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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안 해도 아이는 갖고 싶어 | 완독서평 2021-11-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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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결혼은 안 해도 아이는 갖고 싶어

고바야시 아쓰코 저/심수경 역
글로세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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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안 해도 아이는 갖고 싶어>는 생식의료와 비혼출산에 관한 책입니다. 정자 기증에 대한 내용 뿐 아니라 난자 냉동, 유전자 진단, 대리모(인공수정형/체외수정형), 레즈비언 부부의 임신과 출산 등 상당히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생식의료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가장 흥미있게 살펴보았던 것은 정자 기증과 DI(Doner Insemination, 기증에 의한 인공수정)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일본에서도 매년 100-200명, 총 약 1만 명 가량의 아이가 정자기증 방식으로 태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스웨덴에서는 1985년부터 ‘인공수정법’이 시행되어, 정자기증으로 태어난 아이의 ‘태생을 알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간 아이가 겪게 될 정체성 혼란, 기증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에 대해서는 크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대리모 출산의 경우, 특히 체외수정형(난자를 제공하지 않고 임신만 대신해주는 경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진단도 흥미로웠습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부부가 이혼하게 되어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유전적 부모와 낳은 부모 사이에서 아이의 권리관계가 불안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은 새겨들을만 합니다.

레즈비언 커플, 트렌스젠더 부부의 사례도 짧게나마 실려 있습니다. 실제 사례도 등장하지만 영화 스토리를 예시로 든 경우가 많아서 조금 아쉽기도 했네요.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세계 각국의 입법례, 사례 및 현재 논의들을 간략히 살펴보기에 좋은 책입니다. 관심있는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출판사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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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프리퀀시 | 완독서평 2021-11-1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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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스트 프리퀀시

신종원 저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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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지루할 틈이 없는 소설을 만났다. 짜임새가 독특하고 구성과 발상이 흥미롭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플롯으로 긴장을 유발하거나 먹먹한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흥미롭다 느끼는 것일지 생각했다. 아마도 해석과 비평의 여지를 남겨두는 소설이기 때문인 것 같다.

<고스트 프리퀀시>는 해설 포함 총 160쪽 내외의 얇은 책이다. 소설 세 편과 에세이 한 편, 그리고 해설이 실려 있다. 세 편의 소설이 모두 나름의 방식대로 마음에 들었다. 서술이 거침없다는 표현보다는 발상이 거침없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조잡한 문제의식,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라는 의미에서의 거침없음과는 거리가 멀다. 무관한 소재들이 불쑥 등장하여 무질서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일견 정지돈을 연상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는 결이 좀 다르다는 느낌이다.

함께 실린 해설도 소설만큼이나 독자적인 자기만의 세계를 쌓아올린 글이라는 생각을 했다. 해설을 읽으며 소설 이해에 큰 도움을 받았다. 작품을 작품 자체로 독해해낼 줄 알고, 이론을 도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해설이라 좋았다. 특히 단편 <고스트 프리퀀시>를 글쓰기 자체에 대한 은유로 읽은 부분이 인상깊었다. 목소리와 이야기, 낭독, 재현, 기록 그리고 글쓰기. 붙잡는 동시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들. 그런 것은 어쩌면 ‘유령’으로, 신화와 주술의 영역에서 비로소 ‘합리적’으로 이해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의식이나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키고 심화해나가길 기대한다. 표현을 다듬고 장식적인 걸 조금 빼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들이 가끔 있었다. 뭐 이건 개인 취향의 문제일지도. <전자 시대의 아리아>도 읽어봐야지.

*출판사 도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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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 1 | 완독서평 2021-10-27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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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이네이스 1

