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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작가의 책 곳간은 언제 열릴까? | 기본 카테고리 2021-02-0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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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저
소명출판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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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서 뽑아 들기 가장 쉬운 높이에 '조르르' 진열된 책들이다. 설 연휴가 끼어 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바빠진다.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들은 "꼭 읽고 반납한다"라는 (거의 완수하기 어려운) 임무를 계속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공공도서관 시스템을 최대 활용하는 수혜자이다. 상호대차, 도서예약, 희망도서 신청 등등. 사서도 아니건만, 여러 도서관 거의 매일 순회하는 이유이다(도서관별로 최대 대출권수를 채워 대출하면 2-30권도 빌릴 수 있다!). 처음부터 책을 이렇게 빌려서 읽지는 않았다. 적어도 관심 분야인 사회과학, 인문학 신간은 대부분 샀다. 색열필로 칠하고, 메모하고 줄 그어가며 읽었다. 그러면 내용이 훨씬 잘 기억나기 때문에 다음번 참고할 때 필요한 페이지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우고 또 비우기' 미니멀 강박은 책들을 몰아냈다. 있는 책도 부담스러운데, 더 들이기 조심스러워졌다. 전략 수정. 도서관에서 빌려서 깨끗하게 읽고 반납한다. 일회성 만남이니, 잠시 빌어온 책 내용을 가급적 최대한 머릿속에 찍어두려한다. 리뷰를 이렇게 열심히 올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서두가 길었다. 박균호 작가의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을 소개하려는 리뷰였는데 샛길부터 다녀왔다. 설레하며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의 첫 장을 펼쳤고, 중간엔 다른 책에 손 대지 않았을 정도로 한 호흡에 주욱 읽었다. 재미 있었으니까! 소명출판사의 정성 담뿍 담은 북디자인에 감탄하며, 그에 합당한 예의를 갖춰 소중히 책장 넘기며 읽었다. 책 곳간만 3곳에 나눠 채우고 있다는 저자의 독서 취향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만는 만큼이나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역시 틀에 매이지 않은 버라이어티 쇼의 재미를 준다. 책 덕후, 특히 책 사모으는 재미에서 삶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책 수집가로서의 고백기, 출판사와 출판인들의 무대 뒤 이야기, 책 좋아하는 이들끼리는 통할 '덕질' 노하우 공유, 그리고 본격적 서평까지 다양하게 버무린 즐거운 책이다. 

 

 

 

무엇보다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의 큰 소득은, "책덕후"의 범주를 생각하게 한 점이다. 나는 휘발하려는 활자를 어떻게 해서든 물컹거릴 뇌 안쪽으로 붙들어 매려고 노력하는 범주의 덕후일 뿐 책 수집하는 데 취미가 없다. 위 주머니는 작은데, 진수성찬을 차려 놓은들 아까워질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내 소화력 수준의 서가만 유지한다. "비우자"  미니멀리스트이다. 반면, "책덕후" 범주의 한 축은 책의 물질성에 환희를 느끼고, 그 물질과 물질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끈들을 재구성하는 고고학자들이다. 박균호가 그렇다고 느꼈다. 물질로서의 책에서 그것을 쓰고 만들고 읽는 사람들의 비물질적 관계를 찾아낸다. 또 자신이 책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느끼는 환희를 기꺼이 다른 책덕후들과 나누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아내의 눈을 피해 책을 사들이고, 이미 소장한 책인 줄을 까맣게 잊고 같은 책을 사기도 한다. 심지어는 주문하자마자, 자신의 서가 어딘가에 그 책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도 한다. 솔직한 저자의 실수담(?)에 인간적인 매력도 느낀다. 솔직하게, 담담하게 그러나 읽고 나면 묵직한 알갱이들이 가라앉는 박균호의 화법. 그래서 중고등학교에서 오래 재직해온 직장인이자 생활인이면서도 벌써 열 손가락에 가까운 숫자의 책을 펴낸 게 아닐까? 1쇄가 아닌 2쇄, 2판, 3판 가는 책을 펴낸 게 아닐까?

