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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전환 없이 미래 없다'는 석학들의 경고 | 글 읽기 삶 읽기 2020-07-1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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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장하준,최재붕,홍기빈,김누리,김경일,정관용 저/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기획
인플루엔셜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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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틀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더라도 거의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이제 생존이 직접적으로 위협 당하는, 삶의 존립 기반이 무너지는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 감염사태를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겪고 있는 최대의 위기'로 표현했다.


따지고보면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코로나 감염사태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말하는 것은 좀 섣부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되더라도 '펜데믹'을 일으킬 만한 바이러스 감염 위협이 영구적으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생태계 파괴와 소비 양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제2, 제3의 코로나 사태는 이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직면한 핵심 문제는 코로나 이후 세상이 어디로 갈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세상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전환 없이 미래 없다
 
석학들은 이구동성으로 경고하고 있다. 지금 당장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책 <코로나 사피엔스>는 예측불가능한 위기 앞에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지금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묻고 있다.

 
우리가 맞딱드린 '코로나 시대'에 지금 당장 '전환'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시스템을 반성하고 교정하고 새롭게 설계하려는 결단과 노력에서 올 것이다. 핵심적인 키워드는 성찰과 전환이다. <코로나 사피엔스>의 저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역사상 전례 없는 인류의 자연 침범, 그리고 바이러스에게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제공하는 공장식 축산과 인구 밀집, 지구 온난화. 이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들어냈다. 이를 반성하고 고치는 것이 생태 백신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지금까지 삶의 자세를 성찰하고 자연과 공존하며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행동 백신이다."(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8쪽)


"현 사태는 주객이 전도된 경제체제의 모순을 폭로하고 있다. 무한 이윤 추구와 성장이라는 수단이 모든 국민을 잘살게 하자는 목표, 즉 공공 복지 생명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시민권에 기반한 보편적 복지국가라는 것. 이 두 가지이다."(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 8쪽)


"현 세계를 떠받치던 체제, 즉 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라는 네 개의 기둥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제 어떤 변화를 선택할 것인가."(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9쪽)


"코로나19가 생각의 틀을 바꾼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 극내적으로는 미국화 신화의 종언을 의미한다...(중략)...지난 한 세대에 걸쳐 위기 대응의 공공 인프라를 초토화해 온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당연시되지 않을 것이며, 그동안 우리를 지배해 온 생각들은 뒤바뀔 것이다. 남은 건, 그 생각의 방향을 어디로 향하게 하는가다. 문제는 생각이다. 패러다임 전환없이 22세기는 오지 않는다."(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과 교수, 10쪽)


정직한 절망


'문명의 전환'이란 부분적인 변화가 아니라 전면적인 변화다. 낡은 과거와의 단절이며 새로운 미래와의 조우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담보할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해 전 사회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가'에 대한 성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지구 환경은 인간의 축적과 파괴 행위를 감당할 만큼의 수용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기후 변화로 인한 거듭되는 환경 재난속에서도 위기에 대한 인식은 안일했다. 세계를 완전히 인식하고 자연을 지배할 수 있을 거라 장담했던 인간의 오만함은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지구 환경의 위기는 생명의 위기를, 경제의 위기를, 생존의 위기를 불렀다.


최재천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사태로 인해) 진짜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게 더 좋다는 계산을 이제 드디어 사람들이 할지도 모른다, 그런 희망이 생겼다"며 "생태적 전환만이 살 길"(40쪽)이라고 지적한다.


개발과 성장의 폭주기관차 위에서 벌이는 축적과 소비의 향연을 끝내자는 말은 삶의 철학과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없고서야 불가능한 일일 터이다. 희망은 절망의 늪에서 피는 꽃이라 했으니, 직면한 현실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먼저다. 어쩌면 '정직한 절망'만이 희망일지도 모른다.


재구성의 방향


현실적으로 방역과 경제는 양립하기 어렵다. '거리두기'를 계속할수록 경제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지만 바이러스가 만들어 낸 사회적 충격은 계급 계층을 차별한다.

재난 위험 앞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허술함을 노출했다. 교육, 의료, 복지, 경제 등 삶의 필수 영역들이 새로운 전환의 기로에 놓였다. 이는 단순히 '원격'이라는 기술적 전환만이 아니다.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과 생활 양식의 전환을 의미할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만약 백신이 빨리 개발되지 않아서 경제 마비가 계속되면, 2008년 금융 위기는 물론이고 1929년 대공황 때보다 더한 위기가 올 수 있다"며(51쪽) "이번 위기는 많은 사람에게 '인간의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런 것을 이루기 위해 개인은 어떻게 인식과 행동을 바꾸고 사회는 어떻게 재조직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67쪽) 분석한다.


