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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개설, 인생이란 항로에서 떨어져나와 잠시 수면 중인 잠수부입니다. (실제 잠수는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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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리뷰
뻔한 줄 알았다가 빠져들어 읽은 [은밀한 몸] | 전자책 리뷰 2020-06-1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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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5천원 페이백][대여] 은밀한 몸

옐 아들러 저
북레시피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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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몸], 원제는 Daruber spricht man nicht (2018), 
영어로 그대로 옮기자면 You don't talk about it 이다.
독일의 피부병과 비뇨기과를 전문으로 하는 여의사가 사회에서 터부시 되는 신체 증상에 대해 후각, 촉각, 시각, 청각의 감각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책이다.
탈모, 점, 손발톱, 코털, 비듬, 머릿니, 요실금, 치질, 생리, 발기부전, 구취, 방귀 등등등 책 제목처럼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야기 하기는 좀 곤란했던 ‘은밀한’ 이야기들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요약하기도 애매하다.

종이책 기준으로 총 412 페이지, 4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항목으로는 총 21개로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없이 그냥 뒤적뒤적하다가 궁금한 부분만 먼저 읽어도 되는 구성이다.
처음 몇 챕터를 읽어보니 이 책에서만 알게 된 새로운 내용은 없다고 생각했고, 지극히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얘기들 아닌가 하면서 부정적인 자세로 읽었었는데, 참고 쭉 읽다보니 점점 평소 궁금하지만 특별히 찾아볼 데도 마땅치 않고, 누구한테 묻기에도 난감한 주제들을 쏙쏙 잘 골라서 평이한 문체로 설명해주니 하루하루 익숙해지고 친근감이 들면서 다음 장을 기대하며 읽게되는 마술이 펼쳐졌다.

대여용 전자책을 구매했기에 대여기간 끝나면 접근할 수 없을 중요한 내용들을 나중을 위해 요약하고 메모하는 일도 즐거웠다.
깔끔하게 다듬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스타일의 책들을 좋아하던 내가 이렇게 수다 풀이식으로 쓰여진 의학관련서를 재미있게 볼 줄이야... 뜻밖이다.

저자가 독일인이기에 감안하고 보아야하는 내용도 좀 있다. 인용되는 통계는 대부분 독일인 기준이며, 우리나라 현실과는 약간 동떨어진 내용도 좀 있다.
이를테면 서구권 국가에서 남성 갱년기가 표출되는 모습이나 비뇨기과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의 예는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타투나 피어싱의 위험성에 대한 내용이 꽤 비중있게 다뤄지는데 이 부분도 그쪽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문신이나 피어싱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았다.

가끔은 의사로서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나 싶은 부분도 있었다.
이를테면 제 15장 내용이 그렇다. 특정 물질이나 크림으로 피부의 노화를 막고, 주름을 없앨 수 있다는 광고를 흔히 볼 수 있고 기업의 제품 뿐만 아니라 병원과 연계된 제품들도 많다. 우리의 피부는 아주 튼튼한 장벽을 만들어 알레르기 물질, 병원체, 화학물질 등의 공격을 막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고귀한 안티에이징 효능물질의 침투도 막는다.
뭔가 피부에 발라서 주름 완화니 제거니 하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고가의 안티에이징 화장품과, 종류도 다양한 단계별 제품들을 구비하느라 돈을 허비하고, 광고 화면에 등장하는 주름 하나 없어 보이는 모델들의 얼굴에 현혹된다.
더 비싼 제품이니 바르면 뭐라도 다를 것이다, 아니 내가 발라보니 확실히 다르다는 스스로의 플라시보 효과에 속고, 저명한 무슨 무슨 연구 결과가 증명한다는 용어나 후광 효과에 속는다. 의사들마저 개입하여 갖가지 효능 물질의 주름 제거 효과를 입증하는듯한 연구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그러한 실험 결과는 얼마든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조작될 수 있다는 부분을 저자는 의사로서 인정하고 주의를 주고 있다.


아쉬운 점은 책 표지에서 옅보이는, 내용 못지않게 재기발랄한 일러스트레이션 비중이 좀 높기를 기대했는데 책 전체가 주로 텍스트 위주일 뿐 사진이나 도판, 삽화는 의외로 별로 없는 구성이란 점이다. 마지막 장에 가서야 이렇게 책 내용을 상당 부분 효과적으로 요약해주는 멋진 그림 두 점이 드디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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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드, 참 매력적이네요. | 전자책 리뷰 2020-02-1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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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파드의 묘생 일기

어슐러 K. 르 귄 저
황금가지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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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기대평을 쓰다가, 대여용도 아니고 영구소장 전자책인데
단편이라 가격도 저렴하고 예스24 단독이길래 그냥 구입해버렸어요.
‘고양이가 말하고, 작가가 받아쓴다’는 컨셉이 완전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냥 상상만 해도 귀엽잖아요.

제 1장 [나의 생애, 파드 씀] 에서는 파드의 컬러사진 6장과 함께
관찰력이 뛰어나고 신중한 성격의 파드의 솔직한 자서전(?)을 10페이지 가량 읽을 수 있습니다.
사진들이 일부러 예쁘게 찍으려고 신경을 쓰거나 인위적인 연출을 전혀 하지 않아서
마치 휴대폰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이 막 눌러 찍은듯한 느낌과 비슷한 사진들입니다.

제 2장 [파드의 사진] 에서는 파드의 블랙 수트를 돋보이게 하는 흑백 사진 9컷, 컬러사진 3컷과 함께,
역시 파드의 입장에서 쓴 사진 해설이 있습니다.
여기 사진들은 디테일도, 구도도 좀 신경을 쓴 듯 꽤 좋습니다.
저명한 작가의 에세이라지만, 이 작품은 그저 고양이를 사랑하는 소박한 집사의 모습이 느껴져 친근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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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경험으로 시작하여, 공간에 대한 대안까지 | 전자책 리뷰 2020-02-1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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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5천원 페이백][대여] 모든 공간에는 비밀이 있다

최경철 저
웨일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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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에 대한 관점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고정 불변한 진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과,

진리가 없다는 것만이 진리라고 믿는 사람이다.


1부의 시작 [두 건축가 이야기]에서는 

건축물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건축가의 의지와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태도와, 

건축도 건축가의 의도를 넘어선 불확실성의 결과물이라고 상반된 태도를 가진 

두 건축가와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건축은 신성한 것인가, 아니면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도구인가, 

건축은 필연의 산물인가, 우연의 발견인가?


세상에는 수많은 건축물과 그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가 있지만, 건축가들의 언어와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의식 세계를 대략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특정 결과물에 감동하고 공명한다면 그 건축물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성향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 파트 [모든 공간에는 비밀이 있다] 에서는 우선 ‘왜 건축을 전공했나?’에 대한 답변으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는 건축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세계, 클라이언트의 세계, 건축이 놓일 장소의 세계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행위가 곧 건축이다.


건축가의 정신이 곧 건물이라는 현상으로 드러난다지만, 왜 우리 주변에는 천편일률적이고 특징없는 건물들이 범람하는지도 설명한다.

