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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 기본 카테고리 2012-02-2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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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화차

미야베 미유키 저/이영미 역
문학동네 | 201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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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모츠는 가짜 세키네 쇼코(그녀의 진짜 이름을 알았으나 이는 중요하므로 그녀를 계속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처음에는 "왜 세키네 쇼코의 삶을 빼앗았느냐?"는 질문을 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지금은 아니다. 그의 마음속을 알 수는 없으나 아마도 "시이(세키네 쇼코의 애칭)도 행복을 원했고 그녀를 좋아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혼마가 아내의 조카에게 세키네 쇼코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그는 이 사건을 아주 쉽게 생각했었다.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 없는 그녀가 갈 곳은 친한 친구나 직장 동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볍게 부탁을 수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키네 쇼코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동안 가즈야의 약혼녀인 그녀는 가짜 세키네 쇼코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는 이 사건에서 손을 뗄 수가 없게 된다.

 

가짜 세키네 쇼코를 찾아다니는 혼마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녀를 만나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을 하게 되는 그 속마음은 무엇일까. 조사하면서 알게 된 가짜 세키네 쇼코의 삶에 동정심을 가지게 되어 그동안 그녀의 삶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실체가 없는 가짜 세키네의 흔적때문에 오히려 진짜 세키네의 삶은 손 안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그 얼굴조차 희미하게 느껴지고 가짜, 진짜라는 말을 이름 앞에 붙임으로서 진짜 세키네는 실체가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혼마의 기억 속에는 진짜 세키네의 모습보다는 가짜 세키네의 모습으로 각인된 한 사람만의 인생이 보인다. 가짜 세키네를 대면했을 때 온전한 모습의 한 사람이 보이게 될까.

 

가짜 세키네가 타인의 신분을 필요로 하게 된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일 것이다. 진짜 세키네 쇼코의 삶도 안쓰럽지 않은 것은 아닌데 행복을 찾기 위해 잘못된 방향을 선택한 그녀의 삶은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므로 동정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소소한 행복을 느껴가려는 세키네의 삶이 파괴된 것은 가슴이 아프다. 가짜 세키네의 삶은 가족들과 그녀의 불행 앞에서 고개가 절로 숙여지지만 타인의 이름을 빌려 쓰고 살아간 그녀의 삶 또한 동정심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가짜 쇼코가 도서관에서 아버지가 죽었길 바라며 관보를 확인하는 모습은 흥분된 나의 감정까지 가라앉게 만들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빼앗을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타인의 이름으로 살아가지만 그 사람과 똑같이 살아갈 수 없었던 가짜 세키네는 누군가가 끝내주지 않는 한 계속 타인의 삶을 먹고 살아갈 것이다. 혼마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 탓에 이렇게 끝을 맺게 되었지만 어쩌면 누군가 자신을 멈춰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진짜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지는 않았겠지만 타인의 이름으로 새로 태어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던 한 여인의 마음은, 그 누구의 이해도 받을 수 없었겠지만 두 명의 남자에게 사랑받은 기억때문에 타인의 삶이 더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이기에 이것이 나를 슬프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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