그는 "우리가 지난 몇 십년 동안 최소한 주객이 전도된 시스템으로 살았거든요. 경제 발전이라는 건 수단이고 목표는 복지, 안전, 건강인데 말이죠. 이번 기회에 그 가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라고(62쪽) 강조한다.


김누리 교수도 자본주의를 폐기하거나 자본주의를 인간화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놓였다고 진단한다. 그는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본주의가 작동한다면 22세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거대한 인식의 전환, 패러다임 전환 시대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수월성 사고는 이제 존엄성 사고로 바뀌어야 합니다. 중요한 건 경쟁에서 승리하는게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겁니다"라고(151쪽) 이야기한다.


예측불가능한 재난이 반복되는 시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발상에서부터 탈피해 시장의 바깥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종식하고 연대와 협동의 원리로 삶의 방식을 개편하는 과감한 노력이 필요하다.


홍기빈 소장은 "예측이 안 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미래를 대하는 방식은 '결단'입니다. 우리가 이 상황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고 어떤 식의 미래를 우리가 만들고 싶은가? 이처럼 우리의 이성과 양심으로 되돌아가서 어떤 미래를 만들지, 그 그림을 우리 스스로 결단하고 만들어야 합니다"고(116쪽) 호소한다.


잔치는 끝났다. 모두가 죽을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함께 살 것인가. 우리는 이 벼랑 끝 질문 앞에 서 있다. 무한경쟁 시대의 패러다임을 종식하고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고 협동과 행복이 살아나는 사회로 재구성하기 위한 전환을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서평은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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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드러낸 미래교육 현 주소..."교육 패러다임 바꾸자" | 글 읽기 삶 읽기 2020-04-26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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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래교실

이시도 나나코 저 김경인 역
청어람미디어 |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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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사태는 '교육'에도 많은 질문을 던졌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은 준비가 부족한 탓에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갑작스럽게 치러낸 시험은 혹독했지만 우리 교육에 유의미한 교훈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기반 학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보완할 것인가, 특히 미래 교육의 상은 무엇이며 지금의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가 미래 교육을 앞당겼다?


나는 온라인 개학의 실효성에 대단히 회의적이었다. 코로나가 미래교육을 앞당겼다는 반응들은 호들갑스럽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넷 교육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교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담보가 있어야 하는데, 준비를 완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트래픽 폭주와 잦은 접속 장애 등 예상대로 기술면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 그러나 기술적 취약점은 빠르게 해결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IT 강국이 아닌가. 


문제는 내용이다. 온라인 학습이란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언제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하다.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컨텐츠, 지식의 일차원적이고 일방적인 전달과 주입이 아닌 학생들의 발달 수준과 단계에 따른 개별화된 학습,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야 한다. 이번 온라인 개학에 도입된 원격 수업은 이런 본질과는 분명한 거리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모두가 똑같은 시간에 교사의 수업을 듣거나 똑같은 동영상 컨텐츠를 시청한다. 과제를 풀고 출결을 해결하는데 혼자 할 수 없는 저학년들은 학부모가 붙어 있어야 한다. 결국 교사가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형식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 교육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듯 하다. 수업 시수는 채우고 있으나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피로했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폭풍처럼' 코로나가 왔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류의 생활양식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코로나 이후 도래할 미래에 새롭게 적응하는게 관건이라고 한다. 교육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온라인 개학은 미래 교육을 앞당기는 새로운 학습 패러다임 창조의 실험장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숙제를 남겼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육적 가치와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ICT 기반의 새로운 학습 환경에서 배움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미래 교육과 조응하는 새로운 학교 교육 체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미래 사회의 새로운 배움을 위한 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등 제기되는 질문에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교육의 희망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21세기는 교육의 총체적인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 


일본의 디지털 교육전문가 이시도 나나코가 쓴 책 <미래교실>은 진화하는 세계에서 배움의 환경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의미있는 단서들을 제공한다. 현재 저자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창조적 배움터를 만들어가는 비영리단체 '캔버스'(CANVAS)를 이끌고 있다. 책은 '캔버스'의 경험을 통해 확인한 미래교육의 가능성과 조건들에 대해 풍부한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면 미래 교육이란 단순히 기술을 활용한 교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다. 2016년 다보스포럼 ‘일자리의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7세 아이들의 65%는 지금은 없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한다. ICT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인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이고 필요한 교육은 어떤 것들일까? '미래 교육'이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능력을 키우며 성장해나가는 배움을 의미한다.
 