베르길리우스 저/김남우 역
열린책들 | 201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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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가 이렇게 문학적인 작품이었는지 미처 몰랐다. 진심으로 감탄하며 읽었다. 고전은 이래서 고전의 반열에 드는구나 생각했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의 존재만으로도 고대 로마의 문학이 희랍의 그것에 비해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네이스>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나 <오뒷세이아>에 비해 저평가되어있고 비교적 덜 알려져 있기는 하나, 삶에 대한 통찰과 직관, 은유와 묘사, 표현하는 정서의 깊이라는 측면에서 호메로스에 비견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아이네이스>는 ‘아이네아스의 노래’라는 뜻으로, 로마 건국의 역사를 노래하는 대서사시이다. 아이네아스가 멸망하는 트로이아에서 도망쳐 나와 역경과 고난을 거치며 라티움 땅에 정착해 로마를 건국하기까지의 역사 그리고 신화를 담고 있다. <일리아스>는 희랍의 시점에서 트로이아 전쟁과 그 영웅 아킬레우스에 관하여 노래하는데, <아이네이스>는 시점을 트로이아로 옮겨 와 <일리아스>에서 미처 다루지 않는 전쟁의 결말과 트로이아의 멸망에서부터 출발한다. 총 12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말로 번역된 <아이네아스 1>은 그 중 1권에서부터 4권까지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2권과 4권이다. 트로이아가 희랍군의 계략에 속아 목마를 성 안으로 들이는 2권의 시작 장면에서부터 독자는 그 결말을 예감한다. 시인은 헥토르를 소환해 그 비극적 최후에 대해 암시한다. “… 흐트러진 수염, 핏덩이와 단단히 엉킨 머리털, / 상처투성이 온몸, 조국의 성벽을 끌려다니며 / 상처 입은 그대로가 아닌가!”(2권 279행-281행)

그리고 뒤이어 묘사되는, 한때 번영했던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의 몰락은 애상감을 자아낸다. “검은 밤이 빈 어둠으로 날고 있었다. / 누가 그 밤의 참상을, 누가 그 밤의 죽음을 말로 / 형언하거나 고통의 값만큼 울어줄 수 있을까? / 수많은 세월 군림하던 옛 도시는 사라졌다. / 골목마다 수많은 목숨들이 힘없이 여기저기 / 죽어 누워 있었다. 집집마다, 신들을 모시던 / 문턱마다.”(2권 360행-365행). ‘검은 밤이 빈 어둠으로 난다’는 표현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한편, 저항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임에도 어떤 이들은 끝내 영예로운 죽음을 택한다. 이들의 저항은 숭고하면서도 덧없고, 덧없으면서도 지극히 숭고하다. ‘옛 어른들의 자랑거리였던 황금 서까래’마저 떼어 내 던지고, ‘노인(프리아모스)은 한동안 놓았던 무장을 세월에 떨리는 어깨 위에 하릴없이 걸쳐 입고 무기력한 칼을’ 두른다. 그가 침략자의 손에 잔혹하게 죽음을 맞이하여 ‘무명의 시신’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시인은 담담히 노래한다. 오로지 이러한 종류의 작품에서만 가능한 숭고미와 비장미를 보여주며 짙은 여운을 남긴다.

4권은 디도의 불행한 사랑 이야기이다. 디도는 아이네아스를 사랑하게 되지만, 새 나라를 건국할 운명을 짊어진 아이네아스는 신들의 명을 받들어 디도와 그녀의 나라를 떠나야 한다. 4권의 첫 시행부터가 압권이다. “여왕은 벌써부터 간절한 근심에 시름하며 / 속으로 상처를 키워 남모를 열기에 시들었다”(4권 1행-2행). ‘열기에 시든다’니, 이런 표현이 정말이지 기원전 19년경의 작품에서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묘사는 또 어떠한가. “사제들의 애통한 무지여! 기도는 애욕에 무얼, / 신들은 무얼 도운 건가? 광염은 골수에 사무쳐 / 그새 가슴속 감추어진 상처는 깊어져 갔다. / 불행한 디도는 불타올랐다. 온 도시를 헤매어 / 광염에 시달렸다. 마치 화살을 맞은 사슴처럼. / … 사슴은 도망쳐 딕테 산속을 / 헤매 다닌다. 죽음의 갈대를 옆구리에 매달고.”(2권 65행-74행). 시인은 자기파괴적인 사랑의 열병과 비탄을 강렬하면서도 더없이 쓸쓸하게 묘사한다. ‘만가를 부르며 때로 곡하며 목 놓아 한없이 울어 대는’ 지붕 위의 올빼미(2권 464-465행) 같은 문학적 장치들도 몹시 세련되다.