‘합리적’이라는 용어로 치장되고 있지만, 결국 건물의 가치를 경제적 효과와 건설 효율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요령껏 기존의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틀을 따르면서도 건축가의 손길로 변주하는 것이 필요한데, 효용과 속도의 가치를 뛰어넘어 건축마다 자신만의 비밀을 숨겨놓아 아름다운 것을 만들려는 건축가의 시도를 함께 찾아보려는 여정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이해했다.

책 제목이 유래한 부분이라 주의깊게 읽었는데, ‘공간의 비밀’이란 말만 들었을 때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비밀로 생각하기 쉬운데, 건축가가 숨겨놓은 미적 감각과 의도라는 점이 특이하다.


방이란 어쩌면 그곳을 점유한 사물과 내가 만들어 내는 관계의 실타래가 아닐까?
그 관계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드러난다. 
그러므로 내가 살던 방을 이야기하는 것은 곧 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내 방의 역사는 ‘나는 누구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된다.


내 방이 즉 나 자신이라고 까지는 생각을 못해봤기에, 
새삼 책읽기를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게 된 구절이다. 

막연히 건축가가 쓴 건축에 관한 이야기는 유명 건축물 사진들과 건축가의 이름들이 나열되고, 작품 해설이 줄줄이 나올 것이라고 했던 내 예측을 깨주어서 반가운 부분이기도 하다.


공교롭게 책을 다 읽고서야 [저자의 말]을 읽게 되었다.

개인의 경험을 사회와 역사적 경험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3단계로 구성했다는 내용 말이다.

개인적 경험으로 에세이를 시작하고, 우리가 고민해볼만한 사회적 담론과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이 될 수 있는 대안을 모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3단 구조는 이런 의도를 미리 모르고 읽었어도 챕터마다 반복되니 읽으면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챕터에서는 포항의 내연산을 홀로 산행하다가 길을 잃고 암흑 속에서 공포화 탈수, 허기에 시달렸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독일 남부의 한적한 마을에서 경험한 크리스마스를 추억하기도 한다. 지인들과 베를린 여행 중 뻔한 베를린 장벽이나 베를린 클럽 방문 대신에 근처 호수에서 물놀이 하면서 온전히 일행들 만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었던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한 챕터는 굳이 외국의 유명 건축가나 건축물을 언급하지 않고 저자의 이사 경험담을 담담하게 그린 한편의 에세이처럼 흘러가기도 한다. 


한두장의 도판 사진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않을, 처음 보는 외국 건축물의 공간감이나 건축 비엔날레에 출품되는 전위적 공간의 추상적인 예술성도 이렇게 공감할만한 개인적 에피소드와 경험담을 기반으로 그 ‘느낌’ 만은 공유하고 이해시킨 후에 전개가 되니 훨씬 구체적으로 와 닿는 듯 하다. 

건축에 대해 문외한이라 페터 춤토르나 비야케 잉겔스 그룹, 귄터 베니쉬를 모른다해도 [토솔-바질 육상트랙], [발스 온천장]이나 [클라우스 형제 예배당]을 평생 가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가보지 못할지라도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 맥락은 이해가 되는 듯 착각(?)하게 만들어주는 요령있는 글쓰기이다.


다만, 대안으로 제시하는 예에 유럽, 특히 영국의 건축물이 유독 자주 등장한다. 저자가 영국에서 유학했기에 영국 건축을 더 잘 알게 되기도 했지만 영국 건축을 더 선호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기울어진 게 아닌가 싶은 편향성이 좀 옅보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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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자체에 대한 추적이 아니라, 사전제작 업무의 변천사 | 전자책 리뷰 2020-02-0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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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단어 탐정

존 심프슨 저/정지현 역
지식너머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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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자체의 변화와 행방을 추적하는 내용보다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변화와 사전 편찬 실무의 변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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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이 단어 탐정 (The Word Detective: Searching for the Meaning of It All at the Oxford English Dictionary) 이기 때문에, 서론(Introduction)의 부제도 The Background to the Case 로 탐정의 조사 보고서의 도입부 같이 시작한다.


번역이 되면서 헌사(Dedication) 부분이 빠졌다.

챕터 1에 따르면 저자가 1976년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찬자가 된 경위와, 앞으로 이 책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성취하고 싶은 모든 것들의 시작은 이 Hilary라는 사람으로부터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기에 이 부분은 누락되지 않았어야한다고 본다.

 

대신 역자(김석희)가 쓴 추천사와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 이라고 원서에서는 책 말미에 있던 섹션이 앞으로 왔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이런 차이를 마주할 때마다 그냥 원서를 구입했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어 단어에 대한 책을 한국어로 본다는 게 상당히 비효율적일 것 같은 예감도 강력하게 몰려온다.


도입문에서 저자는 요크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다가 1976년 편집 어시스턴트로 옥스퍼드 영어 사전 (Oxford English Dictionary, 앞으로 OED 약자로 표기)에 합류해 37년을 일하다 2013년에 은퇴했으며 마지막 20년은 편집장이었다는 점을 소개하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챕터 1은 아내 힐러리를 처음 만나게 된 때부터, 대학 시절의 이야기, 어떤 경로로 OED에서 처음 일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담고 있다.

옥스퍼드 포켓 사전 편집자의 개정 작업을 도와줄 어시스턴트를 구한다는 구인 광고를 힐러리가 보고 지원을 추천했던 이야기, 1857년에 시작된 OED의 대략의 역사와 신조어를 위한 보충판을 만들던 사정, 저자가 당시 OED에 가지고 있던 인상과, 1976년 6월 주눅이 들어 OED에 입사 면접을 보러갔을 때의 첫인상, 긴장감 넘치던 면접 과정을 그 오래 전 일인데 어떻게 이렇게 상세한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면접의 결과는 결국 합격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고 챕터가 끝나고 있지만, 마치 소설 주인공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일품인 첫 챕터를 맞이하고 나니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리고 내용 전개 가운데 의미있는 영어 단어 하나씩을 가끔 뽑아서 OED 사전 편찬자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단어의 기원과 형성, 변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OED 면접에 떨어진 줄 알았으나, 챕터 2에서는 OED 포켓판이 아니라 OED 보충판을 편집하는, 원래 적성에 더 잘맞는 포지션에 자리가 났다는 연락을 추후에 받고 드디어 OED에서 일하게 된 이야기이다.

‘단어 탐정’이라는 책 제목 때문에 영어 단어를 몇 가지 선정해서, 어원이나 기원을 찾아내고 그 단어와 연계된 다른 단어의 발자취를 찾아가고 하는 형식으로 전개가 되려니 짐작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주요 내용은 저자의 경험담과 사전 편찬자가 직장에 첫발을 디뎠을 때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인 요령과 업무의 범위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옥스퍼스 영어 사전 초판은 무려 44년의 힘겨운 편집 과정을 거쳐 1928년 완성되었는데, 견습 편집자로서 저자가 당시 해야할 일은 1976년의 기준에 맞춰 단어에 새로운 뜻, 표현, 역사 정보 등을 포괄하여 현대적인 설명을 추가하는 일이었다.

주어진 단어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 카드철에서 관련 색인 카드를 찾아, 참고 자료 도서관에 비치된 책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증거물을 읽고, 단어 묶음을 들고 배경 연구를 한 다음, 단어 정의문을 작성하는 등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하는 작업이었는데, 저자는 이 과정에서 수 세기 동안 거의 완전히 잊혀온 작지만 중대한 사실을 발견해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회와 가능성이있는 작업이라며 마법같은 작업이라고 표현한다.