OECD가 선정한 지식기반사회 핵심 역량(Key Competency) - 책 38쪽

>> 사회문화의 기술적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
  - 언어, 상징, 텍스트를 활용하는 능력
  - 지식이나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
  -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능력

>> 다양한 사회그룹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능력
  - 타인과 원활하게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능력
  - 협동하는 능력
  - 이해충돌을 제어하고 해결하는 능력

>>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능력
  - 거시적으로 행동하는 능력
  - 인생설계나 개인의 계획을 만들고 실행하는 능력
  - 권리, 이해, 책임, 한계, 필요를 이해하는 능력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 미디어랩의 미첼 레스닉 교수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아이들의 학습 방법과 교육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디지털 혁명은 세계적인 학습 혁명을 일으키고 있으며 그것은 곧 가능해질 것"(30쪽)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학습하는 아이들은 새로운 지식과 가치의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학습 내용과 학습 방법, 학습 환경의 총체적인 혁신은 필수적이다. 


미래 교육은 미래 교실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배움의 방법은 이미 바뀌고 있다. 미래는 우리의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와 있고, 세계는 이미 그 방향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2012년 스탠포드대학의 교수 두 명이 개설한 글로벌 온라인 교육 플랫폼  '코세라'(Coursera)에는 전 세계 1백여개 대학이 참가하고 있으며 450여개의 과목이 개설되어 있고 수강생은 5백만명에 이른다. 비영리조직인 '칸아카데미'에는 3천여편의 교육영상이 공개되고 연간 6백만명의 학습자가 접속을 한다. 하나의 영상이 끝나면 다음에 봐야 할 추천 영상이 표시되고 연습 문제를 풀면 자동으로 채점되어 아이들 개별의 수준에 따른 맞춤형 학습이 제공된다.
 
저자가 운영중인 비영리단체 '캔버스'는 아이들의 창조력과 표현력의 발산을 돕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2007년 야나카, 네즈, 센다기 지역을 중심으로 '어린이지역정보발신기지국'이 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마을을 취재하고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해 블로그, 팟캐스트, 신문, 영상으로 제작해 공유한다. 


이 활동은 세 가지 목표를 갖는다. 첫째, ICT를 활용한 창조력과 표현력을 기르는 것이다. 아이들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편집하고 만들어낸다. 둘째, 체험을 통해 ICT 리터러시를 익힌다. 아이들은 취재 활동 과정에서 '해서는 안되는 일'도 배우게 되고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이해하게 된다. 셋째, ICT를 활용해 안전한 마을을 만들 수 있다. ICT가 감시의 도구가 아니라 지역 사람들과 교류하는 도구로 사용됨으로써 지역이 활성화 될 때 진정한 의미의 '안전한 마을'이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 


저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현실과 가상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조합하고 알맞게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표현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낸다"며 "아이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고, 앞으로 확산될 학교에서의 디지털 교육에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186쪽)고 했다. 


'디지털 키즈'를 위한 창조적 배움터 만들기


창의적 문제 해결 중심의 융합 교육과 학생 주도의 프로젝트 학습이 주를 이루는 교실에서 필요한 교사는 지식의 독점자, 일방적인 전달자가 아니다. 교사는 학생들의 주체적인 배움을 촉진하는 역할, 학교 밖 배움을 연결하는 역할, 지역사회로 확장된 교육생태계를 구축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역할, 학생들의 자율적인 배움과 탐색, 성장을 돕는 멘토이자 컨설턴트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원격 수업은 일명 '거꾸로 수업'이다. '거꾸로 수업'이란 수업방식과 순서가 뒤바뀐 형태의 수업이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이 온라인을 통해 미리 강좌를 보고 나서 학교에 오면 복습하거나 토론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교사와 학생이 토론과 응용 위주로 쌍방향 소통을 통해 수업을 함께 만들어 나간다.
 
"앞으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특히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세계에서 살고 있으며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다뤄온 '디지털키즈'들이다.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이 손을 맞잡고 새로운 표현과 풍요로운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우리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힘써야 한다." (30쪽)


획일화와 표준화 된 방식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근대 학교 교육의 유효기한은 끝났다. 논리력, 사고력, 창조력, 표현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는 학습과 배움으로 변화해야 한다. 주입식 암기 교육에서 창조와 표현, 협동을 통한 문제 해결로 교육의 내용과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기존의 학교 교육을 넘어서는 전혀 다른 방식의 새로운 배움을 상상해야 한다. 교육이 변화해야 미래도 변화할 수 있다. 코로나가 우리 교육에 던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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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교육' 살려야 '지방소멸' 막을 수 있다 | 글 읽기 삶 읽기 2020-03-3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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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농촌의 교육공동체 운동

양병찬 저
교육아카데미 | 2015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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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학교를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마을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마을에 남은 유일한 학교인 초등학교 폐교를 막기 위해 모인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이 외쳤던 말이다. 지역사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폐합 방침이 결정되었다. 교육행정은 등을 돌렸으나 주민들은 절박했다. 점차 과소화되는 마을의 현실에서 학교마저 사라진다면 과연 미래를 장담할 수 있을까? 학교 통폐합은 곧 '삶터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주민들을 각성시켰다.

