이며 웅혼한 기상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빠르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베토벤의 관현악곡들이 그렇듯이 너무 빠르면 쇼스타코비치나 사회주의 풍의 거친 연주가 될 터이고 너무 느리면 타락한 하이든(그럴일은 결코 없는 성실한 하이든 선생님^^)과 같은 사운드가 나오겠지요.

 

물론, 처음부터 휘몰아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정경화의 연주(45'06)보다 4분 25초나 빠릅니다.

 

솔씨는 솔직히 4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고 평가되는 베토벤의 바이올린협주곡,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과 브람스와 멘델스존의 작품 중에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제일 뒤쳐지는 곡(?)이란 견해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얀센의 연주를 듣고 생각이 뒤바뀌었습니다. 베토벤이 원하는 음향과 선율이 이것이었구나!라는 통렬한 한방!

 

음장은 극도로 정밀하게 위치하며, 얀센은 지휘자의 왼편에 얼마간 거리를 두고 지휘자를 바라보며 현을 긋습니다.

 

송진을 너무 바르지 않은 현에선 촉촉함과 매끈함이 살아있으며 적당한 탄력감이 느껴집니다.

 

독주자를 향한 스폿 마이크의 존재감도 너무 튀지 않은 편이어서, 전체적인 조망과 나무가 유기적으로 잘 엮어져 있습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음향이라 데카에서 말하는 객석 열번째 줄(보다는 한 다섯줄 앞)의 느낌이 살아있습니다.

 

뒷받침 하는 오케스트라의 일사분란한 합주는 가히 시원한 폭포수처럼 쏟아집니다. 음의 물방울 하나하나 극도의 세밀한 슬로우모션으로 바라보는 듯한 리얼리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음색은 약간의 온기감, 나긋함과 달콤함이 배어있으면서도 선예감이 살아있습니다.

 

몸을 흔드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움직임에 따라 누군가가 따라서 어깨를 흔드네요^^

 

1727년산 barrere 바이올린은 이러한 최고의 기량을 뒷받침하는 베스트 컨디션의 명기이군요.

 

마치 관록의 고음가수가 음정 하나하나 집어나가며 노래해도 음색의 변화가 없듯이 말이죠. 오히려, 안네소피 무터나 펄만의 바이올린 소리가 더 요철이 있는게 아닌가 할 정도입니다.

 

일체의 잡티란 찾아볼 수 없는 깨끗한 음입니다.

 

어설픈 디지털 녹음에서 발견되는 신경쓰이는 고주파 잡음은 일체 없습니다.(물론 오디오 장치가 좋아야 함^^;)

 

하이엔드 기기를 가지고 최고의 소리를 재생한다고 자부하는 오디오파일이라면 이 연주를 꼭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데카식 표현을 빌리자면, '악단을 리스닝룸으로 초청한 느낌이 아니라 리스너가 공연장에 직접 찾아가 연주를 듣는 듯한' 착각이 일어납니다.

 

전 멘델스존이나 부르흐에 한해선 정경화의 연주를 수긍했지만,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엔 고개를 가우뚱 했었는데요. 그 이유를 조금은 알 듯 싶었습니다. 최고의 녹음이었다면, 먼지 쌓인 현의 광채를 살릴 수 있었을텐데요.

 

이런 아쉬움을 한방에 날려줄 연주가 나온 데 통쾌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연주와 음질 모두에서 10점 만점을 주어야 마땅한 퀄리티입니다. 이미 발매된지 2년이 지난 연주인데 왜 몰랐을까 반성이 됩니다.

 

단언컨데 2012년 현재 시점에선, 데카의 디지털 녹음 사상 최고의 음반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교를 하자면 정경화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이 디지털 초창기 녹음의 어설픈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면, 예닌 얀센의 녹음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구분하는 이분법이 무색할 최고의 음향이 담겨있습니다.

 

힐러리 한의 말광량이 같은 사운드에 깜짝 놀란 적도 꽤 오래전 일인듯 싶은데,

 

오랫만에 신보를 애타게 기다리게 만들 신성이 나타난 듯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역사는 계속 쓰여지고 있습니다. 예닌 얀센 이 시대 음악사의 빛나는 한 장을 쓰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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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의 미친 존재감 | 독서와 음악감상 2011-08-0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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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느날, 내가 오디오에 미쳤습니다

황준 저
돋을새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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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평생 오디오에 미친 사나이의 세번째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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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내가 오디오에 미쳤습니다와 솔씨의 각종 오디오 기기들. 지지직 거리는 전기를 가지고 존재감 가득한 소리를 빚어내는 소리의 연금술사들이다.>

그는 오디오를 사랑한다.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 오디오 마니아 메뉴얼이라는 책을 쓰고도 모자라

어느날, 내가 오디오에 미쳤습니다.를 또 써냈다.

