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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는 정년까지 일할 수 있을까? | 기억하는 책 2020-06-1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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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

송은주 저
김영사 | 2020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이처럼 다양한 직종, 다양한 연차, 다양한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이상과 현실을 이야기하길 바란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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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교직경력 1년 반을 채웠을 때였다. 학교에서는 학년초에 다양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학년말에 그에 따라 평가한다. 그중 말 많은 평가가 학교폭력 유공교원 승진가산점이다. 특히 우리 학교처럼 '점수 학교'는 승진 가산점을 염두에 두고 열악한 환경으로 오신 분들이 모였기에 자칫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2018학년도는 평화로이 지나갔으니 신규교사 6명과 기간제 교사가 자연스럽게 제외되고 승진 생각 없는 분들이 빠지면서 교원의 40%에게만 주는 가산점 대상자 수가 딱 맞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9월 발령이라 한 학기밖에 일을 안 했으니 충분히 납득했고 '우리 덕분에 평화로워서 다행이다'라는 말도 했다.




다시 1년이 지났고 2019학년도를 마무리 짓는 시기가 되었다. 학교폭력 유공교원 승진가산점 희망자는 신청서를 제출하라는 쪽지가 왔다. 말 그대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한 교사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인데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 중 도대체 학교폭력이 일어나도록 놔두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는 게 논란의 지점이다. 어쨌든 대부분의 학교들은 학교폭력 업무 담당자와 담임들이 점수를 받는다. 여전히 우리는 신규고 배우는 중이며 선배 선생님들은 능력이 출중하시고 잘 챙겨주셨다. 그래도 소규모 학교다보니 신규가 담임과 업무에서 제외되기는 어려웠다. 나는 담임도 맡고 학생부에서 일했으니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학교폭력 가산점을 안 썼으면 좋겠어."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뭐랄까, 어떤 단어를 골라야 할지도 모르겠다. 농어촌에 신설학교라 일이 많은 것도 알고 선배 선생님들께서 고생하신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권리를 양보하는 것과 권리의 양보를 강요당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였다. 말씀하시기론 경력순으로 따지면 우리 6명이 말단으로 경력이 같은데 남는 자리가 하나밖에 없으니 누가 일을 더 많이 했는지 순위를 매기기보단 다 같이 안 쓰거나 우리끼리 협의해서 한 명만 추천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셨다. 나는 첫째, 왜 경력순이 아닌 점수를 경력순으로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둘째, 업무의 성격과 양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하면 되지 왜 우리끼리 협의를 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용기를 낸 대화 끝에 "에이, 그래. 다들 열심히 하는데. 다음 해부터는 다 써. 다 쓰고 평가 기준에 따라 평가하자. 그래도 괜찮은 거지?"라고 말씀하셨고 "네"라고 답했다.




우리끼리만 아는 얘기라고 하셨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알고 계셨다. 침묵하고 있을 뿐이었다. 교무실의 내 자리에 앉자 "어떻게 됐어?"라는 은근한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이 문제를 가십거리로 삼고 싶지 않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넘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이번엔 안 쓰기로 했어요. 하지만 다음 해부터는 쓰라고 하셨어요."라고 말했다. 나를 위로하고 싶으셨는지 이건 어차피 연차가 쌓이면 받는 점수라고, 지금 승진을 앞둔 사람들에겐 소중한 점수라고, 우리 때도 다 선배교사에게 양보했다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 때도 양보했다'라는 말에 나는 웃지도 않고 말씀드렸다.




"요즘 베스트셀러 중 하나가 『90년생이 온다』예요. 90년생은 윗세대랑 다르게 생각한대요. 우리 6명 중에 제 나이가 제일 많은데 제가 90년생이거든요. 저희 다 90년대생이에요. 저는 '지금 양보하고 나중에 양보 받아라'라는 말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요. 나중에 제 후배들에게 나이나 경력만으로 양보해달라고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려면 저희가 감수하고 바꿔야 해요."