 

박균호 작가가 소개한 책수집가, 애서가 중에서는 유난히도, 그 책들을 사회에 환원한 대인배들이 많이 등장한다. '성문종합영어'의 저자이자 국립중앙박물관에 어마어마한 고서들을 기증한 송성문 선생이나, "임화 문화예술전집" 출간에 소명의식을 가진 박성모 사장 등이 그렇다. 나는 박균호 작가도 언젠가는 자신의 책 곳간을 열어 사회를 밝히는 데 쓰려는 (무의식적? 의식적?) 지향이 그런 선택을 하게 했다고 믿는다. 박균호의 책 곳간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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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일본 빈곤 저널리즘 특별상 수상작 | 기본 카테고리 2021-01-1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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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네가 속한 세계

야스다 카나 저/고향옥 역
푸른숲주니어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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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고 속단했더니 어긋났네요. [네가 속한 세계]는 10대들의 밀당 로맨스가 아니었습니다. 이해하는 데, 상상력이 크게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드라마나 블로그 일상 포스팅에서 많이 접해 본 소재와 캐릭터가 등장하기에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지거든요. 양극화가 심화되는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일본 중학생들입니다. 부모에 조부모까지 눌러대는 명문대 압박에 의기소침해진 "부잣집 도련님"과 "기초생활수급자"라는 라벨로 자신의 정체성을 덮어 칠할 수 밖에 없는 "가난한 소녀"가 등장합니다. 

"부잣집 도련님." 

이쓰키는 명문중고를 거쳐 명문대 진학을 인생 목표로 생각하는 부모님에게 휘둘려 삽니다. 특히 이쓰키의 아버지는 겉만 어른일 뿐 덜 성장한 학벌지상주의자입니다. 고작 중3짜리 아들에게 생활비와 핸드폰 요금 자신이 내주는 것이라며 핸드폰을 뺏습니다. 그는 지독히 가부장적이기도 합니다. 아내에게도 '누구 덕에 먹고 사냐'며 생활비공급자로서의 우월감을 언어폭력으로 퍼붓습니다. 할머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손주 성적이 잘 안 오르고 행실이 성에 차지 않으면 며느리의 '엄마노릇' 수행도를 평가절하하거든요.

"부잣집 도련님." 

이렇게 불리기 싫어하는 이쓰키 역시 실은 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닮았습니다. 의사 아버지를 둔 넉넉한 집안 출신이라며 '다른' 취급 받길 거부하면서도, 정작 자신보다 문화자본 및 학력자본이 높은 친구 앞에 서면 서열 사다리 칸을  낮춰 조정하고 기 죽어 합니다. 그의 아버지는 "가난한 건 자기 책임이야...성실히 일하는 사람이 내는 세금으로 그런 자를 부양하는데, 그게 더 부조리한 거지 (157)."라고 말합니다. 이쓰키의 엄마는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이쓰키 친구를 "우리하고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166)"이라고 타자화합니다. 이쯔키 역시, "나는 죽을 때까지 그런 세계를 모른 채 살아갈 줄 알았다(167)."하죠. 차이가 있다면, 이쯔키는 이 셋 중 가장 어린 나이이지만 적어도 스스로 오만한 속물근성을 성찰하고 억누릅니다. 

이쓰키는, 아빠를 여의고 우울증으로 노동능력이 없는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과 동생돌보기까지 다하는 같은 반 친구를 통해서 "다른 세계"에 접근합니다.이쯔키는 친구에서  "다른 세계"에서 "이 세계(대학 졸업장 있고,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는 사람들의 세계"로 넘어 올 수 있는 다리를 찾아주려고 애씁니다. 친구 역시, 스스로 그 다리를 찾는다는 내용으로 소설은 마무리됩니다. 

제 부족한 리뷰에서는 일부만 부각시켰을 뿐이지만, [네가 속한 세계]에는 끌어낼 더 많은 화두가 있습니다. "가난"을 증명해냄으로써 "가난"의 자격을 획득하게 되는 아이러니,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예민한 일본 사회의 분위기, 소리(반항)없는 돌봄 제공자로서의 엄마상,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이름 짓기와 범주 만들기로써 강화되는 차별 등등. 소설 줄거리는 끝이 났지만, 뭔가 독자로서 이야기를 더 이어가야할 듯한 긴장감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이 리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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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연애, 고된 연애 | 기본 카테고리 2020-12-2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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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역은 연애와 같아서

이상원 저
황소자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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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출판번역을 시작으로 러시아어와 영어 출판물 번역을 줄곧 해온 이상원 번역가. 대학에서 번역과 인문학 글쓰기 강의도 진행한다. 이런 이력을 쌓으며 고민해온 번역이라는 현상을 [번역은 연애와 같아서: 번역을 하고 가르치고 공부하며 사는 날들]이라는 에세이로 엮어냈다. 