가급적 열린책들 판본으로 읽기를 권한다. 라틴어의 ‘여섯 걸음 운율(헥사메타)’를 살려 운문으로 번역한 덕에,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시적인 묘사가 번역에서도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물의 이름 또한 운율에 맞추기 위해 세 글자 내외로 왜곡되므로, 익숙하지 않은 경우 헷갈릴 수 있다. 아이네아스 또한 ‘에네앗’으로 서술된다. 신들에게는 심지어 여러 개의 이름이 부여되기도 한다. 베누스(Venus) 여신은 ‘퀴테레’라 불리기도 하고, 그의 희랍 이름은 ‘아프로디테’이다. 인명 등에 대해서는 책 말미에 있는 ‘찾아보기’를 적극 참조하면 좋다. 각주가 세심하게 달려 있어 상황과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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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호텔 | 완독서평 2021-09-3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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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장엄호텔

마리 르도네 저/이재룡 역
열림원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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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호텔splendid hotel>은 그 장엄함이 이미 사라진 이후의 세계에 대한 소설이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더 이상 아름답지도, 빛나지도 않은 하나의 세계가 놓여 있다. 나는 이 세계를 떠안듯 상속한다. 이 호텔의 관리자인 나는 호텔이 가장 장엄했던 시기를 홀로 기억하는 역사가인 동시에, 그 호텔이 과거의 영광도 명성도 서서히 잃고 몰락해가는 것을 목격하는 생생한 증인이다.

나는 이 세계에 그야말로 ‘내던져져’ 있다. 그러나 이 서서히 쇠락해가는 세계에 나의 애정이 전혀 깃들어있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나는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이 세계를 유지, 보수해나간다. 늪지대에 건설된, 값싼 건축 자재로 단지 짧은 순간 그 영광을 누리도록 설계된 호텔. 애초에 쇠락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리고 그러한 운명에 걸맞게 호텔은 서서히 몰락해간다. 그 무너짐의 순간마저 쓸쓸하다. 화려하고 호들갑스러운 실패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최진영 소설가의 추천사가 이 소설에 대한 가장 정확한 해설이자 감상이 아닐까 한다. <장엄호텔>을 우리 자신과 우리의 삶에 대한 거대한 유비로 읽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한 쪽에는 병든 내가 있고, 다른 쪽에는 허영심과 헛된 꿈으로 가득한 내가 있으며, 나의 세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찬란한 빛을 잃고 서서히 쇠락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한가운데에서 이 모든 것을 견디고 고치고 수리하고 기워나가는 내가 있다.

이목을 끄는 사건이 있거나 단숨에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짧고 간결한 문체로 서서히 몰락하는 한 세계를 서술함으로써 특유의 흡입력과 매력을 드러낸다. 멋진 표지 디자인도 이목을 사로잡는다. 얇은 소설이니 부담없이 읽어보길 권한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에서 도서 지원을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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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팀장 밑에서 성공하는 법 | 완독서평 2021-09-2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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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상한 팀장 밑에서 성공하는 법

카스파르 프뢸리히 저/류동수 역
황금시간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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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영어 제목은 'Manage your boss’, 즉 '보스를 관리하라'입니다. 우리말 번역 제목은 '이상한 팀장 밑에서 성공하는 법'이지만, 상사와의 의사소통을 중심으로 회사 내 인간관계에 대해 다루는 책이라고 보면 됩니다. ‘성공하는 법’ 보다는 의사소통 부분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스위스인인 저자가 블로그에 쓴 글을 엮어서 출판했다고 합니다.

상사 또는 중간관리자로서 부하 직원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책은 많지만, 역으로 하급자의 입장에서 ‘상사를 관리’하라는 역발상이 이 책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처세술적인 조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어떤 인간관계에서나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을 회사생활이라는 상황에 맞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예시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부정확하게 지시를 하는 상사와의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이 직원은 굉장히 유능하고 스스로도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람에게 저자는 역할놀이를 제시합니다. 상사의 입장이 되어 상사의 말투와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부하 직원인 스스로에 대해 평가해보라고 말이지요. 이 역할놀이를 통해 해당 직원은 상사,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직관적인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Put yourself in her shoes”라는 원칙을 회사 생활에서 실천해보는 방식인 셈입니다.

맨 뒤에는 사회초년생에게 하는 10가지 조언도 실려 있어서, 갓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들에게 참고가 될 만합니다. 다소 딱딱한 번역투가 느껴지기는 합니다. 특히 성별 구분을 드러내는 용어가 좀 거슬리긴 했습니다. 과연 독일어 원어에서도 ‘아줌마’ 같은 의미의 용어가 있어 저자가 그러한 용어를 사용한 것일까 싶었습니다. 가볍게 흝어볼만한 책입니다.

*책과콩나무 카페에서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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