발견의 황홀함은 균형 잡힌 단어 정의가 주는 기쁨과 마찬가지로 시를 쓰는 것과 같다.


OED 보충판 막바지 작업 계속하고 있는 동안, 저자는 OED의 전반적인 가치가 하락하고,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대중의 차가운 인식을 실감했다고 피력한다. 

1960년대 노암 촘스키의 변형 문법이 대두되어 언어의 구조적, 문법적 관점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고 컴퓨터 언어학이라는 새 학문이 등장하는 등 새 물결이 밀려오고 있었으나 OED는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 사전 업체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한 사전들을 선보이기 시작했지만 OED에서의 사전 편집은 여전히 색인 카드와 펜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OED 보충판의 완성이라는 현재진행형인 거대한 작업 앞에 OED의 근본적인 현대화의 필요성은 알면서도 잠시 미뤄둔 채로, [옥스퍼드 영어 속담사전 축약편] 편집도 담당하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첫 아이가 태어나고 시니어 편집자로 승진했으며, 기존 작업에 더해 [오스트레일리아 내셔널 사전]을 편집하며 호주 영어에 대해 살펴볼 기회도 얻으면서 입사한 지 거의 10년차를 맞았다.


챕터 5에서 1986년 [OED 보충판]의 마지막 4권이 출판되면서, 앞장에서 상세히 설명한, 사전 개정판 편집 작업의 대형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저자는 신조어 팀의 책임자를 맡게 되었다. 팀의 책임자로서 맡은 주요 역할 중의 하나는 특히 집중해야하는 어휘 영역의 풍조를 확립하는 것이었다.


내가 선호하는 풍조는 덜 ‘문학적’이고, 좀 더 ’대중적’인 어휘, 즉 더욱 ’세계적’인 영어였다. 


신기한 점은 30년도 더 된 일을 어떻게 이렇게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억하고, 마치 현재진행형인 업무인양 생생하게 묘사하는 게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단어를 추적하면서 생긴 요령으로 업무에 대한 기록도 꼼꼼히 했겠지만, 불과 며칠 전 일도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임을 감안할 때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OED 보충판]이 워낙 방대한 작업을 요하는 대형 프로젝트라 오래 걸리는 바람에, 당시 영어에는 통합된 발음표기법과 컴퓨터의 대두라는 혁명적인 변화가 일고 있었으나, 중도에 진행 중인 작업방식을 바꾸거나 기존의 방법론으로 쌓아놓은 데이터를 포기할 수 없기에 OED 편집부에서는 이런 변화의 물결에 편승하지 못했다. 그러나 챕터 6 에 들어서서 드디어 큰 변화를 반영하면서 일어나는 대변혁의 과정이 시작된다. 


컴퓨터화 프로젝트는 OED 초판과 보충판 전체를 컴퓨터화하고 시간이 충분하건 아니건 5,000개의 단어와 뜻을 추가한 후 수십만 개의 발음 표기를 OED의 고유한 방법에서 IPA로 바꾸는 프로젝트로 확장되었다.


이런 컴퓨터화 프로젝트는 데이터베이스의 형식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동시에 동판 인쇄와 종이 사전 보급이라는 전통과의 작별도 의미한다.

챕터 7에서는 1989년 완성을 목표로 진행되었던 OED 컴퓨터화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방법론과 작업 과정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단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사전 자료를 컴퓨터의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여 디지털화하는 차원이 아니라, 컴퓨터가 텍스트에서 정보를 추출해 사전의 내용을 개선하고 언어 분석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하니, 그 시기에 이미, 현재 행해지는 빅 데이터를 통한 개방형 인공 지능의 개념에서 접근을 했다하니 놀랍다.

‘사전 편찬자’라고 하면 수염과 분필가루와 건망증이 연상되는 고루한 이미지이지만, 사실은 세계적으로 가장 첨단을 달리던 컴퓨터공학의 천재들과 함께 미래에도 통할 사전의 모습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행하는 모습이라니 참으로 대단하다.


챕터 8, 1989년 3월 드디어 OED 2판이 출판되었다. OED 초판의 모든 내용과 추가 자료를 더해 20권의 OED가 CD-ROM에 들어갔다. 이 새로운 사전을 들고 북아메리카와 일본까지 홍보 투어에 나섰다. 

1990년 당시 저자 개인사적으로는 둘째 딸이 태어나게 되는데, 6개월이 되던 시점에 장애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병명을 특정할 수 없는 장애로 인해 20대 중반인 현재에도 유아와 같은 발달 단계에 머문 딸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단어 disability 와 handicap을 설명하는 저자의 심정은 어떨지 가늠이 안된다.


챕터 9의 내용은 [OED 전면 개정판] 이라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고 벌어지는 일들이다. 보충판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자마자 개정판이라니 이 업계에도 일은 끝이 없나보다.

이전 작업이 OED의 디지털화가 핵심이었다면 이번 개정판은 모든 표제어에 대하여 100년도 더 된 OED의 내용에 그동안의 변화된 의미를 담아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신조어 몇 개를 추가하는 차원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언어라는 특성에 따라, 기존에 등록된 모든 단어들의 변화하거나 추가된 용례를 살펴보고, 인용문이나 예문도 업데이트 및 추가하며 단어의 의미를 설명하는 방식도 뜯어 고쳐 사전에 수록된 단어 하나하나의 정의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챕터 10에서는 6년 후인 2000년을 마감기한으로 정해 OED 3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엄청나게 방대한 일이기에 사전 편찬자를 더 뽑아야했고, 덕분에 적성 검사를 포함한 OED의 편집 인력 채용 기준과 면접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저자는 OED 편집장이 되고, 집에서는 발달 장애가 있어 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둘째 딸 엘리를 보살피는 문제에 봉착한다. 

하루종일 수많은 단어들에 둘러쌓여 그 역사와 의미를 살피는 일을 하는 저자가, 단어 하나 입에서 터지지 않는 딸아이를 지켜봐야한다니 참으로 잔인한 인생이다.


챕터 11에서 OED 전면 개정판은 처음에는 2000년까지 출판한다는 목표였지만, 곧 2005년, 다시 2010년으로 변경되었다. 그럼 그렇지...

1990년대 후반에 이르면 온라인 데이터베이스가 중대한 화두로 대두되었고, OED도 이러한 추세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은 단순히 디지털화하여 CD에 담았던 사전을 온라인 공간으로도 접근 가능하도록 이전하는 작업 뿐만 아니라, 방대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의 자료를 바탕으로 기존의 표제어의 의미가 추가되고 정교화하고 변화하는 작업이었다.

또한 사전 편집 작업 자체도 online 편집과 연구로 옮겨갔다.

도서관에 꽂힌 참고문헌과 색인 카드 사이를 오가며 단어의 역사를 연구하던 사전 편집자의 작업은, 출판 전에 수시로 인터넷에서 검색 가능한 정보가 늘어나고 온라인에서 이용자들의 정보 입력으로 사전의 정의가 업데이트되는 개방형 환경에 발맞춰야 했다.