돌이켜 보면 잘 했다는 생각만 들진 않는다. 저경력 교사는 승진가산점에 신경 쓰기보다는 배움과 성장에 힘 써야 하는 게 맞기도 하다. 선배들만큼 중요한 점수도 아니니 좋은 마음으로 양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양보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나는 진지했다.




사람들이 교사의 방학을 아니꼬워하니 방학 때 여행 간 사진은 SNS에 올리지 말라는 게 팁이라고 전수되는 세계다. 그러나 '요즘 교사'는 다르다. 방학은 학기 중에 연가는커녕 아무리 아파도 조퇴를 쓰기 어려우며 자기 성장이 끊임없이 필요한 노동 환경의 특성상 반드시 필요한 복지라고 당당히 주장한다.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사명뿐만 아니라 월급과 근무 조건에 대해서도 발언한다. '부부교사는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다' 또는 '교사 연금만 있으면 노후는 걱정 없다'라는 세간의 평판과 다르게 월급에 비해 상승한 물가와 줄어든 연금을 구구절절 설명하지도 못하고 답답해한다.




그러나 이런 '세속적' 발언이나 권리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기엔 망설여진다. 교사가 성직자마냥 여겨지는 엄격한 기준이 버거워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분명 교직에 계신 사랑과 열정과 헌신의 스승들이 나의 섣부른 투정으로 폄훼될까 걱정되어서이다. 하지만 어떤 문제든 테이블 위에 올려두어야 분석도 하고 개선점도 찾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와 같이 경력 10년의 젊은 교사가 교직의 현실을 톡 까놓고 얘기하는 책이 반가웠다.





어느 날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다가 눈이 커졌다. 칼럼 제목은 <세대교체 바람 부는 교단, '밀레니얼 세대'를 아십니까?>였다. 칼럼에서는 2002~2011학번인 젊은 교사들을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렀다. 어, 난데?

기사 내용은 이러했다.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은 IMF 금융 위기를 겪은 부모 세대를 보고 자랐기에 고용안정성과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는 교직을 선호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이 교직을 선택하는 데는 부모의 권유가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사회재건 세대로 사회 정의와 변화를 추구했던 부모 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교직을 통해 안정을 비롯한 기존 체제의 장점을 최대한 누리고자 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내용이었다.

-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 p. 15




저자는 2011년에 발령받아 6년을 근무하고 출산과 육아로 4년째 휴직 중이다.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두렵다는 생각을 한다. 적당히 월급을 받으며 정년을 기다리는, 특기도 성찰도 없는 교사가 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또래 교사들이 주위에 많다는 것을 깨닫고 여러 목소리를 모아 책으로 엮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2002년 이후 학번의, 경력 15년 이하의 '밀레니얼 세대 교사'의 생각과 주장을 조심스레 전한다.




교사라는 직업은 자율성을 발휘하는 전문직인 동시에 복종의 의무를 지닌 공무원이다. 모범을 보여야 하는 교육자인 동시에 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이다. 교사가 유튜브를 한다고 교육에 소홀한 게 아니며 스스로를 노동자로 정체화한다고 해서 수업 준비를 함부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사가 유튜브나 글쓰기 등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가까이에서 만나는 노동자인 교사가 노동의 의미를 고민하는 모습을 통해 언젠가 제 밥벌이를 할 아이들이 노동자의 권리와 의무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모든 사람에게 있는 사람. 말이 이상하지만, 답은 쉽다. 낳아 주신 부모님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없다. 가정환경과 상황에 따라 양육자가 달라질 수 있지만 사람의 존재는 누군가 그를 낳아주셨음을 전제로 한다. 부모님처럼 모든 사람에게 있는 사람이 또 있다. 바로 선생님이다.

-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 p. 179




이 책은 '모두가 자기 자신일 수 있는 교육과 사회를 꿈꾸며'라는 문장과 함께 저자의 서명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이처럼 다양한 직종, 다양한 연차, 다양한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이상과 현실을 이야기하길 바란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다양하고 개별적인 이야기를 말하고 들음으로써 나를 이해하고 상대를 존중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다.





▲ 그래도 애들이 예쁜 건 사실이다.




YES24 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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