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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빠귀들의 들판 | 독서수첩-여행 2019-04-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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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간으로의 여행 크로아티아, 발칸을 걷다

정병호 저
성안당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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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대로라면 올 봄에 다녀왔어야 할 곳이고, 비행기안에서 읽었어야할 책이지만 모객부족으로 취소되어 이 책도 책장구석에 박히는 운명이 되었다. 지난 주 중고서점에 팔기위해 대대적으로 책장을 정리하며 읽지 않은 책들을 구별해두었기에 한가한 주말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발칸여행상품들이 동유럽과 묶여있거나 발칸3국, 크로아티아 일주 등이고, 워낙 세계지리에 문외한이라 발칸반도에 이렇게 많은 나라가 있는지 미처 몰랐다. 이 책 덕분에 내년에 여행상품을 고를 때는 확실히 안목이 달라질 것 같다.


   발칸반도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독일, 터키, 러시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아드리아해, 이오니아해, 에게해, 흑해 등에 둘러싸인 그야말로 지정학적 요충지로 열강들의 각축장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전쟁 이후로도 오랜기간 로마의 속주였고, 로마가 오스만 투르크에게 멸망한 후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게르만 민족의 이동을 따라온 슬라브 민족이 주를 이루지만, 라틴, 이슬람, 게르만, 슬라브 문화가 섞여있고, 여러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는 복잡다단한 곳이다. 


   이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에 속해있다가 일차 세계대전에서 오스트리아가 패하자 1918년 베오그라드 왕국(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보아보디나, 달마티아, 마케도니아, 슬로베니아)을 건국했다. 이차 세계대전중에는 독일에 점령되었다가 전후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 성립되었고, 이후 동유럽 국가들이 소련에서 벗어난 것처럼 유고연방이 해체되며 각각 작은 나라로 분리독립하는 치열한 역사를 가졌다.


   이 책을 읽으며 관심을 갖게 되는 곳은 먼저 '지빠귀들의 들판'이라는 뜻을 가진 코소보이다. 1389년 세르비아와 오스만 투르크 사이에 벌어진 전투에서 세르비아가 패하면서 거의 오백년간 이슬람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세르비아 니시에는 오스만이 세르비아 반군을 진압한 기념비로 해골 구백여개로 스컬타워를 세웠는데 이제는 세르비아 독립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코소보에서는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표방한 밀로셰비치에 의해 알바니아인들에 대한 인종청소가 일어났으니 지빠귀들의 들판이라는 말보다는 차라리 피의 들판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지경이다. 보스니아의 사라예보를 방문한 오스트리아 황태자부부의 피격사건으로 일차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범슬라브주의와 범게르만주의의 격돌이었고, 전후 이 지역의 슬라브 민족들이 결집해 하나의 왕국이 되었으니 발칸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크로아티아 스플리트는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고향으로 그의 궁전이 남아있다. 로마인도 아니고 아시아 속주출생이며, 해방노예 출신이라는 말도 있는 로마황제라니 그의 입지전적 인생사에도 호기심이 생긴다.


   『드리나 강의 다리』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출신의 이보 안드리치의 작품으로 노벨상을 받았으며, 오스만 투르크 제국 시대부터 일차세계대전 전까지 사백년 동안 보스니아 소도시에 놓인 다리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그 역사를 그리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어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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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이 지나가면 | 독서수첩-문학 2019-04-2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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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베네치아의 종소리

스가 아쓰코 저/송태욱 역
문학동네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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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치아의 종소리』가 더욱 우수를 자아냈던 것은 얼마전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탓이 클 것이다.  노트르담앞 광장에서 대성당안으로 들어가는 긴 줄에 겁먹고 후일을 기약했지만 그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숭례문이 그러하듯 노트르담은 이제 이전의 노트르담은 아니다. 작가도 프랑스 유학시절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사르트르 대성당까지 갔던 순례여행을 언급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비한다면 짧디짧은 80km, 게다가 앞의 50km는 기차를 타고 나머지 30km만 이틀 동안 걸어가는데 프랑스 각지에서 대학생들이 출발하여 사르트르로 걸어가며 토론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육신의 빵도 부족하고, 정신의 빵에는 더 갈급할 젊은이들의 순례여행은 기억속에 깊이 새겨졌을 것이다.