챕터 12에서는 OED의 온라인화가 진행되자 1884년 처음 출판된 이후로 쭉 적자만 기록하오던 사전부가 매출을 올리기 시작하고 대중적인 관심과 인지도가 올라가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의 스타가 되었고, 심지어 BBC 방송국의 의뢰로 단어 추적에 관한 TV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지는 들뜬 분위기를 묘사한다.

OED의 개방형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는 사전 편집부와,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사용자간의 표제어 업데이트를 위한 역동적인 경쟁이 되어버렸다. 


사전 개편 작업과 별개로 저자의 둘째딸 엘리는 발달 장애로 18개월 정도에 성장이 멈춰있음을 알게되었고, 침묵의 세상 속에 같혀있는 그녀와 소통을 해보려고 갖은 애를 써보고 온 가족의 노력했지만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OED의 성장과 함께 생후 18개월 발달 상태 그대로 16세가 된 딸 엘리의 근황도 이야기하는데, 영화나 소설책에서 등장하는 것 같은 기적은 없었다. 여전히 말을 하지 못했고, 특수학교에서도 장애가 가장 심한 편이어서 24시간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엘리의 미래가 저자 부부에게는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마지막인 챕터 13, 어느덧 2013년, 저자가 OED에서 일한 지 37년이 되었다. 

전면 개정판의 완성은 보지 못하겠지만, 저자는 OED를 떠나야 할 타이밍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면서 예전 도서관에서 카드를 뒤지던 사전 편집 방식에 대한 향수와, 가족들의 근황과 퇴직 후 하는 일들을 소개하면서 책을 끝내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시작하면서는 ‘단어 탐정’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사전 편집자로서 특정 단어들의 역사나 유래, 연관성, 비밀이나 소멸된 단어나 변경된 단어의 행방에 대해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려니 했다. 추리 소설처럼 뭔가 스릴이 있고 반전이 있는 대중성 있는 구성이겠거니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각 챕터 별로 몇몇 단어는 그런 내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내용은 OED에 입사하게 된 계기부터, 입사 과정, 입사해서 실질적으로 한 업무의 성격, 그리고 37년간 OED의 변화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한 것이다. 

일부 영어 단어가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한 내용 보다는, 전세계적 대표성을 인정받는 옥스퍼드 영어사전, 그 사전의 편찬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며, 극변해 온 지난 37년 시대적 요구에 따라 그 업무는 어떤 식으로 변하고, 사전은 또한 어떻게 변해 갔는지를 추적한다. 한 성실한 직장인의 약간의 개인사를 곁들인 업무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권 국가에서 더욱 호응을 받을만한 내용이고, 관심사에 따라 상당히 지루한 내용이라 치부될 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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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자들을 위해 쓰여진 책의 한계 | 전자책 리뷰 2020-02-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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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5천원 페이백][대여] 부자의 프레임

질 슐레진저 저
리더스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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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물 예시와 노트정리식 내용 편집으로 쉽게 다가오는 내용 구성, 미국과 다른 현실 때문에 반감되는 효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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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의 원제는 The Dumb Things Smart People Do with Their Money: Thirteen Ways to Right Your Financial Wrongs 으로 번역판에 사용한 ‘프레임’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


저자는 30년 경력의 경제 전문가로서, 똑똑하고 사회적으로 성공적인 사람들이 유독 금전적 손해를 자초하는 일을 저지르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되어 이 책을 쓰기로 했으며, 머리 좋은 사람들이 쉽게 저지르는 13가지 경제적 실수를 살펴보고 이를 바로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직관적인 원제는 한글로 풀다보면 너무 길었는지 생뚱맞게 ‘프레임’이라는 단어가 동원되었다. 제목으로 내세울 정도로 유효한 단어인지 책 전체를 다 읽고도 회의적이다.


일단 마음에 드는 부분은, 대부분의 번역서가 현지에서는 출간된 지 몇년 지나서 그 내용의 효용성이 의심스러운 경우가 좀 있는데, 이 책은 미국에서도 2019년 2월 5일 출간되어 나온, 비교적 따끈따끈한 신간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경제 관념을 바로 잡아주려는 책인만큼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전문적인 내용이 나오면 어쩌나 싶을 수도 있지만, [프롤로그]부터도 보이듯이 실제 인물의 예를 들어 쉽게,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 책의 서술 방법은 학생들을 위한 강의 노트처럼 번호를 매겨 요약하고 포인트를 잡아 짤막짤막하게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고 있기에 장황하게 설명하는 스타일의 책에 질렸다면 이 책은 색다른 만족감을 줄 것이다.


반면, 이 책에 대한 불안 요소는 미국인인 저자가 지적하고 알려주는 방향이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유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금융 상품이나 경제, 사회 구조 등이 미국과 차이가 많은데 미국에서 통하는 방법이라고해서 한국에서도 통할 것이냐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비를 다룬 4장과 내집 마련과 관련한 5장은 미국과 한국의 환경이 너무나 다르다보니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은 별로 없어 보였다. 


5장의 목록 제목들에서도 강력히 느낄 수 있지만 저자는 내집 마련에 회의적인 자세이며, 다 읽고나면 저자는 집을 사지 말고 월세를 살라는 쪽에 기울어있다.

임대는 자유이자 기회라고 주장하며, 실제 인물의 예를 들 때도 실패담은 모조리 무리하게 성급하게 집을 산 케이스이다. 저자가 한국의 전세 제도를 알았다면, 아마 더더욱 내집마련을 말리고 전세를 살라고 추천했을 것 같다. 

주마다 비율은 다르지만 막대한 Property Tax를 내야하는 미국에 비해 한국의 부동산 보유 관련 세금은 미국에 비해 많이 낮은 편이다. 

그 집에서 살지 못하게 되는 경우 미국에서는 월세를 놓거나 무조건 집을 처분해야하는 옵션만 남는다면, 우리나라는 전세라는 옵션이 하나 더 있다. 땅 덩어리가 넓어서 미국 내에서 다른 도시로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 이사만이 유일한 옵션이겠지만, 좁은 한국에서는 웬만하면 눌러 앉은 곳에서 통근 통학이 가능하다. 

임대를 놓은 경우 집주인이 집이나 설치 기기물의 보수 유지를 위해 신경써야하는 정도도 다르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주어진 조건과 상황이 너무나 다르다.

이 모든 차이를 알았을 때 저자는 한국에서는 내집마련에 대해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하다.


경제관념에 관한 9장에서는 대를 이어 왜곡된 경제 관념이 생기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자녀와의 ‘머니 토크’의 요령을 다룬다.

그러나 이미 부모에 의해 잘못된 경제관념이 생긴 경우 바로잡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나는 사실 9장에서 자녀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한다는 내용보다는, 내 자신의 경제 관념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 그런 내용이 나올 줄 알았다. 

다른 장의 내용에서도 느끼지만 책이 너무 누구나 자녀가 있을 것이라고는 가정 하에 쓰여진 것 같다. 아예 결혼하지 않은 독신이나 아이가 없는 가정의 비율도 높을텐데 말이다.