이젠, 그만해도 될텐데, 가우뚱 하면서도 집어들게 되는 이유는

나 역시 오디오에 미친 오디오 마니아이기 때문이다.

솔씨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 장욱진은 다음과 같은 말은 남겼다.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 나는 내 몸과 마음과, 모든 것을 죽는 날까지 그림을 위해 다 써버리겠다."

                                  
<장욱진의 먹그림, 뻑뻑한 붓을 다스려 천진난만한 그만의 세계를 그려냈다. 오디오 역시, 뭔가 거스르고 빈구석이 있지만, 그 안의 훌륭한 성품을 발견해내는 통찰력 있는 감식가를 만나면 세상에 둘도 없는 멋들어진 소리를 들려준다.>



얼마나 멋진 삶인가?

짧은 생 좋은 것들을 경험하기에도 세상은 너무나 넓다.

오디오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오디오에 미쳤는데, 두권의 책으로 만족할 수 가 있는가? 아니, 세권의 책가지고도 모자라지...

저자 황준은 마침내 오디오 회사를 차린다. 세계 최고의 유닛이라는 세라믹제 아큐톤 유닛을 듬뿍 처바른(?) 스피커도 만들어보고, 내친 김에 오디오계의 디지털 기술의 블루오션 DAC에까지 도전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상업적 성공엔 이르지 못했지만, 뭔가 미친 사람만이 이런 무모한 도전을 감행할 터....

이 책은 기존에 나왔던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과 오디오 마니아 메뉴얼의 후기쯤 되는 책이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좋은 오디오를 소개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찬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과

또한, 좋은 오디오 매칭을 소개한 오디오 마니아 메뉴얼에도 다 설명되지 않은 미진한 부분을 남김없이 채워넣은 부분이 꽤나 있다.

저자 자신이 생각하는 20세기 역사적 명기 100선, 역사상 최고의 스피커, 역사상 최고의 파워앰프는 이 책의 백미이다. 또한, 오디오 앞에서 느끼는 저자 자신의 미감이랄까? 황준의 미학이 절절히 느껴지는 대목도 있는데, 이른바 '스피커의 분위기'론이다.

얼마나 근사한 장광설인가?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오디오를 하다가 질린 사람, 오디오가 슬슬 실증나는 분들은 이런 책까지 읽어야 하나라고 하겠지만,

아직, 오디오를 향한 짝사랑이 깊은 솔씨에겐 오디오가 주는 황홀함과 오디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음 깊이 느끼면서 쓴 이 책은 소중하다.

또한, 자신만의 삶의 미학을 구축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앞서 화가 장욱진을 소개했는데, 화가 장욱진은 부드러운 붓은 거슬리는 느낌이 없어서 잘 쓰지 않는다고 했다. 화가의 의지에 거스르는 거친 붓을 길들일 때의 성취감이랄까, 단하나의 선을 긋기 위해 온 정성을 기울이는 순진무구의 세계다.

그래서 솔씨는 상대적으로 많이 남지 않은 장욱진의 먹그림을 좋아한다. 팍팍 눌러쓴 붓놀림이 가슴에 와닿기 때문이다.

오디오의 미친 존재감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값어치가 나가는 오디오랄지라도, 사용하는 사람의 정성과 관심이 깃들지 않은 물건은 그저 비싼 전자제품일 뿐이다.


하지만, 오디오가 주는 소리의 황홀경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경험해 본 이가 만지는 구닥다리 오디오는 놀라운 풍미를 지닌 이국의 항료가 될터....

황준에겐 보스 101이 그렇고 크렐 KSA50 앰프가 그렇고 또한 다이나코 스테레오70 앰프가 그렇다.

낡디 낡은 괘짝 스피커 AR2ax는 기나긴 오디오 역정에 마침표를 찍어도 될만한 존재감 가득찬 소리를 들려준단다.....

오됴팔 솔씨도 그 마음이 단박에 이해되니, 스스로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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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때, 한 두장 펼치기 좋은책 | 독서와 음악감상 2011-08-05 07:53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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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윤광준의 생활명품

윤광준 저
을유문화사 | 200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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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때 잡지 대용으로 가져가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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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은연중 개개인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자신만의 소중한 물건이야말로 최고의 생활명품이라고 갈파한다.>


여름 휴가 짬에 읽는다고 아내가 책 한 권을 샀다.