 

학교를 살리자 마을이 살아났다
 
마을의 드라마틱한 반전은 그 때부터 시작됐다. 지역주민들이 '학교발전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학교 살리기'에 팔을 걷어부쳤다. 십시일반 모금으로 통학용 승합차량을 마련했고 학부모들이 자원봉사로 아이들의 통학을 책임졌다.

 

시골의 작은학교라는 교육적 강점을 살리기 위한 차별화된 교육 및 돌봄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시도했다. 무엇보다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이 협력해 작은 학교의 비전을 수립하고 설파하며 귀농귀촌인과 전학생 유치에 공을 들였다. 활동의 결과, 실제로 전입생이 늘어나면서 통폐합을 철회시키는 결정적인 명분과 근거를 마련했다.

 

결국 통폐합 방침은 철회되었다. 2009년 폐교가 결정되었을 당시 12명이었던 학생수는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 10년이 된 2019년 102명(병설유치원 포함)이 되었다. 10년 만에 딱 10배에 가까운 성장을 한 셈이다. 이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기 위한 귀촌인이 늘어나면서 마을의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졌다. 사라졌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고, 30~40대 정주 인구가 늘어났다. '내 고향 주소 갖기'와 같은 그저그런 인구 늘리기 사업으로는 절대 달성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10년 전에는 폐교 위기에 놓였던 변방의 작은 학교가 지금은 마을 재생과 부흥의 구심점이 되었다. 지역 주민들은 마을의 미래 자산 1호로 '학교'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학부모와 주민들은 '마을학교'를 만들어 학교와 상시 연계하며 마을의 교육의제를 의논하고 학교를 지원한다. 작은 학교를 살리므로 마을은 다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간절함이 만들어 낸 '기적'이다.

 

교육 문제 해결 않고 지방 살릴 묘책 있나?
 
우리의 경험은 시골의 '작은 학교'를 살리는 것이 마을의 생사존망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라는 것을 실증한다. 이것이 경제적 효율성을 내세운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 기조에 반대하는 이유다. '적정규모'라는 산술적 지표만으로는 작은학교의 가치를 다 평가할 수 없다. 학교 통폐합 정책의 전환 혹은 폐기는 '작은 학교'에 대한 관점의 전환과 역발상을 요구한다.

 

 '작은학교'는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해나가는 배움터이면서,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지역 주민 모두에게 열린 '평생 학습터'이자 '문화 아궁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작은 학교를 통한 다양한 배움과 어울림은 마을의 공동체력 강화와 자치의 실현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작은 학교에 대한 재조명과 정책 관점의 전환은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더 필요하고도 절박한 문제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인구구조 변동으로 농산어촌은 점점 과소화되고 있다. 도시와 지방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지방 교육이 전부 'in 서울'로 내달리는 흐름을 끊지 않고 인구유출을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인구감소가 대세인데 지금 지방에 새로운 인구가 들어오지 않아서 문제인가? 오히려 아이도 낳지 않는데다 살던 주민들까지 계속 빠져나가는게 더 큰 문제 아닌가? 인구의 감소와 유출은 정주여건의 악화로 이어진다. 정주여건 악화는 다시 인구의 감소와 유출을 부른다. 고약한 악순환이다.

 

이런 상황에서 묻고 싶다. '지방 교육'을 살릴 특단의 대책 없이 도대체 어떻게 지방을 살린단 말인가? 학교와 교육을 살려 지역의 인구를 늘리고 지역 발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 '다니고 싶은 학교'가 있어야 하고 '살고 싶은 마을'이어야 한다. 

 
오랫동안 지역교육을 연구해 온 공주대 양병찬 교수는 책 <농촌의 교육공동체 운동>에서 "농촌교육의 악순환 구조를 끊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 책은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해 농촌의 교육이 어떻게 전환되고 재편되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농촌의 학교 문제는 교육 재정의 효율성 측면과 아울러 국가 균형 발전 및 농촌공동체의 재생 관점에서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정부가 그동안 학교 통폐합 추진의 논리로 내세우고 있는 '작아서 비교육적'이라는 주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119~120쪽) 제안한다.