제 12장 ‘유언장 작성’편은 의외이지만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챕터가 아닌가 싶다. 왜냐면 다른 재테크 관련 서적에서는 유언이나 상속에 관한 준비까지는 거의 다루지 않기 때문이며, 자산관리라고 하면 내가 생존해있을 때까지만의 일인양 느껴져서 구체적인 준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무엇을 남기고 넘겨야 하는가] 항목에서 구체적인 목록을 적어줘서 도움이 된다. 

물론 미국과 법률이나 인식이 달라서 과연 이 책 내용 그대로 따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제 13 장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이라서인지 책 전체 내용의 요약본이 나와있다.

만약 시간이 없어 한 챕터만 훑어봐야할 상황이라면 13장의 마지막 부분, 녹색 바탕에 정리된 부분을 읽으면 책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변 세상을 통제하는 애쓰는 것을 그만 두고 나 자신부터 통제하기 시작해야한다.


이게 책 전체에 걸쳐 저자가 이 책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한다.

금전적인 행복의 열쇠는, 비현실적인 기대와 결별하고, 실수를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것, 돈 문제와 관련하여 자기 자신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는 것, 즉 돈에 대한 프레임을 재조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왜 번역되면서 책 제목이 ‘부자의 프레임’으로 변형되었을까 의아했는데, 아마도 이 부분 때문인가 보다.


이 책에 대한 대강의 소감은 미국 독자들을 위해 쓴 책이라는 한계 때문에 우리나라 독자들이 참고하기에는 현실성이 결여된 조언이 많다는 점, 그리고 경제 관념에 대한 내용은 다른 책들에서 본 내용과 별 차별성이 없는 원론적인 내용이라는 점, 그리고 보험의 장점과 보험 가입의 필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재무설계사, 담당 변호사 등의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하는 등 어느 정도 자산을 일군 재력가들에게나 유용하지 않을까 싶은 저자의 직업에서 나온 편향성이 옅보인다는 점 등에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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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함량은 얼마 안되는 특수직업물 | 전자책 리뷰 2020-01-2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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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대여] [세트] 까마귀 우는 밤 (총2권/완결)

우지혜 저
폴라리스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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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은 잘생긴 배우 천우강, 여자 주인공은 형사 박태이.

시작은 무슨 헐리우드 첩보 스릴러 영화의 도입부처럼 흥미진진한 세팅으로 문을 연다.

여주인공이 꽤 능력있고, 미스테리로 둘러싸인, 매력적인 존재로 소개된다.

그런데 삐딱한 시선으로 읽기 시작해서인지, 대뜸 여주인공에게 반말을 섞어쓰는 남자 주인공에게 반감이 들었다. 자기 집에 허락도 없이 무단 침입했던 여자에게 별다른 계기 없이 보자마자 맘에 든다고 대쉬하는 것도 이해가 안갔다. 그저 외모가 자신의 취향이라서?
직업상 상대해줄 뿐이라며 철벽을 치던 박태이가 천우강의 기습 키스까지 받아들이는 이유도 오로지 잘생긴 외모에 대한 끌림 때문인 것 같고...


비밀정보국 특수수사부 여주인공의 직업을 강조하려고 했는지, 절체절명의 순간을 함께 한 두 주인공의 운명적인 이끌림을 강조하려고 했는지, 두 주인공은 폭탄 테러의 위기를 함께 맞게되고, 특수요원으로서 그를 막아서려는 박태이는 우여곡절 끝에 천우강 전담 경호를 맡게되고 그 후로 모든 일정을 함께 하게 된다. 
그리고 상황에 현실감을 주고 직업의 특수성을 부각하기 위해 박태이의 상사 특수부 과장 박도하나 천우강의 매니저 종석의 등장으로 이어지지만, 그냥 배경으로서의 등장인물 같다.

위기의 상황 속에 깊어지는 서로에 대한 마음, 두 주인공의 티격태격, 남주인공의 능글맞고 끝내 말을 안듣는 태도,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을 강조하려하지만 여주인공은 결국 무능하고 헛점을 드러내는 것 등이 소위 TV 드라마에서 보는 전문직 로맨스물의 성별 스테레오 타입과 다르지 않은데, 로맨스 측면의 전개가 느려터지고 여주인공 직업과 관련한 상황 묘사에 치중한다.

단순한 로맨스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듯 박태이의 선배 권명호가 수사 과정에서 죽었음을 암시하고, 비정국 (비밀정보국) 의 이야기, 노향규, 최두선 등 마약 밀매업자들과 얽힌 사건 정황을 묘사하느라 두 주인공의 스토리는 거의 진전이 없다. 
다만 겉으로는 박태이가 천우강을 밀착 경호하며 보호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박도하의 계획에 따라 천우강이 박태이를 위해 비정국 조직의 와해를 노리는 범죄 세력(일명 까마귀)의 미끼가 되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동의하는 것으로 1권이 끝난다. 

반전이라면, 박도하 과장은 박태이에게 단순한 직장 상사만은 아니었던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책 제목 ‘까마귀 우는 밤’에서 까마귀는 실제 새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정도가 1권을 다 읽고 난 수확이라고 하겠다. 
대화체가 많아 술술 읽히지만, 많은 분량을 읽고도 진전되는 내용이 없으니 허무하기도 하고, 도대체 무엇을 목표로 이렇게 빌드업을 하고 있는지만 궁금해진다고나 할까.
총 15장 중에서 지난한 빌드업 끝에 두 주인공의 관계는 10장에서야 본격적으로 진전된다.

그리고 2권을 읽고나니 1권에서 스토리가 지지부진하다고 불평했던 것이 경솔했다고 여겨질만큼 갑자기 대단해진다. 소위 로설이라고 하면 단순유치한 내용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등장 인물들도 다양하고 상황묘사도 치밀하고 사건 전개도 빠르다. 
특히 12장은 마치 액션 영화처럼 숨가쁘게 전개되는 클라이맥스이다. 
이러려고 1장에서 지지부진하다고 느껴질만큼 공들여 빌드업을 해놨구나 드디어 이해가 간다.
이 작품은 로맨스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기에는 정말 안어울리는 것 같다.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려는 특수수사 조직을 그린 액션 스릴러에 약간의 로맨스가 가미된 정도라고 여겨진다. 

에필로그도 전혀 형식적이지 않을 만큼의 상당한 분량에 액션과 사건이 벌어지고, 요령껏 여운을 남기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는 솜씨가 상당하다. 

등장인물들이 영화나 드라마 장면을 보고 있는듯 생생하게 그려지고, 그들이 나누고 있는 대사도 자연스러워서 영상물을 시청하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1권과 2권을 다 읽은 느낌과 평가가 이렇게 다른 작품이었다니... 
1권만 읽고 섣불리 썼던 리뷰를 수정하면서, 나의 경솔함을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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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두고 기억하고픈 줄리언 반스와의 미술 산책 | 전자책 리뷰 2020-01-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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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올해의 책 리뷰 이벤트 참여

[eBook][5천원 페이백][대여]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저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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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시작 제 1장은 화가 제리코에 대해서인데소설가가  미술감상책이라고   기대할만한 것들을 곧바로 충족시켜주면서 책에 몰입하게 합니다.


소설을 읽듯이 작품의 배경이  역사적 사실, 1816 메두사호의 재난 현장 차근차근 묘사합니다아니아예  자체로 단편 소설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그리고는  제리코가  사건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기라도 한듯 현재 시점으로 묘사합니다그의 표정과 몸짓과 동작까지마치 제리코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의  장면을 지켜보는  합니다.