솔씨는 러시아의 얼음공주 뮬로바 음반 하나 사고....

책 어때? 하고 물으니...그저 그렇단다.

그래요? 어디 한번 읽어보자.

솔씨가 무지무지 좋아하는 마란츠 7도 소개되어 있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내용 이상은 아니다.

한 제품당 대체로 2~4페이지 분량이다.

순수 예술품은 포함되지 않고, 모두가 대량생산 혹은 헨드메이드의 기성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솔씨가 즐겨 마시는 장수막걸리가 포함되어 있어 친근하긴 했지만,

그만큼 저자 윤광준의 개인적인 취향이 다분하게 묻어나는 선택이다.

여행과 사진, 레포츠 애호가라면 상당히 맘에 드는 제품을 여럿 만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책은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 서서 읽는 맛이 제격이다.

디자인 이쁘고 내지엔 화보로 가득하다. 또한, 한두 꼭지를 읽으면 뭔가 나도 시크해지는 느낌이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읽어볼까나라고 정색을 하고 읽기 시작하면, 그 순간 살짝 지루해진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자신의 명품이라고 했지, 만인의 명품이라고 하진 않았다.

지루한 여행길에 잠시 한 눈을 팔기 위한 책이라면 몰라도, 명품의 미친 존재감을 온몸으로 느끼기엔 2% 부족한 명품 해설이다. 진짜 명품을 위한 안내서라면 이글이글 아우라가 불타오르는 오브제 하나면 족하고, 그도 아니면 아주아~주 깊이있게 내력과 가치를 설명해야할 터....이도저도 아닌 잡지스런 내용이네요. 실제 이 책은 모 일간지에 연재물로 실린 글들을 엮어 놓은 거라네요.

개인적으로 저자의 '소리의 황홀'이라는 책을 황홀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약간 실망했습니다...

다만, 읽기 쉽기 때문에 소리의 황홀보다는 잘 팔리는 책이 될듯도 싶네요.

솔씨라면, 명품 오디오의 미친 존재감으로 가득찬 괴팍(괴팍이야말로 명품의 필요조건 아닐까요?)하기 이를 때 없는 "어느날 내가 오디오에 미쳤습니다."를 열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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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유쾌한 만찬을 위한 음악 | 독서와 음악감상 2010-11-07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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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근사한 저녁 만찬을 더욱 풍성하게 장식해줄 수 있다. 유쾌한 음악은 식욕을 돋구는 한편, 마음을 이완시켜 식사중 대화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타펠무지크는 음악의 유희적 기능성을 극대화한 음악이다.>
 
뭔가 색다르고 근사한 바베큐 파티를 계획중이거나, 너무 소란스럽지 않으면서도 고풍스러운 저녁 만찬을 준비중이라면 고려해볼만한 BGM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타펠무지크(또는 테이블뮤직)이라는 텔레만의 대작입니다.
런닝타임 200분을 훌쩍 넘기는 곡이니, 시디 한장은 아니고 보통 4장 한세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곡은  사중주와 소규모 협주곡이 번갈아가면서 식사와 대화의 흥을 돋울 목적으로 작곡된 곡입니다. 구체적으로 세 파트로 나누어진 각 파트별로 서곡, 4중주, 협주곡, 삼중주, 독주, 종주곡 순으로 연주되는데, 산뜻하고 유쾌한 마무리가 특히 인상에 남는 곡입니다.

 

이제 와선 많은 연주단체들이 타펠무지크 음반을 선보이고 있지만, 제가 알기론 시대악기로 타펠무지크 전곡에 도전한 최초의 연주단체는 독일의 무지카 안티쿠아 퀠른이었습니다.

 

무지카 안티쿠아 퀠른을 이끌었던 라인하르트 궤벨은 시대악기 연주를 활성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그는 원래 오른손잡이였으나, 오른손을 다친 후 다시 왼손으로 연주법을 익혀 바로크 시대악기의 대가가 된 분이지요. 소아마비를 앓았던 펄만과 비교되는 불굴의 정신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나, 몇년 전부터 건강악화로 활동을 중단하였다고 합니다.

 

원전연주 단체중 거의 최초 그룹인 무지카 안티쿠아 퀠른의 연주스타일은 다소 우직한 톤으로 밀어붙이는 독일적 기질을 보여줍니다. 너무 깔끔을 떠는 연주는 아니지만, 기백과 순수함과 진지함이 돋보이는 원전연주단체입니다. 이 타펠무지크 연주에 있어서도 진지하면서도 식사의 흥겨움을 깨지 않을 정도로 산뜻함을 유지합니다.