   근대 유럽의 상류층 자제들이 그리스 로마의 고대 유적,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문화, 프랑스의 예법 등을 배우기 위해 그랜드 투어를 떠났듯이 작가의 아버지도 메이지 시대에 육개월에 걸쳐 호사스러운 유럽 여행을 했고 그 추억을 평생 간직하며 살았던 듯 하다. 가족에게는 기쁨보다 슬픔을 더 많이 주었던 아버지이지만 가업의 후계자, 가장으로서의 의무 이전에 개인으로서의 그의 인생을 생각할때 일면 이해가 된다. 가족내에서 그런 아버지와 유일하게 일대일로 맞상대가 가능했던 작가의 인생행로 또한 아버지에게 음으로 양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자긍심이 강한 딸이 아버지와 맺는 묘한 연대와 경쟁심리에는 웃음이 나오고,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주려고 어머니에게 더욱 다정한 딸이 되려 애쓰는 모습이 애잔하다.


   일본 패전후 파리 유학, 이후 로마 유학을 거쳐 밀라노에 정착하기까지의 악전고투,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따라가다보니,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http://blog.yes24.com/document/11191748 보다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페피노와의 관계는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을 읽을 때는 잘 와닿지 않았는데 작가의 인생에 정말 소중한 사람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밀라노 시절에 일본 근대문학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하기 시작했고, 일본으로 귀국해서는 이탈리아 문학을 일본어로 번역해서 일본과 이탈리아를 잇는 다리가 된 작가의 일생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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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의 선택 3 : 사랑받는 자 | 독서수첩-문학 2019-04-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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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포르투나의 선택 3

콜린 매컬로 저/강선재,신봉아,이은주,홍정인 공역
교유서가 | 201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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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나의 선택』 시리즈의 마지막 권을 마치고 나니 괜히 감상적인 기분에 잠기게 된다. 카이사르가 가장 사랑했던 두 여인인 고모 율리아와 어린 아내 킨닐라를 연이어 하늘로 떠나보내며 바치는 조사때문인 듯 하다. 그녀들의 가족이 로마의 반역자로 규정되었기 때문에 떠들썩한 장례식을 벌이기엔 부담이 컸지만 카이사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정성과 진심을 다해서 그녀들의 마지막을 예우했다. 그의 파격적인 모습은 로마인들의 사랑과 지지를 이끌어냈고, 카이사르 자신이 왕과 신의 피를 이어받은 가문출신이며 마리우스의 후계자임을 로마인들에게 각인시켰다. 카이사르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해적에게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후 해적을 토벌한다던가, 그에게 동성애의 추문을 안겼던 비티니아 왕과의 관계를 통해 왕의 사후 비티미아를 로마에 유증하게 만드는 등 용기와 지략,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간적인 매력 덕분이었다. 물론 그의 외모에 대한 칭찬도 빼놓을 수 없다. 한때 마리우스가, 또 술라가 그랬던 것 처럼 당시 포르투나에게 가장 사랑받는 인물은 카이사르였다.


   스파르타쿠스의 반란 이야기도 눈에 띈다. 로마군이었으나 반역의 누명을 쓰고 검투사가 되고 동료 검투사들, 여성 노예들과 함께 탈출하는 과정은 운명의 장난과도 같다. 어처구니없게도 로마의 정규군은 이들에게 연패를 당하고, 삼니움과 루키니아의 유민까지 합류하자 스파르타쿠스는 왕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정세를 파악할 능력이 부족했던 그가 히스파니아로 가서 세르토리우스에게 합류하려던 계획이 좌절되고, 시칠리아로 방향을 틀면서 급격히 동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세르토리우스는 이미 피살되었으니 히스파니아로 갈 수도 없고, 시칠리아로 가는 배편을 마련하는 일도 차질을 빚고, 항복협상마저 좌절되며 크라수스와 카이사르에게 무참히 정벌당했다. 크라수스가 집행한 엄청난 십자가형은 언급하고 싶지도 않지만 카이사르도 해적들에게 십자가형을 내린 바 있다. 로마의 권위에 저항하는 이들에게 본보기로 삼는데 십자가형보다 더 적합한 형벌은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정작 스파르타쿠스의 시신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니 스파르타쿠스의 놀라운 아내 알루소가 마법이라도 부렸기를 바라는 심정이 되고 만다. 이전에 유구르타가 지하감방에서 아무도 올라올 수 없는 동굴로 뛰어내렸다고만 했던 것 처럼 말이다. 포르투나의 사랑은 받지 못한 이들이지만 작가의 사랑은 받고 있어서, 일말의 가능성에 대해 독자가 상상할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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