 다음으로 제리코가 그런 자세와 동작으로 그린  작품에 부분부분에 대한 해설을 합니다무엇을 그리고 무엇을 그리지 않았는지주의깊게 봐야할 부분은 어디인지그림 속의  인물들이  그런 모습으로 묘사되었고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래서 한번 읽고나면 그림을 한 시간 내내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보다 더 구석구석 기억에 오래 남게 됩니다.



소설가라 그런 것일까요줄리언 반스는 예술 작품 자체보다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 훨씬 많아 보입니다개별 회화 작품보다는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한 집요한 탐색작품 외양 보다는 작품 속에 묘사된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이를 대변해 줍니다.


 2장은 동시대에 살면서 화가 들라크루아를 직접 만나본 사람들이 그에 대해 묘사한 기록그리고 들라크루아가 직접  일기 구절을 발췌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들라크루아에 대해그의 긍지와 자기 회의사회적 성공와 고독강렬한 존재감과 몽상에 잠긴 분위기명예욕과 세상을 멀리하는 성향고양이처럼 파리의 거리를 돌아다니는 재주와 길을 잘못 들기도 하는 면모 등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 준다.


챕터 중반이 넘어가도록 그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바이런스탕달볼테르베를리오즈보들레르브루크너  수많은 이름들을 소환하면서 인간 들라크루아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의 예술은 사치정열난폭과잉을 나타내는 반면그의 인생은 정열을 두려워하고 무엇보다 평온을 소중히 여기던 자기 방어적인 면모를 보인다.


그러다가특정한 그림을 꼽아 해설하지 않고 들라크루아의 전반적인 작품들의 핵심적인 특징에대해 이야기합니다.


들라크루아의 작품에서는 색이 앞장선다머리가 선과 주제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도 전에 색이 먼저 눈과 가슴을 끈다.


그래놓고 많은 그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대표작들을 제치고 도판으로 실린 작품은 색이 자제된 [흐트러진 침대입니다‘미술계의 빅토르 위고’라는 세간의 평가를 거부하고 자신은 ‘순수 고전주의 화가’라고 주장하던 들라크루아의 손을 들어주기라도 하듯이.

특정 작품의 부분 부분을 뜯어보고 묘사하면서 작품 분석, 해설 모드로 쓴 글이 아니라 인간 들라크루아의 욕심과 고뇌, 사상과 평가에 집중합니다.

어느 미술 해설서에나 등장할만한 대중적인 작품에 대한 소개와 해석을 기대했다면 당황스러울만한 책의 전개입니다.



소설가일 뿐만 아니라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자기자방송 비평가였던 저자의 경력 때문인지줄리언 반즈가  책에서 보여주는 언어는 때때로 생경하기도노골적이기도 합니다.일반적인 미술 비평서나 해설책에서는 맛보기 힘든 문장 스타일도 튀어 나옵니다.


남성의 잠재의식을 끌그물로 훑으면 아마 틀림없이 죽은 개와 녹슨 고문 기구를 건질  있으리라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전시였다.


 3장에서도 저자는 쿠르베의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기 보다는쿠르베의 오만함과 직설적임선동가적 반항아 기질허풍과 나르시즘병적 자기중심적인 기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는 그저 이미 존재하는 세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세상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은 이렇게 말한다이제부터 세상을 창조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화가라고.


일반적인 미술 해설서라면 쿠르베 하면 ‘리얼리즘의 선구자’, ‘사실주의 미술의 아버지’ 이런 뻔한 공식같은 문구가 분명히 달렸을텐데 말이죠


줄곧 작품 자체보다는  작품을 그린 인간에 대해  관심이 많고작품을 보면서  그림을 그린 화가가 어떤 사람인지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추리하고 탐색하기를 즐기는 저자의 스타일로 17개의 챕터가     화가들의 인생을 그린 영화를 보는듯한 기분이 드네요

막연히 지루하거나 어렵거나 현학적인 문장이 난무하는  아닐까 걱정했는데기우였습니다평범한 문장은 아니기에 어느 정도의 생소함을 극복하고 나면책에서는 줄곧 예술보다는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화가는 그림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들을 깊이 불신한다. - 헨리 제임스

 예술형식을 다른 수단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무도한 행위이다세상 모든 미술관에 해설이 필요한 그림은   점도 없을 것이다미술관 안내서에 설명이 많은 그림은 그만큼 좋지 않은 그림이다. - 플로베르

말은 필요없다이야하고 나면 그걸로 전부다. - 드가

화가들은 혀를 잘라야 . - 마티스


 책의 마지막 챕터는 서로 경계하기도부러워하기도 하는 문인과 화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문인의 화가 ‘하워드 호지킨 소개합니다.

그리고 여행서에 곁들여지는 그림조차 싫어하고자신의 소설에 삽화를 허락하지 않은 플로베르와자신의 그림에 대해 설명하기는 커녕 말하는 것조차 꺼렸던 호지킨의 공통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저자도 소설가이기 때문에그리고 호지킨과 여행을 같이 다닐 정도로 30 개인적인 친분이 있기 때문에호지킨의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보다는글로 표현하는 미술미술로 묘사되는 문학에 대한 성찰로  책을 마무리하는 저자가 매우 현명하다고 느꼈습니다.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이라는 책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산책길이 산책하는 날의 날씨나 시간, 산책 코스, 동행자에 따라 달라지듯, 대상이 되는 화가에 따라 설명 포인트를 매번 달리하는 영리한 작가입니다.

물론 원제는 [Keeping an Eye Open : Essays on Art] 로 산책과는 별 관련이 없습니다.


전자책의 한계인지는 몰라도 본문 중간중간 각주의 분량이 너무 길고본문과 동일한 글씨 크기로 나와 섞이니 본문과 구분이  되지 않아 읽기가 껄끄럽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본문을 읽으면서 해당 그림 도판이 있는 페이지를 왔다갔다 하면서 보기에 전자책은 아무래도 느리고 불편합니다역시 이런 책은 종이책으로 구매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책에서 언급되는 작품들이 모두 도판으로 실린 것이 아니라서 어차피 그림들은 따로 찾아보면서 봐야하는 책이기는 하지요.

그리고 번역의 한계가  느껴지네요시적으로 반복되는 문장이 있는 부분에는 분명이 라임으로 처리했을  같은데번역하고 나니 원어의 운율은 사라진 느낌입니다원어에서는 어떤 단어였을까 궁금해서 몰입에 방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2019   동안 읽은 많은 책들 중에 이렇게 대충 넘기는 글씨 한 자 없이  페이지부터  장까지 빠짐없이 읽어내리고 읽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장에서 언급된 화가에 대해서작품 사진들을 인터넷과 다른 책들을 뒤적이며 찾아서 확인해 가며 스스로 공부하고 숙제하듯이 읽고, 또 이렇게 더 알아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킨 책은  책이 유일하네요

제게는 단연 ‘올해의 이라고 할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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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표현한 잔잔한 일상과 요가 | 전자책 리뷰 2019-12-3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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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5천원 페이백][대여] 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

AM327 저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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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은 마치 요즘 유행하는가볍게 읽을  있는 자기 위로형 에세이집 같은 분위기인데 막상은  페이지당 서너컷의 그림이 들어가는 코믹스를 모아둔 작품집입니다.

