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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사랑이야? | 기본 카테고리 2011-02-0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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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쁜 소녀의 짓궂음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저/송병선 역
문학동네 | 201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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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서도 나쁜 소녀만을 사랑할 거니? 리카르도"

가슴 아프고 슬프지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다. 리카르도는 이런 질문조차 불필요하다고 생각할테니까. 사십 년을, 아니 평생을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나쁜 소녀의 짓궂음"을 읽은 나는 그렇다는 것을 안다. 리카르도에 대한 나쁜 소녀를 향한 그 사랑은 순도 백프로니까.

 

너무나 많은 이름을 가지고 살았던 그녀를 나도 리카르도처럼 그냥 "나쁜 소녀"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칠레 소녀였다가 게릴라 전사로, 프랑스 외교관 부인에서 일본 야쿠자의 애인으로 살아온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한 게임이 떠오른다. "어디에 가면 무엇도 있고, 뭐뭐도 있고" 하며 처음부터 말한 내용을 기억해서 계속 연결해야 하는 게임 말이다. "나쁜 소녀"의 이름을 이야기 하려면 처음에 칠레 여자애 릴리였지만 그 다음에는 게릴라 전사 아를레테, 그 다음에는 프랑스 외교관 부인 로베르 아르누 이런 식으로 이어서 붙여야 하니 그녀의 이름을 부르다 숨이 막혀 죽을 수도 있다.

 

가난한 리카르도에게 머물지 못하고 더 큰 세상을 바라며 떠나는 "나쁜 소녀"를 기다리며 리카르도에게도 어김없이 세월은 흘러가고 이렇게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사랑의 열병은 평생 그녀를 사랑할 힘을 준다. 너무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칠레 소녀였던 릴리와 리카르도가 함께 살았다면 리카르도가 평생 그녀만을 그리워하고 사랑했을까 생각해 보면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손 안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안타까움이 사랑에 불을 지펴 더 강한 여운을 남겼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리카르도가 "나쁜 소녀"를 잊길 바랐다. 너무도 바보 같고 미련해 보였기에 사랑을 구걸하는 그에게 화가 났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끝맺지 않아서 더 화가 났을 것이다. 두 사람만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면 끝나는데 마음 편히 책을 덮을 수 있는데 "나쁜 소녀"는 계속 리카르도의 사랑을 거부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떠나 갔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 결혼하면 행복하게 끝나는 다른 소설들을 비웃는 듯 했다.  

 

"나쁜 소녀"는 왜 리카르도에게서 안락함을 얻지 못했을까. 늘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모험을 떠난 그녀의 삶은 독자인 나에게도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고 간신히 리카르도의 곁에서 안락한 삶을 누려가나 싶을 즈음 그녀는 또 다른 삶을 향해 떠나간다. "나쁜 소녀"가 또 떠나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여 뒷장을 살펴봐야 할 정도로 그녀의 리카르도를 향한 마음은 옅었다.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조차 없었다. 도대체 그녀에게 리카르도는 무엇이었을까.

 

그러나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나쁜 소녀"의 리카르도에 대한 마음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리카르도라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리카르도만이 사랑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리카르도에게 사랑을 말하는 순간 자신의 삶 모두가 거품처럼 사라질지도 모르기에 리카르도에게 '사랑'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착한 소년 리카르도의 사랑에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늘 먼길을 떠날 수 있었을 것이다. "에, 이런 것이 정말 사랑이라고? 착한 소년이 아니라 바보구만"이라 말해도 할 수 없다. 이렇게 미련하게 보여도 리카르도에겐 사랑이니까. 그거면 된 거 아닌가. 누구에게나 사랑의 모습은 다른 거니까.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쁜 소녀"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떤 모험을 했을까. 리카르도와 함께 있지 않았을 때 그녀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그녀가 내밀하게 전해주는 리카르도를 바라보는 시선도 궁금하다. 그녀와 리카르도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았을 때만이 이들의 삶이 완전해질 것이다. "나쁜 소녀"에게는 리카르도가, 리카르도에게는 "나쁜 소녀"를 빼 놓고서는 삶에 대해 아무것도 해 줄 말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한 사람이 죽어서도 끝나지 않을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작가에 의해 잠시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났다. 그 뒤의 이야기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고 있지만 내가 느끼는 이들의 사랑은 결코 불행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 리카르도의 사십 년이 넘는 사랑이 핑크빛으로 변하진 않겠지만 후회 없는 사랑을 했기에 그도 괜찮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는 두 사람이 함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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