 

파트 1의 첫서곡에선 느림-빠름-느림의 순으로 연주하여 뭔가 만찬이 시작되기 전의 약간의 긴장감과 맛난 요리가 등장할 때 터져나오는 즐거운 탄성이랄까 설레임 같은 기분이 잘 표현되어 있지요. 이어지는 유유자적하는 목관과 현의 사중주는 마음을 이완시켜주고, 자연스럽게 식사와 대화를 유도하는 듯 합니다.

이어서 또다시 서곡과 유사한 소협주곡으로 코스요리(?) 막간의 틈을 메워주며 식사와 대화로 기분좋게 허탈해진 심신을 자극합니다.

 

그리곤 두대의 바이올린과 바소콘틴누오의 트리오로 식사는 계속됩니다. 드디어 주연의 일품 요리가 등장하듯이 바소콘틴누오를 동반한 플룻(파트2에선 바이올린, 파트3에선 오보에)의 솔로가 등장합니다. 바로크 플룻(혹은 바로크 리코더)은 오늘날의 플룻보다 훨씬 목질의 소리를 내어줍니다. 아무래도 식탁음악이기 때문에, 너무 귀를 파고드는 근대플룻으론 타펠무지크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을듯 합니다.

 

각 파트의 끝을 알리는 콘클루전 역시 식사의 종결을 다소 떠들썩하면서 흥겹게 알려줍니다. 식사와 환담에 몰두하다가도 콘클루전의 유려한 합주부가 들리면 다소 정색을 하고 자리에 앉아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18세기초에 이곡의 악보가 출판되었을 때, 귀족들과 초기부르주아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텔레만 자신 또한 이곡이 불후의 곡(?)이라고 자신만만했습니다. 순수한 기악으로 길이에 있어서, 이렇게 긴 곡은 찾기 어려울 듯 싶습니다. 대작이라면, 대작인데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미간을 찌푸리지 않고선 듣기 어려운 심포니와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대작이지요.

 

사실, 식탁음악 형태의 음악장르는 비평가들에겐 연주자들을 귀족들의 사교모임의 오브제로 소외시키는 봉건적 취향의 곡이라고 실랄한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나쁘게만 보면 봉건적 음악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 복고적인 백그라운드뮤직이긴 하지만, 오히려 슬로우 라이프를 추구하는 이에겐 심포니보다 친근한 구석이 있는 곡으로 여겨집니다.

 

콘서트 홀을 무지막지하게 울려대는 심포니에 비하면 전체주의적 폭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음악이 타펠무지크가 아닌가 합니다.

 

말하자면, 전체주의에 더 가까운 정치체제는 봉건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이듯이 말입니다. 음반평을 한답시고 왠 전체주의냐고요? 그것도 유쾌한 만찬에 어울리는 음악과 전체주의의 관련성을 따진다는 것이 이상할듯도 싶습니다만...

17세기부터 서서히 파급되기 시작한 이탈리아 오페라하우스에서의 대중을 상대로 한 오페라 공연과 18세기들어 활성화된 콘서트 홀에서의 대규모 음악회는 계몽주의와 민주주의의 시류에 부합되는 음악감상 형태였으며, 현대에 와서도 음악감상의 큰 흐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규모가 커진 악단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하기 위해 지휘자가 도입되었으며, 근대에 와서는 지휘자의 카리스마와 곡해석이 더욱 중요해 졌습니다. 이 지점에서 계몽주의의 세례를 받은 교향곡의 지휘자는 작은 독재자가 되어갑니다.

음악은 청자를 압도하고, 운집한 군중은 열광하는 것이지요.  

<지휘자의 지휘봉에 맞춰 일사분란한 총주를 선보이는 심포니와 영웅주의적 음악극에는 전체주의적 폭력성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개인의 생각을 압도하고 감동시키며,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가는 지극히 대중적인 곡인 심포니엔 전체주의적 폭력성이 내포되어 있었습니다. 콘서트홀의 파편화된 개인은 자신의 존재이유를 지휘자라는 영웅에 투사시키고 그저 넋놓고 모자를 벗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누구나 입장권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콘서트홀의 민주주의는 심리조작의 귀재(혹은 흥행의 귀재)들에게 주도권이 넘어가 버립니다. 파가니니와 바그너, 말러의 음악들은 낭만주의와 후기낭만주의 바이올린비르투오조(명인)과 음악극의 대가, 천인교향곡의 최후의 낭만주의자 등등의 개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들의 음악은 그 천재성으로 인해 청중을 종속적 지위로 떨어뜨리곤 했습니다.