에세이집이라고 하기에는 그림의 비중이 높고만화책이라기에는 그림의 조밀도가 떨어지고 스타일이 코믹스라기 보다는 일러스트레이션에 가깝고그림책이라고 하기에는  페이지당   정도 배치되어 장르를 딱히 결정하기 어려웠던 책입니다.


소신껏 행동한 결과가 좋지 않았던 어느 ,

엎질러진 물을 오래 바라보던 예전과 달리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속도가 빨라진 나를 발견했어요.

그만큼 내면이 튼튼해져가고 있다는 거겠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몸과 마음에 근육을 만들어주고 있나봐요.


- 222 ~ 223 페이지


몸의 근육을 만들기도 힘든데마음도 단단해질  있을까나는 그동안 ‘마음의 근육 아니라 마음의 굳은  만들고 있지는 않았나, 명상을 해야하는 순간조차 갖가지 걱정거리와 부정적인 기억들을 소환하는  버릇을 떨쳐 버릴  있을까 돌아보게 만드는 제목입니다.


 생일이면 엄마에게 감사 인사를 합니다.

엄마 낳느라 수고 많았어!’

엄마 사는  재밌어태어나서 행복해.’

그래그거면 된다행복하게 사는  효도야.’


- 38 ‘낳아줘서 고마워요’ 중에서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저자의 성품이평소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저와는 딱히 코드가 맞지는 않는 부분도 있고어머니와 허물없이 공감과 교감을 나누는 저자를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죄책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간간이 등장하는 [오늘의 요가코너에서는 요가 핵심 동작을 인도 산스크리트어 표기에 따른 정식 이름으로 알려주고 자세와 동작의 요령을 그림으로 간략하게 묘사해서요가 교과서의 역할도   있습니다.

그림으로는 간단한데막상 따라하기는 힘든 동작들도 있어요

요가가 주 내용의 하나인 줄 모르고 이 책을 구입한 사람들은 좀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네요.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그림의 세련된 배색과 색감입니다.

편지지나 카드 같은 굿즈 디자인으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같아요.

너무 심플한 구도라서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컬러링북 버전으로 나온다면 그대로 따라서 채색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정감있는 그림 때문이라도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으로 구매하는  낫지 않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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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풍속사, 의외로 무미건조한 서술 | 전자책 리뷰 2019-12-2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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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5천원 페이백][대여] 매너의 문화사

아리 투루넨 외 1명 저
지식너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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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외부인은 종류가 다른 인간이자 문명화되지 못한, 때로는 거칠고 야만적이기까지 한 대상이며, 이 모든 성질을 ‘매너가 없다’는 한마디로 요약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문화가 다른 집단의 문화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깊은 뿌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책이 시작된다.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우리의’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한다고 이유로 외국인을 열등하게 여기는 현상도 포함해서 말이다.


매너는 인간들이 자신과 동물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 존재인지를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매너라고 생각하는 행동 중 상당 부분이 중세 유럽의 궁정 귀족과 교육 체계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 당위성을 한번 쯤 의심해볼 만 하다. 


매너라는 단어가 쓰고 있는 위선의 가면이 구체적으로 무엇일 지 앞으로의 내용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게 하며 시작한다.


인사의 원래 기능은 서로의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있었다.


예의범절과 인사법은 위험 사회에서 폭력성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책으로, 모든 인사는 그 상황이 품고있는 사회적 예측 불가능성을 완화하고자하는 의도가 숨어있었다.

당시 사회에서는 모두가 친구 아니면 적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 편에 속하는지를 행동과 몸짓을 통하여 정확하게 나타나야만 했다는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데 점점 사회가 계층간의 경계가 엄격해지면서 소위 ‘정확한’ 인사법이라는 게 점점 상황에 따라, 사회나 지역, 계층, 종교에 따라 세분화되면서 그 규칙을 알고 지키는 것이 ‘사회적 코르셋’이라고 할 만큼 복잡하고 까다로워져갔고, 서열화, 세분화되고 작위적으로 변해갔다. 


책에 나오는 과거의 몇몇 거창하고 까다로운 지역별 인사치레 방법은 실소가 나올 정도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서, 만약 저자가 유럽의 풍습에 한정짓지 않고, 과거 우리나라에서 절 하는 법, 손님 맞이하는 법, 궁중에서 왕 앞에서 신하가 취해야했던 자세나 어투 등까지 통달하고 있었다면, 더 ‘어이없어 신기한’ 인사 형식의 예들로 책 내용이 더욱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중세에는 격투, 주먹질, 사냥이 일상이었다. 
누구보다 귀족들에게 폭력은 삶의 즐거움이었다.
신분이 낮은 사람에게 폭력을 쓰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중세 시대가 아니라 현대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된다. 

하수도가 없어 거리마다 똥이 넘쳐 흐르던 유럽, 집집마다 창문을 열고 아무때나 길에 요강을 비워서 모자가 필수품이던 시절,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변기는 화려하게 치장했지만, 벽을 세우지도 않았던 변소.

아연실색할 위생 관념에다, 폭력이 유희처럼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조금이라도 치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바로 칼을 빼들고 일대일 결투를 하거나, 사적 복수전을 치르는 것이 명예를 지키는 것이던 사회, 남편이 아내에게 매질할 권리가 있고, 남자다운 처신이란 곧 공격적으로 행동한다는 것과 동일하던 시대.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다.  


무리가 커질수록 공개적인 적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규칙이 절실해졌고, 타인을 마추쳤을 때 예의 바르게 허리를 숙이는 인사는 실상은,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는 용도였다니...

오늘날 사람들이 교수형, 능지처참, 고문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지는 않지만, 폭력이 행사되는 장면을 보고 싶어하는 본능은 사라진 것 같지 않다. 액션 영화, 게임, 스포츠 등을 통해 여전히 오락으로써의 폭력을 향유한다.


에티켓은 원래 프랑스 궁궐에서 입장을 허가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이름표를 뜻하는 단어였으나 점차 ‘사회가 허용한 태도’를 일컫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귀족 개인의 지위가 얼마나 많은 전투에서 이겼느냐가 아니라, 왕이 정하는 궁정 내 위치에 의해 결정되고, 왕이 베푸는 총애의 표시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점점 복잡하고 정교화되는 에티켓을 익히고 지키는 것이 차별화의 방법이던 시절로 향한다.

그나마 폭력성과 무력이 권력이던 시절에서 나아진 것 같기는 하지만, 기사도라는 말이나 에티켓이라는 단어의 기원을 알고 나니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의 역사를 마주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이제 SNS 공간에서 허세를 떨고

서로를 유혹하고 행패를 부린다.

중세 기사들의 무절제한 태도가 또다시 만개하고 있다.


과거 서양의 매너의 형성 과정과 변천사를 다루던 주요 내용에 대비하여, 마지막 챕터에서는 현재의 매너와 에티켓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덕분에 다른 문화와 풍속들 알아가는 것이 더 쉬워졌지만, 익명성에 기대어 인종주의가 창궐하고, 집단 압력으로 개인의 무절제한 행동이 더욱 강화되고, 타인에 대한 맞대응, 비아냥거림, 모욕과 공격이 일상화되어 중세시대와 다를 바가 없어졌다고 개탄한다.