에피소드 중에, 개강 첫 주에 고등학교 때 하던 영어해석이 번역과 뭐가 다르냐고 질문한 대학 신입생이 등장하는 데 흠칫했다. 내가 이상원 교수 강의를 수강했다면 오리엔테이션 때 물어봤을 질문이기 때문이다. 노련하고 지혜로운 스승은 즉답하지 않는다. 대신 그 1학년 학생을 포함 제자와 독자들에게 다양한 번역 연습을 시키고 스스로 질문하게 한다. '옮긴다'는 것이 뭔지, 누구를 위해 왜 옮기는 것인지, 무엇이 좋은 번역인지. 이상원 교수 스스로 자신의 교수법을 질문은 많되,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 것으로 특징 짓던데, 이 책을 읽으며 동감했다. 수십 년 번역과 연애해온 전문가로서 집적해온 아젠다를 독자와 나누려고 (번역학에?) 초대하려는 의도를. 덕분에 나도 [번역은 연애와 같아서]를 읽기 "전/후"로 번역에 대한 마음가짐, 번역가의 처우(?)에 대한 실상 파악의 정도가 달라졌다. 저자 스스로 "골 빠지게 힘든" 번역이라 하면서도 번역에 소명의식에 충만한 이유를 생각해본다. 번역은 생각의 회로를 뜯어내 재배치하는, 그 경로를 보여줌으로써 소통하는 작업이기 때문일까?



"번역 수업의 목적은 정답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답이 가능하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92쪽)"


"내 한국어가 안녕하다는 안이한 생각을 떨쳐내고 한국어를 계속 닦아 나가는 노력, 이는 번역 수업의 중요한 한 부분을 이룬다 (120쪽)." 


"원문 존중이냐, 독자 고려나 하는 논쟁은 사실 번역과 번역학 역사를 꿰뚫고 있다. 기원전 1세기의 키케로와 기원후 4세기 말의 성 제롬도 그리스어를 라틴어로 번역하면서 이런 고민을 했고 독자 고려를 중시한 자기 번역을 옹호하는 글을 남겼을 정도이다 (162쪽)."


"번역을 하면서, 또 번역을 가르치면서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단어가 하나 있다. '그녀'이다. 나는 '그녀'라는 대명사를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으려 애쓰는 편이다...우선 '그녀'라는 단어가 우리말에 언제 등장했는지 살펴보자. 국어학자들은 대체로 '그녀'가 20세기 초에 서구의 3인칭 여성 대명사 영향을 받아 생겨났다고 보고 있다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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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운동장 가운데로 모이자구! | 기본 카테고리 2020-12-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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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가 뭐 어때서?

페드로 마냐스 로메로 글/하비에르 바스케스 로메로 그림/김지애 역
라임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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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는 강모()라는 털로 움직입니다. 곤충을 세 부분으로 나눴을 때 부위 이름은 모를지라도, 지렁이가 털로 움직인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기억합니다. 10살 때 놀림 받았거든요. 수업 시간에 지렁이 섬모운동(그땐, 강모가 아니라 섬모로 배웠어요)을 배우던 중, 반 친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선생님, **도 팔에 털이 있어요'고 외쳤어요. 집에 돌아와서, 문구용 가위질을 했으나 절반만 성공했습니다. 제가 오른손잡이거든요. 정작, 저를 놀렸던 그 친구는 연한 갈색 머리카락과 갈색 눈동자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 중간적 존재로 놀림 받던 친구였어요. 오래 묵혔던 이 에피소드가 [우리가 뭐 어때서?]를 읽는데, 생각났습니다. 이 발랄한 동화의 캐릭터 대부분이 이처럼 특별한 존재들이거든요. 별명이 "책벌레, 애꾸눈, 대걸레, 동그랑땡, 철수세미' 등인 걸 보면 알 수 있듯 평범하진 않아요. 