 

농림부와 교육부 협업해야 농촌교육이 산다

 

 특히 교육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은 학교를 없애고 교육 여건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농촌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추진되는 농림부의 농촌 재생 사업과 충돌한다.

 

저자가 농어촌 교육 문제를 '특정 부처 관점의 근시적 교육재정 효율화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거시적 재정효율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124쪽) 강조하는 이유다.

 

사라져가는 농촌의 마을을 재생하려면 농림부가 농촌 교육, 지방 교육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도시와 지방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지방 교육을 살리려면 교육부도 지금과는 다른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을 세워야 할 것이다. 농림부와 교육부가 같은 가치와 목적을 수립하고 협력하는 체계를 갖춘다면 농촌 교육을 살리기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양 교수는 "농촌 지역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부처 간의 융복합적 사업 추진과 함께 관련 주체간의 협력적 파트너십에 의한 공조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131쪽)고 권고한다.
  
"농촌 교육 문제는 산업(농업) 문제, 사람(농업인) 문제, 지역(농촌) 문제의 3가지가 사회구조적으로 상호 연관되어 나타난 사회문제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해법도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은 농촌 인지적 관저으로 농촌 학교의 현실을 분석하고 교육부의 교육 정책 뿐만 아니라 농림부의 지역 개발 정책과의 연계, 문화관광부의 농촌 문화지원정책과의 연계 등이 통합적으로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132쪽)

 

지자체는 언제까지 뒷짐만 지고 있을텐가?

 

관련 부처간 융복합적 접근 못지 않게 농촌 교육 문제 해결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막대한 행정력과 재정력이 교육청보다는 지자체에 집중되어 있다. 지자체가 교육경비를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교육 문제는 교육청 소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지방소멸의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 문제 해결은 교육청보다는 지자체에 더 시급하고 중대한 사안인데도 지자체의 미온적인 대응은 아쉽기만 하다.

 

대한민국은 일반자치와 교육자치가 분리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이다. 그만큼 칸막이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교육 문제 해결에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보자고 만든 것이 '혁신교육지구' 사업이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결과로 실제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결합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는 따로 평가해볼 문제다.

 

지방의 교육이 지방의 인재를 길러내 지역사회에서 일을 하면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열지 못한다면 미래 비전은 없다. 교육청과 지자체로 분리되어 있는 구조를 뛰어넘어 지역을 살리는 관점으로 과감하게 협력해야 한다. 읍면동 단위에서는 학교와 지역이 소통해야 하고, 시군구 단위에서는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해야 한다. 협력이 일상화되고 제도화되어야 한다.

 

협력을 어렵게 하는 모든 제도적 관행적 장벽들을 걷어내고 공동으로 지역 교육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렇게 사활을 걸고 달려들어도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어려운 과제가 바로 교육 문제 해결이다. 교육은 단기간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 지역 차원의 장기적인 청사진을 세우고 끈기있게 정책을 밀어붙여야 한다. 

 

책 <농촌의 교육공동체 운동>에서 제시하는 해법은 어찌보면 간단하다. 시대가 변했다. 근대 개발 국가의 시대는 저물고 저성장, 인구절벽, 지방소멸의 시대가 도래했다. 구시대에 수립된 정책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버전으로 재탄생되어야 한다.

 

21세기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지방교육 공동화 흐름에 제동을 걸고 학교를 살려야 한다. 주민들의 참여로 학교와 마을의 상생 발전을 도모할 때 비로소 회생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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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마을의 상생 발전, 지속가능한 미래는 가능하다 | 글 읽기 삶 읽기 2020-03-3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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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을교육공동체

김용련 저
살림터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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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교육은 '뜨거운 감자'다. 교육은 계급 격차와 불평등의 구조화, 학벌 중심의 서열화 등 사회적 모순이 집약된 분야이다. 또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타고 바벨탑 꼭대기에 오르려는 인간의 왜곡된 욕망이 만들어 낸 끝없는 블랙홀이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감을 잡기 힘들 정도로 엉켜버린 실타래와 같은 대한민국 교육에 과연 '희망'은 있는 것일까.

 

교육, 희망의 이름으로 '마을'을 호출하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7세 아이들의 65%는 지금은 없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한다. 평생직업의 개념이 점차 사라져감에 따라 아이들은 하나의 직업 대신 '일'을 바꿔가며 환경 변화를 주도적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현 학교교육체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기에 역부족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통칭되는 미래 사회는 표준화, 획일화, 입시위주 경쟁을 특징으로 하는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한다.