 

귀족들에게 종속된 작곡가와 연주자가 시민사회의 만개로 독립적인 지위를 차지하자, 어느새 작은 독재자들이 되어간 것이지요.

 

타펠무지크에 대한 저의 애착은 이런 힘의 역사적 전도 현상과 음악민주주의(혹은 실제 민주주의정치체제 자체)의 전체주의적 변질에 대한 경계때문이기도 합니다. 유능한(?) 선동가가 판치는 민주주의는 어느 순간 독재의 사슬에 포박될 지 모릅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전복하고 전체주의 체제를 수립했던 히틀러 나찌스트의 정치집회는 일종의 열광적인 대형콘서트였다>

 

그래서, 대형 콘서트 홀의 전체주의(?)와 이어폰의 개인주의(?)의 중간쯤에 위치한 하우스콘서트가 음악감상의 하나의 대안이 될만한 충분한 존재이유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클래식 음악의 고전적 가치는 다양성의 추구에 있지 않을까요? 심포니와 사중주, 협주곡과 독주곡. 대형콘서트홀과 소규모 사교모임에서의 음악감상, 그리고 골방에서의 나만의 시간 등이 균형을 이루는...

 

현대에 와서 가장 드물어진 음악감상 행태가 하우스 콘서트가 아닌가 합니다. 꼭, 연주를 할수있는 사람들의 사교모임이나 연주가를 초청한 고급스러운 사교모임이 아니라도, 자그마한 콤퍼넌트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좋은 곡을 가까운 친지나 친구들과 함께 듣는 시간이 그립습니다.

 

이런 하우스 콘서트의 전형인 타펠무지크는 청중을 압도하지 않으면서, 식사와 친구들과의 대화라는 일상다반사의 부수음악이라는 기능성을 갖춘 음악입니다.

 

전 이 곡이 마음에 들어 몇 종의 음반을 입수하여 들었는데, 앞서의 무지카안티쿠아 퀠른의 연주보다 부드럽고 편안한 스타일의 타펠무지크로는 콘라드 휜텔러가 지휘하는 18세기 카메라타의 연주가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연주로 시대악기의 청량한 울림이 돋보이는 무지카 알페온의 타펠무지크도 귀에 남는 곡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식사 혹은 만찬 때의 근사한 클래식 BGM으로 괜찮은 곡들을 꼽자면 길샤함과 외란 쇨셔 듀오가 연주하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작품집도 괜찮았습니다. 다소,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음악이라서 떠들석한 식사자리보다는 뭔가 격을 갖춘 야외 만찬에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몇년 전 모 식당 야외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파가니니를 듣고는 이보다 근사한 식탁음악이 있을까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아울러 햇살이 좋은 점심 만찬엔 관악기의 낭낭한 울림이 모임의 흥겨움을 배가시켜 줄 수 있을듯 싶습니다. 이런 곡으론 하이든이 식탁음악용으로 작곡한 목관6중주를 위한 디베르디멘토가 있지만, 어떤 이유인지 별로 알려지지 않아서 지금은 음반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대신, 충분한 런닝 타임을 갖는 텔레만의 트럼펫 협주곡집이 대낮의 야외만찬에 딱 어울릴듯 싶습니다. 유쾌하면서도 낭낭한 금관의 울림이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곡입니다.

 

한편, 연인 간의 빠알간 와인이 곁들여진 식사라면 몇몇 바로크 소품들을 추천할 만 합니다. 바흐의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음악 수첩에 포함된 페드졸트의 미뉴엣 4번과 5번은 영화 <접속>의 "러버스 콘체르토"로 유명해진 곡인데, 너무 시끄럽지도 너무 조용하지도 않은 분위기있는 식탁 음악으로 제격입니다. 다만, 같이 수록된 성악곡들은 좀 침잠하는 분위기라서 기악곡들 위주로 MP3로 선별해놓으면 괜찮을 듯 싶습니다. 아울러, 바흐의 골드베르크변주곡, 파헬벨의 케논변주곡, 보케리니의 미뉴에트 등의 곡 역시 만찬용 BGM으로 괜찮을듯 싶습니다.

 

연말연시, 뭔가 그윽하고 고풍스러운 만찬을 계획하신다면 텔레만의 타펠무지크를 파티 플랜에 포함시켜 보시기 바랍니다. 떠들썩한 바베큐파티가 고상하고 유쾌한 대화가 오가는 사교모임이 되어 있을겁니다. 단, 클래식 음악에 두드러기가 심하신 분들과의 모임엔....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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