사회의 발전은 새로운 행동 기준을 탄생시키고, 

달라진 생활 환경은 새로운 사회적 능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최고의 예절은 언제나 진심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고, 본질은 다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마음에 있다고 정리한다.

규칙과 본보기를 기계처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전한 오성에 따라 사회에서 타인을 대하는 적절한 태도를 결정하고, 결정한 바를 따르는 사람이 진정한 문명인이며, 물론 인터넷 공간도 이 사회의 하나라고 결론 내린다.


전자책을 구입해서 읽다보면, 종이책으로 구입할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책이 간혹 있다. 

특히 대여용 전자책으로 한번 읽고 말기에는 아쉬워서 두고두고 소장하다가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뽑아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이나, 그래픽이나 도판, 사진자료, 재치있는 편집 디자인 등 때문에 전자책으로는 그 맛이 나지 않고 종이책이면 훨씬 좋았겠다 싶은 그런 책들이 있다.

대여용 전자책으로 구매한 이 책은 두 가지 경우가 다 아니어서 다행이다. 

일단 풍속사를 다룬 책 소재는 아주 흥미로울 것 같은데, 너무 겉핡기로 간단하게만 소개해서 기억에 남지가 않고, 소개된 내용조차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 많아 신선하지 않았다.

도판이나 시각 자료가 전무하고 텍스트로만 구성된 책이라는 점도 아쉬웠다. 

딱 대여용으로 후딱 한번 읽고 잊어도 아쉽지 않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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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좀 시도해봤다면 편안한 공감대 속에 빠져드는 책 | 전자책 리뷰 2019-12-2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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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5천원 페이백][대여]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이진송 저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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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어머나도 그래.’ 하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다에 동참하듯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운 화제이고솔직한 저자의 화법에 동화되기 쉬워서 몰입하여 술술 읽히는 책이다

게다가 밑줄 쳐놓고 싶은 구절도 꽤 자주 등장한다.


운동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익을 올리는 투자보다,

꾸준히 기르고 돌보아서 수확하는 농사에 가깝다.


저자가 정말 운동 유목민이 맞긴 하다

서너 개의 에세이만 읽어봐도 수영커브스스쿼시요가, PT 등을 섭렵한 경험담이 넘친다.

나는 저자보다는 경제적인 부분에 민감하여 수강료를 내고 하루 이틀만에 관두는 정도의 운동 유목민은 아니었지만나름대로의 운동 방황과 운동 순례를 해왔기에 공감대는 충분했다.


운동에도 궁합이 있다

좋아하는 잘하는 못하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잘하지만 싫어하는 즐기지만 오래할  없는 ...


내게 궁합이 맞는 운동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저자의 복싱 센터를 다니며 운동한 경험담을 들으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데는 몰라도 절대 복싱 센터는 안갈텐데... 이런 생각만 들었다한번 해보기도 전에

생생한 아쿠아로빅 체험담을 읽고서는 괜히 호기심으로라도 해보지 않길 잘했구나 싶다

어느 운동을 배우러 다니든간에 같은 수업을 듣는 중년 여성 ‘인싸들의 친화력과 오지랖이 비교적 어리고 소심하고 뉴비였던 나의 심리적 공간의 한계선을 불쑥 불쑥 침범하는 것이 두려워 떨었던 경험이마치 내가   찰떡처럼 고스란히 묘사된 데에는 감탄을 하며 읽었다.


가냘프고 여리여리해서여자여자한 여자만이 사랑을 받는다는 메세지를 

미디어와 사회 전반이 주입한다

 기준에 맞춰 저체중을 유지하려면 타고나지 않은 이상 체력을 갈아 넣어야한다

새모이만큼 먹고 좀비처럼 운동해야한다


그리고 나도 오랜동안 운동의 목적은 순전히 ‘날씬해지기 위하여’ 였다

건강이 아니라그저 남들 기준에 날씬해보이는 체형이 되기 위한 운동

나도 그동안 30 넘게 그런 목적을 위해 운동이란 것을 시작했다가 중간에 관뒀다가 다시 시작하고를 반복해왔다.

물론 체력과 근력이 중요함을 알고최근에는 무엇보다 바른 자세와 좋은 컨디션을 위한 운동을 하고 있지만아직도 30 넘은 다이어트 시도자이자 경력자이자 실패자로서의 ‘여리여리함 대한 집착은 떨쳐낼  없다.


 몸을 과도하게 혹사하고거울 앞에서 어떻게든 S라인을 만들어 보려고 애를 쓰고

어디가 아픈지보다 어디가 S라인을 망치는 군살인지 전전긍긍하는 하루하루에서 

 몸은 나의 적이고 나는 그를 정복해야 하는 적군이었다.


흔히 자기개발서에는 ‘ 자신을 사랑하라 하지만동시에 확고한 목표와 의지와 실천이 없는  자신이 얼마나 초라하고 형편없는 존재인지 비난한다뉘우치고 바꾸라고 독려한다.

무슨 운동 얼마동안 했다고 하면상대방이 ‘그렇게 오래 하고는  몸상태가...’ 이러면서 시선을 위아래로 훑는  묘한 분위기순위 지향성과주의에 물들어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조차 일정 시간 내에 남들  도달한다는 일정 기준 상태에 도달해야하고타인에게 인정받고 과시할만한 결과를 얻어내야하는 분위기... 

그럼에도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나만의 속도와 운동을 하는 시간동안 쌓이는 나만의 경험과 추억에 의미를 두자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한다.


해봐서 안다는  대신 다가올 미래를 함께 궁금해가며 설레고 싶다

멋진 몸으로 운동의 효과를증명하는 대신 

주어진 세트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철푸덕 주저앉는 허망함에 공감하며 킬킬대고 싶다.


 책의 저자는 운동에 있어  서툴고 요령부득이었고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했음을 누누히 이야기하지만정말 운동에 관한한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었다실로 여러가지 종류를 섭렵하며 포기를 모르고 계속 새로운 형태의 운동에 문을 두드렸고 시도했음이 보였다.

그리고  과정에서 본인은 겸손하게 아니라고 하지만제대로된 운동의 의미에 대한 깨달음으로 실천하고 있는 몇가지 금과옥조가 있음을 충분히 옅볼 수 있었다.


 책이 단지 유머집이 아님에도 시종일관 미소 지으며 읽을  있고한장 한장 뒷장 내용을 궁금해하며 후딱 읽을  있었던 것은 저자가 ‘먼저 해본  거만함을 드러내거나 가르치고 지적하려는 자세 보다는 ‘공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봤더니 이렇게 좋더라그래서 추천한다’ 하는 이야기보다는여자 친구들간의 흔한 수다에서 하듯 ‘이래서 내가 관뒀지,’ ‘이래서 내가   못됐어.’ 라며 실패담이나 포기의 변을 솔직하게 들려줘서 좋았다

운동 요령을 설교하거나, 당장 박차고 나가 운동하라고 호령하고 있지 않는데읽는 사람이 각자 스스로 운동 시도의 역사를 돌아보고현재 어떻게 운동하고 있는지를 의식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대단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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