 
 2007년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유종일입니다'에 출현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이 과거 산업시대의 교육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크나큰 장애물이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감옥에 돈을 쏟아붓는 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금과는 다른 교육이라야 다른 미래를 열 수 있다'는 자성어린 성찰이 '마을'을 호출했다. 전국적으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공교육 문제를 더 이상 학교만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의 반증이다.

 

 '삶과 배움의 불일치'라는 교육의 근본적 한계는 마을을 배움터로 삼아 마을과 관계를 맺으면서 학습하고 성장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정책과 제도의 산물이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부터 촉발된 새로운 교육 운동이자 풀뿌리 운동이다.

 

마을교육공동체를 위한 풀뿌리 실천의 확산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은 각기 다른 현실과 처지에 놓인 다양한 현장들에서 다양한 교육 현안들을 마을 내 소통과 연대, 협동의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교육협동조합, 마을학교,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활동, 농산어촌 작은학교살리기 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사는 영광군 묘량면에는 폐교 직전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한 '작은 학교'가 있다. 효율성을 앞세운 농산어촌 통폐합 방침에 반대하고 시골 마을의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았다.

 

농촌 시골마을에 학교마저 사라진다면 결국 마을공동체마저 소멸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한 인식이 자발적인 실천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통폐합 방침은 철회되었고 현재 이 학교는 학부모와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마을교육공동체의 거점이자, 지역사회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마을공동체의 심장이 되었다.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은 작은학교살리기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를 배움터로 변모시켜 마을이 아이를 함께 키우는 문화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5년째 운영하고 있는 '마을학교'는 마을을 거점으로 다양한 교육활동의 기회를 확대하고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갈수록 고령화, 과소화 되고 있는 마을의 현실에서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지속적인 인구유출과 신규 인구유입이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마을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시점이 곧 도래할 것이다. 마을의 흥망성쇄는 정확하게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의 흥망성쇄와 일치할 것이다. 마을이 살면 교육도 살 것이요, 마을이 죽으면 마을교육공동체도 사라진다.

 

마을교육공동체를 추진하는 지역들의 실정은 각이하겠으나, 저마다 크고 작은 고난을 겪으면서 하루 하루 전진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처럼....

 

풀뿌리 실천의 확산, 즉 양적 확대는 반드시 질적인 비약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산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다양한 실천활동들을 뒷받침할 철학과 이론의 정립이 중요하다. 실천 없는 이론은 망상이고, 이론 없는 실천은 추진력을 잃기 쉽다. 운동의 진화를 위해 이론과 실천의 결합은 필수적이다.

 

생태적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의 진화를 위해  
  
지금쯤이면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한번 갈무리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던 차에 너무나 반가운 책을 만났다. 오랫동안 마을교육공동체를 연구해 온 한국외국어대 김용련 교수의 <마을교육공동체 생태적 의미와 실천>이다.

 

이 책은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이 직면한 여러 실천적 문제들에 이론적 해답을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서 있는 현장에서 이 운동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은 영감을 준다. 꼭 필요한 시기에 교육현장의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데 안성맞춤인 책이다.
  
"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공동체의 목표는 학생들에게 그 지역의 다양한 내용을 실천적 방법으로 학습시키고, 그들의 학습역량과 정의적 발달을 도모하여, 그 결과가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되는 선순환적 구조의 지역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에 있다. 이 때 학습의 결과가 지역사회로 환원된다는 의미는 그 지역사회의 교육받은 아이들이 지역의 발전을 위한 주인의식을 발휘하는 주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마을교육공동체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의 아이들을 그 지역의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78쪽)

 

저자는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의 '생태적' 접근과 실천을 강조한다. 유기적, 전일적 관점에서 생명체들의 상호의존성을 중시하는 생태주의적 관점은 '공동체'의 개념을 정의하는데 유용하다. 개인들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구성원들간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때 '생태적 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다.

 

저자는 "학교나 지역사회가 하나의 교육생태계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삶과 배움이 일치하는 네트워크 구조 속에서 사회적, 교육적 변화에 스스로 적응하는 자생력을 가지며 배움의 결과가 개인의 발전과 함께 모두가 성장하는 공진화로 나타나야 한다"고(85쪽) 설명한다.

 

개인들의 유기적인 연계망, 상호작용을 통한 주체적 학습과정의 구성, 배움의 결과에 입각한 공진화 과정이 결합할 때 마을교육공동체를 이뤄나갈 수 있다.