이 특별한 친구들은, 심 시간에 학교 운동장 중앙을 차지하지 못하고 눈에 안 뜨이는 모퉁이에서 어슬렁거립니다. 지렁이 강모()라도 온 몸에 심고 다니는 양, 친구들이 멸시하거나 차별하기 때문에 아예 눈에 안 뜨이는 전략을 쓰는 것이지요. 평소 이 친구들을 눈여겨 본 적 없던, 주인공 프란츠는 약시 교정을 위해 안대를 찬 그날부터 이 친구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어요. 자신도 어느덧 "특별한" 취급 받게 되었거든요. 점심 시간에 자연스럽게 같이 밥먹을 친구 찾기가 힘들어졌고, 선생님은 프란츠를 동정하며 교실 맨 앞줄로 옮겨 앉으라고 강권했습니다. 



 [우리가 뭐 어때서?]는 '너도, 나도, 그렇게 다르지 않아. 다르다고 차별하지 말자.'의 구호를 초등학교 아이들 시선에서 흐뭇한 에피소드들로 엮어낸 책입니다. 운동장 모퉁이에 관상수처럼 박혀 있던 아이들이 자신의 특별함을 개성으로 소중히 여기고 목소리를 내며 운동장 가운데로 모여드는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책이지요. 지렁이 강모, 뭐 어떠니? 같이 놀자! 열 살 때, 그 교실, 그 수업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쿨하게 '하하' 웃어 넘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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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 기본 카테고리 2020-12-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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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저
김영사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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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산 게이의 [헝거]가 온라인 서점 메인화면에서 계속 유혹했어도 고집스레 버텼다. 광고로 내세우기 좋은 소재뒤에 감춰진 격한 감정의 굴곡까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읽단 [헝거]를 읽고 난 후,  내 100대(?) 소원 중 하나는 작가 록산 게이를 만나 보는 것. [죽은자의 집 청소]역시 비슷한 이유에서 안 읽고 버텼다. 하지만, 추천사마다 절절하다. 첫 문단을 읽는데, '헛!' 허를 찔린 반응.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다시 책날개로 돌아가니, '청소부''인 동시에 '시인' 이었구나. 김완 작가는 오랜 세월 대필 작가(ghost writer)로 글을 써왔다 했다. 


책 읽는 내내 폭포 아래서 물줄기로 두들겨 맞는 얼얼함에 머릿 속은 빠르게 회전했다. "죽은 자"가 제목의 키워드이지만 작가는 산 사람이 죽은 자를 대하는 방식,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공감과 연민(작가가 애묘인인지라 고양이가 많이 등장한다), 거창하게는 불평등, 소외, 탐욕, 죽음조차도 돈으로 처리되는 이 시스템 등...흉내도 못낼 시적인 문장으로 쿡쿡 다 쑤신다. 이 정도 독자 오장육부 다 뒤집을 정도로 전율시키고 뇌까지 각성시키는 글 쓰려면 자기를 갈아 넣어야 하는데, 희한하게도 작가님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자신을 그다지 드러내지 않으면서 이처럼 내밀한 글을 쓸 수 있다니, 신묘한 능력일세 하며 읽는데 마지막 즈음....작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죽은 자들의 공간을 들락이며 살았던 시간, 생 마감한 이후의 시간의 경계조차 뭉개듯 상상의 교감을 누적해서 그런가, 내 눈에는 작가가 30대가 아니라 300살 넘은 사람처럼 보인다. 김완 작가님, 참 많이 배웠습다. 감동이 너무 커서, 차마 초라한 문장으로 리뷰도 못 올릴 지경으로.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의외로 일본 행정 관료들이 "고독사"를 "고립사"라고 언어유희하듯 명칭 변경한 이면의 함의였다! 그렇다. 솜털만큼도 그 고독은 감춰지지도 덜해지지 않는다.


"고독사 선진국 일본. 그 나라의 행정가들은 '고독'이라는 감정 판단이 들어간 어휘인 '고독獨사' 대신 '고립立사'라는표현을 공식 용어로 쓴다. 죽은 이가 처한 '고립'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더 주목한 것이다. 고독사를 고립사로 바꿔 부른다고 해서 죽은 이의 고독이 솜털만큼이라도 덜해지진 않는다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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