 

마을이 살아야 교육도 산다

 

 마을교육공동체를 구성하려면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 마을의 교육자원과 인프라를 발굴해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는 마을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학습과 성장의 결과가 다시 지역으로 환원되는 선순환적 구조의 지역공동체를 지향한다. 마을에서 자라나며 배운 아이들이 그 마을의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정주할 때 마을공동체와 교육공동체는 상생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 나갈 수 있다.

 

삶의 총체성 측면에서 본다면 '교육'은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다. 마을 안에서 인간다운 삶의 질을 향상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 노동, 교육, 문화, 의료, 복지 등의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저자도 "마을교육공동체는 교육운동으로 시작했지만 그 귀결점은 교육과 지역의 상생을 도모하는 지역사회 운동이 될 것"(149쪽)이라고 본다.

 

따라서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협력만으로는 안 된다. 지역의 교육력을 강화하고 지역발전의 선순환적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가 결합해야 한다.
  
"지역과 주민공동체의 생태적 건강함 없이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모두가 함께 하는 교육, 지역을 위한 교육, 공동체를 위한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앞으로의 실천이 학교와 아이들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량을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역공동체의 유기적 상생을 위한 명료한 비전과 목표가 수립되어야 한다." (155쪽)

 

이 대목은 우리 지역의 고민과 정확히 일치한다. 현 단계에서 우리 지역의 마을교육공동체의 도약을 위한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학교교육과정과 연계한 마을교육과정 수립은 가능할 것인가? 둘째,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마을의 평생학습체계로써의 마을교육공동체의 확장은 가능할 것인가? 셋째,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은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위기를 넘어서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세 가지 과제는 각각 구체적인 방법론을 세우는 것과 동시에 각 과제들을 유기적으로 연관시킴으로써 지역사회 백년대계를 구상해야 한다.

 

마을공동체 운동은 마치 결승선이 없는 마라톤과 비슷한 것 같다. 열심히 꽤 많이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결승선은 다시 저만치 멀어져 있다. '끝이 없다'는 것은 그 운동 자체가 곧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삶을 공동체적 방식으로 재구성하는데는 한계도 결승점도 없다. 풀뿌리 운동의 숙명이다.

 

대안이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르게 제시될 수 있는 것이므로 본디 '과정의 언어'이다. 과정의 언어는 곧 '현장의 언어'이기도 하다. <마을교육공동체 생태적 의미와 실천>이라는 책을 통해 마을교육의 현장에서 우리의 실천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저자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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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교육을 바꾸는 마법같은 이야기 | 글 읽기 삶 읽기 2019-09-2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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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학교 공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홍경숙,편해문,배성호,이승곤,김태은,이영범 공저
창비교육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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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같으면 똥통 같은데서 책을 읽고 싶겠어요?"

 

초등학교 3학년 큰 아들과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설전을 벌이는 와중에 아들의 입에서 툭 튀어나온 말은 황당했다. 독서에는 별 관심이 없는 아이에게 어떻게든 책을 읽히려고 온갖 논리로 설명하고 설득했건만 아이는 단호하다. '기승전 독서'로 귀결되는 꼰대같은 엄마의 말이 정말 듣기 싫었는가보다 생각하니 좀 허탈하기도 했다.  '책 읽기 싫으니까 하다하다 장소 핑계를 대는구나', '농부가 밭을 탓하면 이미 글러먹은게지' 하고 반 포기하려는데...

 

"도서실이 좀 넓었으면 좋겠어요. 누울수도 있었으면 좋겠고, 컴퓨터도 할 수 있으면 좋고, 친구들이랑 놀다가 책보다가 좀 자유롭게요. 지금은 너무 좁고 불편해요. 도저히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안들어요."

 

아이가 설명하는 나름의 이유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그도 그럴것이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시골의 작은학교인데다 시설이 오래되고 부족해 교육 환경이 많이 낙후돼 있다. 비좁은 도서실은 책을 쌓아둔 공간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마저도 부족해 많은 책들이 각 교실에 분산되어 있는 상태다.

 

"맞다 맞아. 엄마라도 너희 학교 도서실에서는 책 읽을 생각이 안들 것 같아. 도서실을 멋지게 바꾸면 책 읽을거야?"
"당연하죠. 늘 가고 싶어질 것 같아요."

 

공간 혁신으로 교육을 바꾸자

 

공간은 사람의 심리와 정서, 상호관계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형태가 경직되면 운영하는 방식은 경직되고, 형태가 다양하고 개방적이면 운영방식도 훨씬 유연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는 거의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한 노래 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네모난 건물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네모난 교실, 네모난 책상, 네모난 의자, 네모난 운동장, 네모난 놀이터.. 네모난 곳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웃지 못할 헤프닝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곳이 학교라는 공간 아닐까. 표준화되고 획일화 된 학교 교육과정은 아이들에게 네모난 모양 말고 다른 모양을 상상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단순히 공간을 바꾸는 이야기가 아니라 교육을 바꾸는 이야기다. 건축가, 교사, 놀이터  디자이너 등이 공동집필한 책 <학교 공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는 학교가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꽃피우는 공간이 되기 위해 바꾸고 혁신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제시한다.

 

"아이들은 교문에서 시작해 운동장, 중앙 현관, 계단과 복도를 지나 교실에 다다른다. 아이들이 학교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학습, 운동, 휴식 등 어른들이 정한 목적에 따라 공간을 이용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생활 패턴에 따라 공간에 기능과 역할을 부여하며 유연하게 공간을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 공간은 마치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서 변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기체 같다." (14쪽)

 

학교 공간은 아이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파놉티콘'이 아니라 아이들이 다양하게 관계를 맺고 배우며 성장하는 삶터가 되어야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아이들을 학교 공간 변화의 중심에 놓았을 때 어떤 발상의 전환과 교육 현장의 혁신이 일어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학교 공간을 바꾸는 것은 본질적으로 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리적인 공간의 변화 이전에 오랫동안 교육을 지배해왔던 낡은 사고와 관행들을 혁파해 나가는 것이다. 건물 이전에 사람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교육의 주인이 학생이라면 당연히 학교 공간의 주인도 학생이어야 한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아이들의 눈 높이로, 아이들의 생각을 반영하여, 아이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학교 공간을 바꿔 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 창의적이고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꿈을 담은 교실' '꿈을 담은 놀이터', 광주 극락초등학교의 '어디든 놀이터 사업', 순천의 '기적의 놀이터', 도서실을 북까페처럼 변화시키기, 교무실과 교장실을 열린 구조로 바꾼 사례, 딱딱한 교문과 학교 외벽을 바꾼 사례 등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교실, 도서관, 운동장, 놀이터, 복도, 현관, 교문 등 아이들의 숨결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아이들의 시각에서 탈바꿈할 수 있다.

 

다른 각도, 새로운 시선에서 관찰하고 사유하면 하나의 용도만 갖고 있던 익숙한 공간도 다양한 의미로 확장되고 변주된다. 아이들을 중심에 놓는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공간 주권'을 되돌려 준다는 의미다. 학교 공간의 주인은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적 사고로 교육에 접근하라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디자인'이란 문제의 본질을 포착하고 거기에 새로운 조화와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행동을 환기시키며 우리의 삶과 사회를 좀 더 행복하게 바꿔나가는 것이다. 

 

학교 공간을 바꾼다는 것은 학교를 새롭게 디자인한다는 의미다. 디자인을 '과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외형적인 결과물 보다는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방점을 찍는다. 예컨대, 학교의 변화를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마을주민, 교육청과 지자체 등 지역사회가 협력하고 협업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조응하지 못하는 공교육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분리된 '고립된 섬'이 아닌 마을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학교의 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학교 혁신은 학교 담장안의 노력만으로 달성하기는 어렵다. 지역의 자원을 연계하고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의논하면서 학교 수준에서는 대응하기 힘든 문제들을 협력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학교 공간 혁신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학교의 변화는 개별 실 단위의 내부 공간을 바꾸는데에만 한정되어서는 안된다. 변화의 궁극적인 지향은 마을을 향해 열린 학교, 그리고 학교를 품은 마을이 되는 것에 맞추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라는 경계를 허물고 마을과 어떻게 소통하고 협력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학교를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다른 공간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필요하다." (224쪽)

 

학교와 마을이 함께 크는 공간 만들기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학교는 더 이상 학교만의 학교가 아니다. 지역 교육력 강화의 측면에서 본다면 '지역 속의 학교'는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인구유출로 점점 더 고령화, 과소화되고 있는 농촌 시골의 현실에서 학교의 위상은 더욱 중요하다. 내가 사는 마을의, 내 아이들이 다니는 작은 초등학교가 그렇다.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학생수와 정주인구가 늘어나면서 폐교 위기를 넘겼으나 학교 앞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들이 있다. 우선은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협력하는 학교 공간 바꾸기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이 사업을 통해 학교와 마을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만들어야 가야 한다.

 

고민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명쾌해지는 느낌이다. 학교 공간을 바꾸는 것의 교육적 가치와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 곧 이 책을 함께 읽은 다른 학부모들과 작은 토론회를 열 것이다. 충분히 가치있으면서도 함께 하는 과정이 행복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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